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인생 수업 - 보름달이 건너가도록 밤은 깊었다
김정한 지음 / 미래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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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정한의 언어는 감성적이다. 감수성 짙은 그의 언어는 갈고 닦은 특별한 언어가 아니다. 우리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평범한 언어다. 그런 언어들이 시인의 가슴과 손을 거쳐 우리 가슴에 와 닿을 땐 우리 마음을 촉촉히 적시고 때에 따라선 깊은 영혼에까지 울림을 준다. 그 언어는 우리 삶에 깊이 녹아든 언어를 치열한 사유를 거쳐 시인의 가슴에서 응축되고 농익어 우리 마음으로 또는 영혼으로 흘러든다.

시인은 언어를 단순히 대화나 소통의 도구로 보지 않고 우리 감정이나 영혼을 표현하는 인간만의 수단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그에게 언어 하나 하나는 우리 생각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소중하게 갈고 닦기도 하고, 깊은 사유로 가장 적절한 단어가 될 때까지 사색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그의 언어는 시가 되고 독자의 가슴과 영혼을 울리는 말이 된다.

"인생이란 것이 우리가 마음먹은대로 살아가지지는 않는다. 풍파를 겪으면서 사람이 단단해지게 된다. 내 삶이 힘들다고 해서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평범한 오늘의 하루에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해라."




그가 올해 작품 활동 30년이 됐다고 한다. 이번 시와 산문 모음집 『길 위의 인생 수업』은 새로 쓴 것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기존에 발표된 것들이다. 말하자면 문단 30년 결산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누구나 등단하고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면 30년이 되는 것인데 그것이 뭐 대단한 일이라고 결산 작품집을 내는 이유가 되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품집에 모아 놓은 글을 보면 '30년 결산'이 목적이 아니라 코로나로 힘든 삶을 이어가는 사람 모두에게 위로와 격려, 그리고 삶에의 의지와 희망을 북돋우는 글임을 금세 알게 된다. 즉 길 위의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삶의 의지를 북돋우는 '수업'이 된 셈이다. 여기서 '길'은 삶의 현장이고 '수업'은 용기와 희망을 북돋우는 시간이 된다.

이번 작품은 총 5부로 나누어, 살면서 부딪치는 일과 사랑, 그리고 상실, 대인관계와 소통, 삶의 고독, 자아의 발견까지, 치열하게 경험하며 치열하게 사유한 흔적이 문장 곳곳에 배어 있다. 데뷔 30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한결같이 ‘인간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우리의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셔 주는 김정한의 글은 편안하게 읽히면서도 사랑에 대한 그 순수함과 열정, 영원함에 대해 사색하게 하는 힘을 발견할 수 있다. 거칠고 소란스러운 세상에 마음과 마음 사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어휘 하나하나에 작은 것을 소중히 하라는 겸손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또한 생의 절박함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면서 고독한 마음을 뒤흔들고 끌어당긴다.



1. 보름달이 건너가도록 밤은 깊었다

평범한 일상을 맞이할 수 있어 나는 좋다 13 ∥ 보름달이 건너가도록 밤은 깊었다 26 ∥ 헤세의 시를 읽다가 34 ∥ 아무것도 아닌 날은 없었다 51 ∥ 행복은 우연이 아니었다 55

2. 길 위의 인생수업

길 위에 선다 87 ∥ 나 홀로 여행은 숙려의 시간 98 ∥ 가장으로 산다는 것은 101 ∥ 이대로 두시라 104 ∥ 내 마음은 당신을 사랑한 다음 페이지를 걷는다 106 ∥ 기도하며 감사한다 111 ∥ 첫걸음을 위해 수만 걸음을 지운다 113 ∥ 길 위의 인생 수업 117

3. 토닥토닥, 수고했어

과거 속에 나를 가두지 말자 152 ∥ 끌리는 것들은 마음을 움직인다 154 ∥ 나의 행복한 시간 156 ∥ 아모르 파티(Amor fati) 160 ∥ 산다는 것은 견디는 것이다 170 ∥ 흔들리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172

4. 참 오랜만에 당신, 당신이 그리워 수줍어지는 밤이에요

5. 가끔 사는게 두려울 때는 뒤로 걸어봅니다

가끔 사는 게 두려울 때는 뒤로 걸어봅니다 231 ∥ 너를 사랑하다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249 ∥ 그래, 인생은 단 한 번의 추억 여행이야 270 ∥ 가난한 시인의 기도 274 ∥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 너와 함께라서 276



<평범한 일상을 맞이할 수 있어 나는 좋다>

시인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상을 빼앗긴 우리들에게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경험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일러둔다. 시인은 이어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를 여행이나 특별한 생활에서 찾는 게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며 맞는 햇살 한 줌에서 찾고 있다. 아침에 눈 뜨면 늘 우리 앞에 있는 아침 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각인시켜준다.

"오늘이라는 초대장을 받아 기분 좋게 눈을 뜰 수 있어 좋다. 평범한 일상을 맞이할 수 있어 나는 좋다."


<헤세의 시를 읽다가>

인생은 고독한 것이다. 자신 앞에 다가온 모든 선택에 혼자 결정해야 하고 혼자 해결해야 한다. 시인은 이 고독을 헤세의 시에서부터 읽는다. '혼자 가는 길'에 나와 있는 누구든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는 말에서다.

"인생이 그렇다. 첫걸음도 혼자, 마지막 한 걸음도 혼자여야 한다. 생이라는 것이 중요한 결정은 혼자서 해야 하고, 본질적이고 치명적인 사실도때로는 마음속에 담아두어야 한다. 가족에게도 숨길 수밖에 없는 비밀이 있고 친구들과 나누지 못할 어려운 상황도 있다. 그래서 더욱 처절하게 고독한 것이 인간이다."

시인은 고독을 자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든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는 지혜를 터득하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스스로 극복할 수 있음을자각케하고 주문한다.

"인간은 스스로 감당하는 지능과 통찰력이 있기에 버거워도 견디게 된다. 그러면서 스스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 한 걸음씩 나아가는 거다. 한 걸음이든 두 걸음이든 타인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하는 거다."



<행복은 우연이 아니었다>

우리는 보통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 친구, 동료 등을 우선 배려하고 스스로의 만족은 뒤로 미루는 삶을 사는 사람이 많다. 시인도 그랬을 것이라는 점은 고민해볼 필요도 없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기에.

그러나 시인은 그런 삶에 한 가지를 보탤 것을 주문한다. 그렇게 사는 것은 자신에게 만족을 주는 것이니 계속 그렇게 살 것을 말하면서 단, 삶에 타인과 비교해서 자신의 삶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쉽지 않은 주문이다. 여태껏 내 살을 생각할 때는 타인의 삶과 비교하는 것이 보통이고, 타인보다 낫다고 생각하면 만족하고, 타인보다 뒤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불만족할 경우 어떻게든 만족으로 바꾸려고 지나친 노력을 하곤 했다.

만족하면 그걸로 끝나지 남과 비교하지 말아라는 점을 시인은 강조한다. 앞서 가족과 친구를 위해 먼저 배려하는 것은 자신이 만족해서 계속하는 것이지남보다 낫기 때문에 만족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와 비교하면 그만이다. 어제보다 걱정이 덜하고, 어제보다 더 건강하고, 어제보다 물질적으로 조금 더 풍부하면 된다. 커피를 마시고 꽃을 사며 여백을 즐기는 것, 빙그레 미소 짓는 순간이 자주 있으면 된다. 행복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도, 땅에서 황금을 줍는 것도 아니다. 땀 흘려 일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거니까."



<기도하며 감사한다>

시인은 어떤 것을 기도하며 살까. 시인의 일상에는 어떤 기도가 있을까를 알아보는 부분이 이 책에 나와 있다.

