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75년
데니스 애들러 지음, 엄성수 옮김 / 잇담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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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세계 젊은이들의 '로망'이 된 페라리. 페라리는 스포츠카를 컨셉으로 발전을 거듭해온 세계의 명차 브랜드이다. 이 책 『페라리 75년』은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자동차 브랜드인 페라리의 75주년을 기념해 출간됐다. 1947년부터 이어진 페라리 스포츠카의 발전 과정은 물론, 창립자 엔초 페라리의 초기 경력까지 깊이 있게 탐구하며 페라리가 어떻게 기술, 디자인, 레이싱, 독점성을 완벽하게 결합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는지를 꽤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또한 스타일과 성능의 기준을 새롭게 정의하며 끊임없이 혁신해온 페라리의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한 책이다. 지금까지 독자는 페라리의 성능보다는 스타일에 초점을 맞춰 페라리를 평가했다. 어쩌면 외관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겨 '로망'이 된 것 같다. 이 책은 자동차 역사가이자 사진작가인 저자 데니스 애들러가 페라리 소유자와 팬들에게 마라넬로에서 펼쳐진 75년간의 스포츠카 제작 역사를 깊이 있고 매력적인 사진으로 제공한다. 화보 수준이다. 특히, 사진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숨막힐 정도의 사진과 중요한 역사적 이미지들은 독자들에게 마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제공한다.

페라리는 지난 75년 동안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꿈과 열정을 불어넣으며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이 책은 단순한 자동차 브랜드의 역사가 아니라, 페라리가 만들어온 혁신과 감동의 기록을 담아낸, 감동적인 페라리의 발자취이다. 페라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줄 이 책을 통해, 페라리의 영광스러운 순간들을 직접 만나보길 저자는 기대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독자 개인적으로 페라리는 젊을 때 로망이었다. 외관의 빼어난 모습이어서 폭 빠졌지만 한 번도 직접 사서 이용하진 못했다. 페라리는 당초 스포츠카로 태어났기에 성능에 중점을 두었고, 또 기능적으로도 최대한의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유선형을 더욱 강조했다. 때문에 누구나 처음 본 순간 진짜 차가 맞느냐에 의심의 눈초리를 떼지 않았다. 마치 미래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컨셉카로 내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호기심 반 궁금함 반의 시선이었다. 수십 년 간 국산 차를 이용하던 중 가끔 미디어를 통해 나오는 페라리는 정말 점점 감탄할 만한 디자인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마다 로망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외국의 명차가 즐비하다는 UAE(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여행 프로그램에서도 페라리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감동과 함께 구입 사용의 꿈을 다시 살리기는 했지만 가격을 들어보면 역시 직접 사서 몰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다. 더욱이 나이가 들다보니 젊을 때처럼 강렬한 소유욕도 많이 줄었다.



개인적이고, 경제적인 이유로 독자는 젊을 때처럼 페라리에 대한 강렬한 욕망은 줄었다. 그러나 페라리는 오히려 젊은 날을 추억을 되새길 수 있게 해주어서 아름답던 시절의 감동을 되살려 내기에 독자에게는 여전히 최고의 멋진 차다. 여담이지만 축구 프리미어 리그에서 훌륭한 기량으로 팬들과 대한민국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손흥민이 페라리를 갖고 있다고 해서 한때 관심을 가졌었다. 젊은 나이에다 100억~200억원의 연봉이기에 충분히 페라리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다. 그는 남 못지않은 자동차 마니아라고 한다. 수년 전의 그에 대한 특집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당시 얼핏 듣기로는 17억원이 넘는 차값에 점점 가치가 올라 다큐멘터리 방송 때에는 22억원까지 가치가 올랐다고 한다. 물론 새 차 기준이다. 그리고 그 차를 직접 몰고 연습장으로 향하는 모습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었다. 지금 기억으로는 까만색이었고, 페라리 최신 출시품이라고 내레이션을 들은 적이 있다. 차량 모델 명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 책을 보면서 눈여겨 찾아보았다. 차종은 「페라리 라페라리」로 115만 파운드(약 17억 8,000만 원)짜리 럭셔리 슈퍼카다. 페라리에서도 한정판으로 전세계 499대만 생산한 최고급 스포츠카라고 한다. 그리고 돈만 있다고 아무나 살 수 있는 차도 아니라고 덧붙인다. 구매자가 과거 페라리 차량을 소유했어야 하고, 현재 명성과 직업도 본다는 것이다. 손흥민은 이 차를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은 셈이라는 설명도 들은 것 같다. 하지만 페라리 특유의 빨간색은 아니다. 토트넘의 북런던 라이벌 아스널의 상징색은 빨간색을 거부하고 검정색 차량을 출고했다고 한다.

손흥민의 소유 차량을 다시 한번 찾아보다가 비슷한 모형이 이 책에 실려 있어 눈길이 갔다. 「페라리 458 이탈리아」가 있어 설명을 읽어보았다. 이에 따르면 페라리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페라리 458 이탈리아」는 페라리의 F1 기술을 대거 응용한 모델로 F1 레이서 미하엘 슈마허가 직접 제작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름에 들어간 458의 45는 4,500㏄의 배기량을, 8은 8기통을 의미한다. 최고속도 325㎞/h, 최대출력 570마력이며 3.4초의 제로백을 자랑한다. 국내 출시 가격은 3억 7,200만원이라는 말을 다른 곳에서 들었다. 모양은 비슷하지만 한정 제작과는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다.



이 차 「페라리 458 이탈리아」는 페라리가 처음으로 국가 이름을 붙일 정도로 자부심을 내세운 모델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스포츠카로서 당당한 위상을 보인다. 영국 BBC 탑기어의 '올해의 슈퍼카' 등 국제 무대에서 30개 이상의 상을 받은 바 있다. 심플함과 가벼움을 강조하는 콤팩트한 외형이 특징으로 배기구로 뿜어져 나오는 페라리 고유의 사운드 또한 자동차 마니아들의 흥분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백과사전에도 적혀 있다.

'페라리'가 차종 명칭인 줄만 알았는데 당초 이 회사 설립자의 이름에서 비롯됐다고 루이지 치네티 주니어가 쓴 책의 〈서문〉을 통해 알게 됐다. 흔히 '카 레이서'라고 불리는 자동차 경주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선수'이다. 〈서문〉에 따르면 자동차 레이스 세계에는 시대의 아이콘 같은 인물들이 여럿 있었다. 먼저 위대한 에토레 부가티를 떠올릴 수 있다. 그의 파란색 레이스카들과 스포츠카들에서는 1920년대의 태평스러운 이미지가 떠오르며, 그 자신의 신비한 분위기에서는 우아함과 귀족스러움이 연상된다. 부가티의 후계자로는 엔초 페라리가 꼽힌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비교적 초라하게 출발했지만 곧 자신만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1988년 8월 13일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평생 자신의 꿈을 좇아 전설을 쓴 인물로 존경받고 있다. 주로 레이서로 카 레이스에 참여했던 엔초 페라리는 1930년대를 거치면서 자동차 레이스에 직접 참여하는 것에서 자기 이름을 딴 레이싱 팀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이름 아래 알파 로메오를 대표해 수많은 자동차 레이스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쪽으로 주안점을 옮긴다. 그는 자신의 고향인 이탈리아 모데나 중심부의 비알레 트렌토 트리에스테 31번지에서 그 레이싱 팀을 운영했다.

〈서문〉 작성자 루이지 치네티 주니어는 페라리의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로, 그의 아버지(루이지 치네티)는 페라리를 북미에 소개한 인물 중 한 분이다. 이 〈서문〉에서는 페라리의 유산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지를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서술한다. 엔초 페라리는 페라리를 설립하기 전, 알파 로메오와 함께 자동차 경주에 참여했다. 1946년 그는 시시탈리아라는 자동차 회사와 협력하여 독립적인 스포츠카 제작에 대한 비전을 구체화했다. 이 장에서는 페라리의 탄생 이전 역사와 엔초 페라리의 초기 철학을 조명한다.




