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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너머의 공간 이야기
장윤정 지음 / 푸른길 / 2024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이 책 『스크린 너머의 공간 이야기』는 표제어에 나타난 두 개의 단어만으로도 책의 내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스크린'과 '공간'이라는 단어들이다. 영화는 태생이 매스미디어의 성격을 띠고 있다. 영화는 문학에서 소설의 서사와 과학의 사진(필름)을 연결시켜 허구가 사실로(상상이 현실로) 바뀐 경험을 제공한다. 즉 소설 문학이 가진 상상적 허구를 마치 사실인 듯 형상화해 보여주는 것이다. 사진이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경이로운데 이 움직이는 사진들이 현실의 공간과 만나게 되면 그야말로 영화 속 스토리가 사실로 인지돼 관람객의 머릿속에 각인된다. 책의 독자들이 소설을 읽고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 장소나 인물을 머릿속에 각인하며 스토리를 따라간다. 그러나 영화는 독자들의 상상력을 힘들여 발휘할 필요가 없게 해준다. 영화가 처음 나타날 때는 영화관이 있어야 상영이 가능했다. 필름을 영사기에 넣고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문물인 필름과 영사기를 각 가정에서 구비해 사용하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 일상에서 매일 사용할 필요도 없는 물건이기도 하다. 영화는 태생부터 대중을 상대로 대량 전달 기능이 전제되어 있었다.
더욱이 영화 제작 기법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영화 속 공간은 필요하다면 우주나 바닷속, 땅 속 등 실제 가지 않고서도 촬영이 가능한 구조물을 만들어 영화를 그럴 듯하게 관람객에게 보여주는 데까지 이르게 됐다.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영화는 예술 분야보다 산업이 되기 시작했다. 거기다 영화 속 매시지를 담아 전달한다면 상업 이익보다 훨씬 큰 홍보도 가능하다는 데 영화의 매력은 날로 커졌다.
영화가 발명된 지 150년 정도 될 시점에서도 여전히 영화는 커다란 대중 미디어 역할을 하고 있다. TV가 등장하면서 한때 위기를 맞았던 영화는 이제서야 콘텐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문학에 비해 독자의 상상력을 앗아가고 세뇌 시키는 영화는 예술성보다는 대중 전달 기능을 충분히 살려 산업화됐다. 이젠 영화 한 편 제작하는 데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게 예삿일이 된 시대다. 우리나라 영화도 이미 '천만 관객' 시대를 맞은 지 수십 년이 됐다.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도 충분히 수익이 보장되는 시대를 연 것이다.
'천만 관객' 영화를 만들어 낸다면 우리 관객만 대상이 아니다. 콘텐츠에 따라서는 해외에서도 큰 호응을 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도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수상하는 시대다. 이는 오롯이 영화 관련된 분들만 혜택을 받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이미지는 높이는 데도 한몫을 한다. 우리 고유의 문화는 아니지만 영화는 이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에도 당당히 한몫을 하고 있다. 이 책 『스크린 너머의 공간 이야기』는 영화 속 공간과 실제 공간이 어떻게 관람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품격은 물론 스토리의 진실성에 한층 기여한다는 차원에서 지리적 공간에 대한 연구 논저의 하나로 출간됐다. 관객 중에서도 깊숙이 영화에 관계한 분들은 물론 영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영화 속 공간 배경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는 데 계기가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영화에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우리 시대는 미디어 없이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기도 어려울 정도로 삶의 전 분야에서 미디어(대량 전달 매체)를 이용한다. 누구나 쉽게, 그것도 별도의 돈이나 시간이 필요 없다. 이미 신문이나 라디오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영상으로 이루어진 뉴미디어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현대인들은 ‘미디어와 함께하는 삶’에 익숙해졌다. 이러한 발전과정에서 미디어 속 데이터-영화, 드라마, 광고 등 공간의 재현을 바탕으로 하는 영상 데이터-는 다양한 매체로 축적되며, 절대적인 양을 무한히 늘려가고 있다. 무한 축적된 데이터를 찾기가 쉽지 않으리란 생각은 이젠 걱정할 필요도 없다. 몇 개의 검색어만 입력하면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인터넷을 누비며 필요한 정보를 쉽게 손에 넣는 것이 당연한 시대다. 방법만 터득한다면 미디어 속에서 생겨난 지리적 궁금증 역시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은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미디어 속의 무심코 지나간 공간이 어떤 장소로 우리에게 다가오는지 지리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호기심을 드러낸다. 저자 장윤정은 영화지리학을 오랫동안 공부해온 분이라고 한다. 사실 영화 입문자라도 되면 들어봤음직한 용어지만 영화계는 이미 널리 알려진 용어인 것 같다. 이 책은 영화와 영화 속 공간, 그리고 실제 공간이 어느 정도 역할과 기능을 하는지, 영화의 성공에 크게 기여하는지, 또 공간의 이미지 확보에는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 논문에 가깝다. 저자는 영화에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영어영화 관람부(그런 동아리나 자치모임이 있나?)에 소속돼 한 달에 한 번씩 종로의 단성사나 피카디리 극장에서 영화를 보곤 했다니 진정 영화광이라 해도 괜찮을 듯 싶다.
