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학자가 들려주는 네 가지 마음 중심
이종형 지음 / 노토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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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균형을 잡혀야 감정 표현이 지나치지 않는다. 또 늘 비워둔 마음이어야 감정의 조절이 가능해진다. 이를 잘 실천해 내도록 유도하는 것이 사상의학의 근본이자 치료법이다. 신체 건강의 균형, 마음의 중심이 바로 잡혀야 흔들리지 않는 삶을 향해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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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학자가 들려주는 네 가지 마음 중심
이종형 지음 / 노토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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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사상의학자가 들려주는 네 가지 마음 중심』은 표제어에 들어 있는 '사상의학'이란 단어 때문에 의학서로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계발서로 출간되었다. 저자 이종형은 현직 한의사로서 진료와 집필을 하고 있다. 사상의학처럼 사람의 마음을 네 가지로 나눈 이 책은 체질보다 심리적 치유를 위한 한의학적 접근이라고 독자는 이해한다. 사상의학(四象醫學)이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조선 후기 이제마가 창시한 의학이론으로 사람의 체질을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의 네 가지로 나누고 각각의 특성에 따라 병을 치료하는 한의학의 한 분야다. 

사상의학은 사람의 체질을 사상(四象), 즉 태양·태음·소양·소음으로 나누고 있다. 이 의학이론에 따르면 자신이 속한 사상체질에 따라 내부 장기의 기능, 마음의 욕심, 타고난 성향과 재주, 몸의 형태와 기운의 형상, 얼굴의 모양과 말하는 기운 등이 서로 다르며 이에 따라 생리, 병리, 약리 및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조건 등이 서로 다르다. 따라서 같은 증상을 보이더라도 각자의 체질에 맞는 치료법을 써야 그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이론을 근거로 한다. 이 이론은 1894년 이제마가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에서 처음으로 창안하여 발표했다고 한다. 독자 기억으로는 『소설 이제마』(전수길)를 원작으로 TV 드라마로 제작·방영됐다. 『동의수세보원』에는 성명론(性命論)·사단론(四端論)·확충론(擴充論)·장부론(臟腑論)·의원론(醫源論)·광제설(廣濟說)·사상인변증론(四象人辯證論) 및 각 사상인의 병증에 대한 각론 등이 있다고 한다. 성명론에서는 사상의학의 기본이 천(天)·인(人)·성(性)·명(命)의 네 가지의 구조적 원리에서 시작되었음을 밝히고 있다.(두산백과)

흔히 '한의학'을 한자 투성이의 의서로 영어로 된 양의학서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언어의 차이일 뿐 치료 의학서로서는 몸의 신비와 보이지 않는 신체 내부의 병을 다룬다는 의미에서 살펴보면 모두 어려운 학문이다. 우리 한의학(韓醫學) 서적은 우리가 조선시대까지 한자를 사용했기에 한자로 기술되어 있을 뿐이다.



저자 이종형은 다니던 서울대 공대를 자퇴하고, 한의학, 그중에서도 '사상의학'을 알게 되었고, 점차 가장 믿을 만한 인생 참고서로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에필로그〉를 통해 밝히고 있다. 진로를 바꾼 계기는 "삶이 참 고달프다도 회의감에 빠져 있을 때 찾아낸 돌파구"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때 접한 사상의학에는 체질 진단뿐만 아니라 인간의 완성, 즉 자기계발의 노하우들이 담겨 있어서, 매료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책 『사상의학자가 들려주는 네 가지 마음 중심』은 의학서로서의 기능보다는 자기계발서로 집필했기 때문에 될수록 한자로 된 의학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또 요즘 젊은 세대를에게도 친근감 있게 그림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한자를 모르는 세대에게도 쉽게 읽히고 뜻을 이해할 수 있도록 썼다. 이 책은 모두 네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사상의학에서 나누는 분류법을 응용한 것이다. 저자 역시 각각 사상의학에서 이야기하는 태양, 태음, 소양, 소음의 측면에 대한 내용들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경험을 녹여 각색했다고 말한다.

독자도 마찬가지지만 많은 분들이 사상의학을 단지 사람을 네 가지 체질로 구분하여 그에 맞는 식생활 습관을 권장하는 의학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하지만 사실은 네 가지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차원의 요소들을 두루 갖추어 완전함과 평형을 추구하는 것이 사상의학의 요지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자신이 젊었을 때 그랬던 것처럼 많은 분들이 사상의학 이론을 통해 자기 자신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집필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 독자분들이 보다 덜 흔들리고, 덜 아파하면서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적고 있다. 언급한 대로 이 책은 〈꿈〉, 〈사람〉, 〈사랑〉, 〈현실〉 등 4개의 키워드로 장(章)을 분류했다. 사실 한의학이든 사상의학이든 치료를 위한 의학서는 아니란 점이다. 각 장에는 5개씩 소항목 모두 20개를 마련, 일상에서 습관처럼 적용함으로써 건강한 몸을 되찾고 힘찬 미래의 꿈을 재정립해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도록 용기를 북돋는 데 주력하고 있다.



1장 〈꿈〉은 5개의 소항목 「언젠가는 끝이 나는 음악」, 「꿈을 꾸는 것. Dream a dream···.」,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던 아이」, 「네 인생은 이지 모드, 내 인생은 나이트메어」, 「희망은 좋은 것. 언젠가는 봄이 오기를···.」 등이다. 첫 소항목 「언젠가는 끝이 나는 음악」에서 저자는 "인생에 끝이 정해져 있다는 것, 누구나 언젠가는 무(無)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슬프지만 한편으론 위안이 될 때도 있다"고 전제한 뒤 "저명한 시스템 생물학자 데니스 노블 박사는 그의 책 『The Music of Life』에서 인간의 유전자와 인생을 CD와 음악에 비유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묻는다. "당신의 음악은 어디까지 Play 되었나요?" 저자는 부드러운 말투로 답을 내놓는다.(높임말은 독자가 임의로 예삿말로 바꾸었음) "고통스러운 삶도 아픈 기억도 결국에는 '나'와 함께 사라진다. 그것이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그리고 '죽음'은 정말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내가 없어져도 지속될 '영원한 것'은 뭐가 있는지 물어본다."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 저자는 잠시 생각할 기회를 준 뒤 다음의 문구로 마무리한다. "여러분의 묘비에 새겨질 글귀는? 영원한 가치를 찾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OOO 이제 잠들다."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의 음악이 끝날 때 세상에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의 삶이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나요?" 마지막 질문에는 독자들이 직접 생각을 해보고 책을 읽어나가는 형식으로 책은 이어진다. 

