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인문학 필독서 50 필독서 시리즈 24
여르미 지음 / 센시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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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밀레니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처음 지적되기 시작했다. 이 말이 처음 나돌 때만 하더라도 이 말이 뜻하는 바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일제강점기부터 시달려온 '가난'이란 단어는 일제의 수탈으로 더욱 심화되었다. 한국전쟁(6·25 전쟁)을 거치면서 라는 가난은 마치 숙명처럼 받아들여졌다. 간신히 미국이 보내준 원조물자에 의해 입에 풀칠할 정도였다. 식량으로는 밀가루였다. 밀가루에 의지해 수제비를 쑤어 먹었고, 이후 일본을 통해 들어온 '라면'이 대용식이 되었다. 그나마 라면은 60년대 들어 제조법을 들여와 우리 기업이 만들어 판매해서 국가 살림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난은 먹을 것이 해소된다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라는 정책이 수립되면서 60년대 처음으로 경제 발전을 나라가 주도한다. 아무것도 없는 전쟁의 폐허 위에 시작해 경제 부흥을 이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우리 민족의 근면성에 크게 기대를 걸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으로 기업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온 국민이 힘을 합칠 것을 호소했다. 다행히 가난에 지친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돈 되는 일에 뛰어들었다. 부작용도 많았지만 경제 발전은 서서히 이루어졌다.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변모돼 갔다. 부작용이 없을 리 없다. 그러나 강력한 정부 정책은 민주화와 노동 환경 개선은 후순위로 밀렸다. 

박정희 정부는 경제 부흥을 위한 '잘 살기 운동'에 국민이 한뜻으로 매진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민주화 요구와 환경 보존, 노동자 권익 옹호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많은 인재들이 민주화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감옥가고 일부는 극형을 받기도 했다. 소득 재분배나 환경 보호는 아예 신경 쓰지도 않은 문제였다. 환경부와 노동부는 아예 정부 조직에서 빠졌다. 대신 차관급의 환경청, 노동청으로 대신했다. 이렇게 국민들은 기업주와 노동자,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국제 사회 일각에서 주장하는 환경론은 개발론에 밀려 발붙이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산업화는 예상 외로 호재까지 겹쳐 순조롭게 진행됐다. 마침내 세기말에 들어 해외여행 자유화와 민주 정부도 들어섰다. 경제 수준도 엄청나게 달라졌다. 80년대 마이카 시대를 거쳐 90년대 해외여행 자유화는 마치 선진국에 들어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나친 잔치였을까? 외화 낭비가 심해졌다. 무역하고 대금 결제해야 할 외환보유고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수십 년 동안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경제 발전의 허상이 드러난 듯했다. 학교에서 배웠던 IMF라는 생소한 자금 지원은 가혹한 자본주의 논리의 경제 수탈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고스란히 몫은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다행히 다시 한 번 허리때를 졸라매면 극복할 수 있다는 민주 정부 지도자의 말을 믿고 너도나도 팔을 걷어붙였다. 이른바 '금 모으기 운동'도 자발적으로 시작됐다. 마치 일제 강점기 때 '국채보상운동' 같은 캠페인이 벌어진 것이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불과 3년도 안 돼 IMF도 '졸업'했다. 이미 유치 확정된 월드컵은 국민의 힘을 한데 모으는 또 다른 기회가 되기도 했다. 월드컵 4강 신화로 얻은 것은 '자신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때쯤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본다. 일부 뜻있는 학자들의 주장이었지만 쉽게 받아들여졌다.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워낙 가난해 배고픔을 벗어나야 했고, 식량난 해소와 함께 주거난도 해결 문제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자녀 교육은 다른 모든 걸 희생해서라도 꼭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의식은 옳았다. 부모 세대들은 사회에서 박사보다 기술자를 원했고 대학 졸업자보다 기능공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이때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은 대부분 이과생이다. '대부분'이란 말이 다소 과장됐다고 볼 수 있지만 정부 정책으로 사회에서 당장 도움이 될 공대와 이과 과목 이수자들이 절실했기에 모집 정원부터가 터무니없이 차이 났다. 때문에 힘들었던 과정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정책이지만 인문학 문제가 불거지자 '터질 게 터진다'는 느낌으로 다소 덜 당황했던 듯 싶다.

이 책 『마흔에 읽는 인문학 필독서 50』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하나의 돌파구를 뚫는 역할을 대신한다는 의지로 집필됐다. 책의 저자 여르미가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집필했다는 집필 취지를 밝힘에 따라 이 책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

저자 여르미는 〈프롤로그〉를 통해 "모든 사람이 꼭 인문학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는 전제를 달지만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에 대한 나름의 이유로 답변하고 있다. 저자는 삶의 어느 시기, 힘든 때가 오면 반드시 인문학 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모두가 비슷한 방향을 향해 달리던 20대, 무엇이든 해내고 싶은 의욕과 용기가 넘치던 30대를 지나 마흔을 맞이할 무렵이 바로 인문학을 읽을 때라는 주장이다. 40대가 되면 오늘은 어제와 똑같이 반복되고, 내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불쑥 찾아오고, 번아웃을 호소하기도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저자는 보건복지부의 조사를 인용하며 "공황장애와 조울증 진료를 받은 환자 중에 40대의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을 설명한다. 이 책의 표제어에 '마흔'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이유이다.

저자는 자칭 ‘뼛속까지 이과 머리’라는 16년 차 치과의사로 3년째 네이버 도서 인플루언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블로그 ‘여르미 도서관’의 운영자다. 치대 공부를 모두 마치고서 한창 마음이 분주하던 무렵 ‘이게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삶인가? 대체 왜 나는 불행한 걸까?’ 하는 의문에 휩싸였다. 사회가 시키는 대로 뚜벅뚜벅 잘 따라왔으나 어느 순간 삶의 방향성을 잃은 것 같고 삶의 의미를 찾고자 방황하던 그때, 자신보다 먼저 고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해답을 훔쳐 보고 싶어 저자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비로소 모든 책이 인문학으로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밝힌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인문학의 미덕은 무엇보다 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저자는 “세상에 당연한 길, 당연한 삶, 당연한 현실은 없다”며 “지금 이 자리에서 더 나은 삶을 선택하고 열어젖힐 수 있도록 인문학은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인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행복해질 자유를 얻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내가 정말 제대로 걸어가고 있는지’ 되묻고 싶고, ‘이 삶의 끝에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 인문학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저자는 권한다. 이 책에 언급한 50권의 필독서는 저자가 임의로 선정한 책이다. 그러나 쉬운 책과 어려운 책, 오래 전 고전부터 최근 베스트셀러까지, 어렵고 두껍다고 소문이 나서 아무도 함부로 도전하지 않는 책도 일부러 제시했다고 말한다. 막상 읽어보면 어렵지 않고, 읽을 만하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이 책에는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부터 알랭 드 보통의 『불안』까지 인생이 던진 막막한 숙제 앞에 해답을 찾고 싶은 이들을 위해 엄선한 인문학 책 50권이 실렸다. 물론 '함께 읽으면 좋은 책'까지 합치면 200여 권에 달한다. 필독서 50권은 7개 장(章)으로 나뉘어 있다. 1장 「인생의 전환점에서 나를 발견하는 책 읽기」, 2장 「무력감을 느낄 때 책에서 발견하는 삶의 의미」, 3장 「지금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4장 「역사와 종교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기」, 5장 「냉혹한 현실을 마주할 때 힘이 되는 책 읽기」, 6장 「불안하고 흔들릴 때 마음을 다독여주는 책 읽기」, 7장 「나와 타인의 심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등이다. 

저자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나를 발견하고 진정한 행복의 길을 다시 찾고 싶을 때 도움이 되는 책으로 『행복의 정복』, 『자기 결정』, 『에밀』, 『몰입의 즐거움』 등을 권한다. 고된 일상에 지쳐 마음이 흔들릴 때는 인문학 고전 『명상록』, 『도덕경』, 『논어』, 『다산 산문선』 등에서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마음을 다독여주는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지금 무력감에 빠져 있다면 『두 번째 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가야할 길』, 『자기 신뢰』 등의 책을 읽기를 권유한다. 이 책들은 현대인의 고질병인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성찰하게 만든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꼭 나의 내부에만 있지 않다. 우리를 둘러싼 사회 구조를 파악함으로써 불안의 원인을 이해하게 해주는 책들을 슬며시 제시한다. 『피로사회』, 『소유냐 존재냐』, 『평균의 종말』. 『액체 현대』 등은 현대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직시함으로써 나의 문제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한다. 이와 더불어 『총 균 쇠』, 『사피엔스』, 『축의 시대』, 『제국의 시대』 등 역사와 종교에 대한 통찰을 돕는 책들은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지 문명과 역사의 긴 흐름 안에서 겸손하게 우리 자신을 고찰할 수 있게 한다. 냉혹하고 폭력적이며 때로 혐오가 만연한 현실에 염증을 느낄 때, 그럼에도 인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을 이유를 일러 주는 책들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책으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타인에 대한 연민』, 『바른 마음』 등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인간 본성의 법칙』, 『사람을 얻는 지혜』, 『군주론』, 『생각의 지도』,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등은 나 자신과 타인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갈 지혜를 전해 준다.

