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담 내일의 고전
김갑용 지음 / 소전서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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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제어 냉담(apathy)은 영어 사전적 풀이로는 '무관심'을 뜻한다. 국어 사전에는 ① 태도나 마음씨가 동정심 없이 차가움. ② 어떤 대상에 흥미나 관심을 보이지 않음. 으로 풀이돼 있다. 우리의 일상적인 언어 생활에서 "차갑고 냉담한 태도를 드러내다"는 사례로 쓸 수 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감정의 부재를 일컫는 용어로 쓰인다. 냉담한 사람은 즐거움도 불쾌함도 경험하지 않는다. 냉담한 상태는 긴장이나 성마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권태와는 다르다. 냉담은 종종 정동 결핍이 심하고 오래 지속되거나 스트레스가 아주 심할 때 나타나는 최종적인 결과로 간주된다. 이것은 견딜 수 없는 유기(abandonment)의 감정이나 특히 전시(戰時)에 전멸의 위협에 대한 방어적 몸부림의 결과로 나타난다. 냉담한 개인은 대상 세계를 “포기”하는 분열성 성격으로 가정되기도 하지만, 분석작업에서는 무의식적 애착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이 사실은 방어적으로 부인되거나 부정된다.고 정신분석용어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이 책 『냉담』은 동정심과 죄의식 그리고 감정의 표현이 쇠약해진 한 남자가 거리에서 불명의 여자를 갑작스레 만나면서 벌어지는 내외부의 변화를 그리고 있다. 공동체 안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려 분투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밀도 있는 문장과 다양한 소설 기법으로 나타내고 있다. 진실을 찾아가는 자신의 운명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임을 알아채는 주인공의 모습은, 냉담하고 속물적인 공동체 안에서 삶의 불완전성을 받아들이는 하나의 '보기'가 된다. 저자 김갑용은 이 작품에서 지금까지 벼려 온 사고의 폭과 깊이를 발휘해 자신의 소설 경력 중 현재에만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쓴 뒤,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려 한다. 

저자는 이 작품 뒷 부분에 「도래한 미래」라는 제목의 〈부록〉을 썼다. 이 글은 24페이지에 달한다. 〈작품 후기〉나 〈작가의 말〉로 보기에는 길다. 내용은 자작 해설로 추정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작품 구상 전후의 과정 및 작품 해설'로 기능하도록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자신의 '소설 쓰기'에 대한 배경과 취지에 대해 설명도 겸한다. 이 소설 작품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 시작할 무렵, 거리에서 한 여자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한 남자의 내외부의 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소설을 쓰지 못하는 남자는 그에게 끝까지 필요한 영감을 주는 '그녀'를 절대적으로 쫓는다. 이 소설은 작가와 소설 그리고 배경이 되는 도서관이 가진 이미지의 일탈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이상한 쾌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출간 후 예스24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나타난 저자 김갑용의 답변을 중심으로 작품 해석의 몇 가지 단초를 찾을 수 있다. "2015년의 전염병 시기에 나는 오갈 데 없는 대학생이었다. 대학교 인근 지역의 감염자 발생으로 내려진 휴교령 때문에 텅 빈 캠퍼스 건물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숨어 지낸 적이 있었다. 그 며칠 동안 몹시 피폐해졌고 몇몇 극단적인 상상을 했다. 많은 사람이 전염병에 걸리고, 개인이 다수에게 쫓기고, 유폐되고, 격리 시설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상상이다. 『냉담』의 구상 초안은 2019년에 거의 마무리되었다. 당연히 2020년의 전염병 시기는 반영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2020년에 이르러 지난 상상보다 더한 현실이 엄습하면서, 내가 쓰고자 했던 내용의 배경이 더는 현재 지점을 가리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전염병이 끝나더라도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가 마스크를 다시 벗게 되더라도 우리는 앞으로 마스크의 영향 아래서 살 일만 남았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내 소설에 마스크를 씌워야만 했다."

그의 말대로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전염병이 심화되는 시기, 남자는 거리에서 만난 그녀와 한 집에서 살게 된다. 그는 언젠가 그녀와의 여행을 위해, 마스크를 쓴 날 사람들 사이에서 전쟁 같은 출퇴근을 견디고, 회사에서는 마스크 위에 떠오르는 동료들의 의심스런 눈초리를 견딘다. 그러나 어느 날, 그녀가 사라진다. 더 이상 집에 들어갈 수 없게 된 남자는 밤엔 거리를 배회하고, 새벽엔 직장 건물 층계참에서 잠을 잔다. 그렇게 CCTV가 추적하지 못한 사각지대 속의 남자는 역학 조사관에게 지독한 추궁을 당하고, 행방불명되어 어느새 '사라진 고리'가 된 그녀를 결국 찾지 못한 채, 격리된다. 그의 머릿속에서 '죽음'이라는 단어가 사라졌을 즈음, 남자는 한 도서관에 취직한다. 그런데 새롭고 낯선 그곳에서 남자는 기이한 광경을 목격한다. 관내의 노동자들이 '그녀'라고 부르는 존재를 마주한 것이다. 그곳의 그녀는 거대했고, 중심에 있었고,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봐요, 어르신. 사람을 찾습니다. 내 이야기를 들어 봐요."

나이가 지긋한 노인은 말 한마디마다 싹싹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내 어깨를 두드리기까지 했다. 자기가 이 바닥을 잘 안다며, 그녀를 찾으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은 내가 그녀에게 지불한 액수를 상기하기를 권했다. 아! 마침 내게는 탕진할 돈이 있었다. 인근의 편의점 ATM 기기에서 두어 번에 걸쳐 최대한도로 현금을 인출해 노인에게 건넸다. 빗방울이 툭툭 떨어졌다."(p.93)

소설 속에는 '소설이 사라진 미래의 마지막 도서관'이 나온다. 이 도서관은 『냉담』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저자가 상상해 왔던, 그러니까 저자의 머릿속 '바벨의 도서관' 같은 공간이었다. 저자는 미셸 푸코를 인용한다. 푸코는 "도서관이 헤테로피아(Heterotopia)적인 속성을 지닌다"고 말한 적 있다. "모든 시간, 모든 시대, 모든 형태와 모든 취향을 하나의 장소 안에 가두어 놓으려는 의지, 마치 이 공간 자체는 확실히 시간 바깥에 있을 수 있다는 듯 모든 시간의 공간을 구축하려는 발상"이 근대에 이르러 도서관에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냉담』의 '이곳 도서관'은 도서관의 이러한 속성이 노골적으로 불거진 공간이다. 먼 미래가 왜 내게 멀게 느껴지느냐면, 소설이 더는 쓰이지 않을 무렵이라는, 곧 도래할 테지만 현재의 내가 체감하기 힘든 전제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때는 모든 소설이 도서관에 갇혀 있을 것이다. 도서관은 그야말로 소설의 공동묘지가 된다. 그렇게 소설이 옛 유물 신세로 전락한다면, 더는 쓰이지 않게 된 그 연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소설이라는 장르의 마지막을 상상하며 소설을 쓴다. 사람이 평생 죽음을 전제하며 살 듯이.