1장 다섯 번째 소항목 「희망은 좋은 것. 언젠가는 봄이 오기를···.」에서 화가 반 고흐의 이야기를 꺼낸다. 천재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생전에는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고(실제 그의 그림이 생전에 한 점도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빈곤과 싸워야 했다.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고흐는 "겨울에는 때때로 너무 추워서 여름이 있다는 게 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그 따뜻함이 현재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악이 종종 선을 압도해 버리는 것이지. 그러나 결국에는 우리의 허락도 없이 이 쓰라린 추위도 가시게 되어 있어. 어느 날 아침 바람이 바뀌고, 해빙기를 맞이하는 것이지. 그래서 아직 희망을 갖고 있어야 해"라고 한 말을 저자는 상기시킨다. 저자의 일차 답변은 "고흐는 그토록 기다리던 봄을 생전에 맞이하지 못했으나 대신 그의 작품들로 현재까지 많은 이들에게 봄을 선사하고 있다."이다. 고흐는 지금 행복할까요? 이 질문에 저자는 답한다. 누구나 다 고흐처럼 힘겨운 길을 가야 할 필요는 없다고. 때로는 타협하고, 돌아가도 된다고. 저자는 인생에 일과 꿈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을 독자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3장 〈사랑〉의 첫 항목 「감정의 의미: 진짜 감정과 가짜 감정」에서 각자의 영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양분을 공유하며 자라나는 식물들과 인간의 다른 점 중 하나는 바로 '감정'임을 지적한다. 누군가는 원치 않는 일을 겪게 되면 슬퍼하고, 또 화를 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로봇이 되길 원한다면 어떻게 될까? 저자는 인간에게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삶이 얼마나 밋밋할지, 교훈을 주기 위해 지어낸 소설 이야기를 꺼낸다. 그렇다고 가짜 감정을 억지로 보여주는 것 역시 권유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모멸적인 상황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로써, 혹은 사회생활을 위한 처세술로써 가짜 감정을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감정은 종종 상대방뿐만 아니라 나에게 경직감이나 피로감, 우울, 분노 등 이차적인 감정을 야기하고, 관계를 망치는 주범이 될 수 있다고 경계할 것을 주문한다. 

이에 따라 우울증이나 무력감, 혹은 어떤 심리적 문제를 겪고 있다면, 가짜 감정 때문에 진짜 감정을 잃어버렸던 것은 아닌지 꼭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현재 대외적인 나의 모습이 지금 나의 내면의 표현이 아닐 수도 있고, 내가 종사하고 있는 직업이나 진로가 사실은 내가 꿈꿔 오던 나의 미래와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늘 나 자신에게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내가 성내고 있는 것이 사실을 감추고 싶은 내 열등감 때문은 아닌지, 내가 웃고 있는 것이 부당함을 애써 외면하기 위함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는 제언이다. 

저자는 감정도 늘 이성의 통제하에 정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마구 날뛰어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은 대개 가짜 감정일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잘라 말한다. 때때로 진짜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며,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더 어려울 때가 많다는 것. 감정을 다루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이 높다. 그 맹렬하고 사나운 감정이라는 동물을 꼭 붙잡아 내 것으로 만들어 보는 일은 '진짜 나'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독자는 공감한다.



세 번째 항목 「채움으로 비워 내기」는 저자는 '마음이 버어 있어야 감정이 잘 일어난다'는 평범한 진리의 말로 시작한다. '감정'의 사전적 뜻풀이는 '어떤 현상, 일에 대해 일어나는 마음" 등으로 나와 있다고 밝힌다. 감정을 뜻하는 영어 단어 'Emotion'도 어원이 비슷하다고 한다. 저자의 말의 맥락은 기쁜 일에 기뻐하고, 슬픈 일에 슬퍼하려면 마음은 늘 비워져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마음속에 즐거운 감정이 가득 차 있어도, 노여움이 계속 일어나도, 외부의 사건에 마음이 적절히 감응하지 못한다는 것. 필요하다면 화끈하게 축배를 들고, 아직 괴롭다면 충분히 애도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해된다. 그렇게 해야 평상심을 회복하기 쉽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감정이 너무 강력해서 떨쳐 내기 어려울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마음속에 좋은 감정을 일으키는 것들을 계속 집어넣어 볼 것을 주문한다. 그림을 그린 후 설명을 이어간다. 유리컵 속 오염된 물을 어떻게 하면 깨끗하게 만들 수 있을까? 깨끗한 물을 컵에 계속 붓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혼탁해졌던 물이 흘러넘치기 시작하고, 컵 안의 물은 점차 맑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실험은 오염원을 제거하는 데에 집중하는 것보다 마음을 정화시키는 활동, 행복감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사건들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내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혹은 미래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 때로는 보편적이지 않은 방식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소위 스펙을 쌓기보다 해외여행을 하기로 결정할 수도 있고, 아무도 배우지 않는 중동 국가의 언어 공부를 시작할 수도 있는 것이죠. 나만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외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필요할 수 있죠."(p.134~135)


저자 : 이종형


20대에 긴 방황의 시기를 거치면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자퇴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 입학했다. 2011년에는 모바일 앱 개발 회사 노토스를 창업하여 다수의 앱을 출시하고, 서울시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 3기 수혜자로 활동했다. 2015년에 경희대학교를 졸업, 한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강원도 정선에서 공중보건의로서 한의사 생활을 시작했다. 2016년에 『사상의학으로 진단하는 태양대한민국』을 집필하여 “현대 사상의학 해석론”을 제시했고, 2020년에는 임상/상담심리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8년에 한의원을 개원하여 현재까지 서울시 동대문구에서 진료와 사상의학 연구를 이어 오고 있다. 『사상의학자가 들려주는 네 가지 마음 중심』은 사상의학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저서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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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고흐 - 신을 죽이고 초인을 부른 니체, 귀를 자르고 광기를 부른 고흐, 증보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공공인문학포럼 엮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스타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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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시작된 7월이다. 이젠 장마철이어서 비도 자주 내린다. 날씨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고흐 때문이다. 그가 프랑스 프로방스의 날씨를 좋아한다고 해서다. 그는 프랑스 아를에서도 적잖은 시간을 지냈다. 아를은 알프스에서 지중해까지 이어지는 론강을 끼고 발전한 도시다. 1981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우수한 문화유적을 갖고 있지만 옛날 로마시대 유적이 많다고 한다. 특히 프로방스는 기후가 좋아 고흐가 지냈던 19세기 후반은 풍요로운 농촌 지역이었을 것 같다. 이곳은 오늘날 반 고흐의 흔적을 찾아오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고흐가 아를에서 많은 그림을 그렸고 배경장소가 된 곳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그가 그렸던 곳은 대부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독자가 프랑스를 갔을 때 아를을 못 가본 것이 여한으로 남았다. 독자는 버킷리스트에 '아를(프로방스) 여행'을 채워 넣었다. 론강은 물론 '반 고흐 카페'도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하니 멋진 여행이 될 것 같다. 

이 책 『니체와 고흐』는 공공인문학포럼이 편저자다. 공공인문학포럼은 공감하고 공유하는 인문학 지식의 발전소 역할을 하기 위해 지적 호기심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인문학 네트워크라고 한다. 독서포럼과 함께 사람이 교양으로 알아야 할 상식과 지식을 주제별로 선정해, 현대인의 바쁜 일상을 감안해 핵심을 정리하고 빨리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하고 가볍게 엮어 나가고자 결성된 모임이라고 한다. 책 읽기를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책을 통한 놀이공원과 인생학교를 위한 꿈꾸는 발전소가 되는 것이 목표다. 독자로서는 처음 접하는 포럼이지만 이 책을 보니 내공이 대단하다. 이런 책을 펴낼 정도의 모임인데 독자가 모른 것은 '책 읽지 않는 사람' 중의 한 명으로 독자가 들어간대도 할 말이 없다. 