나이 마흔이면 열심히 일하던 시기를 갓 넘긴 사회의 중추 세력이고, 집안에서는 확실한 가정의 책임자로 있을 나이다. 공자는 '불혹'의 나이라고 했고, 링컨은 '자기 얼굴에 책임 질 나이'라고 했다. '100세 시대'라고 해서 아직 인생의 전반전이 계속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전환기'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 구조가 100세 시대에 맞는 시스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반이든 후반이든 가리는 기준이 나이에 따라서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삶의 전체를 놓고 볼 때는 전환기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독자는 판단하고 있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마흔'은 행복한 삶을 위해 나를 다시 발견하고,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냉혹한 현실 앞에 마주할 힘을 얻고, 타인과 더불어 성장하고자 할 때다. 

마흔을 앞두고 막연하게 불안하거나 혹은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것도 돈 벌고, 가정을 책임지는 한 사람으로서의 역할에 중점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보다 넓은 의미의 삶에서의 현재 위치,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대한 대비, 그리고 노년기 삶의 계획 등을 깊게 고민할 나이라는 생각에서다. 마흔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실용적인 삶의 기술이 아닌 삶의 의미를 찾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전환점에 선 이 시대 대한민국 40살은 이미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충분히 알고 있다. 이제 ‘왜’ 살아야 하는지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때라는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독자도 공감하고 동의한다. 저자는 인문학 책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진 않지만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삶의 의미와 함께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학문이 인문학이고, 여기에 적힌 50권의 책은 그 기준이 되는 책으로 충분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하고 있다. 독자들이 완전히 소화하지 못하더라도 필독서 50권은 삶의 방향을 옳은 방향으로 가는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들에게 미리 제공되는 자료로 활용할 것을 권한다. 이 책의 구성을 보면 이해된다. 이를 테면 1장의 두 번째 책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에 대해 시스템적 접근을 한다. 우선 저자 러셀에 대해 키워드를 제공한다. #행복의조건 #노벨문학상 #수학자 #철학자 등이다. 저자 안내를 통해 20세기 대표 지성인 러셀은 분석철학자의 기초를 세운 철학자이자 195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라고 적고 있다. 다음은 '이 책을 선정한 이유'를 간단하게 기술했다. 20세기를 빛낸 사상가는 많지만 철학과 수학뿐만 아니라 과학·역사·요육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상가는 드물다고 쓴다. 이 책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쓰인 에세이라는 사실도 미리 알려준다.

『행복의 정복』의 표제어에서 내포하고 있듯 행복이 저절로 굴러들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의문문으로 저자는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당긴다. 표제어에 들어간 '정복'이란 단어에 강제적으로 행복을 쟁취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책의 내용에 대해 전체 아웃라인을 제시한다. "『행복의 정복』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앞 부분은 '행복이 당신 곁을 떠난 이유', 그러니까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한다. 뒷 부분은 '행복으로 가는 길'로,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다룬다. 이 책이 100년 전에 쓰였지만 삶의 조건이 달라졌음에도 행복의 조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는 저자의 소감이 이어진다. 이 책이 고전이 된 이유와 행복의 조건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의 설명은 중간 중간에 인용문을 함께 적어 독자들이 단숨에 내리 읽도록 도움을 준다. 

"버트런드 러셀은 철학자답게 다양한 분석을 통해 행복의 조건을 제시한다. 그는 '취미', '다양한 관심', '관계', '열정', '중용', '사랑', '일' 등을 통해 외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 보았다. (중략) 『행복의 정복』에서 러셀이 말하는 근원적인 행복은 인간과 사물에 대한 따뜻한 관심에서 온다. 이는 사랑의 일종이다. 행복을 가져오는 사랑은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기 좋아하고, 개개인의 특성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라이다. 만나는 사라들을 지배하려거나 이들에게 열광적인 찬사를 받아내려고 하는 대신 그들의 관심과 기쁨의 폭을 넓혀주려고 하는 사랑이다. 이들은 칭찬 받길 원하기보다 칭찬하길 원한다. 이들은 먼저 관심을 건네고 그 결과 타인의 친절을 되받는다. 그리고 결국 행복해진다."(p.27~28)

저자는 마지막으로 러셀의 말처럼 행복은 사실 쉽지 않다고 공감을 표시한다. 헬스장에서 땀 흘리며 근육을 키워나가는 것처럼 행복 또한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고 독자들에게 조언한다. 특히 단기간에 소비하고 마는 행복이 아닌 꾸준한 행복을 원한다면 『행복의 정복』을 읽기를 추천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는 대린 맥마흔의 『행복의 역사』(살림출판사, 2008)과, 서은국의 『행복의 기원』(21세기북스, 2014), 조너선 하이트의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부키, 2022)를 추천했다.


저자 : 여르미


바닷가 옆 시골 마을에서 매일 읽고 쓰며 살아가는 책 탐닉자, 책벌레, 그리고 치과의사. 네이버에서 누적 조회수 600만, 3년째 도서 인플루언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여르미 도서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추천한 책이 좋았다는 말을 들을 때 행복과 보람을 느낀다. 책으로 사람은 변할 수 있다고 믿으며 결국 책이 삶을 구원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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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기 도감 - 웹툰, 웹소설, 게임 시나리오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풍성하게 하는 무기 350가지 창작자의 작업실 2
환상무구연구회 지음, 구수영 옮김 / 제이펍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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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세계 무기 도감』은 부제 

「웹툰·웹소설·게임 시나리오의 캐럭터와 스토리를 풍성하게 하는 무기 350가지」에서 나타나듯 

작품을 쓸 때 현실감을 생생하게 살릴 수 있는 무기를 총 망라하고 있다. 

물론 실제 전투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전투에 대비하거나 위엄을 보이기 위해 과장된 무기도 있지만 

대체로 실제 전쟁에 사용된 무기들이 대부분이다. 무기 중에서도 총포가 등장하기

이전까지의 무기인 

칼과 창, 특수한 상황에서 사용된 무기들이다.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무기들이다. 

흔히 말하는 근거리에서 적을 살상하는 무기가 주를 이루며, 먼거리 적에게 사용하는 활도 함께 수록했다. 한 번도 직접 전쟁을 겪지 않은 사람들은 잘 알 수 없는 용도의 특수무기도 있다. 

대체적으로 현대 전쟁이라는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사용됐다.

석기 시대 이후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인 

근대 이전에 실제 전쟁에서 사용됐고 이후에는 장식용이나 신분 표출형 등으로 사용된 화려한 무기도 있다. 

이 책의 용도는 게임이나 소설 등 전쟁 장면에서 사용될 칼과 창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저자 황상무구연구회는 『세계 무기 도감』을 출판하는 분명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매력적인 무기는 캐릭터에 강력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 책은 유럽의 바이킹 소드, 중동의 샴쉬르, 

일본의 우치가타나, 중국의 언월도 등 전 세계에서 실제로 사용된 350가지

무기들의 기원과 사용 방식, 

그리고 시대와 문화적 배경을 꼼꼼히 분석하여, 

무기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공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창작하는 사람들의 캐릭터에 현실성과 매력을 

더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독자들이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창작자들에게 캐릭터에 

알맞은 무기를 선택해서 한층 더 생생하게 현실감을 높이도록 돕는 취지다. 

이 도감을 잘 읽고 익히면 무기에 대한 지식은 물론 영감도 줄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책은 근대 이전 시대까지 사용하던 무기(화약류 제외)를

여섯 가지 종류로 나누었다. 

① 도검 ② 단검 ③ 장병기 ④ 타격 무기 ⑤ 원거리 무기 ⑥ 특수 무기 등이다. 

책은 종류에 따라 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서문〉을 대신해 '이 책을 보는 방법'을 그림과 함께 실었다. 이에 따르면 

① 무기 일러스트를 살펴보고 내 캐릭터에 맞는 매력적인 무기를 찾는다. 

② 디테일한 무기 정보를 꼼꼼히 읽는다. ③ 어려운 무기 용어는 도해(그림)를 참고한다. 