"나는 늘 기도한다.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어 감사의 기도를 한다. 길을 걷다가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감사의 기도를 한다. 찬란히 하루를 밝히다가 스멀스멀 사라지는 석양을 보며 기도한다. (중략) 두 발로 걸을 수 있어, 두 눈으로 볼 수 있어, 두 귀로 들을 수 있어,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있어, 지갑을 열어 물건을 살 수 있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건강하게 누릴 수 있어 감사의 기도를 한다."

시인의 기도는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 모든 것에 감사한다. 어찌보면 기독교인인가? 혹시 기도에 너무 빠진...?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각도로 생각하면 단순하기 그지없다. 그것은 자신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그것이 감사해야 할 일이다. 행복에 있어 항상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한 해가 마감되는 12월이 되면 누구나 다이어리 하나쯤 장만한다. 사업가나 직장인이면 누구든 비지니스 다이어리를 먼저 찾을 것이고, 주부라면 가계부 겸용 다이어리를 찾을 것이다. 독자도 늘 회사에서 나오는 다이어리가 있었기 때문에 따로 다이어리를 챙기지 않았지만 가끔씩 선물 받으면 누군가에 다시 선물하곤 했다. 다이어리를 업무용 이외에는 별로 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이 책을 읽으며 따로 하나 구입하기로 했다.

개인용 다이어리다. 특별하진 않지만 사적인 일만 기록하는 다이어리다. 독서 기록도 되겠지만 일상 생활 기록용을 위해 따로 하나 준비할 요량이다. 어떤 다이어리가 눈에 띌지 아직 모르지만 어떤 말을 한 마디 적을지는 안다. 누가 보면 크리스찬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독자는 크리스찬이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이것은 삶에서 생활하해야겠다고 느낀 것이다.

"일상의 평범한 일에 항상 감사하라."




저자 : 김정한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문학세계》 에 시 〈오늘도 난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외 4편으로 데뷔했다. 교사생활, KBS 라디오 청소년광장 집필위원, 교육부 교육마당21 현장편집위원, 국회의원 정책팀에서 일했다. 현재는 시인과 에세이스트의 경계를 넘나들며 온전한 작가로 살고 있다. 서정적인 시와 산문으로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안겨주는 그의 작품은 음악방송, 드라마, 중ㆍ고등학교 학습교재에도 인용되고 있다. 작품집으로는 대표 시집 《고마워요! 내 사랑》을 비롯해 《나는 아직 괜찮습니다》, 《유대인 1퍼센트 부의 지름길》, 《나와 당신의 거리》, 《괜찮은 위로》, 《소중한 사람에게 주는 사랑의 말》, 《난 그대를 만날 때보다 그대를 생각할 때가 더욱 행복합니다》, 《고마운 당신을 만났습니다》, 《새벽 2시에 생각나는 사람》, 《잘 있었나요 내 인생》, 《바람이 데려다 줄 거야》, 《나를 찾아가는 여행》, 《내 마음 들여다보기》,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때로는 달처럼 때로는 별처럼》, 《조금은 서툴고 흔들리는 그대에게 왜 사느냐고 묻거든》,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울지 마라 다 지나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 사랑》, 《여자의 생각》, 《오늘도 난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길에서 사랑을 만나다》, 《토닥토닥 힘내세요 당신》, 《흔들리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너를 사랑하다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나는 이별하는 법을 모르는데 이별하고 있다》 등 30권의 시집와 산문집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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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헨
임야비 지음 / 델피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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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단순하지만 이 소설은 독자를 무척 당황하게 한다. 저자가 의학을 전공한 덕분인지 생물의 진화, 멸종은 물론 생태계와 돌연변이 등 과학이나 의학에서나 등장하는 용어가 버젓이, 수시로 나온다. 자칫 과학 용어을 보면 머리 아픈 감성적 독자들이나 시대 정신이나 사회 부조리 등에 관심이 큰 독자들은 몇 페이지 안 읽고 책을 덮어버릴지도 모른다. 또 소설로는 적잖은 분량에 전문용어뿐만 아니라 보고서, 젼문 연구서 같은 수많은 분량의 문서 내용이 활자체를 달리하거나 박스로 처리되기도 한다. 비리 연구기관에 대한 수사관으로서의 경험 없이는 읽기 어려운 내용들도 가득 들어 있다.

저자는 독자들이 읽기를 거부하거나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거침없이 써내려감으로써 소설의 전부를 이해하고 즐겁게 읽을 독자가 한 명도 없다하더라도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작가처럼 끝까지 끌고가는 저력을 보인다.



주제에 알맞은 것은 세상 모든 작가나 화가, 음악가 등도 거침없이 소환한다. 이뿐만 아니다. 소설 속에는 클래식 음악가나 그들이 쓴 곡명(曲名), 클래식 기법, 클래식음악 용어도 수시로 나오고 세계적 유명 화가와 작가를 넘나들며

독자의 이해를 요구한다. 희곡 형식으로 쓴 대본도 여러 번 모습을 보이며 '무식한' 독자는 읽지 않아도 좋다고 선언하는 것 같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화가들 또한 셀 수 없을 정도로 등장시켜 그들의 역할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연출가 솜씨도 뽐내고 있다. '클락헨'이라는 검은 암탉 한 마리에 대해 연구하고 분석해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가의 역량이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론 해박한 예술적 소양과 지식이 놀랍고 질투도 난다. 이렇게 이 '실험적 소설'은 묵직한 무게를 갖고 독자를 기다린다. 소설을 좋아하고 시대(코로나 팬데믹)를 진심으로 위하고 인간에게 동정심을 발휘할 수 있는 독자라면 이 소설 읽기는 필수가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소설의 시작은 단순하다. 내용도 해독 불가능한 암호문으로 씌어 있는 것이 아니다. 형이상학을 연구하는 철학, 신(神)을 섬기는 종교 소설도 아니다.

구체적 현상이나 원리를 밝히는 과학이라도 결국은 인간의 삶과 연결된 것이기 때문에 독자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대개의 작가들은 어려운 내용일지라도 형상화시켜 표현해내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선물하는 것을 보람으로 삼는다. 전문 연구자의 연구 보고서나 그들의 연구 내용에 대해 토의하는 것을 직접 읽는 사람들은 전문가들이지 일반 독자는 그럴 필요도 없다. 왜 이렇게 어렵게 썼을까? 그것은 책을 읽기 전 독자의선입견에서 비롯됐음을 고백한다. 독자는 과학이나 수학 등 치밀함을 요하는 학문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때문에 과학과 의학 등은 어렸을 때부터 이미 독자와 무관한 학문이었다. 그때는 그런 사실도 몰랐지만 결과가 그렇다.



작가가 의학이나 과학 지식이 해박한 것은 아마 그가 의학을 공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의학도 과학과 맥락이 같은 학문이다. 과학을 하던 작가가 왜 소설을 썼을까. 그것은 작가의 영역이라 독자가 관여할 바도 못 되고; 오롯이 작품(소설)으로만 작가를 대해야 한다. 과학 지식이나 의학적 소양이 없는 독자의 선입견이 이 소설 읽기에 방해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읽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는 사실은 이 소설을 한참 읽은 후에 비로소 알게 됐다.

소설의 주제나 내용은 한마디로 인간의 멸종인가, 신(神)으로 진화하고 다른 종들이 지구에 살 것인가를 다룬다고 보면 별 문제가 없을 듯하다.

원인 불명의 팬데믹(PANDEMIC) 이후 유일하게 남겨진 책 『클락헨(CLOCK-HEN)』. 이 아름다운 미완성을 쓴 사람은 누구며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쓴 것일까? 그리고 최후의 인간은 결국 신(神)이 되었을까? 이름이 불리지 않을 수수께끼의 저자는 영원히 읽히지 않을 책을 쓸쓸히 적어 내려간다.



