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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 세계관 사전 ㅣ 창작자의 작업실 1
이와타 슈젠.히데시마 진 지음, 구수영 옮김 / 제이펍 / 2024년 10월
평점 :
이 책 『중세 유럽 세계관』은 로마 제국의 멸망, 분열된 이후 약 1,000년 간의 시대를 말한다. 로마 제국은 다신교의 국가로 제국을 이룬 후에도 속국에 대한 종교적 탄압을 하지는 않았다. 그리스 선진 문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로마는 제국이 된 이후에도 다신교를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제의 권위를 부정하거나 저항하려는 민족이나 국가에게는 관대하지 않았다. 군대를 파견해 철저히 부수었다. 로마 제국 초기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 가르침을 펼쳐는데 로마 제국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고 한다. 예수는 유대인이었지만 유대인들의 배타적 종교 정신에는 뜻을 달리 했다. 예수가 로마 제국으로부터 사형을 언도 받아 짧은 생애에 많은 가르침을 펴서 그의 열두 제자에 의해 가르침이 종교화됐고, 이것이 기독교의 모태가 됐다. 예수가 받게 된 사형 선고는 유대인들의 고발에 의해 재판 후 로마법에 따라 내려진 처벌이다.
유대교든 기독교든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율법에 따라 교인들이 황제를 황제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당연히 신자들은 황제를 섬기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진다. 당시 로마 제국은 기독교나 유대교 등 특정 종교를 탄압하지는 않았지만 황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로마법에 의해 반역죄에 해당되는 일이다. 결국 유대인들은 로마 제국의 침략으로부터 자신들이 사는 땅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저항했으나 결국 수많은 목숨을 잃고 유대인으로 살아갈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기독교와는 조금 상황이 다르지만 종교를 버리지 않는 한 탄압의 대상이었다. 유대인의 디아스포라는 이때부터 시작이다.
예수 사후 300년 가까이 지나서야 로마는 콘스탄티누스 대제 때 밀라노 칙령(313)을 통해 그리스도교를 공인했다. 그리스도교에 다른 종교와 동등한 권리를 준 것이다. 그는 교회와 성직자들에게 재산을 기증하고 성당을 지어 주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이때부터 교회가 상속권을 가지게 되어 나중에 교황령의 기초가 되었다. 그러나 자신은 죽을 때가 되어서야 세례를 받았다. 이후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그리스도교를 로마의 국교로 정했다.
로마 제국은 거대한 영토를 다스렸기 때문에 엄청난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어 수도 로마에서는 사치와 향락이 극에 달했다. 국민의 과도한 세금이 귀족이나 지배층의 사치와 향락으로 들어갈 때는 이미 제국의 멸망으로 치닫는 징조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제국이 아닌 만큼 하루 아침에 무너지진 않았다. 그러나 부정부패, 사치·향락은 제국의 멸망을 부채질한 셈이다. 475년 천년 제국 로마는 드디어 멸망했다. 당시 프랑크족(현재 프랑스의 동북부 지역과 독일의 서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유럽 각지에 정착한 다른 게르만 부족과 왕국들을 제압하여 남쪽으로 영토를 광대하게 확장해 나갔다. 프랑크 왕국의 초대 왕인 클로비스 1세는 프랑크족의 수장이었던 킬데리크 1세의 아들로 프랑크 왕국 최초의 왕으로 기록됐다. 그는 5세기 후반 새로운 서유럽의 패권자로 성장했고, 아리우스파를 주로 신봉하던 다른 게르만족과 달리 아타나시우스파(가톨릭)로 개종한 사건은 이후 서유럽 지역의 게르만 왕국과 가톨릭교회 사이에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역사가들은 평가한다.
이후 동로마 제국은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을 수도로 새로운 제국으로 남아 있다 오스만 제국에 의해 멸망했다.(1453) 이 시기 서로마 제국 멸망 후 비잔틴 제국 멸망까지 약 1,000년의 기간을 '중세'라고 서양사는 구분하고 있다. 중세는 서로마 제국 시대와 달리 철저히 가톨릭교 중심의 세상이었다. 이른바 '신의 세상'이라고 한다. 인간은 신 앞에 하잘것 없는 존재이며, 신의 말씀을 전하는 가톨릭 종교의 인물들에 의해 하나된 세상이다. 교황, 신부, 수도원, 수도사 등이 이때 생겨나고 막대한 권력을 쥐게 된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왕)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가진 교황이 서로마 제국 시대 수도였던 교황청에 자리하고 유럽 모든 나라에 가톨릭의 힘이 미치도록 했다. 왕과 왕의 권력 다툼도 있었지만 신성로마제국(동로마)의 황제와 교황의 싸움도 있었다. 주교를 임명하는 서임권을 둘러싸고 신성로마제국(독일) 황제와 교황과의 싸움에서 일단 교황이 먼저 승리한 사건이 일어났다.(카놋사의 굴욕, 1075)
중세에는 오랫동안 유럽 사람들의 정신과 육체를 지배한 가톨릭이 새로 일어난 이슬람 여러 나라들과 대치하다 결국 200년에 걸친 '십자군 전쟁'을 치르게 된다. 이때부터 유럽과 중동의 종교 갈등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어느 집단이든 오랜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교황의 권력도 내부의 부정부패 등이 이어지면서 가톨릭교의 재정 압박을 받다가 면죄부 발행 등 자충수를 둔다. 결국 '종교 개혁'을 맞이하면서 붕괴된다. 신의 세상이 종말을 고한 것이다.
