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의 산
레이 네일러 지음, 김항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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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소설 작품 『바닷속의 산』은 국가 개념이 모두 해체된 근미래, ‘지구의 포식자’ 인류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생물종을 한계까지 착취하며 살아남는 ‘인류세’ 말기를 배경으로 한다. 저자 레이 네일러는 캐나다 퀘벡에서 태어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랐다. 20년 동안 러시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아프가니스탄, 아제르바이잔, 베트남, 코소보 등에서 거주하며 일했다고 한다. 주호찌민 미국 영사관에서 환경, 과학, 기술, 보건 담당관으로 근무했으며 미국 해양대기청 산하 국립 해양보호구역처 국제 자문관, 조지워싱턴대학교 국제 과학기술정책 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다고 알려졌다. 

소설의 주무대는 베트남의 고립된 군도 꼰다오이다. 어느날 불법 낚시를 자행하는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다는 “바다 괴물” 소문이 꼰다오에 퍼진다. 두족류의 지능을 연구하는 하 응유엔 박사는 최초의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거대 기업 ‘디아니마’의 의뢰를 받고 이곳에 도착한다. 이곳에선 이미 안드로이드 에브림과 보안 관리자 알텐체체그가 독특한 문어를 연구하고 있었다. 꼰다오 바다 깊숙이 잠긴 난파선에서 발견된 문어들은 자기들만의 문자를 사용하고, 색깔과 무늬가 변하는 피부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도구를 사용하며, 여러 세대가 모여 체득해온 지식을 대물림하면서 살고 있었다. 인간과 유사한 형태의 문어 문명을 발견한 하 박사는 문어의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또한 풍부한 어획량을 찾아 끝없이 항해하는 ‘무인 선박’ 바다늑대호가 망망대해에 떠 있다. ‘무인’이지만 세심한 관리와 막대한 유지 비용이 필요한 로봇 대신 인간이 물고기를 낚아올리는 노예선이다. 납치당한 노예 에이코는 자신만의 ‘기억 궁전’에 바다늑대호에서 보고 들은 모든 것을 저장해둔다. 해양 자원은 마침내 밑바닥을 드러내고, 목표 어획량을 맞추지 못한 바다늑대호는 점점 광포해진다. 한편 ‘마인드’ 해커 러스템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성에게서 의문의 의뢰를 받는다. 어떤 복잡한 마인드를 해킹해달라는 것. 소설에서 마인드란 “신경계에서 발사하는 수십억 개의 시냅스로 이루어진 커넥톰”(p.63)이자 인간의 의식, 자각하는 능력 자체를 의미한다.


러스템은 마치 거대한 궁전이나 미로처럼 느껴지는 마인드의 입구를 오랫동안 찾아 헤매며, 인류세의 끝자락에서 ‘지키기 위해 폭력을 선택한’ 급진적 환경 단체와 마주하게 된다. 세 이야기는 마침내 푸른 꼰다오 앞바다에서 한데 만나 ‘인류세 이후의 인간’의 모습을 “그 틈을 메울 수 없을 정도로 우리와는 다른 종”(p.525)인 문어의 피부를 통해 그려낸다.

정재승(과학자)은 레이 네일러는 “의식이란 무엇인가”라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당혹스러운 질문을 다시 꺼내들되, 이번엔 문어의 피부와 안드로이드의 눈동자, 그리고 잊혀진 인간의 기억에서 대답하려 한다고 추천사를 썼다.

또 청예(소설가)는 우리는 우리가 아닌 것들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혹은 어디까지 알 수 있는가? 저자가 이 작품에서 묻는다고 지적하고, ‘타자’로 이루어진 미로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은 바로 ‘공감’이라고 강조한다. 이 소설 작품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용서받지 못하는 죄는 ‘무관심’이라고 전제한 뒤, 종말에 대한 우리의 판타지는, 실은 종말이 오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바닷속의 산』은 우리에게 우리의 마음을 함께 돌아보기를 권유한다. 이 소설은 53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이지만 4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① 퀄리아(Qualia): 감각질. 어떤 것을 지각하면서 느끼게 되는 기분이나 떠오르는 심상.

② 움벨트(Umwelt): 주변 환경. 생물에게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자연적·사회적 조건이나 상황.

③ 세미오스피어(Semiosphere): 기호계. 자연이 감각과 경험을 결정한다는 생각과 반대로, 현상 세계는 기호가 감각과 경험을 생산하기 위해 함께 작동하는 과정의 창조적이고 논리적인 구조라는 생물기호학 이론.

④ 오토포이에시스(Autopoiesis): 자신이 스스로 자신을 제조하거나 재생산하는 것. 자기생산, 자기제작, 자기창출을 의미한다.


출판사 측은 저자 및 작품 소개에서 "2023년 로커스 최우수 신인 소설상을 수상하고, 세계 3대 SF 문학상으로 꼽히는 네뷸러상과 아서 C. 클라크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새로운 ‘SF 거장’의 탄생을 알린 장편소설"이라고 호평을 내놓았다. 이 밖에도 "이야기의 힘과 철학적 깊이를 동시에 갖춘 소설. 때때로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와 긴장감 넘치는 액션이 더해져, 경고로서도, 오락물로서도 성공한 작품이다."고 쓴 〈가디언〉, "마음을 울리고 사고를 확장시키는 데뷔작"이라고 쓴 〈워싱턴 포스트〉, 소설가 제프 밴더미어(『서던 리치』 시리즈 저자)의 평가도 주목할 만한다. "이 소설은 흥미롭고, 잔혹하며, 강렬하고, 구원적이다. 인공지능과 비인간 지능에 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며, 그 대답은 자극적이고도 매혹적이다."


"휴머노이드 인공지능을 더는 만들어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에브림이 지은 미소는 완벽했다. 진실하고 꾸밈없는 게 진짜 인간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 미소는 내 죽음의 그림자를 마주하는 것 같았다. 에브림이라는 존재가 나라는 존재를 시사했다. 내가 그저 미리 프로그램된 충동들이 무리 지어 끊임없이 반복되는 기계 그 이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에브림에게 정말 의식이 있고 누군가에 의해 제작된 존재라면 나 역시 그런 존재일 수 있다. 스스로 자유의지가 있다고 착각한 채 걸어 다니는, 살덩이로 덮인 뼈대라는 물질에 불과하다. 우연히 만들어졌거나, 또는 즉흥적으로 가능성을 시험해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p.60)


소설은 “의식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더 나아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복잡한 질문을 문어와 안드로이드를 통해 철학적이고 서정적으로 대답하고자 한다. “마침내 인간 마인드의 창발적인 복잡성을 완전히 재창조”(p.185)하여 탄생된 안드로이드 에브림이 그 대답의 시작이다.


