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생각 - 이 세상 가장 솔직한 의사 이야기
양성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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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으로 요즘 뉴스의 절반은 코로나 관련 뉴스다. TV 뉴스 화면에 병원 전경이든 진료 모습이든 안 나오는 날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나온 것은 지난 2월달이다. 지금부터 9개월이 다 됐다. 우리는 TV를 통해 방역복을 입고 진료하는 치료진의 모습을 자주 봤다. 그리고 그들의 치료하는 과정의 어려움, 위험에 대해서 안타까움과 고마움이 각자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졌을 것이다. 이들의 희생적인 노력으로 우리는 코로나 모범 방역국을 넘어 'K 방역'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감염병 대처의 의료 수준을 낱낱이 볼 수 있었다.

선진국보다 더 철저하고 정확하게 대처해 확진자 숫자가 미미하다고 표현될 정도로 없는 편이다. 그 중심에 의사가 있다. 우리에게 감염 위험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하고, 만일 감염병에 걸려도 세계 최고의 의료 수준임을 이번 방역 의료진이 보여줬다. 그들은 대한민국 의사이기 때문에 국민들은 한마음으로 고마움을 표시하고 세계 최고의 의료보험 제도나 의료제도 등에 자부심을 느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키워준 것도 이들 의사의 헌신적인 노력 덕택이다. 이런 점에서 의사에 대한 존경심을 갖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책 『의사의 생각』은 우리가 1년에도 몇 번씩 가는 동네 의원의 평범한 의사가 쓴 책이다. 의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의사가 되는지, 어떤 고민 속에서 환자를 돌보는지 솔직하게 그려낸다. 환자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슈바이처나 이국종 같은 의사는 이 책에 없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텔레비전의 의사들처럼 고상하지도 않고 잘생기지도 않았다. 능력이 뛰어나 매스컴에 잘 알려진 의사도 아니다. 우리가 쉽게 찾는 동네 의원 의사가 진료 현장에서의 부끄러운 실수조차 솔직히 밝히면서 환자를 통해 의학을 배우고, 의사로서의 자신을 돌이켜본다. 의사가 책을 쓸 경우는 대부분 그들의 뛰어난 의학 수준과 능력을 등에 업고 많은 환자들에게 치료 방법과 환자의 할 일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쓴 책밖에 없었다. 아니, 있겠지만 잘 알려지지 않거나 독자가 못 읽어봤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일 듯하다.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과정을 보면 웬만한 사람은 극복해내기 어려운 과정을 거친다. 도제식 의술 전수제도 때문이다. 마치 군인이 되기 위해 훈련병 시절의 독자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제도의 잘못보다는 오히려 의사가 되는 과정이 그만큼 어렵고 험난하다는 의미로 많이 언급되는 부분이어서 의사가 아닌 독자가 말할 부분은 아니다.



평생 병원 한 번 안 가본 사람은 없다. 혹시 있다면? 돈이 없어서? 옛날 얘기다. 지금은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를 시행하는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은 없을 듯하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감기 한 번쯤 안 걸린 사람 없고, 감기로 병원 안 가는 사람도 건강검진을 하려면 병원을 가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은 건강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라고 한다. '건강한 몸이 재산'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 문제가 늘 걱정이다.

자신이 건강관리를 잘 해서 병원 안 가본 사람이 있을까. 큰 병이 아니면 대개는 동네 '의원급 병원'부터 찾는다. 이른바 '동네 병원'이다. 큰 병원은 번거롭고 진료비나 각종 검사비 등도 비싸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은 큰 병원이 유능한 의사가 많다고 생각해서인지 감기만 걸려도 큰 병원으로 갔다. 그러다보니 동네 병원 의사들은 문을 닫고 폐업하는 경우도 많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당시 의료보험공단)은 동네 의원을 살리기 위해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비했다. 특별한 경우나 응급환자가 아니면 의원급 동네 병원을 먼저 들러 진료 받은 후 의사의 치료 여부에 따라 2차, 3차 진료병원인 큰 병원으로 가도록 의료체계를 정비한 것이다. 지금은 의료비 문제로 돈 때문에 동네 병원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 체계 때문이다.