엔초 페라리는 전쟁(제2차 세계대전) 직후 피폐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산당의 영향을 심하게 받고 있던 노동자들에게 일할 의욕을 불러일으킬 만한 매력과 카리스마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 이탈리아의 거의 모든 기업은 기습적인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지만, 페라리는 그런 혼란에서 어느 정도 빗겨나 있었다고 루이지 치네티 주니어는 서술한다. 아버지 루이지 치네티는 엔초 페라리가 미국 대륙에 카 레이스와 자동차를 널리 알리고 정착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 판매는 물론 카 레이스를 미국에서 붐을 일으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가 페라리 북미 레이싱 팀을 만든 것도 크게 주효했다.

이 책은 모두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0-75년, 페라리의 진화〉, 2장 〈엔초 페라리의 모험 - 독립 결심〉, 3장 〈초기의 로드카와 레이스카 - 도로와 트랙 위에서의 이미지 메이킹〉, 4장 〈1950년대의 로드카들〉, 5장 〈디노 - 엔초의 아들에게 헌정한 자동차〉, 6장 〈아메리카 시대의 도래 - 1960년대와 1970년대의 페라리〉, 7장 〈북미 시장의 개척〉, 8장 〈1970년대와 새로운 스타일〉, 9장 〈페라리 로드카들 - 1980년대와 1990년대〉, 10장 〈21세기의 페라리〉 등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1947년 엔초 페라리가 설립한 이래로 페라리가 이룩한 놀라운 혁신과 역사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엔초 페라리가 알파 로메오에서 경력을 쌓던 시절부터 시작하여, 페라리 창립 후 75년 동안 전 세계 자동차 산업과 모터스포츠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탐구할 수 있다. 페라리는 언제나 자동차 디자인과 성능의 기준을 새롭게 정의해온 브랜드이다. 이 책에서는 페라리의 주요 모델을 시대별로 조명하며, 각 모델이 어떻게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는지 분석한다.

이 책에는 고급스러운 사진 자료는 물론 희귀한 역사적 이미지부터 최신 하이퍼카까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책으로 엮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며 독자들과 함께하기 위해 집필했다. 또 자동차 산업과 모터스포츠의 아이콘으로 자리를 굳혀온 페라리의 레이싱 헤리티지와 기술 혁신이 만들어낸 명작들을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페라리 오너와 애호가를 위한 필수 컬렉션으로 단순한 자동차 서적이 아닌, 페라리의 예술적 유산을 기념하는 소장 가치 높은 책으로 남을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독자가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아무래도 21세기 페라리가 만들어낸 차의 외관이다. 물론 차량이라면 성능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점이기 때문에 페라리의 명성에 비춰볼 때 성능에 대한 신뢰감은 무한이다. 굳이 독자가 시시콜콜 따지지 않아도 될 사항이란 생각이다. 그러나 기념집을 출간하는 마당에 페라리 75년의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성능 변화일지 싶다. 외관뿐만 아니라 레이스카로서의 성능은 레이서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항목일 것이다. 페라리는 75년 간 꾸준히 혁신 차원의 성능 개선을 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21세기 페라리는 어떤 명품 레이스카에 뒤지지 않고 오히려 시장을 주도해 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책에 따르면 회사명이자 브랜드명이기도 한 페라리는 독특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많은 면에서 전통적이고 아주 '구식'이기도 하지만 현대적인 기술을 갖추고 있는 데다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많아 혁신과 발전 측면에서 늘 선두를 지키려 한다. 저자는 20세기 말에 나온 페라리 모델들 가운데 일부(550미라넬로, 456M 등)는 새로운 세기까지 그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페라리의 '주류'(페라리에 대한 얘기를 할 때 늘 쓰는 말이기도 하지만) 미드-엔진 탑재 방식의 자동차군은 철저한 변화를 겪었다. 페라리 미라넬로 공장은 새천년을 위해 뭔가 특별한 것을 만들어내야 했다.

놀라울 정도로 멋진 F355 모델은 완전히 만족스럽진 못했던 348 모델군을 완전히 탈바꿈시킨 모델이었다. 348모델군에 쓰인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은 그 뿌리가 1970년대 중반에 나온 최초의 308 모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뉴밀레니엄을 맞아 모든 것을 철저히 새롭고 발전된 것으로 바꿔야 했던 것이다. 1999년과 2000년에 페라리는 각기 360모데나 모델과 360스파이더 모델을 내놓았는데, 후자는 페라리의 20번째 도로 주행용 컨버터블이었다. 400미력의 페라리 미드엔진이 장착됐음에도 불구하고 페라리의 디자이너들은 캐빈과 엔진베이 사이에 자동으로 접혀 들어가는 지붕을 만들 방법을 찾아냈다. 그 결과 스파이더 모델에 끊어지지 않는 깨끗한 라인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360모데나 모델에 고전적인 베를리네타 백라이트(엔진 위쪽이 보이게 조그만 창을 추가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섀시와 보디를 만들면서 거의 전적으로 알루미늄을 쓴 것 또한 360모데나와 360스파이더 모델에서 거둔 기술적 발전들 등 하나였다. 알루미늄 보디 패널들로 만들었다고 해서 페라리가 완전히 새로운 자동차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알루미늄 섀기 구조와 거의 100% 알루미늄으로 된 보디 패널들을 가진 도로 주행용 자동차는 완전히 새로운 자동차였다. 그 목표는 구조적 견고함과 온전함을 크게 늘리고 전체적인 무게를 줄이는 데 있었다. 모데나 개발을 통해 달성된 또 다른 목표는 캐빈 룸, 즉 실내 확장이었다. 모데나를 출시하면서 페라리 회장 루카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는 저자를 비롯해 그 자리에 모인 기자들에게 모데나를 몰고 도로를 달릴 때 승차감과 핸들링 밸런스가 어떤지를 물었다고 한다. 그리고 유명한 말을 남겼다. "저는 우리 차가 우리의 테스트 트랙에서 얼마나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것인지에는 별 관심 없지만, 뛰어난 스포츠카이면서도 도로 주행을 하거나 미 대륙을 횡단할 때 운전에 얼마나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에 관심이 많습니다."(p.288)

페라리는 오랜 세월 '특별판'이나 '한정판' 모델들을 내는 일에 숙달되어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J50이란 이름이 붙은 모델도 내놓았는데, J라는 알파벳은 일본 시장만을 위해 제작된 아주 특수한 자동차 10종에 붙였다. 이 특별판 자동차는 '페라리 스페셜 프로젝트 팀'이 2017년에 제작한 것으로, 그 프로젝트 팀은 보다 특별한 페라리 한정판 자동차들을 다룬다. 특히 J50모델은 2016년 페라리가 일본 시장 진출 50주년을 맞아 그 기념으로 내놓은 것이었고, 그래서 이름도 J50이 된 것이라고 저자는 귀띔한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감사의 말)을 통해 "페라리는 열정이며, 열정은 무한하다. 지난 75년간 노란색과 검은색으로 된 카발리노 팜판테, 즉 '도약하는 말' 엠블렘이 달린 페라리 자동차들은 스피드와 관능미의 궁극적인 표현이었다. 지난 75년간 페라리 자동차들은 근육이 발달된 운동선수, 순수 혈통을 지닌 말의 우아함과 스피드 그리고 고전적인 건축물의 아름다움에 비유되곤 했다. 게다가 페라리는 지난 75년간 스포츠카의 기준이 되어 다른 모든 스포츠카들의 비교 대상이 되었다."고 말을 맺는다.