에브림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의식이 있는 존재인가요?” 그리고 대답한다. “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진짜’ 인간들은 에브림을 혐오스러울 정도로 정교한 가짜라고 단정지으며, 에브림과 대화하려는 시도를 그만둔다. 에브림은 언젠가 인간을 파괴할지도 모르는 무시무시한 창조물로 전락한다. 소설 속에서 인간의 세상은 둘로 나뉜다. 인간이거나, 인간이 아니거나. 그러나 하 박사만은 에브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 “당신은 그저 유일한 존재예요. 그리고 새로운 존재이고요.”(p.339)

밤이 깊으면 해변으로 올라와 두 개의 ‘팔’로 걸어다니며 조개를 사냥하고, 자신들을 위협하는 인간을 날카로운 조개껍데기 단면으로 찔러 죽이는 꼰다오 문어 또한 에브림과 비슷한 존재다. “저 괴물들은 어떻게 말하는 걸 배웠을까?”(p.295) 온갖 미신과 소문이 떠도는 군도에서 “위험하고 똑똑한 바다 생명체”인 문어는 똑똑하다는 이유만으로 공포의 대상이 된다. 화가 난 문어들이 언젠가는 지상으로 올라와 인류를 휩쓸어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인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고 탐구하는 문어의 마인드를 이용해 위대한 발명을 해내려는 과학자의 욕심이 팽팽히 맞선다. 그러나 어느 쪽도 문어를 ‘친구’로 받아들이려 하지는 않는다. 하 박사와 에브림만이 끊임없이 문어에게 말을 걸며 손을 내민다. 소설 속에서 인간은 가장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생명체다. 타인의 말을 듣지 않고, 타인에게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 그러나 문어와 안드로이드의 세계는 순수한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인간과 문어와 안드로이드라는, 결코 섞일 수 없는 ‘종’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소설은 “인간만이 가진 외로움”(p.525)을 끝내는 방법을 찾아낸다.


“계속 생각해봤어. 우리는 어떻게 이걸 극복할 수 있을까? 이렇게…… 소통하려는 괴물들이랄까? 우리는 문어에게 괴물이나 다름없어. 사냥꾼이자 파괴자로서 그들의 친족을 살해하고 보금자리에 쓰레기나 버리고 말이야. 그런데 문어들도 우리에겐 괴물이야. 도대체 뭘 하려는지 알 수가 없고 완전히 이질적인 생물체니까.”(p.212)



이 소설에 대해 정재승 교수(KAIST 뇌인지과학과 및 융합인재학부 학부장)는 매우 인상적인 추천사를 남겼다. "어떤 소설은 독자를 먼 미래로 데려가지만, 어떤 소설은 독자의 내면 깊숙한 곳, 아직 이름 붙지 못한 감각과 기억의 심연으로 데려간다. 『바닷속의 산』은 후자에 속한다. 이 작품에서 SF는 상상력의 장르가 아니라 인식론의 무대다. 레이 네일러는 “의식이란 무엇인가”라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당혹스러운 질문을 다시 꺼내들되, 이번엔 문어의 피부와 안드로이드의 눈동자, 그리고 잊혀진 인간의 기억에서 대답하려 한다. 배경은 베트남의 외딴 군도 꼰다오. 이 섬은 한때 정치범 수용소였고, 지금은 무정부 자본주의 시대의 해양 생물 보호 구역이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언어도, 문명도, 전선도 없이 빛과 질감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두족류 문어들이 있다. 그들과 접촉하려는 이는 하 응유엔 박사, 과거의 실패를 등에 진 생물학자이자 언어 없는 생명체의 언어를 꿈꾸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녀 곁에는 에브림이 있다. 인류가 만든 첫 번째 의식을 가진 존재. 금속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이다.

이 소설은 ‘퀄리아Qualia’나 ‘세미오스피어Semiosphere’, ‘오토포이에시스Autopoiesis’ 같은 개념들을 아무렇지 않게, 마치 시구처럼 펼쳐 보인다. 테드 창과 어슐러 르 귄을 연상케 하는 서사적 우아함과 이론적 밀도가 아름답게 얽힌다. 바닷속에서 암호처럼 반짝이는 문어의 패턴은 언어의 기원이고, 에브림의 침묵은 인간성의 종착지처럼 보인다. 뇌과학자의 눈으로 보자면, 이 소설은 마치 커넥톰 지도를 따라 구성된 메타픽션 같다. 감각의 인코딩, 기억의 반복 회로, 자기참조 루프, 그리고 ‘자아’라는 환영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서사로 재구성한 정교한 실험실이다.

결국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의식이란 기억일까, 관계일까, 아니면 그저 신경 발화의 패턴일까?” 작가 레이 네일러는 어떤 대답도 강요하지 않지만, 깊은 바다처럼 독자의 뇌에 파문을 남긴다. 《바닷속의 산》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채 지나쳐온 존재들과, 우리가 미처 정의하지 못한 감정들과, 그리고 다시 낯설게 돌아온 우리 자신과 다시 마주 앉게 만든다. 그리고 깊은 바다에서부터 서늘하게 올라온 파문은 우리 의식 속에 오래 남는다." 


이 소설은 근미래의 지구촌을 그리고 있다. 기업 스파이, 군사, AI 등의 장치를 두루 활용한다. 그러나 핵심 내용은 “인간이 정말 세상의 중심인가?”라는 질문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깨닫게 되는 것은 두 가지 진실이다. 첫째, 개인은 절대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다. 둘째, 인류도 자연으로부터 완전히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가 작품의 주 무대를 '섬'을 택한 것도 숨은 의도가 있지 않나 싶다. 섬이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나 메시지도 곁들여 정립해보는 것도 독자들에게 제안해 본다.

이 소설에서 발견되는 문어는 그들만의 사회를 이룬다. 하지만 이들의 지각이나 개념 체계는 인간과 다르다. 소설의 핵심 테마는 문어의 언어 해독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오만·자기기만 등 윤리적 문제를 드러내는 데 있는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요즘 부각되고 있는 환경 파괴나 인권 침해가 '누구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저자 레이 네일러는 문제 원인을 인류의 무관심과 탐욕으로 확대 규정하고,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역설하는 듯하다. 


하 박사의 흥분이 완벽하게 에브림의 표정에 나타났다. 그렇다. 에브림도 분명히 공감하고 있었다. 물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서로 너무 달라서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감정은 확실했다. 그녀가 발견한, 아니 함께 발견한 것에 대한 순수한 즐거움.

“우리의 문어는 지금 석기시대에 살고 있어요. 아니면, 더 정확히 말하자면 조개껍데기 시대에 살고 있네요.”(p.168)


저자 : 레이 네일러


첫 장편소설 《바닷속의 산》으로 로커스 최우수 신인 소설상을 수상하고 네뷸러상, 아서 C. 클라크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극찬을 받은 신예.

