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글쓰기
니콜 굴로타 지음, 김후 옮김 / 안타레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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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어렵다. 글을 써본 사람이나 써보지 않은(사람은 없겠지만) 사람도 이 말에 모두 동의한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작가들도 이 말엔 공감을 표시한다. 그러나 글을 잘 쓰는 사람도 "글은 이렇게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 생각 없이 쓰고 싶어 쓰기 시작했고, 온 노력을 기울이다 보니 언젠가는 짧은 글 몇 개는 쉽게 쓰이더라. 가능성이라 생각하고 읽고, 쓰고, 생각하고, 다시 쓰고 하는 일을 계속하다 보니 조심 조심 글 쓰는 양이 늘어나고 겨우 책으로 쓸 만하지 않을까 정도의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말은 모든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입을 모은다. 기간에 대해서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 책 『있는 그대로의 글쓰기』는 한마디로 '글쓰기 교본'이다. 저자는 글을 쓰기 시작해서 작가가 되는 과정을 10계절로 나누어 '글쓰기 과정에서 할 일'을 차근차근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다. 10계절은 저자의 경험에서 체득한 글쓰기 과정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구분 짓는 것이며, 당연히 실제 계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저자가 이 글을 쓴 계절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시간으로 표현한다면 열(10) 계절에 비유할 수 있겠는가. 10년도 넘은 세월을 글쓰기를 해온 작가가 글쓰기의 어려움을 얘기하지 않고 비유적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편의상 구분된 계절일 뿐이다.

각 챕터의 키워드만 모아보면 그 의미가 명확해진다. 시작, 의심, 기억, 불만, 돌봄, 양육, 문턱, 눈뜸, 피정, 완성이다. 키워드만 읽다보면 의미를 알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한 것도 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이 단어를 기억한다면 반드시 글쓰기의 기본은 마쳤다고 독자는 믿는다.

그리고 10개의 키워드를 잊지 않고 글쓰기 작업을 하면 자신의 글이 어느 위치쯤 왔는지 가늠하고 다음 과정엔 어떤 일을 해야 할까가 명확하게 떠오를 것이다.





글쓰는 삶을 사는 작가의 대부분은 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계절에 맞춰 사는 농부의 삶과 흡사하다. 그래서 저자의 '글쓰기의 계절' 비유는 탁월하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정직하게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가을 수확을 기대할 수 있는 농부는 날씨 탓, 하늘 탓 하지 않는다. 폭우 속에서도 필요하면 농토를 돌보고, 가뭄이 들면 물을 어떻게든 끌어와 작물에 공급해줘야 한다. 자신만이 할 수 있고, 자신이 해야 수확 역시 자신이 거둘 수 있다는 하늘의 진리, 농부의 삶의 원칙은 글쓰기가 직업인 작가의 삶과 똑같다. 정직한 노력만이 글을 잘 쓸 수 있고 정직한 힘만이 자신이 수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와 농부는 다른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첫 문장을 만드는 ‘시작의 계절’에서부터, 자신의 글쓰기 역량에 회의감이 싹트는 ‘의심의 계절’과 여의치 못한 주변 환경(자신의 노력 부족)을 탓하는 ‘불만의 계절’을 지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삶의 균형을 맞추는 ‘돌봄의 계절’과 ‘피정의 계절’을 거쳐 비로소 맞이하는 글쓰기 마무리 ‘완성의 계절’까지, 이른바 작가로서 살아가는 ‘십계절(TEN SEASONS)’에 관해 말하고 있다.

지은이 자신이 문학소녀로, 직장인으로, 아내로, 엄마로 살아오는 동안 끝내 놓지 않았던 글쓰기의 삶에 관한 이야기는 한 편의 서정적이고 감동적인 에세이를 이루며, 글 중간중간 녹여낸 ‘의식과 루틴’이라는 이름의 섹션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팁을 제공한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을 세심한 필치로 하나씩 챙겨주면서 진심 어린 격려와 위안을 보낸다. “글쓰기 최대의 적은 자기 내면의 두려움”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그 두려움이 잉크가 종이에 스며들어 흐르는 것을 방해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느 순간 나만의 이야기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가고 있는 자신을 만나는 수확의 기쁨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0개의 장은 각각 10가지 계절에 대응한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첫 문장을 고민하는 ‘시작의 계절(Season of Beginnings)’에서부터 원고를 마무리하는 ‘완성의 계절(Season of Finishing)’에 이르기까지 글쓰기의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그리고 마주해야 할 ‘십계절(Ten Seasons)’을 다룬다. 분리된 형식은 아니지만 2개의 섹션이다. 우선 글의 중심을 잡고 전개되는 지은이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 매우 서정적이면서 감동적이다.

그 자체로 힐링 에세이처럼 읽힌다. 아마 글쓰기를 해오는 동안 갈고 닦은 글솜씨로 표현의 유려함이나 적확한 단어 사용 능력이 더해져 독자들이 읽기에 훨씬 좋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시를 사랑한 ‘문학소녀’로서, 인정받고 싶은 ‘직장인’으로서, 힘이 되고 싶은 ‘아내’로서, 더 잘해주고 싶은 ‘엄마’로서 살아오는 동안 “계속해(Keep Going)”를 되뇌며 기어이 포기하지 않았던 ‘작가의 꿈’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읽는 이 단 한 사람(이 책에서 ‘당신’)을 향해 자신의 깊은 속마음까지 ‘있는 그대로’ 고백하는 일을 꺼리지 않는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읽다가 중간쯤 지나면 책장을 프롤로그 부분으로 되넘기게 될수도 있다. 이때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이 진심이었음을 느끼면서 더욱 몰입할 것이다. 독자가 그랬듯이.

“내가 당신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것은 당신이 글을 쓰고 싶다면 반드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꼭 그러자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당신의 이야기를 위해 할애된 공간이 있으며, 당신은 자신의 목소리를 감출 필요가 없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이 책의 백미는 글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삽입된 ‘의식과 루틴’ 섹션이다. 저자의 조언이다. 이 부분은 저자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인데, 책을 다 읽고 난 뒤 실제로 글쓰기를 진행하면서 해당 계절에 직면했을 때 곧바로 팁을 확인할 수 있게끔 편집한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글쓰기’는 주어와 술어의 논리적 관계와 맥락이 중요한 논설문이나 설명문이 아니다. 물론 비문도 상관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논리보다는 감성을 드러내는 시나 에세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욱이 문장 구조 등을 분석하는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글은 나의 생각과 마음에서 나온다. 내 안에서 아무런 사고·심리 작용이 일어나지 않으면 문장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저자가 ‘의식(rituals)’과 ‘루틴(routines)’을 통해 글쓰기 리듬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별도의 섹션을 구성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의식’은 해당 계절에 처해 있을 때 도움을 주는 ‘마음 챙김(mindfulness)’이고, ‘루틴’은 글쓰기 생활에 특화된 자신만의 ‘비트(beat)’을 만들어내는 데 유용한 훈련법이다. 저자는 이렇게 약속하고 있다.

“나는 약속을 하는 데 무척 신중한 편이다. 우리 자신의 직관이 가져다주는 지혜 말고는 따라야 할 비법 따위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방법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내게 효과적이었던 글쓰기 방법, 내게 시련이 되었던 상황, 그리고 내 삶을 보다 명확하게 보기 위해 내가 바꾼 사고방식을 당신에게 ‘있는 그대로’ 밝히겠다고 약속한다.”