저자 : 데니스 애들러

작가, 사진작가, 역사가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출판한 작가이자 역사가 중 한 명이다. 수집용 자동차와 역사적인 총(銃)에 관해 수십 권의 책을 썼으며 전직 잡지 편집자로 35년의 경력동안 5,000편 이상의 기사와 사진을 출판했다. 〈굿모닝 아메리카〉 〈투데이 쇼〉〈CBS 선데이 모닝〉에 출연하는 등 지면과 방송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역자 : 엄성수

경희대학교 영문과 졸업 후 집필 활동을 하고 있으며 다년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했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네 안의 늑대에 맞서라』, 『하트 오브 비즈니스』, 『하이프 머신』, 『최강의 단식』, 『타인의 친절』,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테슬라 모터스』, 『도시의 탄생』, 『더 이상 가난한 부자로 살지 않겠다』, 『러브 팩추얼리』, 『디지털 매트릭스』, 『아틀라스 옵스큐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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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쉬워지는 책 - 맥락과 흐름만 잡아도 성경 쉽게 읽을 수 있다
존 팀머 지음 / 터치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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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서양 문명의 정신 세계를 지배해온 가장 강력하고 오랜 종교는 기독교다. 서양 문명이 지금 지구 전체를 지배하는 형국이어서 기독교는 인류 문명에 가장 큰 힘을 발휘한 종교로 받아들이는 것을 주저하는 일은 별로 없는 듯하다. 불교, 이슬람교와 함께 세계 3개 종교의 하나. 현재의 기독교는 ① 로마 가톨릭 교회 ② 동방 정교회 또는 그리스 정교회 ③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3개로 크게 나뉜다. 각각 신학, 제도 등을 달리하고 있지만, 다음 점에서 기본적인 신앙의 일치점이 보인다. ①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 때에 출생하여, 사람들에게 천국의 복음을 설파, 최후에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나사렛 사람 예수를 인류의 죄를 구원하기 위해 하느님이 이 세상에 보낸 '신의 아들 구세주'(메시아)로 믿는 것, ② 그것을 예언하고 약속한 것은 『구약성서』 및 그것의 실현을 기록한 것인 『신약성서』를 신의 계시서로 간주하는 것 ③ 그리스도를 머리로, 신도를 몸으로 하는 '그리스도의 신체'인 교회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그 영혼은 지금도 생동하여 사람들에게 구원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 것 등이다.

철학사전에 따르면 유럽 사상을 형성하는 2개의 조류로서 보통 그리스 사상과 기독교를 들고 있는데, 전자는 특히 플라톤을 대표로 하고, 그의 이데아설에 입각하여 사람은 이데아의 투영인 현실세계를 초월하여 이데아 그 자체를 추구해야만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 입장은 사색의 능력을 배양, 여기에 골몰할 수 있는 사회의 유한 계급, 결국 당시의 노예 소유자만이 비로소 할 수 있는 일로, 하층민 특히 노예 계급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일이었다. 기독교는 고대 노예제 말기에 나타나 노예 혹은 억압된 근로자에게 호응을 얻고 있었다. 그리스 사상과 기독교의 사이에는 대강 이러한 역사적 차이가 있다. 예수는 “건강한 자에게는 의원이 쓸데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가 있다.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가 2 : 17)고 하여 세리, 창녀의 벗이 되었다. 이 사람들은 예술에 의해 처음으로 “악인에게도 선인에게도 해가 비추고…… 비가 내린다”(마태 5 : 45)는 복음을 듣고 생의 근거를 부여받아 만민이 신 앞에서 평등하다는 사상을 가졌다. 이런 의미에서 엥겔스는 기독교가 가진 만인의 평등 사상은 “고대인의 머리로 보면 미친 짓일 뿐만 아니라, 범죄적인 것이기도 했다”라고 하고, 기독교를 “노예, 추방자, 피압박자, 피억압자의 종교”라고 서술하였다.


그러나 기독교가 이들 사람들의 단결력으로 해방을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를 믿고 그 신의 힘에 매달리는 것에 의해 구원을 받는다고 설득할 때 그것은 쉽게 지배계급에게 이용당하게 된다. 로마의 국교가 된(4세기 말) 기독교는 중세에 들어와 유럽 봉건제의 사상적 지주가 되었으며, 16세기의 종교개혁 후에 로마 가톨릭교와 그리스 정교의 구교에 대하여 신교(프로테스탄티즘)가 출현하여 프로테스탄트는 다시 다수의 분파를 만들어 오늘에 이르렀다. 

기독교인은 물론 독자처럼 종교가 없는 사람이나, 심지어 타 종교인까지도 성경이 구약과 신약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기독교 문명인 유럽 문명이 세계의 패권국으로 등장하는 근대에 들어선 이후의 일이다. 학문과 예술의 중흥에 과학의 발전까지 힘입어 서양 문명은 제1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과학을 통한 각종 무기도 개발해 냄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나라로 거듭났다. 자신들끼지 싸우느라 세계 곳곳에 있는 다른 인종과 나라들을 미처 인지하지 못할 때 신대륙 발견이라는 엄청난 호재에 너도나도 유럽 내 전쟁보다는 식민지 확대에 더 열을 올렸다. 세계 각국의 인종은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한 채 정복 당했고 막대한 인명 피해는 물론 가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빼앗겼다. 여기에 기독교가 한몫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들에게 자체적으로 정신 무장은 물론 피정복국에 강제 개종을 압박함으로써 침탈의 구실로 삼았으니 기독교 교리에 의해 식민지를 확대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저지른 식민지 확대정책이다. 

이때 주로 사용되었던 것이 당시 유럽 기독교의 신약성서였을 것이다. 이 책 『성경이 쉬워지는 책』은 신약성서뿐만 아니라 구약성서를 아울러 기독교의 경전을 해석하고 기독교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성경 입문서'의 역할을 한다. 출판사 측 소개글에 따르면 이 책은 소그룹이나 독서 모임을 위한 맥락 중심의 성경 입문서다. 성경을 단락이나 본문 위주로 단편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구절을 중심으로 맥락을 짚어내면서 성경 66권을 설명한다. 저자가 성경을 두고 한 저자가 하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한 권의 책이라고 하는 데에는 명확한 흐름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또한 나눔과 적용을 위한 질문과 인도자 지침서가 첨부되어 있어 성경에 대한 이해와 영적 유익을 도모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독자는 비종교인으로서 성경의 구절 부분부분에 대해 여기저기서 얻어들은 지식만 지니고 있을 뿐 신약성서와 구약성서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가장 기초적인 성경 지식인 이 구분을 명확히 설명한다. 그리스도교 성서 중 예수 탄생 이전의 신(神)의 계시를 기록한 책으로서 유태교는 《구약》만 경전으로 삼고 있으며, 헤브라이어로 기록된 《구약성서》는 크게 율법·예언·성문서 등으로 분류된다.

《구약》이라 함은 그리스도교 초기 《신약》이 완성된 후, 이 새 계약인 《신약》과 비교해서 초대교회 교부(敎父)들에 의하여 불려진 말이다. 《구약성서》는 헤브라이문학(일부는 아랍어)으로 B.C. 1000년부터 A.D. 100년까지 기록과 편집과정을 거쳐 39권의 《구약성서》가 만들어졌다. 구약문학 안에는 고대 시가들의 단편·율법·예언·역사·예배·역대기·지혜문학 등이 있는데, 이들이 포함하는 이스라엘(헤브라이인)의 역사는 B.C. 1750년부터 B.C. 2세기까지, 즉 그리스 통치시대까지 이르며, 《구약》은 그동안의 헤브라이 민족의 역사와 종교사상의 변모를 보여주고 있다. 소위 헤브라이즘(Hebraism)은 이 《구약성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책 『성경이 쉬워지는 책』의 저자 존 팀머는 왜 성경 읽기 전에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책의 〈서문〉(머리말)을 통해 책의 성격과 함께 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성경이 쉬워지는 책』은 하나의 맥락을 중심으로 성경을 훑어보는 책이다. 성경에 대한 개관을 대략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날짜, 이름, 사건 등을 역사적 순서대로 개관하면서 성경의 숲을 보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중요한 가르침과 사건들의 연관성을 짚어보면서 이야기의 기본 뼈대를 세워가는 방법이다. 세 번째는 성경을 관통하는 전체 의미를 살피면서 그 속에 담긴 정신과 의미를 파악하여 총체적으로 보는 방법이다. 이 책은 마지막 공부 방법으로 개관하는 책이다.(p.7~8)

저자는 이어 많은 청중들이 설교를 듣고 나면 대지는 잊어버리고 예화만 머리에 남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한다. 만약 대지와 핵심을 미리 이해하고 설교를 듣는다면 말씀이 쉬워지고 성경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배가될 것이라고 책의 성격을 말한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성경을 본문 위주로 단편적으로 공부하거나 역사적 흐름을 읽는 개관서가 아니다. 성경의 핵심 구절을 중심으로 맥락을 짚어내면서 하나님이 지으신 한 편의 드라마를 보여주는 책이다.


