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 후회 없는 삶을 위한 56가지 문답
최준식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삶의 문제를 다루는 학문은 엄청나게 많은데(어쩌면 모든 학문이 인류 삶에 관한 것일 수도) 왜 죽음에 관한 학문은 없을까? 독자의 이 의문은 꽤 오래됐지만 생각 끝에 삶에 관한 학문도 끝없는데 죽음을 따로 연구하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물렀다. 독자가 죽음에 대한 관심은 없지만 '죽음'을 생각해본 적은 있다. 대부분의 다른 사람은 삶이 버거울 때 해본 적이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독자는 무언가를 집중해서 노력할 때 가끔 해본다. '잘 죽기 위해서'라는 핑계 겸 목적을 합리화시킨다. 다시 말해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었다는 말이다. 

사실 독자는 〈죽음학(thanatology)〉이란 학문이 있다는 것을 이 책 『죽음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를 읽고자 했을 때 처음 알게 됐다. 사회학사전에 이미 등재된 단어였다. 죽음학이란 죽음의 원인, 조건, 이론 등에 관한 연구를 말한다고 풀이돼 있다. 사전에 따르면 이 용어는 타나토스(Thanatos)로부터 나온 것으로, 타나토스는 고대 그리스어로 죽음의 구현을 말한다. 신체의 일부나 기관의 죽음을 말하는 의학용어 'thanatos'에서 사용되는 것을 제외하면, 이러한 고대의 용어는 문학의 소재에서 흔히 발견된다. 브리안트(William Cullen Bryant)의 잘 알려진 작품인 Thanatosis를 포함하여 죽음에 대한 예언과 묵상을 다루고 있는 많은 시들이 있다. 브로운 경(Sir Thomas Browne), 몽테뉴(Montaigne), 프로이트(Freud) 등은 죽음에 대한 몰두, 즉 통상적인 공포보다 더 큰 'thanatophobia'를 주장했다.

이 책 『죽음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는 우리나라의 죽음학자 최준식 교수가 평소 삶이 버겁고, 매사 일상에 대한 후회를 거듭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현실적인 삶의 조언을 담은 책이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자리 잡은 자살, 인생의 허무와 인간관계, 마음공부 등의 주제를 최준식 교수의 오랜 연구와 사유를 통해 철학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풀어낸 대화록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죽음학자’라는 타이틀을 지닌 저자는 그동안 세계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의 고유 종교를 연구하며 종교학의 저변을 넓혔고, 죽음학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한국죽음학회를 설립해 많은 연구 성과를 남겼다. 주로 인간의 죽음, 무의식, 초의식, 전생, 사후세계 등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문제를 꾸준히 탐구해왔다고 알려진다. 오랜 시간 삶과 죽음을 탐구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평소 삶이 버거워 자살충동까지 느끼는 현대인들이 ‘죽음’을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죽음을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살아가야 하는 진정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는 왜 일상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할까요?」란 제목의 〈서문〉에서 "모든 사람은 삶의 과제를 가지고 태어나게 된다. 그 과제를 풀고 떠나는 것이 삶의 목적인 것이다."고 전제한 뒤 "삶이 먼저냐, 죽음이 먼저냐는 질문은 사실 대답하기 어렵다. 삶과 죽음은 늘 공존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힌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죽음을 불경하게 여기기 때문에 염장이 남성과 악수 등 손을 잡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꺼린다."고도 말한다. 이런 감정은 두려움과 공포에 가깝고, 우리의 일상에서 죽음이란 마주하기가 힘들고 두려운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는 주장이다. 죽음이라는 자연스러운 법칙을 우리는 쉽게 간과하며 살아간다며 저자는 죽음에 대한 기피 태도는 소중한 사람이 사라진 이후의 삶을 상상하기를 회피하는 심정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내'가 사라진다는 생각 때문에 죽음을 더욱 기피한다는 저자는 시신, 시체에 대한 무서움과 공포도 죽음에 대한 감정을 더욱 부정적으로 만든다고 단언한다. 영화 등을 통해 죽음을 맞이하는 전우, 죽음의 공포에 겁에 질려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영상 조명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직접 죽음을 경험하지 못한 인간은 이런 간접적인 경험으로 '죽음은 무섭고 두려운 것' 정도로만 인식할 뿐 아니라 막연한 무의식에 '죽음'을 묻어두고 꺼내려 하지 않는 것도 죽음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말이다.