캐나다 퀘벡에서 태어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랐다. 20년 동안 러시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아프가니스탄, 아제르바이잔, 베트남, 코소보 등에서 거주하며 일해왔다. 런던대학교 소아스SOAS,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국제 연구 및 외교 센터에서 국제외교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호찌민 미국 영사관에서 환경, 과학, 기술, 보건 담당관으로 근무했으며 미국 해양대기청 산하 국립 해양보호구역처 국제 자문관, 조지워싱턴대학교 국제 과학기술정책 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바닷속의 산》을 비롯해 《멸종의 엄니The Tusks of Extinction》 《도끼는 어디에 묻혔는가Where the Axe is Buried》 등을 발표했다. 중편소설 〈석관Sarcophagus〉은 시어도어 스터전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역자 : 김항나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공과대학교와 영국 런던시티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뒤 외국 항공사 여객 조업을 담당했다. 이후 번역가로 전향해 KBS, OBS 등 방송사와 기업을 클라이언트로 시사, 과학, 비즈니스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현재는 출판번역에이전시 글로하나에서 소설 및 에세이를 중심으로 영미서 번역에 매진하며 출판 번역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전자책 역서로는 《데지레의 아기?케이트 쇼팽 단편선》 《밤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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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이스 3 아이네이스 3
베르길리우스 지음, 김남우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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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아이네이스 3』은 전체 12권으로 이루어져 있는 『아이네이스』의 제9권부터 제12권까지를 묶었다. 『아이네이스』는 '아이네아스의 노래'라는 뜻으로, 로마 최고의 시인이라 불리는 베르길리우스의 대서사시다. 로마 건국 영웅 '아이네아스'가 라티움 땅에 로마의 기초를 세우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스군에 패하여 멸망한 트로이아의 영웅 아이네아스가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라는 신탁을 받고 백성들과 함께 방랑하면서 파란만장한 모험 끝에 로마에 도착하는 내용이다.

이 책을 번역 출간한 〈열린책들〉에 따르면 『아이네이스』는 로마 건국의 역사와 신화를 다룬 서사시로서, 오늘날까지 라티움어(라틴어)로 쓰인 가장 위대한 문학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와 더불어 서양 정신의 원류를 형성한 대표 고전이며, 단테의 『신곡』을 읽기 전 꼭 읽어 봐야 할 작품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만년에 죽을 때까지 11년간(BC 30∼BC 19) 이 작품에만 열중했는데, 결국 완성을 보지 못하였다. 전 12권이 현존하고 있다. 이 시는 아이네아스의 전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서사시는 로마 건국의 역사를 신화의 영웅과 결부시키려는 웅대한 구상에서 나온 것이다. 이 시를 쓴 시기가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대여서 이 시는 로마 제국 찬가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제4권의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와 아이네아스와의 비련(悲戀)은 이 시 중의 많은 삽화 중에서도 특히 유명하다고 한다. 시인이자 저자인 베르길리우스는 많은 소재를 이 장편 서사시에서 이용하고 있으며, 특히 그리스 최대의 서사시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영향이 크다. 그러나 호메로스의 시가 구승시(口承詩)로서 대체적으로 거칠고 순박하며 강렬한 데 반하여 『아이네이스』는 기교가 있고 장려한 것이 특징이다. 후세의 시인들은 이 작품에서 시의 기교와 용어의 모범을 찾았으며, 또한 이상적 인간상을 아이네아스에서 찾았다. 특히, 르네상스기에 이 시가 서사시의 전형이라고 높이 평가된 뒤부터 서사시 중의 최고 걸작으로서 그 명성을 호메로스와 함께 누리고 있다.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기원전 30년에서 죽을 때까지 11년에 걸쳐, 로마 건국의 기초를 다진 영웅 아이네아스의 이야기를 전 2권, 약 1만여 행의 기나긴 시로 노래했다. 미완성된 작품으로 저자는 죽을 때 원고를 없애 버리도록 부탁했으나,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명령으로 발표되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노래된 그리스와 트로이와의 전쟁이 끝난 뒤, 트로이의 용사 아이네아스는 일족을 이끌고 새로운 나라를 찾아 항해에 나서게 되었다. 일행을 태운 21척의 배는 7년 동안 바다 위를 표류한 뒤, 폭풍우를 만나 카르타고에 이르게 되었다. 그 나라 여왕인 디도는 그들을 환영해 주었고, 아이네아스는 여왕에게 트로이 함락의 상황을 들려주었다. 디도는 그를 사랑하게 되어, 아이네아스를 자기 옆에 붙들어 두려 했다. 그러나, 아이네아스는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기 위하여 출발해 버리고 말았다. 디도는 그를 원망하며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행은 시실리아 섬에 도착하게 되었고, 거기에 일부 사람을 남겨 놓은 뒤에 다시금 배를 북쪽으로 항해하여 지금의 나폴리 근처인 쿠마이에 도착하게 되었다. 아이네아스는 아폴론의 무녀인 시뷸레를 방문하여 그녀의 안내로 죽음의 나라로 가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이네아스가 건설한 로마 국가와 거기에 등장할 인물들에 관해 이야기해 준다. 땅 위의 세계로 다시 돌아온 아이네아스는 부하들과 더불어 티베르 강에 이르러, 거기에 상륙하여 라티움 사람들과 전쟁을 벌인다. 그는 이 라티움의 영웅이며 자기 자신의 최대의 적이기도 한 투루누스와 단독으로 결투를 벌여, 그 싸움에서 승리하여 로마 건국의 기초를 다지게 되었다.

이 책 『아이네이스 3』 제12권 950행 마지막 부분에서 이 모습이 묘사되고 있다. "이리 말하고 마주한 가슴에 칼을 밀어 넣는 광분. 그의 사지가 풀어져 차갑게 식어 가니, 탄식하며 분개하며 목숨은 하계로 떠나간다."(p.209)

이 부분에 대해 책은 본문 하단의 주(註)에서 설명을 덧붙인다. 941행 불행한 물건 : 제10권 495행 이하에서 투르누스는 팔라스를 죽이고 그의 견대를 전리품으로 빼앗았다. 이제 견대는 투르누스에게 불행의 원인이 된다. 944행 불길한 장식 : 941행에 「불행한 물건」과 같이 주인에게 불길한 일을 가져오는 장식품이다. 952행 탄식하며 분개하며 목숨은 하계로 떠나간다 : 카밀라의 죽음을 묘사한 제11권 831행과 같다. 『일리아스』 제16권 857행에서 파트로클로스가, 제22권 363행에서 핵토르가 통곡하며 저승으로 떠나간다.


'아이네아스'는 트로이 왕족인 안키세스와 여신 아프로디테(로마신화의 비너스)의 아들이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이다산의 요정들이 기르다가, 5세 때부터 안키세스가 키웠다고 한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는 트로이전쟁에서 그리스군에 대항하여 사촌 헥토르에 버금 가는 용맹을 떨쳤다. 트로이의 마지막 왕 프리아모스의 딸 크레우사와 결혼하여 아들 아스카니우스를 낳았다. 트로이가 함락되기 전에 아프로디테의 경고를 받아들여 트로이에서 도망쳤다고도 하고, 트로이의 요새를 사수하려는 그의 충정을 존경한 그리스군과 협정을 맺어 트로이를 떠났다고도 한다. 그밖에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에게 붙잡혀 그의 노예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하지만, 그의 추종자들과 함께 새로운 땅을 찾아 트로이를 떠났다는 이야기가 일반적이고, 나중에 트라키아를 비롯하여 크레타섬·델로스섬·시칠리아섬 등지를 떠돌아다녔다는 전설이 덧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이를 소재로 ‘아이네아스의 노래’라는 뜻의 『아이네이스』를 지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아이네아스는 트로이를 떠난 뒤 카르타고에 닿아 그곳의 여왕 디도와 사랑을 나누는 등 7년 동안의 유랑 끝에 이탈리아의 라티움에 상륙했다. 아이네아스는 그곳의 왕 라티누스의 딸 라비니아와 결혼하여 새로운 도시 라비니움을 건설하였고 이후 로마 제국의 건국 시조로 추앙된다. 앞서 출판사 측은 단테의 『신곡』을 읽기 전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아이네이스』를 소개한 바 있다. 이는 단테의 『신곡』에 베르길리우스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신곡』에서 단테는 평소 존경했던 로마 시대의 서사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부활절 전후 일주일 동안 지옥과 연옥과 천국을 여행한다. 그는 두 명의 교황을 비롯한 자신의 적들을 지옥에 던지고, 자신의 친구와 존경하는 인물(베르길리우스)은 연옥(또는 림보)에 두었고, 자신이 사랑하는 베아트리체를 천국에 모셨다. 