책에 실린 도검류는 108가지, 단검류 60가지, 장병기류 59가지, 

타격 무기류 58가지, 51가지, 특수 무기류 33가지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각 무기의 기원과 사용 방식을 설명함으로써 

단순한 무기 도감을 넘어, 무기들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시했다. 더불어 각 무기의 탄생 배경부터 

실제 전장에서의 활용 방식까지 다루어, 

그림과 함께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은 마치 직접 무기를 쥔 듯 

깊이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각 무기가 탄생한 시대의 

기술과 문화적 배경을 통해 그 의미와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무기의 기본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의례용, 장식용 등 

문화적 역할을 통해 그 시대의 상징물로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탐구하는 데 적합함을 강조한다. 이 밖에도 풍부한 일러스트를 통해 

각 무기의 디테일을 정교하게 묘사했다. 텍스트와 함께 무기를 

더욱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소설이나 게임 창작자들은 

이 책 『세계 무기 도감』을 통해 무기의 형태와 구조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기류의 차례만 알려줄 뿐 350개의 무기의 목차를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짧고 간단하지만 상세하게 그림과 함께 실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쭈욱 훑어보면 

시대에 따라 전투에 사용된 도검류(칼)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고, 모양에 따라 

어떤 장소,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면 효과적일지 쉽게 판단이 가능하다. 

이를 테면 첫 번째 칼은 「바이킹 소드」가 나온다. 이 칼은 중세 시대 북유럽의 전사들이 

즐겨 사용하던 무기다. 

한 손으로 잡기 쉽도록 칼자루가 짧게 만들어졌다. 제강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도신을 넓고 두껍게 만들어 강도를 높였다. 칼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도신에 큰 홈을 만들었다. 강도를 높이고자 고탄소강, 저탄소강을 두들겨 단조, 결합하여 하나의 검으로 만들었다. 검의 표면에는 비늘 문양이 나타나 

이로 인해 독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단순한 무기 이상의 신비한 힘을 

가진 것으로 여겨졌다. '검에 의지가 깃들어 있다', '검이 적의 피를 빨아들이면 위력이 강해진다' 

등의 다양한 미신이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설명 위에는 별도의 칸을 마련 길이: 60~80cm, 중량: 1.2~1.5kg, 시대: 5~12세기, 지역: 유럽이라고 눈에 쉽게 띄도록 적었다.

이어 두 번째 칼도 한 면에 실었다. 많은 칼을 수록하려다 보니 지면을 

아끼는 차원이기도 하지만 지금 만들어 사용할 무기들이 아니기에 칼의 용도와 제작 과정, 사용 연대, 사용 지역 등만 간단하게 부각시킴으로써 한눈에 파악하기 좋게 실었다. 그림과 함께 있어 

간결하게 쓴 것이 오히려 기억하기에는 효과도 더 클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두 번째 칼은 「우치가타나」로서 일본에서 사용되던 검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 검은 '무로마치 시대' 이후에 보급된 무기다. 현대 일본도는 이 우치가타나를 가리킨다. 

전투 양상이 보병전으로 변화하자 크고 무거운 「다치」(p.18)보다 다루기 쉬운 우치가타나가 

더 많이 사용되었다. 휴대성을 높이고 쉽게 뽑을 수 있도록 칼날을 

위쪽으로 향하게 하고, 칼집을 허리끈에 끼워 휴대했다. 다치와 도신 구조에 큰 차이가 없어 

다치의 도신을 잘라 우치가타나로 변형한 것도 있다. 초기에는 다치와 마찬가지로 도신이 

휘어져 있었지만, 죽도로 검술 수련을 하는 시대가 되면서 휘지 않은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칼의 모양으로 보아 일제 강점기에 일본 경찰(순사)들이 찬 검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올림픽 때 펜싱 경기에서 많이 들었던 「에페」(23번)와 「플레뢰」(91번)도 나온다. 

23번째 에페의 경우 프랑스에서 발달한 찌르기용 검이라고 설명한다. 

에페는 프랑스어로 '검'을 뜻한다. 그릇 모양의 날밑과 손등을 보호하기 위해 

칼자루에 달린 너클 가드가 특징이다. 동시대 검인 「레이피어」(p.24)와 

마찬가지로 전장보다는 귀족들의 결투에서 사용되었다. 펜싱 세부 종목에는 이를 이용한 

에페가 있다. 펜싱에서의 에페는 공격과 수비의 순서가 없어 

자유로운 공격과 방어가 허용된, 결투에 가까운 형식이다. 

길이: 100~110cm, 중량: 0.5 `0.8kg, 시대: 17세기~현재, 서유럽이 사용지역으로 나와 있다. 

이에 비해 91번째 등장하는 플뢰레는 1630년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유럽의 대표적인 검이다. 가늘고 날렵한 양날검으로 상대를 찌르기에 용이했다. 

날밑은 그릇 모양인 것이 많다. 당시 귀족들이 교양 수업의 일환으로 

검술을 많이 연습했는데 플뢰레 끝이 뽀족해 부상이 많았다. 

그래서 1750년대부터 칼끝을 둥글게 만든 플뢰레를 사용한 연습이 유행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현대 펜싱의 기초가 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길이는 에페와 비슷한 100~110cm, 중량: 0.3~0.5kg, 시대: 17세기~현대로 적혀 있다.

창, 칼, 활 등은 기본형에 시대나 지역에 따라 약간의 변형이 있을 뿐 큰 변화는 없다. 

활의 가장 큰 변형은 석궁 형상의 무기가 눈에 띄지만 이미 영화나 

드라마에서 모습을 이미 보았던 것이라 큰 관심을 끌기는 어려울 듯하다. 

형태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특수 무기다. 모양이 신기하고 이색적이어서다. 

어떻게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지 알쏭달쏭하다. 농기구처럼도 보인다. 「뎃코카기」다. 

이 뎃코카기는 일본의 닌자나 무술가 등이 사용하던 무기다. 

고리 모양의 철제 손잡이에 갈고리가 4개 달려 있으며, 갈고리를 손등 쪽에 붙이는 것과 

안쪽 방향에 붙여 손가락 사이에 끼워 사용하는 2종류가 있다. 뎃코카기에 의한 상처는 

여러 군데에 평행하게 생겨 치료하기 어려웠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나무나 돌담을 오르는 도구로도 사용되었다.(p.274~275) 

길이: 20~30cm, 중량: 0.2kg 정도, 시대: 에도(17~19세기), 지역: 일본 등이 부가 설명돼 있다.


저자 : 환상무구연구회(幻想武具硏究會)

『세계 무기 도감』 의 저자이다.


역자 : 구수영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단단한 지식』, 『미치지 않고서야』, 『봄을 기다리는 잡화점 쁘랑땅』, 

『심플하게 먹는 즐거움』,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무도 죽지 않는 미스터리를 너에게』,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위한 상품 사진의 비밀 37』, 

『괴물 나무꾼』, 『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권을 추천해줄게』, 

『사원 제로, 혼자 시작하겠습니다』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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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 세계관 사전 창작자의 작업실 1
이와타 슈젠.히데시마 진 지음, 구수영 옮김 / 제이펍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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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중세 유럽 세계관』은 로마 제국의 멸망, 분열된 이후 약 1,000년 간의 시대를 말한다. 로마 제국은 다신교의 국가로 제국을 이룬 후에도 속국에 대한 종교적 탄압을 하지는 않았다. 그리스 선진 문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로마는 제국이 된 이후에도 다신교를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제의 권위를 부정하거나 저항하려는 민족이나 국가에게는 관대하지 않았다. 군대를 파견해 철저히 부수었다. 로마 제국 초기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 가르침을 펼쳐는데 로마 제국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고 한다. 예수는 유대인이었지만 유대인들의 배타적 종교 정신에는 뜻을 달리 했다. 예수가 로마 제국으로부터 사형을 언도 받아 짧은 생애에 많은 가르침을 펴서 그의 열두 제자에 의해 가르침이 종교화됐고, 이것이 기독교의 모태가 됐다. 예수가 받게 된 사형 선고는 유대인들의 고발에 의해 재판 후 로마법에 따라 내려진 처벌이다. 

유대교든 기독교든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율법에 따라 교인들이 황제를 황제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당연히 신자들은 황제를 섬기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진다. 당시 로마 제국은 기독교나 유대교 등 특정 종교를 탄압하지는 않았지만 황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로마법에 의해 반역죄에 해당되는 일이다. 결국 유대인들은 로마 제국의 침략으로부터 자신들이 사는 땅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저항했으나 결국 수많은 목숨을 잃고 유대인으로 살아갈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기독교와는 조금 상황이 다르지만 종교를 버리지 않는 한 탄압의 대상이었다. 유대인의 디아스포라는 이때부터 시작이다. 