그에게 이곳 도서관은 새롭고 낯설었다. 더는 기시감이 없었다. 여느 도서관과는 달리 공공을 위하지 않고 한 개인만을 위하고 반영한 장소라는 특이적 정체성이 전염병으로 인한 무기한 휴관에 힘입어 여실히 드러났다. 내부가 한 사람의 의지와 의도만으로 축조된 공간으로 여겨지는 점을 그는 곰곰이 생각했다. 사용이 아니라 보이기 위한 공간임을 이곳 도서관 사람들은 아주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보안 요원들은 도서관을 지키려고 이곳에 왔다기보다는 내부에서 벌어지는 무엇을 가리기 위해서 역할극을 수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해도, 도서관이라는 공간과 내부 구성원이 이곳에 도사리는 무엇을 숨긴다고 확실히 판단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그건 바로 이 공간과 구성원들이 이면 없이 얄팍해 보인다는 것이었다.(p.171~172)

1부와 2부, 그리고 그사이와 뒤에 붙은 두 짧은 소설 속에서까지 '그녀'를 변주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그 정체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켜 뒷모습만 남기고 사라지는 그녀를 끝까지 따라가게 한다. 그녀라는 상징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촘촘히 구성된 세계, 즉 꿈속의 꿈, 소설 속의 소설로 중첩되고 이어진 복잡다기한 세계는 자신의 존재 의미와 진정한 진실을 찾아나서는 한 인간의 운명, 즉 영육의 죽음 위에 포개진다. 남자는 선(善)과 진정성이 결여된, 어쩔 수 없이 관습적이고 속물적인 공동체를 태생적으로 견딜 수 없다.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제도화된 가식의 세계에서 인간은 진심을 다하지 않는다. 수많은 예식과 인사치레가 불가피한 그곳에는 본능적으로 냉담이 깃들어 있다. 그들은 무관심하고, 동정심을 잃어버리고, 죄의식을 회피하고, 감정을 숨겨 자신을 보호한다. 남자는 그곳에서 빠져나와 진정성의 보증자가 되고자 한다.

남자는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끊임없이 진실을 찾으려는 '소설가'이다. 하지만 진실이 입 밖으로 새어나와 공기 중에 노출된 순간 그것은, 진실한 진실이 될 수 없다. 그때부터 가짜 진실을 감추기 위한 연기와 가면이 생성된다. 남자는 자신의 소설에 진실을 담을 수 없음에 계속해서 죄책감을 느끼고 반성한다. 진정성에 도달하지 못하는 '공동체'에 속한 다수의 사람들이 비밀하게 느끼지만 절대 드러내지 않는 그 부끄러움을, 남자는 그들의 몫까지 대신하여 느낀다.

소설가인 남자는 진실의 추구가 실패할 것임을 예감하면서도, 진실에 다가설 수 없다는 죄의식을 결코 멈추지 않는다. 이는 독자 앞에서 결백하고자 하고, 자신의 문학에게도 당당한 주인이 되고자 하는 소설가의 운명이다. 진정한 소설 쓰기는 결국 자신을 소각해 버림으로써 예술이 되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결국 『냉담』의 작가는 남자에게 죽음을 선고한다. 생존하기 위해 냉담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우리는 이 속물성을 벗어날 수 없다고, 어차피 삶의 끝은 죽음이라고 냉소하는 이 시대에 『냉담』은 이 익명의 남자를 '보기'로 보여 준다. 우리는 소설로서 이 냉담한 시기를 견뎌낼 수 있을까? 이 시대의 필연적인 숙명인 냉담의 다음 단계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냉담』을 통해 던지는 작가의 질문은 그것이 아닐까.

앞서 언급한 〈부록〉 「도래한 미래」의 서두는 "내가 의무 교육을 받던 새천년 전후 무렵에는 첨단 정보 통신 기술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토막글이 교과서나 여타 간행물에 흔했다. 분명 지면에 따라 글쓴이도 제각각 달랐을 텐데, 근미래를 사는 가상 인물의 하루로 첫 문단을 시작하는 점이나 주제, 논조, 미래상이 엇비슷해 나는 마치 한 사람 글을 반복하여 읽은 듯 하나의 인상만을 선명히 기억한다. 특히 첫 문단에 등장하는 가상 인물에 관해서는 굳이 옛날 지면을 뒤적이지 않아도 특유의 전형성을 깬다고 자신한다. 추측컨대 가상 인물은 이삼십 대 연령 중산층 독신이고 화이트칼라다. 이름은 저마다 달라도 당시 기준으로 세련되고 도회적인 인상을 주려다 보니 작위적인 느낌이 역력하다."(p.294)

저자는 지금 자신이 당시(마스크를 쓰기 시작하던 시기-이 글을 쓰고 마치던 시기)에 예견한 근미래 부근을 사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 당시 첨단이던 정보 통신 기술들은 대부분 상용화되었고 핸드폰 없이는 제때 출근도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토막글 속 가상의 그처럼 사는 건 아니다. 그는 자기 육신 무게를 모르는 듯 생활하지만 나는 나 자신의 무게를 압도적으로 느낀다. 미래에는 없고 현재에 있는 나라는 육체, 그러니까 실체 말이다. 저자는 가상의 그 같은 윤택한 생활을 원한다는 사실은 당연하다고 밝힌다. 깡마른 육체를 중력으로 지탱하는 일이 더할 나위 없이 지긋지긋하다. 동시에 내가 짊어질 게 없다진다는 가능성에도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한창 유행했을 무렵, 머지않아 가상이 현실을 대체하리라는 매체들의 호들갑에 저자는 두려움을 넘어 숨 막힘을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어릴 적 죽음을 떠올렸을 때 '나'라는 실체가 사라진다는 예감에 형용할 길 없이 막막했듯이.

저자의 비유는 극단적이기는커녕 지극히 걸맞다. 첨단 과학의 미래가 얼마나 빨리 다가오든 간에, 거기에 저자는 없다고 단정한다. 마치 죽음 뒤에 아무도 없듯이 도래한 미래에 '나'는 없을 것이다. 나의 현재가 지난날들의 미래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앞 문장을 쓸 때 나는 건넛방에서 잠든 동거인이 기침하는 메마른 소리를 듣는 중이었다. 근 몇 년간 동거인은 기침을 멈추지 못하였다. 이런 내용을 기술하는 저자는, 과거의 근미래에 해당하는 지금과는 다른 자아를 말하는 것 같다.

저자의 말 중에는 결정적 추인이 따른다. "여기 쓰인 동거인은 실제라기보다는 당시 내가 사로잡혔던, 동거인을 바라보는 관점이다."(p.312) 이 소설의 구성에 대해 앞서 잠깐 언급을 했지만 이 작품은 특이한 구성을 갖고 있다. 오롯이 한 권의 장편 소설이지만 마치 단편의 연속인 듯한 느낌으로 1, 2부로 나뉜 뒤 각 부를 또 19개의 제목을 붙였다. 이와 함께 19개의 글로 파편화된 이후에 각 부의 뒷 부분에 두 개의 별도의 글 「벽의 틈새」, 「도래한 미래」란 제목으로 실려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인터뷰에 실린 내용을 여기에 인용한다. 

"나는 최대한 잘게 쪼개고 싶었다. 많은 소제목을 갖기를, 각 소제목에 할당된 내용의 끝마다 매번 새로운 충격이 나타나기를, 그 어떤 소설보다 클라이맥스가 많은 형식이기를 바랐다. 여기서 쇼팽의 녹턴이 실마리가 되었다. 쇼팽의 녹턴은 정규 번호가 붙은 열아홉 곡과 그 외 두 곡으로 분류된다. 한 연주자가 쇼팽의 전집을 녹음한다면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스물한 곡을 모두 녹음하거나, 정규 번호가 부여되지 않은 두 곡을 제외한 나머지 열아홉 곡만을 녹음하는 것이다. 재밌는 발상이 떠올랐다. 만약 장편소설에 본문 외의 부속 원고가 두 편 있는데, 이 두 편은 본문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도, 책 내에서 아무 쓸모가 없어서도 안 된다. 동시에 본문과 함께 어우러져 한 권의 책을 이뤄야 한다."