암탉은 하루에 한 개의 달걀을 낳는다. 무정란은 숫처녀 암탉이 ‘매일’ 하는 ‘생리’다. 어떻게 닭이라는 조류는 매일 출산(유정란)과 생리(무정란)를 하게 되었을까? 4000년 전 인간의 가축이 되기 전에도 닭은 배란 주기가 하루인 조류였을까?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던 이 질문에 미래의 닭이 대답한다.

검은 돌연변이 닭, 클락헨(CLOCK-HEN). 클락헨이 낳은 달걀 껍질에는 산란일자 6자리가 또렷이 표기되어 있었다. 인간은 우연히 발견된 이 매력적인 돌연변이를 도저히 거부할 수 없었다. 닭은 진화의 보편 법칙인 ‘자연 선택’이 아닌 ‘인간 선택’을 받아 진화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관점에서 ‘적자(適者) 닭’은 고기와 달걀을 최대한 많이 얻으려는 ‘인간 욕망의 산물’이다. 클락헨은 욕망의 효율을 극대화해줄 닭이었다.

점점 출산율이 감소하는 인류와 거의 무한대로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는 닭. DNA 복제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빠르게 도태 중인 생물이다. 그리고 클락헨의 출현으로 멸종과 번성의 그래프는 완전히 역전된다.



지금 지구는 코로나 팬데믹(Pandemic) 시대다. 코로나와 페스트 같은 위협은 의외로 눈에 보이는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 지구상 가장 위협적인 생태계 교란종은 다름 아닌 인류다. 모든 생물은 ‘자연 선택’을 받아 진화하지만, 가축인 닭은 ‘인간 선택’을 받는다. 닭은 4000년간 철저하게 인간의 욕심에 맞춰진 선택적 진화를 거듭했다. 품종 개량은 더 많은 유전자를 퍼뜨리고 싶어 하는 닭의 욕망과 더 많은 달걀과 닭고기를 얻기 위한 인간의 욕망이 맞아떨어지는 교차점에서 이뤄졌다. 만약 산란일자가 새겨진 달걀을 낳는 닭, 하루에 2개 이상의 알을 낳는 돌연변이 닭이 나타난다면,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까? 소설에서 인간은 ‘자연 선택’이 아닌 ‘인간 선택’을 이용해 기존의 닭을 멸종시키고, 클락헨을 끊임없이 품종 개량한다.

너무 싸고 흔해서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하고 있는 가축 ‘닭’과 ‘달걀’. 작가는 무리한 품종 개량으로 기형적 진화를 거듭해온 닭(클락헨)을 통해 욕망과 진화, 인류와 신을 새로운 각도로 재조명했다. 독자는 인문학과 예술의 절묘한 결합으로 담아낸 진화와 윤리의 진수를 맛볼 것이다.



베토벤의 ‘현악 사중주 14번 C# MINOR’, 슈베르트의 ‘현악 사중주 14번 죽음과 소녀’, ‘교향곡 8번 미완성’과 ‘백조의 노래’. 라벨의 피아노 연탄곡 ‘어미 거위’, 말러의 교향곡 ‘대지의 노래’, 헨델/할보르센의 ‘파사칼리아’, 바그너의 악극, 모차르트의 ‘레퀴엠’. 그리고 바흐의 ‘푸가의 기법’과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 여기에 반 고흐, 드 툴루즈-로트렉, 클림트, 하르트만, 에곤 실레 그리고 로댕.

작가들이 빠질 리 없다. 셰익스피어, 헤세, 버지니아 울프, T.S. 엘리엇, 도스토예프스키, 오스카 와일드, 카뮈, 샤를 페로, 오마르 하이염, 단테, 괴델, 들뢰즈, 보들레르 그리고 제임스 조이스. 앤, 피터, 리처드 그리고 저자. 소설 속의 네 명이 마지막 현악 사중주를 연주한다.

클락헨의 시대로 규정하고 작가는 독자가 없는 책을 쓰고 있다. 야심차게 소설, 희곡, 시, 수필의 형식으로 인류가 남긴 예술, 종교, 역사, 문학, 철학, 수학, 과학을 4성(聲) 푸가(FUGA)와 총체극으로 남겨놓는다.

앞서 말한 대로 이 책에는 소설, 희곡, 시, 수필 등이 공존한다. 그 외에 칙릿, 로맨스, 동화, 음란물, 추리 등도 포함됐다. 문학 장르의 혼합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과 그림(전시회)의 구조를 텍스트화하는 시도도 접목했다. 저자 임야비는 소설의 주인공을 통해 한 편의 총체 예술을 구현한다. 독자들이 음악과 그림을 모르더라도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치밀한 설계로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서술 구조가 독특하다. 책은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이중 서술 구조다. 픽션의 자유로움을 한껏 활용한 『클락헨』은 다양한 즐거움과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피가 데워지는 느낌이 들면서 배꼽 아래가 살짝 아팠지만, 통증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간지러움이었다. 이 간지럼은 공명에 흔들리는 북 가죽처럼 내 몸 전체를 연주했고 먼지 낀 내 자궁을 스위트룸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설명 못 할 감정의 근원지는 내가 2살 때 작별한 난소였다. 처음 느껴본 이 어색한 달콤함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치마를 살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얼룩은 끈적끈적했지만 거의 티 나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얼룩을 훔치고,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입술로 빨았다.(p.132)


“다리가 새로 생긴 것 같아.” 첫걸음마를 떼는 아이처럼 뒤뚱거렸지만, 그 흔들림에는 점점 고조되는 밝은 율동이 있었다. “잘됐네. 그 새로운 다리로 내일 당장 피터를 만나러 가.” A4 용지를 가방에 챙기며 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앤은 오늘 지시한 모든 것을 차질 없이 수행한 후 즉각 보고하라고 명했다. 마지막으로 전원주택으로 리허설 갈 때 제발 철 지난 옷 좀 입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아까 읽던 책의 결말은 뭐야?”

앤이 흰색 레이스 팬티 이야기를 꺼내려고 할 때 내가 말을 끊었다. 지금 끊지 않으면 잔소리가 끝없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뻔하지. 둘은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p.168)



로댕. 지옥의 문. 거대한 예술 작품의 고귀한 중력(重力)이 전시실 공간을 순식간에 뒤틀어 버렸다. 뇌세포들은 일체의 장력(張力)을 상실한 채 작품 쪽으로 쏠렸다. 과하게 쏠려버린 뇌세포들은 두개골 안쪽에 둔중한 압력(壓力)을 가했다. 청동의 육중한 질량이 하찮은 것들에게 행사하는 강력한 인력(引力) 때문에 관람객 모두 지옥의 문 앞으로 좀비처럼 끌려왔고 이내 청동상처럼 굳어 버렸다.(p. 253)


자로 잰 듯한 간격을 두고 당당히 도열해 있는 옥수수들은 대나무처럼 꼿꼿했고, 놀라울 정도로 키가 똑같았다. 어찌나 단단하게 고정이 되어 있는지,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미동조차 없었다. 밭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 옥수수의 고요함은 클락헨의 침묵과 닮아 있었다. 이 3m짜리 식물은 클락헨 사체가 묻힌 땅에 단단히 빨대를 꽂은 후, 그 즙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올려서 성장하는 듯했다. 탐욕스러운 GMO 옥수수는 침묵을 거름 삼아 더 큰 침묵을 맺어냈다. 이 식물들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옥수수의 조상 테오신테(teosinte)는 알갱이가 10개 정도밖에 열리지 않는 강아지풀이었다.