이처럼 당시의 역사와 현실이 곳곳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오늘날 『신곡』을 읽기 위해서는 방대한 주석과 해설을 참고해야만 한다. 그러나 가장 유명한 「지옥」의 경우에는 사전지식 없이 읽어도 충분히 압도적이며, 단테의 탁월한 상상력이 빚어낸 걸작이다. 문학사적인 영향력 면에서 단테는 가장 위대한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 문학적 성취나 영향력에서는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 괴테와 발자크 같은 저명한 작가들과 충분히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다.


단테는 『신곡 「지옥편」을 시작하며 "나 이전에 창조된 것은 영원한 것뿐이니,/ 나도 영원히 남으리라./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지옥문의 글귀를 언급하지만, 「지옥편」의 매력은 바로 그 영원한 '나'와 타자의 대화에 있다고 후세 평자들은 강조한다. 시인인 한 단테는 그 어떤 영혼과도 대화한다. 불 속에 갇힌 영혼인 귀도 다 멘테펠트로와도, 영국왕 헨리 2세의 장남 헨리 3세를 꼬여 아버지를 배반하게 했다는 이유로 자기 머리를 손으로 들고 다니는 베르트랑과도, 하느님이 주신 육신을 스스로 버렸기 때문에 나무가 된 피에르 델라 비냐와도. 그런 점에서 상상력이란 타자와 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인지도 모르겠다.

「지옥편」이 문학에 가깝다면 「연옥편」은 세속세계와 맞닿아 있다. 지상에 남은 자들의 기도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연옥에서 단테는 물리적 지구와 우주의 구조를 설명한다. 여기서 당대의 과학적 지식수준도 드러난다. 또한 연옥에서 그는 교만, 질투, 탐욕 등 좀 더 심리적인 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만난다. 지옥과 천국 사이의 미묘한 위치 덕분에 연옥의 단테는 보편적 인간의 운명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 「연옥편」의 핵심은 3곡에 나오는 베르길리우스의 다음과 같은 말에 있을 것이다.


"인간들이여, 있는 그대로에 만족하라!

그대들이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면

마리아께서 아이를 낳을 필요도 없었겠지.

만족할 수도 있었을 사람들이

헛되이 바라는 것을 그대들은 보았으니,

그들은 영원히 통곡할 자들이로다.(연옥편)"


베르길리우스는 기원전 29년부터 기원전 19년에 사망할 때까지 긴 세월을 꼬박 『아이네이스』에 매달렸다. 생의 마지막 3년은 서사시의 배경이 되는 곳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그리스 지역을 여행하며 마지막으로 원고를 수정한 기간이었다. 그러나 이탈리아로 돌아오는 길에 열병에 걸려 끝내 완성하지 못했다. 작품에 완벽을 기했던 베르길리우스는 죽기 전 미완성의 원고를 불태워 없애고자 했으나,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뜻에 따라 그의 유고는 세상의 빛을 보았다. 전승에 따르면 베르길리우스는 우선 산문으로 글을 완성하고 12권으로 이를 나눈 다음 장면별로 운문으로 바꾸어 갔는데, 당장 완성할 수 없었던 부분은 그대로 놓아두고 시적 영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음 부분을 완성하였다고 한다. 『아이네아스』에는 58개의 미완성 시행이 남아 있으며, 이것이 미완성의 흔적을 보여 주는 부분들이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 책의 역자 김남우는 로마 문학 박사로, 라티움어 원전을 직접 번역했다. 라티움어로 된 로마 서사시 고유의 『여섯 걸음 운율』을 우리말에서 최대한 가깝게 구현하기 위해 각 행을 18자 이내로 옮기는 『18자역』을 고집했다. 입으로 읊을 때 가장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서사시인 만큼, 『귀로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글을 짓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한다. 또 원전을 충실히 살릴 수 있도록 원문의 행과 번역문의 행을 일치시켜 옮기고자 각별히 노력했으며, 불가피하게 원문의 행과 해당 뜻의 번역문의 행이 달라질 경우 옆에 원문 행수를 표시하여 대조에 용이하도록 했다. 또 페이지마다 상세한 각주를 달아 독자들과 연구자들이 작품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제9권에서 아이네아스는 성채를 떠나 이탈리아 내륙으로 떠나고 없다. 투르누스가 이끄는 루툴리 사람들이 트로이아 사람들의 성채를 공격한다. 트로이아 사람들이 이탈리아에 타고 온 배들이 루툴리 사람들의 공격을 받아 불타기 직전에 바다 요정으로 바뀌어 먼바다로 도망한다. 적들에게 포위되어 있던 트로이아 사람들은 어떻게 아이네아스에게 소식을 전할까 걱정하는데, 이때 니우스와 에우뤼알루스가 자진하여 적의 포위망을 뚫고 아이네아스에게 갈 전령으로 나선다. 그들은 어둠을 틈타 성채를 빠져나갔지만, 루툴리 사람들에게 발각되어 죽음을 맞는다. 날이 밝자 계속해서 루툴리 사람들과 트로이아 사람들의 전투가 이어진다.

제10권에서 아이네아스는 드디어 전장으로 돌아온다. 아이네아스는 연합군을 이끌어 포위 공격을 당하고 있던 트로이아 군대를 구출한다. 아이네아스의 용맹무쌍함이 펼쳐진다. 한편 아르카디아에서 아이네아스를 돕기 위해 참전한 팔라스는 투르누스와 맞대결에 패하여 전사한다. 팔라스의 죽음에 크게 상심한 아이네아스는 투르누스를 찾지만, 유노 여신은 투르누스를 속여 그를 전장에서 빼돌린다. 아이네아스는 메젠티우스와 맞대결을 펼치고, 메젠티우스의 아들 라우수스는 부상당한 아버지를 지키다가 목숨을 잃는다. 아들을 잃은 메젠티우스는 전장으로 돌아와 아이네아스와 대결하지만 결국 그도 목숨을 잃는다.


