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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보다 잘 사는 사람
법상 지음 / 마음의숲 / 2025년 11월
평점 :

<북유럽 서평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단편소설집을 낸 적이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란 제목이다. 톨스토이는 본래 자기완성을 목표로 삼아 '교양 소설'의 주인공처럼 계속 성장하기를 꿈꾸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십 대 후반, 그는 자신의 육신이 성장이 아닌 '쇠락과 고통과 피할 길 없는 소멸'로 향하고 있음을 문득 자각한다.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전투에서의 수많은 죽음을 목도했던 그에게 '죽음'은 막연한 관찰 대상이 아니라, 자신을 삼키려 다가오는 실존적 공포가 되었다. 1875년, 마흔일곱의 톨스토이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죽음 외에는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고백한다. 성공한 대문호이자 행복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그가 마주한 것은 인생이란 무의미하다는 ‘심연’ 그 자체였고 급기야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기에 이른다.
톨스토이는 이 무렵 원시 기독교 사상에 몰두하면서 사유 재산 제도에 비판을 가하고 술과 담배를 끊은 뒤 손수 밭일을 하며 금욕적인 생활을 지향했다고 한다. 토지 대금을 내지 못해 몰락하는 농민들을 돕고 대흉년에 무료 급식소를 세웠다. 뿐만 아니라 황제 암살범의 처형을 막기 위한 탄원 활동을 벌이는 등 귀족적인 삶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에 헌신한다. 민중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민담 22편을 썼는데 그중에서도 이 책에 수록된 「인간에게 많은 땅이 필요한가」는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가 “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이야기”로 꼽기도 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담긴 '작은 이야기'들은 톨스토이가 그 지독한 절망의 끝에서 스스로 찾아낸, 길 잃은 이들을 위한 '삶의 안내서'다.
톨스토이(1828~1910)가 살던 무렵 러시아 제국은 유럽에서 가장 낙후한 나라 중의 한 나라였다. 유럽의 수많은 국가들이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바뀌고 이른바 '민주주의' 제도를 착실히 쌓아갈 때 러시아 제국은 봉건 시대의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농민보다 더 많은 숫자가 농노의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러시아 제국은 공산사회주의에 의해 무너진다. 마르크스가 말한 프롤레타리아(무산계급)에 의한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선 것이다.(1917)

오늘을 사는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독자의 주변인들을 보면 무척 바쁘다. 일주일 내내 돈 버느라 거의 자유시간을 누리지 못한다. 더 많이 벌고, 더 높이 오르기 위해 끊임없이 달리고 있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서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삶의 행복일까? 하지만 현인들은 물질적 성공이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읽어보면 실제로 많은 재벌들은 실로 초인적인 힘으로 돈 버는 데 집중했다. 돈을 많이 버는 일은 행복한 삶과 직결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성공하기 위해서 앞뒤 주변은 돌아보지 않은 채 앞으로 내달리기에 숨쉴 틈조차 없을 정도다. 물론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 그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어쩌면 행복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살면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허무와 불안을 안고 바쁘게 달려오면서도 우리는 정작 ‘잘 사는 법’을 잊고 살아간다. 이 책 『부자보다 잘 사는 사람』은 법상 스님이 우리 삶을 돌아보고, 마음을 비우며 충만하게 사는 길을 다정하지만 단호하게 안내하고 있다.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작은 실천, 삶 속에서 진정한 풍요를 발견하는 방법을 전하며, 독자에게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잘 사는 길’을 제시한다. 여담이지만 '잘 사는'이라고 적혀 있는데 '잘사는'이라고 붙여써야 맞을 것 같다. 이유는 '잘살다'가 이미 사회에서 '잘생기다'처럼 관용어로 붙여써서 한 단어로 된 지 오래기 때문이다. 그러나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저자의 뜻을 100% 파악했다고 독자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경제대국이라 할 만큼 상당히 소득이 높은 사회가 됐다. 불과 30~40년 전만 하더라도 개발도상국(구 후진국)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선진국이라고 했다. OECD 가입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이를 위해 해외 관광 자유화도 실시됐다. 예전 1인 5,000달러 소지만 가능했지만 이를 1만 달러로 올린다 했다. 너도 나도 생전에 못 가볼 것 같았던 해외 여행 붐이 일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서 뭔가 달라지나보다 했다. 그러나 너무 많이 써버렸는지 외환보유고가 없어 외국에서 돈을 빌려다 국가부도 상태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실제 많은 돈을 빌리고 다시 금세 갚아나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기업이 도산하면서 실업자도 엄청나게 늘었다. 신문에는 연인 비관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풍조가 늘었다고 보도한다. 그러나 정부가 바뀌고 국민들이 힘을 모아 어찌어찌 빌린 돈을 갚고 드디어 다시 시작하는 듯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우리 잘못이 아닌 외국 때문에 금융위기가 또 찾아왔다. 선진국이란 말은 들어간 지 오래다. 한 번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젠 국민들의 의식이 조금씩 바뀐 것 같다. 더욱이 IMF 때보다 일자리마저 없는 상태는 아니었다. 또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들이 도산한 것은 마찬가지다.