독자들이 성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면서도 성경에 대한 지적 만족을 자극한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또한 성경의 역사적·문화적 배경과 줄거리의 요점을 간명하게 설명하면서도 신학적 의미를 잘 짚어준다. 무엇보다 신학적 바탕 위에 견실한 해석과 상호텍스트성을 이해시켜 한 권으로 이어줄 뿐 아니라 소그룹이나 독서 모임을 통한 ‘나눔과 적용’을 할 수 있도록 각 장(章)마다 인도자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어서 성도 상호 간에 공감과 통찰을 이어주고 있다. 이 책은 매주 1회씩 3개월간 성경과 책 나눔을 통해 성경통독을 위한 마중물로 활용하려는 성도와 교회들에게 적절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성경 66권 각 권은 저자와 저작 시기와 장소뿐만 아니라 상황이 모두 다르다. 제각각인 성경을 저자는 예레미야 31장 33절의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내 백성이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선언적 말씀을 통해 한 줄로 꿰고 있다. 이것이 하나의 맥락으로 성경을 조망하는 관점이다. 성경의 사건들을 이어주는 숲을 보되, 중요한 가르침과 사건들의 연관성을 짚어보면서 성경을 관통하는 전체 의미를 살피고 그 속에 담긴 정신과 의미를 파악하여 하나님과 그분의 백성이 만들어 가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맥락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성경을 어려워하거나 성경을 부분적으로만 이해하는 독자들에게 성경 전체를 아우르는 흐름과 관점을 제시하여 성경의 각각의 사건과 가르침 가운데 일관된 시각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하나님 나라의 그에 속한 백성이라는 관점으로 성경을 이해하는 키 포인트를 배우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 책은 CRC 교단에서 오랫동안 선교사와 목사로 사역했던 존 팀머가 직접 저술했다. 1983년 초판이 발행된 뒤로 미국개혁교회의 장년교회학교 교재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베스트셀러라고 알려져 있다. 목회자들이 이 책을 추천한 데에는 바른 성경신학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설명 때문이라고 한다. 성경에 대한 신학적 이해 위에 쉽고 짧게 성경의 핵심을 짚어 주고 흐름을 이해시켜 주기 때문에 이 책을 교재로 공부하는 성도들에게도 커피브레이크를 비롯한 소그룹이나 구역 모임의 교재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특히 ‘나눔과 적용’을 위한 질문, 인도자를 위한 지침서가 포함되어 있어 청장년층에서 모임의 리더들이 독서 모임을 인도할 때 유용하다는 점에서도 독자들의 접근성이 높다. 특히 한국 교회 소그룹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성경에 대한 토론과 삶에 대한 적용을 안내하고 있어 성경에 대한 이해와 영적 유익을 도모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모두 12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하나님의 창조〉, 2장 〈자기 백성과 약속을 세우시는 하나님〉, 3장 〈자기 이름을 말씀하시는 하나님〉, 4장 〈자기 백성을 데려오시는 하나님〉, 5장 〈자기 백성을 위해 왕을 선택하시는 하나님〉, 6장 〈자기 백성에게 호소하시는 하나님〉, 7장 〈자기 백성에게 거룩한 성을 약속하시는 하나님〉, 8장 〈하나님을 찾는 지혜자〉, 9장 〈자기 백성에게 독생자를 보내시는 하나님〉, 10장 〈자기 백성을 모으시는 하나님〉, 11장 〈자기 백성을 다시 세우시는 하나님〉, 12장 〈역사의 이면을 보여주시는 하나님〉 등이다. 

1장의 경우 「창세기」 1장은 신화로 보는 것이 유행이라고 저자는 기술한다. 하지만 창세기는 신화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신화란 신에 대한 사유나 표상이 반영된 이야기다. 그러나 창세기는 신화와 정반대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옛사람들의 사유가 만들어낸 신화를 거부하고 반박하며 파괴한다고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창세기 1장에서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라고 할 때 그것은 오직 창조주와 피조물 두 가지 존재만 있음을 알리는 선언이다. 분명하게 하나님만이 창조주이며, 그 밖의 모든 것은 피조물이다. 둘은 완전히 다르며 영원히 구별된다고 강조한다. 이어 저자는 창세기 1장은 이방종교들의 핵심을 망치로 깨부수고 있다고 설명한다. "나는 너와 다른 모든 것들을 창조한 너의 주 하나님이다. 그러므로 너는 내 앞에 다른 신을 두지 말라. 다른 신은 없기 때문이다. 오직 내가 창조한 것들만 있을 뿐이며, 나는 다른 신을 만들지 않았다."(p.15)

저자는 이와 함께 하나님 형상의 반영을 신약에서도 보게 된다고 밝힌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용서하기를 바라신다(마 18:22). 그것이 바로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자신의 원수를 다스리시는 방법이기 때문이다(마 5:43~48)고 설명한다. 저자는 우리가 하나님을 닮아갈 때 우리는 진정으로 하나님이 계획하신 존재가 된다. 또한 이것은 새로운 피조물 안에서 우리가 되어야 할 존재다. 우리는 하나님의 얼굴을 볼 것이고, 그분의 이름도 우리 이마에 있을 것이다(계 22:4).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충만한 깨끗한 거울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책의 모든 장(章)이 구약과 신약에 나오는 말들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창세기는 구약이라면 예수 탄생 이후는 신약에 해당된다. 저자는 이를 구약과 신약이 함께 성경이라는 한 권의 책을 구성한다고 간략하게 말한다. 그리고 신약이 구약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약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신약의 첫 구절에 대해 언급한다.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라(마 1:1)" 하나님은 예수 안에서 아브라함과 다윗에게 하신 약속을 성취하신다. 예수님은 다윗 왕조와 아브라함이 받은 언약의 합법적인 상속자다. 그러므로 이스라엘과 인류 전체를 향한 하나님의 목적이 예수 안에서 성취된다. 신약은 이 예수님에 대해 네 가지 모습을 보여 준다. 9장 〈자기 백성에게 독생자를 보내시는 하나님〉에서는 그 가운데 세 가지를 살펴본다. 

이 서평에서는 이 중 첫 번째 「예수님에 대한 마가의 묘사」란 제목의 글이다. "정치적 야망을 꿈꾸던 베드로는 메시아가 고난 받고 죽임을 당해야 한다는 말에 충격을 받는다. 베드로는 올히려 예수님을 붙들고 항변한다. 예수님은 베드로의 항변을 깊이 궤뚫어 보신 후 그런 생각은 자신이 하나님의 일을 행하려는 것을 방해하는 사탄의 계략이라고 대답하신다. 다른 유대인들과 마찬가지로 베드로 역시 지배자처럼 정복하고 승리하는 메시아를 기대했다. 그에게 있어 고난받는 메시아란 의미상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런 모순을 자기 사명의 핵심으로 제시하신다."(p.163)

이 책은 구약 「창세기」부터 신약 「요한계시록」까지 살펴본다. 12개 장에 불과하지만 구약과 신약 중 꼭 알고 성경에 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저자가 선택해 설명하고 설교하듯 강론한 것으로 보인다. 「요한계시록」에 대해 마지막 장에 서술되어 있지만 독자에게 가장 관심을 불러일으킨 부분은 '요한계시록은 묵시문학인가?'라는 부분이다. 어쩌면 묵시문학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요한계시록은 묵시 문학의 예로 간주된다. 이유는 분명하다. 사용된 언어가 역사적·정치적이라기보다 우주적이고 천상의 언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리고 등장인물(인자, 사탄, 천사, 하늘의 여인)과 사물들(새 예루살렘, 천국의 성전, 하나님의 보좌, 별들, 무저갱)이 모두 초자연적이다. 그러나 요한계시록에는 묵시 문학의 형태에 적절하지 않은 요소들도 더러 있다. ① 저자는 이 책을 한 번이 아니라 반복해서 예언서라고 말한다. ② 묵시 문학은 대개 가명으로 기록되는데 요한계시록은 아니다. ③ 묵시 문학의 저자들은 박해받는 하나님의 백성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데 관심이 있는 반면, 선지자들은 자신이 보냄을 받은 백성들 앞에서 회개를 요구한다. 이에 반해 요한계시록은 어느 핝고이 다른 쪽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두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다. ④ 요한의 역사 해석은 당시 묵시 문학의 저자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p.218~219, 독자 발췌)는 점을 들고 있다. 독자들의 일별을 필요로 하는 대목이다. 


