목록 - 평생을 수치심과 싸워온 우리의 이야기
로라 베이츠 지음, 황가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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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나치게 여자를 탓한다. 성폭력범이 오히려 여성을 탓하기도 한다.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여성이 아니라 사회다.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한 여성 운동가의 진심 어린 주장, 여성으로서 정당한 요구가 이 책에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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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 - 평생을 수치심과 싸워온 우리의 이야기
로라 베이츠 지음, 황가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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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폭력 범죄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적 시론이 신문과 방송에 자주 언급된다. 2023년 대한민국 사회는 법 처벌 수위를 강력하게 올리고 있는데도 비웃기라도 하듯 성폭력 사건은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서 자주 오르내린다. 성폭력 범죄 유형도 새로워지고 잔인해졌다. 성폭력이 무분별해지고 있다는 비판적 시선을 피할 수 없을 정도다. '데이트 폭력'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이고, 성폭행의 수위마저 높아지고 있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살해마저 서슴지 않는다. 여성이 마치 '적'으로 보인 것처럼 잔인하게 대하는 데는 몸서리처질 정도다. 독자가 정확한 집계는 알고 있지 못하지만 뉴스에 나오는 빈도나 검찰이나 경찰에서 성폭력범들은 법정 최고형으로 무거운 처벌을 내린다고 강경 대응책을 내놓는데도 성폭력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2023년 7월, 대한민국 정부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강화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스토킹 살해는 계속됐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이 살인 등 중범죄로 이어지기 쉬운 스토킹 범죄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피해자 보호 조치를 ‘피해자 스스로 판단하도록’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 『목록』의 저자는 저명한 영국의 페미니스트 로라 베이츠다. 이 책의 출간을 서두르던 그가 퇴고를 거듭하고 있을 때(두 번째 퇴고와 세 번째 퇴고의 중간 시기쯤인 2021년 9월) 영국 그리니치에 살던 한 여성이 살해당했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살해된 여성은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펍으로 친구를 만나기 위해 가는 도중이었다. 범인은 얼마 안 돼 잡혔는데 30대 남성이었다. 그 남성은 길 가던 여자를 강간한 후 죽였다. 저자는 그 사건에 대해 이렇게 썼다. “이 책 출간을 앞두고 퇴고하는 사이에 '서비나 네사'가 죽었다. 이 책이 출간될 때쯤에는 또 다른 여자의 이름이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남자가 그녀를 탓할 것이다. 이것은 독립 사건이 아니다.”

비슷한 일은 대한민국에서도 불과 한 달 전에도 일어났다. 보도에 따르면 2023년 8월 17일, 서울 시내 한 등산로에서 출근 중이던 여성이 30대 남성으로부터 폭행과 성폭행 당하고 살해됐다. 대낮에 일어난 일이었고 범행 동기는 “강간이 하고 싶어서”였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었났다. ‘그러니까 왜 여자가 혼자 운동을 하러 거기에 갔냐’ ‘당시에 무슨 옷을 입었냐’ 등 피해자를 향한 도를 넘는 2차 가해도 계속됐다고 보도는 이어졌다.

 


 

저자는 이를 두고 '강간 신화'(강간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잘못된 믿음)는 현재 우리 사회에 여전히 진행 중이이라고 말한다. 영국이나 대한민국이나 어쩌면 그렇게 성폭력 양상이 똑같을까 생각해보면 섬찟하기까지 하다. 저자 베이츠는 지난 2012년 여성들이 자신이 겪은 성차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일상 속 성차별 프로젝트’라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50명 정도가 사연을 올릴까 예상했지만,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10만 개가 되며 화제의 중심에 올랐고, 오늘날에는 20만 명이 넘는 여성들이 목소리를 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로라 베이츠는 선두에서 여성의 권리를 위해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 영국 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계 각지에서 쏟아져 들어온 온갖 불평등 이야기들, 성차별적인 농담, 길거리에서 일어나는 성희롱, 직장 내 차별, 성추행 등의 사건이 이 책에서 말하는 각자의 ‘목록’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일상화된 불평등의 원인을 사회의 제도적·구조적 시스템에서 찾고자 한다. 그 누구보다 평등을 지향해야 할 교육, 경찰, 사법, 정치, 언론이 어떤 식으로 여자들에게 수치심을 주고 그들의 입을 막고 좌절하게 하는지를 엄격한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이에 따라 이 책 『목록』은 여자로 살아가며 평생에 걸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의 기록인 동시에 더 이상 그것이 개인의 일상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고 외치는 '선언'이다.

이 책에서 저자의 주장은 명확하다. 여자가 입고 있던 옷도, 몇 시에 어디를 갔는지도,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은 차별을 정당화하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많은 경우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계급 차별, 장애인 차별, 트랜스젠더 혐오, 무슬림 혐오 등의 편견과 얽혀 있기도 하다. 특히 사회적 편견이라는 점에서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관습과 사회 제도로 성차별과 성폭력을 너무나 관대하게 바라본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또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우리 사회는 모두에게 평등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는가?라는 묵직한 성찰을 제안한다. 이미 우리나라 한 여성 국회의원도 “시스템을 바꿀 이유와 힘은 이미 우리에게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연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이 책을 집어 들어야 하는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 거의 매일 여성들은 남성들에 의해 살해당한다. 하지만 대개 우리는 그 여자들의 이름조차 모른다. 언론에 머리기사라도 한 줄 실리는 경우는 극소수이고,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사회는 이를 ‘극히 드문’, ‘물 흐리는 미꾸라지가 저지른’, ‘비극적인’ 일로 치부하고 사건들의 상호 연결성을 보지 못하게 함으로써 시스템 차원의 해결책을 논외로 만들어버린다. 그리하여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사건의 원인과 예방과 해결책은 또다시 여자의 몫이 된다.

가부장제의 억압을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하고 여자를 비난하는 일은 안전하고 쉽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여자들이라면 시스템을 바꿀 필요도, 누군가가 책임 질 필요도, 제도를 개혁하고 구조적 문제를 뿌리 뽑을 필요도 없다. 그 결과 여자들은 괴롭힘, 폭행, 강간, 살해에서 벗어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영국에서 세라 에버라드라는 여성이 실종된 후, 경찰은 집집마다 방문해서 절대 여성 혼자 외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들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여자들이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자들의 집을 방문해서 범인을 밝혀낼 때까지 외출하지 말라고 경고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통계적으로 범인은 남성일 확률이 압도적이다.)