500개의 알갱이가 열리는 지금의 옥수수가 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낯섦과 낯익음이 엉겼다. 머릿속에서 테오신테와 GMO 옥수수 그리고 닭과 클락헨이 2×2로 교차했다. 바로 그때 리처드 소장과 마주쳤다.(p. 309)



믿어줄 뇌가 없는데 신은 존재하는가? 리처드의 2×2표도 마지막 칸을 채울 수 없는 영원한 미완성이었다. 읽어줄 뇌가 없는데 언어가 존재하는가? 언어는 체계다. 한 권의 책은 하나의 세상을 구현한다. 신이 만든 세계 역시 한 권의 책이 되기 위해 존재했었다. 이 책을 완성된 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게 참이라고 한들 누가 읽을 것인가? 읽어줄 주체가 없는 책은 완성될 수 없다.(p. 452)


수학. 가장 신에 가까운 체계였다. 진화와 확률 그리고 무한을 상상하게 해주었다. 신(神)은 지금도 팽창하고 있는 무한의 구(救)다. 그 거대한 구의 곡률을 어렴풋하게나마 감지한 적이 있다. ?(중략) 질식의 끝자락에서 의식이 혼미해질 때, 공간이 왜곡되면서 신의 곡률을 느꼈다. 부피는 순식간에 뭉그러지더니 한 점으로 수렴됐다. 괴사 직전에 허혈이 풀리면서, 점은 단번에 팽창해서 원래의 부피가 되었다. 신의 곡률이 다시 무한대가 되면서 세상이 현현(顯現)했다. 숨 가쁜 팽창 때문에 공간이 전율했는데, 그 떨림이 바로 음악이었다. 4가 모이자, 14가 노래했고, 42가 날아올랐다.(p.48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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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 비야·안톤의 실험적 생활 에세이
한비야.안톤 반 주트펀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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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활력의 아이콘' 한비야 여행작가는 그렇게 독자와 처음 만났다. 그의 저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가 출간될 때니까 대략 15년은 된 것 같다.

그는 이미 '여행자의 로망'이었고,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그의 여행은 이미 그의 삶이었고, 여행 의무를 갖고 태어난 사람처럼 지구 어느 도시나 오지를 가리지 않고 계속됐다. 그러던 그가 한때 여행기 일부가 거짓말이라는 루머로 떠들썩할 때도 있었다. 독자는 그 루머를 믿지 않았다. 다만 여행 중 일어난 일을 글로 옮기면서 확인을 안 한 채 썼거나 루머를 퍼뜨린 사람이 확인 안 된 사실을 루머로 퍼뜨리지 않았을까 정도로 생각하고 말았다. 그 루머는 그가 여행을 계속하고 책을 다시 썼을 때 비로소 사라진 것 같다. 독자는 한비야를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은 없다.

그가 그간 여행기, 긴급구호 현장보고서, 유학기 등 아홉 권의 책을 통해 생생한 삶의 현장과 진솔한 내면의 이야기를 전해온 작가로서, 여행가로서 그를 좋아하고 존경했을 뿐이다. 그래서 그런 루머는 관심도 없었고 이번에 낸 책을 통해 결혼 사실도 알았고, 남편이 긴급구호활동을 하다 만난 네덜란드 분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뒤늦게 이 지면을 통해 축하드리고 또 귀중한 책 선물을 받아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알듯이 한비야 작가가 새 작품을 낸 지는 5년 만이다. 이번에 낸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는 한비야와 남편 안톤이 함께 쓴 책으로, 결혼 3년 차를 맞이한 부부의 실험적 생활 이야기다. 보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최적화된 생활 방식을 찾아가며 만든 기준과 얻은 값진 경험들을 들려준다. 긴급구호활동과 결혼 등 굵직한 일상에 매달리다 보니 여행 다닐, 책 쓸 틈이 없었나보다. 이 책을 보니 이해가 된다.

책에 따르면 한비야와 안톤은 2002년 아프가니스탄 북부 헤라트의 한 긴급구호 현장에서 동료로 만나 멘토, 친구, 연인 관계를 거쳐 만난 지 15년 만인 2017년에 결혼했다. 두 사람은 ‘336타임’이란 기준을 세우고 1년에 3개월은 한국, 3개월은 네덜란드에서 함께 지낸다. 그리고 나머지 6개월은 각자 따로 지내는 ‘자발적 장거리 부부’다. 한 사람은 은퇴 후 네덜란드에 정착했고, 다른 한 사람은 여전히 한국에서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비야는 최근 LAT족(LIVING APART TOGETHER, 각자의 공간에서 따로 생활하다가 일정 기간만 한집에서 함께 사는 커플) 등 독립과 자유의 가치를 중심에 둔 새로운 가족 형태의 가족을 꾸렸나보다. 그런 이때 자기 분야에서 연륜을 쌓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할 때 만나 신혼생활을 즐기는 두 사람은 ‘따로 또 같이’의 생활 방식을 실험하고 실현하면서 부부간의 원칙을 세우고, 혼자 있는 힘을 키우는 동시에 함께하는 기쁨을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비야는 별명도 많다. 그의 활력적이고 적극적인 여행부터 긴급구호활동, 틈을 쪼개 공부해서 딴 박사학위까지 거침없이 해낸 그의 삶은 그렇게 여행 좋아하는 독자의 '로망'이 됐다. 지구촌(global village)이 아니라 지구집(global hom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다른나라의 다른 민족들도 진정한 한 공동체 안에 있음을 강조하고 서로 도와야 한다고 말하는, 자가발전기를 부착한 에너자이저 쯤으로 생각해도 될 것 같다. 30대에 육로 세계일주를 떠났고, 40대에 한국 월드비전 긴급구호 팀장으로 세계 곳곳의 재난 현장에서 일했다. 50대에 인도적 지원학 석사학위를, 60대에 국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1년의 절반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나머지 절반은 국제구호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평생 일과 여행, 재난현장을 누비는 구호활동가로 지내다 삶을 마칠 것인가 하는 생각을 독자가 가질 때 그의 결혼 소식은 낭보이면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깜짝 놀람도 있었다.

1958년생이니 올해로 63세. 결혼은 60세에 했나보다. 서울에서 태어나 숭의여자고등학교 졸업을 했다고 한다. 대학입시에서 떨어지고 클래식 다방 DJ, 번역 등의 경험을 쌓으며 가족의 생계에 보탬이 되었다. 그러다 6년 뒤 특별장학생으로 홍익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타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국제홍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제 홍보회사 버슨 마스텔라 한국 지사에서 3년간 근무, 타고난 능력으로 고속 승진의 길을 밟을 수 있었으나 15살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약속한 '세계일주'의 꿈을 접지 못해 사표를 내던지고 세계 여행길에 올랐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하여간 결심하면 곧 행동에 착수하는 최고의 행동파 성격이다.



이후 7년간 세계 오지 마을을 다니며 겪은 여행 경험을 책으로 펴낸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전4권)과 해남 땅끝 마을에서 강원도 통일전망대까지 우리 땅을 걸어다니며 쓴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등이 센세이셔널한 반향을 일으키며 인기 저자로 단숨에 급부상했다.

그렇게 정말 '바람'처럼 지구를 걸어다니다 2002년 3월을 기점으로 국제난민운동가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비극의 땅' 아프가니스탄에 발을 딛게 된 이유도 첫 시작은 오지를 다닐 때 지키는 육로 이동의 원칙을 지키려던 의도에서였다. 그러나 전쟁의 한가운데 있던 아프가니스탄, 그 곳에서 지뢰를 밟아 왼쪽 다리와 오른팔을 잃은 여자 아이가 까만 눈망울을 반짝이며 건넨 '귀한' 빵을 한입 덥석 베어 물어 난민촌 아이들의 친구로 거듭나던 순간, 그녀는 그간의 오지 여행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발견해 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2001년부터 2009년 6월까지 국제 NGO 월드비전에서 긴급구호 팀장으로 일하면서 전세계 구호현장에서 전문 구호 활동가로 일했으며, 네티즌이 만나고 싶은 사람 1위, 여성특위가 뽑은 신지식인 5인 중 한 명, 대학생이 존경하는 인물, 평화를 만드는 100인 등에 선정되었고, 2004년 'YWCA 젊은 지도자 상'을 수상했다. 이후 이론을 갖춘 구호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 2009년 8월 미국 터프츠대학교 국제관계 및 국제법 전문대학원 '플레처스쿨'에 진학해 인도적 지원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그녀가 받은 광고료와 인세로 자신의 문제와 고통뿐 아니라 지구촌의 어려움까지 대처하고 참여할 수 있는 시민 의식 배양을 위해 '세계시민학교 지도밖 행군단'을 구성하였다.