일자리를 잃지 않은 사람은 더 돈을 벌려고 더 달렸다.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까? 자식 교육에는 다시 열풍이 불었다. 예전처럼 많은 자녀가 없어서일까? 사교육은 더욱 극심해져 갔다. 실제로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학교 입학생을 보면 대부분이 넉넉히 잘사는 집안이었다. 사교육에 부채질하는 격이었다.
밀레니엄 세대는 과거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를 하면 믿지 않았다. 설령 믿는다 해도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흙수저론'이 등장했다. '3포', '5포'가 나오더니 곧바로 출산율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말이 나왔다. 왜 사회가 이렇게 흘러가지? 불만을 말하지만 정작 어디다 대고 말할 것인가. 부의 대물림이나 가난의 대물림 같은 말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극심해졌다는 말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진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직장에 다니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본캐' '부캐' 등에 이어 'N개의 일'을 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한 번 들어간 직장이 정년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직업을 여러 개 가져서 대비한다는 의미에다 당장의 수입도 많아서다. 그러나 얼마나 힘들지를 생각하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월급만으로는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는커녕, 사대문 안의 소형 아파트조차 쉽지 않다. 대신 주식과 비트코인,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며 고위험·고수익 전략으로 일확천금을 노린다. 하지만 ‘한탕의 꿈’은 점점 더 많은 청년들에게 빚이라는 그림자를 남기고 있다. 투자 실패로 빚을 갚지 못해 채무조정을 신청한 이들 중 2030 세대가 전체 신청자의 51%를 차지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일확천금’을 노린 선택의 결과가 오히려 끝없는 빚더미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질적 성공이 곧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부와 명예를 좇으며 앞만 보고 달려온 끝에 남는 것은 허무와 불안뿐이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 많이 벌기 위해, 더 높이 오르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인다. 그러나 그렇게 바쁘게 달려온 끝에 문득 뒤돌아보면, 정작 ‘잘 사는 법’을 잊은 채 살아온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시대에 법상 스님은 정반대의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는 정말 잘 살고 있는가.” ‘잘사는’ 사람보다는 ‘잘 사는’ 사람이 되어라!
부자가 되기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법상 스님은 말한다. “부자가 되는 길보다, 잘 사는 길을 배우라.” 돈과 물건이 아무리 많아도 마음이 가난할 수 있다. 외적인 성공을 거두었는데도 불안과 허무가 따라온다면, 우리는 어쩌면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온 것인지 모른다. 이제는 ‘잘 버는 법’보다 ‘잘 비우는 법’을 배워야 할 때다. 욕망을 내려놓을수록 삶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한층 더 부유해진다. 삶에는 누구에게나 가난한 때도 있고, 풍요로운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때마다 외부의 조건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중심을 지켜내는 일이다. 부자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잘 사는’ 것이다. 언제나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있는 것’이다. ‘무엇이 되고 싶은가’보다, ‘무엇으로 살고 있는가’가 더 의미 있는 질문이 아닐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잘 사는 특정한 '상태'가 아니다. 부자로 사는 것과 가난하게 사는 것 중에 무엇이 잘 사는 것일까? 그것은 겉모습일 뿐이다. 진정 잘 사는 것은 부자와 가난 같은 모양에 있지 않다. 그 겉모습이나 상황, 조건과는 상관없이 언제나 늘 잘 살 수 있다.(p.27)

이 책 『부자보다 잘 사는 사람』은 모두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가난한 부자〉, 2장 〈이 순간을 즐기는 부자〉, 3장 〈마음의 부자〉, 4장 〈자연을 가진 부자〉 등이다. 저자 법상은 말한다. "진정한 ‘대박’은 외적인 성공이 아니다. 진짜 부는, 바로 눈앞의 순간 속에서 깨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삶의 풍요를 느끼는 데 있다." 절에서 수행하는 스님이니까 '당연히 그런 말을 하겠지'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은 다음의 항목을 보고 해당하는 것이 있는지 체크해 볼 것을 권유한다.