이 책에는 여자들이 자신의 일상을 지키기 위한 긴 대처법 목록이 실려 있다.(p.106~108) ① 길을 걷다가 남자 무리가 있으면 반대편으로 가기 ② 혼자 살지 않는 척하려고 남자 목소리 녹음해두기 ③ 여자친구들과 헤어진 후에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문자 보내기 ④ 술집에서 손으로 술잔 위를 덮고 누가 내 술에 약을 타지 않는지 매의 눈으로 감시하기 ⑤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벽에 서 있기 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나온다. 독자는 이런 일들이 21세기 선진국 수백만~수천만 명이 모여 사는 대도시에서 해야할 여자들의 일이라고 믿기 어렵다. 여자들은 자신의 무의식적인 습관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에게는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라는 점이, 여자들이 이렇게 불편하게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여러 권의 페미니즘 책을 쓴 로라 베이츠는 자신의 어렸을 적 경험과 사회적 관습이 얼마나 성차별이 보편화되었는지, 여성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규정지으려 하는지를 이 책에서 강조한다. 또 이 관습과 인식들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을 사례를 들어 지적한다.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책에 쓰인 것도 열거하는것만으로도 벅찰 지경이다. 그러나 이런 사례들은 개인적인 '목록'이 되고, 이는 성차별 금지 인식과 성인식, 성감수성을 높이고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올 가장 좋은 요소가 된다는 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밑바탕이 된다. 저자 베이츠는 페미니스트 활동가, 작가, 강연자. 방송에서 남자 패널과 피 튀기며 토론하고, 여성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 열심히 뛰었다고 한다. 자신도 역시 성차별을 겪은 순간은 있었다고 담담하게 털어놓기도 한다. 정확하게는 ‘있었다’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목록이 자신이 살아온 동안 내내 뒤따랐다고 주장한다.

그러다 비슷한 사건들을 연속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점과 점을 연결했다. 이로써 ’단편적 경험 사례들이 모여 목소리에 힘을 실을 만큼 강력한 자료가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비로소 이 사건들이 우연히 벌어진 독립사건이 아니라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그간 일상에서 흔하게 겪었지만 무시하려 애썼던 목록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의 삶이 공포, 학대, 괴롭힘, 차별로 얼룩지는 것이 정당한 걸까? 그래서 여자들에게 목록에 대해 물어보았다. 대부분은 그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아무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평범한 일상이니까요.” 자포자기하거나 그냥 일상으로 인식하고 살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정확하고 또렷한 목소리를 낸다.

"우리가 제일 먼저 취해야 할 가장 작고 간단하고 시급한 저항의 행동은 목록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앉아서 생각하고 써라. 스스로 느껴라. 행인들의 무관심 혹은 당신이 사랑하고 믿는 사람들의 일축으로 인해 잊고 잃어버리고 도둑맞은 순간들이 더욱더 많이 있음을 깨닫고 분노해라. 그 순간을 되찾아라. 각각의 경험이 더 큰 이야기의 일부임을 깨달아라."(p.28)

 


 

이처럼 주장하는 저자 역시 자신의 어렸을 때부터 마흔아홉 살까지 자신에게 가해진 이야깃거리가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정도라고 말한다. 자신의 이야기는 많은 여자들이 용감하게 공개한 것 같은 끔찍한 성폭력은 아니고 그저 평생 남자들에게 괴롭힘당한 이야기일 뿐이지만 이런 일들은 그렇게 인식하는 순간부터 묻히기 시작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자신보다 "어린 여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부터 하고 싶다"고 말을 꺼낸다. 자신이 모든 것을 말없이 참아서, 대부분 신고하지 않아서, 나에게 일어난 일을 소리 내어 외치지 않아서 사회 시스템이 이 지경이 된 데 일조했다는 방관자로서 후회를 내비친다. 침묵을 지킨 탓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지 못했다고 자신을 성찰하고 앞으로는 참지 않고 철저하게 기록하며 매일 목록을 작성하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변화된 내일을 위해서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다. 더 이상 그런 일이 일상이어서는 안 된다고,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제는 알게 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야기들이 모일수록 다양한 억압의 형태 간에 겹치는 부분, 즉 ‘교차성’이 명백해진다. 여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사과하는 듯한, 의구심 가득한 말투를 사용했다. 여자들은 스스로를 믿지 않도록, 목록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도록 체계적으로 훈련받아 왔다. 이것이 바로 아주 오랫동안 가부장으로 대표되는 권력을 가진 이들이 사회 시스템을 통해 구축해놓은 억압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이 책은 장(章)의 구분 없이 10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목록을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서인가 싶다. 책의 소제목은 그 장의 성격을 나타내는 제목만으로도 구별이 되기에 굳이 장의 순서를 구분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10개의 핵심 단어와 문구로 구분되어 있다. 「목록」, 「시초」, 「가부장제? 무슨 가부장제?」, 「'독립 사건'」,「미꾸라지」, 「피해자를 심판대에 올리기」, 「정치와 특권」, 「대중매체의 여성혐오」, 「점과 점 연결하기」, 「여자가 아니라 시스템을 고쳐라」 등이다.

 


 

"우리가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시급한 저항의 행동은 우선 목록을 만드는 것이다. 차별은 없다고 말하는 누군가의 세계를 부수기 위해서, 연대하고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목록이 필요하다. 그러니 당신의 목록을 만들어라. 그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당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목록을."

 

저자 : 로라 베이츠(Laura Bates)

 

영국의 페미니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여자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차별 사례를 들어보자는 취지로 2012년 ‘일상 속 성차별 프로젝트 Everyday Sexism Project’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2015년 전 세계 각지에서 도착한 사연은 10만 건에 이르렀고, 현재 20만 명이 넘는 여성들이 목소리를 냈다. 이 작업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케임브리지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며 정기적으로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에 글을 썼다. 일상 속 성차별 프로젝트를 통해 모은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첫 책 《일상 속의 성차별》을 비롯해 여러 권의 페미니즘 책을 썼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영국 언론상을 수상했다. 〈코스모폴리탄〉, 〈레드〉, 〈선데이 타임스〉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되었으며, BBC에서 다양한 분야의 여성 개혁가를 뽑는 ‘우먼스 아워 파워 리스트 2014’ 10인에 선정되었다. 젠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엔과 긴밀히 협력하는 등 다방면으로 힘쓰고 있다.

 

역자 : 황가한

 

서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 언론정보학을 복수전공 한 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했으며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번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 『보라색 히비스커스』(2019 올해의 청소년 교양 도서), 『아메리카나』, 『제로 K』,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2018 세종도서 교양 부문), 『엄마는 페미니스트』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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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양장) - 무소유 삶을 살다 가신 성철·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메시지
김세중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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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무소유』는 성철 스님의 열반 30주년을 기리는 뜻으로 펴냈다. 특히 성철 스님은 평소 삶 자체가 무소유의 삶이었다고 인구에 자주 회자됐다. 그의 무소유의 삶의 일화가 담긴 책과 『무소유』 책을 써서 우리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법정 스님의 이야기가 절반씩 실려 있다. 특히 표지 사진은 두 스님이 함께 찍힌 일이 별로 없지만 언론에 이름이나 얼굴을 알리기를 별로 반기지 않았던 성철 스님 조계정 종정에 오르고서도 취임 법회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종정수락법어만 남겼다는 것. 당시 종정 취임식을 취재하던 중앙일보 장남원 기자가 표지 사진을 찍은 주인공인데 새 종정이 취임식장에 나오지 않고 해인사에 머무른다는 말을 듣고서 다른 기자들과 함께 성철 스님을 만나러 갔다. 신임 종정은 '3,000배를 해야 만난다'는 엉뚱한 제의를 했다. 대통령도, 재벌도 3,000배를 하지 못하면 만나지 못한다고 하니 사진을 찍어야 하는 기자로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장남원 기자에 따르면 몇몇 기자가 도전에 나섰지만 500배를 넘기지 못하고 대부분은 되돌아갔고, 유일하게 자신만 끝까지 도전했다. 신입 기자로서 사진을 갖고 돌아가야 할 막중한 책임감 때문이다. 1,500배를 넘겼을 무렵 성철 스님이 직접 찾아와 그만해도 된다고, 사진을 찍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비로소 이 사진을 찍어 남겼다.