저자 : 존 팀머(John Timmer)


네덜란드 하를렘에서 태어났으며, 미국 칼빈 신학교를 졸업하고 화란자유대학교에서 신약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4년 동안 일본에서 선교사로 사역했고, 1995년에 은퇴하기까지 미시건 주에 있는 우드론 기독개혁교회에서 목회하였다. 저서로는 God of Weakness, The Kingdom Equation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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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영화 속 인권 이야기 - 필름의 눈으로 읽는 법과 삶
임복희 지음 / 오디세이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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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차별과 혐오 등 ‘사회악‘을 법과 제도를 통해 변화시키려는 영화를 재조명한다. 차별과 혐오를 금지하고 ‘공동선‘을 제시하는 사회비평서이기도 하다. 책은 국내외 영화 18편을 분석해 가며 영화 속 인권 이야기를 주제로 시대적 배경과 주인공들의 처절한 노력 등을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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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영화 속 인권 이야기 - 필름의 눈으로 읽는 법과 삶
임복희 지음 / 오디세이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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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세상을 바꾼 영화 속 인권 이야기』는 영화 속 '인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제든 소재든 인권은 이 책에서 중요한 모티프가 된다는 말이다. 저자 임복희는 〈서문〉을 통해 '법정의 눈'과 '필름의 눈'을 거친 영화를 '인권의 눈'으로 읽고 썼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 책을 탈고할 때는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이 된 노래로 잘 알려진 비틀즈의 〈블랙버드(blackbird)〉를 들었다고도 밝힌다. 폴 매카트니가 "인종차별 문제를 겪고 있는 생각에서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한 말도 덧붙인다. 이 책에 소개되는 18개의 영화는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사려깊은 시선으로 응시한 동시대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영화가 세상의 신뢰와 정의에 대한 믿음을 환기시켜 줄 수 있다는 들뢰즈의 바람(『시간·이미지』)이 재현된 영화 속 인권 이야기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지에 글의 초점을 두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사려깊은 시선으로 응시한, 18가지 영화 속 인권 이야기는 인권의 발달 역사 순으로 인종 및 성차별을 바꾼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나아가 복지, 노동, 환경, 난민 등의 3세대 인권 문제에까지 이르며 절망에 빠지기 쉬운 우리 동시대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또 미국 대다수 로스쿨에서 수업 중 영화를 보면서 민사소송법 등을 공부하듯이 한국이나 미국 로스쿨 진학을 고려 중이거나 재학 중인 학생들의 공부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각 영화마다 「필름 속으로 깊이(deep into the film)」를 두고 해당 영화와 관련된 역사적 배경이나 제도, 법률과 판례의 추이를 추적해 영화를 보다 역동적·심층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예를 들면 미국 대다수 로스쿨의 민사소송 텍스트에 준하는 영화 〈시빌액션〉에서는 미국 민사소송 절차를 자세히 소개했다.

이 책은 모두 18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앵무새 지론’, 희망의 새가 되어 날다」-로버트 멀리건 감독, 〈앵무새 죽이기〉(1962)는 1930년대 앨라바바주 법 현실 가운데 애디커스의 '앵무새지론'을 통해 '다름'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며 인간의 보편적 양심에 호소하는 영화다. 또 2장 「‘셀마-몽고메리 행진’, ‘아랍의 봄’에 영감을 주다」는 에바 두버네이 감독의 〈셀마〉(2014)를 다룬다. 1965년 마틴 루터 킹(Martine Luther King Jr.(1929~1968) 목사 등이 주도한 셀마-몽고메리 행진을 통해 흑인들도 백인들과 동등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기까지의 여정을 그렸다. 두 영화는 인종차별을 실태를 고발하고 차별의 부당성을 속속들이 파헤친 대표적 영화로 꼽히고 있다.


두 번째 유형은 성(gender) 차별을 바꾼 영화들이다. 3장 「‘모드들’, 역사의 어둠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다」는 사라 게이브런 감독, 〈서프러제트〉(2015)는 영국에서 전개된 '1세대 여성주의 운동' 중 특히 1912년에서 1913년까지의 격렬한 여성 참정권 운동을 그렸다. 독자로서는 처음 듣는 영화이름이지만 인권 이야기에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영화인 듯하다. 이 기간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바로 직전의 일이라 새로운 관심이 대상이 될 듯하다. 4장 「‘워싱턴 포스트’, 위대한 폭로 뉴스로 역사의 초고가 되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더 포스트〉(2017)이다. 이 영화는 미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이전인 1970년대 〈워싱턴 포스트〉의 신문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이 미국 정부가 숨기고 있던 '펜타곤 기밀문서'를 입수 후, 여기에 담긴 베트남 전쟁 이면의 진실을 용기있게 보도하기까지의 여졍을 담았다. 

책에 따르면 1964년 8월 2일 북베트남 통킹만 해상에서 미해군은 북베트남 해군에 선제공격을 가했다. 이에 북베트남 어뢰정 3척이 미해군 구축함에 반격했고, 미해군은 항공모함을 동원해 북베트남의 어뢰정 3척에 손상을 입히고 4명의 사망자와 6명의 부상자를 냈다. 당시 미국은 남베트남에 미군을 파견해 베트콩 진압에 나섰지만, 북베트남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미국이 통킹만 사건을 역이용해 독립국인 북베트남을 공격하고, 전쟁을 확대한 것이다. 

맥나마라(케네디와 존슨 행정부 시절인 1960년대 미국 국방부 장관)는 당시의 상황를 그대로 기록물로 남겨 국방부 1급 기밀로 보관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펜타곤 기밀문서이다. 여기에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1945년부터 1968년 5월까지 미국이 인도차이나에 개입한 기록을 담았다. 책임자는 맥나마라 장관이었고, 랜드연구소의 대니얼 엘스버그 연구원이 이 문서작성에 참여했다. 전직 해군장교였던 엘스버그는 처음에는 인도차이나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지지했으나 펜타곤 문서 작성이 끝나갈 무렵, 미국의 인도차이나 개입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그는 인도차이나에서의 미국의 저의를 폭로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을 강하게 느꼈고, 몰래 극비문서를 빼돌려 평소에 잘 알던 〈뉴욕타임즈〉의 닐 시언 기자에게 넘겼다. 〈뉴욕타임즈〉는 1971년 6월 13일 6면에 걸쳐 이 문서를 폭로해 보도했다.



이 펜타곤 문서에는 통킹만 사건을 비롯해 프랑스 점령 시의 미군의 지원, 베트남전 확대정책, 북베트남 침공 등의 극비내용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공식명칭 '미-베트남 관계: 1945~1967'인 이 보고서는 총 47권, 약 3,000면의 설명과 4,000면의 부속 서류로 구성되어 있고, 베트남전 참전에 대한 법률적,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내용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영화는 엘스버그가 베트남 전쟁을 참관하고 전쟁의 충격적 실상을 목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댄 엘스버그는 실제 전쟁과 다른 내용을 전하는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 모종의 결심을 하고,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에 이르는 4명의 전임 대통령과 당시 닉슨 대통령이 30년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내용을 담은 이른바 '펜타곤 문서'의 복사본을 몰래 만든다. 미국 최초의 신문사 여성 발행인인 캐서린은 고뇌에 찬 시간 끝에 회사와 자신을 비롯한 모든 것을 걸고 기사를 내기로 결단한다. 닉슨 정부는 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둔 〈워싱턴 포스트〉를 상대로 언론 탄압을 시작했고, 1심 법원에서는 〈뉴욕타임즈〉에 대해 국가기밀누설 혐의로 보도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후 모든 언론이 '펜타곤 페이퍼'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마침내 연방대법원이 6:3으로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며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는 판결을 내렸다. 영화는 이른바 '워터게이트(Watergate)' 사건의 단초가 된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 내 소재한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다섯 명의 수상한 사람들이 침입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이처럼 반전 운동과 언론 자유의 문제를 영화 전면에 내세웠지만 스필버그 감독의 말은 '이 영화를 통해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이전의 사회를 다루어 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스필버그는 1970년대 남성 우위의 사회에서 여성을 둘러싼 편견과 불합리에 맞선 캐서린 그레이엄의 용기와 결단을 온전히 담아냈다는 평가다. 5장은 1993년부터 2020년까지 여성으로서 미국에서 두 번째 연방대법관으로 재임하며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의 기본권 보호에 앞장섰던 긴즈버그(1933~2020)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벳시 웨스트-줄리 코헨 감독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이다.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긴즈버그는 1933년 뉴욕 브루클린의 노동자 거주 지역에서 자랐고,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해 남편 마틴 긴즈버그와 함께 학업을 이어나갔다. 그 사이 마틴의 암 진단 후 치료받는 동안 긴즈버그는 그의 과제를 도와주고 사니의 강의를 듣고 과정을 수료함벼 아이를 양육했다. 이후 콜럼비아 로스쿨로 옮겨 수석으로 졸업했다.