저자는, 나아가 독자는 이 한 권의 책을 어떤 식으로 구분 짓게 될까? 본문과 부속 원고 두 편을 하나의 소설로 볼까, 아니면 한 편의 장편소설과 두 편의 단편소설로 분명히 구분 지어 바라볼까? 그리함으로써 『냉담』은 열아홉 개의 소제목을 가진 본문과 부속 원고 두 편을 갖추게 된 것이다. 


저자 : 김갑용


빈틈없는 구성과 마음 깊은 곳을 찌르는 심중한 문장들 사이로 인간 삶의 불완전성과 무지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는 소설가. 1990년 대구에서 태어나 아산에서 자랐다. 10대 때부터 장편소설을 썼고, 2016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슬픈 온대」가 당선되어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소설에 담는다는 불가능성에 도전하고 절망하는 이들이 주인공인 8편의 단편 소설집 『토성의 겨울』(2022)이 첫 책이다.

『냉담』은 그의 첫 장편소설로 동정심과 죄의식 그리고 감정의 표현이 쇠약해진 한 남자가 거리에서 불명의 여자를 갑작스레 만나면서 벌어지는 내외부의 변화를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은 겉으로는 공동체를 잠식해 가는 사회에 스민 냉담성에 관한 화두를 던지고 있지만, 독자는 문학에 냉담한 이 시대를 견디는 소설가의 고귀한 분투를 같이 겪게 될 것이고, 결국 자신이 찾고자 하는 진정한 가치와 진실에 도달하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과정에 서 있게 될 것이다. 작가는 <소설에서 끝내 말하지 못하는 진실>을 해방시킴으로써 그 진실을 독자로 하여금 마주하게 한다. 그 진실은 모두에게 유익할 리 없을 것이고, 누구에게나 무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두 인물을 축으로 하는 장편소설을 구상 중이다. 『냉담』이 무리로부터 떨어져 나간 한 사람을 다루었다면, 차기작에서는 두 사람의 이야기, 즉 이원적 관계에서터 출발하여 세상과 공동체에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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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인생 수업
존 러벅 지음, 박일귀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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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서 고전주의(classicism, 古典主義)란 말이 자주 사용된다. 고전주의의 원래 뜻은 조화·균정·명석함을 추구하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예술사조를 일컫는 단어다. 그렇다고 이 단어가 그리스·로마 시대에 사용된 말이 아니다. 중세 이후 르네상스 시대 들어서면서 고대 그리스·로마 고전에 대한 심취해서 유럽인들이 처음 쓴 말이다. 이것은 당시 사람들의 이성을 존중하는 경향과 부합되어 17세기에 문학 분야, 특히 프랑스 희곡문학에서 전형적인 형태로 발전되어 유럽 전역에 파급되었다고 한다. 18세기 중엽 이후가 되자 음악·회화·조각 분야에서도 이와 같은 통일성·이론성의 주장이 일어났으며, 하이든, 모차르트 등의 오스트리아 고전파 음악, J.L.다비드, J.A.D.앵그르 등의 프랑스 고전주의 미술시대가 출현했다. 그러나 예술을 갖가지 미(美)의 법칙으로 규제하고, 거기서 벗어나는 것을 엄중히 금지하였으므로, 19세기부터는 보다 자유롭고 정서적인 낭만주의가 대두되었다. 고전주의는 후에 생겨난 많은 예술사조의 한 정점을 이룬다.

이 같은 시대적 배경에서 이 책 『아주 오래된 인생 수업』이 탄생했다. 저자 존 러벅(John Lubbock, 1834~1913)은 따뜻하게 빛나야 할 우리들 삶을 응원하는 ‘인생 예찬서'로 이 책을 집필했다. 저자는 지치고 힘든 삶, 그러나 지친 줄도 힘든 줄도 의식하지 못하고 낭비되는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존 러벅은 ‘기쁨 가득한 세상’을 가능한 충실히 누릴 것을 간곡히 권한다. 그리하여 어떻게 하면 우리들 삶에 따뜻한 응원을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여, 동서고금 수많은 현자들이 전하는 삶의 격려를 우리 가슴에 뭉클하게 전해준다. 존 러벅은 문학이나 철학을 공부한 사람은 아니다. 가문의 배경으로 은행장을 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자신도 은행장의 위치까지 오른다. 그러나 러벅은 은행가로서의 명성보다 인류학자, 고고학자로 후세에 이름을 남겼다. 특히 저서 『문명의 기원과 인류의 원시 상태』에서 석기시대를 구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로 구분해 고고학 연구를 진전시켰고, 구석기시대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현존하는 미개민족의 생활을 조사한다는 영국풍 인류학의 기초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 책은 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에게 상장과 졸업장을 수여하면서 학생들에게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인생의 기쁨에 대해 저자가 연설했던 내용들을 간추려 모은 것이다. 이 책에 아포리즘 같은 문장들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다. 독자는 이 책에 앞서 저자의 『아주 오래된 지혜』도 읽었다. 19세기에 쓰인 이 책들은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날의 21세기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시간의 숙성이 빛나는 책들이다. 현재의 시간에 매몰되어 삶의 전체를 조망하지 못하는 지금의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내막을 일러준다.



러벅은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가 “만약 어떤 사람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잘못이다. 신은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이에 따르면 우리에겐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 행복하지 않은 당신은 삶의 의무를 위반한 셈이 아닌가. 그 의무 위반의 삶을 의무 이행의 삶으로 돌려주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이탈리아의 시인 페트라르카는 독서의 즐거움에 대해 말하길, 나이와 국적이 다양하지만 특출하고 학식이 뛰어난 그들에게 언제든 다가갈 수 있어 삶이 든든하다고 했는데, 독자들은 이 책 한 권으로도 그 든든함과 즐거움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책의 편역자 박일귀는 강조한다. 『아주 오래된 지혜』가 성공적인 인생을 위한 지혜를 설파하는 ‘자기계발서’ 성격이 강하다면, 이 책 『아주 오래된 인생 수업』은 아름답고 즐거운 세상을 찬양하는 ‘감성에세이’이다.

이 책은 2부 19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완전한 존재로 사는 법〉과 2부 〈당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로 나뉘어 있다. 1부에 10개 장, 2부에 9개 장이 각각 배치돼 있다. 1부 1장 「행복해야 할 의무-“세상 모든 곳이 천국이 될 수 있다”」 2장 「의무를 다하는 행복-마음을 다스리는 자가 성을 빼앗는 자보다 위대하다」 3장 「책이 주는 기쁨-현자들과의 대화라는 특권」 4장 「책을 선택하는 방법-나를 탁월하게 만드는 책 친구들이여!」 5장 「친구라는 축복-우정은 혼란한 ‘나’를 비추는 햇빛」 6장 「시간의 가치-바로 이 순간을 잡아라」 7장 「여행의 즐거움-세상은 그것을 눈으로 직접 본 사람의 것」 8장 「가정의 기쁨-환한 미소와 따뜻한 마음이 있는 집」 9장 「학문-지혜로운 삶은 학문으로 훈련된다」 10장 「교육-진리를 아는 것이 어떤 즐거움보다 크다」 등이다. 2부엔 1장 「야망-용감히 나아가라. 그것이 인생이다」 2장 「부(富)-부족한 것은 땅이 아니라 주어진 땅을 즐길 능력」 3장 「건강-모든 하루가 늘 인생의 봄이 되어야」 4장 「사랑-진정한 사랑을 나눌 때 누구나 고귀해진다」 5장 「인생의 고통-감사의 마음이 오늘의 기쁨을 만든다」 6장 「노동과 휴식-수고 끝에 우리 영혼은 홀가분해지나니」 7장 「종교-다른 사람에게 바라는 대로 당신도 해줄 것」 8장 「진보의 희망-인간은 결코 진보를 거스를 수 없다」 9장 「인간의 운명-의로운 자는 순전한 평화를 누리게 되는 법」 등을 담았다. 전작 『아주 오래된 지혜』에 이어 이 책 『아주 오래된 인생 수업』에서도 동서고금의 수많은 현자들이 남긴, ‘행복한 삶’을 향한 아포리즘의 향연이 펼쳐진다.



