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해서 - 소란과 홀로 사이
배은비 지음 / 하모니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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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어중간하다'는 형용사가 자주 나온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어중간하다'(於中間하다)는 뜻은 ① 거의 중간쯤 되는 곳에 있다. ②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두루뭉술하다. ③ 시간이나 시기가 이러기에도 덜 맞고 저러기에도 덜 맞다. 등으로 쓰인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 중의 하나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보통으로 평범하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등의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면 부정확하고 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정도의 뉘앙스를 갖고 있다. 우리 삶에서 적용하면 대부분 '어중간한 사람'은 '어정쩡한 사람'이 되듯 정체성이 부정확한 이른바 '박쥐'를 생각케 한다. 흔히 일상에서 어중간한 사람은 자신의 뜻을 분명히 드러내지 않거나, 어떤 상황이나 사건이 발생할 때 부적임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에선 정상적인 대우를 받기 어려운 처지에 빠질 때가 많다. 수동적으로 어중간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 책 『어쩌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해서』의 저자 배은비는 자신을 '어중간함 그 자체인 사람'으로 말한다. 책 제목도 '어쩌면'도 그래서 붙인 건가?



'어쩌면'도 역시 자주 사용하면 부정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높은 단어다. 어쩌면은 '확실하지 아니하지만 짐작하건대'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풀이되고 있다.

이 때문에 책 제목에 '어쩌면'이라는 단어를 넣은 것은 오해받을 이유가 된다. '확실치 않지만 짐작컨대'로 해석되면 독자에게 어필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단어들은 독자들 입장에서 견주어 보면 정말 어중간한 사람들은 모두 이 단어의 뜻을 긍정적인 매력이 있는 단어로 받아들일 것이다.

부조리가 없거나 상식대로 흘러가는 사회라면 '어중간한 사람'도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대우받을 수 있다. 어쨌거나 어중간한 사람들은 늘 중심에서 멀어져가는 이방인이나 요즘 말로 '투명인간' 대우를 받을 우려가 크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게 책을 읽어본 독자의 소감이다. 저자는 먼저 자신이 어중간한 삶을 살았고, 그런 사람들에 대한 사회 시선을 자주 받았기 때문에 어중간해서 소외되는 사람들의 입장을 잘 이해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소란스러운 세상에서 어중간하기만 한 나 같은 사람이 설 곳은 없는 것만 같을 때, 주눅 들고 외롭다 느끼는 사람들에게 괜찮다는 위로를 전해주고 싶다. 늘 어중간하기만 한 사람. 그래서 무엇을 하던 온갖 애를 써야만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여러 번의 취업, 사기, 경제적 바닥,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 열심히 살아봐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느끼던 날들이었다.

내가 꿈꿔온 삶은 이런 것이 아닌데 나만 이렇게 살아가는 것 같았다. 빛나는 사람들 틈에서 평범하고 어중간한 '나 같은' 사람이 설 곳은 없었다. 하던 일들은 포기하거나 실패하기 일쑤였고 욕심은 많아서 이것저것 툭툭 건드려 놓기만 했다. 제대로 이뤄 놓은 것 하나 없는 나 자신이 한심스러워 견딜 수 없을 때면 나를 버티게 해 주었던 건 글이었다.

이젠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썼다. 세상은 언제나 불공평하고 뜻대로 되지 않겠지만 그래서 당신이 힘들고 슬플 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당신이 빛나는 순간은 올 것이라고 그러니 자신을 믿고 사랑하며 살아가라고 전해주고 싶다.



이 책을 읽기 전 열심히 내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저자의 입장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독자는 처음 책을 읽어가면서 곧 "내 삶에 뭔가 빈 곳이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다 읽고 난 후 독자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면서 깨달았다.

학교를 나와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저자의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그곳에서 선택 받은 후 그곳에서 맡긴 일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일을 잘하는 것은 선택권이 자신에게 있지 않고 그들('나'가 아닌 나를 뽑은 사람이나 집단)에게 있었고 그들에 의해 선택받는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도 "맡은 일을 최선을 다해 인정받고, 대우받고, 승진도 한다. 그것이 직장생활이다" 라는 항변도 마음속으로 해봤다. 성찰을 계속했다. 거기서 남는 것은 무엇인가. 삶을 계속할 수 있는 각종 대우를 받았으니, 자신의 능력이 인정받았으니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돌아보면 정작 중요한 '자신의 삶'은? 없다. 흘러간 수십년 시간 속에 '나'가 없다니. 이건 아이러니고 역설이다. 애써 찾아보려는 독자들은 똑같은 입장에 처해질 것이다. 독자는 이렇게도 생각해봤다. "내가 노력해서, 나와 내 식구 먹고살고, 남한테 손 안 벌리고, 해 끼치지 않고 2세 교육 열심히 시키고... 그보다 더 값진 삶이 어디 있느냐"고 반박도 했다. 그러나 공허한 메아리만 들려온다. 그래서 너는 달라진 게 뭐냐고...

결국 저자의 믿음은 곧 독자의 믿음으로 전이된다. 저자는 '어중간한 삶'이었다면 독자는 '어정쩡한 삶'이라고.