저자에 따르면 글쓰기는 단순한 작문 행위가 아니다. 글쓰기는 ‘내 안의 나’를 만나게 해주며 ‘내 삶의 공간’을 넓혀준다. 글쓰기는 가장 낮은 가격으로 가장 높은 가치를 창출해주는 유일무이한 활동이다. 또한 저자의 말처럼 “글쓰기는 삶에서 보내는 시간을 명예롭게 만들 수 있는 가장 품위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글쓰기는 지난 시간의 ‘내 얼굴’을 보여준다. 현재의 시간을 ‘소비’하는 동시에 과거의 시간을 ‘회복’한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찾게 해준다. 그래서 나는 ‘치유’된다.

이 책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가 ‘써내려갈 페이지’ 위에, ‘있는 그대로’ 투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럼으로써 내면의 자아를 돌보고, 내 주변의 모든 것들에 귀 기울이면서, 삶의 갈증을 달랠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을 인용한다. "우리의 삶은 언젠가 사라지기에 소중하다." 글쓰기로 그 소중한 삶을 기억하고 남길 수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시’나 ‘에세이’ 형식의 글로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의 중요성이 특별히 강조되는 부분이다.

느린 글쓰기는 ‘적게 쓰는 것이 많이 쓰는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한 글쓰기의 삶은 길게 보고 가는 것이기에 서두르거나 경쟁할 필요가 없으며, 스스로를 탈진 상태까지 몰아넣을 까닭도 없다는 생각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좀 더 간결하게 정의한다면, 느린 글쓰기는 ‘모든 것을 전부 다 쓰지는 않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당신의 기억과 경험은 소중하지만 유한한 자원이며, 당신의 시간과 건강은 재생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느린 글쓰기는 당신을 위한 보호 수단이기도 하다. 다음은 느린 글쓰기 사고방식을 당신의 글쓰기 삶과 통합하기 위한 몇 가지 지침을 정리한 것이다.



우리는 매일같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표현한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한다.

그것은 진실일까?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일까? 자신보다 자신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기 자신의 표현은 진실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 있는 그대로의 생각, 있는 그대로의 삶을 글로 옮기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글은 그래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 글만이 힘을 갖기 때문이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제7장: 문턱의 계절」 중에서


공간과 여백이 없다면 우리의 생각은 마무리되지 않는다. 우리는 의지만으로 문장을 완성할 수 없다. 생각은 항상 전체가 아니라 조각조각으로 흩어져 있다. 그 생각은 우리 스스로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합쳐지지 않는다. 우리는 돌아오기 위해 떠난 것이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해왔고,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올 때는 낯선 느낌도 든다. 피정은 우리가 새롭게 충전하도록 돕지만, 그 에너지가 무한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또한 우리는 더 많은 낱말이 적힌 마음의 기념품을 갖고 돌아오지만, 필연적으로 우리가 떠나고 싶었던 그 일상에 다시 녹아들어야 한다.

「제9장: 피정의 계절」 중에서



저자 : 니콜 굴로타(NICOLE GULOTTA)


자신이 쓴 글이 ‘있는 그대로의 삶’에서 ‘있는 그대로의 행복’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강연가, 블로거, 콘텐츠 개발자, 요리 레시피 연구가, 녹차 애호가이며, 매일매일 손수 빵을 구워 저녁 식탁을 차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서 때때로 우울해하는 아내이자 엄마다. 바다를 사랑하며, 오래된 책 냄새를 좋아하고, 비 오는 날 뜨거운 차 한 잔에 책 한 권이면 금세 행복해하는 사람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나고 자라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바버라 캠퍼스(UCSB)에서 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한 뒤 버몬트예술대학원(VCFA)에서 시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음식과 글쓰기를 융합한 첫 번째 책 《이 시를 먹어라: 시에서 영감을 얻은 레시피로 차린 문학의 향연(EAT THIS POEM: A LITERARY FEAST OF RECIPES INSPIRED BY POETRY)》을 써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 책 『있는 그대로의 글쓰기』의 바탕이 된 글쓰기 커뮤니티 ‘와일드워즈(WILD WORDS)’를 만들어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내적·외적 성장을 돕고 있다. 〈킨포크(KINFOLK)〉, 〈로스앤젤레스타임스(LOS ANGELES TIMES)〉, 〈라이프앤드타임매거진(LIFE & THYME MAGAZINE)〉,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HRISTIAN SCIENCE MONITOR)〉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남편 앤드루(ANDREW)와 아들 헨리(HENRY) 그리고 반려견 프렌치 불독과 함께 노스캐롤라이나 롤리(RALEIGH)에서 살고 있다.


역자 : 김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독립연구가로서 역사ㆍ철학ㆍ문화ㆍ정치ㆍ사회ㆍ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바탕으로 저술 및 번역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활이 바꾼 세계사》(제43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수상)와 《불멸의 여인들》, 《불멸의 제왕들》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밀수 이야기》, 《전쟁 연대기》, 《맛의 제국 이탈리아의 음식문화사 AL DENTE》, 《세상이 버린 위대한 폐허 60》, 《설명할 수 있는 경제학》, 《일자리의 미래》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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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딧세이 1
한율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 『오딧세이』를 처음 봤을 땐 그리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우선 작가에 대해 잘 몰랐고, 책 표지도 요즘 각광 받는 SF 소설쯤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품 이름을 『오딧세이』로 정한 것도 신화적 소재를 끌어오기 위한 것쯤으로 여겼다. <오디세이>처럼 장중하면서도 신비로움에 가득한 일이라는 것은 현실엔 흔치 않은 법이다. 이것은 문학이나 예술의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매력적인 소재가 없을 것이다.

진실로 독자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이야기란, 그 자체로 내재된 복잡다단한 모순과 다층적인 구조들 덕분에 겹겹이 둘러쳐진 황금의 베일들 속에 내밀히 숨어서 감동과 신비로움을 모두 갖춘 소재는 신화에 많기 때문이다.

신(神)의 이야기란 언제나 인간에게 옷깃을 여미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티어 내야 하는, 긴장과 경건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작가 입장에선 유혹적인 소재임이 분명하다.

‘장중함과 신비로움’,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이야기’, ‘다층적인 구조들’, ‘황금의 베일들’, ‘신의 이야기’, ‘긴장과 경건’, 이 단어들이 표현하고 있는 의미들을 모두 견디어내려면 무엇보다도 소설이 풍부해야 한다. 소설의 길이도 길이겠지만, 구조와 형식, 플롯과 내용의 다양함과 방대함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즉 소설이 ‘거대한 고래 한 마리’처럼 풍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원래 이 제목을 처음 사용한 <오디세이>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로 저자는 호메로스로 전해진다. 오디세우스의 10년간에 걸친 귀향 모험담을 그린 작품이다. <오디세이(Odyssey)>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Homeros)가 기원전 약 700년경에 쓴 작품으로, <일리아드(Iliad)>와 함께 그리스ㆍ트로이 간의 전쟁을 다루고 있으며 당시 그리스 영웅들의 귀국담을 노래하여 그들의 세계관과 인생관을 표현하고 있는 장편 서사시(敍事詩)이다. 그 이름이 시사하듯, 이 시는 지혜로 이름이 높은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Odysseus)-로마식으로는 '율리시즈(Ulysses)'-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오디세이아(Οδ?σσεια)는 '오디세우스의 노래'라는 뜻이며 오디세우스는 '증오받는 자'라는 뜻을 가진다. <일리아드>의 후편에 해당하는 <오디세이>는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귀향하기까지 겪은 온갖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일리아드>와 마찬가지로 그리스의 문자 24개를 딴 24편으로 나뉘어 있으며 1만 2,110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6각운(Hexametre)으로 작곡되었다.