엎서 제목을 포함해 열거하다 보니 조금 어지럽게 펼쳐졌지만 저자는 1부에서 사는 동안 우리에게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책, 친구, 여행, 가정, 학문, 교육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인생의 기쁨을 주는 것이라고 하니 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는 살면서 꼭 대단한 일을 해야 기쁨을 느끼는 건 아니다. 일상의 작고 소소한 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오늘날 유행하는 '소확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늘날처럼 자극적이고 현란한 디지털 시대에는 책과 사람, 여행과 자연과 같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잊고 지내던 삶의 즐거움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2부에서 저자는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삶의 태도에 집중한다. 적절한 야망과 부는 좋지만 이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또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건강이 없으면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 마찬가지로 이 세상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 사랑이 있는 곳은 천국이고 사랑이 없는 곳은 지옥이다. 인생의 고통도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은 천국이 되기도 지옥이 되기도 한다. 노동하지 않고 얻는 휴식은 의미가 없고, 마찬가지로 휴식 없는 노동은 생각하기조차 싫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희망을 보는 것이다. 그것이 진보의 희망이든 내세의 희망이든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다면 우리는 삶의 가치를 잃고 만다. 희망은 행복의 절대적인 전제조건이다. 『아주 오래된 인생 수업』을 통해 편역자 박일귀는 저자의 집필 취지가 독자들이 삶의 태도를 조금이나마 행복한 방향으로 이끌도록 희망과 용기를 내도록 힘을 준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종교적 의무와 도덕적 의무가 엄격하게 강조되던 시대의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는 행복을 주장한다. 무엇보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 신의 뜻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고 스스로의 권리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것이 1부 1장의 주제이다. 오늘날 우리가 지향하는 '행복한 삶'을 러벅은 '선물'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는 분별력이 생기는 나이가 되면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스스로 묻게 된다. 인생에는 많은 쾌락이 있지만, 그 쾌락이 우리를 압도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러다가는 곧 슬픔을 맛보게 된다는 이유이다.



저자는 인생의 행복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세네카를 인용한다. "(미덥지 못하고 잔혹하기만 한 두 지배자인) 쾌락과 슬픔에 끝없이 사로잡히는 사람은 결국 위험하고 비참한 노예 상태가 되고 말 것이다." 저자는 "그렇지만 우리 교사들이 '의무를 다하는 행복'만이 아니라 '행복해야 할 의무'도 가르쳐준다면 세상은 좀 더 나아지고 밝아지리라 믿는다"고 썼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것이 바로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책에 따르면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서른 살이 되자 '더 이상 인생을 어중간하게 살지 않고 인생의 아름다움과 완전함을 제대로 만끽하기로" 결심햇다. 인생은 시간이 아닌 생각과 행동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우리의 삶은 밝고 재미있고 행복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이탈리아 속담에도 '모든 사람이 광장에서 살 수는 없지만 누구나 태양을 느낄 수는 있다'는 말이 있다.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면, 사소한 문제를 부풀리지 않는다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마주할 용기가 있다면, 나를 둘러싼 축복을 잘 활용한다면, 인생은 정말 위대한 유산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허버트( George Herbert, 영국의 종교시인)는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는 전혀 알지 못한다.

병들고 창백해졌을 때 찾아와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을 짓밟는다.

오, 위대한 사랑이여!

인간은 하나의 세계이며,

그를 섬기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p.17~18) 



러벅은 열여덟 번째 장(章)에서 인류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 친구, 여행, 학문 등 우리가 일상에서 이 같은 덕목들에 대해 노력을 지속한다면 우리 인류는 진보를 거듭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더 큰 진보를 기대하는 러벅은 이를 위해 두 가지의 근거를 들고 있다. 첫 번째 근거는 인간을 둘러싼 자연과 환경에 대한 지식이 증가해 우리의 후세대는 기성세대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근거는 교육이 발전하고 확대되었고, 학문, 예술, 시, 음악, 문학, 종교 등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사람들이 자신을 더 잘 관리하고 자신의 장점을 잘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빛이 있는 곳에 즐거움이 있다'는 이탈리아 속담의 진리를 깨달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신의 섭리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개선한다는 시도 자체를 불경하게 보느라 진보가 어려운 때도 있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 사용법을 전해 제우스의 분노를 샀다고 하지 않던가. 고통은 운명이므로 사람에게 마취제를 사용하는 것에 양심의 가책이나 편견을 가진 시대도 있었다. 아마 신의 세상이었다는 중세 시대를 지적하는 듯하다.

저자는 영국의 초기 색슨 시대에 노섬브리아의 왕 애드윈은 귀족과 성직자를 모아놓고 어느 낯선 사절의 말을 들어야 할지 무시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던 사례를 하나 들고 있다. 왕은 그 사절을 의심하고 있었다. 결국 나이 지긋한 귀족 하나가 일어나 말했다. "왕이시여, 황량하고 추운 겨울밤에 왕께서 이 안에서 사람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안에는 장작불이 타고 있어 환하고 따뜻해도 밖에는 눈보라가 사납게 몰아칩니다. 이때 참새 한 마리가 창문으로 날아 들어와서 다시 반대편 창문으로 나가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우리는 참새를 잠깐 보았지만, 참새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합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짧은 인생은 환하고 따뜻해 보이지만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고 이후로는 무엇이 있을지 모릅니다. 따라서 이 사절이 이미 지나가 어둠과 앞으로 올 어둠을 알려줄 수 있다면 그의 가르침을 들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p.210~211)

학문의 테두리를 두지 말고, 모두 문을 열어 누구나 접할 수 있게 한다면 우리는 미래는 매우 밝다고 저자는 말한다. 당시의 과학적 발견이 위대하고 놀랍지만 해결하지 말고 두어야 하는 문제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지만 저자는 그런 한계를 두는 것을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다. "뉴턴의 시대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진리의 거대한 바다가 우리 앞에 모습을 감추고 있다. 나는 영국왕립협회나 영국학술협회 회장이 해마다 연설할 때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들'을 주제로 말해주길 바란다고 역설한다. 인간은 늘 경계선에 서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한 나라의 국민이라면 자기 나라의 아름다움이나 부유함, 도시의 크기, 무역 규모 등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나라의 진정한 자랑은 국토 면적이나 자연의 아름다움보다는 국민의 도덕적·지적 우월성이라고 책의 여러 곳에서 강조한다. 저자 러벅이 한참 활동하던 시대가 빅토리아 여왕 재위 시절을 거쳐 유럽의 '벨 에포크'로 표현되는 시절을 포함하기에 주목할 만하다. 잉글랜드가 대영 제국으로 발전하고 프랑스, 스페인 등 주변 강국들도 많은 식민지를 거느리며 엄청난 부를 쌓은 후 평화가 지속되는 기간이기에 러벅의 주장은 우리에게 또 다른 영감을 주기도 한다. 