예수 사후 300년 가까이 지나서야 로마는 콘스탄티누스 대제 때 밀라노 칙령(313)을 통해 그리스도교를 공인했다. 그리스도교에 다른 종교와 동등한 권리를 준 것이다. 그는 교회와 성직자들에게 재산을 기증하고 성당을 지어 주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이때부터 교회가 상속권을 가지게 되어 나중에 교황령의 기초가 되었다. 그러나 자신은 죽을 때가 되어서야 세례를 받았다. 이후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그리스도교를 로마의 국교로 정했다.

로마 제국은 거대한 영토를 다스렸기 때문에 엄청난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어 수도 로마에서는 사치와 향락이 극에 달했다. 국민의 과도한 세금이 귀족이나 지배층의 사치와 향락으로 들어갈 때는 이미 제국의 멸망으로 치닫는 징조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제국이 아닌 만큼 하루 아침에 무너지진 않았다. 그러나 부정부패, 사치·향락은 제국의 멸망을 부채질한 셈이다. 475년 천년 제국 로마는 드디어 멸망했다. 당시 프랑크족(현재 프랑스의 동북부 지역과 독일의 서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유럽 각지에 정착한 다른 게르만 부족과 왕국들을 제압하여 남쪽으로 영토를 광대하게 확장해 나갔다. 프랑크 왕국의 초대 왕인 클로비스 1세는 프랑크족의 수장이었던 킬데리크 1세의 아들로 프랑크 왕국 최초의 왕으로 기록됐다. 그는 5세기 후반 새로운 서유럽의 패권자로 성장했고, 아리우스파를 주로 신봉하던 다른 게르만족과 달리 아타나시우스파(가톨릭)로 개종한 사건은 이후 서유럽 지역의 게르만 왕국과 가톨릭교회 사이에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역사가들은 평가한다. 

이후 동로마 제국은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을 수도로 새로운 제국으로 남아 있다 오스만 제국에 의해 멸망했다.(1453) 이 시기 서로마 제국 멸망 후 비잔틴 제국 멸망까지 약 1,000년의 기간을 '중세'라고 서양사는 구분하고 있다. 중세는 서로마 제국 시대와 달리 철저히 가톨릭교 중심의 세상이었다. 이른바 '신의 세상'이라고 한다. 인간은 신 앞에 하잘것 없는 존재이며, 신의 말씀을 전하는 가톨릭 종교의 인물들에 의해 하나된 세상이다. 교황, 신부, 수도원, 수도사 등이 이때 생겨나고 막대한 권력을 쥐게 된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왕)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가진 교황이 서로마 제국 시대 수도였던 교황청에 자리하고 유럽 모든 나라에 가톨릭의 힘이 미치도록 했다. 왕과 왕의 권력 다툼도 있었지만 신성로마제국(동로마)의 황제와 교황의 싸움도 있었다. 주교를 임명하는 서임권을 둘러싸고 신성로마제국(독일) 황제와 교황과의 싸움에서 일단 교황이 먼저 승리한 사건이 일어났다.(카놋사의 굴욕, 1075)

중세에는 오랫동안 유럽 사람들의 정신과 육체를 지배한 가톨릭이 새로 일어난 이슬람 여러 나라들과 대치하다 결국 200년에 걸친 '십자군 전쟁'을 치르게 된다. 이때부터 유럽과 중동의 종교 갈등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어느 집단이든 오랜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교황의 권력도 내부의 부정부패 등이 이어지면서 가톨릭교의 재정 압박을 받다가 면죄부 발행 등 자충수를 둔다. 결국 '종교 개혁'을 맞이하면서 붕괴된다. 신의 세상이 종말을 고한 것이다. 

1,000년 간 '비밀'과 '신비'가 중심인 신의 세상에서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나 위대함보다는 상대적 절대자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힘없는 존재일 뿐이었다. 반면 종교가 지배하는 세상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생겨났고, 또 이를 신 중심 세상의 이야기로 치환해 놓음으로써 신성은 더욱 강화되고 상대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은 약해지고 있었다. 신의 세상이었지만 전쟁과 살인은 여전했고,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도 사라지지 않았다. 신분 이동도 어려웠다. 전쟁을 통해서는 용감한 전사와 영웅들의 이야기가 늘 있었지만 세상은 늘 지배층의 편이었지, 한 번도 피지배층의 편에 선 적도 없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그야말로 '암흑의 시대'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호러·공포 또는 판타지 소설의 무대가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이유도 당시 세상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때의 건물들은 현대의 지금까지 거의 원형 상태로 보존되어 있어 독자들의 상상력을 수월하게 끌어낼 수 있다는 게 예술 소재로서의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용맹하게 싸우는 기사, 석조로 쌓은 성, 상인이나 일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 우리의 농촌과 별로 다를 게 없는 당시 농촌의 모습 등은 현대인들도 쉽게 상상력에 의해 재창조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이 책 『중세 유럽 세계관』은 주로 판타지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독자들이 알아두면 좋을 중세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전해 작품의 영감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집필됐다. 종교가 타락하고 무너지진 자리에 휴머니즘(인본주의)이 들어섰다. 인간들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게 인식되기 시작한다. 이를 주로 예술 분야가 주도했기 때문에 문예부흥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말이 유럽인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은 셈이다.

책의 공동 저자 이와타 슈젠은 "우리가 떠올리는 (중세의) 모습은 어느 정도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으나, 판타지 세계관에 어울리도록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것도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중세 유럽을 모티프로 한 판타지 작품에는 드래곤이 종종 등장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드래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생물입니다."고 등장하는 많은 인물과 여타의 것들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중세 유럽은 오늘날과는 완전히 다른 사회 구조와 문화를 가지고 있기에 정말로 드래곤이 살았다고 해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신비롭고 미지로 가득 찬 시대임을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이 책에서 중세 유럽에 어떤 사회 계급이 실제로 존재했는지뿐만 아니라 신분에 따라 어떤 삶을 살았는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당시 유럽 사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능한 한 다각도로 알기 쉽게 해설하고자 노력했다고 〈서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또 다른 공동 저자 히데시마 진 역시 "중세 유럽은 여러 사회 계급이 어우러져 다양한 사람들이 살았던 무척이나 매력적인 시대"라고 전제한 뒤 "왕족이나 영주, 성직자, 기사와 같은 지배층부터 일반 시민이나 농민, 나아가 하층민까지 도시나 농촌에서 자신의 일상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여러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은 이야기를 창작할 때 큰 무기가 되므로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이해한 상태에서 생동감 있는 세계관을 만들어야만 비로소 독자는 이야기에 실감나게 몰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책의 5부에서는 중세 유럽을 무대로 한 이야기를 만들 때 어떻게 이러한 소재를 도입하면 효과적인지를 소개한다고 말한다. 스토리를 만드는 순서나 등장인물을 설정하는 방법 등 작품을 더욱 매력 있게 만들고자 할 때 의식해야 할 포인트를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이뤄져 있다. 1부 〈권력자들의 생활〉, 2부 〈평범한 서민들의 생활〉, 3부 〈중세 유럽 사회의 규칙과 개념〉, 4부 〈중세 유럽의 시설과 주거〉, 그리고 앞서 언급한 5부 〈중세 유럽을 무대로 이야기를 창작하자〉 등이다. 각 부에는 8~16개의 장(章)으로 나뉘어 상세하고 사실적으로 소개한다. 이를 테면 1부 〈권력자들의 생활〉에서 ① 왕궁의 사람들: 왕궁에는 누가 살았을까? ② 지역의 권력자: 영주는 관할 지역의 왕 같은 존재 ③ 영주의 생활: 아침부터 와인을 마시는 우아한 삶을 산 영주들 ④ 귀부인과 영애: 아내가 남편을 대신해 싸움에 나갈 때도 있었다 ⑤ 기사: 기사는 귀족일까, 평민일까? 일과 역할 ⑥ 교황: 교황은 절대적인 권력자? 성직자의 위계 제도 ⑦ 주교·대주교: 귀족과 비슷한 권력을 가졌던 주교들 ⑧ 수도원장: 수도원의 리더! 엄격한 생활을 했을까? ⑨ 성직자의 생활: 사회적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식생활 ⑩ 종교 기사단: 강대한 권력을 가진 기사 × 종교인 집단 ⑪ 한자동맹: 막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발언권을 가진 상인 조직 등이 기술된다. 