이 책은 명작과 명작의 만남이라는 콜라보 형식으로 기획해 탄생했다. 이번 판은 개정증보판으로서 읽기 쉽고 보기도 좋게 꾸몄다. 이 책에 담겨있는 니체의 잠언들을 〈삶〉, 〈아름다움〉, 〈지혜〉, 〈인간〉, 〈존재〉, 〈세상〉, 〈사색〉, 〈신앙〉, 〈예술가〉 등 10개의 주제로 나누어 정리했다. 고흐의 그림과 함께 배치해 서로의 기억에 도움을 준다. 따라서 읽는 즐거움을 모두 잡는 데 성공한 셈이다.



책 〈서문〉의 첫 문장은 철학의 명제를 보는 읽는 느낌이다. "니체는 절대 진리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파하면서 기존 질서와 고정관념을 사정없이 깨버린 현대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자 철학가로 꼽힌다." 누가 뭐래도 니체는 최소한 현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린다. 독자가 과문한 탓이겠지만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심각해지고 사회적으로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을 때 철학자 니체에 관련된 책이 쏟아지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전에도 니체의 책이 자주 나왔는지는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 독자가 책을 거의 읽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니체의 책이 쏟아지면서 철학자 니체가 왜 한국인들에게 인기를 얻는지 설명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기억한다. 신문에도 각종 매체에도 '니체 열풍'이라고 표현할 정도였으니까. 철학자나 철학도들은 꾸준히 니체를 공부했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갑자기 서양 철학자가 인기를 끈다는 것은 분명 특기할 만한 사안이 있을 것이다. 

사실 일본에서도 니체가 적잖은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펴낸 공공인문학포럼이 "일본에서는 문장을 정리하여 『니체의 말』이라는 제목으로 200만부의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고 귀띔한다. 니체가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사상가, 철학자로 우리 곁에 여전히 살아 있는 까닭은 그가 자신의 철학을 온몸으로 실천했기 때문이라고 공공인문학포럼은 말한다. 니체는 삶을 사랑했으며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에 대한 가치 역시도 스스로 결정했다. 니체의 삶이 곧 하나의 사상이었고, 니체의 사상이 곧 그의 삶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신은 죽었다"라고 말함으로써 놀란 사람은 일반 민중이 아니라 종교계 종교인들 아니었을까? 일반 민중은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물론 중세 시대에 이런 말을 할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인간 본위의 인문주의 사상의 시대, 근현대에서야 나온 말이기에 오히려 아쉬울 수 있지만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외친 갈릴레오 갈릴레이 이후 가장 통괘한 외침임은 분명하다. 니체의 외침은 기독교 문명이라 일컫는 서양 문명에 경종을 울린 것만은 분명할 테니까 말이다.



독자는 철학적 명제나 철학적 이론을 놓고 왈가왈부할 입장이 되지 못한다. 철학의 문외한이기 때문이다. 철학잭은 수십 년 전에 더 이상 철학을 공부하지 않게 한 데 결정적 공헌을 한 〈철학개론〉 외에 어떤 책도 한 권을 모두 읽은 적이 없을 정도다. 자학의 개념이 아니라 '무지'를 말하는 독자의 충심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공공인문학포럼은 〈서론〉에서 "'신이 죽었다'라는 명제가 익숙해져 니체의 말에 놀라는 사람도 많지 않고, 그래서 니체가 주장한 진정한 뜻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더 나아가 니체의 말속에 숨겨져 있는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드러난 그대로 곡해해 버리는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니체가 자신의 온 생애로서 증명하고자 했던 사상을 제대로 알게 된다면, 자기 자신과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자신만의 진정한 길을 살아나갈 용기와 지헤를 배우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독자도 그 중의 한 명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서론〉에서 공공인문학포럼은 니체의 말은 현실은 현실로서 인식하도록 했던 기존의 형이상학적 근거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단언한다. 기존의 절대적 가치가 더는 절대 가치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제 기존의 세속적 가치를 때려 부수고, 스스로 극복하여 새로운 가치를 정립해 내야 한다고 니체는 말했다고 전한다. 니체는 지적 우월주의에 빠진 자들에 대한 비판과 함께 세속화된 시대와 그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자들의 술수를 신랄하게 파헤쳐 부수었다. 뿐만 아니라 니체는 어리석게 끌려 다니는 대중이 깨어나도록 외쳤다고 역설한다. 

공공인문학포럼에 따르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기득 권력은 막강하다. 그래서 니체는 스스로 '망치'를 들고 철학을 하겠다고 천명했으며, 스스로를 인간이 아닌 '다이너마이트'라고 천명할 정도였다. 니체의 삶은 그 말이 은유가 아니라 사실의 강도 그대로를 드러낸 표현이었음을 삶을 통해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권력에의 의지', '초인 사상', '영원회귀 사상' 등이 탄생하고, 인간의 속성에 대해 고찰한 니체의 잠언들이 나왔다고 말한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은 화가 고흐다. 고흐는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한 점의 그림도 팔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삶은 가난과 정신적 고통으로 얼룩졌다. 사후에 얻은 명성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삶이었다. 고흐는 프랑스의 지중해성 기후에서 정신적 요양을 겸하면서 원색의 강렬한 느낌을 독창적인 붓터치로 살려낸 불멸의 화가였다. 정신적 장애로 인해 동생 테오에게 의지해 연명하다시피 살았다. 정신병원 입퇴원을 반복한 삶이 행복할 리 없었다.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화상, 교사, 목회자, 책 판매원 등의 다양한 직업을 거친 후, 1880년 스물일곱 살의 나이로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미 그 시기에 고흐의 정신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림은 고흐에게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닌 스스로를 구원한 치유의 일이었다고 전해진다. 전업 작가로 화가생활을 결심한 고흐는 남보다 늦게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는데 그가 화가 생활 10년 동안 1,000여점의 그림을 남겼다고 한다. 사나흘에 한 점씩 그렸다는 단순 계산에 독자는 오히려 놀랐다. 열정과 재능이 폭발적이었다는 반증이다. 1880년대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약 40년의 기간을 프랑스에서는 '벨 에포크'(Belle Epoque)라고 불리운다. 프랑스가 사회, 경제, 기술, 정치적 발전으로 번성했던 시대를 일컫는 말로 회고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이 시기 프랑스는 예술의 중심, 경제 번영과 전쟁이 없던 시절로 '아름다운·좋은 시절'이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모든 예술가들이 파리로 모여들기도 했다. 