저자 : 존 러벅(John Lubbock)


1834년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유년 시절 이웃으로 이사 온 다윈을 알게 되면서(1842) 그의 진화론에 깊은 감명을 받고 생물, 지질, 인종, 토속 등 여러 학문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1848년 부친의 은행에 취직하여 훗날 은행장이 되었으며 일생을 은행가로 활약했다. 공공사업에도 진력하였으며 런던대학 부총장, 런던상업회의 소장 등도 지냈다. 다방면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20세기의 지성, 존 러벅은 은행가, 인류학자, 고고학자였고 정치가이자 작가였다. 그는 누구보다 일찍 ‘잘 사는 법’에 대한 인생의 비밀을 깨달았으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는 늘 학문과 예술에 마음이 끌렸으며 또한 자연과학과 고고학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 많은 저서를 남겼다. 영국적 인류학의 기초를 이룩하고 곤충이나 식물, 동물의 형태에 관한 실험적 연구의 선구자가 되기도 했다. 우리가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구석기시대’와 ‘신석기 시대’란 용어는 모두 그의 저서 『문명의 기원과 인류의 원시 상태』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말이다. 또 그의 독서 경험을 토대로 『명저 백선』을 펴냈는데 책 선정이 매우 뛰어나 동시대는 물론 후세에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저서로는 『인생의 즐거움』, 『평화와 행복』, 『명저백선』, 『문명의 기원과 인류의 원시상태』, 『선사 시대』, 『곤충의 기원과 변화』등이 있다.


역자 : 박일귀


중앙대학교에서 역사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사를 전공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고, 지금은 전문번역가 겸 프리랜서 편집자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청소년을 위한 친절한 세계사』, 『청소년을 위한 친절한 로마사』, 『청소년을 위한 북유럽 신화』, 『그리스 신화밖에 모르는 당신에게』, 『이제, 글쓰기』, 『아들러 개인심리학: 행복해지는 관심』, 『구약성경을 보다 1·2』, 『아침을 여는 하늘 위로』, 『믿음을 살다』, 『대화는 기적이다』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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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 일력 (스프링) - 하루 한 번, 삶의 물음에 쇼펜하우어가 답하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에이미 리 편역 / 센시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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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철학에 대해 문외한임을 먼저 고백한다. 고등학교 다닐 때 배웠던 동서양 철학자 몇 명을 제외하고는 이름마저 잘 모른다. 대학도 철학과는 무관한 전공이어서 철학 책을 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다른 분야의 책도 별로 읽지는 않았지만 특히 철학 관련 책은 살아오는 동안 한 번도 정독을 해본 기억이 없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그랬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 다니던 회사도 '재택 근무제'를 실시해 출퇴근 시간이 없으니 정말 많은 시간이 생겼다. 처음에는 코로나 팬데믹에만 신경 쓰느라 책을 읽을 여유가 없었지만 팬데믹 상황이 오래 가자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게 아깝게 생각되었다.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사실 직장 생활하면서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마음 먹고 원하는 책을 직접 구입해 읽어보기는 꽤 오래 전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기 시작한 때도 이때가 처음이었다. 코로나는 독자가 책과는 얼마나 동떨어진 생활을 했는지 성찰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음을 아울러 고백한다. 이때 가장 눈에 띄었던 책이 철학자 니체의 저서를 번역한 것이었다. 한두 권이 아니라 출판사에 열풍이라도 인 것처럼 많은 저작물이 나와 있었다. 니체의 번역 도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니체의 철학 사상을 공부하고 연구한 분들이 니체의 철학을 독자들에게 설명하는 책도 다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서양 철학사나 서양 철학자들의 이야기에 니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확인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니체의 철학이 코로나 팬데믹이란 인간 삶의 큰 위기에 닥쳤을 때 상당히 유효한 말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니체 열풍'은 2년 여 지속되었던 것 같다. 이후 새로운 이름의 철학자가 등장했다. 바로 이 책(일력)에 나온 아포리즘의 원저자인 쇼펜하우어다. 기왕 철학을 읽은 김에 쇼펜하우어에 대한 인식도 바꾸어보고 싶었다. 쇼펜하우어 역시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이름만 익혔을 뿐이다. 다만 하나 더 기억에 남았던 일은 당시 선생님은 쇼펜하우어를 각인시키기 위해 한 말씀이었겠지만 '염세주의자'로 설명했다. 이에 덧붙이면서 염세주의자를 각인시키기 위해서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 철학자로서 유럽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자살'을 하게 한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한참 꿈을 펼칠 나이에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염세'와 '자살'이란 단어는 독자가 쇼펜하우어를 다시 들먹이지 않은 원인이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철학자는 아마도 쇼펜하우어인 것 같다. 대형 서점에 가면 그에 관한, 이런 저런 책이 늘 놓여 있다. 독자는 쇼펜하우어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가 다시 국내에서 부상된 이유에는 관심이 갔다. 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의 말씀에 접었던 마음을 다시 펴서 그의 철학을 좀 알고 싶어졌다. 아무래도 니체의 영향이엇던 것 같다. 독자가 읽은 니체의 책에는 실제로 쇼펜하우어에 관해 기술했다. '니체의 스승'이라고 해도 될 만큼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아니 실제 스승은 아니었지만 니체가 "쇼펜하우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직접 말하기도 했다고 쓰여 있었다. 쇼펜하우어에 관심이 생기자 시판된 책 중의 한 권을 구입해 읽었다.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이었다. 쇼펜하우어에게는 염세주의자, 허무주의자, 비관주의자, 아웃사이더 등의 부정적인 꼬리표가 늘 붙었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인생을 사랑했고 인간을 사랑했으며, 치열하게 인생의 본질을 찾고자 했던 철학자였다. 단지 그는 현실주의자이자 실존주의자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이를 냉철하게 가감 없이 이야기했을 뿐이다. 그는 이 세상이 고통과 불행으로 가득하며, 인간의 행복은 그 고통과 불행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 있지, 행복으로 충만한 파라다이스는 현실이 아닌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뿐이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엮은이(編者) 강현규는 〈엮은이의 말〉을 통해 쇼펜하우어에 대해 "행복은 꿈일 뿐이지만, 고통은 현실이다. 이 세상이 결코 아름답지 않고, 우리 인간이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우선 인정하고 인간과 세상을 바라볼 때 그(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의 이런 생각은 1851년 출간된 이 책 『소품과 부록』에 집대성되어 있는데, 그는 이 책에서 행복과 인생의 의미를 통찰력 있게 풀어냈고, 이 책은 1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많이 읽히며 위대한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자는 또 쇼펜하우어의 첫 저서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담아내지 못한 글들을 추려 『소품과 부록』이란 제목으로 출간했던 책은 엄청난 호평과 대중적인 성공을 안겨 주었다고 쓰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현대의 독자들에게 완역본을 그대로 읽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현대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원서의 품격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 감각에 맞게 핵심 내용만을 뽑아내 칼럼 제목을 새로 달았다고 밝힌다.



이 책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 일력』은 전 세계 지성의 정신적 스승이라 할 만한 쇼펜하우어의 열풍이 국내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데 힘입어 늘 책상 위에 놓고 하루 한마디씩 되뇌이고 그의 철학과 사상에 접근하는 삶을 살도록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니체, 프로이트, 비트겐슈타인 등 현대 철학자뿐 아니라 톨스토이, 아인슈타인, 헤르만 헤세, 버나드 쇼 등 당대의 수많은 지식인들이 쇼펜하우어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손꼽았으며, 자신의 학문적 뿌리로 여겼다. 수많은 천재들이 쇼펜하우어를 가리켜 ‘그의 지성에 빚을 졌다’라고 고백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쇼펜하우어의 냉철한 시선과 날카로운 통찰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그의 어록이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세상을 향해 던지는 그의 냉소적이고 직관적인 메시지가 현대인들의 빠듯하고 숨찬 일상에 울림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망상과 욕망, 관계가 주는 피곤함에서 빠져나와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으라는 진심 어린 조언의 힘 때문에 수많은 독자들은 지금도 쇼펜하우어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의 글을 찾는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생생한 어록을 담은 만년 일력이다. 기존에 알려진 쇼펜하우어의 어록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일력은 그의 저작 전편에서 골고루 발췌했다는 점이다. 흔히 인용되는『인생론』, 『행복론』, 『잠언집』뿐 아니라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등 전체 작품에서 365개의 아포리즘을 가져왔고, 월별 주제에 따라 다채롭게 배열했다.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던 쇼펜하우어의 숨은 문장과 폐부를 찌르는 인생 조언들을 이번 일력에서 풍성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일력에 실린 모든 아포리즘은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를 통해 영어로 번역된 쇼펜하우어 작품에서 직접 발췌했으며, 한글 번역문과 영어 원문을 함께 실었다. 쇼펜하우어의 글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변형되고 왜곡되었음을 고려할 때,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 의해 엄정하게 번역된 영어 원서 문장에서 정확히 따왔다는 사실은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출판사 측은 강조한다.