1부 1장 ① 왕궁의 사람들: 왕궁에는 누가 살았을까?에서는 권력의 상징이었던 중세 유럽의 왕궁에는 어떤 사람이 살았고, 어떤 권력 구조였는지 살펴본다. 부제로 「중세 유럽 세계관에 빠질 수 없는 왕궁의 실제 모습」이란 소제목을 통해 삶의 모습을 상세히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국왕이나 왕족이라고 하면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는 인상이 있지만, 중세 유럽에서 항상 그렇지만은 않았다. 중세의 국왕이나 왕족은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제후나 기사와 같은 신하들에게 토지를 나눠 주었다. 일단 토지를 나눠 주면, 그 땅은 나눠 받은 신하의 지배하에 놓이므로 국왕이라고 하더라도 그 권력이 해당 지역에 미치지 못했다. 국왕이나 왕족이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곳은 왕령이라고 불리는 자신의 영지뿐이었다. 그래도 왕령에는 왕궁이 있었고 거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았다. 왕궁이라는 하나의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왕궁의 주민들은 국왕이나 왕족의 시중을 드는 시종과 시녀, 식자재를 조달하고 조리하는 요리사, 말과 마구를 관리하는 마구간지기 등의 사용인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이러한 사용인들을 관리하고 통제했던 이는 집사장이라고 불리는 관리였다. 집사장은 기사나 성직자 출신으로, 왕족을 보좌하는 역할을 했다. 한편 다양한 권력이 버글거리던 중세 유럽에서 왕궁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군사력도 필요했다. 따라서 성에는 원래 신하뿐만 아니라, 금전으로 고용하던 기사나 견습 기사를 우두머리로 병사들이 많이 상주했다. 그들은 성의 경비를 맡거나 군사 훈련을 했다. 다만, 왕궁의 유지는 국왕이나 왕족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가문의 혈통을 지키는 것이었기에 후계자 문제로 골치 아파하거나 정략결혼을 추진하는 등 우리가 만들어낸 이야기에서나 볼 법한 드라마틱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곤 했다.

이어 보충 설명에서 중세 유럽의 군사 정세는 기본적으로는 꽤 불안정했다고 쓰고 있어 전쟁에 대비해 많은 노력을 해야만 하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인접국이 전쟁을 걸어올 위험성이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왕궁에는 병사들이 상주해 거의 매일 군사 훈련에 힘썼다고 한다. 병사(일반병)는 왕령에서 징집했고, 기사 또는 견습 기사 같은 관리직이 그들을 관리 및 통제했다. 또한 왕궁에 왕궁에 따라서는 금전으로 병사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책은 기술하고 있다.

마지막인 5부는 앞에서 설명한 1장부터 4장까지의 지식을 자신의 창작물에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조언한다. 저자는 초보 작가에게 도움될 만한 작법 노하우를 알려준다. 우선 예비 작가가 자신이 쓸 수 있는 장르를 찾은 다음, 스토리의 골자와 테마를 정하는 법에 대한 자신의 노하우도 제공한다. 또한 이야기의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플롯 구성을 통해, 주인공이 어떠한 시련을 겪을 것인지 구성하는 법을 소개한다. 모두 7개의 파일을 담고 있다.


저자 : 이와타 슈젠(祝田 秀全)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도쿄외국어대학 아시아·아프리카 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요요기 세미나의 세계사 강사로 근무했다. 현재 대학과 입시학원에서 ‘도쿄대 세계사’를 가르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지역별로 흐름을 읽는 세계사』, 『도쿄대생이 배우는 교양으로서의 세계사』, 『세계사의 달인이 되는 책』, 『은의 세계사』, 『역사가 재밌어지는 도쿄대의 심오한 세계사 1·2』, 『2시간 만에 복습하는 세계사』 등이 있다. 한국에는 『배신과 음모의 세계사』, 『세계사의 달인이 되는 책』이 출간되어 있다.


저자 : 히데시마 진(秀島 迅)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2015년 일본 최고의 응모작 수를 자랑하는 전격소설대상(KADOKAWA)을 통해 선발되어 2018년에 단행본 《안녕, 너 없는 바다》로 데뷔했다. 소설을 비롯해 출판 기획, 연예인이나 저명 인사의 인터뷰, 자서전 집필 등 다방면으로 글 쓰는 일을 겸하고 있다. 현재는 카피라이터와 영상 작가로도 왕성히 활동하며 한 달에 십여 편 이상의 기업 CF의 시나리오를 작업한다. 대표작으로 2020년 출간한 장편소설 《그 1초 앞을 믿고》가 있고, 최근에는 《프로 소설가가 알려주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어휘력 도감》을 선보였다.


역자 : 구수영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단단한 지식』, 『미치지 않고서야』, 『봄을 기다리는 잡화점 쁘랑땅』, 『심플하게 먹는 즐거움』,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무도 죽지 않는 미스터리를 너에게』,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위한 상품 사진의 비밀 37』, 『괴물 나무꾼』, 『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권을 추천해줄게』, 『사원 제로, 혼자 시작하겠습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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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이럴 때 이런 한자 2 - 나만의 생각과 감정표현을 위한, 한자 성어의 발견 지적 대화를 위한 이럴 때 이런 한자 2
김한수 지음 / 하늘아래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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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민족이 살던 한반도가 중국 대륙에 접해 있어서 좋든 싫든 함께 얽히고설키며 살아왔다. 중국은 4대 문명의 발상지로 큰 강을 중심으로 일찍이 문명이 발전한 곳이다. 한반도와 비슷한 시기에 혹은 보다 먼저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고 생각된다. 중국의 주장에 따르면 국가를 이룬 것도 그들이 먼저였다. 우리 고조선이 나라를 세우기 전 BC 1,600년 이전부터라고 전해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조선의 성립 시점인 BC 2333년보다 늦다. 그러나 고조선은 처음엔 부족국가 수준이었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 국가의 이름이 은(상)과 주나라다. 그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넓은 대륙에서 나라간 전쟁을 거쳐 대륙을 통일한 왕조가 태어났다. 진시황이라고 칭한 BC 221년 진(秦)나라다. 이후 다시 분열과 전쟁을 통해 왕조가 들어서는 등 혼란의 시대를 거듭했다. 문자도 갑골문자, 상형문자를 거쳐 오늘날 한자(漢字)는 통일왕조 한(漢)에 의해 정식으로 모습을 갖췄다고 한다. 그래서 한(漢)의 문자, 즉 한자로 칭한 것이다. 물론 이전 시대는 지금의 글자체가 아니라고 하지만 꾸준히 발전해 왔음은 부인할 이유가 없다. 

단군 이래 고조선은 문자를 새로 만들지 않고 중국의 한자를 그대로 빌려 사용했다. 한자는 한반도에서 3.000년 동안 국가의 공식 문자로 사용됐다. 한반도도 여러 번 왕조가 바뀌었지만 새 왕조는 새로운 문자를 만들지 않았다. 우리 문자 한글은 모두 아다시피 조선 세종대왕 때 문자를 배우지 못하는 일반 양민들과 천민들이 억울한 일을 당해도 판관에게 호소할 수도 없어 배우기 쉬운 문자로 한글을 제정했다. 새 문자를 갖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특히 조선시대는 사대(事大)를 국시로 세운 왕조였기에 문자를 새로 만든다는 것은 중국 왕조에 반기를 드는 일이라고 오해받기 쉬웠을 것이다. 정부 각료와 대신들의 반대에 부딪칠 것은 뻔한 일이었다. 수십 년 동안 연구하며 만들어낸 한글이 공식 문자로 사용되지 못한 이유다. 조선은 왕조임에도 불구하고 대신들의 힘이 더 막강했다. 결국 공식 문자로 채택되지 않았다. 

우리는 한글(훈민정음) 해례본에 있는 한글 창제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때 분명히 밝혔듯이 백성들이 문자(여기서 문자는 漢子를 가리킴)를 몰라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감내하며 사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세종대왕이 주도해 누구나 쉽게 배워 사용할 수 있는 쉬운 문자를 만들었다.

한글 창제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고 창제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 첫 번째는 백성을 위한 글자를 국자(國字)로 새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우리 한반도 내에서도 사투리가 많아 뜻이 통하지 않는 부분을 문자로 적어 발음을 함께 하도록 하는 표준어 지정이란 의미도 더해졌다. 또 해례본 처음에 나와 있듯이 "우리말이 문자와도 서로 맞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말은 한자음을 발음하는데 중국 본토에서도 베이징어, 광동어 등 지역별로 다르듯이 우리 한반도에서도 한자 발음이 달랐다고 한다. 이를 통일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이를 학자들은 '한자음 개신'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한글은 ① 국자 제정 ② 표준어 확정 ③ 한자음 개신의 의미가 모두 담겨 있다는 말이다. 이는 해례본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는 내용이다. 다만 반포까지는 이루어졌지만 관료 사회와 양반 사회에서는 문서로 한글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기에 널리 사용되지 못했다. 