정신병을 앓았다는 점에서 동정심을 자극했는지 모르지만 고흐는 화가로서 대단한 열정과 천재성을 보였다. 당시 벨 에포크 시기에 그의 그림을 제대로 인정하는 사람들이 없었을 것이다. 사치와 향락이 넘쳐나던 파리에서 무명의 고흐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었다. '태양의 화가', '영혼의 화가'로 불리며 별을 그린 화가로 유명한 고흐는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유일한 시간은 내가 미친 듯이 그림을 그릴 때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은 나를 꿈꾸게 한다" 등 원색과 강렬한 붓터치만큼이나 간명하고 강렬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고통과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폭발적인 열정을 보여준 것은 '광기'였을까. 이 책의 두 주인공은 모두 '광기'를 보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다. 독자의 두 위인에 대한 공부가 부족한 탓인지 두 사람을 '위인'으로 이끈 데는 광기가 한몫 하지 않았을까도 생각해본다. 다만 '광기'가 원인인지, 결과인지는 독자의 공부 부족으로 단언할 수 없을 뿐이다. 귀를 자를 정도로 광기에 휩싸이면서도 그보다 더 열정적인 그림, 위대한 명작을 남긴 고흐. 신은 죽었다는 말로 시작되는 말과 신도 용서하지 못할 폭력적 독설의 니체.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모두 10장(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아름다움에 대하여」, 2장 「삶에 대하여」, 3장 「신은 죽었다」, 4장 「지혜에 대하여」, 5장 「인간에 대하여」, 6장 「존재에 대하여」, 7장 「세상에 대하여」, 8장 「사색에 대하여」, 9장 「예술가에 대하여」, 10장 「니체를 만난다」 등이다. 이 가운데 1~9장은 모두 우리 삶에 관계되는 것이지만 10장만 철학자 니체의 이름이 들어 있다. 10장으로 먼저 발걸음을 옮긴다. 공공인문학포럼은 왜 10장을 '니체의 장'으로 꾸몄을까. 10장에 들어가는 페이지에 니체의 말이 씌여 있다. "나의 발걸음은 훨씬 단단해졌고 또한 확실해졌다. 용기가 나를 성장시켰다. 앞으로 나는 더욱 고독해질 것이며 이전보다 험난해질 길을 걷게 될 것이다." 10장 시작 페이지에는 〈몽마르트르 언덕의 전망대〉라는 고흐의 그림이 있다. 독자로서는 처음 보는 그림이지만 마치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휴식 겸 전망 좋은 곳이다. 이 장에는 니체의 저서에서 인용한 잠언과 단편적인 글들로 채워져 있다. '나의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 '철학자의 긍지를 그렇게 살 수는 없다' '고뇌의 몸부림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철학자는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터무니없는 일을 당해도 축제처럼 즐길 것' '한 자루 칼과 백 가지 욕망' '인간을 병들게 하는 비굴한 감성' '나의 발걸음은 훨씬 단단해졌다' 등이 있다. 

'한 자루 칼과 백 가지 욕망' 일부를 인용한다. 나는 민중의 죽음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나의 형제들이여! 이곳엔 민중이 없다. 다만 국가가 있을 뿐이다. 국가란 식어 버린 시체이며 가장 냉혹한 괴물이다. 그들은 아침마다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그들은 우리를 기만하고, 지배하며, 잔인하게 물어뜯는다. 그들은 우리를 볼 때마다 이렇게 외친다. "국가는 민중이다!" 이 말에 속지 말라. 그것은 거짓말이다. 민중을 창조하고 그들에게 믿음과 사랑을 베푼 것은 창조자였다. 우리의 삶에 희생된 자는 오직 우리들 자신뿐이었다. 우리는 함정에 빠진 것이다. 국가라고 불리는 저 파괴자들이 파 놓은 함정에 발을 들이민 것이다. 그들은 함정에 빠진 우리에게 한 자루 칼과 백 가지 욕망을 쥐어 주었다. 우리는 이 칼과 욕망에 지나칠 정도로 익숙해졌다. 너무나 많은 인간들이 태어났다. 우리가 키우고 양육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이 태어났다. 그래서 우리는 국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국가는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우리에게 생산을 요구한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산을 요구하낟. 자신의 지위가 유지되도록 우리를 물어뜯고, 씹고, 삼키고, 다시 물어뜯는 것이다.(p.302)



저자 :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Friedrich Wilhelm Nietzsche)


19세기 독일의 철학자이자 음악가, 문학가이다. 1844년 독일 작센주 뢰켄의 목사 집안에서 출생했고 어릴 적부터 음악과 언어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집안 영향으로 신학을 공부하다가 포이어바흐와 스피노자의 무신론적 사상에 감화되어 신학을 포기했다. 이후 본대학교와 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 언어학과 문예학을 전공했는데 박사 논문을 제출하기 전에 이미 명문대인 스위스 바젤대학교에 초빙될 만큼 뛰어난 학생이었다. 1869년부터 스위스 바젤대학교에서 고전문헌학 교수로 일하던 그는 1879년 건강이 악화되면서 교수직을 그만두었다. 편두통과 위통에 시달리는 데다가 우울증까지 앓았지만 10년간 호텔을 전전하며 저술 활동에 매진했다. 겨울에는 따뜻한 이탈리아에서 여름에는 독일이나 스위스에서 지내며 종교, 도덕 및 당대의 문화, 철학 그리고 과학에 대한 비평을 썼다. 그러던 중 1889년 초부터 정신이상 증세에 시달리다가 1900년 바이마르에서 생을 마감했다. 니체는 인간에게 참회, 속죄 등을 요구하는 기독교적 윤리를 거부했다. 본인을 ‘망치를 든 철학자’라고 부르며 규범과 사상을 깨려고 했다. “신은 죽었다. 우리가 신을 죽였다”라고 한 그는 인간을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창조하는 주체와 세계의 지배자인 초인(超人)에 이를 존재로 보았다. 초인은 전통적인 규범과 신앙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인간을 의미한다. 니체의 이런 철학은 바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집대성됐고 철학은 철학 분야를 넘어 실존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에까지 영향을 크게 미쳤다.

『비극의 탄생』(1872)에서 생의 환희와 염세, 긍정과 부정 등을 예술적 형이상학으로 고찰했으며, 『반시대적 고찰』(1873~1876)에서는 유럽 문화에 대한 회의를 표명하고, 위대한 창조자인 천재를 문화의 이상으로 하였다. 이 사상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1878~1880)에서 더 한층 명백해져, 새로운 이상에의 가치전환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여명』(1881) 『즐거운 지혜』(1882)에 이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3~1885)를 펴냈는데 ‘신은 죽었다’라고 함으로써 신의 사망에서 지상의 의의를 말하고, 영원회귀에 의하여 긍정적인 생의 최고 형식을 보임은 물론 초인의 이상을 설파했다. 이 외에 『선악의 피안』(1886) 『도덕의 계보학』(1887)에 이어 『권력에의 의지』를 장기간 준비했으나 정신이상이 일어나 미완으로 끝났다.


그림 :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네덜란드 후기 인상주의 화가. 서양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화풍의 스승을 두지 않고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그려냈다.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제작된 그의 작품들은 강렬한 색채, 거친 붓놀림, 뚜렷한 윤곽을 지닌 형태를 통하여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생의 고통을 인상 깊게 전달하고 있다. 네덜란드 뇌넌에서 서른일곱 해의 짧은 생을 살면서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며 고독했던 그는 주로 파리, 아를, 생레미 등지에서 노동자와 농민 등 하층민의 모습과 자연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네덜란드 뇌넌, 헤이그 시절에는 어두운 색채의 비참한 주제가 특징이었으나 1886~1888년 파리에서 인상파, 신인상파의 영향을 받은 뒤로 꼼꼼한 필촉과 강렬한 색채로 특유의 화풍을 전개했다. 1888년 아를에서 병의 발작에 의해서 자신의 왼쪽 귀를 자르는 사건을 일으켜 정신병원에 입원했으며 이후로도 입퇴원 생활을 거듭하다가 1890년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