그 시절을 거쳐 시간이 훌쩍 지나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저자는 요즘 영상에 익숙해져 가는 아이들이 걱정되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과거 경험했던 영화보다 지금의 영화가 폭력성, 선정성이 커졌기에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건강한 성장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던 것으로 독자는 이해된다. 이에 따라 저자는 아이들 사고에 매체가 영향을 주는지가 궁금해졌다고 한다. 영상을 요약하면서 아이들과 대화를 해왔다고 한다. 아이들은 가짜 뉴스와 유튜브의 무분별한 정보 사이에서 사실 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었지만, 영화처럼 개연성 있는 픽션은 가끔 현실과 혼동한 경우도 발견했다. 아직 초등학생이라 어리기도 하지만, 아이언맨이 만든 세상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었고,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대역배우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스파이더맨에 푹 빠졌다. 그의 불운을 이겨낸 성장 스토리나 마블 책을 읽을 때도, 아이들은 궁금증이 생기면 마블 백과사전을 찾아 읽었다. 허구일지도 모를 상상의 세계를 탐구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소설과 다르게 이미지를 전달하는 미디어의 영향이 염려되었다고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이에 따르면 여행을 다녀오면 아이들은 랜드마크를 기억하고,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같은 장소가 나올 때마다 기뻐했다. 영화 〈슈퍼소닉 2〉(2022)에 스페이스 나들이 배경으로 나오거나 〈인사이드 아웃〉(2015)에 금문교가 나오면, 여행했던 때를 떠올리면서 즐거워했다. 영화 속에서 미디어와 관련된 장면이 등장하는 것은 초등학교 역사 수어 시간에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손 들고 발표하는 것과 같은 기쁨을 주는 듯했다. 지리 정보나 역사 연표를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왜 그 장소가 선택되었는지, 어떤 장르의 영화가 내용과 장소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졌다.
이 책의 집필 동기와 취지는 생각해보면 한 곳을 가리키고 있다. 저자도 박사학위를 마친 지 11년이라는 시간이 쌓이는 동안 육아에 전념했기에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더해졌다고 말한다. 지리적 미디어 문해력이 넓은 세상을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공간의 재현과 간접 경험이라는 개념을 통해 영화와 드라마를 볼 때 생겨나는 물음에 답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이 책은 〈서문(intro)〉과 〈맺음말(outro)〉 외에 4개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미디어 속 공간의 재현 경험〉, 2부 〈미디어 공간의 텍스트 생산〉, 3부 〈미디어 인지 공간과 지리적 미디어 문해력의 상호작용〉, 4부 〈지리학을 통해 본 미디어 속 상징 스팟: 촬영지가 왜 궁금할까요?〉 등이다. 책에 따르면 삶에서 시간과 장소에 대한 기록은 함께 나타난다. 영화에서도 시간의 흐름과 내용의 전개에 따라 장소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지리학에서는 오랫동안 장소에 대한 논의를 축적해 왔고, 이를 영화에 응용하여 영화에 나타난 장소를 살펴볼 수 있다. 영화에 표현된 장소는 실제 세계에서 영화의 특정 신(scene)과 관련된 촬영지가 함께 선택된다. 그 장소는 익히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곳으로 해당 영화를 모르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현실에서의 삶(지역민, 관객, 여행자 등)이 있는 곳이다. 또한 영화에 나타난 공간들은 영화가 제작·편집·상영에 이르기까지 제작자에 의해 재현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즉 만들어진 이야기의 전개 결과로서 영화 속 장소는 영화와 관련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사라져 가고, 지역 극장보다는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선호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인 2021년 서울 극장이 문을 닫은 것을 저자는 기억해 낸다. 이제는 복합 영화관이 영화를 선별하여 상영하고, 집에서는 OTT로 편하게 영화를 보는 시대다. 저자는 드라마의 양적인 성장과 확장된 채널을 통한 미디어 송출은 실제 장소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방영 이후 시청하면서 겪는 촬영 장소에 대한 논의는 물론, 미디어 관람자나 지역의 방문자 인식 변화 또한 지리학의 실존적 문제가 되어 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OTT의 성장과 함께 tvN을 포함한 종편 드라마의 진입과 그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ENA와 같은 신규 채널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는 배우와 감독-프로듀서의 범위를 확대시키고 있다.