2002년 아프가니스탄 북부 헤라트의 한 긴급구호 현장에서 처음 알게 된 안토니우스 반 주트펀과 멘토, 친구, 연인 관계를 거쳐 만난 지 15년 만에 부부가 되었다. 1년에 3개월은 네덜란드에서 산다. 남편 안톤을 만나 미리 하기와 아무것도 안 하기의 기술을 배워가고 있다. 남편과의 만남이 한비야와 독자와의 인연 이전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책에 따르면 결혼한 두 사람은 긴급구호 요원답게 결혼 전부터 ‘우선순위’와 ‘최소 기준’을 정해 어떻게든 이 기준에 맞춰 1년에 한두 번씩은 만났고, 결혼 후에는 이른바 ‘336타임’을 지키며 살고 있다. 또한 비용도, 계획도, 집안일도 깔끔하게 모두 ‘반반씩’ 원칙을 지금까지 충실히 지키고 있다.

그 밖에도 한 공간에서 혼자 있는 시간 확보하기, 잔소리 방지법, 차이 나는 살림법과 시간 관리법, 오전 10시 전 부정적 대화 금지, 단계별 잔소리 방지법, 민망하지 않게 실수를 짚어주는 기술 등 서로의 시간과 공간을 지켜주기 위한 원칙, 싸우지 않기 위해 고안한 슬기로운 대처법도 매우 유용하다. 또한 커플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사소한 의견 충돌, 동료에서 부부가 되기까지 관계의 역사 등 한국, 네덜란드, 쿠바를 무대로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하게 펼쳐진다. 특히 ‘자가발전기를 부착한 에너자이저’ 한비야가 이끌어가는 빠른 템포의 글과 ‘무엇이든 미리 준비하는 원칙주의자’ 안톤이 이끌어가는 느긋한 템포의 글이 서로 교차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바쁘지만 한 번 세운 원칙을 지키며 특유의 열심히, 행동으로 사는 한비야의 결혼 얘기만큼 재밌는 결혼 생활과 지금까지의 삶이 이 책의 주제다.



특히, 이 책은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하든 ‘혼자 있는 힘이 있어야 나답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혼자로도 충분하다는 자각, 혼자 서겠다는 각오, 혼자 버티고 견뎌내면서 마침내 혼자 해내는 힘이 있어야만 둘이 같이 있어도 좋은, 결혼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혼 상태든 결혼 상태든 자신만의 인생 공식을 가지면 대단하진 않아도 재미있게 살 수 있다고, 60대 신혼부부는 따뜻한 용기를 건넨다.

안톤과 나는 이 책을 가까운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저녁을 먹으면서 해주는 얘기처럼 따뜻하고 솔직하게 쓰기로 했다. 우리가 어떻게 동료에서 친구, 연인을 거쳐 부부가 되었는지,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서 어떤 원칙들을 세웠는지, 상대방의 나라에서 ‘안 서방’과 ‘서울댁’으로 어떻게 사는지, 각자의 고유한 맛과 색깔은 어떻게 지키는지…….



이 책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사람의 결혼생활 방식과 커플로서 같이 살아가며 발견한 같은 점과 다른 점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핵심은 ‘같이 있는 시간과 혼자 있는 시간을 균형 있게 지키는 것’이다. ‘인생의 목표나 가치관이 비슷한 것과 조화롭고 원만한 일상생활을 꾸려가는 건 별개’인 법.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일상의 투닥임도 끊임없다. 식사습관, 수건 관리법, 장 보는 원칙, 청결의 기준도 다르다. 먹는 습관과 자는 습관, 그리고 시간 관리법은 극과 극이다. 이렇게 서로 기준이 다르다 보니 사소하게 다툼이 일어나기 쉽다. 따라서 두 사람은 다툼을 방지하기 위해 같이 있을 때의 원칙을 정했다. ‘한국에서는 비야식, 네덜란드에서는 안톤식’으로 하기.

물론, 이 책의 두 저자가 합의하고 지켜온 생활 방식은 당연히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기 어렵다. 결혼생활 대원칙 중 하나인 ‘모든지 반반씩’이 잘 지켜지는 이유도 ‘내가 벌어 내가 쓴다’는 생활경제 원칙,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두 사람의 소비 성향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모델이 아니라 영감을 주는 한 사례가 되길 바란다. 어떤 삶의 방식이든 정답은 없으며, 함께 합의한 원칙을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도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단 점을 말한다.


한마디로 내가 네덜란드에 가면 안톤식을, 안톤이 한국에 오면 내 식을 따르는 거다. 좋든 싫든,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못마땅한 내색 없이, 눈에 거슬리거나 불편해도 심지어 말이 안 돼도 무조건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렇게 안 하면? 허구한 날 다투게 될 거다. 다툼은 거창하고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매일 맞닥뜨리는 자잘하고 사소한 일에서 일어난다니 말이다. 우리는 진심으로, 싸우기 싫다. 60세 넘어 만났으니 앞으로 같이 사는 동안 재밌고 사이좋게만 살아도 모자라는 시간 아닌가.(p. 44)



이어 두 사람은 서로를 ‘플래닝닷컴 코리아’, ‘플래닝닷컴 네덜란드’라고 부르는 두 사람이 여러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더욱 돈독해지는 과정, 그리고 동료로서 서로 존경해온 두 사람이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기까지의 사랑의 역사를 담았다.

결혼한 지 2년 만에 야심차게 떠난 신혼여행은 ‘스페인어 배우기 프로젝트’ 덕분에 신혼어학연수여행이 되었고, ‘살사 배우기 프로젝트’가 더해져 신혼어학연수·살사 여행이 되었다. 비록 살사 배우기 프로젝트 같이 실패할 때도 있지만, ‘절반의 실패든 완전한 실패든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하며 성공하든 실패하든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면 완전히 손해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늘 계획이 있고, 오늘도 계획을 세우며 산다.

또한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한 한비야의 고군분투기, 논문 집필에 필요한 현장 조사와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조력하며 ‘응원단장’ 역할을 톡톡히 해낸 안톤의 에피소드를 통해 부부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도 담았다.


그후에도 우리는 2003년 이란, 2004년 이라크, 2005년 인도양 쓰나미 현장에서 안톤은 총책임자로 나는 파견 근무 요원으로 함께 일하면서 ‘전우애’를 다졌다. 그는 어떤 현장에서든 놀라운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어려운 상황을 정면돌파했다. 이 때문에 본부와 충돌도 잦았고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현장에 있던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원칙을 지키려는 그가 존경스럽고 멋있었다.(pp. 138~139)



이 책 후반부에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알게 된 더 넓은 세계를 다룬다. 안톤이 은퇴 후 정착한 에인트호번 근처의 작은 마을 레인더는 마을자치와 전통이 살아 있는 곳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물과 어떻게 사투를 벌여왔는지, 네덜란드 헌법은 우리나라 헌법과 어떻게 다른지, 마을 공동체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 우리가 잘 몰랐던 네덜란드 역사와 문화, 사람들 이야기 등 레인더의 ‘서울댁’ 한비야가 들려주는 네덜란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또한 안톤이 66세에 자발적으로 은퇴하고 네덜란드에 정착해 마을 공동체에 적응하는 과정을 통해 네덜란드 노인 복지, 연금제도 등 네덜란드의 시스템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 안톤이 늘 스스로에게 묻는 말이다.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은 여전히 헷갈리고, 한국어는 세계 어느 언어보다도 어렵다는 그가 한국을 보다 정확히,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 또한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이곳 사람들은 마을의 옛날 모습을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려고 애쓴다. 일단 우리 마을에서는 마음대로 집을 고칠 수 없다. 특히 거리에서 보이는 집 앞면을 고치려면 창문 하나라도 반드시 마을 미관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pp. 233~234)