시 속에 묘사된 정황들을 미루어 볼 때 <일리아드>보다 뒤늦게 나온 작품으로 추측된다. 주제는 그리스 신화에서 잘 알려진 트로이전쟁의 영웅인 오디세우스의 10년간에 걸친 모험과 귀향을 다룬 것이다. 때문에 서양 문학사에서는 모험담의 원형으로 여겨지고 있다.




작가 한율은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아마존과 나일강이 한 바다로 흐를 수 있을까?" 그 바다가 바로 한율의 『오딧세이』이다. 『오딧세이』는 200자 원고지로 9,300매의 분량이라고 한다. 작가 한율의 말에 따르면 『전쟁과 평화』에서 「에필로그 제2편」을 빼면 길이가 똑같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하고는 길이가 똑같다고 한다. 아무튼 우선 그 작품의 양이 놀랍다. 14년을 썼다고 한다. 장편소설이다. 대하 장편소설이다. 총 18부로 구성된 『오딧세이』는 총 7권으로, 이번에 4권까지 출간되었고, 나머지 3권도 출간 예정이다.

출판사에 따르면 『오딧세이』는 역사, 종교, 예술, 철학, 과학, 미학, 군사학, 건축, 테마파크, 영화방송미술 등 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르는 지식과 삶의 향연인 동시에, 신과 인간의 관계, 환상과 실재의 교차, 이 모든 것들을 장중함과 신비로움으로 가득 채워 그려낸 거대한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이처럼 광범위하고 전방위적인 소설은 없었다. 각계 다양한 분야들에 대한 깊은 탐구, 14년의 집필 기간에서 보이는 끈질김으로 작가 한율은 새롭고 놀라운 세계를 탄생시켰다. 출판사 측의 주장을 책을 읽어나가며 확인할 일이다.



이 소설은 수없이 겹쳐진 황금 베일들의 구조적 넘실거림으로 연이어 이어진다. 한율의 『오딧세이』 읽기는 심원한 어두움의 바다를 처녀항해하는 탐험선의 새로운 항로 그리기와도 같다. 앞이 당장은 보이지 않지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다 보면 비밀스러운 베일이 한 겹 한 겹 벗겨지고, 독자는 경이롭고 신비로운 세계와 맞닥뜨린다.

『오딧세이』는 「서문」에 이은 「1부 전주곡」에서 예수의 12제자 중 한 사람 도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사도 도마에 대해, ‘의심 많은 도마’라는 그동안의 단편적 해석에서 벗어나, 편집증 강박증이란 어찌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 속에 믿음을 추구했던 한 인간의 모습으로 재해석하는 작가의 노력은, 인간 존재에 대한 믿음을 편집적 강박적으로 해체시켰던 20세기에 대한 비유적 성찰로서, 새로운 밀레니엄을 준비하려는 사전 정지작업, 바로 ‘전주곡’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마침내 「2부 도화선」부터, 탐험선 ‘험난한 모험의 긴 여정’, 바로 소설 제목 그대로인 우리의 『오딧세이』호가 근해(近海)를 벗어나 원양 항해로 막 접어들게 되었음을 독자들은 깨닫게 된다.

작가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이 『오딧세이』의 집필에 매달렸을까? 대단한 미학적 목적의식이 내재되어서일까? 아니면, 개인적 인생체험 때문일까? 그건 본인이 아닌 이상 제 3자 입장에선 완전히는 알 수 없는 법이다. 그러나 소설 첫머리 「서문」의 문장 몇 가지로도 작가의 속셈을 어슴푸레하니 유추해 볼 수 있다.




『오딧세이』 작가 한율은 무엇보다도 풍부함을 표현하고 싶어했다. 「서문」을 읽다보면, 작가가 로망스 서사(Romance Epic)의 풍부한 장식성과 거침없는 자유로움에 끌려 있는 것과, ‘독자 제위께서는······.’하고 소설가의 말투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고전소설의 어투를 은근히 사랑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작가는 ‘하드보일드(Hard-Boiled) 너무 좋아하면 먹기에 딱딱해질 거야.’라고 되뇌는 것처럼, 대단히 장식적인 문어체를 간간이 의도적으로 구사하며, 묘사적 생기발랄함으로 작가적 주관과 지면(紙面) 위 객관 사이를 넘나들며 문장을 흔들어대기도 한다. 『오딧세이』를 수사학적 입장에서, 때로는 바다 그 자체가 되어 버린 듯한 ‘고래’같은 풍부함으로 가득 채우고자하는 작가의 예술의지가 선명하다. 바로 ‘고래’와 마찬가지인 소설되기이다. 대양을 헤엄치고 있는 ‘하얀 고래’처럼, 완전히는 알아챌 수 없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그 무엇으로 『오딧세이』를 만들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문체에서도 나타난다.





‘표류하게 됨’이 싫었던 작가 한율은 소설 속 모험의 방법을 ‘상상’으로 하기에 이른다. ‘상상’이란 것의 의미는, 텅 빈 허공을 굳건하게 걸어갈 수 있는 실제적인 발걸음을 의미하므로……. ‘상상계 여행’이란 새로운 방법론을 구상했는데,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이란 책의 제목에서 영감 어린 단어를 빌려와 만들어 낸 것이다. 작가는 쥘베르 뒤랑(Gilbert Durand)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오딧세이』에 나오는 모험의 방법은 절대로 시간 여행이 아니다. 다중우주니 평행우주니 하는 약방의 감초마냥 SF소설에 나오는 합리화를 쓰지도 않았다. 새롭다. 인간 의식의 저편 너머로, 거울 반영의 대칭적 심리적 세계 속으로, ‘상상계’를 통하여, 뿌리가 서로 얽혀 있듯이 상호 만나고 있는 ‘세계’에서의 모험들이다.

그 끝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나아가야 하는 여행, 신비한 모험, 그리고 이 비천하고 비열할 수 있는 세상에서 벗어나, 정중함과 장엄함에 참예하고픈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이 『오딧세이』가 매력적으로 읽혀질 것이라 작가 한율은 확신하며 글을 써 나간다.




1권의 내용은 대항해의 시작인 만큼 전주곡과 사건의 전개 부분이다. 신문사 기자인 나는 향단고택 발굴과정에서 나온 고대 문서에 깊은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문서는 종적을 감추었고, 그 전말을 추적하며 사건의 베일들을 차례로 벗겨낸다. 향단고택의 비밀을 깨닫자 친구 한수혁이 겪은 모든 일들이 사실이었음을 확신한다. 결국 나는 숙명같이 이끌린 이 이야기에 매달리며, 고대 인도와 향단을 잇는 연결고리인 「도마전언서」와 빛나는 ‘홍옥석(루비)’, 그리고 방송국에서 지리한 삶을 살던 수혁에게 나타난 ‘구원의 손길’을 글로써 풀어나간다.

