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고요하길 바랍니다 - 108번의 비움으로 나를 다스리는 부처의 말 필사집 원명 스님의 필사집
원명 지음 / 오아시스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 사회가 풍요롭고 발전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 속에서 평온을 갈망한다. 이는 누구나 마음속에 저마다의 짐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며칠 동안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이유 없이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괜히 짜증이 날 때도 있다. 이런 마음의 짐은 우리에게서 평온과 즐거움을 빼앗고, 대신 불안과 불쾌함을 남긴다. 

이 책 『내 마음이 고요하길 바랍니다』는 삶에 혼란을 주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방법으로, "부처와 함께 괴로움을 건너기"를 안내하는 원명 스님의 부처의 가르침 필사집이다. 독자는 비종교인이다. 어느 종교를 특별히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특히 위대한 종교(기독교, 불교, 이슬람교)로 불리우는 세계 3대 종교에 대해서는 무한 존경심마저 갖고 있다. 가끔씩 접하는 종교 관련 에세이나 자기계발서, 혹은 인문학 서적 중에서 우리 삶을 더욱 평온하게 행복하게 해주는 가르침들을 읽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불교 경전 중에서 필사하며 수행하는 독자들을 위해 명문을 가려 뽑았다. 2,500년 전 부처의 가르침이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는 것은 비록 신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독자들이 알 것이다. 독자도 같은 이유로 이 책을 선택했다. 저자 원정 스님은 부처의 가르침을 따르면 혼란스러운 마음을 치유하고 안정시키는 데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임을 불가에 든 이후 깨닫고, 오직 한 길을 걸어왔다. 불교 신자는 물론 불교를 전혀 모르는 독자들에게도 부처의 가르침을 전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분이다.

독자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108번뇌'란 말은 많이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고 어떻게 108이란 숫자가 나오는지를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비로서 가장 기초적인 용어인 108번뇌란 말을 이해하게 됐다. 

저자는 「부처와 함께 인생의 괴로움을 건너라」란 제목의 〈서문〉에서 108번뇌에 대해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불교에서는 우리 마음을 괴롭히고 고통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을 '번뇌'라고 부른다. 이 번뇌는 '세 가지 독'에서 비롯되어, '네 가지 마음의 작용', 세 가지 시간의 흐름', '세 가지 성향'과 결합하여 결국 108가지 번뇌로 확장된다고 가르친다.



세 가지 독(毒)을 불교는 '탐욕', '분노', '무지'로 본다. 이른바 '삼독'이다. ① 탐욕 한자인 '貪慾'에서 탐(貪), ② 분노를 뜻하는 진(嗔), ③ 어리석음을 이르는 치(癡)이다. 이를 한 단어로 '탐진치'라고 한다. 네 가지 마음의 작용은 마음에서 번뇌가 일어나고, 머물고, 변하고, 사라지는 과정을 말한다. 또 시간의 흐름은 번뇌가 과거, 현재, 미래에 걸쳐 작용한다는 것. 마지막 세 가지 성향은 선(善)한 상태, 악(惡)한 상태, 또는 선악이 아닌 상태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저자는 풀이해준다. 이 요인들이 3×4×3×3의 방식으로 조합되면서 번뇌의 수는 108가지가 된다. 이에 따라 불교에서는 이 세 가지 독을 명확히 인식하고, 내려놓으며, 마음을 비워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고 말한다. 이 과정이 고통에서 벗어나 진정한 평온과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살다 보면 분노라는 감정이 불쑥불쑥 솟아 올라 우리를 괴롭힌다. 사실 분노는 탐욕과 무지라는 번뇌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마음이 혼란스럽고 진리를 바라보는 기준이 서 있지 않으면 탐욕이 생겨난다. 그런데 이 탐욕은 끝없이 요구하기 때문에 결코 채워질 수 없다. 그 결과, 채워지지 못한 욕망은 다시 분노로 바뀌어 우리를 괴롭힌다. 그러나 부처의 가르침을 통해 탐욕, 분노, 무지를 낳는 마음의 구조를 이해한다면 번뇌가 폭주하는 것을 멈출 수 있다. 이 가르침은 시대를 초월해 언제나 유효한 지혜이다. 인간이 느끼는 고통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저는 불가에 들어온 뒤 50년 가까이 귀한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그 길은 제게 큰 보람이자 기쁨이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의 말씀을 공부하고 실천하려 애쓰다 보면, 망망대해 같은 경전의 바다에서 길을 잃고 혼란스러워하는 불자님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저는 그분들의 갈증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바로 그 갈증을 함께 나누고, 작은 길잡이가 되고자 이 책을 썼습니다."(p.6)