독자는 수많은 우리 고유어들이 사라진 이유를 한자 사용 때문이라고 본다. 한글 반포 후 600년 간 사용하지 않았으니 고유어는 자취를 감출 수밖에···. 더욱이 우리 일상에서 사용하는 많은 어휘가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어휘의 70% 이상이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글학자들은 말한다. 한자어가 우리말에서 이처럼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이유는, 한글 사용 금지에 원인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것일까? 한자 사용이 우리말을 사라지게 한 지적이 잘못된 것이라면 한자 사용이 우리말을 사라지게 한 책임이 더 먼저 아닐까? 우리 지배층이 한자를 전용(專用)했기에 고유어가 사라진 것이다. 아직도 한자에서 유래한 말로 표현하면 점잖고 유식한 계층이고 고유어를 사용하면 마치 '상스러운 말' 사용이라고 배타적 의식이 살아 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해방 이후에는 영어 사용에 한글은 많은 제약을 받기도 했다. 한자가 우리 문화 발전에 기여해온 것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한자어를 섞인 말을 사용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한글 사용이 습관화된다면 우리말 우리글은 어쩌면 버려야 할 문자와 언어로 될지 모를 일이다.

이 책 『지적 대화를 위한 이럴 때 이런 한자 2』는 표제어가 지적 대화를 위해 한자가 필요하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그러나 책의 저자 김한수를 비판할 수는 없다. 한자 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로간 소통이 불가능할 정도인데 한글만 쓰자는 말은 어불성설(語不成說 말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쩌면 저자 역시 한자 전용의 피해자이다. 또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일상어의 70%가 한자라면 한글로만으로는 의사 소통이 불가능해진다. 우리가 한자를 사용한 게 문제가 아니라 한글을 배척했다는 게 문제란 지적이다. 그렇다고 한자어를 한글로 음만 적고 뜻은 한자로 헤아린다면 한글 발전에 도움이 될까? 하는 우려는 떨칠 수 없다. 

이 때문에 한글 고유어 사용에 대해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란 주장을 한자들은 앞세우고 싶다. 영어 "I am a boy."를 한글로 '아 엠 어 보이'라고 적어 놓으면 한글 전용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영어를 아는 사람은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영어를 모른 사람이 한글로 쓴 '아 엠 어 보이'를 보면 금세 뜻을 알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한자의 사용은 현재로선 불가피하다. 저자는 이 같은 이유로 한자를 알더라도 정확하게 알아서 제대로 사용해야 어휘력이나 문해력에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을 하게 된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소통을 위해 한자로 된 말을 사용하더라도 한글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뜻에서 한 독자의 주장이란 점 양해 바란다. 

저자는 이 책을 쓴 취지를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타인과의 소통 없이는 살아갈 수 없고, 그 소통의 핵심이 바로 대화이다. 대화는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것을 넘어,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이해하며, 공감하는 과정이다. 이런 대화에서는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모호하거나 애매한 표현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조금 더 대화의 품격을 높이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으로 상황에 맞는 어휘를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상대에게 자신의 어휘력과 말의 신뢰도를 높이고 지적인 모습으로 보이고 싶어한다. 그러나 자신이 지식으로 배워 알고 있거나 경험에서 나오는 어휘나 문장이라 할지라도 어휘가 가지고 있는 뜻을 어느 때 사용해야 하는지, 어떤 상황에 표현되어야 하는지를 모른다면 그 어휘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p.4)

저자의 인식은 매우 합리적이다. 대화를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다양한 어휘를 자유롭고 적절하게 활용하여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란 말도 독자가 살아온 경험에 비춰보아 참이다. 그만큼 대화를 잘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휘를 습득하고 학습하여 실생활에서 능수능란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설득력이 높다. 이 설득력은 요즘 세대와 어른들의 막힘없는 대화를 위해 다양한 한자 어휘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강조한 점도 돋보인다. 실제로 저자는 집필 취지와 과정을 상세히 알 수 있도록 〈서문〉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① 『~이럴 때 이런 한자 2』에서는 인생, 희망, 기회, 계획, 의로움(의리), 겉과 속, 이익, 언행(말), 청렴, 배움, 정치 등 각 장의 주제와 관련된 한자 성어를 모아, 이럴 때 이런 한자 성어를 상황별로 어떻게 표현하는가를 소개했다. ② 각 장의 주제와 관련된 한자 성어의 겉 뜻풀이 순서와 함께, 속뜻을 명시하고, 한자 성어의 의미와 일상 대화에서 어떻게 사용하즌지를 설명하고, 어휘의 적절한 표현 방법을 다양한 예문을 제시하여 실생활 대화에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③ 한자 성어 각각의 한자가 가지고 있는 뜻의 형성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했으며, 각 한자와 관련된 새로운 한자 어휘를 소개하고 뜻과 예문을 제시해 어른들의 지적인 어휘력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④ 상황별 주체에 맞는 한자 성어나 전체적인 의미와 비슷한 한자 어휘를 키워드로 뽑아 더 많은 어휘를 습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⑤ 상황별 주제에 맞는 한자 성어를 다양한 예문을 통해 표현할 수 있도록 했으며, 마지막에는 한자와 성어를 필사함으로써 깊이 있게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은 앞서 말한 인생 등 9개 항을 각 한 장(章)을 구성해 모두 9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인생-인생은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 2장 〈희망, 기회, 계획-꿈을 밀고 나가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희망이다.〉, 3장 〈의리, 의로움-의리는 함께하는 모든 순간에 대한 신뢰의 다짐이며, 의로움은 그 신뢰를 끝까지 지켜내는 실천이다.〉, 4장 〈겉과 속-물길 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른다.〉, 5장 〈이익-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해로움을 보지 못한다.〉, 6장 〈언행(말)-말도 아름다운 꽃처럼 그 색깔과 향기를 지니고 있다.〉, 7장 〈청렴-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청렴보다 더 신성한 것은 없다.〉, 8장 〈배움(지식)-배움은 지혜의 씨앗을 심고, 그 씨앗이 자라나게 하는 과정이다.〉, 9장 〈정치-정치란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이다.〉 등이다.

이 책에 나오는 한자 성어는 모두 77개로 우리 일상에서 비교적 자주 쓰이는 사자성어들이다. 물론 넉자의 고사성어도 일부 포함돼 있다. 1장 세 번째 성어는 「창해일속(滄海一粟)」이다. 한자의 뜻은 '인간이란 광대한 우주 속의 미미한 존재일 뿐"이다. 저자는 설명을 통해 창해일속은 넓은 바다에 한 알의 좁쌀이라는 뜻으로, 세상에서 매우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를 의미하는 성어라고 말한다. 설명에 따르면 큰 바다에 좁쌀 한 알이 떠 있는 것처럼, 아주 작고 미미한 존재나 사물을 비유할 때 표현하는 말이다. 바다처럼 거대한 것에 비해, 좁쌀 한 알은 너무나 작고 보잘것없기에 개인의 존재나 노력은 우주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작고 하찮은 것임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창해일속은 아무리 중요한 역할을 하거나 커다란 성취를 이루더라도 우주나 사회 속에서 보면 우리의 존재는 작고 미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또한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않고, 항상 겸손과 자각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협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더해 「한자를 알면 뜻이 보인다」 「한자 속 어휘의 발견」 「키워드로 보는 사자성어」 「창해일속, 이럴 때 이렇게」 등으로 설명이 추가된다. 「한자를 알면 뜻이 보인다」에서는 각 자에 대한 음과 훈을 설명하며 네 개의 한자가 모여 어떤 뜻인지 알게 해준다. 복습과 한자의 음과 훈을 다시 한 번 되새김으로써 다른 글자와의 연결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자 속 어휘의 발견」은 각 자를 이루는 글자를 파자해 뜻을 살펴봄으로써 글자의 완성이 어떤 원리에 이루어졌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키워드로 보는 사자성어」에서는 「창해일속(滄海一粟)」 가운데 '바다 해(海)'를 키워드로 바다가 들어간 다른 어휘로 확장 생각케 한다. 망망대해(茫茫大海) 상전벽해(桑田碧海) 절해고도(絶海孤島) 등으로 확장케 익힐 수 있도록 한다. 「창해일속, 이럴 때 이렇게」에서는 창해일속이 들어간 실례를 들어 설명을 더하고 있다. 

이어 4장 「조삼모사」(朝三暮四)의 뜻은 '겉으로는 변화를 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차이가 없는 상황'을 이르는 말로 주로 쓰인다. 아침(朝)에는 셋, 저녁(暮)에는 넷을 준다는 뜻으로 겉으로는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차이만을 따져 이익을 보려는 속임수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성어란 설명이 붙는다. 즉 어떤 것이 본질적으로는 동일하거나 변화가 없지만, 표면적으로는 다른 방식이나 조건을 제시하여 실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저자는 밝힌다. 결국 자기의 이익을 위해 교활한 꾀를 써서 남을 속이고 놀리는 것을 말한다고 「한자를 알면 뜻이 보인다」에서 설명을 덧댄다.