쇼펜하우어는 라틴어, 고대 그리스어뿐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나아가 힌두어까지 통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는 동서양의 여러 고전을 두루 탐독하며 자신의 사유를 창조한 인물이라고 한다.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 일력』은 여기에 기반하여, 쇼펜하우어가 사랑하고 즐겨 인용한 원어 문장의 경우 라틴어, 그리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힌두어에 이르기까지 원어를 그대로 수록해 느낌을 살렸다고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또 QR코드를 함께 실어 독자들이 원어 발음을 직접 들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특히 일력의 새로운 달이 시작할 때마다 쇼펜하우어가 사랑했던 야곱 반 로이스달의 풍경화를 실었으며, 그가 칭송해 마지않던 17~18세기 네덜란드 정물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매 페이지를 꾸며 독자들의 눈을 사롭잡기도 한다. 당대의 그가 느꼈을 예술적 감흥을 지금의 독자 역시 고스란히 경험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출판사 측은 이 일력을 내 책상 위에 차려진 ‘쇼펜하우어 인생 상담소’라고 비유적으로표현한다. 매일 맞닥뜨리는 고민과 갈등에 대해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인 쇼펜하우어로부터 하루 한 문장의 조언을 얻는다는 것은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다짐을 주기 때문이란다. 이 일력을 일일 교사로 활용하기를 기대한다는 의미다. 세상과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관점, 맘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이해하는 법, 성공과 부를 향해 달려가는 지친 영혼을 달래는 법 등 쇼펜하우어 특유의 현실적이며 통렬한 카운슬링이 역설적 위로를 준다.

쇼펜하우어는 이 책에 담긴 많은 아포리즘을 통해 인생은 고통 그 자체지만 이 고통이 살아갈 힘을 준다고, 부와 명예는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남에게 보여주고 평가받기 위해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 덜 불행하고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라고 말한다.



먼저 매월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쇼펜하우어가 사랑했던 야곱 반 로이스달의 풍경화는 우선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림에 문외한이라도 거부감이 전혀 없는 풍경화라는 것에 선택된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이 책은 매월 가장 앞 페이지에 등장하는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림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은 그의 그림을 찾아 더 큰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매달 그림과 함께 적어놓은 제목과 독자들에 대한 위로와 용기를 더하는 문구가 들어 있다.

1월 〈인생 플랜(Plan of Life)〉 「계획대로 풀리지 않아도 다 괜찮아」, 2월 〈지혜로운 삶(Wisdom of Life)〉 「세상은 당신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법」, 3월 〈삶의 의미(Meaning of Life)〉 「산다는 건 원래 고단하고 비참한 것」, 4월 〈고통과 상처(Wound and Suffering)〉 「당신만 힘들고, 희생한다고 생각될 때」, 5월 〈인간관계(Human Relations)〉 「왜 사람이랑 부대끼는 게 이토록 힘든가?」, 6월 〈삶의 태도(Life’ Attitude)〉 「어떤 인생을 살기 위해 애써야 옳을까?」, 7월 〈마음 돌보기(Caring for the Mind)〉 「감정이 널을 뛰고 시시각각 흔들릴 때」, 8월 〈일과 휴식(Work and Relax)〉 「그대 영혼이 마르지 않도록 잘 다독이기를」, 9월 〈삶의 결실(Fruit of Life)〉 「어느 정도 부와 명예가 있어야 행복해지나?」, 10월 〈홀로서기(Stand Alone)〉 「고독이야말로 인간 삶의 궁극적 지향」, 11월 〈멋지게 살기(Fruitful Life)〉 「인간답고 지적이며 예술적으로 사는 길」, 12월 〈사랑과 평화(Love and Peace)〉 「온화한 사랑과 평온이 잔잔히 흐르는 삶」.

9월 10일 오늘 날짜를 펼쳐본다.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다, 무엇에 집중할지 선택하라." 설명이 뒤따른다. 쾌락, 명예, 부, 과학, 예술, 미덕··· 무엇이든 인생에서 확실히 추구하려면 진지하고 확실하게 밀어붙여라. 그것 외의 많은 걸 단념해야 비로소 성공이 따라온다. 영문 표기도 있다. In life in which some definite pursuite, whether it bepleasure, honour, wealth, science, art, or virtue, can only be followed with seriousness and success when all claims that are foreign to it are given up, when everything else is renounced.



“스스로 자긍심과 보람을 갖는 아름다운 삶을 가꾸라.”

관직, 돈, 혜택과 갈채에 현혹되지 마라. 호라티우스는 친구 마이케나스에게 편지를 썼다.

“넥 솜눔 플레비스 라우도, 사툴 알틸리움, 넥 오티아 디피티스 아라붐 리베리마 무토, 소박한 음식으로 배를 채워도 천박한 자의 처소를 부러워 않고, 아랍의 부 전부를 준다고 해도 내 안락과 자유와는 바꾸지 않으리!”

He will not be misled by expectations of office, money, the favor and applause of his fellowmen, into surrendering himself; he will follow the advice that Horace gives to Maecenas “Nec somnum plebis laudo, satur altilium, nec Otia divitiis Arabum liberrima muto."(12월 31일)


저자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상가. 유럽의 항구 도시인 단치히에서 상인이었던 아버지 하인리히 쇼펜하우어와 소설가인 어머니 요한나 쇼펜하우어의 장남으로 출생했다. 실존 철학은 물론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19세기 서양 철학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흔히 염세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인간 삶의 비극적 면면을 탐구한 사상가이며, 그의 철학은 근대 철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788년 단치히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793년 함부르크로 이주해 성장했고, 아버지의 바람에 따라 한동안 상인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1805년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학자가 되기 위해 김나지움에 입학했다. 1811년 베를린대학교에 들어가 리히텐슈타인, 피셔, 피히테 등 여러 학자의 강의를 들었고, 1813년 베를린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충분근거율의 네 가지 뿌리에 대하여」를 집필, 우여곡절 끝에 예나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819년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출간한 후 1820년부터 베를린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1839년 현상 논문 「인간 의지의 자유에 대하여」로 왕립 노르웨이 학회로부터 상을 받았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으며, 1860년 9월 21일 자주 가던 단골 식당에서 식사 중 폐렴으로 숨진 후 프랑크푸르트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주요 저서로는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충족이 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하여』『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등이 있다.


편역 : 에이미 리


30년간 편집자로 근무했다. 대형 출판사 편집 주간과 출판사 대표를 역임했다. 번역에 감각이 있어 틈틈이 영어 번역자로도 활동했다. 이번 쇼펜하우어 일력 집필을 위해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 올라와 있는 쇼펜하우어의 영어 작품을 모두 살펴보았고, 이를 계기로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을 통해 위로받고 용기를 얻는 독자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하는 마음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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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저자 공지영의 '연애 소설'이라는 점에 독자는 방점을 찍었다. 공지영은 독자의 빈약한 소설 독서임에도 '여성주의 소설' '여성주의 문학'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 공지영은 1988년 〈창작과 비평〉에 구치소 수감 중 집필한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등단이라 떠들썩했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소설가다. 이어 1989년 첫 장편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1993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다뤄 새로운 여성문학, 여성주의의 문을 열었다고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작가다.