특히 성철(1912년 생, 1935년 출가) 스님과 법정(1932년 생, 1954년 출가) 스님은 속세의 나이로 치자면 20년 차이가 난다. 불문으로 출가한 것도 마찬가지로 20년의 차이가 있다. 표지 사진은 절묘한 타이밍에 두 분이 함께 해인사에 계실 때 종정 사진을 필요한 언론사 기자 시절에 찍은 것으로, 이 사진은 성철 스님의 최초 사진이라고 장남원 작가는 밝혔다. 당시 작가가 사진 기자 시절 성철 스님의 사진을 독점적으로 찍게 된 에피소드는 책 마지막 〈에필로그〉에 소개되어 있다. 표지사진을 찍은 장남원 작가는 얼마 전 인기 드라마 〈우영우〉에 나오는 고래의 사진작가로 화제를 모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가 3,000배를 하고 성철 스님을 만나러 간 자리에 스님과 중생들과의 사이에 다리가 되어 주시겠다고 오신 법정 스님이 계셨다고 털어놓는다. "두 분 스님의 사진을 먼저 찍고 나가서 성철 스님의 사진을 따로 찍었다."(p.301)

 

 

이 책은 성철 스님의 열반 30주년을 기리며 두 분 스님의 삶에 녹아있는 무소유의 정신과 철학을 정리한 책으로, 저자 김세중의 『무소유』 출간 30만 부 돌파를 기념하기 위해 『무소유 향기』를 합본하여 고급 양장본으로 새로 편집하여 펴냈다고 출판사 측은 밝혔다. 저자는 합본 출간 소감을 "무소유의 화두를 던지시고 실제 그러한 삶을 살면서 불교계를 떠나 모든 이들에게 끊임없이 가르침을 주신 이 시대의 스승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 우리도 이분들의 삶의 철학인 무소유의 삶을 좇아서 정신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맑고 향기로운 인생의 행복을 찾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고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의미를 해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성철 스님은 모든 중생에게는 불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생은 사람만이 아니라 돌멩이, 꽃, 강아지, 구름, 바다, 별 등 지상과 하늘과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뜻한다. 나뭇잎 하나에서 우주를 발견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지상에 만물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 것이고, 그러한 사람은 이 세상 그 어떤 것이든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기에 이 세상에 분란이란 없을 것이라고 성철 스님은 우리에게 전했다.

또 법정 스님은 말의 의미가 잘 여물 수 있도록 자신을 고독하게 비워 내야 한다고 깨우쳤다. 스님은 자신의 종교에서까지 자유로워져 어느 하나에도 얽매이지 않고 텅 비워 냈을 때 진리를 구할 수 있으며 그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을 순수하게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고 법어를 대중들에게 깨닫게 했다.

 


 

저자 김세중은 두 스님의 가르침과 법어, 생전의 삶의 실천을 통해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 많은 내용을 독자들에게 누구보다 잘 전달해주는 역할에 충실한 분이라고 한다. 오래 섬기고 가르침을 받으며, 두 분의 가르침의 의미를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이해하기 쉽게 전해온 분이다. 특히 저자는 광주 MBC 퇴직 후 대학 강단에서 인문학을 강의하고, 인문학 저서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꾸준한 가르침을 전달하고 있다.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과의 특별한 인연도 있겠지만 부처의 가르침을 오랜 수행과 승려로서의 삶을 직접 실천하신 분들이기에 더욱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성찰과 불교에서의 배움을 독자들에게 잘 전달해 왔다. 그의 불교에 대한 사유가 유난히 깊은 것은 두 분에 대한 존경심에서 시작됐겠지만 두 분의 삶 자체가 조금도 빈틈 없이 깨달음을 대중들에게 전달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2부 1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무소유〉, 2부 〈무소유의 향기〉이고, 1부에 1장 「무소유의 행복」, 2장 「인생의 아름다움」, 3장 「색즉시공의 진리」, 4장 「사회의 구원을 위하여」, 5장 「만남은 시간으로 깊어집니다」에 이어 2부 6장 「지혜가 고요에 깃들었음을 기뻐하십시오」, 7장 「하나로 연결된 우리입니다」, 8장 「삼독(三毒)을 버리면 평화가 있습니다」, 9장 「행복은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10장 「해탈의 길」 등 두 분 스님의 가르침과 법어, 법문, 생활, 에피소드 등 모든 것을 저자가 해석(해석이 어려운 것은 주석)했다. 그의 불교에 대한 사유와 함께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겼다.

저자는 이 책 두 분 삶과 가르침과 오랜 사색 끝에 '비움'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을 덧붙이기도 했다. "비움은 어쩌면 삶의 틈새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공고한 삶의 형태를 지탱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한구석 빈틈없이 꽉 막혀 채우기만 한다면 그 삶의 형태는 지속적이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삶의 틈새로부터 얻고 비우며 정화된다. 가을이 되어 맛있게 익은 감나무의 감 몇 개를 까치 몫으로 남겨 두던 우리 옛 선조들의 마음도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 주는 삶의 여유였을 것이다."

 


 

두 분 스님의 삶에서 진하게 우러나온 지혜와 무소유는 그래서 우리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온다. 특히 현대를 사는 우리는 디지털 시대로 엄청난 속도 경쟁의 세상에 살고 있으며 머릿속은 더 복잡해지고 끝없는 정보 지식으로 가득 차 있다. 이 혼탁한 세상은 스스로를 맑게 정화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움'과 '무소유'는 우리들에게 언제나 화두다. 복잡하고 빠를수록 우리 머릿속은 스트레스가 가득 차기 때문이다. 두 스님의 진리가 담겨 있는 이 책이 이 혼탁한 세상을 비집고 빠져나갈 수 있는 틈새이자 지름길이 되길 바란다는 저자의 바람대로 이 책은 두 분 스님의 가르침에 향기로운 해석으로 우리의 영혼과 정신을 맑고 순수하게 되돌아가는 데 큰 힘을 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책에 따르면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富)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는 말이다. 성철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이란 물질에 탐닉하면 양심이 흐려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종교든지, 물질보다 정신을 높이 여깁니다. 부처님의 경우를 보더라도 호사스러운 왕궁을 버리고 다 해진 옷에 맨발로 바리때 하나 들고 여기저기 빌어먹으면서 수도하고 교화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교화의 길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철저한 무소유의 삶에서 때 묻지 않은 정신이 살아난 것입니다."

법정 스님 역시 한평생 자신에게 엄격하고, 검소하게 살기를 원했습니다. 모든 것을 버림으로써 소유와 관계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 하셨던 스님의 유언장에는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리석은 탓으로 제가 저지른 허물은 앞으로도 계속 참회하겠습니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롭게’ 재단에 주어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토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성불하십시오."