종교적인 신념,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했던 고흐의 삶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채, 고독과 가난 속에서 온전히 예술을 위해 바쳐졌다. 그러나 살아 있는 동안에는 인정받지 못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후에야 그의 작품들은 불후의 명작이 되었다. 그는 생전에 단 한점의 작품만이 판매되었지만, 현대의 미술계는 최고가를 자랑하는 비운의 화가가 되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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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이야기 -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이야기
박준홍 지음 / 북스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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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는 세상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원인이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인과 관계를 확실하게 뒷받침해 준다. 어떤 일이든 원인 없이 결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지극히 일상적인, 하지만 철학적인 말이다. 우리 지구상이나 우주 어디에도 어쩌면 원인과 결과는 불가분의 관계인 '진리'일 것이다. 특히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역사적인 사건이든 이웃집의 부부싸움이든 원인과 결과는 하나로 묶어서 설명해야 듣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사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다. 우리 일상도 매일 똑같다고 느끼는 것은 감정적 접근이며, 매일 똑같은 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다. 중국에서는 예부터 인간의 삶을 탐구하고 연구하던 학자들은 '인생무상'이란 말을 즐겨 썼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서 똑같은 것은 없다"는 말로도 통하는 이 말은 '덧없음'을 뜻하는 말로 사용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변화하는 게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저자 박준홍은 세상의 시작이 언제였든 간에 세상은 늘 변화했다고 전제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사라지더라도 변화를 멈춘 적은 없다는 것이다. 결은 다르지만 인생무상과도 뜻이 같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변화가 빠르다. 매초, 매분, 매시간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다. 그래서 늘 새로움에 목말라하고 좀 더 많이 알고자 노력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이 책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이야기」란 부제를 갖고 있다. 90만 이상이 선택한 유튜브 지식 채널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를 운영하는 저자가, 영상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와 함께 ‘현재’에 필요한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은 뉴스나 신문에서 이야기하는 사건·사고 너머에 존재하는 이야기를 통해 적나라한 현실을 파헤치며,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특유의 시니컬하지만 유쾌한 통찰에 독특한 시선을 더했다고 저자는 〈서문(프롤로그)〉에서 말한다. 정치, 경제, 역사, 종교, 기업 등의 종합적인 이야기를 다루며 하나의 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다. 또 여러 곳에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 것도 일종의 세상의 흐름이다. 이 여러 개의 별도 사건을 한데 뭉치는 통찰력도 있어야 한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세계정세의 흐름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에 녹아들며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신선하고 날 것의 지식은 ‘오늘’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각각 전쟁 중이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미국과 멕시코는 마약과 전쟁 중이며, 아프가니스탄과 예멘, 소말리아는 내전으로 많은 생명이 죽어가고 있다. 또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집트,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는 경제가 무너져 국민의 삶이 피폐해졌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중국, 일본, 대만, 북한 등도 급변하는 정세에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다. 또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우리가 사는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매일 새로운 뉴스와 이슈가 생기는 요즘,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빨라졌고 덩달아 우리 삶의 방향과 속도도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이 책 표면적 지식 이외에 영상에서 다루지 못했던 내면 깊숙한 이야기까지 모두 담았다. 또한 저자의 다양한 관심과 시니컬하지만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그동안 놓치고 있던 모든 것의 유기적 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책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는 각자 삶 속에 녹아든 세상을 마주하고 지금 필요한 혜안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세계를 이야기한다. 또한 그 이면의 이야기까지 담아내며 생각의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가장 많이 회자 되는 ‘세대’와 ‘시대’, ‘사회’와 ‘경제’라는 키워드 아래 다양한 문제와 갈등 그리고 그 원인과 이유를 조명하고 있다. 결과로 드러난 현실에서 밝혀지지 않은 이유와 명징하지 않은 결과는 인간을 삶을 잘못된 곳으로 데리고 갈 수도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세상의 흐름을 냉정한 이성과 풍부한 통찰력으로 바라봐야 한다. 다각도로 접근하고 분석해 판단하는 습관은 통찰력을 키워주며, 원인과 결과를 명확하게 알고 나면 세상의 흐름을 주도할 판단력도 기를 수 있다. 이 책이 단순히 흥미를 돋우기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언급한 〈세대〉, 〈시대〉, 〈사회〉, 〈경제〉 등이다. 물론 언급한 네 가지가 우리 삶의 전부는 아니다. 그렇지만 각 문제와 갈등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고, 살아갈 이들에게 필요한 통찰을 전달하는 데는 유효할 것으로 저자는 판단한다. 과거, 현재, 미래를 따로 떼어내어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저자는 우리의 삶을 위해 한 가지 키워드나 문제에 매달리기를 지양하고, 지금보다 넓고 깊은 시각과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현재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1장은 '세계의 젊은이들은 왜 우울하고 불안한가'란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 'MZ세대'로 일컫는 청년들이 왜 불안과 우울에 빠져 있는가를 탐구한다. 이런 현상은 우리뿐만 아니라 이웃의 중국, 일본도 마찬가지며 미국과 유럽의 젊은이들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점을 살펴본다. 〈세대유감〉이란 말로 저자는 표현한다. 책에 따르면 청년들이 불안과 우울을 느끼는 이유는 개인마다 국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크게 기성세대에 대한 박탈감, 평균의 상향, SNS, 실업률 그리고 현재 상황과 최근의 경험들이다. 첫째 불안과 우울의 반대말은 행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의 기성세대는 오히려 지금 청년들보다 훨씬 안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다. 인권, 환경, 인프라 등 전부 현재와 비교하면 열악했다. 다만 기성세대는 기회가 많았다.(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 청년들은 기회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집뿐만 아니라 경제가 불황이었다는 말은 그 시대에 비교적 불황이었다는 말이지 굵직한 사건이 터진 몇 년을 제외하면 경제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노력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성취는 사회적 기준으로 말하는 '성취'다,

경제가 성장한 국가에서는 사회적인 성공의 기준이라는 것이 생겼다. 행복은 상대적이다. 지금 모든 국가의 청년들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가장 호화로운 청년들이다. 기성세대 측면에서 볼 때 지금의 청년들은 좋은 교육과 먹을 것, 인프라까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경제 성장의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청년들이 받은 헤택은 아니다. 사회적 성공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노력만으로 구하기 힘들어졌다.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안정적이고 돈이 되는 자산들은 가난한 청년이 노력해서 닿을 만한 게 아니라는 의미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똑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현재는 제쳐두고서 지금 청년들에게는 사회적 성공으로 가는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반대적 개념을 끼워넣는다. 모두가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사회는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아무리 윗세대가 기회가 많았다고 해도 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다수가 아니다.노력으로 안 된다라는 말 이면에는 희망이 없다는 무기력함과 자신들은 노력으로 이룰 수 없다는 박탈감이 숨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문물인 SNS의 발달은 다른 사람이 지금 뭘 하는지 어떻게 사는지 볼 수 있게 되었다. 다들 자랑하고 싶은 순간들을 찍고 올린다. 행복은 상대적이다. 끊임없이 자신과 다른 사람이 비교되는 사회에선 행복감을 느끼긴 어렵다. 돈 많고 잘생기고 예쁘고 화려하게 사는 이들이 행복이 기준이 되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불가능한 일이다. 



