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양장) - 무소유 삶을 살다 가신 성철·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메시지
김세중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 『무소유』는 성철 스님의 열반 30주년을 기리는 뜻으로 펴냈다. 특히 성철 스님은 평소 삶 자체가 무소유의 삶이었다고 인구에 자주 회자됐다. 그의 무소유의 삶의 일화가 담긴 책과 『무소유』 책을 써서 우리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법정 스님의 이야기가 절반씩 실려 있다. 특히 표지 사진은 두 스님이 함께 찍힌 일이 별로 없지만 언론에 이름이나 얼굴을 알리기를 별로 반기지 않았던 성철 스님 조계정 종정에 오르고서도 취임 법회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종정수락법어만 남겼다는 것. 당시 종정 취임식을 취재하던 중앙일보 장남원 기자가 표지 사진을 찍은 주인공인데 새 종정이 취임식장에 나오지 않고 해인사에 머무른다는 말을 듣고서 다른 기자들과 함께 성철 스님을 만나러 갔다. 신임 종정은 '3,000배를 해야 만난다'는 엉뚱한 제의를 했다. 대통령도, 재벌도 3,000배를 하지 못하면 만나지 못한다고 하니 사진을 찍어야 하는 기자로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장남원 기자에 따르면 몇몇 기자가 도전에 나섰지만 500배를 넘기지 못하고 대부분은 되돌아갔고, 유일하게 자신만 끝까지 도전했다. 신입 기자로서 사진을 갖고 돌아가야 할 막중한 책임감 때문이다. 1,500배를 넘겼을 무렵 성철 스님이 직접 찾아와 그만해도 된다고, 사진을 찍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비로소 이 사진을 찍어 남겼다.

특히 성철(1912년 생, 1935년 출가) 스님과 법정(1932년 생, 1954년 출가) 스님은 속세의 나이로 치자면 20년 차이가 난다. 불문으로 출가한 것도 마찬가지로 20년의 차이가 있다. 표지 사진은 절묘한 타이밍에 두 분이 함께 해인사에 계실 때 종정 사진을 필요한 언론사 기자 시절에 찍은 것으로, 이 사진은 성철 스님의 최초 사진이라고 장남원 작가는 밝혔다. 당시 작가가 사진 기자 시절 성철 스님의 사진을 독점적으로 찍게 된 에피소드는 책 마지막 〈에필로그〉에 소개되어 있다. 표지사진을 찍은 장남원 작가는 얼마 전 인기 드라마 〈우영우〉에 나오는 고래의 사진작가로 화제를 모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가 3,000배를 하고 성철 스님을 만나러 간 자리에 스님과 중생들과의 사이에 다리가 되어 주시겠다고 오신 법정 스님이 계셨다고 털어놓는다. "두 분 스님의 사진을 먼저 찍고 나가서 성철 스님의 사진을 따로 찍었다."(p.301)

 

 

이 책은 성철 스님의 열반 30주년을 기리며 두 분 스님의 삶에 녹아있는 무소유의 정신과 철학을 정리한 책으로, 저자 김세중의 『무소유』 출간 30만 부 돌파를 기념하기 위해 『무소유 향기』를 합본하여 고급 양장본으로 새로 편집하여 펴냈다고 출판사 측은 밝혔다. 저자는 합본 출간 소감을 "무소유의 화두를 던지시고 실제 그러한 삶을 살면서 불교계를 떠나 모든 이들에게 끊임없이 가르침을 주신 이 시대의 스승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 우리도 이분들의 삶의 철학인 무소유의 삶을 좇아서 정신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맑고 향기로운 인생의 행복을 찾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고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의미를 해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성철 스님은 모든 중생에게는 불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생은 사람만이 아니라 돌멩이, 꽃, 강아지, 구름, 바다, 별 등 지상과 하늘과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뜻한다. 나뭇잎 하나에서 우주를 발견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지상에 만물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 것이고, 그러한 사람은 이 세상 그 어떤 것이든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기에 이 세상에 분란이란 없을 것이라고 성철 스님은 우리에게 전했다.

또 법정 스님은 말의 의미가 잘 여물 수 있도록 자신을 고독하게 비워 내야 한다고 깨우쳤다. 스님은 자신의 종교에서까지 자유로워져 어느 하나에도 얽매이지 않고 텅 비워 냈을 때 진리를 구할 수 있으며 그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을 순수하게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고 법어를 대중들에게 깨닫게 했다.