 


 

법정 스님은 상좌에게 "인연이 있어 신뢰와 믿음으로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한다. 괴팍한 나의 성품으로 남긴 상처들은 마지막 여행길에 모두 거두어 가려 하니 무심한 강물에 흘려보내 주면 고맙겠다. 내가 떠나는 경우 내 이름으로 번거롭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을 행하지 말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며,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 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茶毘)하여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이렇게 법정 스님은 유언에서까지 우리에게 무소유의 가르침을 주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스님이 젊었을 때는 유신 치하였는데 민주수호국민협의회와 함께 유신철폐 개헌서명운동에 참여했다가, 어느 날 송광사 불일암으로 내려가 수도에만 전념했다고 전한다. 스님은 훗날 송광사 불일암으로 들어간 이유를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박해를 받다 보니 증오심이 생겨요. 순수한 마음에서 이탈하는 게 괴롭고···. 본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산으로 들어갔다.”는 말도 전한다. 이렇게 법정 스님은 마음까지도 불순한 것이 들어오는 것을 경계했다고 풀어주고 있다. 법정 스님은 진리를 구하는 방식 그대로 생전에 종교를 초월하여 많은 분과 교우했다. 이해인 수녀는 세상을 떠나신 스님의 영면을 기원하면서 이렇게 추모의 글을 썼다.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신 스님의 설법과 글들로

수많은 중생이 위로받으며

기쁨과 평화를 누리고 행복해하였습니다.

법정 스님! 스님을 못 잊고 그리워하는 이들의 가슴속에

자비의 하얀 연꽃으로 피어나시고

부처님의 미소를 닮은 둥근달로 떠오르십시오."

 


 

우리는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몇몇 성인들이 알려주고 간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석가, 예수, 마호메트를 이야기한다. 이들은 종교는 달랐지만 하나같이 진정한 삶은 물질적 이득에 있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성인은 신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의 말씀을 말로 따라 하기는 쉬워도 몸으로 실천하기는 힘들다고 일반 대중들은 생각한다. "그래, 신과 보통 사람은 다른 거야"하고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 법정 스님이 입적하시면서 새롭게 무소유에 대한 화두가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비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렇게 말하는 이들은 많았지만 정작 실천으로 보여준 이들이 없었는데, 법정 스님이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실상 법정 스님보다 더 가난하게 사셨으며 보다 앞서 무소유를 실천한 스님은 성철 스님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저자에 따르면 성철 스님은 우리 곁에서 성인처럼 살다 갔다. 스님은 평생을 고무신과 수백 번 꿰맨 두루마기 한 벌로 살다 갔다. 스님은 일체의 물욕을 부정하고 참선 수행을 했고, 불교에 속하면서도 불교의 교리만 고집하지 않고 오히려 타 종교와의 대화에도 힘썼다. 자기만 옳다는 독선과 아집을 부정한 것이다. 이와 함께 현대의 물질 중심주의를 질타했다. 참된 삶은 오히려 가난을 벗 삼는 정신에 있는 것이지, 맛나고 빛난 옷을 입으며 으리으리한 저택에 사는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을 강조했다.

성철 스님이 남긴 수많은 말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성철 스님 자신이 몸소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스님은 자기 자신을 위해 절을 하지 말고 남을 위해 3,000배 절을 하라고 했다. 스님은 가난을 평생의 벗으로 삼아 이 세상의 빛이 된 것이다. 스님은 평소 자신을 찾지 말라 했고, 대통령이 찾아와도 만나지 않았다는 점은 앞서 언급한 대로다. 어찌 보면 사람들하고는 별 인연이 없는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님이 입적하던 날 전국 방방곡곡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성철 스님에 대한 지극한 존경심을 보여주었다. 평생을 무소유로 일관한 스님의 정신에 모든 사람들이 진심으로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 것이다.

 


 

무소유의 화두를 던지고 몸소 실천한 두 분 스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이 한 권의 책이 두 분 스님의 무소유 정신이 널리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저자는 기대하고 있다. 여기, 고무신 한 켤레와 두루마기 한 벌이 놓여 있다. 이제 우리 차례이다. ‘무소유의 삶’ 말이다. 저자의 말이 무겁게, 그러나 진실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무소유의 가르침이 우리에게 이로움을 준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법정 스님이 말씀하시길 행복의 조건은 우리의 주변에 늘 있다 하셨습니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보게 된 작은 풀잎에도, 엄마 등에서 방긋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의 얼굴에도 우리의 행복이 깃들여져 있다고 법정 스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언젠가 법정 스님이 미술관을 가시게 되었는데, 200여 호가 넘게 전시된 작품들 모두 거대하여 작은 소품을 만나기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 일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거대주의에 빠져 있다는 것을 느끼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법정 스님은 거대한 것에 뒤지지 않게 작은 것 또한 아름답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꾸 큰 것만을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주변에 무수히 널려 있는 소소한 행복에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p.269)

 

저자 : 김세중

 

조선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하였다. 광주MBC 퇴직 후 중국으로 건너가 협서중의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이수하였다. 귀국하여 사단법인 한국평생교육 기구에서 연수부장과 한국청소년진흥원 이사를 거쳐 한국청소년신문 기획실장 및 총괄본부장을 역임하고 전남대, 관동대, 경기대, 국민대 등에 출강하기도 했다. 『독서와 논술』 『교양의 즐거움』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 『긍정의 삶』 『달라이 라마 지혜의 모든 것』 『지혜의 칼』 『무소유』 『고전 카페』 등 여러 권의 인문 서적 및 고전을 통한 자기 계발서 등을 기획하고 집필하였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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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E 살겠다 - 난치성 눈 질환, 이젠 한방으로 치료해요
하미경 지음 / 마루그래픽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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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란 말은 예부터 속담으로 전해 내려온 말이다. 사람에게 눈이 중요한 이유를 굳이 의학을 동원해 표현하지 않아도 누구든지 다 아는 사실이다. 눈은 '보는' 역할을 하는, 인간 신체 중 가장 중요하고 첫 번째 정보 인지 기능을 담당한다. '보다'라는 것은 단순히 사물의 존재를 확인하는 행위을 말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보다'는 세계의 어떤 언어에서도 사용되지만 의미는 다중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저자 하미경은 '보다'에는 인간과 세계, 나아가 우주에 대한 이해가 깔렸다고 말한다. "우리 조만간 보자"라는 말에서처럼, 어떤 대상을 보는 것은 만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한 번도 보지(만나지) 않은 대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보다'라는 것은 '알다(이해하다, 깨닫다)'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초등학교만 다녀도 아는, 영어 문장 "I know"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쓰는 표현이지만, "I see"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쓴다.

한의사인 저자는 '본다'라는 것은 의료 행위와도 연관이 깊다고 말한다. 환자를 보고(만남),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고(문진), 환자의 몸 상태를 봄(진찰)으로써 그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 눈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눈이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진단지표'라는 점이다. "眼爲臟腑之精(눈에는 오장육부의 정기가 드러난다)" 말을 소개한다. 이 말은 『동의보감』에 나온 말로서 "눈에는 오장육부의 정기가 드러난다"라는 뜻이라고 밝힌다. 예전 우리 한의학에서는 눈의 상태를 보고 의사가 환자의 신체 어느 부위가 아픈지 알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것이 눈에 드러난다는 뜻이다. 『동의보감』에서 눈과 관련된 내용은 〈외형편〉의 「안문(眼門」에 속하는데, 위 인용구절은 「안문」 첫머리에 등장한다는 것. 즉 눈을 보면 오장은 물론 몸 전반의 건강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는 설명이라고 전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오장육부의 정기가 모두 눈으로 올라가 눈을 이루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각급 학교에서는 양의학을 기준으로 질병과 치료를 가르치고 배운다. 대학 이전에는 응급 상황에 대한 치료를 가르친다. 이때도 예전의 우리 한의학이 끼어들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 질병과 치료는 대부분 서양 의학을 기준으로 짜여 있다. 한의학을 공부하려면 한의과대학에 들어가서 배우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 제약회사의 약들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양의학에서 사용하는 치료제를 개발 판매한다. 수입의약품 역시 모두 서양의학을 기준으로 한다. 그래도 다행히 사회에서 잘 알아주지도 않는 한의사를 꿈꾸는 사람은 많은 듯하다. 한의과대학과 한의학 관련 공부하는 학과가 대학에서 적지 않게 설치되어 있는 것 같다. 한의학은 서양의학과 치료 체계가 다르다.