1,000년 간 '비밀'과 '신비'가 중심인 신의 세상에서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나 위대함보다는 상대적 절대자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힘없는 존재일 뿐이었다. 반면 종교가 지배하는 세상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생겨났고, 또 이를 신 중심 세상의 이야기로 치환해 놓음으로써 신성은 더욱 강화되고 상대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은 약해지고 있었다. 신의 세상이었지만 전쟁과 살인은 여전했고,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도 사라지지 않았다. 신분 이동도 어려웠다. 전쟁을 통해서는 용감한 전사와 영웅들의 이야기가 늘 있었지만 세상은 늘 지배층의 편이었지, 한 번도 피지배층의 편에 선 적도 없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그야말로 '암흑의 시대'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호러·공포 또는 판타지 소설의 무대가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이유도 당시 세상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때의 건물들은 현대의 지금까지 거의 원형 상태로 보존되어 있어 독자들의 상상력을 수월하게 끌어낼 수 있다는 게 예술 소재로서의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용맹하게 싸우는 기사, 석조로 쌓은 성, 상인이나 일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 우리의 농촌과 별로 다를 게 없는 당시 농촌의 모습 등은 현대인들도 쉽게 상상력에 의해 재창조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이 책 『중세 유럽 세계관』은 주로 판타지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독자들이 알아두면 좋을 중세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전해 작품의 영감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집필됐다. 종교가 타락하고 무너지진 자리에 휴머니즘(인본주의)이 들어섰다. 인간들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게 인식되기 시작한다. 이를 주로 예술 분야가 주도했기 때문에 문예부흥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말이 유럽인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은 셈이다.
책의 공동 저자 이와타 슈젠은 "우리가 떠올리는 (중세의) 모습은 어느 정도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으나, 판타지 세계관에 어울리도록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것도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중세 유럽을 모티프로 한 판타지 작품에는 드래곤이 종종 등장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드래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생물입니다."고 등장하는 많은 인물과 여타의 것들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중세 유럽은 오늘날과는 완전히 다른 사회 구조와 문화를 가지고 있기에 정말로 드래곤이 살았다고 해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신비롭고 미지로 가득 찬 시대임을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이 책에서 중세 유럽에 어떤 사회 계급이 실제로 존재했는지뿐만 아니라 신분에 따라 어떤 삶을 살았는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당시 유럽 사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능한 한 다각도로 알기 쉽게 해설하고자 노력했다고 〈서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또 다른 공동 저자 히데시마 진 역시 "중세 유럽은 여러 사회 계급이 어우러져 다양한 사람들이 살았던 무척이나 매력적인 시대"라고 전제한 뒤 "왕족이나 영주, 성직자, 기사와 같은 지배층부터 일반 시민이나 농민, 나아가 하층민까지 도시나 농촌에서 자신의 일상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여러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은 이야기를 창작할 때 큰 무기가 되므로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이해한 상태에서 생동감 있는 세계관을 만들어야만 비로소 독자는 이야기에 실감나게 몰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책의 5부에서는 중세 유럽을 무대로 한 이야기를 만들 때 어떻게 이러한 소재를 도입하면 효과적인지를 소개한다고 말한다. 스토리를 만드는 순서나 등장인물을 설정하는 방법 등 작품을 더욱 매력 있게 만들고자 할 때 의식해야 할 포인트를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이뤄져 있다. 1부 〈권력자들의 생활〉, 2부 〈평범한 서민들의 생활〉, 3부 〈중세 유럽 사회의 규칙과 개념〉, 4부 〈중세 유럽의 시설과 주거〉, 그리고 앞서 언급한 5부 〈중세 유럽을 무대로 이야기를 창작하자〉 등이다. 각 부에는 8~16개의 장(章)으로 나뉘어 상세하고 사실적으로 소개한다. 이를 테면 1부 〈권력자들의 생활〉에서 ① 왕궁의 사람들: 왕궁에는 누가 살았을까? ② 지역의 권력자: 영주는 관할 지역의 왕 같은 존재 ③ 영주의 생활: 아침부터 와인을 마시는 우아한 삶을 산 영주들 ④ 귀부인과 영애: 아내가 남편을 대신해 싸움에 나갈 때도 있었다 ⑤ 기사: 기사는 귀족일까, 평민일까? 일과 역할 ⑥ 교황: 교황은 절대적인 권력자? 성직자의 위계 제도 ⑦ 주교·대주교: 귀족과 비슷한 권력을 가졌던 주교들 ⑧ 수도원장: 수도원의 리더! 엄격한 생활을 했을까? ⑨ 성직자의 생활: 사회적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식생활 ⑩ 종교 기사단: 강대한 권력을 가진 기사 × 종교인 집단 ⑪ 한자동맹: 막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발언권을 가진 상인 조직 등이 기술된다.