저자는 직업상 죽음과 직접 마주해야 하는 소방관이나 경찰관 같은 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은 적이 자주 있었는데, 이들도 시체를 처음 보던 무섭고 두려운 감정에서 쉽게 벗어나기가 힘들었다고 털어놓더란 이야기를 덧붙인다. 술을 마시며 그 장면을 잊으려 노력하거나, 혹은 그저 기도를 하며 그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끊임없이 빌었다고도 고백하더라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그동안 죽음을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으로만 여겨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삶과 죽음의 공존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배움의 기회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죽음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부터 먼저 훌훌 벗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이 책은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새롭게 성찰하는 56개의 문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살, 인간관계, 종교, 유교문화, 마음공부 등 ‘죽음의 그림자 아래 놓인 다양한 주제’를 저자와 독자들이 대화하듯 풀어낸다. “죽음을 묻는 일은 곧 삶을 묻는 일”이라는 저자는 독자들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을 건넨다 ‘나는 왜 불행한가’, ‘무엇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살아야 하는가’, ‘죽음 이후에도 의식은 존재하는가’ 같은 질문들이다.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뤄져 있다. 1장 〈단 한 번이라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당신에게-자살 권하는 사회〉, 2장 〈인생은 결코 한 방이 아닙니다-삶과 죽음의 본질에 대하여〉, 3장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타인이라는 지옥에서 해방되는 법〉, 4장 〈마지막 순간까지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요-당장 내일 세상을 떠나도 후회되지 않을 마음공부에 대하여〉 등이다. 4장에는 각 장마다 11~18개의 항목과 각 항의 제목 아래 문답식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 저자는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인생은 한 방이다", 혹은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피상적인 죽음관은 깊은 실존적 불안과 고통을 야기해 끝나지 않는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는 죽음에 대해 분노와 절망, 또 사회적 차원에서는 삶과 죽음에 대한 피상적인 인식이 격렬한 경쟁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고, 더 넓게 문명적인 차원으로 접근하면 전쟁까지도 초발할 수 있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 사회에서 삶에 대한 경시가 만연하고 자살률이 높은 것은 대부분 어린 시절에 형성된 삶과 죽음에 대한 왜곡된 인식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2장에서는 '삶과 죽음의 본질'에 대해 다룬다. 「왜 자주 불행할까요」라는 소제목의 글에서 저자는 "누군가 사는 것이 힘들다며 찾아오면, 저는 그저 술이나 한잔 하자며 말을 묵묵히 들어준다"며 "절대 조언은 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상대방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섣불리 조언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동은 없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고, 힘든 이유는 주로 사람 때문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누군가와 이별을 했다거나, 또 결혼 생활이 불행하다거나, 회사나 주변인들에게 상처를 받아 자존감이 완전히 무너졌다든가, 하는 인간관계에서 겪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다. 이런 고통의 이유는 대부분 '사랑'에서 찾을 수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니, 스스로를 사랑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자존심이 평소에도 쉽게 무너지는 사람이라면, 주로 가족이 근본적인 이유가 많다.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는 어릴 때부터 자신이 가족에게 받았던 사랑으로부터 형성이 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를 테면 누군가를 자주 미워하거나 염세적인 세상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부모에게서 그런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사랑을 받기보다 비난을 자주 당한 사람이라면,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가 보잘것없고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런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고 저자는 자신의 상담과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강조한다. 『죽음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는 학문적 이론서가 아니라, 인간 최준식의 목소리로 쓴 ‘삶의 인문학’이다. 오랜 연구자의 언어 대신, 삶의 경계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그동안 죽음을 금기시해온 한국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독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언어로 생의 의미를 되묻는다. 저자는 말한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삶을 가장 깊이 공부하는 유일한 길이다.”



저자는 마지막 4장에서 '내일 세상을 떠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마음공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산에 가서 흙을 딛는 순간, 발끝부터 전해지는 부드럽고 단단한 감촉이 다르다. 자연과 연결된 느낌을 받는다. 마음이 놓이고, 몸이 풀린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반드시 자연과 가까워지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녹색이라는 것은 참 신비롭다. 녹색은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위로한다. 초록에서 안정감을 얻은 나무들이 마지막에는 붉고 노랗게 물들었다가 사라지듯, 우리 삶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변한다. 산에 가면 마음속 깊이 눌러두었던 것들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옛날에 당했던 모욕, 잊었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피어오른다. 참선할 때도 그렇다. 그러나 그건 나쁜 게 아니다. 억눌렸던 감정이 자연 속에서 드러나며 치유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등산과 녹색, 참선 등을 이야기한 저자는 명상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부분을 할애해 이 책에 명기하고 있다. 

마음이 산란하고 어지러울 때는 

명상을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요즘은 명상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그 방법에 대해서는 책이나 영상으로 접하기 쉽지요.

명상은 호흡에 집중하는 호흡 명상도 좋고,

주문 암송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p.154~166) 



죽음을 맞이하면 육체는 사라지고, 영적 삶으로 옮겨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 사람에서 영으로 가는 그 경계를 죽음이라고 부르지만, 반대로 영적인 차원에서 이 세계로 들어올 때는 탄생이라고 부르지요. 결국 이 모든 건 다 삶입니다. 형태가 다를 뿐이지, 죽음이 곧 삶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난 잘 살고 싶어”와 “난 잘 죽고 싶어”는 사실 같은 말입니다.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특히 영적으로 그렇습니다. 영적인 삶을 충실히 살지 못한 사람은 죽음을 맞이할 때 두렵고 혼란스럽지만, 영적인 삶을 닦으며 산 사람은 죽음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맞이하는 것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p.206)


저자 : 최준식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이며, 국내 죽음학 연구의 선구자이자 종교학자이다. 서강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미국 템플 대학교 대학원에서 종교학을 전공했다. 1992년에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한국학과 교수로 부임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해 폭넓은 공부를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에 ‘국제한국학회’를 만들어 김봉렬 교수, 고 오주석 선생 등의 동학들과 더불어 한국 문화를 다각도로 연구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사단법인 ‘한국문화표현단’을 만들어 우리 예술 문화를 공연 형태로 소개하는 운동을 해오고 있다. 2013년에는 한국 문화가 중심이 된 복합문화공간인 ‘한국문화중심(K-Culture Center)’을 만들어 한국 문화 전반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의 고유 종교들을 연구해 종교학의 저변을 넓혔고, 죽음학의 불모지였던 국내에 한국죽음학회를 발족하여 많은 연구 성과를 내놓았다. 이를 통해 인간의 죽음과 무의식, 초의식, 전생, 사후세계 등과 같은 주제를 학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주요 저서로 『한국 문화 교과서』, 『한국의 종교, 문화로 읽는다』, 『다시, 한국인』, 『한국 음식은 ‘밥’으로 통한다』, 『예순 즈음에 되돌아보는 우리 대중음악』, 『한국 문화 오리엔테이션』, 『한 권으로 읽는 우리 예술 문화』, 『종묘대제』, 『경복궁 이야기』,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죽음학 강의』, 『한국 종교사 바로 보기』 등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