우리 한의학(韓醫學)은 중국의 한의학(漢醫學)과 또 다르며 우리 한의학에서는 조선 중기 허준의 『동의보감』과 조선 후기 이제마가 창시한 의학이론인 〈四象醫學〉을 잇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같은 질환도 환자의 신체가 사상-태양(太陽)·태음(太陰)·소양(少陽)·소음(少陰)-으로 분류되어 체질에 따라 처방도 달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시대 때는 한글보다는 한자를 사용했고, 책의 저자나 의사들도 모두 한자로 처방을 내리는 등 한자 전용으로 일반 국민들은 이해하지도 잘 알지도 못한 채 의사의 처분에 따른 때문에 일반 국민들과의 신분적 격차를 두고 있어 일반 국민들과는 유리될 수밖에 없었다. 대체로 중인들로 이루어진 한의사도 양반 계급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임금의 건강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어의(御醫)가 아니고서는 신분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조선시대에는 사회의 신분제도에 갇혀 일반 국민과 중인계급의 의사의 소통도, 또 의사들과 양반들의 소통도 원활하지 못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의학은 멀어진 것 아닌가 싶다.

 


 

이 책 『EYE 살겠다』는 한의학에서의 눈 질환과 치료에 중점을 둔 한의학 치료서다. 저자 하미경은 한의사로서 전작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요』의 출간 후 독자들로부터 치료에 큰 도움이 됐고 귀에 관한 질환에 대한 의학 상식을 꽤 높일 수 있다는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저자는 현직 한의사로서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바쁜 시간을 쪼개고 눈 질환 관련 한의학서를 펴내는 데 힘을 돋우워 준 독자들에게 감사도 전할 겸 책을 내게 되었다고 〈프롤로그〉를 통해 밝히고 있다. 전작을 읽어보지 못한 독자로서는 이 책이 눈 질환에 대한 한의학 치료라는 점을 알고 몹시 낯설었지만 옛날 우리 조상들도 눈 질환이 없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치료받았나도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이 일었다. 사실 눈이 나빠지거나 안질환에 걸렸을 때 당연히 서양 의학의 '안과'를 찾았기에 말이다. 또 안과의 중요성은 한의학보다도 일찍 인식한 게 아닐까 생각도 든다. 안과를 따로 진료과목을 둔 것은 중요성이 인식됐기에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물론 일반 독자로서는 어떻게 안과 의사와 일반 다른 과 의사들이 구분되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사실 눈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눈의 기능 중 하나인 시력에만 신경을 쓰지 각종 안과 질환에 대해서는 막상 닥쳐야 겨우 안과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주로 지금의 노년이 되어서야 발병하는 경우가 많은 백내장, 녹내장 등이 안과의 주 치료 질환이었다.

이 책은 한의사가 썼지만 서양 의학에 대한 지식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책을 읽으며 서양 의학이 언급될 때 가끔씩 설명하는 경우 서양 의학과 한의학의 다른 점을 매우 자세하고 상세하다. 독자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한의과대학에서도 서양 의학의 일부를 받아들인다고 하던데 서양 의학을 필요할 경우 공부하는 것 아닌가 싶다. 저자의 설명이 구체적이고 양의사가 지적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고 비교 분석할 때도 서양의학의 좋은 점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2장(章) 「눈 질환에 대한 한의학적 관점과 진단」 첫 항목에서 '서양의학은 눈 질환을 어떻게 다룰까?'를 살펴보면 서양의학에 대한 상식 이상의 지식을 배우고 연구한 것이 드러난다.

 

 

이 책은 독자가 안과 질환을 한의원에서 치료한다고 해서 치료법이 궁금했기 때문이지만 사실 호기심 측면이 강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한의원에서 눈을 치료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기에 호기심이 먼저 발동한 것이다. 이 책은 독자의 호기심과 치료법이 궁금한 독자들이 많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책을 집필한 것으로 독자는 판단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내용뿐만 아니라 4장으로 이루어진 내용 전반에서 눈 치료에서 서양 의학과의 비교 분석을 시도하고 있고, 우수성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진단법도 다르고, 따라서 치료법도 다르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서양 의학은 진단명에 따라 치료가 시작된다. 서양의학이 '병명'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질병을 철저하게 해부학적 관점에서 대하기 때문이다. 서양의학은 눈 질환을 어디까지나 '눈'만의 문제로 본다. 다른 장기나 조직과의 연계성을 접어두고, '눈'만 파고드는 것이다. 녹내장의 진단이 나오면, 즉각 안압을 낮추기 위한 조치들을 취한다. 이렇게 서양의학에서 내리는 처방은 당장의 증상들을 가라읹히는 데는 효과적이다.