1부 1장 ① 왕궁의 사람들: 왕궁에는 누가 살았을까?에서는 권력의 상징이었던 중세 유럽의 왕궁에는 어떤 사람이 살았고, 어떤 권력 구조였는지 살펴본다. 부제로 「중세 유럽 세계관에 빠질 수 없는 왕궁의 실제 모습」이란 소제목을 통해 삶의 모습을 상세히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국왕이나 왕족이라고 하면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는 인상이 있지만, 중세 유럽에서 항상 그렇지만은 않았다. 중세의 국왕이나 왕족은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제후나 기사와 같은 신하들에게 토지를 나눠 주었다. 일단 토지를 나눠 주면, 그 땅은 나눠 받은 신하의 지배하에 놓이므로 국왕이라고 하더라도 그 권력이 해당 지역에 미치지 못했다. 국왕이나 왕족이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곳은 왕령이라고 불리는 자신의 영지뿐이었다. 그래도 왕령에는 왕궁이 있었고 거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았다. 왕궁이라는 하나의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왕궁의 주민들은 국왕이나 왕족의 시중을 드는 시종과 시녀, 식자재를 조달하고 조리하는 요리사, 말과 마구를 관리하는 마구간지기 등의 사용인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이러한 사용인들을 관리하고 통제했던 이는 집사장이라고 불리는 관리였다. 집사장은 기사나 성직자 출신으로, 왕족을 보좌하는 역할을 했다. 한편 다양한 권력이 버글거리던 중세 유럽에서 왕궁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군사력도 필요했다. 따라서 성에는 원래 신하뿐만 아니라, 금전으로 고용하던 기사나 견습 기사를 우두머리로 병사들이 많이 상주했다. 그들은 성의 경비를 맡거나 군사 훈련을 했다. 다만, 왕궁의 유지는 국왕이나 왕족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가문의 혈통을 지키는 것이었기에 후계자 문제로 골치 아파하거나 정략결혼을 추진하는 등 우리가 만들어낸 이야기에서나 볼 법한 드라마틱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곤 했다.
이어 보충 설명에서 중세 유럽의 군사 정세는 기본적으로는 꽤 불안정했다고 쓰고 있어 전쟁에 대비해 많은 노력을 해야만 하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인접국이 전쟁을 걸어올 위험성이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왕궁에는 병사들이 상주해 거의 매일 군사 훈련에 힘썼다고 한다. 병사(일반병)는 왕령에서 징집했고, 기사 또는 견습 기사 같은 관리직이 그들을 관리 및 통제했다. 또한 왕궁에 왕궁에 따라서는 금전으로 병사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책은 기술하고 있다.
마지막인 5부는 앞에서 설명한 1장부터 4장까지의 지식을 자신의 창작물에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조언한다. 저자는 초보 작가에게 도움될 만한 작법 노하우를 알려준다. 우선 예비 작가가 자신이 쓸 수 있는 장르를 찾은 다음, 스토리의 골자와 테마를 정하는 법에 대한 자신의 노하우도 제공한다. 또한 이야기의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플롯 구성을 통해, 주인공이 어떠한 시련을 겪을 것인지 구성하는 법을 소개한다. 모두 7개의 파일을 담고 있다.
저자 : 이와타 슈젠(祝田 秀全)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도쿄외국어대학 아시아·아프리카 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요요기 세미나의 세계사 강사로 근무했다. 현재 대학과 입시학원에서 ‘도쿄대 세계사’를 가르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지역별로 흐름을 읽는 세계사』, 『도쿄대생이 배우는 교양으로서의 세계사』, 『세계사의 달인이 되는 책』, 『은의 세계사』, 『역사가 재밌어지는 도쿄대의 심오한 세계사 1·2』, 『2시간 만에 복습하는 세계사』 등이 있다. 한국에는 『배신과 음모의 세계사』, 『세계사의 달인이 되는 책』이 출간되어 있다.
저자 : 히데시마 진(秀島 迅)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2015년 일본 최고의 응모작 수를 자랑하는 전격소설대상(KADOKAWA)을 통해 선발되어 2018년에 단행본 《안녕, 너 없는 바다》로 데뷔했다. 소설을 비롯해 출판 기획, 연예인이나 저명 인사의 인터뷰, 자서전 집필 등 다방면으로 글 쓰는 일을 겸하고 있다. 현재는 카피라이터와 영상 작가로도 왕성히 활동하며 한 달에 십여 편 이상의 기업 CF의 시나리오를 작업한다. 대표작으로 2020년 출간한 장편소설 《그 1초 앞을 믿고》가 있고, 최근에는 《프로 소설가가 알려주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어휘력 도감》을 선보였다.
역자 : 구수영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단단한 지식』, 『미치지 않고서야』, 『봄을 기다리는 잡화점 쁘랑땅』, 『심플하게 먹는 즐거움』,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무도 죽지 않는 미스터리를 너에게』,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위한 상품 사진의 비밀 37』, 『괴물 나무꾼』, 『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권을 추천해줄게』, 『사원 제로, 혼자 시작하겠습니다』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