네덜란드에서는 은퇴한 사람을 한물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은퇴자들은 각종 연금과 그동안 모아둔 자산을 아낌없이 쓰면서 지역경제에 크게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들은 돈 쓰는 어르신이다. 그들은 대부분 자녀 및 가족에게 재산을 남겨주기보다 사는 동안 잘 쓰고 가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p. 225)



이밖에 혼자 있는 힘을 기르는 법, 60대인 두 사람이 두 손을 잡고 함께 한 발짝씩 내딛는 이야기들로 꾸몄다. 우리는 누구나 나답게 살고 싶어한다. 이 책은 ‘세상에서 믿을 건 스스로 서 있게 하는 자기 뿌리밖에 없음’을 인지하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기질과 천성을 가졌는지,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지’ 등을 끊임없이 물어야만 비로소 나답게 살 용기도 생겨난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답게 살 용기를 든든하게 지탱하는 것은 바로 ‘혼자 있는 힘’이다.

결혼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뿌리 또한 바로 이 혼자 있는 힘이다. 두 사람이 각자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결혼생활, 함께할 때 오히려 각자의 고유함과 존재감이 빛나는 생활방식을 찾고 유지할 수 있는 이유도 각자가 ‘혼자 있는 힘’을 오랫동안 쌓아왔기 때문이다. 이번 책에서 처음 공개한 한비야의 유언장, 품위 있게 나이 들기 위한 두 사람의 행동 강령, 중심에서 벗어나 주변으로 내려올 수 있는 용기 등은 늙음과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좋은 참고가 된다. 한비야와 남편 얀톤의 행복하고 활력 있는 결혼생활을 빈다.


혼자로도 충분하다는 자각, 혼자 서겠다는 각오, 혼자 버티고 견뎌내면서 마침내 혼자 해내는 힘이 있어야만 둘이 같이 있어도 좋은, 과일 칵테일식 결혼이 가능하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니 비혼 상태든 결혼 상태든 관건은 ‘혼자 있는 힘’이고 그 힘을 길러야 한다.(p. 269)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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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이은정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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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전성시대'가 있었다. 한국문단을 뒤적이다 보면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독재의 시대, 산업화 시대의 그늘엔 단편소설이 있었다. 독자가 감히 '전성시대'를 붙인 이유는 우리 근현대사의 뒷편에서 묵묵히 글을 써온 작가들이 단편소설을 많이 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 이 시대에 단편소설은 잘 읽히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작가들, 특히 소설가들은 단편소설부터 쓴다. 작가로서의 역량 부족 때문이 아니다. 시대 정신이 뒤떨어져서도 아니다. 독자가 단편소설을 많이 읽기 때문이다. 문학계나 평론가들은 어떻게 이유를 분석했는지 모르지만 몇몇 작가를 빼놓고는 대부분 단편소설부터 썼다. 압축적으로 시대 정신을 담을 수 있고, 사회의 그늘진 곳을 조명하기 좋기 때문이다. 굳이 한 가지 이유를 덧붙이자면 시대의 흐름상 장편소설을 읽을 독자가 많지 않았다. 장편은 발표할 지면이 많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작가의 장편소설을 출판하는 것은 경제적 이유로도 쉽지 않았다. 독자 역시 장편소설을 읽고 있다는 것은 한가로운 사람들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 산업화로 접어든 제 3공화국 시절에는 생계를 잇기 위해 책 읽는 것은 사치일 때이다. 누가 장편소설을 읽겠는가라는 시대였다. 작가들은 단편 위주의 소설로 생계를 잇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교편을 잡거나 출판사에서 다른 책을 출판하는 데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작가 등단의 유일한 길이었던 신문사 신춘문예도 장편소설 공모는 없었다. 지면(그때는 신문 지면이 4면에서 8면)에 실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당선작을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일 것이다. 70년대 들어서야 처음으로 중앙일보가 중편소설 부문을 신춘문예 분야에 더했다. 이 시대에는 작가가 책을 내기에는 무척 어려웠다. 출판사들도 어려워 선뜻 장편소설은 손에 들지 않으려 했다. 출판사들은 외국의 유명한 장편소설이나 드라마 대본을 가져다 번역해 소설로 써서 찍어냈다. 당시에는 저작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이라 이른바 '해적판' 소설이 출판사의 수입이 되고, 성장의 바탕이 된 시절이었다. 70년대 후반 들어서야 장편소설이 하나 둘 빛을 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경제성장을 이뤄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때도 선정적인 대중소설이 히트작(대량 판매)에 들어갈 뿐 시대의 아픔이나 이념, 분단의 아픔 등을 쓴 소설들은 문단에서 크게 호평을 받아도 출판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단편소설은 꾸준히 발전을 거듭했다. 밥을 굶어도 작가를 고집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만 역량을 꾸준히 축적해왔다. 그렇게 단편소설은 우리 문단 20세기를 가로질렀다. 이 즈음에는 시대의 아픔이나 분단, 산업화의 그늘, 소외 계층의 삶 등을 조명한 책들이 많이 팔림에 따라 단편소설로 역량을 쌓아오던 작가들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20년 만에 소설가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이은정 작가가 첫 소설집을 펴냈다. 2018년 단편소설 「개들이 짖는 동안」으로 동서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그가 산문집 『눈물이 마르는 시간』, 7인 연작 에세이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공저)에 이어 소설가로서 처음 펴내는 작품집이다. 이 책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은 작가의 단단한 내공이 응축된 책으로 모두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삶이 완벽한 어둠으로 다가올지라도 절망 뒤에는 희망이 웅크리고 있음을 온기 어린 시선으로 포착해낸다. 여기 실린 소설들은 대부분 사회의 평범한 사람들이고 상처 받은 사람들이다.

이 소설집에서 작가는 존재의 이면을 끈기 있게 응시하며 평범한 사람들이 주고받은 평범하지 않은 상처에 대해 그린다. 상처를 주거나 상처받는 이들은 가족, 부부, 친구, 이웃의 이름으로 서로 얽힌다. 작가는 이들 관계의 단면을 부각함으로써 “희망과 사랑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비극적 감성으로 표출”한다. 더불어 구모룡 평론가가 해설에서 말한 바 “수직적 초월이 불가능한 세계, 모두가 상처받고 고통을 감내하는 현실을 회피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한 가닥 빛과 물줄기를 찾아낸다.” 서늘한 충격을 안겨주는 표제작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을 비롯하여 이 한 권의 책에 실린 소설들로 이 작가를 한국문학의 뜨거운 신예로 기억하게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책 뒷부분의 「작품 해설」에서 이렇게 썼다.

“이은정의 인물들은 부서지기 쉬운 삶에서 생의 이면을 들여다보려는 의지를 잃지 않는다. 사랑과 희망의 미미한 빛을 포기하지 않는다.”

작품 해설에 따르면 누군가의 고단한 삶, 상처받은 마음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 이은정 작가는 그런 사람이다. 밥 대신 글을 택한 그가 ‘무명작가’로 20년을 살아오면서 견딘 가난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런 이에게는 타인의 고단함이 더 잘 보이는 것일까. 절망이 깊이 드리운 이들의 삶을 작가는 온기 어린 시선으로 끈기 있게 응시해왔다. 삶을 치열하게 붙들고 있는 그의 소설이 더 깊고 넓은 공감의 지점을 만들어내는 이유다.