그러나 안압이 높아졌다면, 혹은 높지 않은 안압에도 시신경이 손상됐다면 그런 사태를 야기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시신경이 약해서일수도 있고, 눈 속에서 어떤 균형이 깨짐으로써 안압의 상승이라는 결과가 나타났을 수도 있다. 혹은 신체의 특정 부위의 불균형으로 인해 눈까지 악영향이 미쳤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그에 대한 치료는 눈과 몸의 깨진 균형의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렇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그에 맞춰 치료를 하는 것은, 질병을 전인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가능한 것이다. 녹내장의 경우 최근 젊은 층을 비롯하여 많이 증가된 원인으로 근거리 작업 시간 증가, 만성 스트레스, 경추 부위 긴장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까지 고려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한의학이다. 위와 같은 경우는 임상적으로 대개 간기울결(肝氣鬱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에 눈 자체의 순환 장애에 초점을 두고 이런 정체된 상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행기(行氣) 행수(行水) 등과 같은 한의학적 방법으로 신체 전반을 보고 치료한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모두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눈의 구조와 시력」, 2장 「눈 질환에 대한 한의학적 관점과 진단」, 3장 「눈 질환별 증상과 원인, 치료법과 사례」, 4장 〈‘빛과소리 하성한의원’의 구체적인 치료법〉 등이다. 특히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차이점은 물론 치료법도 다른 점을 각장에서 비교하며 각 의학의 장단점을 말하고 있지만 대체로 앞서 언급한 '해부학적 관점'과 '전인적 관찰'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2장 '한의학에서는 눈을 어떻게 보고 고칠까"에서는 눈 건강은 한의학에서 '간(肝)'과 '신(腎)'에 달려 있다고 본다. 여기서 '신'은 '콩팥'에 해당한다. 한의학에서 눈 질환은 전신질환의 일종으로 본다고 저자는 밝힌다. 오장육부의 정기와 모든 경락에 비토(脾土)를 거쳐 눈으로 올라가므로, 눈은 신체의 각 장부와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본다. 눈은 오장육부 중에서도 특히 '간'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눈은 간의 구멍'이라고 했다. 간장의 건강상태가 눈에 바로 드러나며, 그 기능이 눈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간장이 기능이 활발한면 눈에 정기가 감돌아, 눈이 밝아지고 반짝반짝 빛이 난다. 반대로 간장의 기능이 쇠약해지면, 눈이 침침해지고 눈빛이 흐려지고 어지럼증이 생긴다. 또한 한의학에서는 간과 신은 근원이 같은 장기로 본다. 즉, 간장의 기능과 신장의 기능은 서로 연결돼 있어서, 눈 건강을 살필 때는 간장의 기능은 물론 신장의 기능 또한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의학에서는 간장과 신장 그리고 심장에 생긴 '화(火)'로 말미암아 발생한다고 전하고 있다. 『동의보감』 〈외형편〉 「안문」에는 "眼病無寒(눈병에는 한증이 없다)", "眼無火不病(눈병은 화 없이 생긱지 않는다)"고 기술돼 있다. 오장육부에서 생겨 위로 올라간 화(火), 즉 열(熱)은 눈을 건조하게 만든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충혈(充血)이나 안구건조증을 유발한다. 심한 경우 안압이 상승해, 녹내장 등 심각한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눈 질환이 허증(虛證)이라는 진단은 어떻게 나왔을까? 오장육부에 열이 나는 원인으로는 우선 풍열(風熱)과 스트레스가 있는데, 이 중 스트레스는 심장을 약화시키는 '심허(心虛)'를 유발한다. 또하 간의 혈 부족인 혈허(血虛)와, 신장의 기능 약화인 신허(腎虛) 또한 오장육부에 열을 일으킨다. 따라서 눈 질환은 열증이며, 또 그 열을 일으키는 것은 허증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것이다.

 


 

이 책은 3장에서 한의학에서 치료하는 눈 질환의 종류를 열거하고, 치료방법을 실었다. 이에 따르면 한의학에서도 눈 질환을 자세하게 분류에 치료함을 알 수 있다. 또 3장에서는 직접 치료 사례를 함께 게재함으로써 한의학의 눈 치료를 소개하고 저자가 한의사로서 연구하고 경험한 많은 환자들에게 치료를 주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빛을 잃어가는 많은 환자들에게 빛을 주는 그야말로 밝은세상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에 독자돌서 의사들의 질환 치료 노력에 경탄하고 감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독자는 이 책을 추천하는 말 대신 하고 싶다. 양쪽 의학계의 협업이 잘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더 밝은 세상을 갖는 시대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 한의원에서의 치료를 통해 확인한 사실들을 가감없이 담고자 하였고, 난치성 눈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희망의 불꽃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네, 한의원에서는 눈도 진료합니다.”, “한방요법은 난치성 눈 질환의 완치에 훌륭하게 기여합니다.” 저자의 자신감 있는 답변은 눈 질환에 더 없이 크게 노출돼 있는 시대에 큰 진전을 예고하는 느낌이어서 기분까지 밝아진다.

눈은 서양 의학에서도 가장 공학적인 접근이 필요한, 정교하게 분화된 부위이다. 눈은 청진기로 진단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시력 측정에서부터 정밀기계, 즉 서양 과학기술의 산물이 동원되는 것은 서양의학의 진전이자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한방 의학은 오래 전부터 눈에 큰 관심을 갖고 치료법을 수천 년간 연구해 왔다. 현존하는 중국 최고(最古)의 의서 『황제내경』, 그리고 한의학의 교과서 격인 허준의 『동의보감』도 눈 건강의 이치와 눈 질환의 치료법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또 허준이 『동의보감』 집필 시 참고했으며, 일본 의사들이 일부러 조선에 와서 읽고 갔다는 『의방유취』에도 눈 질환 치료가 상세히 기록돼 있다.

 


 

남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히 누리는 권리이지만 눈 질환자에게는 빛을 되찾는, 간절히 원하는 치료가 눈 질환 치료다. 저자는 난치성 눈 질환을 연구하는 한 사람의 한의사로서 그 누군가에게 '제 2의 눈'이 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잠을 줄이고, 식사시간을 단축해서라도 귀와 함께 눈까지 난치질환을 한의학으로 극복해 내고자 연구와 치료를 겸하는 고된 노력하는 한 사람으로 보람을 찾는다고도 한다. 눈 질환 중에서도 저자가 특히 더 관심을 기울였던 부분은 어른들에서는 시력 상실을 예고한 녹내장과 망막 질환이고, 어린이들에서는 시력 저하를 유발하는 고도근시와 약시였다고 경험을 통해 알았다. 환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을 통해 한방치료가 난치성 눈 질환 치료에도 매우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는 사실은 이 시대의 명의로서 존경 받아 마땅하다.

 

"모든 것은 저절로 나빠질 수는 있어도 저절로 좋아지는 법은 없습니다. (···) 전인적인 한방 치료로 되찾은 눈 건강도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다시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 빛을 되찾은 많은 환자들의 입에서 안도와 감탄의 느낌표를 받았습니다. 그 느낌표는 이 일을 계속할 힘으로 작용했습니다. (···) 이제는 느낌표는 마침표로 바꿀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p.269~270)

 

저자 : 하미경

 

빛과소리 하성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학 박사, 경희대학교 前 외래교수. SBS 좋은 아침 [녹내장], KBS 생생정보 [황반변성], 채널A 김현욱의 굿모닝 [황반변성], TV조선 특집 다큐 [눈의 비밀 황반병성], MBC 생방송 좋은 아침 [눈건강, 녹내장]. 난치성 눈, 귀 질환 소아시력 치료 시스템 한방부분 ISO인증, 눈 건강 개선 한약 조성물 및 이를 이용한 제재 특허등록(제10-1652507), 시력 개선 약침 특허(제10-1728946), 눈 건강 개선 약침 엑기스 및 제조법 미국 국제 특허 출원(15/178907). 저서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요』, 『난치성 눈 질환 한방으로 치료한다』, 『한국의 명의 40』(공저), 『한방 베스트 닥터』(공저), 『안경이 싫어하는 깜둘 빡』 등.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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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세계사를 바꾼 전쟁의 신 지도로 읽는다
김정준 지음 / 이다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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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는 말은 누구의 말인지 모르지만 독자는 인용하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인류는 역사 이전부터 전쟁을 벌여왔고, 유사 이래 크고 작은 전쟁이 지구 상에서 그친 날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사실 그들의 주장대로 전쟁은 끊임없이 이어져왔고, 지금도 지구상 어디선가는 전쟁을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전쟁이란 인류 삶의 필연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어떤 사람은 폭발적인 인구 증가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안으로 전쟁이 일어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인간은 누구와 경쟁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생존을 위해서는 다르다. 이 경우 생존을 위한 경쟁은 불가피하다. 때문에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인간 삶의 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전쟁은 나라와 나라간의 갈등을 해소되지 않을 때 벌어지는 것으로 우리는 배웠고, 그런 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왜 전쟁을 하고 있는가? "생존을 위해서"일까? 이념 때문인가?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2년이 다 돼 가는데 왜 전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그들은 왜 지금 전쟁 중인가?