마지막 장은 「정치」 분야에서 잘 쓰이는 단어다. 호가호위(狐假虎威)다. 한자에 익숙지 않은 독자들에겐 다소 어려워 보이는 한자이지만 사실 한 번만 뜻과 글자를 읽히면 잘 잊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경우를 봐왔기 때문이다. 뜻은 '타인의 힘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자는 결국 그 허상이 드러날 것이다'라는 말로 한자어 자체로는 여우가 호랑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뜻으로, 자신에게는 권력이 없지만 남의 권세를 빌려 위협하거나 이득을 취하는 상황을 비판할 때 표현하는 말이다. 우리 속담 식으로 떠돌던 말도 있다. 정승집에서는 정승보다 집사가 더 아니꼽게 군다는 말이다. 호가호위의 유래는 여우가 호랑이와 함께 돌아다니면서 다른 동물들이 호랑이를 두려워하며 피하는 것을 보고, 마치 자신이 무서운 존재인 것처럼 위세를 부린다는 비판적 시각으로 이루어진 말이다. 저자도 현대 사회에서 권력이나 부를 가진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행동은 언제든지 그 권력이 사라질 때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으며 신뢰를 잃게 됨을 명심하고, 진정한 존경과 신뢰는 자신의 실력과 성품에서 나온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고사성어(故事成語)란 옛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로, 여기에는 옛 이야기는 신화·전설·역사·고전·문학 작품 등이 포함된다. 고사성어는 교훈·경구·비유·상징어 및 관용구나 속담 등으로 사용되어 일상 언어생활에서의 표현을 풍부하게 해준다. 한국·중국에서 발생한 고사성어는 「어부지리」처럼 4자 성어가 대부분이지만, 단순한 단어로서 예사롭게 쓰는 「완벽」이나 벼슬에서 물러난다는 「계관」, 도둑을 뜻하는 「녹림」 등도 고사성어에 속한다. 또 흔히 쓰는 「등용문」 「미망인」과 같은 3자 성어도 있으며, 아예 8자, 9자로 된 긴 성구도 있다. 한국에서 발생한 고사성어 역시 4자 성어가 많다. 그 출처는 『삼국유사』 『삼국사기』 등의 역사서, 『춘향전』 『구운몽』과 같은 구소설, 『순오지』와 같은 속담집 등이다. 이 중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은 「오비이락」 「적반하장」 「초록동색」 「함흥차사」 「홍익인간」 등이다.(두산백과)


저자 : 김한수


책을 좋아해서 출판 편집을 시작했고 글쓰기를 좋아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도 출판사에 근무하면서 기획과 글쓰기를 손에 놓지 않고 있다. “달팽이가 천국에 가기까지는 10년이 걸리지만, 달팽이는 천국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10년 동안 이미 천국에 살고 있다”라는 말이 있다. 꿈이란 그런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꿈을 꾸고, 그 꿈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정보를 줄 수 있는 책을 만들 생각이다. 행복한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기를 꿈꾸는 나의 작은 세상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곳이 곧 나의 천국임을 깨닫고, 평생 한두 번 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현명한 선택에 대하여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들을 꾸준히 집필하고자 한다. 『십대, 생각의 힘을 키우는 지혜의 숲』, 『힐링과 치유를 위한 에세이 공감』, 『내 마음을 챙기고 싶습니다』, 『10대를 위한 시사 개념어 상식 사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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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씽킹 - 우주를 이해하면 보이는 일상의 본질
천문물리학자 BossB 지음, 이정미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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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universe)'란 행성, 별, 은하계 그리고 모든 형태의 물질과 에너지를 포함한 모든 시공간과 그 내용물 모두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전체 우주의 크기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지름이 930억 광년으로 추정된다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우주를 표현하는 말로 다른 하나가 더 있다. 'kosmos(코스모스)'다. 이 단어는 정연한 '질서로서의 세계'를 나타내는 그리스어로 그 반대말은 세계 생성 이전의 혼돈을 나타내는 '카오스(chaos)'다. 코스모스라는 말은 오늘날에는 일반적으로 가치적인 관점과 융합한, 또는 아직 거기에서 전면적으로는 탈락하지 않는 근대 이전의 세계상을 가리키는 데 이용된다. 이 말은 원래 정돈·장식·질서를 의미하는 말로, 뒤에 자연계의 질서있는 양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전용되었다고 한다. 결국에는 '세계의 질서' 또는 질서가 관철된 '세계' 그 자체를 의미하는 말로 변모했다. 

이 책 『코스모스 씽킹』의 표제어 '코스모스 씽킹'은 우주의 본질이 우리 존재의 본질이며 사물의 본질이라는 인식 아래 만들어진 개념어다. 이를 바탕으로 우주의 본질을 '보는' 방법이자, 자신과 타인, 관계와 감정, 나아가 사회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저자 BossB는 규정한다. 여기서 '본질을 보다'의 의미는 '알다'와 '해석하다'를 포괄한다고 저자는 책의 〈서문〉 「우리는 개별 우주입니다」란 글에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 시점은 착각과 기울어진 해석으로 제한되어 자신을 포함한 사물의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한다고 밝힌다. 코스모스 씽킹은 한정된 시점을 이해하고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우주는 모든 것"이라고 정의한다. 모든 공간, 모든 시간, 모든 물체 그리고 모든 에너지가 우주라는 말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코스모스 씽킹'의 중요한 핵심을 세 가지로 나누고 의미를 정립하고 있다. ① 우주에서 무언가를 보는 행위와 아는 행위는 시점에 의존하며 시점의 제한을 받는다. 하나의 시점에서 보는 것들은 현실의 한 측면에 지나지 않는다. 시점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다르고 보는 것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시점에서 대상을 바라볼 때 비로소 전체가 보이기 시작하고 본질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② 우주의 본질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 그러므로 보이지 않는 것, 본 적 없는 것을 보기 위해 새로운 시점이 필요하다. ③ 우주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그 모든 가능성을 알 수 없기에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무척 어려운 의미다. 저자는 코스모스 씽킹이란 다각적인 시점에서 생각하는 것임을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시점을 늘리기 위해 '일반적'과 '당연함'의 틀에서 벗어나 탐험하고 도전하며 다른 대상을 만나 대화할 필요가 있다. 시점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이 품은 다양한 빛을 볼 수 있다. '나'의 본질이 보이기 시작하며 주변 사람의 빛도 보인다. 학교, 조직, 타인의 잣대에 억지로 맞추지 않고 누구나 있는 그대로, 각자의 색채로 빛나는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이 솟는다. "코스모스 씽킹은 시점을 선택해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이다."(p.8) 

저자 BossB는 천문물리학자다. 은하의 형성과 진화의 계산을 연구했으며 학문의 자유가 있는 대학교의 교단에 서고 있다고 자신을 스스로 밝힌다. 왜 필명(가명)을 쓰느냐는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라고 독자에게는 읽힌다. 사실 그는 SNS 팔로워가 70만 명이 넘는 천문물리학자이다. BossB는 ‘Boss Bitch’의 약자라고 한다. 이 책 『코스모스 씽킹』은 그가 펴낸 첫 번째 책이다. SNS에서 그는 황금빛 긴 머리를 찰랑거리면서 화려한 네일 장식을 한 손가락을 흔들며 우주의 수수께끼와 인생의 비밀을 알려주고, 마지막에는 브이 자를 그리며 “피스(peace)!”를 외치고 사라진다고 팔로워들이 말한다. 독자는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말할 수 없지만 저자 BossB는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사이버 공간에서 가장 핫한 과학 크리에이터라고 한다. 그저 외모만 보면 화려한 연예인 같다고도 전해진다. 하지만 그녀는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천문물리학을 전공하고 세계적 권위의 독일 막스플랑크천문학연구소에서 일한 이학박사다. 저자는 미국 인기 힙합 여가수 도자 캣이 부른 노래 제목이기도 한 ‘Boss Bitch’를 줄인 BossB를 자신에게 별명으로 붙였다고 말한다. 우리말로 하면 ‘대장 *년’ 정도의 비속어인데, ‘자신이 믿는 길을 가는 자신만만하고, 개성 있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립한 여성’이라는 뜻으로 사용한다고 특유의 긍정적 에너지를 담뿍 담아 밝힌다. 그만큼 이 책의 저자인 BossB는 독특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외모와 행동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전 세계 MZ세대들이 그녀에게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책은 우주의 원리를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인식하는 코스모스 씽킹, 즉 저자의 '우주 생각법'을 설명하고 알려준다. 책에 따르면 모든 공간, 시간, 사물, 에너지가 우주에 속하므로 우주 생각법이란 결국 ‘우주의 본질’을 보는 방법이다. 나 자신, 타인, 인간관계, 감정, 사회 등 세상 모든 것의 본래 모습을 인식하고 내면화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우주 생각법을 통해 세상 그 누구와도 다른 독특한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고,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으며,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결정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고 털어놓는다. 개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인류 공동체를 위해서도 우주의 원리에 대한 이해는 꼭 필요하다. 저자는 자기 자신을 포함한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색깔로 빛나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우주 생각법을 통해 주변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의 우주 생각법은 우주와 물리학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서 ‘우리 존재와 세상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코스모스 씽킹을 소개해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저자가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내가 왜 태어났으며 왜 살아가고 있는지, 나의 존재 의의와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고 〈서문〉을 통해 이미 밝힌 바 있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태어났다. 이에 따라 『코스모스 씽킹』은 단순한 과학책이 아니라 과학적 사고법을 통해 인생론을 이야기하는 독특한 과학 에세이에 속한다. 우주의 역사는 138억 년 전에 시작됐다. 우리에게는 숫자로만 존재할 뿐 실제 적용 가능한 범위가 아니다. 우리 수명을 100년이라 늘려 잡아도 쉽게 계산할 수 없는 규모의 시간이다. 이렇게 기나긴 우주의 역사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차지하고 있을까? 저자는 독자들이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우주의 역사 138억 년을 우리에게 친숙한 개념인 1년이라는 시간으로 압축한 달력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1월 1일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했다면 9월 2일에 태양계와 지구가 생겨난다. 그리고 12월 31일 오후 9시 12분쯤에 두 발로 걷기 시작한 유인원 아르디(Ardi)가 태어난다. 인간이 이집트에 피라미드를 건설한 건 오후 11시 59분 49초다. 