2장 〈시대유감〉에서 저자는 「신이 창조한 인간, 신을 만들어 낸 인간」, 「제3차 세계대전의 불쏘시개가 될지도 모른다」, 「미국이 최강대국인 이유」, 「아프가니스탄은 어쩌다 지옥이 되었나」, 「푸틴이 믿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등 11개 항목에 대해 숙고한다. 「신이 창조한 인간, 신을 만들어 낸 인간」는 인간과 종교에 대한 많은 결과를 살펴보고 종교에 원인이 있는 점을 분류해 낸다. 종교는 인간의 가장 약한 부분을 잘 찾아내는 법이다. 종교를 믿게 하려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반대로 인간은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종교의 지도자들의 힘에 매료되는 것이며, 의지할 곳으로 믿게 된다. 「미국이 최강대국인 이유」는 한마디로 '좋은 땅'을 들고 있다. 미국은 누가 뭐래도 제1의 패권국가다. 강력한 힘은 군사력과 경제력으로부터 나온다. 그 군사력과 경제력의 밑바탕에는 넓고 비옥한 토지가 있다. 식량난은 인류가 지구상에서 살기 시작할 때부터 인류에게 닥친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인류 최초의 전쟁도 식량 부족 때문에 일어났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다. 식량난은 지금도 계속된다. 다만 부자가 된 나라와 가난한 나라들이 혼재한 상태에서 이젠 가난한 나라에만 존재하는 일일 뿐이다. 여전히 가난한 나라에서는 식량난이 가장 큰 국가 과제다. 저자가 미국이 최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단연코 '영토'로 꼽고 있다. 미국은 위도 48도의 온난한 기후를 갖고 있다. 전 세계 1등급 토지의 절반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처럼 엄청난 양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 인도에 이어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지만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에는 약 100년간 전쟁으로 땅을 뺏거나 돈을 주고 구매해서 서쪽으로 영토를 넓혔다. 그 중에서도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 지역을 구매한 것은 '신의 한 수'다. 그것은 프랑스 입장에서 보면 유사 이래 최악의 한 수가 된다. 당시 프랑스는 나폴레옹이 집권하던 시절인데 뉴올리언스를 사려고 프랑스를 방문한 사절단에게 햔반도의 약 10배나 되는 루이지애나의 모든 땅(212만평방미터)을 1,500만 달러라는 헐값에 떠맡기듯 팔아치운다. 나폴레옹은 오랜 전쟁으로 재정이 뭅시 악화되어 있었기에 멀리 있는 식민지 정도는 가볍게 보았을 것이다. 또 하나의 미국이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지역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나라의 군대가 육지를 통해 미국을 침략하기 힘든 환경이라는 말이다. 캐나다 쪽은 산맥과 숲, 멕시코 쪽은 광활한 사막과 고지대로 막혀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이민자들의 국가라는 점이다. 저자는 개인적 생각임을 전제로, 이 점을 미국이 강대국으로 발전한 가장 강력한 이유로 꼽았다. 미국은 아인슈타인 같은 인재들을 포함해 인재들을 포함한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였고, 과학, 스포츠, 교육, 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위상을 떨쳤다. 이밖에도 저자는 훌륭한 지도자와 정부의 개입 없는 자유시장 경제 체제도 미국이 강대국으로 발전하는 데 한몫했다고 말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어쩌다 지옥이 되었나」란 글도 흥미롭다. 타국의 일이기에 '흥미'라는 표현을 써서는 안 될 줄 알지만 아프가니스탄은 사실 9·11 테러 이전에는 지도 상에만 있었지 독자의 머릿속에는 없는 나라였다. 어느 날 갑자가 미국의 무역센터가 테러 폭격당햇다는 보도와 함께 온통 테러 지도자로 알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아프가니스탄이 본격적으로 화제의 나라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 전에도 구 소련과의 10년 전쟁에도 이겨낸 나라라는 정도로 가끔씩 외신 보도가 있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주목할 나라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훨씬 자세하게 아프가니스탄의 국제 정세의 관계를 풀어 써놓았다. 덕분에 문외한의 지식이 조금 업된 느낌이다. 저자는 아프가니스탄이 지옥으로 바뀌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보려면 19세기 한창 영국과 소련이 대치하던 그레이트 게임 당시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레이트 게임을 간단하게 말하면 1813년부터 영러협상인 1907년까지 두 국가가 유라시아의 패권을 두고 경쟁을 펼친 시대를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그레이트 게임 당시 혼란스러운 내전을 겪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바라크자이 왕조의 도스트 모하마드가 두라니 왕조를 몰아내고 아프가니스탄 제국을 건설했다. 다만 바라크자이 왕조를 확실히 없애지 못해서 내부로 투쟁이 끊이지 않는 상태였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상황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은 바라크자이 왕조가 아프가니스탄 제국을 건설하던 때부터 시작됐을지도 모르겠다. 혼란에는 더 큰 혼란이 더해지기 마련이듯 아프가니스탄 제국은 영국과의 전쟁에서 패하며 안 그래도 혼란한 정국에 영국의 개입까지 감당해야 했다. 영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미친 영향으로는 '듀랜드 라인'을 빼놓을 수 없다. 듀랜드 라인은 당시 파슈툰족이 살던 파슈투니스탄 정중앙에 영국이 제멋대로 선을 그으며 파슈툰족의 거주지역을 둘로 나눠버린 사건이다. 이 선을 듀랜드 라인이라고 한다. 영국이 제멋대로 그어 버린 듀랜드 라인으로 인해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은 찢어진 땅을 두고 사이가 틀어졌고, 이때 생긴 갈등과 분쟁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약소국들은 강대국들의 눈에는 장기판의 '졸'로 보이는 모양이다.



37개의 항목으로 나뉘어져 4개장을 이룬 이 책은 「해적이 꿈이라는 소말리아」에 독자의 시선이 멈췄다.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우리 어선 구출작전이 크게 보도된 것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 영화 〈모가디슈〉에도 등장해 낯설지 않아서이다. 아프리카 지역이 워낙 내전이 잦은 곳이라 어떤 나라이고 어디쯤에 붙어 있는지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우리 상선을 납치했다고 인명 대신 돈을 요구한다고 해서 세상에 21세기 공해상에서 이런 일이...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된 나라이다. 더욱이 나중에 영하로 나왔을 때는 북한 대사관과 우리 대사관 사이의 묘한 긴장감과 협력도 볼 수 있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깐 했었다. 이 책에서 소말리아 현대사를 잠시 언급하며 소말리아가 왜 이 상황에 이르렀는지를 짚어내고 있다. 

근현대사의 비극은 거의 모두 서양 강대국들의 식민정책으로 시작된다. 소말리아도 마찬가지다. 소말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이탈리아로부터 독립을 약속받았다. 1960년 영국령 소말릴랜드가 독립하고 본토와 통합되어 노늘날의 소말리아가 되었다. 1969년 세르마르케 대통령 사망 이후 시아드 바레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며 장기 집권했다. 이 기간에 소말리아는 에티오피아와 오가덴 전쟁을 치렀고, 이 전쟁은 소말리아 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다. 외채는 쌓여만 가고 경제는 추락했다. IMF의 도움을 요청하고 긴축정잭을 폈다. 이 과정에서 바레의 부족주의 정책은 계속되었고, 그의 부족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의 불만이 커져만 갔다. 소말리아를 지원하던 국가들과 국제 기구들의 지원이 줄어들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돼 갔다. 바레 정권을 몰아낸 후에도 혼란은 계속되었다. 혁명 성공후 분열하고, 씨족들고 군벌들, 군부 사이의 전쟁 등 복잡하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국에서 소말리아 국민들은 굶어죽고, 총 맞아 죽고···. 배고파도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는 없고···. 결국 이들의 선택은 '해적질'이었던 것이다. 아픈 과거지만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어 결코 남의 이야기로만 흘려들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저자는 소말리아의 문제는 단순히 한 국가의 이야기를 넘어서, 전쟁과 평화, 개발과 빈곤, 국제 협력과 독립 등 국제 사회가 직면한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을 담고 있다고 밝힌다. 국제 사회가 이 나라뿐만 아니라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다른 지역드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협력해 나가기를 지속한다는 저자의 마음에 공감한다.