이천 년 전 인도아대륙의 한 영역, 개혁과 투쟁, 그 결과인 전쟁의 패배. 상인 압바네스의 배를 타고 왕국을 탈출한 하바수네얀 공주는 한반도의 한 영역에 발길을 내딛는다. 그리고 장대한 시공간의 연결을 통해, 드라마 C스튜디오에서 시작되는 이천 년 후 주인공 한수혁의 이야기. ‘새로운 테마파크’를 만들자며 헨리 유가 내민 손을 잡은 수혁은 운명 지워진 모험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다. 이야기가 진전될수록 복잡하게 읽히면서 단숨에 읽어내기엔 쉽지 않은 느낌이다. 그러나 신비로움과 전개될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가고 싶은 독자의 마음을 단단히 그러나 서서히 끌어오는 데 성공한다.



저자 : 한율


소설가. 서울 상도동에서 태어났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예술학과에서 미학과 예술이론을 전공했다. 비평가로 글 쓰며 살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방송국 공채를 준비하던 친구의 권유로 같이 시험을 쳤고, 미안하게도 친구는 떨어지고 본인은 붙게 되어 MBC미술센터(현MBC아트)에 입사한다. 방송미술국 무대디자이너(미술감독)로 재직하며 드라마와 쇼 세트를 디자인했다. 지금도 마음에 남는 드라마세트디자인으로 「수줍은 연인」의 레트로 감성 2층집, 「달콤한 스파이」의 펜트하우스, 「닥터 깽」의 오래된 병원, 그리고 퇴사하기 전 마지막 작품인 「얼마나 좋길래」의 달동네세트 등이 있다. MBC 재직 중 딴 궁리도 해 볼 겸, 영화드라마세트와 관련 깊은 테마파크건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걸 연구하러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에 들어간다. 「테마파크 계획을 위한 영상건축기법의 연구」라는 논문으로 공학석사학위를 받고, 논문의 연구대상지를 모델로 한 「MBC영상테마파크계획안」을 가지고 회사에 복귀한다. 이런 테마파크에 대한 연구들이 『오딧세이』의 주무대인 제주테마파크 ‘피어나기’와 ‘F ZONE’ 만들기의 밑거름이 된다. 저자 한율은 각 권의 표지 일러스트와 타이틀 문자, 그리고 소설 본문 속의 삽화와 도면을 직접 그리고 디자인하였다.

MBC에서 이직할 당시 우연히 읽게 된 『우리 옛 건축에 담긴 표정들』, 그 속의 경주양동마을 ‘향단고택’ 흑백사진들은 저자를 매료시킨다. 그렇게 운명처럼 찾아 간 ‘향단고택’의 모든 장소를 실제로 보는 순간, 온 정신이 경도되며 소설 창작의 첫 영감이 주어진다. 한반도 동남부 지역, 한 고택에서 시작된 섬세하고도 미묘한 실마리로써, 인류보편적인, 인류애에 입각한, 인간의 용기, 위대함을 노래하는, 장중하면서도 신비로운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고자 마음먹는다. 써야 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결국 14년이 넘는 세월을 대하 장편소설 『오딧세이』에 바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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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생각 - 이 세상 가장 솔직한 의사 이야기
양성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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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으로 요즘 뉴스의 절반은 코로나 관련 뉴스다. TV 뉴스 화면에 병원 전경이든 진료 모습이든 안 나오는 날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나온 것은 지난 2월달이다. 지금부터 9개월이 다 됐다. 우리는 TV를 통해 방역복을 입고 진료하는 치료진의 모습을 자주 봤다. 그리고 그들의 치료하는 과정의 어려움, 위험에 대해서 안타까움과 고마움이 각자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졌을 것이다. 이들의 희생적인 노력으로 우리는 코로나 모범 방역국을 넘어 'K 방역'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감염병 대처의 의료 수준을 낱낱이 볼 수 있었다.

선진국보다 더 철저하고 정확하게 대처해 확진자 숫자가 미미하다고 표현될 정도로 없는 편이다. 그 중심에 의사가 있다. 우리에게 감염 위험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하고, 만일 감염병에 걸려도 세계 최고의 의료 수준임을 이번 방역 의료진이 보여줬다. 그들은 대한민국 의사이기 때문에 국민들은 한마음으로 고마움을 표시하고 세계 최고의 의료보험 제도나 의료제도 등에 자부심을 느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키워준 것도 이들 의사의 헌신적인 노력 덕택이다. 이런 점에서 의사에 대한 존경심을 갖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책 『의사의 생각』은 우리가 1년에도 몇 번씩 가는 동네 의원의 평범한 의사가 쓴 책이다. 의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의사가 되는지, 어떤 고민 속에서 환자를 돌보는지 솔직하게 그려낸다. 환자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슈바이처나 이국종 같은 의사는 이 책에 없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텔레비전의 의사들처럼 고상하지도 않고 잘생기지도 않았다. 능력이 뛰어나 매스컴에 잘 알려진 의사도 아니다. 우리가 쉽게 찾는 동네 의원 의사가 진료 현장에서의 부끄러운 실수조차 솔직히 밝히면서 환자를 통해 의학을 배우고, 의사로서의 자신을 돌이켜본다. 의사가 책을 쓸 경우는 대부분 그들의 뛰어난 의학 수준과 능력을 등에 업고 많은 환자들에게 치료 방법과 환자의 할 일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쓴 책밖에 없었다. 아니, 있겠지만 잘 알려지지 않거나 독자가 못 읽어봤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일 듯하다.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과정을 보면 웬만한 사람은 극복해내기 어려운 과정을 거친다. 도제식 의술 전수제도 때문이다. 마치 군인이 되기 위해 훈련병 시절의 독자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제도의 잘못보다는 오히려 의사가 되는 과정이 그만큼 어렵고 험난하다는 의미로 많이 언급되는 부분이어서 의사가 아닌 독자가 말할 부분은 아니다.



평생 병원 한 번 안 가본 사람은 없다. 혹시 있다면? 돈이 없어서? 옛날 얘기다. 지금은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를 시행하는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은 없을 듯하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감기 한 번쯤 안 걸린 사람 없고, 감기로 병원 안 가는 사람도 건강검진을 하려면 병원을 가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은 건강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라고 한다. '건강한 몸이 재산'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 문제가 늘 걱정이다.

자신이 건강관리를 잘 해서 병원 안 가본 사람이 있을까. 큰 병이 아니면 대개는 동네 '의원급 병원'부터 찾는다. 이른바 '동네 병원'이다. 큰 병원은 번거롭고 진료비나 각종 검사비 등도 비싸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은 큰 병원이 유능한 의사가 많다고 생각해서인지 감기만 걸려도 큰 병원으로 갔다. 그러다보니 동네 병원 의사들은 문을 닫고 폐업하는 경우도 많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당시 의료보험공단)은 동네 의원을 살리기 위해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비했다. 특별한 경우나 응급환자가 아니면 의원급 동네 병원을 먼저 들러 진료 받은 후 의사의 치료 여부에 따라 2차, 3차 진료병원인 큰 병원으로 가도록 의료체계를 정비한 것이다. 지금은 의료비 문제로 돈 때문에 동네 병원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 체계 때문이다.