문단을 떠들썩하게 할 만한 데뷔는 아니었어도 이은정 작가는 쉬지 않고 성장했으며, 천천히 작가가 되었다. 그가 오랜 시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문장들은 어느덧 여덟 편의 소설로 모였고,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이란 표제를 달고 세상에 나왔다. 부서지기 쉬운 삶을 아슬아슬 살아내는 사람들의 내밀한 삶을 비추며 희미한 별 하나 찾아지지 않는 ‘연탄 같은 하늘’을 이고서 다만 오늘을 살아갈 뿐인 모두에게 진한 위로를 보낸다.




제작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은 비틀린 사랑으로 시작된 관계가 맹목과 집착으로 나아가 한 가족을 폭력의 극단으로 몰아가는 이야기다. 미진과 미주 자매는 아버지의 폭력에서 기인한 부모의 불화를 지켜보며 자랐다. 불안과 슬픔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자매의 영혼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폭력이 난무하는 가정, 그 모습을 그려내는 작가의 묘사가 현장을 목도하는 듯 생생하다.


“묵직한 어떤 물체가 왼쪽 벽에 부딪히면 곧이어 사기 재질의 어떤 것이 오른쪽 벽에 부딪혀 쩍 하고 소리를 냈다. 씨발년이 왼쪽 벽에 부딪히면 개새끼가 오른쪽 벽에 부딪혔다. 옷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뺨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죽어라’와 ‘죽여라’가 안방에서 합창하며 클라이맥스를 찍었다.”

p. 52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중에서





엄마의 상처는 고스란히 딸들에게 전염되고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 “같이 살면 안 되는 사람들”도 있다면 그들이 완벽하게 헤어질 수 있는 방법이란 과연 무얼까. 우발적인 듯하지만 필연에 가까운 폭력으로 이들은 마침내 가장 완벽한 이별을 맞이한다. 담담한 서사에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담아 독자를 서늘한 충격에 빠뜨리는 문제작이다.

「잘못한 사람들」 역시 사소하고 우연인 듯한 사건이 점점 복잡하게 얽히면서 파국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다. 새벽녘 친구 세호의 전화를 받고 술자리에 불려 나온 ‘나’는 이 시대의 전형적인 소시민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직장에서 잘린 친구의 신세 한탄이려니 했던 술자리는 점점 이상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자신이 어쩌면 폐지 줍는 할머니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세호의 고백 때문이다. 친구 세호에 내재한 분노가 폐지 줍는 할머니에 대한 폭력으로 표출된 것이다.


“나는 잘못 하나도 안 했는데 어릴 때는 처맞고 커서는 회사도 잘리고 그러는데, 왜 잘못인 줄 알면서도 잘못하고 사는 거야? 어? 잘못인 줄 알면 안 그래야지! 어?”

p. 20 「잘못한 사람들」 중에서




여자는 와인잔에 담긴 소주를 단번에 모두 들이켰다. 휴지로 손가락과 입가를 닦아내고 입안에 남은 음식물을 혀끝으로 걷어내던 여자는 몹시 신중해 보였다. “헤어지자……고?” 여자가 중얼거렸다. 여자의 손아귀에서 휴지가 구겨지고 나서야 여자는 결심한 듯 말했다. “서른 대만 맞아. 그럼 헤어져줄게.”

「피자를 시키지 않았더라면」 중에서


어릴 때는 어른들이 무서워서 솔직하지 못했고, 어른이 되어서는 솔직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솔직하지 않았다. 얼마든지 솔직한 척할 수도 있는 게 어른이었고, 때론 진실보다 진실처럼 포장된 거짓이 신뢰받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나는 혼란스러웠다.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이 믿는 쪽을 택하고 살았다.

「친절한 솔」중에서


예민하게 바라보던 여자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더럽고 천박하다는 양 바라보던 시선과 다 알고 있으니 까불지 말라는 듯 얄팍한 미소. 도리질할 때 헝클어지던 여자의 머리카락마저 내 안에 어떤 수치심을 불러일으켰다. 여자가 그럴수록 나는 더 숨고 싶었다. 여자의 아들과 함께. 당신에게서 영원히.

「숨어 살기 좋은 집」중에서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이밖에 도시의 남루한 골목에서 발생한 우발적 폭력은 ‘나’의 안온한 삶을 일거에 흔들어놓는다. 개인의 분노에서 비롯된 듯한 이 폭력은 “사회의 병적 징후를 내포하며, 연관이 없는 인물이 희생양이 되는 구조적 아이러니를 보여준다.”고 소설평을 내놨다.

또 ‘도시 탈출’을 모티브로 한 「숨어 살기 좋은 집」, ‘귀향’을 모티브로 한 「그믐밤 세 남자」 「개들이 짖는 동안」 등도 작가의 서정적 문장과 특유의 섬세함이 반짝이는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모두가 상처받고 고통을 감내하는 현실을 회피하지 않는” 이은정 작가로 인해 우리는 비로소 생을 비추는 “한 가닥 빛을 찾아낸다.”

이 한 권의 책에 실린 소설들로 우리는 이 작가를 한국문학의 뜨거운 신예로 기억하게 될 것이라며 작가의 소설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이 소설들을 쓰면서 끊임없이 떠올린 단어는 ‘가해자’와 ‘피해자’였다. 이분법으로 말해도 되는 것인지 깊게 고민해야 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주거나 받아야 했던 평범하지 않은 상처들은 생각보다 너무 많았고 나도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다. 매번 내가 피해자이기만 했는지 생각하는 내내 몸이 아팠다. 내가 찾은 어설픈 답을 여덟 편의 소설로 남긴다. 평화롭고 무해한 세상에서 나와 당신, 그리고 아이들의 영혼이 안전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소설이 아니라서 미안하다고 밝혔다. 치열한 '쓰는 삶'을 택한 작가는 작품 성격만 말한 것이다. 작가의 말을 통해 겸양을 보인다. 아름다움은 작가가 말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독자가 작품을 읽고 표현할 일이다. 작가는 작품으로 남는다는 말이 생각난다.

이 작품을 읽은 독자는 생각해낼 것이다. 어려운 삶에서 찾아낸 아름답고 빛나는 '사랑스러운' 작품이라고.


저자 : 이은정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단편소설 〈개들이 짖는 동안〉으로 2018년 동서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20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일간지에 짧은 에세이를, 계간지 《시마》에 ‘이은정의 오후의 문장’ 코너를 연재 중이다. 저서로 산문집 《눈물이 마르는 시간》과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공저)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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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헤어지고 나를 만났다 - 심리상담사가 전하는 이별처방전
헤이후 지음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이별은 어찌해도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이별의 상처가 나보다 클 수는 없는 법이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 책 『너와 헤어지고 나를 만났다』에는 이별의 아픔을 치유하고, 오롯이 나로서 홀로 설 수 있는 방법이 담겨 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식의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전문 이별심리상담사인 저자가 이별을 겪은 사람들에게 건넨 조언이 충실히 담겨 있어 신뢰성을 더한다.

저자는 이별을 겪은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하며, 이별의 과정을 현명하게 겪어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밖에도 책이나 영화 속 이별에피소드들을 인문학적 지식과 감수성으로 풀어내어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헤어진 후의 일상이 버거운 당신에게 이 책은 “이별, 그거 별거 아니야!” 하고 털어낼 수 있는 용기를 줄 것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영화 속 주인공이 된다. 사소한 일이 드라마가 되고, 우연한 것들이 운명처럼 느껴진다. 그렇기에 이별은 더욱 아프다.

사랑받는 존재였던 특별한 나는, 밋밋해진 일상에 혼자 남겨졌다. 지나간 추억을 다시보기하고, 이별의 이유를 찾으며 괴로워하다가, 결국에는 나라는 사람의 가장 최저선으로 떨어지기까지 한다.