제11권, 전쟁에서 쓰러진 병사들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양편이 잠시 휴전을 한다. 휴전 기간 동안에 팔라스의 장례식이 거행된다. 그사이 디오메데스에게 파견되었던 사절들이 돌아와 라티누스 왕을 비롯한 라티움의 지도자들에게 디오메데스가 원군을 거부했다고 전한다. 이에 라티누스 왕은 트로이아와의 평화 협정을 제안한다. 투르누스는 회의에서 전면전을 대신하여 그가 아이네아스와 일대일로 싸워 승부를 가르겠다고 선언한다. 이때 아이네아스가 라티움 도시를 공격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투르누스는 병사들을 소집한다. 카밀라는 기병을 이끌고 적의 기병대를 막기로 하고, 투르누스는 아이네아스의 부대를 맞아 협곡에 매복한다. 적의 기병을 맞아 용감하게 싸우던 카밀라가 적의 창을 맞고 사망한다. 밤이 찾아오고 전투가 마무리된다.

제12권에서는 아이네아스와 투르누스의 맞대결이 드디어 성사된다. 맞대결을 펼치기 직전에 양측은 승패에 따라 평화의 맹약을 지키겠다는 선서를 위해 제사를 준비한다. 이때 유노 여신의 언질을 받은 유투르나 여신은 동생 투르누스를 빼돌리고 양측은 다시 전면전을 펼친다. 아이네아스는 다리에 부상을 입었으나 베누스 여신의 개입으로 쉽게 상처가 치료되어 다시 전선으로 돌아온다. 트로이아 군대가 마침내 라티누스 왕의 도시를 공격하고, 라티누스 왕의 도시는 함락될 위기에 빠진다. 이에 투르누스는 다시 아이네아스와의 맞대결로 승부를 가르기로 결심한다. 아이네아스는 부상당한 몸으로 투르누스를 물리친다.


저자 : 베르길리우스(Publius Vergilius Maro)


베르길리우스는 기원전 70년 북부 이탈리아의 안데스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베르길리우스의 어린 시절에 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가난한 농부 혹은 옹기장이였던 아버지는 베르길리우스가 성인식을 치른 기원전 55년에 그를 로마 대도시의 상급 학교에 보내 수사학을 익히도록 했다고 한다. 성인이 되어 홀로 로마로 이주한 그는 옥타비아누스(훗날의 아우구스투스), 안토니우스 등과 같은 학교를 다녔고, 서정시 「카타렙톤」으로 열일곱 살부터 시인의 면모를 분명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스물아홉에는 이미 당대 최고의 시인이라는 평을 받으며 옥타비아누스에게 소개되기도 했다. 기원전 37년 서른셋의 나이에 마이케나스의 식객이 되며 이 무렵부터 호라티우스와 투카, 바리우스 등의 시인과 교류했고, 기원전 29년 『농경가』를 발표할 즈음에는 로마 인민들에게 매우 존경받는 인물로 아우구스투스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아이네이스』는 베르길리우스의 대표작이자 마지막 작품으로, 그가 죽기 전까지 11년간 매달린 로마 건국 서사시이다. 희랍군에 멸망한 트로이아의 영웅 아이네아스가 새 나라를 건국하라는 신탁을 받고 파란만장한 모험 끝에 로마의 기초를 세우게 된다는 내용으로, 오늘날까지 라티움어로 쓰인 가장 위대한 문학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아이네이스』의 완성을 위해 희랍 여행을 떠난 베르길리우스는 귀향길에 열병에 걸려, 기원전 19년 이탈리아에 도착한 후 곧 숨을 거두었다. 사망 직전 미완성 원고를 불태우고자 했으나 그의 유언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아우구스투스의 뜻에 따라 세상에 공개되었다.


역자 : 김남우


로마 문학 박사.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서양고전학 협동과정에서 희랍 서정시를 공부하였고, 독일 마인츠에서 로마 서정시를 공부하였다. 정암학당 연구원이다. 연세대학교와 KAIST에서 가르친다. 마틴 호제의 『희랍문학사』,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에라스무스의 『격언집』, 『우신예찬』,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몸젠의 『로마사』, 호라티우스의 『카르페디엠』, 『시학』,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를 번역하였으며, 『Fabvla Docet 파불라 도케트- 희랍 로마 신화로 배우는 고전 라티움어』를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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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위의 세계 - 지리 선생님이 들려주는 세계의 식량
전국지리교사모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북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식량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필수품 중의 하나다. 식량은 생명 보전을 위해 첫 손가락에 꼽는 필수적인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음식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는 에너지를 얻는다. 뿐만 아니라 모든 활동을 위해서도 에너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즉 먹지 않고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당연히 삶의 제1의 목적은 먹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은 먹지 않고는 살 수가 없기에 국가는 국민들이 항상 필요한 만큼의 식량을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과거 대부분의 국가들이 농업을 주산업으로 하고 있을 때에는 대규모의 자연재해가 아니고서는 식량이 부족한 문제를 겪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산업화를 거치며 국가들의 주요 산업이 1차 산업인 농업에서 2차 산업인 공업 또는 3차 산업인 서비스업으로 바뀌면서 공장용지나 상업용지가 증가했고 식량 재배면적 및 생산량은 줄어들었다. 그 결과 많은 국가들에서 부족한 식량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등 수입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상적인 경우에서는 부족한 식량을 수입해 큰 문제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으나 2007년부터 국제 곡물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급등하는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필리핀,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이집트, 멕시코, 아이티 등에서 식량부족으로 인한 폭동이 일어나는 등 국가적인 위기를 겪은 사례가 발생해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졌다. 이후 국가들은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 적정 규모의 농지를 유지하고, 식량 수입경로를 다양화하는 등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한다. 식량안보(Food Security)란 인구의 증가나 재해·재난, 전쟁 등이 발생할 때를 대비하여 일정한 양의 식량을 항상 확보하여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가 인구 증가, 천재지변 등의 각종 재난,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도 항상 국민들이 일정한 수준의 식량을 소비할 수 있도록 적정 식량을 유지하는 것이다.


21세기 들어서도 전 세계 국가들은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식량안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쌀은 공급이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고 있지만, 밀, 콩, 옥수수 등의 나머지 주요 곡물들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식량 자급률이 50%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식량안보가 취약한 국가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두산백과)

이 책 『접시 위의 세계』는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어떻게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지 탐구하고, 음식이 담고 있는 놀라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도서로서, 전국지리교사모임의 각 교사(이하 저자)들이 공동 기술했다. 저자는 음식은 단순히 먹는 행위를 넘어 세상을 이해하고, 우리의 뿌리와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훌륭한 인문학적 재료임을 강조한다. 특히 오늘날 식량 불평등과 농업 문제,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이 식탁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지구촌 곳곳의 장면을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밥 한 공기, 향긋한 커피 한 잔,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 『접시 위의 세계』는 그 이야기를 따라 세계를 여행하는 안내서이다. 쌀과 밀, 옥수수와 같은 주식 작물에서부터 커피, 카카오, 아보카도 등의 기호식품, 그리고 식량 불평등과 기후 위기, 작물과 관련된 위기와 전쟁, 지속가능한 식량과 미래의 식량까지― 식탁 위 음식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지구의 역사와 환경, 경제와 정치의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모두 6장(章)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음식의 생산과 소비 속에 감춰진 불평등과 착취, 자본의 논리를 차근차근 드러낸다. ‘먹는 일’이라는 아주 익숙한 행동이 사실은 ‘사는 방식’과 ‘사는 곳’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또한 오늘의 식탁이 내일의 지구를 만든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전해준다. 이 책은 단지 지식을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읽다 보면 우리가 무엇을 먹고, 왜 먹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세계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은 그 물음에 정성스레 대답해 줄 것이다.