세상이 독자에게 '잘했다'는 평점을 주는 것에는 인색하다. 열심히 산 건 인정해도 잘 산 건 인정하지 않는 거다. 그것을 자신이 알아야지 누가 내 삶을 잘 살았다, 못 살았다 평가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열심히 산 건 맞지만 잘 산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지? 저자는 일일이 예를 들어가며 어중간한 삶을 지적한다.

내게 이런 말을 한 사람이 있었다. “부단히도 애를 써야 발 한쪽이라도 이 땅에 붙이고 살아갈 수 있어.” 하지만 난 그 말을 부정하기로 했다. 세상에 애를 쓴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어느새 시들」 중에서


서른이 넘어가면 주변에선 왜 이리도 말들이 많은지 골치가 아플 정도다. 나이도 있는데 결혼은 언제 할 건지, 돈을 모아 놓기는 했는지, 연애는 하는 건지, 요즘에는 평생직장이 없다던데 공부는 꾸준히 하는 건지, 저번에 보니 살 좀 빼야 할 거 같던데 운동은 하는 건지 등등의 말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쏟아진다. 나는 그때마다 무사히 넘어갈 수 있는 대답을 한다.

“때 되면 다 되겠죠, 알아서 하고 있어요.”

도대체 저 기준은 누가 정한건지 모르겠다. 이 나이쯤이면 결혼을 해야 하고 일한지 꽤 됐으면 돈도 모아놨어야 한다는 게 진짜일까.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도 하던데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들을 바라는 것이 아닐까.

「편견의 무게」 중에서



저자는 계속해서 격려와 함께 '자신의 삶'을 위한 노력을 실례를 들며 보여준다. 저자의 삶과 깨달음을 통해.


사람에게 실망하는 일이 반복 될 때마다 많은걸 바라지 말자고 다짐 아닌 다짐을 하곤 했지만 누군가 내게 기대는 것이 좋았다. 남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 조금이나마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건 사실 나를 위로하는 일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결국 이것이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고 싶다 생각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지겨워졌다. 대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에 그런 말들을 듣고 있자면 덩달아 지쳐가는 것 같았다.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

「마음의 크기」 중에서


넌 항상 떨쳐버릴 수 없는 존재였다. 나는 너를 부정하기보단 온몸으로 끌어안아 본다. 아쉬워하지 않기 위해, 미련을 남기지 않기 위해 밀려오는 너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고 나면, 그렇게 꽃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내게도 새로운 계절이 올테니까.

나는 분명, 지금 이 순간들을 사랑한다. 그러니 애써 지난 마음을 달래려고도 억누르지도 말 것. 온 마음을 다해 그리워하고 추억할 것. 그러다 조금 가라앉고 나면 아무렇지 않은 듯 살다 다시금 마음이 간지러워질 때면 온전히 그 마음을 다할 것. 그러고 나면 또다시 온 힘을 다해 사랑할 것.

「산책하는 오후」 중에서



독자는 간신히 정신을 추스리고 책을 계속 읽어나간다. 아까보다 집중력도 훨씬 떨어졌지만 가다듬고 독서를 계속한다. 저자의 위로와 잘 사는 삶을 위한 '행동강령'을 듣기 위해서. 저자는 천천히 그러나 진솔하게 조언한다.


불필요하거나 못 나온 부분들을 잘라내고 보정할 수 있는 사진처럼 내 인생도 그럴 수는 없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별로라고 말하던 사진들에 눈길이 가는 걸 보면 그건 아마 그 순간에 있어야 할 것들이 온전히 담겨 있어서겠지. 혹여, 당신의 삶에도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면 잊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본다. 지금의 삶이 견디기 힘들다 할지라도 아마도 그건 당신에게 꼭 필요한 시간일 거라고. 우리에겐 불필요한 순간도 삶도 없다고. 그러니 당신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주 예쁘다고.

순간을 기록한다는 건 모든 순간에 있던 나를 잊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기도 했다.

「순간을 기록한다는 것」 중에서


하루가 끝이 나고 모두가 잠이 드는 때,

당신의 하루엔 끝이 없는 것만 같다면

올려다본 밤하늘에 뜬 달을 보고도 눈물이 난다면

열심히 노력해도 무엇 하나 손에 잡히는 것 없는 현실에 모든 걸 포기해 버리고 싶다면

이 말로는 충분하지 않겠지만,

정말 괜찮다고.

당신이기에 괜찮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극심한 추위가 가고 나면 유난히 따뜻한 계절이 찾아오듯

당신의 밤은 깊었으니 유난히도 빛나는 날이 찾아올 거라고.

그러니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본다.

빛나는 별들을 보며 외롭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본다.

당신을 사랑하고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을 바라보길 바라본다.

그렇게 이 글이 어쩌면 당신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치는 글」 중에서


저자 : 배은비


어중간함 그 자체인 사람.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이제는 이것 또한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 매일 어딘가 내가 가야 할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하루의 끝이 있어 좋은 사람. 역마살이 세개나 있는 덕분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약속시간 보다 일찍 도착해 시간이 비는 틈 사이를 좋아하고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 환한 낮보다는 어스름히 빛나는 밤을 더 좋아하는 사람.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게 만들어준 글이 내게 위로가 되었듯 당신에게도 그 위로가 닿기를 바라는 사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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