이 조치로 동네 의원은 괜찮아졌을까? 독자는 병원을 자주 찾는 편이지만 궁금하다고 의사에게 이런 문제를 물어볼 수는 없다. 또 친절한 의사라도 궁한 모습을 자신의 입으로 얘기할 리 없다. 이 책은 동네 의원 평범한 의사가 쓴 책이다. 사실 유명한 의사가 쓴 책들은 많이 봤지만 이름 없는 동네 의사가 자신의 진료실 안팎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책으로 쓴 것은 이 책 『의사의 생각』을 쓴 양성관 의사가 처음일 듯하다. 생각나는 의사가 한 명은 있는 것 같다. 지금은 그 분의 이름을 잊었지만 '시골 의사' 제목이 들어간 책이었던 것 같다. 조금 관점이 다르다. 그리고 독자가 읽어보질 못해 어떤 책인가 하는 기억이 별로 없다. 이 책은 우리의 건강을 1차적으로 책임지는 최일선 동네 의사가 써서 관심이 갔다. 동네 의사를 많이 만나는 독자로서는 궁금한 점이 많았다.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궁금증은 해결되리라 기대한다. 사실 진료 문제보다 수입이라든지, 에피소드 등에 더 관심 있지만 그런 문제를 다루지는 않았을 터 동네 의사가 쓴 책이라 애정이 더 가는 것은 사실이다. 차례를 훑어보니 어떤 과정을 거쳐 의사가 되는지,어떤 고민 속에서 환자를 돌보는지를 중심으로 쓴 책인 것 같다. 그런데 관심을 끄는 것은 고상하지도 잘생기지도 않았다고 고백하는 점이다. 의사가 단정한 모습에 존경심이 일지, 잘생긴 이유로 존경하거나 자신의 건강 치료를 부탁하는 것은 아닌데... 혹시 외모 콤플렉스? 슬며시 웃음을 흘리고 책장을 넘긴다.



『의사의 생각』이란 제목에서 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하면서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는 별로 궁금한 사안이 아니다. 진찰을 통해 병의 원인을 찾고 자신의 의학 지식과 경험으로 처방전을 써주고 할 테니까.

그러나 책 속의 의사는 정말 생각이 많은 것 같다. 환자 한 명 한 명을 인간적으로 대한다. 우리 동네 의사는 그런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으니까 그려려니 하고 만다. 그러나 저자인 책 속의 의사는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그들의 주변에 흐르는 공기까지 관찰한다고 한다. 처음 듣는 얘기다.

환자로서 병원에 가보면 의사는 병에 관한 얘기부터 질문하고 문진과 필요한 진찰을 하면 그걸로 끝이다. 처방전을 밖에 나와 간호사에게 받아 가면 끝이다. 특히 환자가 많을 때(요일별, 시간대별, 계절별로 차이가 있는 듯하다)는 여러 다른 걸 물으면 오히려 환자 입장에서 미안한 감정이 든다. 다른 환자를 계속 진료해야 하는데 '날 붙잡고 뭐 별로 쓸데없는 얘기를 하시나' 하는 마음에서다.

책 속에 이런 말이 나온다. "유치원 교사는 유치원생만 보고 선생님은 학생만 보듯 의사인 사람은 항상 아픈 사람만 본다." 직업으로서는 그래서 별로다. 그런 의미에서 썼다. 아픈 사람만 보는 것은 가족이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는 "3년 병에 효자 없다"는 우리 옛말도 있잖은가.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의사란 직업은 최고의 직업으로 꼽는다. 이유는 대부분 사람들이 인정하겠지만 '돈을 잘 버니까'다. 그렇지 않고는 특별히 존경할 만한 일은 없을 듯하다. 머리가 좋아서? 아니다. 그럼 자상해서? 천만에. 그런 일은 의사의 개인적 성격이고 성품이지 모든 의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면 의사가 존경 받는 이유는 뭘까? 사람의 생명을 다루고, 환자는 국적이고 인종이고 성별이고 가리지 않고 치료하고 보는 '히포크라테스' 정신을 가진 분이라서? 독자가 장담컨대 '돈을 잘 벌어서'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니 정말 지금도 독자는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의사가 힘든 직업이라는 사실은 의사가 아니라도 안다. TV나 책을 통해서 보고 들었다.

의사가 되기까지의 12년의 의학공부(전문의)는 일반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보다 수십 배 힘들 것이란 말은 동의한다. 큰소리 빵빵 치는 사법시험(지금은 제도가 조금 바뀌었지만) 합격한 검사를 보면 의사는 부러워할 직업은 아니다. 두 분야 최고 수재들이 시험 치고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하니까 처음엔 머리 좋은 것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튼 큰소리 치며 사는 사람은 검사이지 의사는 아니다.



TV에서 묘사되는 의사는 모두 굉장한 직업의식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실제 의사 대부분은 그럴 것이다. 그러니 존경할 만하다. 환자로서 의사를 보면 존경심이 우러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돈과 관련되면 존경하는 마음은 조금씩 멀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의사라는 직업은 모두 돈을 잘 버는 줄 알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러나 평소에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지만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단체행동을 보면 돈을 도대체 얼마나 벌려고 저렇게 '밥그릇 싸움에 열심이나' 하는 생각이 들 때 의사에 대한 존경심은 조금 더 멀어진다. 평소에 의사는 환자의 병을 고쳐주고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힘든 일을 하는 사람으로 대해 마땅히 존경 받을 대상으로 생각하다

의사들의 단체행동 땐 왜 의사들이 그럴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의사들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반성도 해본다. 이 책은 최소한 의사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바로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주었다. 이 책을 쓴 의사의 진정성이 느껴졌고, 이 책에 쓴 사실이 모두 스트레스 많은 의사들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준 데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되어서다. 가끔 보여준 의사들의 무표정한 모습도 이해해줄 부분이 많다는 생각도 든다.



의사에 대한 말 중에 독자가 아는 말은 우리나라 의사, 의료 현실을 가장 잘 말해주는 말이라 생각한다.

"명의가 돈 잘 버는 것은 아니다. 명의 따로 있고, 돈 잘 버는 의사 따로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의사는 명의를 꿈꾼다. 즉, 돈 잘 벌기 위해 의사 된 사람은 없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명의가 많다. 존경 받는 명의. 돈 잘 버는 의사가 명의는 아니다. 환자의 아픔을 함께하고 환자의 고통을 치료해 덜어주는 의사가 명의다.