저자 : 박준홍


90만 이상의 구독자가 선택한 유튜브 채널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다. 인물, 역사, 경제, 종교, 기업 등의 다양한 이야기와 교과서에 없는 재미있고 살아 있는 신선한 지식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전업 트레이더이자 실용주의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하지만, 책과 문학을 사랑하는 따뜻한 감성을 소유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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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 깊고 진하게 확장되는 책읽기
김겨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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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는 분류상 독서 에세이 혹은 독서 비평 분야로 나뉜다. 지금까지 책을 많이 읽고 쓰는 분들의 '독서 노트'나 '작가 수첩' 등을 읽어보면 주로 책을 쓴 작가들의 인삿말 정도가 많다. 모두 겸손이 밴, 자신을 낮추는 말이 대부분이다. 그것은 본서(집필서)를 쓰는 과정에서의 짧은 소회 등을 주로 쓰고, 관례에 입각해 겸손한 자세의 글을 쓴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독자는 작가들의 독서 노트를 읽는 이유가 평소 작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가?와 책을 읽을 때 어디까지 사유하나? 등에 관한 관심 때문이다. 독자는 그러나 비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작가들의 글이나 메모를 비평할 능력도 없거니와 읽은 책에 대한 즐거움 때문에 작가들의 메모를 거의 100% 신뢰한다. 

저자 김겨울의 첫 책 『독서의 기쁨』이 독서라는 행위에 대해 연서처럼 쓴 책이라면, 이 책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는 한 권의 책이 사람을 어디로 데려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밝힌다. 이 책에는 저자가 본능에 가까운 이끌림으로 선택한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네 편의 소설이 작가의 삶 어디에 자리 잡았는지, 깊고 진지하게 책과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야말로 독자가 짧은 메모를 읽으며 궁금해 했던 대부분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는 느낌이다. 저자는 운명, 고독, 시간, 상상 등 인간이 처한 조건을 다룬 이 네 권의 책을 토대로 독자와 함께 생각의 지도를 그려보며 새로운 생각의 싹을 틔우는 독서 노트를 공개하는 셈이다. 물론 공개의 또 다른 이유는 독자들도 무조건 책을 읽는 것보다 저자처럼 책의 내용은 물론 책의 주제에서 파생되는 확대 심화된 사유까지 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독자는 이해한다. 

"책이 뻗어 보인 가지들에서 시작해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새로운 가지를 뻗어내기를, 그렇게 가지를 뻗고 뻗어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만나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면 까마득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가 이따금 언어의 지평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란 저자의 작은 소망의 길에서 만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독자의 책 읽기 '텍스트'로 삼을 생각이다. 이번 재출간되는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는 2019년 출간 이후 독자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온 스테디셀러를 저자의 전작 『독서의 기쁨』과 함께 리커버 세트(양장본)로 묶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되면 더 나은 책을 쓸 수 있을까 고민했던 초보 작가 시절의 저자의 바람도 책 읽는 기쁨을 더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로서는 재출간이지만 독자는 이 책을 처음 읽기 때문에 책의 신선함까지 읽어낸다.(사실은 독자가 과문한 탓이라 독서 지식이 지극히 짧아서일 것 같다) 이 책은 한 권의 책이 독자들을 어디로 데려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독자는 이 책을 독서 텍스트로 삼기로 했다. 저자는 이번 리커버판 〈서문〉에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책이 단순히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매체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자신에게 비춰주었다는 것을 안다"고 전제한 뒤 "책은 전혀 모르는 곳으로, 혹은 알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몰랐던 곳으로 자신을 데리고 나녔음을 안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곳'이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확대 사유의 끝, 주제에 대한 심화된 사색의 끝을 말한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독서를 끝내고 비로소 자신에게 돌아온 후 되찾은 자신은 책 읽기 전의 자신과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분명하게 작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자신이 못 느끼더라도 차곡차곡 쌓여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아름다운 눈으로 세상 보는 눈을 더 크게 해줄 것이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2023년 출간한 『겨울의 언어』의 저자 소개는 이런 문장으로 마무리된다"고 말한다. '텍스트 속 타자들을 통해 조금씩 변해왔으므로 자신을 '텍스트가 길러낸 자식'으로 여겨도 제법 정당할 것이라고 여긴다." 집필했던 책의 내용도, 저자 자신도 서로서로 조금씩 발전해왔음을 느낀다는 표현이다. 책 속의 내용이 과장이나 왜곡은 없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또 한 문장, 한 문장에 대해 부끄럼보다는 이젠 당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음을 마음속으로 느끼고 있다고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저자는 『독서의 기쁨』 출간으로부터 수년이 흘렀지만 책이라는 매체에 대한 생각(더 나은 책을 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는 지금도 큰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생각은 더 체계를 갖추고 자리를 잡는다고도 밝힌다. 경험이 쌓이면서 이른바 집필 '경륜'이 쌓이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느낌, 표현 하나하나에 조바심을 냈던 시절에 비해 당당해진 언어 사용, 또 책을 쓰면서 조금씩 늘어가는 삶에 대한 자신감이 오히려 의무감이나 책임감으로 다가왔으리라 독자는 생각한다.

저자의 "글쓰기, 책을 쓰는 것은 못내 부끄러운 일이다. 책에 저자의 결함이 행간에 묻어 있다는 점에서 그렇고, 그 결함을 알면서도 사람들에게 끝내 책을 위한 시간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쓰는 자의 첫 번째 미덕이 성실함이라면 두 번째 미덕은 부끄러움이라고 나는 여전히 믿는다.'는 말에 응원과 찬사를 함께 보내고 싶다. 



이 책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는 저자가 읽고 사유를 늘린 네 권의 책에 대한 이야기다. 네 권의 책 모두 소설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도 있고 베스트셀러 작가도 있다. 거창한 수상 이력이나 베스트셀러 작가이기에 읽었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기쁨으로 읽었다기보다 '진지하고 차분하게 감상한' 책들이다.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등이다. 모두 본능에 가까운 이끌림으로 선택한 책들이라고 저자는 털어놓는다. 여기서 '본능'이란 책을 많이 읽은 독자로서의 '촉'을 이를 것이다. 저자는 이 선택한 책들에 대해 실컷 이야기하고 나서야, 각각의 책들이 인간이 처한 조건 중 일부를 다루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털어놓는다. 저자가 깨달은 것들은 운명, 고독, 시간, 상상이라는 조건들이다. 저자는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몸에 따른 고독, 그 몸을 가지고 통과할 수밖에 없는 시간, 그 안에서 만들어가야만 하는 운명, 그리고 삶에서 탈출하려는 혹은 변화시키려는 상상이라는 조건들은 비단 저자에게만 주어진 것들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네 편의 소설을 이러한 키워드로 읽은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독서 경험이라고 말한다. "다른 독자들에게는 이 소설들이 훨씬 더 풍요롭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저자는 독자들의 독서를 권유한다. 