이 질문은 궁금해서가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를 자세하게 분석하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다. 양국은 인접국끼리 그렇듯 예부터 서로 다툼이 있어 왔다고 한다. 과거에는 식량 문제이거나 지배욕에 의해 분쟁이 났다면 지금은 이념과 정치 사상 문제로 벌어진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소간 냉전이 끝나면서 많은 나라들이 민주주의-자본주의와 공산주의-사회주의로 갈라졌다. 이념이 세계를 양분한 것이다. 이른바 '냉전'의 시대다. 그것도 공산주의 체제의 종주국인 구 소련의 붕괴로 적잖은 나라들이 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를 선언하고 서방 측에 가담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이다. 부와 자유에 대한 갈망이 컸던 것이란 명분을 앞세웠다. 이에 일부 구 소련 체제의 나라들은 그대로 공산주의-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맺고 있다. 부와 자유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이고 인간의 기본권에 관한 문제이다. 우크라이나도 새 대통령(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이 몇 년 전 당선되면서 서방의 나토 가입을 서둘렀다. 유럽연합의 일원이 되기를 소망했다.

 


 

지배 당사국이었던 러시아는 당연히 반대하지만 이제 과거 구 소련 체제처럼 일방적 지시는 통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그것을 원한다면 그렇게 가는 것이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히 따라야 할 의무이다. 우크라이나는 비옥하고 넓은 땅으로 곡창지대로 유명했다고 한다. 힘을 잃은 러시아에서도 이를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핵무기를 사용해서라도' 저지하겠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유럽의 여러 나라와 세계의 패권국이 우크라이나의 선택을 지지하는 이상 전쟁이 불가피한 형국으로 사태는 진전됐다. 결국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미사일로 공습하고 지상군을 투입하는 등 전면 침공을 감행하면서 전쟁이 시작됐다.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전쟁의 국면은 교착 상태로 빠진 채 간헐적인 침략과 설욕 공습 등이 이어지고 있다. 마땅한 해결책도 없어 보인다.

러시아로서도 물러갈 수 있는 명분도 없고 현 대통령인 푸틴의 지배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태다. 권력욕이 강한 푸틴의 양보를 받기도 어렵다. 와중에 곡물가는 뛰고 에너지 값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이 전쟁은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의 생존을 위한 것처럼 보이자만 욕망의 갈등도 포함돼 있다고 분석하는 사람이 있다. 원인이 많으면 많을수록 종전은 힘들어진다. 인간의 소유욕과 지배욕 등은 생물체로서 가진 욕망 이상의 욕망이다. '생존과 자유'의 문제로 생각했던 것이 파고들어가면 욕망의 문제였다. 공산주의 체제는 국가의 철저한 통제와 억압으로 유지된다. 권력자들의 이념과 사상이 다르고, 이질적인 문화가 교류하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인류 문명이 발달하지만 전쟁도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이 책 『지도로 읽는다 세계사를 바꾼 전쟁의 신』이 쓰여진 취지와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 한 권이면 세계 역사는 물론 역사를 바꾼 위인들의 업적과 전쟁의 명분, 세계 역사에 미친 영향 등을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저자의 상상력도 가미했다. 역사적 상상력이란 결과에 이르는 동안 두드러지게 기록을 남기지 않은 부분에 대한 작가로서의 상상력을 말하기 때문에 문학적 상상력과는 조금은 다르겠지만 스토리에 윤활유 역할을 할 만큼 기분 좋은 문학적 소재이다.

 

 

저자 김정준은 인류의 역사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교역의 역사였고,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전쟁의 역사였다고 이 책에서 주장한다. 인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전쟁이라는 최후의 수단에 의지하기 때문에 인간과 전쟁은 역사의 영원한 테마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표제어로 '전쟁사'로 쓰지 않고 '전쟁의 신'이라 이름 지은 것도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꾼 주역은 인간(장군)들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시작하는 글〉에서 밝힌다. 그들은 전쟁을 통해 새로운 왕조를 개창하거나, 하나의 문명권을 형성하는 제국을 창업해 역사의 주역으로 남았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즉 전쟁을 일으킨 데는 명분이 있고, 그 명분의 주축에 있는 인물들이 세계사 주역들이다. 세계사의 변곡점에서 인구에 회자하는 전쟁과 전투를 통해 극적인 명승부를 펼쳤다. 이로써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한 주인공들이 인류 역사를 전쟁으로 이끈 주역들이라고 말한다. '주역', '전쟁의 신'이라고 기술하는 것은 아마 전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전쟁은 필연적으로 크고 작은 전투를 수반하게 된다. 역사적인 전투에는 시대를 대표하는 명장들이 수만 또는 수십만 명의 군사를 동원해 개인과 국가의 명운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담겨 있다. 이 책에 소개하는 전쟁과 전투는 역사의 물줄기를 가르고, 한 민족과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결전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23명이다. 유사 이래 큰 전쟁에서 승리를 거머쥐고 시대를 뛰어넘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른바 '전쟁의 신'이다.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세계사를 배우거나 역사에 관한 책을 읽을 때 한 번씩은 이름이라도 들어본 사람들이고, 조금 더 관심 있는 독자라면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잘 알 만한 인물들이다.

 


 

알렉산더, 카이사르, 나폴레옹 등 서양 역사의 주역이고 칭기스칸, 광개토대왕, 오다 노부나가 등 머리에 각인들의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집필의 취지에 따라 인물의 이름을 앞세우고 그들의 업적을 부제로 사용해 찾아보기도 쉽게 구성했다. 책은 3장(章)으로 이뤄져 시대별로 구분했으며 동서양의 구분을 따로 두지 않았다. 인물들이 남긴 업적에는 크고 작음을 비교할 필요가 없는 탓이리라.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거나 개혁한 전쟁의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가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 역사의 변곡점을 만드는 명장과 명전투에 주목한 것은 드라마가 있는 전쟁사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전쟁은 대개 일어난 곳에서 다시 일어나는 법이다. 지도를 통해서 역사를 공부하면 지정학적 맥락에서 세계사를 보는 시각을 기를 수가 있다. 지리, 인물, 사건을 변화무쌍한 시대 상황에 따라 해석해내는 힘이 바로 역사적 통찰력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돋보이는 점은 전쟁 중심의 재미있는 역사책을 만들기 위해 입체적인 시각 자료를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역사의 대전환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컬러 지도와 도해, 도판을 풍부하게 제공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처럼 시공을 염두에 두고 전쟁사를 읽으면 훨씬 재밌고 이해도 빠르다. 이로써 저자는 독자에게 읽는 역사가 아니라 '보는 역사'를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다. 왕조와 국가를 창업하는 제왕과 황제의 활약상은 당시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삼아 각각의 전투와 연결해 지도 위에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면 당연히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장기기억장치에 저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인간의 두뇌의 기억법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덧붙여 각 진영의 명장들이 펼치는 전략과 전술, 신형무기의 등장에 따른 전투 스타일의 변천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복잡다단한 전투 장면에 나오는 전술과 전투 대형의 특징을 단계별 도해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장군, 제왕, 황제 등 개인과 국가의 운명을 새롭게 개척한 전쟁 영웅들의 서사는 언제나 드라마틱하다. 역사 기술은 그들을 중심으로 기록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특히 우리가 흔히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반전의 주인공은 늘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 서술 상 이를 기전체(紀傳體)라고 하는데, 인물의 연대기라고 볼 수 있는 인물 중심의 역사서술방식이다. 군주의 업적을 다룬 기(紀)와 여러 분야에서 유명했던 인물의 전기인 전(傳)을 담고 있어서 기전체라 일컫는다고 학교 다닐 때 배운 바 있다. 군주(왕) 중심적이기에 정사(正史)의 경우 반드시 기전체로 편찬해야 했고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왕조실록〉과 〈삼국사기〉가 대표적이다. 그들이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갈리는 전쟁터를 일생의 무대로 삼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세계사의 주역인 영웅의 일대기와 그들이 치른 역사적인 전투를 중심으로 서술해 드라마가 있는 전쟁사라 할 만하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장 흥미로운 것은 세계사의 뼈대를 이루는 명장과 명전투를 통해 역사의 드라마틱한 현장을 직관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인 유럽 지중해 주변과 중국 황하 중원에서는 오랜 세월에 걸쳐 부족에서 국가로, 국가에서 제국으로 발전해왔다. 유럽에서는 B.C. 6세기경 오리엔트 지역에서 먼저 지역적 통합이 이루어지고, 비로소 B.C. 1세기에 로마 제국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중국에서는 B.C. 8세기경부터 시작한 550년간의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B.C. 221년에 진 제국이 천하를 통일했다는 것이 역사의 기록이다. 이 가운데 이 책의 가장 먼저 나오는 인물은 오리엔트 세계에서 키루스 2세가 페르시아 제국을 통일한 부분이다. 이 이야기는 묘하게도 페르시아 역사가가 아닌 그리스 역사가가 기록으로 남겼다. 뒤이어 알렉산더 대왕이 유럽과 오리엔트, 그리고 아프리카 일부를 연결하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이때 페르시아의 수도는 물론 모든 유적과 유물을 불태워 버렸기 때문에 자신들의 역사가 남지 않았다고 한다.