고통스러운 이별의 과정을 겪으며 우리는 깨닫게 된다.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결국 그 사람은 나와 전혀 다른 남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누군가와 온전히 하나가 되고 싶다는 소망은 불가능한 기대라는 것까지도. 사랑이 주는 충족감은 사라지고, 허무함과 결핍이라는 상처만 남는다. 내가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이별의 아픔이 언제쯤 사라질까?



살면서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사랑을 하다 보면 헤어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할 때보다 헤어질 때가 더 힘들다고 말한다. 마음의 상처가 남기 때문일 것이다. 누가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헤어질 때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똑같이 실연을 해도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금세 회복하고 다음 사랑을 찾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옛사랑을 잊지 못하고 괴로워하거나 아예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대체 왜 이렇게 반응이 다른 걸까. 현명하게 이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별 전문 상담서비스 '헤이후'의 공동대표 오영미와 최영석이 같이 쓴 책 『너와 헤어지고 나를 만났다』에는 이별이 그저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끝나지 않고 오히려 의미 있는 삶의 경험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책을 쓴 이들은 심리상담사로 일하며 상담실에서 직접 만난 내담자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이별법과 마음 치유를 위한 조언을 해주는 게 무척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이들은 사람들이 사랑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랑을 할 때 비로소 인생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상대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면, 그 자체로 우리는 자기의 존재 및 자기의 현실을 긍정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실제 연애 또는 결혼 생활에서 이러한 기대가 늘 충족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상대가 나의 사소한 단점이나 약점을 받아들여주지 않을 때, 우리는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자신 또한 상대의 사소한 단점이나 약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때가 있으면서도.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고 싶은 욕망 때문에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하는 것이라면, 사랑을 하거나 연애를 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해보면 어떨까. 이별은 사랑을 통해 얻고자 했던 자신의 욕망에 직면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이를테면 실연한 상대를 좋아했던 이유가 근사한 외모라면 나 또한 근사한 외모를 가지기 위해 노력해보고, 높은 학벌이라면 자신 또한 높은 학벌을 가져보는 것이다. 적절한 대응이 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뭔가를 해봐야 할 상태에선 극한의 목표와 극한의 노력이 뒷받침될 테니까.



어떤 사람들은 이별 후에 결국 실패로 끝날 사랑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며 후회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이 들 때에는 한창 연애할 때 좋았던 기억들이 모두 거짓처럼 느껴지고,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던 자기 자신을 탓하는 마음도 커진다. 이런 생각이 들 때에는 사랑도 이별도 성취 또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살다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성장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이 좋다고 이 책은 조언한다.

평생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 것보다는, 한 번이라도 뜨겁게 사랑하고 아파했던 기억이 있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왠지 강한 공감이 간다.



사랑이란 감정에 대하여 이렇게 세밀하게 이야기 해주는 책을 오래간만에 만난다. 특히 이 책은 사랑에서 가장 아픈 부분인'이별'에 관해서 이야기하기에 더욱 그렇다. 뿐만 아니라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란 원천적인 질문과 해답, 그리고 이별에 대처해야 하는 우리의자세를 말해주고 있어 현실적인 느낌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감정뿐만 아니라 사랑의 시작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사랑의 시작과 전개를 알아야지만 '이별'이 주는 감정과 행동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수많은 사람과의 이별(꼭 사랑이 아니더라도)에서 받았던 아픔과 함께 그 사람에게 호감이 생겼던 그 순간의 감정도 떠오른다. 그래서 독자로서는 더 아픔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것을 혹자는 미련이 남아 아직 완전한 이별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충고도 많이 들었다. 그럴 때는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삶 자체가 무의미하게 생각되던 기억이 자꾸 되살아난다. 독자로서는 "사랑의 가장 흔한 징후는 '자기답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란 책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별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느끼고 통과하는 과정을 통해서 지나가는 일입니다."(p. 104)

그리고 이 책의 핵심 주제인 이별에 대한 부분 역시 많은 공감을 했다. 저자가 수많은 사람들, 특히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인지 다양한 이별의 이야기와 그 속내를 읽어내려가며 독자와 흡사한 부분에서는 몰입도가 더 높아지기도 했다.

독자가 경험하지 못한 이별에 대해서도 새로움과 함께 공감하는 점이 많았다. 특히 저자가 제시하는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는 가슴에새겨넣었다. 우리는 태어난 이상 만남과 이별을 필연적으로 하는 존재이다. 지금 사랑하다가 언제 또 이별의 순간을 맞게 될지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이별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감정변화들에 대한 세세함을 배울 수 있었고 무엇보다 앞으로 있을 이별의 아픔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 큰 보람이다. 개인적으로 이별에 크게 아파하는 사람들은 꼭 읽어보길 권할 만한 책이다.



다음은 '헤이후'가 책을 발간하며 책과 작가들에 대한 소개를 한 내용이다. 독자들을 위해 아마 출간 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너와 헤어지고 나를 만났다』라는 제목으로 홍익출판미디어그룹을 통해 이번 주에 출간되는데요. 이 책을 소개해드린다고 생각하니 떨리고 설레고 복잡 미묘한 기분이 드네요. 헤이후가 이별상담을 해오면서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글로 정리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사랑이 어렵고 이별에 상처를 받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자 한자 고민을 해서 담아보았어요. 부디 이 책을 통해 상담사와 차 한잔하면서 편안한 장소에서 상담을 경험하는 느낌이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이별상담을 해온 심리상담사가 적은 사랑과 이별에 관한 에세이 형식입니다. 어려운 심리 이론보다는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사랑과 이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볼 수 있도록 차분히 안내하는 글들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이별의 상처가 나보다 클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사랑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공감해주셨으면 합니다. 그 사람과 헤어진 이후에 다시 만나야 할 것은 '나'입니다. 이별은 분명 아픈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성장할 자신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신감으로 펴내서인지 독자를 제한하는 듯한 말도 서슴지 않는다. 이 책은 이런 분들께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 건강한 사랑을 하고 싶은 강한 열망이 있으신 분들

2. 계속 같은 이유로 원하는 사랑을 하지 못하셨던 분들

3. 사랑하는 사람과 더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은 분들

4. 헤어짐의 위기에서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

5. 이별한 뒤의 아픈 마음을 돌보고 싶으신 분들

6. 사랑이 준 상처에 깊은 위로가 필요하신 분들

7. 이별의 상처를 성장의 기회로 바꾸고 싶으신 분들

"이별의 고통은 필연적이지만 나에게 향하는 화살의 방향은 조정해야만 합니다. 두 사람의 관계, 혹은 이별과의 상관관계 속에 있는 것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 어쩌면 마음을 다해 만나고, 충분히 상대의 마음을 믿은, 작은 일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당신일 수 있는데 그 사람이 먼저 떠났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탓하지 않았으면 합니다."(pp. 45~46)



헤이후

심리치유 전문기업 화이트어비스에서 첫 번째로 만든 상담 서비스. 이별의 시간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찾아가는 이별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헤이후의 공동 대표 오영미, 최영석은 이별이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끝나지 않고 오히려 의미 있는 삶의 사건으로 전환되기를 바라며 이 책 《너와 헤어지고 나를 만났다》를 썼다.


오영미

해진 옷을 수선하거나 망가진 물건을 감쪽같이 고치는 일을 좋아했는데 그런 학문은 따로 없어 미술을 전공했다. 적성을 다시 찾아 대학원에서 예술심리상담을 전공했고 타인의 삶에 놓인 장애물을 함께 치우는 일을 17년째 하고 있다. 자기 삶의 적극적 운영자가 되고자 노력하며 산다. 이별전문 심리상담 서비스 헤이후의 공동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최영석

경영 공부를 하다 무용동작치료사가 된 특별한 이력을 가졌다. 헤이후의 공동 대표로 헤이후 블로그에 이별과 심리 관련 칼럼을 연재 중이고, 같은 이름의 유튜브에서도 얼굴을 비추며 구독자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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