이 책은 일종의 독서 노트지만, 저자는 책에 대한 감상에 그치지 않고 한 권의 책에서 가지를 뻗어 여러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한다. 『운명』을 다룰 때는 나치에 대해서도 썼고, 『프랑켄슈타인』을 말할 때는 메리 셸리의 어머니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여성의 권리 옹호』도 다뤘다. 『백년의 고독』을 이야기할 때는 시간에 대하여 썼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도 다뤘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서는 앞서 다룬 인간의 한계들을 뛰어넘으려는 상상에 관해 생각을 더했다.

개략의 설명을 끝낸 저자는 이제 이 책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를 쓴 목적(?), 집필 이유를 꺼낸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자'라는 마음에서, 책이 완성되어 가면서 그 스스로 목표를 빚어냈다고 고백한다. 좋아하는 소설을 소개하고 그 소설이 어디까지 달려 나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일, 생각의 지도를 함께 그려보는 일, 그것이 다시 삶의 어떤 자리에 자리를 잡는지 지켜보는 일, 그래서 조금이나마 쓴 사람과 읽는 사람에게 다시금 새로운 생각의 싹을 틔우는 일로 바뀌었다는 말이다. 단순히 변화라기보다 확대됐다고 봐야 맞을 것 같다. 물론 저자가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저자는 이 대목에서 독자들에게 하나의 소회와 함께 당부를 남긴다. 독자들은 이 탐색의 기록을 읽으며 하나의 생각이 어떻게 가지를 치고 다른 책으로 연결되는지, 책이 한 인간을 어디로 달리게 했는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저자는 이 독서 노트를 이용하는 방법을 꺼내놓는다. "목차에 있는 네 권의 책을 먼저 읽고 나서 읽거나, 이 책을 먼저 읽고 나서 네 권의 책을 읽는 것이다. 아니면 한 권씩 읽고 해당하는 장을 읽을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 이 책이 뻗어 보인 가지들에서 시작해 새로운 가지들을 뻗어 볼 수 있다면, 그렇게 가지를 뻗고 뻗어 나가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만나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면 이 책의 소임은 다 한 것이다. 이 책이 여러분의 종착역이 아니라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어쩌다 보니 책을 이야기하는 일을 업의 목록에 추가하게 되었으나 저자는 어디까지나 일개 독자라는 사실에서 멀리 떨어져서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유튜버로서 매주 영상을 만들며 불안해하고, 걱정하고, 공부하고, 말을 삼키며 보냈던 시간을 이 책으로 조금 변명하고 싶다는 속마음을 담아서 털어내는 말이다. 턱없이 부족한 지식으로 이만큼 올 수 있었던 것도 기적이라고도 그간의 어려움도 삼킨다. 잔뜩 쌓인 기대를 앞에 두고, 비로소 이 책으로 부담을 내려놓는다며 홀가분함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한다. 책을 탈고할 때까지 불안하고 기대되는, 복잡한 심정을 거침없이 내놓는다. '후련하다'는 다른 표현일 것이다. '별것 아닌 일개 독자라는 사실'을 이제는 모두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일개 독자도 책을 읽을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책의 축복이라고 책에게 슬쩍 책임과 영광을 떠미는 듯한 센스도 보여준다. 

이 책에 소개된 네 권의 책 가운데 독자는 불행하게도 한 권밖에 읽지 못했다. 다른 한 권은 영화를 통해서, 줄거리를 아는 정도고 다른 두 권은 읽지 못했다. 『운명』은 읽지 못한 책 가운데 하나다. 저자의 책 소개는 책 읽기와 연결되어 있다. 독자들의 눈을 잡아 끄는 글은 첫 페이지부터 눈에 띈다.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는 마지막 십여 페이지다. 이십여 페이지를 읽기 위해 우리는 앞의 삼백여 페이지를 끈질기고 끈질기게 읽어내야 한다. 이것은 독서라기보다는 '함께 살아내는' 행위에 가깝다. 페이지마다 통증이 골수에 사무치는 듯하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주인공과 함께 고통스러운 두 해를 산다. 물론 이 경험은 주인공만 한참 못할 테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겸허한 간접 체험자로서 주인공을 지켜본다."



『백년의 고독』은 네 권의 책 중 유일하게 독자가 읽은 책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가는 1982년 이 작품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독자로선 20년이나 지난 후 읽었지만 지금으로부터 생각하면 22년이나 지났다. 사실 기억이 뚜렷하지 않다. 주인공들 이름이나 줄거리조차도···. "리얼리즘의 극치를 보여 주며 일단 한 번 잡기 시작하면 끝까지 손을 놓을 수 없게 하는 소설"이란 당시 번역판의 소개글에 나와 있다. 더듬어 생각해보면 남아메리카를 '라틴아메리카'라고 부르는 것은 에스파니아와 포르투갈이 식민지로 강제 점령했다는 반증이다. 이곳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사회적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소설의 이야기는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그의 사촌 여동생 우르슬라와의 근친상간적 결혼생활로부터 시작된다. 그들은 남미의 처녀림 속에 마콘도라는 새로운 마을을 건설한다. 이 원시적인 마을은 물질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번화한 도시로 발전했다가 무지개처럼 하루아침에 지상에서 사라져버린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부엔디아 가문과 등장인물 개인의 고독은 결국 빠져나갈 수 없는 돌고 도는 역사로 인한 고독이다. 이미 예언된 것처럼 마지막에 돼지 꼬리가 달린 아이가 태어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마르케스만의 영역을 인정받게 한 이유이라고 소개글에 나와 있다.

저자 김겨울의 평가는 조금은 시각이 다르기도 하고 다른 작품을 이용해 비유적 표현을 해주기에 훨씬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게 한다. "『백년의 고독』이 강렬하게 나를 사로잡은 이유는, 환상처럼 존재했다 사라진 한 가문의 일대기가 지극히 초현실적이나 현실적이고, 덧없으나 영원해 보이기 때문이었다. 때로 어떤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생명을 얻어 끊임없이 회자되는 특권을 누린다. 이 권능은 작가를 뛰어넘어 그 스스로 생겨난다. 『이 작은 책은 늘 나보다 크다』는 줌파 라히리의 책 제목처럼, 실은이 책에 수록된 모든 이야기가 그 스스로 생명을 얻은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죽은 사람이 살아 있고 피가 직각으로 꺾어 흐르는 능청스러도록 이상한 세계, 이 세계를 여기서 전부 전달하려면 『돈키호테』를 처음부터 긑까지 똑같이 쓴 삐에르 매나르처럼 『백년의 고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에 베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p.158~1159)


저자 : 김겨울


작가, 독서가, 애서가. 한때 음악을 만들었고 지금은 종종 시를 짓는다.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하며 MBC 표준FM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 DJ를 맡고 있다. 『책의 말들』, 『아무튼, 피아노』를 비롯한 여러 권의 책을 썼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 철학과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텍스트 속 타자들을 통해 조금씩 변해왔으므로 자신을 ‘텍스트가 길러낸 자식’으로 여겨도 정당할 것이라고 여긴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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