이후 그는 독자가 다 읽기에는 무리일 정도로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데뷔 때의 여성주의 문학이라는 작품 발표 때마다 뒤를 따랐기에 그의 소설 쓰기는 사회 운동, 여성 운동의 일환으로 독자에게는 인식됐다. 실제 그의 작품은 이번 소설을 읽기 전에 확인한 바로는 1963년 서울 태생으로 연세대 영문학과 졸업했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하였고, 졸업 후에는 노동운동에 가담하다가 감옥에 수감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 이후로 저자 공지영은 자신이 겪어온 사회 체험을 소재로 소설적 작업에 집중하면서 그 체험의 일부를 독자들과 나누는 과정에서 일종의 연대감을 형성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는 1990년대 문학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3), 『고등어』(1994), 『착한 여자』(1997), 『봉순이 언니』(1998) 등을 보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주로 20~30대의 젊은이다. 이들은 결코 자신들에게 호의적이라고 할 수 없는 사회적 조건을 감당하고 돌파하려는 용기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인물을 통해 작가는 사회적 불평등을 폭로하기도 하고, 남녀의 성차별을 문제 삼는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시대적 아픔들을 형상화함으로써, 부조리한 상황을 비판하고 이를 개혁하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특히 여성 삶의 문제가 작품 중심에 놓여 계급운동의 시각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인간다운 삶의 의미에 대해 천착하는 작품들을 주로 발표했다. 

한동안 침묵하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 쓴 작품 중 『도가니』는 청각장애인 학생들을 교장과 교직원들이 지속적으로 성폭행했지만 솜방망이 처벌로 판결이 완료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소재로 그 부당성을 고발함으로써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소설뿐만 아니라 산문집도 출간한 바 있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는 독자가 유일하게 읽은 그의 산문집이다. 이 산문집에서 저자의 이야기는 경북의 왜관 수도원에서 시작되어 미국의 뉴튼 세인트 폴 수도원으로 이어졌다. 이 산문집도 작가의 발길을 이끈 것은 우연인 듯 운명처럼 찾아온 사건이었다고 한다.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를 쓰기 위해 왜관 수도원을 찾아갔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한국전쟁 당시 1만4,000여 명의 피난민을 구조한 미국인 선장 레너드 라루의 이야기에서 작품의 모티프를 얻었다. 그리고 그의 흔적을 더듬는 과정에서 뉴튼 세인트 폴 수도원에 이르게 됐다. 그곳에서 레너드 라루 선장이 마리너스 수사로서 여생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는 숨을 거두기 전 한국의 왜관 수도원에 뉴튼 세인트 폴 수도원의 인수를 요청했다. 60여년 전 그가 이룬 기적이 저자로 하여금 『높고 푸른 사다리』를 낳게 했고, 저자는 이끌리듯 다시 수도원  안으로 들어섰다.

길은 그곳에서 끝나지 않았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으로 걸음을 옮기며 수도원을 찾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작가가 수행과도 같은 떠남을 계속한 이유, 그리고 그 이야기를 『수도원 2』에서 들려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가 뉴튼 세인트 폴 수도원에서 만난 'K'의 한 마디가 그 이유를 짐작하게 해준다. 신앙생활을 계속하면서도 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질 수 없었던 K에게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다. 하느님을 만나고 그 분의 뜨거운 사랑을 깨닫게 되었던 순간들을 듣고 깊은 위로를 받은 K는 작가에게 묻는다. “공 작가님, 왜 이런 이야기를 책에 쓰지 않으세요?”라고.    

사실 2001년 출간된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을 통해 저자는 신과 재회한 경험을 들려준 바 있다. 삶의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생각했을 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잊고 있었던 이름’을 부르짖었고 그분은 “나 여기 있다. 얘야, 난 단 한 번도 너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는 다독임으로 응답하셨다. 그렇게 저자는 먼 길을 돌아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왔다.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신의 존재와 사랑에 대한 의심은 길 위의 돌부리가 되어 발목을 붙잡았다. 그때마다 신은 저자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말을 건넸다. 운명처럼 다가온 그 순간들을 작가는 『수도원 2』에 기록해 놓았다.



이처럼 부조리한 사회와 어린이, 여성 등 약자 계층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듯 글을 쓰던 저자가 왜 신(神)에게 귀의하듯 수도원에 천착했을까? 『수도원 2』에서 그의 시선이 예전과 다름없음을 한 인터뷰 기사를 통해 확인하게 해준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집필을 시작했거든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모두에게 ‘나처럼 힘든 사람도 희망을 갖고 살아왔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우리가 절대자의 따뜻한 시선을 믿고 꽉 붙들고 있다면 세파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거든요. 내적인 준비가 되어있는 거죠.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는 몸을 따뜻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겨울이 오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시기를 잘 넘기도록 준비할 수는 있잖아요.”라는 답변이다. 그는 신에 귀의한 게 아니라 자신의 문학을 되짚어 올라가다, 또 향후 소설의 지향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신이 거기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했던 것으로 독자는 추정해본다. 

『~수도원 2』에서 저자는 우리의 아이들을 곁에서 떠나보내야 했던 슬픈 시간들을 견디면서 ‘소피아 언니’를 떠올렸다고 했다. 순례에 함께 참가하며 저자와 인연을 맺게 된 소피아는 두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고통을 맞았다. 그러나 비틀거리는 자신을 붙들어주시는 소피아에게 기대어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고 밝힌다. 저자가 “세월호 엄마들을 위해”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유다. 작가는 자신의 딸에게 전하는 말을 빌려 위로를 건넨다.

“위녕, 엄마가 생각해 봤는데, 할머니가 엄마 낳을 때 엄청 난산이셨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죽을 뻔하셨대. 그런데 거꾸로 말이야, 아기였던 엄마도 얼마나 힘들었겠니. 편안한 자궁을 나와 좁은 산도 안에서 몇 시간을 고통스러웠을 거 아니야. 그렇게 오래 고통을 겪고 태어나면 사람들이 기뻐하잖아. 난산의 시간을 생각하며 울지는 않잖아. 만일 하늘나라도 그렇게 가는 거라면 순산이 있고 난산이 있겠지. 그 친구들 난산 끝에 하늘나라에 태어났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냥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야.”(『~수도원 2』 p. 178)



이처럼 부조리와 사회적 폭력, 여성 인권 등에 천착하던 저자가 이번에 낸 소설은 전혀 장르가 다르다. 이 책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연애 소설이다. 그것도 일본 남자와 한국 여자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다. 이 점이 저자의 지난 소설과 차이가 있어 독자의 시선을 끌었다. 이 책은 한국과 일본에서 각자의 소설가들이 표제어에 맞는 작품을 쓰기로 한 것이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원작소설'의 한 작품이다. 이 시리즈에 우리의 공지영과 일본의 츠지 히토나리가 각각 작품을 쓰고 두 권을 토대로 영화(드라마)로 만드는 기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정대로 두 작품을 6부작 12회분 드라마로 만들었고 이미 촬영을 끝내고 오는 9월 27일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이세영, 사카구치 켄타로, 홍종현, 나카무라 안 등 한일 양국의 배우들이 모두 참여했다. 이 드라마의 줄거리는 일본 유학 중이던 ‘홍(이세영)’이 ‘준고(사카구치 켄타로)’를 만나 애절한 사랑과 이별을 겪은 후 5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재회하면서 펼쳐지는 ‘운명적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출판사 소담의 소개글에 따르면 각자의 길을 가던 두 인생이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듯 한 점으로 겹쳐지는 순간을 우리는 기적이라 일컫는다. 벚꽃 잎이 흩날리던 공원 호숫가 옆에서 한국과 일본, 가깝지만 먼 나라의 두 남녀의 실이 겹쳐졌다. 서로에게서 본인이 지닌 외로움을 엿본 두 사람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져들었으나 결국 쌓인 오해로 인해 헤어지고 만다. 헤어진 이후로는 결코 겹쳐질 일이 없을 것 같던 두 실은 7년 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시 겹쳐졌다.