이 책은 1부에서 우리 영화 중 공간 재현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디어를 통한 경험은 특정 공간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고, 그 공간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며, 감정적 반응을 유발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디어 공간 재현은 미디어가 특정 장소, 사람, 사진 등을 어떻게 묘사하고 표현하는지를 분석하는 개념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는 미디어 텍스트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기보다는 특정한 방식으로 선택, 구성, 왜곡하는 과정을 통해 재현된다는 점에 주목한다는 것. 재현된 공간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장소를 표현한 것이라 쉽게 이미지화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역사적 사건 중에서 왜 특정한 사건이 영화 소재로 선택되는지, 특정한 하나의 장소가 어떻게 전혀 다른 주제를 가진 영화들의 촬영지가 되었는지를 분석하면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답을 얻게 해 줄 것이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1부에서는 「동일한 장소, 영화마다 다른 관점」이란 주제에 따라 6·25 한국전쟁 중 벌어진 '인천상륙작전'을 그린 영화를 대상으로 인천을 살펴본다. 각 영화에서 어떤 관점으로 보고 제작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 중 전세를 역전시킨 변곡점으로 역사와 전사는 기록하고 있다. 동족상잔이라고도 하는 6·25 전쟁 가운데 인천상륙작전이 어떤 변곡점을 가져왔는지는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잘 알 것이다. 저자는 1950년 9월 15일만을 영화화하기란 쉽지 않다고 전제한다. 전개 내용에 따라 이데올로기가 극명하게 나타나기도 하고, 선동의 의미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이데올로기 편향성이 반영된 영화들을 분석하기 위해서 포지셔널리티(위치성)를 제시한다. 포지셔널리티는 개인의 속성과 대상에 대한 해석에 주관적 편향성을 반영하여 형성된 편향성을 의미하기에, 제작자에서 비롯된 포지셔널리티를 분석하겠다는 말이다. 이러한 시도는 역사적 사건으로 알려진 장소의 미디어 공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저자는 인천상륙작전을 상륙군 관점, 방어군 관점, 첩보부대 관점으로 나뉘어 살펴보고 있다. 1965년에 상영된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참전 군인 편거영이 극본을 썼다. 또한 조긍하 감독은 〈인천상륙작전〉을 만들면서 고심했다고 한다. 남주인공 배우 신영균과의 인터뷰로 알 수 있듯이 당시 특수촬영을 할 수 없었던 실정이라 실탄을 쏘며 목숨을 걸고 촬영에 임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래된 영화이지만 당시 유행했던 007류의 첩보영화 스타일로 긴박함이 느껴지고 극본가가 통신장병이었던 경험이 영화에 잘 표현되어 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흑백영화이고 1960년대 우리나라의 야산은 벌거숭이였기에 마치 전쟁시기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1965년의 한국 정세는 냉전체제 아래에 있었다. 한국 정부는 한일회담과 베트남 파병을 한국, 미국, 일본의 반공전선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명확한 대결구도를 선택했다. 그해 소려의 코시긴 수상이 북한을 방문하였고, 중국문화대혁명으로 중소 관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1965년의 경직된 분위기가 이 영화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1965년에 한국전쟁 영화 13편이 개봉했다. 영화 〈남과 북〉, 〈나는 죽기 싫다〉를 이어, 휴전 후 처음으로 비무장지대에서 촬영한 반(反) 기록영화 〈비무장지대〉, 〈북에 고한다〉까지 제목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이어 「〈월미도〉에서 방어군 관점」이란 소제목을 통해 북한이 인천상륙작전을 어떤 관점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월미도〉란 영화를 찾았지만 통일부 산하 북한자료센터에서는 이 자료가 없다고 한다. 