 


 

저자 김세중은 두 스님의 가르침과 법어, 생전의 삶의 실천을 통해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 많은 내용을 독자들에게 누구보다 잘 전달해주는 역할에 충실한 분이라고 한다. 오래 섬기고 가르침을 받으며, 두 분의 가르침의 의미를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이해하기 쉽게 전해온 분이다. 특히 저자는 광주 MBC 퇴직 후 대학 강단에서 인문학을 강의하고, 인문학 저서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꾸준한 가르침을 전달하고 있다.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과의 특별한 인연도 있겠지만 부처의 가르침을 오랜 수행과 승려로서의 삶을 직접 실천하신 분들이기에 더욱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성찰과 불교에서의 배움을 독자들에게 잘 전달해 왔다. 그의 불교에 대한 사유가 유난히 깊은 것은 두 분에 대한 존경심에서 시작됐겠지만 두 분의 삶 자체가 조금도 빈틈 없이 깨달음을 대중들에게 전달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2부 1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무소유〉, 2부 〈무소유의 향기〉이고, 1부에 1장 「무소유의 행복」, 2장 「인생의 아름다움」, 3장 「색즉시공의 진리」, 4장 「사회의 구원을 위하여」, 5장 「만남은 시간으로 깊어집니다」에 이어 2부 6장 「지혜가 고요에 깃들었음을 기뻐하십시오」, 7장 「하나로 연결된 우리입니다」, 8장 「삼독(三毒)을 버리면 평화가 있습니다」, 9장 「행복은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10장 「해탈의 길」 등 두 분 스님의 가르침과 법어, 법문, 생활, 에피소드 등 모든 것을 저자가 해석(해석이 어려운 것은 주석)했다. 그의 불교에 대한 사유와 함께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겼다.

저자는 이 책 두 분 삶과 가르침과 오랜 사색 끝에 '비움'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을 덧붙이기도 했다. "비움은 어쩌면 삶의 틈새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공고한 삶의 형태를 지탱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한구석 빈틈없이 꽉 막혀 채우기만 한다면 그 삶의 형태는 지속적이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삶의 틈새로부터 얻고 비우며 정화된다. 가을이 되어 맛있게 익은 감나무의 감 몇 개를 까치 몫으로 남겨 두던 우리 옛 선조들의 마음도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 주는 삶의 여유였을 것이다."

 


 

두 분 스님의 삶에서 진하게 우러나온 지혜와 무소유는 그래서 우리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온다. 특히 현대를 사는 우리는 디지털 시대로 엄청난 속도 경쟁의 세상에 살고 있으며 머릿속은 더 복잡해지고 끝없는 정보 지식으로 가득 차 있다. 이 혼탁한 세상은 스스로를 맑게 정화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움'과 '무소유'는 우리들에게 언제나 화두다. 복잡하고 빠를수록 우리 머릿속은 스트레스가 가득 차기 때문이다. 두 스님의 진리가 담겨 있는 이 책이 이 혼탁한 세상을 비집고 빠져나갈 수 있는 틈새이자 지름길이 되길 바란다는 저자의 바람대로 이 책은 두 분 스님의 가르침에 향기로운 해석으로 우리의 영혼과 정신을 맑고 순수하게 되돌아가는 데 큰 힘을 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책에 따르면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富)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는 말이다. 성철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이란 물질에 탐닉하면 양심이 흐려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종교든지, 물질보다 정신을 높이 여깁니다. 부처님의 경우를 보더라도 호사스러운 왕궁을 버리고 다 해진 옷에 맨발로 바리때 하나 들고 여기저기 빌어먹으면서 수도하고 교화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교화의 길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철저한 무소유의 삶에서 때 묻지 않은 정신이 살아난 것입니다."

법정 스님 역시 한평생 자신에게 엄격하고, 검소하게 살기를 원했습니다. 모든 것을 버림으로써 소유와 관계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 하셨던 스님의 유언장에는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리석은 탓으로 제가 저지른 허물은 앞으로도 계속 참회하겠습니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롭게’ 재단에 주어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토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성불하십시오."

 


 

법정 스님은 상좌에게 "인연이 있어 신뢰와 믿음으로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한다. 괴팍한 나의 성품으로 남긴 상처들은 마지막 여행길에 모두 거두어 가려 하니 무심한 강물에 흘려보내 주면 고맙겠다. 내가 떠나는 경우 내 이름으로 번거롭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을 행하지 말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며,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 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茶毘)하여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이렇게 법정 스님은 유언에서까지 우리에게 무소유의 가르침을 주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스님이 젊었을 때는 유신 치하였는데 민주수호국민협의회와 함께 유신철폐 개헌서명운동에 참여했다가, 어느 날 송광사 불일암으로 내려가 수도에만 전념했다고 전한다. 스님은 훗날 송광사 불일암으로 들어간 이유를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박해를 받다 보니 증오심이 생겨요. 순수한 마음에서 이탈하는 게 괴롭고···. 본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산으로 들어갔다.”는 말도 전한다. 이렇게 법정 스님은 마음까지도 불순한 것이 들어오는 것을 경계했다고 풀어주고 있다. 법정 스님은 진리를 구하는 방식 그대로 생전에 종교를 초월하여 많은 분과 교우했다. 이해인 수녀는 세상을 떠나신 스님의 영면을 기원하면서 이렇게 추모의 글을 썼다.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신 스님의 설법과 글들로

수많은 중생이 위로받으며

기쁨과 평화를 누리고 행복해하였습니다.