저자 : 양성관


브런치 조회수 100만의 작가. 한 여자의 남편, 그리고 딸아이의 아빠이지만 사람들은 ‘대머리 선생님’으로만 기억하는 의사. 배가 아파서 온 고3 학생에게 ‘인생에 찾아오는 다섯 번의 기회’에 대해 강연을 하고, 감기로 온 운동부 고등학생에게 운동선수의 인생을 말아먹는 ‘도핑’과 ‘승부 조작’의 위험성에 대해서 특별 강의를 늘어놓는 꼰대 겸 멘토. 의사가 아니라 작가로 돈을 벌어서, 하루에 환자 열다섯 명을, 한 명당 30분씩 보는 게 꿈인 의사이다. 1982년 김해시 봉황동 회현리 패총 근방에서 태어났다. 5번이나 이사를 다녔지만, 태어난 곳에서 100m를 벗어나지 못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들었던 구지가(龜旨歌)는 애국가보다 더 익숙하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서야 사촌 동생에게 자전거를 처음으로 배웠다. 김해 서중학교와 김해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고등학교 졸업을 4일 앞두고 친구 두섭이와 간 4박 5일의 여행이 인생을 바꾸었다. 졸업과 동시에 재수를 시작해, 공부한다는 핑계로 하동 고시촌에서 책을 읽고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2002년 부산대학교 의예과에 입학하여 의학공부 30%, 독서 30%, 여행 30%, 스타 10% 비율로 대학 생활을 보냈다. 2007년 대학교 마지막 방학을 뜻깊게 보내기 위해 달랑 20만원짜리 자전거에 텐트를 싣고 혼자서 전국 자전거 일주를 했다. 2008년 의사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의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3년간 지리산 아래의 시골 마을 산청에서 보건지소 지소장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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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가 - 생각보다 행동이 필요한 노년들을 위한 꿈 설계
김여진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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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수명은 다른 생물, 특히 동물들에 비하면 수명이 꽤 길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수명이 길어진다고 행복 기간이 정비례해 늘지 않는다. 의학의 발전으로 고령화 사회로 변해가면서 이미 사회 문제화 돼 있다. 대체적으로 선진국이라는 나라들도 이 고민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선진국 국민들은 은퇴 후 이른바 '노후 대책'을 개인에 맡겨서는 적절한 대책이 안 된다고 판단, 은퇴 후 고령의 노인들에 대한 다양한 복지 대책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선진국에 끼지 못하고 개발도상국 상황은 벗어난 상태의 국가들은 노후 대책에 대한 국가적 대책이 미흡하다. 급속도로 성장한 나라들이 대부분이어서 노령화 인구 대책을 제대로 마련할 틈도 없었고,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한 재원도 없다.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예다. 당장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는데도 대책은 없다. 고령화 기준을 60세에서 65세로 늘린다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

미봉책으로는 급한 효과는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대책'이 아니라 문제만 더 키우는 졸속대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들 나라의 정부는 하루아침에 해결할 능력을 축적해올 시간도, 재원도 충분하지 못했다.




더욱이 우리나라 인구 분포도를 보면 이 문제는 더 크게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인구 증가가 멈추거나 마이너스 증가를 기록하는 시점을 중심으로 고령화 문제가 해결하는 방안은 수십년 안에는 기대하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점은 경제적 재원이다. 지금 65세 이상 노인들은 대부분 산업 현장에서 평생을 일해오며 가족을 꾸리고 생계, 의료을 위해 온 몸을 바쳤다. 흔히 말하는 노후대책을 마련할 정도로 버는 돈이 충분하지 못하다.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하위권에서 중위권, 상위권으로 올라오면서 일하는 사람들에 충분한 대우를 해주지 못한 데서 비롯된 문제다.

이에 따라 사회나 국가가 해결 못하는 노령화 인구의 삶을 현재의 상황에서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인 개개인의 대안을 연구하고 경험한 것들을 중심으로 한 '노년의 자기계발서'가 자주 눈에 띈다. 이들 책들은 돈이 없어도 보다 풍요롭고 아름답게 노년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년의 삶을 자신이 처한 범위에서 조금이라도 더 평온하고 행복한 삶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책들이다. 이 때문에 이들 책은 노인에게 필요하다기보다 오히려 노인이 아직 안 된 사람들에게 더 잘 읽히는 책이다.




이 책 『당신은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가』도 노년의 삶은 결코 돈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 김여진은 간호사로 일해오다 요양병원 간호사로 일할 때 노년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저자에 따르면 간호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쌓은 노년의 삶에 대한 지혜와 간호사로 본 지식을 정리해 쓴 글이다. 특히 현장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가 바탕에 깔려 있어 더 공감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 믿는다. 돈이 없고 건강마저 잃으면 인간의 기본적인 품위를 지키기 힘들다. 특히 건강하지 못하면 기본적 품격은 기대하기 어렵다.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 이렇게 쓰고 있다. 옛날 평균 수명이 70~80세였던 시절에는 정년 퇴직 후 유유자적하면서 살아도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100세 시대다. 퇴직한 후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옛날에는 ‘노인이란, 오래된 지혜를 가진 현명한 생각의 소유자다’라고 생각해 사람들이 노인을 존경하고 노인의 말을 잘 귀담아들었다. 일, 기능, 지혜가 차세대로 계승되어왔기에 노인의 말에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지금은 AI의 시대로, 모든 정보와 노하우 등이 기계로 전파되기에 노인의 이런 말과 기술, 경험과 지혜가 조금 퇴색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이 시점에 노인이라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노년이지만 누구나 한 가지씩은 잘하는 것이 분명히 있다. 또한, 젊은이들보다 오래 살아왔던 경험들이 노하우로 축적된 지혜와 영감이 있다. 마음만 고쳐먹으면 타고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진짜로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찾아 나서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100세 시대가 된 지금, 긴 노년을 보내야 하는 이들에게는 보다 즐겁게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중장년층에게는 노년을 대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보와 행동지침을 일러준다. 저자의 말에 완전 공감하며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라면"이란 생각이 든다.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은 생각보다 꿈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주장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늙어서 무슨 꿈이냐고 말하거나 꿈은 젊은 사람들이나 꾸는 것이지, 나이 들어서 무슨 꿈이냐고 생각한다는 것.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 주장이다. 독자도 공감한다. 하지만 저자는 현장에서 다른 관점을 발견한다.

"꿈을 가진 자는 그 정신이 늙지 않으며 언제나 젊다. 꿈이 가슴속에 살아 있기 때문에 눈동자는 늘 빛난다. 삶에 목적을 가지고 그것을 완수했을 때만이 후회가 없고 여한이 없는 삶을 살아냈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전성기는 일찍 올 수도 있고 늦게 올 수도 있다. 각자에게 언제 그 전성기가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꿈을 포기하면 안 된다."

저자는 만약 당신이 지금 힘들다면, 아직 당신의 전성기는 오지 않은 것뿐이라고 말한다. 꿈이 있는 한 나이는 없다. 인생의 참 의미는 성장에 있다.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는 죽는 날까지 성장한다. 어제보다 행복한 하루를 나 자신에게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무엇이며, 무엇을 가장 하고 싶어 했는지, 무엇을 할 때 가장 자신 있고 행복한지, 지금이라도 자기만의 달란트를 찾아 나서 보자. 노년이라고 꿈을 꾸지 말라는 법은 없다. 노년이 되어도 꿈이 있는 사람은 진정 살아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각자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며,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가 깊이 성찰해보아야 한다. 몸은 늙더라도 마음은 늘 청춘을 유지하는 법,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품위 있는 죽음’은 삶만큼 중요하다고 한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맞는다. 건강하게 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품위 있는 죽음이다. 사람들은 평소 살아가면서, 자신의 품위를 유지하며 존경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건강하게 살면서 품위를 유지하고 오래 사는 것도 좋지만, 과연 우리가 삶의 최후 순간까지도 그 품위를 얼마만큼 잘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p. 19)