이 조치로 동네 의원은 괜찮아졌을까? 독자는 병원을 자주 찾는 편이지만 궁금하다고 의사에게 이런 문제를 물어볼 수는 없다. 또 친절한 의사라도 궁한 모습을 자신의 입으로 얘기할 리 없다. 이 책은 동네 의원 평범한 의사가 쓴 책이다. 사실 유명한 의사가 쓴 책들은 많이 봤지만 이름 없는 동네 의사가 자신의 진료실 안팎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책으로 쓴 것은 이 책 『의사의 생각』을 쓴 양성관 의사가 처음일 듯하다. 생각나는 의사가 한 명은 있는 것 같다. 지금은 그 분의 이름을 잊었지만 '시골 의사' 제목이 들어간 책이었던 것 같다. 조금 관점이 다르다. 그리고 독자가 읽어보질 못해 어떤 책인가 하는 기억이 별로 없다. 이 책은 우리의 건강을 1차적으로 책임지는 최일선 동네 의사가 써서 관심이 갔다. 동네 의사를 많이 만나는 독자로서는 궁금한 점이 많았다.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궁금증은 해결되리라 기대한다. 사실 진료 문제보다 수입이라든지, 에피소드 등에 더 관심 있지만 그런 문제를 다루지는 않았을 터 동네 의사가 쓴 책이라 애정이 더 가는 것은 사실이다. 차례를 훑어보니 어떤 과정을 거쳐 의사가 되는지,어떤 고민 속에서 환자를 돌보는지를 중심으로 쓴 책인 것 같다. 그런데 관심을 끄는 것은 고상하지도 잘생기지도 않았다고 고백하는 점이다. 의사가 단정한 모습에 존경심이 일지, 잘생긴 이유로 존경하거나 자신의 건강 치료를 부탁하는 것은 아닌데... 혹시 외모 콤플렉스? 슬며시 웃음을 흘리고 책장을 넘긴다.



『의사의 생각』이란 제목에서 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하면서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는 별로 궁금한 사안이 아니다. 진찰을 통해 병의 원인을 찾고 자신의 의학 지식과 경험으로 처방전을 써주고 할 테니까.

그러나 책 속의 의사는 정말 생각이 많은 것 같다. 환자 한 명 한 명을 인간적으로 대한다. 우리 동네 의사는 그런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으니까 그려려니 하고 만다. 그러나 저자인 책 속의 의사는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그들의 주변에 흐르는 공기까지 관찰한다고 한다. 처음 듣는 얘기다.

환자로서 병원에 가보면 의사는 병에 관한 얘기부터 질문하고 문진과 필요한 진찰을 하면 그걸로 끝이다. 처방전을 밖에 나와 간호사에게 받아 가면 끝이다. 특히 환자가 많을 때(요일별, 시간대별, 계절별로 차이가 있는 듯하다)는 여러 다른 걸 물으면 오히려 환자 입장에서 미안한 감정이 든다. 다른 환자를 계속 진료해야 하는데 '날 붙잡고 뭐 별로 쓸데없는 얘기를 하시나' 하는 마음에서다.

책 속에 이런 말이 나온다. "유치원 교사는 유치원생만 보고 선생님은 학생만 보듯 의사인 사람은 항상 아픈 사람만 본다." 직업으로서는 그래서 별로다. 그런 의미에서 썼다. 아픈 사람만 보는 것은 가족이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는 "3년 병에 효자 없다"는 우리 옛말도 있잖은가.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의사란 직업은 최고의 직업으로 꼽는다. 이유는 대부분 사람들이 인정하겠지만 '돈을 잘 버니까'다. 그렇지 않고는 특별히 존경할 만한 일은 없을 듯하다. 머리가 좋아서? 아니다. 그럼 자상해서? 천만에. 그런 일은 의사의 개인적 성격이고 성품이지 모든 의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면 의사가 존경 받는 이유는 뭘까? 사람의 생명을 다루고, 환자는 국적이고 인종이고 성별이고 가리지 않고 치료하고 보는 '히포크라테스' 정신을 가진 분이라서? 독자가 장담컨대 '돈을 잘 벌어서'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니 정말 지금도 독자는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의사가 힘든 직업이라는 사실은 의사가 아니라도 안다. TV나 책을 통해서 보고 들었다.