법정 스님! 스님을 못 잊고 그리워하는 이들의 가슴속에

자비의 하얀 연꽃으로 피어나시고

부처님의 미소를 닮은 둥근달로 떠오르십시오."

 


 

우리는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몇몇 성인들이 알려주고 간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석가, 예수, 마호메트를 이야기한다. 이들은 종교는 달랐지만 하나같이 진정한 삶은 물질적 이득에 있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성인은 신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의 말씀을 말로 따라 하기는 쉬워도 몸으로 실천하기는 힘들다고 일반 대중들은 생각한다. "그래, 신과 보통 사람은 다른 거야"하고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 법정 스님이 입적하시면서 새롭게 무소유에 대한 화두가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비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렇게 말하는 이들은 많았지만 정작 실천으로 보여준 이들이 없었는데, 법정 스님이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실상 법정 스님보다 더 가난하게 사셨으며 보다 앞서 무소유를 실천한 스님은 성철 스님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저자에 따르면 성철 스님은 우리 곁에서 성인처럼 살다 갔다. 스님은 평생을 고무신과 수백 번 꿰맨 두루마기 한 벌로 살다 갔다. 스님은 일체의 물욕을 부정하고 참선 수행을 했고, 불교에 속하면서도 불교의 교리만 고집하지 않고 오히려 타 종교와의 대화에도 힘썼다. 자기만 옳다는 독선과 아집을 부정한 것이다. 이와 함께 현대의 물질 중심주의를 질타했다. 참된 삶은 오히려 가난을 벗 삼는 정신에 있는 것이지, 맛나고 빛난 옷을 입으며 으리으리한 저택에 사는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을 강조했다.

성철 스님이 남긴 수많은 말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성철 스님 자신이 몸소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스님은 자기 자신을 위해 절을 하지 말고 남을 위해 3,000배 절을 하라고 했다. 스님은 가난을 평생의 벗으로 삼아 이 세상의 빛이 된 것이다. 스님은 평소 자신을 찾지 말라 했고, 대통령이 찾아와도 만나지 않았다는 점은 앞서 언급한 대로다. 어찌 보면 사람들하고는 별 인연이 없는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님이 입적하던 날 전국 방방곡곡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성철 스님에 대한 지극한 존경심을 보여주었다. 평생을 무소유로 일관한 스님의 정신에 모든 사람들이 진심으로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 것이다.

 


 

무소유의 화두를 던지고 몸소 실천한 두 분 스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이 한 권의 책이 두 분 스님의 무소유 정신이 널리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저자는 기대하고 있다. 여기, 고무신 한 켤레와 두루마기 한 벌이 놓여 있다. 이제 우리 차례이다. ‘무소유의 삶’ 말이다. 저자의 말이 무겁게, 그러나 진실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무소유의 가르침이 우리에게 이로움을 준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법정 스님이 말씀하시길 행복의 조건은 우리의 주변에 늘 있다 하셨습니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보게 된 작은 풀잎에도, 엄마 등에서 방긋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의 얼굴에도 우리의 행복이 깃들여져 있다고 법정 스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언젠가 법정 스님이 미술관을 가시게 되었는데, 200여 호가 넘게 전시된 작품들 모두 거대하여 작은 소품을 만나기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 일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거대주의에 빠져 있다는 것을 느끼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법정 스님은 거대한 것에 뒤지지 않게 작은 것 또한 아름답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꾸 큰 것만을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주변에 무수히 널려 있는 소소한 행복에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p.269)

 

저자 : 김세중

 

조선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하였다. 광주MBC 퇴직 후 중국으로 건너가 협서중의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이수하였다. 귀국하여 사단법인 한국평생교육 기구에서 연수부장과 한국청소년진흥원 이사를 거쳐 한국청소년신문 기획실장 및 총괄본부장을 역임하고 전남대, 관동대, 경기대, 국민대 등에 출강하기도 했다. 『독서와 논술』 『교양의 즐거움』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 『긍정의 삶』 『달라이 라마 지혜의 모든 것』 『지혜의 칼』 『무소유』 『고전 카페』 등 여러 권의 인문 서적 및 고전을 통한 자기 계발서 등을 기획하고 집필하였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