그러나 당시 뉴욕의그 어느 로펌도 긴즈버그를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하지 않았다. 이에 제럴드 건서 교수가 연방 판사에게 긴즈버그를 채용하지 않으면 향후 콜럼비아 학생을 추천하지 않겠다고 한 이후에 재판연구원으로 일하게 된다. 이후 긴즈버그는 럿거스 및 콜럼비아 대학교 교수, 콜럼비아 특별재판구연방항소법원 판사를 거쳐 1993년부터 2020년 사망 때까지 연방대법관으로 재직했다. 영화는 1970년대 긴즈버그가 로스쿨에서 '여성과 법' 강의를 하며 성차별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후, 미국시민연대자유연맹의 참여 변호사로 성차별 법률의 철폐에 매진하며 미연방수정헌법 제14조 제1항의 '사람(person)'이라는 표현에 주목해 여성도 이 평등권 조항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도록 선구적 노력을 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특히 긴즈버그는 당시 성차별 입법이 대부분 사법심사 과정에서 합리적 심사기준을 적용받아 합헌판단을 받아오던 것에 적극적으로 이견을 제시하며, 차근차근 차별적 입법이 폐지되도록 했다. 

저자는 이 영화에 소개된 총 9건의 케이스 중 일부를 책에 소개한다. ① 1975년 와인버거 대 와이젠펠드 사건 ② 1996년 미국 대 버지니아 사건 ③ 2007년 레드베터 대 굿이어 사건 ④ 2013년 셀비 카운티 대 홀더 사건 등이다. ①의 경우 와이젠펠드는 아내와 사별 후 혼자 아이를 키우던 중 보육수당을 신청하기 위해 사회보장사무소를 찾아가지만 그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다. 당시 육아는 전적으로 여성의 몫이었기 때문에 남성에게는 보육수당이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긴즈버그는 이 사건이 성차별이 남성에게도 해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여겨 해당 사건의 변호를 맡아 승소로 이끌었다. ②는 남성 입학만을 허용하던 버지니아 군사학교(Virginia Millitary Institute, 이하 VMI)에 대해 긴즈버그는 "여성의 특성에 대한 일반화는 대부분 여성에게 가장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를 추측하게 하지만, 보통의 범주에서 벗어난 재능과 능력을 가진 여성들에 대한 기회를 부정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고, VMI가 남성과 여성을 모두 받아들인다면 '더 완벽한 연합'에 기여할 것이고, 학교나 성별 간 관계를 파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연방대법원은 "VMI가 남성만을 입학시키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은 헌법의 평등보호 조항에 위반되는 것"이라는 버지니아 주법원의 판결을 지지하며, "이러한 성별에 근거한 구분은 중간심사를 만족할 수 없다"고 하며 6:3으로 위헌 판결했다.


이처럼 긴즈버그는 "삶의 길을 갈 때 발자국을 남겨라. 후세의 건강과 안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갈 수 잇도록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다하라"는 생전 본인이 남긴 말을 일생 동안 그대로 실천하며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을 대변하여 타협 없이 반대 의견을 내며 이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정진했다."(p.60)

이 책은 외국 영화만 다룬 것은 아니다. 여섯 번째 영화(6장)에서 드디어 국내 영화가 나온다. 우리 인권과 국민의 기본권 등을 다룬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이다. 서구 선진국들이 채택한 자본주의 체제는 막강한 부를 축적하는 데는 성공적인 경제체제로 자리잡았지만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성공하며 사회주의 세계 혁명이 독일, 이탈리아 등으로 확산된다. 이에 따라 자본주의는 사회주의의 막강한 도전에 직면한다. 자본주의의 가장 큰 폐해라고 예측돼 온 '부익부빈익빈'의 기형적 사회로 급속도로 이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자본주의는 수정자본주의 정책을 내놓고 미국의 헤게모니 아래 '실물적 팽창'을 누리며, 자본축적의 순환체계를 이루었다. 나아가 1970년 초반 부상한 신자유주의는 미국, 영국, 중국 등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에 의해 축적을 위한 국가정책 노선으로 채택되었다. 그리고 2000년대 후반 위기에 빠진 적도 있지만 여전히 지금까지도 세계자본주의의 지배적 축적체제로 작동하고 있다. 1990년대 사회주의 체제의 구 소련이 무너지며, 신자유주의에 의한 자본축적이 더 잘 이루어졌지만 문제는 여전히 빈곤율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1959년부터 1973년까지 즉 신자유주의가 급부상하기 이전 미국의 빈곤율은 22.4%에서 11.1%로 내려갔지만 신자유주의 금융화가 진행되어 최고의 호황기를 맞이한 1990년대에는 오히려 증가한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 영국의 경우에도 유사하게 나타났고, 특히 소득의 불평등과 빈곤 증가 문제를 가져왔다. 신자유주의가 광범위하게 시행되면서 거대한 부가 축적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축적된 부의 상향 집중으로 빈곤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 우리나라에서도 신자유주의는 새로운 경제 관료 집단의 형성에 힘입어 가속화되었다. 우리 국민이 6·25 이후 최대의 국가 위기설까지 나돌면서 IMF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을 터다.


〈변호인〉은 신자유주의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실제 있었던 '1981년 부림사건'을 다룬 영화다.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제5공화국 정권은 집권 초기 공포정치로 통치기반을 확보하고자 전국 각지에서 용공사건을 조작하며 민주화 세력을 탄압했다. 이 사건은 부산 지역의 민주 인사를 탄압하기 위해 조작된 것으로 이들은 부마사태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1979년 10월 16일 검거되었던 사라들로 박정희 사망으로 일시 석방되었다. 그러나 신 군부는 이들이 다른 반정부세력과 연계해 계속적 활동을 하리라 보고, 1981년 9월 7일에 1차, 10월 15일에 2차로 총 22명을 구속했다. 신군부 정권은 이들을 영장 없이 체포 후, 정부 전복을 꾀하는 '반국가단체 찬양 및 고무'로 몰아갔다. 

영화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분(扮)한 주인공 송우석(송강호 분)이 대전지방법원 판사직을 사임 후,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면서 시작한다. 부동산 등기 업무부터 세금자문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수완으로 성공하며 부산 지역에서 소위 '잘 나가는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송우석이 사법시험 공부를 할 때 밥값 신세를 진 국밥집 주인인 최순애(김영애 분)의 아들 박진우(임시완 분)가 '부림 사건'에 휘말리고, 송우석은 최순애와의 인연으로 부림사건을 맡는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우리가 그토록 오래 기억하는 대사는 지금도 생생하고 울컥할 정도로 감동적이다. 마지막 공판에서 송우석은 당시 고문경감 차동영(곽도원 분)을 증인으로 신청 후, 증인석에서조차 고압적 자세와 반말로 일관하는 차경감에게 국가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한다. 이에 차경감이 "변호사라는 사람이 국가가 뭔지도 몰라?"라며 반말로 소리치자, 송우석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이다"라고 답한다. 송우석은 "증인은 그 국가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국가 보안 문제라고 탄압하고 짓밟았다. 증인이 말하는 국가란 이 나라 정권을 강제로 찬탈한 일부 군인드, 그 사람들 아니냐?"라고 일갈한다. 또 차경감을 가리켜 "애국자가 아니라 죄 없고 선량한 국가를 병들게 하는 버러지고 군사 정권의 하수인일 뿐"이라며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진짜 애국이다"라며 독재정권과 하수인들을 규탄한다. 영화는 이후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이날 법정에 선 사람들은 모두 징역형에 처해진다. 영화는 변호인(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목으로 채택했지만 역시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인권가 기본권의 문제를 통렬하게 노정시킨다. 