저자가 설정한 이 우주 달력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가 자정 12시 정각이므로 겨우 11초 전이다. 과학 기술이 발전한 현대 문명은 우주 달력에서는 불과 1초 전에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인간의 생명은 0.2초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인간은 지구의 생태계를 그 1초 만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파괴하고 있다. 공룡은 나흘 동안 지구와 조화롭게 공생했는데 인간은 태어난 지 겨우 3시간이 지나지 않아 공생은커녕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는 셈이다. 다른 한편으로 인간은 단 1초 동안 지구상에 존재했던 그 어떤 생명체보다 더 많은 우주의 원리와 생명 현상을 규명했다. 그리고 지구와 화해할 길을 찾으려는 노력 역시 계속하고 있다.

우주 속의 우리를 새로운 시점으로 보게 하는 이 책은 질문과 답,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로 시작하여 각 주제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그런 다음 코스모스 씽킹에서 도출한 인생의 이치를 이야기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과학적 설명은 예시와 그림으로 표현하여 누구나 이해하기 쉽다. 이 책은 모두 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우주 속의 우리〉, 2장 〈우주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3장 〈공간, 시간, 시공, 중력〉, 4장 〈블랙홀은 무섭지 않다〉, 5장 〈우주는 어디로 갈까?〉, 6장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우주의 바깥에는 무엇이 있을까?〉, 7장 〈시간여행을 하고 싶다면?〉 등이다. 우리가 말하는 '우주란 무엇일까?'가 이 책의 첫 번째 질문이 될 것이다. 저자는 "끝없이 펼쳐진 공간으로 압도적 위력을 가진 우주는 그저 그곳에 존재할 뿐"이라고 전제한 뒤 "우주는 우리를 판단하지 않고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나의 가치'도 우주나 사회, 학교가 아닌 나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란 말로써 우주에의 접근을 유도한다. 

"우주를 알면 아주 작고 아주 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내면에 숨어 있는 엄청난 에너지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무한 가능성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주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내가 볼 수 있는 것과 해석할 수 있는 것은 내 시점에 의존하며, 그 시점은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배운다. 시점은 한정되어 있지만 우주(현실)를 탐구하고 새로운 발견을 해나갈 때마다 다양하게 빛나는 자기 모습을 보게 된다. 주변의 빛남도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각자 빛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우주를 알고 시점이 늘어나면 자신을 포함한 이 세상 모든 존재의 본질이 보인다. 이것이 '코스모스 씽킹'이다."(p.15)

이 책은 차근차근 읽어가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우주에 접근하고, 우주를 아주 일부지만 이해하면 할수록 우리 '인간은 소우주'라는 생각이 굳어간다. 우리는 우주의 일부이며 우주의 일부로서 우주의 원리에 따라 살아가면서 우주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주로 보면 지구 역시 우주의 아주 극미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의 능력과 힘은? 이런 데로 생각이 흘러간다면 인간의 삶이 보잘 것 없는 것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지구와 같은 항성이 수천 억 개에 달한다니 하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지구 환경 파괴 시간의 경우 1년의 0.2초에 불과한 '인간의 시간'이 다섯 배의 시간인 1초로도 회복할 수 없는 지구 환경 파괴를 저질렀다. 이는 인간의 시간을 1만년으로 산정할 경우 5만년의 시간이 지나야 환경 회복이 가능해질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것도 다른 많은 조건을 배제한 채 오로지 지구 환경 복구에 들어가는 순수한 시간을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뿐이다. 지구 환경 회복 인식이 아직은 미미하고 실천은 그보다 더 미약하다는 점을 전제한다면 10만 년, 100만 년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이 밖에 독자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시간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최근 SF판타지 소설 등이 많이 출간돼 흥미를 돋구지만 아직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탓인지 SF에 빠지지 못해서 관심이 간 부분이다. 책은 7장 〈시간여행을 하고 싶다면?〉에서 비교적 상세히 시간 여행을 다룬다. 책은 시간 여행이 필요하기 위해 많은 점이 해결되어야 한다는 설명을 1장부터 6장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는 설명을 주욱 해온 터다. 물론 이 7장에 들어서 읽고 깨닫게 된 사실이다. 블랙홀, 시간, 공간, 차원 등 복잡한 이야기도 시간 여행과 관련이 깊다. 이 책은 각 장(章)의 요약글인 「COSMOS THINKING」이란 별도의 지면을 각 장의 뒤에 따로 할애하고 있다. 요약은 물론 별도의 설명도 있다. 7장의 「COSMOS THINKING」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다. 일부만 발췌해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과거로 가는 일은 불가능할 듯하다. 세계가 분기함으로써 과거의 특정 좌표로 돌아갈 수 있다 해도 인생을 다시 살 수는 없다. 그래도 우리의 인생을 1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1년 후 우리는 지금과 똑같은 사람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경험한 기쁨, 행복, 흥분, 그리고 슬픔, 괴로움, 잘못까지 포함해 모든 과거가 존재하기에 우리는 우리가 된 것이다. 그중 하나라도 빠지면 지금의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 역시 과거는 바꿀 수 없고, 지금까지 살아온 우리도 바꿀 수 없다. 그러나 과거 기억의 '이야기'는 바꿀 수 있다. 기억의 이야기는 뇌의 가정이며 착각이므로 이야기가 달라지면 미래를 바꿀 수 있다."(p.347)

우주에는 중심도 없고 특별한 곳도 없다. 또 우주에는 의지도 없고 의도도 없으며 의미도 없다. 우리 인간은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 왜 태어났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계속 의문을 가진다. 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 옛날이나 지금이나 계속 질문한다.(p.224)


우주는 과거나 지금이나 계속 팽창하고 있다. 그 팽창을 되감기 해 보면 과거의 우주는 지금보다 작고 밀도와 온도가 모두 높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고온 고밀도 상태에서 우주가 팽창하고, 냉각되고, 별과 은하가 생겨났다는 것이 빅뱅 우주론이다. 빅뱅이라는 말의 유래도 이 우주론에서 나왔다. 그리고 빅뱅 우주론의 추정대로 고온 고밀도 상태의 우주에서 온 열복사가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다.(p.269)


저자 : BossB


본명은 후지타 아키미(藤田あき美)이며 두 아들을 우주보다 사랑하는 엄마다. 현재 신슈대학 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학박사.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바바라 캠퍼스, 독일 막스플랑크천문연구소 등에서 연구 활동을 하다가 10년간 육아를 한 후 2014년 학계에 복귀했다. BossB는 ‘Boss Bitch’의 약자다. ‘자신이 믿는 길을 가는, 자신만만하고 개성 있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립한 여성’이라는 의미로 저자가 자신에게 붙인 이름이다.


역자 : 이정미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테니스 전술 교과서』,『배드민턴 전술 교과서』,『하버드 스탠퍼드 생각수업』,『7일 마스터 주식 차트 : 이해가 잘되고 재미있는 책!』,『자산이 늘어나는 주식투자』,『가격 경제학』,『주식 데이트레이딩의 신 100법칙』,『나의 첫 경제 공부』,『주식투자 1년차 교과서』,『줄서는 미술관의 SNS 마케팅 비법』,『사운드 파워』,『패권의 법칙』,『성공하는 말투 실패하는 말투』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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