① 아무리 최악의 상황이더라도 ‘우주가 나를 돕고 있다’라고 외치고 있는가?
② 3번 이상 해봐도 안 될 때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③ 월급 일부를 나눔을 위한 몫으로 정해두고 있는가?
④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거나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가?
⑤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공감하고 있는가?
⑥ 하루 중 아무 생각 없이 홀로 보내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가?
위 항목들은 저자가 제시하는 ‘잘 사는 사람’이 되기 위한 생활 수행 방법의 일부다. 이외에도 삶의 괴로움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보편적 지혜가 담겨 있어, 마음이 흔들리거나 고민이 깊을 때 일상 속에서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법상 스님은 취업, 승진, 사랑과 이별, 시험 합격 등 현실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을 수행의 언어로 풀어낸다. 진정한 풍요는 성취의 크기에 있지 않다. 매 순간 현재를 얼마나 온전히 살아냈는가, 거기에 달려 있다. 가족과 함께 나누는 밥 한 끼, 차 한 잔 앞에서 서로의 눈을 마주하며 나누는 대화 속에서 삶의 깊이와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삶은 바로 눈앞의 현재 속에서 살아 있다. 이러한 순간들이야말로 비움과 수용, 깨어있음을 실천하는 길임을 보여준다.

이 책 『부자보다 잘 사는 사람』은 무소유 정신을 현대적 삶으로 확장한 안내서다. 물질적 부와 소유가 지배하는 시대에도, 매 순간 현재에 깨어있으면서 비움과 수용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따뜻하게 전한다. 저자는 이 책을 “첫 발심의 시절 심은 씨앗이 세월을 거쳐 서원의 꽃으로 피어난 결실”이라 표현한다. 20년 전의 글이 오늘,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와 여전히 가장 절실한 메시지를 전한다. 누적 조회수 8,600만 회, 17만 명의 구독자가 선택한 유튜브 채널 〈법상스님의 목탁소리〉의 초석이 됐다. 이 책은 진정한 ‘부’가 무엇인지 성찰하게 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스스로 마음의 부를 돌아보고, 삶 속에서 진정한 풍요를 발견하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누군가는 ‘아는 만큼 본다’라고 말했는데, 내 생각에는 아는 만큼 보는 것이 아니라 보는 만큼 그저 느끼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분별의 이 현실 세계에서는 아는 만큼 보는 것이 옳겠지만, ‘모르고 보는’ 지혜의 가능성도 있음을 때로는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 아는 만큼 본다는 것은 지식대로 본다는 뜻이며 지식에 의지해서 알음알이대로 본다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p.237)
문제는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고 얼마나 만족하고 사느냐에 있다. 내 행복의 지수는 그대로 내 만족의 지수이지 소유의 지수가 아니다. 소유를 줄이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더없는 행복의 비결이다.(p.290)
저자 : 법상(法相)
동국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불교를 공부하였으며, 조계종 원로의원 불심도문 큰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인연 닿는 도량에 여행하듯 머물며 수행과 전법에 매진하는 동시에, 군법사로서 이 땅 젊은 청년들의 상담자이자, 현재는 사단법인 대원회 상주 대원정사와 해운대 목탁소리 주지로 있으며, 유튜브 ‘법상스님의 목탁소리’를 통해 17만여 구독자들의 마음공부를 이끌고 있다. 그는 마음공부를 통해 행복해지고자 하는 이들에게 보다 쉽고 실천적인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하였으며, 그가 쓴 진지한 깨침의 글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0년, 그의 글을 읽고 뜻을 모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목탁소리’를 만들었다. 이후 ‘목탁소리’는 종교와 계층을 초월하여 마음을 맑게 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고향과 같은 귀의처로서 불교와 명상 분야의 대표적인 웹사이트가 되었다. 특히 매주 실시간으로 열리는 해운대 목탁소리 토요법회와 상주 대원정사 일요법회는 매회 1,000명이 넘는 도반들이 온오프라인 법회에 동참하고 있다.
저서로는 《눈부신 오늘》 《육조단경과 마음공부》 《반야심경과 선공부》 《금강경과 마음공부》 《수심결과 마음공부》 《365일 눈부신 하루를 시작하는 한마디》 《히말라야,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 《날마다 해피엔딩》 《부자수업》 《청춘을 위한 부자수업 필사노트─나는 그저 내 길을 가면 된다》 등이 있다. 2005년에는 ‘한국문인’에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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