북한에게는 인천상륙작전이라는 단어는 인정할 수 없는 전환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화 〈월미도〉가 제작된 시점은 김일성 생일 70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하던 시기이다. 또 김정일은 『영화 예술론』(1973)을 책을 저술할 정도로 영화에 관심이 많았고, 김씨 일가의 체제를 수비하는 데 북한 영화가 동원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으로 저자는 지적한다. 2016년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휴전일인 7월 27일에 개봉됐다. X-RAY 작전을 수행하다 전사하신 임병래 중위, 홍시욱 하사 외 15인의 대원들과 켈로 부대원에 관한 실화에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온 장학수라는 인물을 허구적으로 설정하여 이념적 대립이 종교, 사회, 계급 간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물어본다. 인천상륙작전이 한반도의 공산화를 막은 것은 확실하지만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르고 얻은 값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38선으로 나뉜 이념적 대립이 분쟁의 씨앗이 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팽팽했던 긴장 관계가 한반도에서 화약고를 터뜨린 것이다. 이후 70여 년이 지났고, 여전히 휴전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인천 외에도 한국전쟁에서 주요하게 다뤄진 영화 속 장소들이 있다. 3년 여 동안의 전쟁에서, 장소를 다루게 되면, 배경으로 전쟁 시점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제작 당시의 쟁점을 파악해 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이러한 영화를 토대로 공간 재현의 경험 결과를 여섯 가지로 나눠 내놓았다. ① 싸움의 치열한 전장이다. ② 수도 서울이다. 3일 만에 서울이 함락되고 3개월 간 북한군을 경험한다. 일부 문인들은 부역의 불가피성과 북한군 통치하의 체험을 생생히 전달한다. ③ 후방에서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부산이나 전쟁 초기 피난시기 대구 일대이다. 〈내가 마지막 본 흥남〉과 〈태극기 휘날리며〉가 대구를 표현한 영화이고 낙동강 전선 일대를 중점 표현한 영화 〈포화 속으로〉(2010),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2019) 등이 있었다. ④ 지리산 권역이다. 휴머니즘 반공 영화라 명명되는 빨치산 영화는 〈피아골〉(1955), 〈남부군〉(1990), 〈태백산맥〉(1994) 등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⑤ 전쟁과 분단으로 인해 실향민이 잃어버린 공간이다. 〈내가 마지막 본 흥남〉(1984), 〈길소뜸〉(1985), 〈간 큰 가족〉(2005), 〈만남의 광장〉(2007) 등을 들 수 있다. ⑥ 인천상륙작전 이후 체류했던 북한지역이다. 〈원산공작〉(1976)은 첩보부대가 세균전을 준비해 원산 상륙을 단계에 걸쳐 시도한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평양에서 시가지전을 벌인다. 북한 영화 〈적구 도시에서〉(1966)는 중국 참전으로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기 전 연합군에 포위되었던 시기를 재현하며 도시에 잔류에 있었던 자유 진영을 보여 준다. 한국전쟁 영화는 진영 간 체제수호를 기저에 두고, 지배체제 집단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해 왔다. 이는 주제 선택 시에 전쟁을 촬영할 만한 장소를 섭외하고, 허가를 받고,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전투장면을 재연할 때 환경을 훼손해 가면서 영화를 제작해 왔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이 책에는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수많은 공간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진다. 〈미나리〉〈도굴〉〈신과 함께: 인과 연〉〈도깨비〉〈슬기로운 감빵생활〉〈사랑의 불시착〉〈천문〉〈국제시장〉〈낭만닥터 김사부〉〈동백꽃 필 무렵〉〈오징어 게임〉뿐만 아니라 외국의 영화도 몇 편 소개된다.
저자 : 장윤정
서울대 국토문제연구소에서 재직 중이다. 서울대 지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화를 통한 장소 이미지의 교류?북제주군 우도를 사례로」로 석사학위를, 「인천상륙작전 영화 속 장소 재현」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