"〈변호인〉은 한국전쟁을 역사적 축으로 분단 이후 한국 사회가 국가권력 모순 양상을 드러내며 힘겹게, 작위적으로 조형된 사회로 형성되었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국가권력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광장에서의 연대가 필요함을 여실히 보여준다."(p.75)


저자 : 임복희


이화여자대학교 학부에서 행정학과 및 법학과를 졸업했고,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법학 석사 및 박사학위(Ph. D. in Law)를, 미국 코네티컷로스쿨(University of Conneticut School of Law)에서 LL.M을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연세대학교 등에서 법과 인문학을 주제로 연구 및 강의하며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 거제시 입법평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오페라 애호가이자 영화칼럼니스트이다. 박사학위 논문은 「외국판결의 승인 및 집행법제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2011)이며, 최근 연구논문으로는 「한국 법원의 종교 성지공간에 대한 이해: 성지 공간을 둘러싼 종교 간 갈등에 관한 두 판례들을 중심으로」(종교문화비평, 통권 제44호, 2023) 등이 있다. 저서로는 『세상을 바꾼 영화 속 인권 이야기: 필름의 눈으로 읽는 법과 삶』(오디세이북스, 202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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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쿠데타 - 글로벌 기업 제국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가
클레어 프로보스트 외 지음, 윤종은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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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소리 없는 쿠데타』의 성격과 내용에 대해서는 책을 추천한 영국의 작가 벤저민 제파니아의 추천사를 몇 줄 인용하는 것이 독자가 긴 글을 쓰는 것보다 나을 것 같다. "획기적인 책이다. 저자들은 직접 세계를 여행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기업과 부패한 사업가들이 배후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할 때 우리의 투표가 얼마나 무의미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밝힌다. 널리 읽혀야 할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을 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보여준다. 이론이 아닌 현실에 관한 책이며, 진정한 탐사보도란 어떤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지를 명료하고 흥미진진하며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풀어낸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내용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의 공동저자 클레어 프로보스트와 매트 켄나드(이하 저자)는 「추악한 진실과 희망의 불씨」란 제목의 〈에필로그〉에서 "기업을 위한 사법 및 복지제도와 기업이 활개 치는 유토피아, 기업이 운용하는 군대가 어떻게 세상을 바꿔놓았는지 조사할수록 또 다른 분야에 실망했다. 바로 우리가 몸담은 언론계였다."(p.351)라고 썼다. 저자는 이어 민주주의는 대중이 자신의 운명을 직접 결정하며, 세상을 이해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유권자가 선출한 대표자가 생각만큼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고 언론이 제대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면 민주주의는 어떻게 될까?"란 질문으로 각 국가의 어지러운 질서에 대해 털어놓으며 의문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다국적 기업과 투자자가 어떻게 국가의 행위를 제한하거나 없던 일로 만들고, 기후변화와 핵전쟁처럼 인류의 존립을 위협하는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하는지를 밝히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바꾸거나 환경 보호 조치를 시행해 기업의 이익을 해친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핵무기를 만들어 돈을 벌며 관련 사업을 중단할 생각이 조금도 없는 민간 업체가 핵무기 개발 계획을 좌우한다면 어떻게 될까?란 섬뜩한 의문을 내놓는다. 이어 저자는 오늘날 세계 각국은 투자 조약을 맺어 국제사법제도가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보장한다. 개발도상국에 원조를 제공하는 국제복지제도는 기업이 이익을 얻고 사업을 확장하도록 돕는다. 경제특구처럼 민간의 손에 맡겨진 구역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잘게 쪼개놓았다. 그리고 기업은 군대와 안보에까지 지배력을 행사한다. 오늘날 이러한 역학 관계에서 자유로운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오늘날 전 세계의 거대 기업들은 실제로 권력을 쥐고 의사 결정을 좌우하며, 새로운 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현실을 파헤친다. 이들은 국제사법제도를 적극 활용해 각국 정부를 상대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하고, 저개발국 원조라는 비즈니스로 이미지와 신용을 제고하며 이윤을 극대화하고, 경제특구를 조성해 최고의 혜택을 누린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민간 보안 조직을 만들어 국가의 역할을 대신한다. 이 책은 런던 탐사보도센터(CIJ)의 회원인 저자들이 수많은 자료를 뒤지고 전 세계 25개국을 돌아다니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취재한 결과물로서 초국적 기업들이 어떻게 대중의 눈에 띄지 않게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소리 없는 쿠데타’를 일으키는지 생생하게 파헤친다.

이 책의 표제어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다. '총성 없는 전쟁' '소리 없는 쿠데타'는 실제 전장이나 쿠데타가 일어난 곳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즉,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업들이 다국적화하고 국가의 권력마저 일부 위임받은 상태로 확장을 거듭하면서 벌이고 있는 '경제 전쟁'의 현장 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적시하고 대안을 촉구한다. 이 책에는 개빈 맥페이든(Gavin MacFadyen)이란 이름의 한 남자가 등장한다. 저자들이 그와 만난 곳은 런던 중심가의 작고 분주한 식당이다. 평일 점심시간이라면 대개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 시간일 터, 저자와 개빈의 사이가 친밀한 것도 아닌데도 왜 이곳에서 만나는 걸까? 사실 개빈과 저자는 처음 만난 것은 아니다.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사이다.

개빈은 2003년 탐사보도센터(Centre for Investigative Journalism, CIJ))를 설립했고, 저자는 CIJ의 회원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 저자들은 개빈에 관한 이력을 닥치는 대로 입수해 읽었다. 그는 런던에 오기 전 미국의 민권 운동과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 니카라과 혁명을 취재했으며 최근에는 위키리크스와 줄리언 어산지를 적극 지지해 이름을 더욱 널리 알렸다. 개빈은 내부 고발자와 권력의 횡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기자들의 든든한 친구였다. 펜타곤 페이퍼(베트남 전쟁의 실상을 담은 미국 국방부의 기밀문서-역자 주)를 유출한 대니얼 엘즈버그와 러시아의 페미니스트 핑크 밴드 푸시 라이엇은 개빈을 도와 전 세계의 내부 고발자를 변호하는 커리지 재단에 조언을 했다.



개빈은 또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관한 기밀 자료를 위키리크스에 유출한 미국 육군 정보분석병 첼시 매닝을 열렬히 옹호하기도 했다. 매닝이 유출한 파일 중에는 미군 병사들이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 10여 명을 학살하고(희생자들 중에는 로이터 통신의 기자 두 명이 있었다) 즐거워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있었다. 이 일로 매닝은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렀다. 그는 2010년부터 7년간 옥살이를 했고, 때로는 감옥에서 자살하지 않도록 특별 감시를 받았으며, 유엔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모멸적인' 환경에 갇혀 있었다고 저자는 전한다.

개빈의 주위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책에 따르면 그들은 민주주의에서 대중의 정보접근권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논할 때 추상적인 이론만 앞세우지 않았다. 개빈은 탐사보도에는 '불의와 무능', 잔혹한 행위와 비참한 현실을 향한 기자의 도덕적 분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많은 언론인이 자신의 일을 '단순히 돈을 받는 직업'으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언론인들은 권력자들의 애완견 노릇을 하며 연줄을 만들고 저녁 만찬을 즐기는 데 관심이 있다. 힘없는 사람들에게 열렬히 목소리를 주고 싶어 하며 위선과 착취에 맞서 싸우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일반 대중이 권력층의 활동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빼앗기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 우려했다. 개빈과 그의 동료들은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개빈의 탐사보도센터에 들어간 저자는 유럽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의 25개국에서 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 작업의 결과 보고서를 들여다본 개빈마저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이 조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쉽게 밝혀지지 않는 내용을 조사 결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20세기 들어 유럽의 제국들이 무너지면서 세계를 지배하는 권력 구조가 재편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뒤이어 일어난 것은 민주주의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소리 없는 쿠데타였다. 전 세계에서 기업의 권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그에 저항하는 사람들에게서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인프라가 세워진 것이다. 저자는 세계 각지에서 저항에 앞장선 사람들을 만나며 이 장대한 쿠데타가 오늘날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들었고, 여러 사료와 문서에서 쿠데타의 기원을 찾아냈다고 밝힌다. 이 책이 오늘날 자원을 배분하고 영토를 다스리며 사법제도와 사람들의 안전까지 좌우하는 초국적 기업 제국이 어떻게 부상했는지를 다룬 안내서다.