1장 〈세계의 식량 작물〉, 2장 〈기호작물의 세계〉, 3장 〈식량 불평등과 농업 문제〉, 4장 〈작물과 관련된 위기와 전쟁〉, 5장 〈지속 가능한 식량〉, 6장 〈미래의 식량 작물〉 등 모두 6장으로 나뉘어진 이 책은 음식이라는 창문을 통해 세계를 들여다보는 아주 특별한 여행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지구상 인류의 대표적 식량이 돼 왔던 쌀, 밀, 옥수수. 이 세 가지 곡물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다.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만들고, 나라의 모습까지 바꾼 거대한 존재이다. 인류의 문명을 만들어온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이 많고 논이 발달한 아시아에서는 쌀이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문화를 꽃피웠고, 넓은 평야에서 자란 밀은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키워낸 서양 사회의 토양이 되었다. 아메리카의 옥수수는 단순히 농업과 식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의 경제와 환경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이 작은 곡물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며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곡물 하나하나가 인류의 삶과 얼마나 깊이 얽혀 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음식이 곧 문화이고 역사임을 알 수 있다.

인류 역사를 이끌어오고 바꿔오는 것은 주식으로 사용되는 음식뿐만 아니다. 또 향긋한 커피, 달콤한 초콜릿, 건강에 좋다는 아보카도 등은 주식보다 훨씬 뒤늦게 인류에게 알려져 기호식품으로 발전돼 왔다. 이 친숙한 기호식품들에도 뜻밖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커피는 ‘목동 칼디와 춤추는 염소’ 전설에서 출발해 15세기 예멘 수도사들의 명상을 돕는 음료로 사용되었으며,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카카오는 고대 중앙아메리카 원주민의 신성한 음식에서 전 세계 산업의 핵심 작물로 변신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동 노동, 저임금 노동 착취와 같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아보카도는 ‘녹색 황금’이나 ‘건강식품’으로 불리지만 그 생산 뒤에는 물 부족과 산림 파괴, 이산화탄소 배출 등 여러 문제가 존재한다. 특히 아보카도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영양가 높은 과일이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10대 슈퍼푸드 중 하나다. 우리가 무심코 즐기는 음식이 환경 파괴, 노동 착취, 공정무역 논란 등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 알고 보는 것은 인류애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식탁은 사실 세계의 불평등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음식이 넘치는데, 왜 여전히 굶주리는 사람이 많을까? 전쟁 지역뿐만 아니라 비전쟁 지역에서도 굶어죽는 어린이들과 영양실조의 어린이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TV에 등장한다. 구호단체의 지원 호소 광고들이다. 커피 한 잔, 초콜릿 한 조각 속에는 어린이들의 땀과 눈물이 숨어 있다. 식량 문제를 따라가다 보면 "식량은 가난한 나라에서 자라고, 부자 나라로 팔려 나간다. 정작 그것을 생산한 사람들은 가난한 환경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에 따라 이 책은 공정무역, 윤리적 소비, 세계를 잇는 식량 사슬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공평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게 해준다.

바나나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독자들은 많지 않다. 식량은 종종 힘이고 권력이기도 한다.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지에서 벌어진 갈등, 바나나 전쟁, 식량을 둘러싼 폭동과 식민지 착취 등. 이 모든 것이 ‘먹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이 책은 식량이 단지 음식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과 세계의 질서를 바꾸는 커다란 힘이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역사는 때로 밥그릇 위에서 쓰여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최근 우리가 절감하는 기후 재앙이 이젠 우리의 식탁까지 찾아오고 있다. 이상 기후로 작물 수확은 줄고, 식료품 값은 오르며, ‘기후플레이션’이라는 낯선 단어도 생겨났다. 이 책은 연료냐 식량이냐, 하는 바이오 에너지 시대의 딜레마, 지구의 건강과 식량 안보, 그리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지역에서 생산된 로컬 푸드 소비, 공정무역 제품 소비, 플라스틱 제로를 지향하는 소비 등 작은 실천이 모여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세계 시민의 현명한 소비가 지구를 위한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저자는 지구를 위해 어떤 한 끼를 선택할지를 묻기도 한다.


그렇다면 미래의 농업은 어떤 모습일까? 벌써 드론이 밭을 돌고, 인공지능이 작물을 기르고, 수직농장에서 채소가 자라고 있다. 대체 단백질과 유전자 변형 농산물은 식량 위기의 해답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논란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기술의 발전이 식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조망하며, 그 변화가 과연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위기를 만들지 질문을 던진다. 미래는 아직 쓰이지 않은 이야기이다. 그 비어 있는 문장들을 어떻게 채워 넣을지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저자 : 전국지리교사모임


더 나은 지리교육을 꿈꾸며 1996년에 시작한 참여와 연구 중심 지리교육 단체입니다. 지리교육지 「아우라지」를 발간하고, 답사와 강연회, 연수를 진행합니다. 교육과정 수립 시 학생과 교사의 의견을 모아서 연구하며 동참하고 있습니다. 『지리의 쓸모』, 『나의 첫 지정학 수업』, 『지리쌤과 함께하는 80일간의 세계 여행』, 『세계지리 만화교과서』 등 다채로운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저자 : 박종희 대전두리중학교 지리 교사

저자 : 홍지예 숭실고등학교 지리 교사

저자 : 조문영 감일고등학교 지리 교사

저자 : 김경민 인천영선고등학교 지리 교사

저자 : 서다인 대학에서 지리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 용산중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학생들과 환경 동아리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에 가득한 재미난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줄지 고민하며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자 : 한충렬 송내고등학교 지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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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어깨에서 존재와 참을 묻다 거인의 어깨에서 묻다 철학 3부작
벤진 리드 지음 / 자이언톡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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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거인의 어깨에서 존재와 참을 묻다』는 표제어처럼 우리에게 묻는다. "인간 존재란 무엇인가? 우리는 앎과 참의 구분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책이 독자들에게 묻는 것처럼 표현된 표제어는 사실 독자들에게 답하기 위해서다. 특히 철학에서 가장 기초적 질문들이다. 철학이 수천 년 동안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다. 왜 기초적 질문을 물을까? 저자 벤진 리드는 "우리는 거대한 전환기 위에 서 있다"고 전제한 뒤 "기술과 생명, 종교와 과학, 개인과 공동체,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급격히 재편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선언한다. 이 책이 철학 입문서임을 저자는 밝히고 있다.