이 책 『내 마음이 고요하길 바랍니다』는 수천 년 동안 많은 이들이 사랑한 부처의 지혜가 담긴 경구 108개를 엮어 만든 '부처의 말' 필사집이다.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이 50년 수행의 길 위에서 자신을 지탱해 온 경구를 엄선해 현대어로 초역하여 담았고, 페이지마다 독자들이 직접 쓰며 부처의 말을 마음에 새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간결한 표현 속에 깊은 통찰이 빛나는 글, 짧지만 강한 울림을 주는 글을 엄선하고, 『법구경』, 『숫타니파타』, 『아함경류』 등 불교의 대표 경전들인 출처를 표기했다. 부처는 우리에게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고요한 곳에 머물며 고귀한 마음을 닦으라”는 지혜의 말을 전한다. 이 책을 읽고 필사하면서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고요 속에 머무르며 소란한 삶으로부터 진정한 자유를 만들어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의 구성은 부처의 가르침과 닮아 있다. 108개의 지혜를 통해 세 가지 독을 인식하고, 내려놓으며 비워내는 연습을 돕는다. 그 방법 가운데 하나가 '필사'라고 저자는 전한다. 직접 손으로 한 구절씩 옮겨 적는 필사는 단순히 보고 듣는 것과 다르다고 저자는 귀띔한다. 스스로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가르침을 마음속 깊이 새길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새겨진 지혜는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숱한 문제 상황에서 무의식 중에 떠올라 삶의 열쇠를 제공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앞서 말한 대로 이 책은 세 가지 초기 경전을 저자가 '초역'했다. 초역(抄譯)이란 원문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뽑아서 번역한 것을 말한다. 더구나 현대어로 바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것이니 한 자, 한 자에 저자의 정성이 깃들어 있을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비교하지 말라’, ‘화는 나를 태운다’, ‘비움이 곧 단단함이다’ 등 간결하고 울림 있는 부처의 말은 종교의 경계 없이 마음을 챙기는 실천적 문장으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불교는 인간의 삶이 고통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삶이 고통 그 자체라는 세간의 말을 뒤집는다. 마음의 독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지, 헛된 집착에서 벗어나면 지옥 같은 현실도 바뀔 수 있다고 저자는 전한다. 결국 부처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번뇌를 내려놓고 진정한 자유에 이를 것을 촉구한다.



이 책의 활용법에 대해 저자는 책 앞 부분에서 제시한다. "이 책은 부처님의 말씀 속으로 깊이 들어가 그 의미를 온전히 들여다보는 명상과 수행의 시간이 됩니다. 고요히 앉아 펜을 쥐고 말씀을 따라 쓰다 보면 마음은 차분해지고, 번뇌는 점점 옅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손으로 쓰고 되새기는 과정은 일상 속에서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강력한 수행이 됩니다."(p.8) 저자는 독자들의 삶에 진정한 평온을 가져다줄 수 있기를 바라며 몇 가지 방법을 함께 제시한다.

① 매일 하나씩 마음을 비우는 필사를 시작해 보자. 이 책은 총 108개의 지혜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루에 하나씩 옮겨 적다보면 108일 만에 완성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108번의 필사는 마치 108배를 드리듯, 하루하루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수행이 될 것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 고요한 공간에서 필사를 시작해 보자. 차곡차곡 쌓이는 페이지는 마음의 평온을 찾아가는 기록이 된다. 필사한 날자와 그날의 감정을 짧게 적어두거나, 소중한 사람과 나무며 지혜를 발견하는 기쁨을 함께해도 좋다.

② 온전히 필사에 집중하며 의미를 새겨 보자. 단순히 글자를 쓰는 데 그치지 말고, 각 단어와 문장에 담긴 지혜를 마음 깊이 새기길 바란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가르침이 온전히 체득된다. 필사에 집중하는 순간, 마음은 고요와 평온 속에 머물게 된다.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 보자.

③ 부처님의 지혜를 일상생활에 적용해 보자. 필사를 마친 후에는 그날의 가르침이 자신의 삶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잠시 생각해 보자. 이 책에 담은 부처님의 가르침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 지헤이다. 일상을 살다가 문득 필사한 구절이 떠오르는 순간, 그동안 보이지 않던 마음의 길이 열리는 경험을 할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탐진치를 알아차리다-인생에서 기꺼이 버려야 할 세 가지〉, 2부 〈탐욕을 멈추다-왜 헛된 집착으로 인생을 괴롭히는가〉, 3부 〈분노를 내려놓-왜 순간의 감정에 인생을 낭비하는가〉, 4부 〈어리석음을 비워내-왜 삶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가〉 등이다.



무리에서 벗어난 거대한 코끼리가

숲속을 자유롭게 거닐 듯이

코뿔소의 뿔처럼

흔들림 없이 홀로 나아가세요.


직장에서 겪는 스트레스, 가정에서 오는 문제,

사람들과의 갈등처럼

우리를 괴롭히는 일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에 무너지지 않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즐거움에 빠져 있으면 

정작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의 평화를 찾을 시간을 잃게 됩니다.


세상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진리를 깨달은 사람은 

코뿔소의 뿔처럼 홀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p.48) 

- 「흔들림 없이 홀로 나아가라」 - 『수타니파타』 53~55



게으름에 빠지기보다는 명상에 집중하는 것이 낫습니다.


지혜가 없는 자에게는 고요함이 없고

고요함이 없는 자에게는 지혜가 없습니다.

고요함과 지혜를 모두 갖춘 사람에게는

참된 평온과 안락이 가까이 있습니다.


세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고요한 곳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진리를 명확하게 통찰하는 사람은,

이 세상의 즐거움을 뛰어넘는 기쁨을 얻게 됩니다.(p.264)

- 「고요함이 주는 기쁨」 - 『법구경』 371~373


저자 : 원명(봉은사 주지)


평생 참선과 나눔의 길을 걷고 있는 수행자이자 천년 고찰 봉은사를 이끄는 주지 스님이다. 젊은 시절 출가해 마곡사 태화선원과 고불총림선원, 상원사 청량선원 등에서 안거하며 마음을 닦았고, 그때의 깊은 좌선과 수행으로 얻은 지혜가 이후 활동과 삶의 근간이 되었다. 삼화사와 조계사의 주지를 거쳐 봉은사의 주지로 임명되었으며, 다섯 차례 연임하며 11년째 소임을 이어오고 있다. 봉은사 주지를 지내며 봉은선원과 불교대학을 활성화하고, 불교전문대학원을 설립하여 체계적인 참선과 불교 교육의 길을 열었다. 또 자비수참 철야기도와 사분정근 등 여러 신행을 이끌며 많은 이들이 불심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