출판사의 책 소개글에는 다음과 같은 우리나라 이야기도 적혀 있다. 우리나라의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란 기업을 기억할 것이다. 지난 2003년 미국의 사모투자펀드(PEF)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뒤 2012년 하나은행에 매각하며 4조6,000여억 원의 차익을 거두고 한국에서 철수한 사건을 기억하는가? 게다가 론스타는 2012년 11월에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면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를 통해 소송까지 제기했다. 이후 10년간의 기나긴 싸움 끝에 세계은행의 하부 기관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한국 정부에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일부와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까지도 막대한 국부 유출과 책임 소재, 후속 조치 등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책에 따르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핵심 목표는 경제적 이윤 창출이다. 따라서 환경문제와 기후변화, 핵전쟁 등 인류의 존립을 위협하는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이는 환경을 위해 세계 최초로 금속 채굴을 법으로 전면 금지한 엘살바도르와 발전소의 물 이용을 둘러싼 함부르크의 선택, 핵무기 연구소의 민영화 등의 사례에서도 잘 드러나는 바다. 

이 책은 또한 지난 수십 년간 기업들의 전략적인 계획과 로비 활동, 새로운 인프라로 인해 대중이 의회와 언론을 비롯한 민주적 제도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거대 기업 제국의 손아귀에서 풀려나 국제기구들이 추구하는 빈곤 퇴치와 공동의 번영을 이룰 수 있을까? 저자는 전 세계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소리 없는 쿠데타’에 맞서려면 그에 걸맞은 야망과 조직력, 장기적 관점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없게 만드는 각종 제도와 전략을 해체하고 수많은 사람과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하여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언론이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투쟁을 우선적으로 보도하고 워싱턴 DC와 런던에 본부를 둔 세계은행과 유럽부흥개발은행 등 주요 국제기구를 면밀히 감시하고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 책은 두 명의 탐사보도 기자의 작품으로, 그 목표는 ‘기업 권력과 새로운 인프라의 부상’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그 일환으로 먼저 개발도상국이나 그곳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고 기업의 권력을 강화하는 국제기구의 등장에 주목한다. 저자들이 조사한 국제기구 중 하나는 세계은행의 하부 기관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인데, 그 첫 사례로 엘살바도르의 광산 개발이 환경과 지역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한다. 또한 기업이 더 높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를 어떻게 활용하고, 그 결과에 따른 파장을 살펴본다. 이 책은 200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광산업 투자자들이 제기한 ‘포레스티 대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송도 자세히 분석한다. 3년 반 만에 기각 결정이 내려져 비교적 빨리 마무리된 소송은 언뜻 국가의 승리 같아 보였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문제들과 엄청나게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비밀리에 진행된 소송과 결과 왜곡, 그리고 언론의 미온적 보도 태도 등으로 인해 어느 쪽이 승자인지조차 불투명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ISDS를 뒷받침하는 국제조약과 국제재판소의 주된 표적은 개발도상국이었지만, 1990년대 이후 선진국들이 참여한 대규모 협정이 등장하면서 역학 관계가 바뀌기 시작했다. 한때 ISDS를 구축하고 확장하는 데 앞장섰던 독일도 결국은 그 제도의 희생양이 되었다. ISDS는 선진국의 기업과 투자자가 계속 지배력을 행사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선진국 정부를 공격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각국이 수천 건의 국제투자협정을 체결해 기업에 국가를 제소할 권한을 부여한 결과, 거의 모든 국가가 소송 위험에 노출되었으며 일반 시민들이 그에 따르는 비용을 부담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기업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또 하나의 영역은 국제 원조와 개발이다. 사실상 원조 자금 중 빈곤국의 정부나 단체에 직접 전달되는 돈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원조 자금은 대부분 계약 업체와 하청 업체를 거치는데다 원조국은 약속한 자금을 단순히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원조 자금이 원조 대상국을 ‘위해’ 쓰일 거라는 보장도 없다. 원조 예산의 수혜자는 다름 아닌 기업이다. 그런데 왜 원조 예산을 노리고 사업하는 기업의 존재는 눈에 잘 띄지 않을까?


이 책은 또한 비영리기구(NGO), 자선단체, 기업이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도 살펴본다. 이전까지 개발원조 단체들은 대개 정부의 원조 예산에 의지했지만, 이제는 기업과의 협력을 더 많은 자금을 지원받을 방안으로 여기고 있다. 캠페인 활동이 단체를 홍보하고 모금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기업은 원조와 개발 활동을 활용하면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챙길 수 있을 거라고 여긴다. 원조 자금이 들어간 사업에 참여해 수익을 올릴 뿐만 아니라 개발 자금을 지원받아 사업을 확장하고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거나 실패한 사업을 되살리기도 하는 것이다. 게다가 원조와 개발 사업은 공공정책에 영향을 끼치고 이미지를 제고하는 기회이다.

이 책의 저자는 지역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성된 경제특구를 조사한다. 지난 50년간 전 세계에서 절반 이상의 국가가 경제특구 형태로 영토 안에 별도의 구역을 만들었는데, 국제노동기구(ILO)는 3,500개가 넘는 각국의 경제특구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가 영국 인구와 비슷한 6,600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그런데 기업은 경제특구 내에서 세금과 각종 규제를 면제받는 혜택을 누리면서도 노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이 책은 1959년에 처음 발명된 섀넌 자유구역부터 오늘날 중국과 아시아권의 경제특구까지 그 변화 과정을 살핀다. 또한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모리셔스가 조세회피지로 탈바꿈하고 관광과 금융 서비스업이 호황을 누리게 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자세히 알아본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초국가 기구의 필요성이 어떻게 제안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콜롬비아와 온두라스의 준군사조직이 저지른 만행과 지역민들이 제기한 소송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무기 실험실이 된 팔레스타인의 검문소와 이탈리아에서의 난민 관리가 다국적기업의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는 실태를 이야기한다. 민간 보안 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사회 변화상과 불평등의 심화, 그리고 인류의 미래가 달린 핵무기 인프라의 민영화 등은 누구나 한 번쯤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이 책은 기업 윤리, 탈식민주의, 정치경제학과 같은 이슈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흥미로운 자료를 많이 담고 있다. 또한 기업 권력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국제법 체계의 변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고 환경, 기후변화, 금융 부패, 인권 침해와 같은 사회문제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갈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저자 : 클레어 프로보스트(Claire Provost)

비영리단체 저널리즘?사회변화연구소의 공동 설립자이자 공동 소장. 독립 언론매체 <오픈데모크라시(openDemocracy)>의 국제 조사 부문 책임자, 런던 탐사보도센터(CIJ) 회원, <가디언>의 데이터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현재 이탈리아 토리노에 살고 있다.


저자 : 매트 켄나드(Matt Kennard)

영국의 외교정책을 조사하는 탐사보도 전문 언론 <디클래시파이드 유케이(Declassified UK)>의 공동 설립자이자 수석 조사원. 런던 탐사보도센터의 회원과 이사를 지냈으며, <파이낸셜 타임스>의 전속 기자로 워싱턴 DC, 뉴욕, 런던에서 근무했다. 지은 책으로 ??비정규군(Irregular Army)??, ??부정한 돈벌이(The Racket)?? 등이 있다. 현재 런던에 살고 있다.


역자 : 윤종은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펍헙번역그룹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황소걸음, 2020, 공역), 《자동화와 노동의 미래》(책세상, 2022), 《철학 논쟁》(책세상, 2022)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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