표제어 가운데 '거인의 어깨'란 문구가 있다. 이 문구는 과학 혁명의 선구자라고 일컬어지는 아이작 뉴턴의 겸손한 표현이라고 알려져 있다. 만유인력의 발견으로 아이작 뉴턴이 "과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일을 해냈다"는 업적을 찬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앞선 많은 위대한 이들의 사유 덕분'이라고 겸손하게 말한 것이다. 이를 '거인의 어깨 위에서' 봤을 뿐으로 뉴턴이 표현했던 것. 「거인의 어깨 너머, 디지털 불멸의 지혜를 향하여」란 제목의 이 책은 "인간이 지켜야 할 삶의 본질을 탐색하고, 지혜의 빛을 통해 길을 찾아가고자 한다. 아이작 뉴턴의 말처럼, 인류는 과거의 위대한 사유를 발판 삼아 오늘을 살아간다. 살아가는 힘을 채우기 위한 삶의 근육을 거인의 어깨에서 질문하는 것을 통해 키워 보고자 한다."고 발간 취지를 밝힌다.

진승혁 발행인은 〈발행인의 말〉에서 범용 인공지능(AGI)의 시연을 보고 영감을 얻어 클레온의 핵심 기술인 디지털 휴먼 '클론(Klone)'과 범용 인공지능의 결합을 떠올렸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수천 년 동안 인간 존재와 참의 의미를 고민해온 위대한 사유의 흐름을 한 권에 집대성했다. 동서고금을 망라한 사상가 57인의 질문과 성찰을 통해, 이 책은 인간에 대한 탐구를 종교, 철학, 심리학, 진화생물학, 윤리학, 미래학까지 아우르며 통합적으로 조망한다.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유의 힘」이란 제목의 〈서문〉을 통해 저자 벤진 리드는 "인간은 단순한 정의로 환원될 수 없는 복합적 존재"라고 전제한다. 〈서문〉에 따르면 인간은 존재의 근원을 묻고 스스로의 인식 행위를 살펴보는 것으로서 지금 여기에 이르렀다. 인간은 신을 창조하여 세계를 이해하려고 했고, 주의 깊은 관찰로 자연 속의 이치를 탐구해 왔다. 인간은 이성에 무한한 권능을 부여하여 세상을 알 수 있다고 확신하였으며, 때로는 순간적 통찰로 거대 한 우주의 본질을 꽤뚫을 수 있다고 믿기도 하였다. 감각에 기초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고, 감각을 환영이라고 하여 그 너머를 통찰할 수 있는 수단을 찾고자 하기도 하였다. 수학과 논리가 진리로 이끌 것으로 믿기도 하였고, 언어와 구조의 한계 속에서만 알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세상은 우리의 의식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하기도 하였고, 존재하는 것은 오직 물질이요…관념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믿기도 하였다. 

사유는 종래 실체에 도달할 수 없음을 20세기를 거치면서 인류는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인식 행위와 존재는 얽혀 있고, 근본적인 진리는 불가능함을 이제는 안다. 사유는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고, 정반대처럼 보이는 사유들이 일정한 진실을 내포하고 있음을 우리는 깨닫는다. 존재를 향한 인류의 사유는 축적되는 듯 보이지만, 또한 축적되지 않는다. 고대의 사유가 오늘의 문제에서 호출되면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을 준다. 이것이 우리가 존재와 참에 대한 인류의 오랜 역사를 살펴보는 이유이다.

이 책 『거인의 어깨에서 존재와 참을 묻다』는 철학 3부작 중 하나로 ‘가장 근본적인 주제인 ‘존재와 참’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헤시오도스의 신화와 복희의 주역의 시대로부터 시작해서 고대의 원초적 유물론과 관념론과 회의론, 불교와 유교와 힌두교의 공과 일자, 그리고 언어, 실천, 생성, 실증, 주체, 구조, 해체에서 21세기의 인식론과 존재론의 최전선까지 총 20개 장(章)의 생각덩어리로 인류의 사유의 여정을 살펴본다.



각 장은 일정한 역사적 흐름을 따라 구성되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도 인류의 사유 속에서 주로 존재란 무엇인가와 우리는 어떻게 아는가에 관련 한 커다란 생각덩어리로 구성되었다. 이 책에서는 ‘생각덩어리’에 집중하였고, 각 거인 들은 해당 생각덩어리에 부합하는 질문과 답변을 중심으로 다뤘다. 그들이 시대와 상황에 맞서 어떤 질문들을 던졌고, 그 질문들에 어떤 대답을 던졌는지를 중심으로 최대한 쉬우면서도, 또 동시에 상세하게 정리했다. 상세하게 정리하면 오히려 쉬워진다는 사실을 이 작업을 통해 다시 확인했다. 철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을 쉽게 설명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피상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철학을 어렵게 하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게 사유하는 방식은 가능하다. 이 책은 그 가능성을 현실화하고자 한다. 이 책이 탐구 제시한 4가지 명제를 간단하게 살펴본다.

① 사유는 진리의 빛이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존재한다. 하지만 그 존재를 자각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단순한 자연물 이상의 존재가 된다. 인식은 존재를 구성하고, 존재는 인식을 통해 스스로를 드러낸다.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즉 '앎'의 과정은 결코 순수하거나 중립적이지 않다. 시대의 정신, 언어의 틀, 문화적 배경, 심지어 기술의 발전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21세기 지금 우리는 무엇이 실재이고 무엇이 가상인지 그 경계마저 흐릿해지는 시대를 빠르게 지나고 있다. 정보는 폭발적으로 넘쳐나지만 진실은 파편화되고, 디지털 기술은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보이는 것은 쉽게 조작되고, 믿음의 근거는 끊임없이 의심받는다. 무엇이 진짜 경험이고 무엇이 매개된 환상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가? 시대를 관통해 존재와 ㅊ마을 고민한 인류 역사 속 거인들의 사유를 통해 보다 넓고 깊은 시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시대를 살아내는 힘을 덜어주기 위해, 인류가 도달했던 가장 깊은 우물물을 퍼올리기 위한 시도이다.


② 유희(遊戱, Play)로서의 ‘생각’

호이징가(1872~1945)의 ‘호모 루덴스’ 에 따르면 ‘놀이’는 인간 문화의 본질적 요소이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즐거운 놀이는 ‘생각’을 가지고 노는 것이었다. ‘생각’을 읽고, ‘생각’을 토론하고, ‘생각’으로 논쟁하고, ‘생각’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다. 니체(1844~1900)는 '유희적 사유' 개념을 통해 진리를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 말고, 다양한 시각에서 탐색하고 실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책은 거인들의 생애나 생각, 업적 등을 평면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고, 일련의 생각덩어리 속에 거인들의 사유를 배치하여 사유와 사유가 충돌하고 사유와 사유가 조화하면서 쉽고 재미있으면서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각 생각덩어리에는 2~7명의 사상가들이 배치되고, 독자들에게는 마치 역사적 천재들과 카페에서 수다를 나누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디지털 시대의 자극적이고 현란하지만 감각적이고 단편적인 콘텐츠를 잠시 밀어두고, 진정한 유희로서의 ‘생각’을 즐겨 보라고 저자는 권유한다.