그 사랑을 잊지 못할 것을 알기에 그를 사랑했던 나 자신을 잊기 위해 홍은 칠 년이라는 시간 동안 발버둥 쳤다. 오직 그녀와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준고는 그들의 상황과 당시의 감정, 갈등을 담은 소설을 썼다. 그렇게 칠 년 후, 그를 사랑했던 자신을 잊지 못한 홍과, 소설을 완성해 한국에 온 준고는 김포공항에서 출판사 직원과 작가로 우연히 재회한다. 헤어진 지 칠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들은 서로를 잊지 못했다. 칠 년이라는 시간은 두 사람에게 다르게 흘러갔으나 두 실이 한 점으로 겹친 순간부터, 두 사람의 인생은 한 곳을 향해 함께 흘러가기 시작한다. 사랑했던 사람으로 남을지,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을지는 그들의 결정에 달려 있다. 사랑 후에 오는 것은 무엇일까. 봄에 만나 여름과 같이 뜨겁게 사랑했고, 가을처럼 시들어 헤어진 이후 기나긴 겨울이 찾아들었다. 사랑 후에 오는 것이 겨울이라 해도, 결국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온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찾아올 새봄을 맞이할 두 남녀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남녀 주인공은 최홍과 윤오가 각각 맡았다. 한국 여자와 일본 남자이다. 최홍(베니, 배우: 이세영)은 5년 전,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무작정 일본으로 떠났던 첫날, 준고와 마주쳤다. 처음 본 순간부터 끌렸던 준고와의 계속되는 우연은 홍을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지게 했다. 하지만 사랑이 커져가는 만큼 쌓이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던 홍은 결국 이별을 고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완전히 잊고 살았다고 생각한 어느 날, 우연히 준고를 다시 마주하게 되고 그 순간 홍은 직감한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로 "준고를 만날 줄 알았더라면, 가지 않았을텐데"란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아오키 준고(윤오, ?木潤吾,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 역시 5년 전, 우연히 마주친 낯선 한국 여자는 준고를 운명 같은 사랑으로 이끌었다. 거듭되는 홍과의 인연은 준고의 평범했던 일상을 변하게 했고 홍이라면 어디든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운명 같은 사랑 앞에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현실에 치여 정신없이 바쁜 준고에게 홍은 지쳐갔고, 결국 그녀는 떠났다. 그리고 5년 후 한국을 찾은 그날,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기적처럼. 같은 의미로 "그 때 무슨 말이라도 했다면, 너를 잃지 않았을까"라는 명대사를 남긴다.

김민준(배우: 홍종현)은 어릴 적부터 한결같이 홍의 옆을 든든하고 묵묵하게 지켰지만, 차마 멀어질까 두려워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일본으로 떠났던 홍이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수척해진 그녀를 보며 고백을 결심했고 그토록 바랬던 홍의 옆에서 보낸 시간은 뜨겁지는 않았지만 잔잔하게 흘러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홍이 어딘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그가 나타나면서부터. 그는 "약속할게, 절대 외롭게 하지 않겠다고."라고 약속한다. 고바야시 칸나(배우 : 나카무라 안)은 대학시절 준고와는 잠깐 사귀다 먼저 이별을 고했다. 이후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긴 것을 알았고, 처음에는 큰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자신과 헤어질 때는 덤덤했던 준고가 막상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자 왠지 모를 질투가 나기 시작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준고를 아직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랑이 의지대로 안된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어"라는 후회를 보인다.

 

나는 내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온 우주의 풍요로움이 나를 도와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 문제는 사랑이 사랑 자신을 배반하는 일 같은 것을 상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랑에도 유효 기간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사랑의 속성이었다. 우리는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믿게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랑이 가지고 있는 속임수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사랑의 빛이 내 마음속에서 밝아질수록 외로움이라는 그림자가 그만큼 짙게 드리워진다는 건 세상천지가 다 아는 일이었지만, 나만은 다를 거라고, 우리의 사랑만은 다를 거라고 믿었다.(p.126)



저자 공지영은 책의 뒷 부분 「살아 있음의 징표인 사랑이 만든 아름다운 다리」란 제목의 〈지은이 후기〉를 통해 "한일 간의 관계를 남녀의 사랑이라는 코드로 풀어 가고 싶다다는 츠지 히토나리 씨의 제안은 매력적이었고 진지했지만 그런 마음 때문에 머뭇거린 것도 사실이었다"고 털어 놓는다. 2024년 한일 관계는 예전보다 더 좋아진 것도 없이 우리 정부의 대폭적인 양보(?)로 '강제'란 말도 없이 군함도에 이어 사도광산도 일본의 의도대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될 예정이다. 위안부뿐만 아니라 강제 징용의 문제도 일본의 의도와 주장대로 흘러가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이 책을 쓸 당시에는 훨씬 전이니 저자는 지금의 상황을 보고 어떤 생각을 가질지 사뭇 걱정되기도 한다. 〈지은이 후기〉에서 츠지 히토나리 씨의 제안으로 합의된 것에 대해 개인적인 이유로 마뜩찮은 심사를 이미 담고 있었다. "하필이면 이대, 이 나이에, 하는 생각이 실은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p.260) (중략) 희망처럼 조금은 귀찮고 구차하기까지 하나 사람이라면 놓을 수 없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싹 같은 것······. 나는 신선하게도 그 싹을 홍이에게 쏟아부을 수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가 사람이라는 이야기고 살아 있다는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살아 있기에 상처 입고 살아 있기에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것도 말이죠."(p.261~262)

한일 관계가 이처럼 흘러가자 이젠 저자 공지영이 소설 속에서 홍이의 입을 통해 말했던 가시 돋친 말을 다시 한번 더듬어 본다. "꼭 그렇게 말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런데 내 입은 마치 그와 헤어지던 그날처럼 가시 돋친 말들을 내뱉고 있었다. 

"너의 일본 사람들은······ 다 그러니?"

  

저자 : 공지영(孔枝泳)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8년《창작과 비평》에 구치소 수감 중 집필한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1989년 첫 장편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1993년에는『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다뤄 새로운 여성문학, 여성주의의 문을 열었다. 1994년에는『고등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잇달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명실공히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한민국 대표 작가가 되었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봉순이 언니』 『착한 여자 1,2』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즐거운 나의 집』 『도가니』 『높고 푸른 사다리』 『해리 1,2』 『먼 바다』 등이 있고,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별들의 들판』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1,2』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딸에게 주는 레시피』 『시인의 밥상』 『그럼에도 불구하고』등이 있다.

2001년 21세기문학상, 2002년 한국소설문학상, 2004년 오영수문학상, 2007년 한국가톨릭문학상(장편소설 부문), 2006년에는 엠네스티 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단편「맨발로 글목을 돌다」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2018년『해리 1,2』가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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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지 않기 연습 - ‘자신의 속도’를 확실히 지키기 위한 50가지 힌트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이진아 옮김 / 꿈의지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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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인데 이 책에서 해결책의 단초를 찾았다. “타인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고, 가능하면 원만하게 지내고 싶다.”는 내 바람은 이뤄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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