 


 

유럽 중심의 역사 기술은 로마로부터 시작된다. 세 차례의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의 한니발 부자를 패퇴시킨 로마는 지중해의 패권을 차지했다. 이후 갈리아(프랑스) 지역을 정복한 카이사르가 닦은 제정의 길은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에 의해 완성되었다. 로마의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우리나라 사람도 로마 제국의 번영 이유와 이후 서양 대부분의 국가가 로마 문화권으로 예속되었고, 그들은 그렇게 로마 제국에 흡수되었다. 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엔 서로가 로마의 후예들이라고 자처하고 나선 점을 볼 때 로마의 통치가 잘 이뤄진 것일까? 궁금하긴 하지만 로마가 유럽 대륙의 진정한 지배자란 사실을 인정하는 듯하다. 로마는 사실 그리스 문명을 따라 했다. 자신들이 무력으로 차지한 제국의 영토 안에서는 철저히 로마식으로 변형시켰다. 그러나 원형은 모두 그리스 문명이다. 다만 군사적·정치적 의미만 조금 변형됐다. 제국 건설 당시 로마는 그리스인은 노예라도 최상급으로 두고, 지식이나 여러 기술을 그들로부터 배웠다고 알려지고 있다. 심지어 자녀 교육을 모두 그리스인이었다고도 말하고 있다.(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이 책에 로마 제국의 인물은 두 사람(스키피오, 카이사르)만 다루고 있지만 위인이 없어서이기보다는 연대나 지역의 배분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생각된다. 특히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과 정적을 물리치고 독재자 황제로 군림한 것이 서양인들의 눈으로도 역사적으로 나쁘지 않은 일이라는 인식이 깊게 배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궁금한 독자들은 이 책의 행간을 읽어보면 해답을 얻으리라고 생각된다. 저자 김정준의 노련한 글쓰기가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만큼 로마 제국은 서양인들에게 '강한 나라'의 원형을 보여준 것이란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라야",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등 우리가 자주 듣고 쓰기도 하는 말이 모두 로마 제국의 인상을 심어주기에 적절한 표현으로 기록됐기에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전해진 것으로 짐작한다.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꾸고, 세계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 23명 중 독자에게 조금은 낯선 인물도 한두 명 등장한다. '아틸라'와 '하인츠 구데리안'이다. 전자는 훈족을 이끈 '신의 채찍'으로 불리운 장군으로 유럽과 로마를 짓밟은 인물로 기록되어 있다. 로마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나라나 인물이 없던 시대 그가 보인 전공은 눈부시지만 계승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역사의 한 귀퉁이에서 조용히 숨만 쉬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또 한 사람의 비운의 장군은 2차 세계대전의 독일군 전차부대의 신화를 만들어낸 주역이다. 독자도 이 사람의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 그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전차부대를 이끌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사실 독자는 '독일 전차군단'의 신화는 롬멜의 뛰어난 전공 때문으로 알고 있었다. '사막의 여우'로 불리며, 아프리카 격전지에서 연합군을 궤멸시킬 정도로 강력한 독일 전차군단의 위용을 보여주었던 장군 아닌가. 그러나 이 책에서는 전차의 강력한 힘을 믿고 전차부대를 창설한 이도 구데리안이고 히틀러의 총애를 받은 사람도 구데리안 장군이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기갑전의 선구자'라고 소개한다. 사단급 기갑부대로 프랑스로 연합군을 보냈던 영국군이 덩케르크를 통해 철수해야 했고, 소련 침공 당시 모스크바까지 함락할 기세를 올렸지만 추운 날씨를 걱정해 전차부대의 활약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작전을 오래 끌 수 있는 곳을 피하고 쉽게 밀고 올라갈 길을 택한 작전을 제시했지만 히틀러의 주장대로 했다가 실패를 한 것이 결국은 2차 세계대전의 전세를 바꿔놓은 것이란 사실도 이 책에 적혀 있다. 지금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수도 카이우를 고집한 히틀러의 속내가 무엇인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소련 침공 실패는 결국 독일 패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저자 : 김정준

 

중·고교 학창 시절부터 학과 공부보다는 역사 공부에 더 진심이었다. 다양한 역사책을 읽기 위해 익힌 외국어 덕분에 세계사의 넓고 깊은 바다를 마음껏 항해할 수 있었다. 세계사를 연구하는 동안 이질적인 문화가 서로 교류하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인류 문명이 발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류의 역사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교역의 역사였고,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전쟁의 역사였다.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 역사의 변곡점을 만드는 명장과 명전투에 주목한 것은 드라마가 있는 전쟁사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전투 장면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전술과 병기까지 상세하게 도해로 설명해 놓았다.

전쟁은 대개 일어난 곳에서 다시 일어나는 법이다. 지도를 통해서 역사를 공부하면 지정학적 맥락에서 세계사를 보는 시각을 기를 수 있다. 지리, 인물, 사건을 변화무쌍한 시대 상황에 따라 해석해내는 힘이 바로 역사적 통찰력이다. 오랜 세월 세계사의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겪었던 숱한 경험들이 《지도로 읽는다 세계사를 바꾼 전쟁의 신》이란 책으로 묶여 나왔다. 다시 닻과 돛을 올린 채 만선의 꿈을 안고 먼바다로 나설 것이다. 새 기항지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늘 가슴설레는 일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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