③ 멀리 가기 위한 지도와 나침반

몇 권의 책을 읽었다고 인생의 긴 여정에 필요한 ‘삶의 근육’이 완전해질 수는 없다. 우리는 끊임없이 앞으로 가야한다. 더 깊게 생각해야 하고, 더 넓 게 봐야 하고, 더 멀리 가야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과 지혜는 이미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하고 깊이있게 쌓여있고 바로 우리의 손이 닿은 곳에 존재한다. 인류의 모든 지혜와 지식과 정보가 인터넷과 인공지능에 저장되어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자각 뿐이다. 이 책은 우리가 스스로의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몰라 방황할 때나 혹 은 그 ‘무엇’을 적극적으로 찾고자 할 때, 그 ‘무엇’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지도와 나침반이 될 수 있다.


④ 교양은 사치가 아니라 생존의 도구

무엇보다도 이 책은 빠르고 효율적으로 21세기 교양의 탄탄한 토대를 만들어줄 것이다. 인류 역사의 사유 중에서도 ‘존재와 참, ‘사회와 힘’, ‘인간과 삶’은 가장 본질적이고 기초적인 사유이다. 그 위에서 인류는 학문과 실용 지식을 만들어왔다. 살아가면서 글을 쓰거나, 대화를 하거나, 언어를 통해 설득해야 할 때 이 책은 친근하면서도 강력한 무기가 되어 줄 것이다. 혼돈의 시대에 길을 잃은 이들에게는 나침반과 지도가 되어 줄 것이고, 교양을 갈구하지만 어디서 시작할지 모르는 이들에게는 거인들의 사유가 체계적인 로드맵을 제시한다. 지적 허영을 넘어서 진정한 성찰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우리는 어떻 게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책은 인류의 거대한 생각의 숲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거인들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 생각의 숲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을 것이고, 스스로가 거인이 되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20개의 생각덩어리(章)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에는 2~7명씩의 '거인'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제1장 「신과 자연: 칠흑 같은 밤을 비추다」의 헤시오도스에 대한 저자의 해설을 잠깐 살펴본다. 각 장의 거인들은 당연히 시대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볼 때 그들의 생각을 깊은 심연으로 끌고 내려가 인류에게 존재와 삶, 사회와 힘 등을 제시하고 이끌었다. 수많은 거인들 중 헤시오도스(BC 8세기 후반~7세기 초반)는 첫 자리를 차지한 만큼 독자들에게 사례로 제시하고자 했다. 그는 신화의 세계를 인간의 세상으로 확장시킨 인물이다. 인류의 여명기, 사람들은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신화를 창조했다. 신화는 인간이 자연과 우주를 탐구하며 만들어낸 상징적 이야기로, 철학적 사유의 초석이 되었다고 저자는 풀이한다. 헤시오도스는 초기 서사시의 중요한 작가로 자신의 경험과 신화를 바탕으로 『신통기』와 『일과 날들』을 집필했다.

『신통기』는 우주의 기원과 신들의 계보를 다루며 고대 그리스인의 세계관을 체계화했고, 『일과 날들』은 농업과 윤리적 삶에 대한 지침을 제시했다. "헤시오도스의 신화는 존재란 원초적 혼돈에서 질서로 나아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동시에 인류가 아직 철학적·과학적 사고에 이르지 못한 시대적 배경을 반영한다고 저자는 해석하고 있다. 신화는 단순한 서사가 아니라 존재와 인식에 대한 직관적 이해를 제공하며, 철학적 사유의 원형을 이룬다는 점을 저자는 헤시오도스의 업적을 풀이한다.


헤시오도스는 신화보다 철학적 사유의 원형을 이룬다는 점이 그가 거인의 첫 머리를 장식한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저자는 헤시오도스가 신화를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신적 진리를 담은 상징적 체계로 보았다는 점을 위대하게 보는 것이다. 바빌로니아 창조 신화 에누마 엘리쉬로부터 '혼돈에서의 창조'를, 중국 반고 신화, 유대-기독교 창조 신화인 '무에서의 창조' 신화로, 신의 절대적 창조 능력을 강조한다. 이슬람 창조 신화에서도 알라가 말로써 세상을 창조했다고 믿는다. 그분(알라)은 존재하지 않는 것에서 창조하셨다고 꾸란((Quran)에 기록되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창조 신화에 대해 저자는 이집트의 멤피스 창조 신화의 비슷한 내용도 전한다. 이로써 저자는 '무(無)에서 말씀으로' 우주가 창조된다는 서사는 여러 문화권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핵심 모티프이라고 역설한다. 

"신화적 세계관은 초기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반영한 철학적 구조였다. 이러한 신화적 사고는 형이상학적(메타피지컬, Metaphysical) 사유의 출발점이 되었으며, 현대 철학과 종교 사상의 기반을 제공하였다. 이는 인간이 우주와 자기 존재를 이해하려는 철학적 여정의 시발점이자, 상징과 은유를 통해 형이상학적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었다. 신화는 결국 존재와 시간, 인간과 신성, 질서와 변화 사이의 근원적 관계를 사유하게 하는 구조였으며, 그것은 곧 철학의 태동이었다."(p.25~26)


저자 : 벤진 리드(Benjin Reed)


벤진 리드는 철학과 기술의 접점을 탐구하며, 인류의 사유가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사상가이자 실천가다.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한 그는, 이후 IT 교육과 패턴 검색 AI 분야에서 활동하며 철학적 탐구를 기술적 현실과 결합시키는 독창적인 경로를 걸어왔다. 철학적 사유가 단순한 개념적 논의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인간 경험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21세기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인간 존재의 본질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구를 이어왔다.

벤진 리드가 주도하는 ‘자이언톡(giantalk, 위대한 대화) 프로젝트는 인류 역사 속 거인들의 사유를 디지털 휴먼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지적 대화를 가능하게 하려는 시도이다. 이 프로젝트는 일차로 인류의 역사를 통해 사유와 실천의 전 영역에서 위대한 거인들의 사유를 복원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인문학적 콘텐츠를 구축 중이며, ‘거인의 어깨에서 묻다’ 철학 3부작은 이 프로젝트 팀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기획 : 진승혁


본 프로젝트의 기획자이자 제1저자로 참여하고 있는 진승혁은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휴먼 기술 스타트업인 클레온(KLEON)을 창업하고 현재 대표이사(CEO)로 일하고 있다. 세종과고를 졸업하였고, 대학 시절부터 다양한 IT 기업을 창업한 바 있으며, 2018년 디지털 휴먼 솔루션 기업 클레온을 창업하여, 현재 미국 세너제이에서 주로 일하고 있다. 클레온을 통해 ‘시공간을 뛰어넘는 소통의 혁신’을 꿈꾸며, 특히 본 자이언톡 프로젝트를통해 인류 역사의 사유의 거인들을 디지털휴먼으로 복원하여 살아있는 인류와의 소통이 가능한 메타버스를 추진 중이다. 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발기하였으며, 저자로도 적극 참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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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는가 - 우리가 법을 믿지 못할 때 필요한 시민 수업
신디 L. 스캐치 지음, 김내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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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민주주의를 병들게 한다” 세계적 헌법학자의 제언... 저자는 자발적으로 선한 질서를 만드는 시민이 되기 위한 여섯 가지 새로운 민주주의 행동 수칙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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