의사가 되기까지의 12년의 의학공부(전문의)는 일반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보다 수십 배 힘들 것이란 말은 동의한다. 큰소리 빵빵 치는 사법시험(지금은 제도가 조금 바뀌었지만) 합격한 검사를 보면 의사는 부러워할 직업은 아니다. 두 분야 최고 수재들이 시험 치고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하니까 처음엔 머리 좋은 것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튼 큰소리 치며 사는 사람은 검사이지 의사는 아니다.



TV에서 묘사되는 의사는 모두 굉장한 직업의식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실제 의사 대부분은 그럴 것이다. 그러니 존경할 만하다. 환자로서 의사를 보면 존경심이 우러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돈과 관련되면 존경하는 마음은 조금씩 멀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의사라는 직업은 모두 돈을 잘 버는 줄 알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러나 평소에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지만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단체행동을 보면 돈을 도대체 얼마나 벌려고 저렇게 '밥그릇 싸움에 열심이나' 하는 생각이 들 때 의사에 대한 존경심은 조금 더 멀어진다. 평소에 의사는 환자의 병을 고쳐주고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힘든 일을 하는 사람으로 대해 마땅히 존경 받을 대상으로 생각하다

의사들의 단체행동 땐 왜 의사들이 그럴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의사들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반성도 해본다. 이 책은 최소한 의사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바로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주었다. 이 책을 쓴 의사의 진정성이 느껴졌고, 이 책에 쓴 사실이 모두 스트레스 많은 의사들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준 데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되어서다. 가끔 보여준 의사들의 무표정한 모습도 이해해줄 부분이 많다는 생각도 든다.



의사에 대한 말 중에 독자가 아는 말은 우리나라 의사, 의료 현실을 가장 잘 말해주는 말이라 생각한다.

"명의가 돈 잘 버는 것은 아니다. 명의 따로 있고, 돈 잘 버는 의사 따로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의사는 명의를 꿈꾼다. 즉, 돈 잘 벌기 위해 의사 된 사람은 없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명의가 많다. 존경 받는 명의. 돈 잘 버는 의사가 명의는 아니다. 환자의 아픔을 함께하고 환자의 고통을 치료해 덜어주는 의사가 명의다.


저자 : 양성관


브런치 조회수 100만의 작가. 한 여자의 남편, 그리고 딸아이의 아빠이지만 사람들은 ‘대머리 선생님’으로만 기억하는 의사. 배가 아파서 온 고3 학생에게 ‘인생에 찾아오는 다섯 번의 기회’에 대해 강연을 하고, 감기로 온 운동부 고등학생에게 운동선수의 인생을 말아먹는 ‘도핑’과 ‘승부 조작’의 위험성에 대해서 특별 강의를 늘어놓는 꼰대 겸 멘토. 의사가 아니라 작가로 돈을 벌어서, 하루에 환자 열다섯 명을, 한 명당 30분씩 보는 게 꿈인 의사이다. 1982년 김해시 봉황동 회현리 패총 근방에서 태어났다. 5번이나 이사를 다녔지만, 태어난 곳에서 100m를 벗어나지 못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들었던 구지가(龜旨歌)는 애국가보다 더 익숙하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서야 사촌 동생에게 자전거를 처음으로 배웠다. 김해 서중학교와 김해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고등학교 졸업을 4일 앞두고 친구 두섭이와 간 4박 5일의 여행이 인생을 바꾸었다. 졸업과 동시에 재수를 시작해, 공부한다는 핑계로 하동 고시촌에서 책을 읽고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2002년 부산대학교 의예과에 입학하여 의학공부 30%, 독서 30%, 여행 30%, 스타 10% 비율로 대학 생활을 보냈다. 2007년 대학교 마지막 방학을 뜻깊게 보내기 위해 달랑 20만원짜리 자전거에 텐트를 싣고 혼자서 전국 자전거 일주를 했다. 2008년 의사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의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3년간 지리산 아래의 시골 마을 산청에서 보건지소 지소장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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