자신을 해방하는 데 정해진 법칙이 없듯이, 삶에도 정해진 법칙은 없다. 어떤 삶을 살든 그 삶의 본질은 자유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자신만의 원칙을 세워서 규칙적으로 끈기 있게 일하다 보면, 반드시 값진 보상을 얻을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는 우리 삶의 중심을 잘 잡기만 하면 된다. 내가 삶을 잘 조종해서 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p. 29)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모든 것은 자신의 생각에 달려 있다’는 사실부터 깨달아야 한다.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하고 나면 아무리 낯선 곳이라도 가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우리의 삶은 한 번뿐이고, 그 삶을 만족과 행복으로 채워나갈 권리가 있다. 배움은 희망을 보게 한다. 그리고 끊임없는 도전은 스스로에게 좋은 자극을 준다.(p. 68)




이제 꿈을 나이 뒤로 숨기지 말자. 우리는 우리 뒤에 있는 것을 볼 수가 없다. 나이 핑계를 대면서 차일피일 미루기에는 나의 꿈이 너무나 아름답고 눈부시다.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루어야 하는 나이가 정해져 있지 않듯이, 무언가를 이루지 못할 나이 역시 정해져 있지 않다. 우리 인생의 클라이맥스는 아직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p. 144)


자존감을 잃지 않고 행복을 찾는 ‘진짜 나를 사랑하는 법’은 유리처럼 산산이 부서진 마음을 스스로 보듬어 안아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삶의 순간순간, 내면의 빈칸들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자신을 돌아보며 물음표를 던진다. 타인이 정한 기준에 맞춰 타인의 바람대로 살아가는 삶은 과연 옳은지, 세상의 중심엔 다른 무엇보다 내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지 말이다.(p. 187)


후회가 없는 삶을 사는 많은 비결 중에서도 반드시 꼭 신경 써야 하는 것이 건강이다. 요양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젊어서 건강을 잘 지키지 않고 무절제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태반이다. 술과 담배, 불규칙한 생활 습관, 부정적인 생각 등 다양한 원인을 가지고 있다. 그분들과 대화하다 보면 하나같이 지난날을 후회한다. 아무리 금은보화가 많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도 건강하지 못하면 행복하지 않다.(p. 195)



이 책은 처음에는 '내 문제는 아니야'라는 심경으로 읽어갔지만 읽을수록 '바로 내 삶의 문제'라고 인지하게 됐다. 저자의 글솜씨 때문이 아니라 현장 경험을 통한 진솔한 내용을 풀어썼기 때문이다. 더욱이 책상이나 도서관에서 배운 지식이 아니라 현장 경험에서 얻은 지혜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 방안을 내놨기 때문에 '내 문제'로 인식하기 쉽게 썼기 때문이다. 내 문제로 인식하고부터는 정말 읽는 데 속도가 붙었다. 가끔은 읽다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공감과 '내 생각, 내 생활의 일부가 책 속에서 드러나자 완적히 몰입했다. 마지막에 "앞으로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확신이 선 것은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고, 논리에 설득되니 매우 자연스러운 논리고,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객관성의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삶을 살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다르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이 책의 논리나 주장은 최대공약수를 포함한다고 독자는 믿는다. 사람 삶은 개개인별로 세밀하게 접근하면 다 다르지만 크게 분류해보면 거의 비슷비슷하다. 그 비슷한 점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말 없이, 법 없이 살아온 우리 모두의 삶에 녹아든 것이다.

노인에게 자기계발서를? 노인들이 자기계발서를 읽는다고? 이 책이 읽힐까? 걱정은 전혀 할 필요없다. 그것은 저자의 문제이지 독자의 문제가 아니니까. 사람은 누구나 노인이 된다.


저자 : 김여진(자기계발 작가. 동기부여가)


드림 메이커, 꿈 메신저, 인생 2막 코치. 간호사로 카톨릭의과대학부속 성빈센트병원, SAUDI RIYADY CENTURAL HOSPITAL에 근무했고, 현재는 요양병원 근무 중이다. 자기계발 작가, 인생2막 코치, 동기부여 강연가, 드림 메이커, 꿈 메신저, 작가이자 동기부여가로 노년들에게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 학교를 열어 노년의 인생 2막 준비를 도와준다. ‘김여진 인생 2막 연구소’를 운영 중이며, 공동저서로 《버킷리스트 2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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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해서 - 소란과 홀로 사이
배은비 지음 / 하모니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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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어중간하다'는 형용사가 자주 나온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어중간하다'(於中間하다)는 뜻은 ① 거의 중간쯤 되는 곳에 있다. ②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두루뭉술하다. ③ 시간이나 시기가 이러기에도 덜 맞고 저러기에도 덜 맞다. 등으로 쓰인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 중의 하나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보통으로 평범하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등의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면 부정확하고 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정도의 뉘앙스를 갖고 있다. 우리 삶에서 적용하면 대부분 '어중간한 사람'은 '어정쩡한 사람'이 되듯 정체성이 부정확한 이른바 '박쥐'를 생각케 한다. 흔히 일상에서 어중간한 사람은 자신의 뜻을 분명히 드러내지 않거나, 어떤 상황이나 사건이 발생할 때 부적임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에선 정상적인 대우를 받기 어려운 처지에 빠질 때가 많다. 수동적으로 어중간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 책 『어쩌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해서』의 저자 배은비는 자신을 '어중간함 그 자체인 사람'으로 말한다. 책 제목도 '어쩌면'도 그래서 붙인 건가?



'어쩌면'도 역시 자주 사용하면 부정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높은 단어다. 어쩌면은 '확실하지 아니하지만 짐작하건대'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풀이되고 있다.

이 때문에 책 제목에 '어쩌면'이라는 단어를 넣은 것은 오해받을 이유가 된다. '확실치 않지만 짐작컨대'로 해석되면 독자에게 어필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단어들은 독자들 입장에서 견주어 보면 정말 어중간한 사람들은 모두 이 단어의 뜻을 긍정적인 매력이 있는 단어로 받아들일 것이다.

부조리가 없거나 상식대로 흘러가는 사회라면 '어중간한 사람'도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대우받을 수 있다. 어쨌거나 어중간한 사람들은 늘 중심에서 멀어져가는 이방인이나 요즘 말로 '투명인간' 대우를 받을 우려가 크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게 책을 읽어본 독자의 소감이다. 저자는 먼저 자신이 어중간한 삶을 살았고, 그런 사람들에 대한 사회 시선을 자주 받았기 때문에 어중간해서 소외되는 사람들의 입장을 잘 이해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소란스러운 세상에서 어중간하기만 한 나 같은 사람이 설 곳은 없는 것만 같을 때, 주눅 들고 외롭다 느끼는 사람들에게 괜찮다는 위로를 전해주고 싶다. 늘 어중간하기만 한 사람. 그래서 무엇을 하던 온갖 애를 써야만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여러 번의 취업, 사기, 경제적 바닥,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 열심히 살아봐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느끼던 날들이었다.

내가 꿈꿔온 삶은 이런 것이 아닌데 나만 이렇게 살아가는 것 같았다. 빛나는 사람들 틈에서 평범하고 어중간한 '나 같은' 사람이 설 곳은 없었다. 하던 일들은 포기하거나 실패하기 일쑤였고 욕심은 많아서 이것저것 툭툭 건드려 놓기만 했다. 제대로 이뤄 놓은 것 하나 없는 나 자신이 한심스러워 견딜 수 없을 때면 나를 버티게 해 주었던 건 글이었다.

이젠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썼다. 세상은 언제나 불공평하고 뜻대로 되지 않겠지만 그래서 당신이 힘들고 슬플 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당신이 빛나는 순간은 올 것이라고 그러니 자신을 믿고 사랑하며 살아가라고 전해주고 싶다.



이 책을 읽기 전 열심히 내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저자의 입장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독자는 처음 책을 읽어가면서 곧 "내 삶에 뭔가 빈 곳이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다 읽고 난 후 독자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면서 깨달았다.

학교를 나와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저자의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그곳에서 선택 받은 후 그곳에서 맡긴 일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일을 잘하는 것은 선택권이 자신에게 있지 않고 그들('나'가 아닌 나를 뽑은 사람이나 집단)에게 있었고 그들에 의해 선택받는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도 "맡은 일을 최선을 다해 인정받고, 대우받고, 승진도 한다. 그것이 직장생활이다" 라는 항변도 마음속으로 해봤다. 성찰을 계속했다. 거기서 남는 것은 무엇인가. 삶을 계속할 수 있는 각종 대우를 받았으니, 자신의 능력이 인정받았으니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돌아보면 정작 중요한 '자신의 삶'은? 없다. 흘러간 수십년 시간 속에 '나'가 없다니. 이건 아이러니고 역설이다. 애써 찾아보려는 독자들은 똑같은 입장에 처해질 것이다. 독자는 이렇게도 생각해봤다. "내가 노력해서, 나와 내 식구 먹고살고, 남한테 손 안 벌리고, 해 끼치지 않고 2세 교육 열심히 시키고... 그보다 더 값진 삶이 어디 있느냐"고 반박도 했다. 그러나 공허한 메아리만 들려온다. 그래서 너는 달라진 게 뭐냐고...

결국 저자의 믿음은 곧 독자의 믿음으로 전이된다. 저자는 '어중간한 삶'이었다면 독자는 '어정쩡한 삶'이라고.



세상이 독자에게 '잘했다'는 평점을 주는 것에는 인색하다. 열심히 산 건 인정해도 잘 산 건 인정하지 않는 거다. 그것을 자신이 알아야지 누가 내 삶을 잘 살았다, 못 살았다 평가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열심히 산 건 맞지만 잘 산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지? 저자는 일일이 예를 들어가며 어중간한 삶을 지적한다.

내게 이런 말을 한 사람이 있었다. “부단히도 애를 써야 발 한쪽이라도 이 땅에 붙이고 살아갈 수 있어.” 하지만 난 그 말을 부정하기로 했다. 세상에 애를 쓴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어느새 시들」 중에서


서른이 넘어가면 주변에선 왜 이리도 말들이 많은지 골치가 아플 정도다. 나이도 있는데 결혼은 언제 할 건지, 돈을 모아 놓기는 했는지, 연애는 하는 건지, 요즘에는 평생직장이 없다던데 공부는 꾸준히 하는 건지, 저번에 보니 살 좀 빼야 할 거 같던데 운동은 하는 건지 등등의 말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쏟아진다. 나는 그때마다 무사히 넘어갈 수 있는 대답을 한다.

“때 되면 다 되겠죠, 알아서 하고 있어요.”

도대체 저 기준은 누가 정한건지 모르겠다. 이 나이쯤이면 결혼을 해야 하고 일한지 꽤 됐으면 돈도 모아놨어야 한다는 게 진짜일까.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도 하던데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들을 바라는 것이 아닐까.

「편견의 무게」 중에서



저자는 계속해서 격려와 함께 '자신의 삶'을 위한 노력을 실례를 들며 보여준다. 저자의 삶과 깨달음을 통해.


사람에게 실망하는 일이 반복 될 때마다 많은걸 바라지 말자고 다짐 아닌 다짐을 하곤 했지만 누군가 내게 기대는 것이 좋았다. 남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 조금이나마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건 사실 나를 위로하는 일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결국 이것이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고 싶다 생각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지겨워졌다. 대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에 그런 말들을 듣고 있자면 덩달아 지쳐가는 것 같았다.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

「마음의 크기」 중에서


넌 항상 떨쳐버릴 수 없는 존재였다. 나는 너를 부정하기보단 온몸으로 끌어안아 본다. 아쉬워하지 않기 위해, 미련을 남기지 않기 위해 밀려오는 너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고 나면, 그렇게 꽃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내게도 새로운 계절이 올테니까.

나는 분명, 지금 이 순간들을 사랑한다. 그러니 애써 지난 마음을 달래려고도 억누르지도 말 것. 온 마음을 다해 그리워하고 추억할 것. 그러다 조금 가라앉고 나면 아무렇지 않은 듯 살다 다시금 마음이 간지러워질 때면 온전히 그 마음을 다할 것. 그러고 나면 또다시 온 힘을 다해 사랑할 것.

「산책하는 오후」 중에서



독자는 간신히 정신을 추스리고 책을 계속 읽어나간다. 아까보다 집중력도 훨씬 떨어졌지만 가다듬고 독서를 계속한다. 저자의 위로와 잘 사는 삶을 위한 '행동강령'을 듣기 위해서. 저자는 천천히 그러나 진솔하게 조언한다.


불필요하거나 못 나온 부분들을 잘라내고 보정할 수 있는 사진처럼 내 인생도 그럴 수는 없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별로라고 말하던 사진들에 눈길이 가는 걸 보면 그건 아마 그 순간에 있어야 할 것들이 온전히 담겨 있어서겠지. 혹여, 당신의 삶에도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면 잊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본다. 지금의 삶이 견디기 힘들다 할지라도 아마도 그건 당신에게 꼭 필요한 시간일 거라고. 우리에겐 불필요한 순간도 삶도 없다고. 그러니 당신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주 예쁘다고.

순간을 기록한다는 건 모든 순간에 있던 나를 잊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기도 했다.

「순간을 기록한다는 것」 중에서


하루가 끝이 나고 모두가 잠이 드는 때,

당신의 하루엔 끝이 없는 것만 같다면

올려다본 밤하늘에 뜬 달을 보고도 눈물이 난다면

열심히 노력해도 무엇 하나 손에 잡히는 것 없는 현실에 모든 걸 포기해 버리고 싶다면

이 말로는 충분하지 않겠지만,

정말 괜찮다고.

당신이기에 괜찮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극심한 추위가 가고 나면 유난히 따뜻한 계절이 찾아오듯

당신의 밤은 깊었으니 유난히도 빛나는 날이 찾아올 거라고.

그러니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본다.

빛나는 별들을 보며 외롭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본다.

당신을 사랑하고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을 바라보길 바라본다.

그렇게 이 글이 어쩌면 당신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치는 글」 중에서


저자 : 배은비


어중간함 그 자체인 사람.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이제는 이것 또한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 매일 어딘가 내가 가야 할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하루의 끝이 있어 좋은 사람. 역마살이 세개나 있는 덕분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약속시간 보다 일찍 도착해 시간이 비는 틈 사이를 좋아하고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 환한 낮보다는 어스름히 빛나는 밤을 더 좋아하는 사람.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게 만들어준 글이 내게 위로가 되었듯 당신에게도 그 위로가 닿기를 바라는 사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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