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기쁨 다시 찾은 행복 - 마스노 순묘의 인생 정리법
마스노 슌묘 지음, 윤경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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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과 과학의 급속한 발전이 맞물리면서 세상은 인류가 만들어낸 온갖 물질로 풍요롭게 보인다. 늘 식량이 부족해 굶주리고, 헐벗었던 시대는 이제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다. 풍요로운 물질과 지구 어디라도 하루만에 갈 정도로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이젠 '지구촌'이란 별칭도 등장했다. 특히 21세기 뉴 밀레니엄 시대는 그야말로 부족한 것 없는 시대를 넘어 '안 되는 게 없는 시대'로 인류의 문명은 발전했다. 당장 어디를 가더라도 온갖 재화들의 유혹으로 가득하다.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물건들이 쉴새 없이 쏟아진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최고의 호사를 누리는 부자와 권력자들 뒤에서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는 가난과 질병 등 전근대적 유물과 싸우고 있는 사람도 10%쯤은 있다. 

이처럼 세상은 불공평한 듯하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의 속성 상 이런 모습이 점점 심화될 것이란 말에 독자는 동의한다. 갈수록 빈부의 격차가 커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인류의 진보를 늦출 방법은 없다.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누리며 사는 '욕망' 때문이다. 인류의 가장 큰 단점이 '탐욕'인 것 같다. 누구든 욕심을 갖고 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욕심은 적정선에서 멈출 줄만 안다면 '삶의 의지'로 비춰진다. 사실 이것이 인류를 지금까지 번영케 하는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성인이나 현자들은 수천 년 전에 이미 간파했다. 탐욕은 죄악이고, 번뇌의 원인이다. 부처도 탐욕을 버리라고 했고, 예수 역시 탐욕을 경계했다. 인류에겐 수천 년 전부터 탐욕 때문에 악의 구렁텅이로 빠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탐욕과 욕심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자의적 판단을 미루고 이웃이나 자신이 속한 사회의 기준에 맞춰야겠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 『버리는 기쁨 다시 찾은 행복』의 저자 마스노 슌묘는 "내 것을 갖고 싶은 마음은 일종의 본능이고, 욕심은 발전의 원동력이기 되기도 하니 욕심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욕심이라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고 말한다. 역시 승려로서의 탐욕에 대한 경계심을 표현한다.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자신이 욕심을 제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내가 그 욕심에 휘둘리게 된다는 것. 유혹과 욕심과 집착 속에 갇히는 것,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번뇌이고, 고통의 원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본래의 ‘나’,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마음을 갖고 있던 본래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저자 마스노 슌묘는 일본의 존경받는 승려이자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이다.



저자는 책의 〈서문〉을 통해 '선(禪)'을 화두로 말을 꺼낸다. "요즘 서양 사람들도 선을 매우 흥미롭게 여기고 있음을 실감한다. 특히 서양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확실히 관심이 커지는 것 같다"고 운을 뗀다. 근대 문명의 과도한 발전과 이에 따라 나타나는 많은 폐해, 예를 들어 전 지구적인 환경 문제와 급속한 정보화가 초래한 관리사회, 커뮤니케이션 과제같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지식인으로서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과 적지 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밝힌다. 저자는 사람이 사람답게 존재하고 자연과 사람이 근본적으로 함께 사는 방법을 다시 찾아야 하는 이때, 그들은 '선' 사상에 주목하고 있다는 증명이라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선의 특징은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로 집약할 수 있는데, 이는 문자나 말에 붙들리지 않고 지금 여기에 있는 내 마음 자체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운동을 통해 몸의 근육을 단련시키듯 선을 수행해 마음의 훈련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상의 유행이나 유혹은 우리의 일상이 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유혹은 우리 마음속에 단단히 자리 잡은 물욕을 자극한다. 남들보다 멋진 차를 갖고 싶고, 큰 집을 갖고 싶고, 고급 브랜드 옷을 입고 싶은, 그야말로 무언가를 소유하고 싶어 하는 마음 말이다.

게다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생활을 하고 싶고, 지위가 높은 사람이 되고 싶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원한다. 하나라도 현실이 되면 거기서 만족할 것 같지만 마치 유혹이 사람을 조종하는 게 아닐까 할 만큼 '더 가질 거야, 더 가질 거라고!'라는 마음이 계속해서 생겨난다. 불교에서는 이렇게 가득 흘러넘치는 내 안의 욕심, 그 마음을 번뇌라 부른다. 또한 이런저런 다양한 유혹 안에 나를 꼼짝 못하게 묶어 두고 있는 것도 번뇌이다. 한마디로 자신의 번뇌가 빙글빙글 돌고 돌아 자신을 고통스럽게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원래 모든 사람은 부처님처럼 자기중심에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아욕(我欲)과 자아(自我)가 두꺼운 군살이 되어 원래 갖고 있던 아름다운 마음을 덮고 감추었다고 지적한다.



이는 맑은 마음이던 자기 존재가 가려진 것으로 저자는 풀이하고 있다. 티끌 하나 없는 거울같이 맑은 마음, 즉 '본래의 자기'와 다시 재회하기 위해 우리는 모든 속작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게 이 책에서 말하려는 주요 골자다. 세상을 살다 보면 마음에 어느 정도 군살이 붙을 수밖에 없다. 이 군살을 조금이라도 줄여서 깊숙이 감춰져 있던 본래의 맑은 마음을 찾아 꺼내고자 하는 것이 바로 '선'의 수행이고, 꺼낸 마음을 일상생활에서 생생하게 살리는 것이 '선'의 가르침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책의 주제는 '버린다'와 '멀어진다'이다.(p.9) 선에서 말하는 무심(無心)은 마음을 없애 버린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을 어디에도 두지 않는다는 의미다. 즉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아서 자유자재로 있을 수 있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면 세상도 크게 달라 보일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걱정하지 말고 ‘버린다’〉, 2부 〈두려워하지 말고 ‘멀어진다’〉, 3부 〈행복의 길잡이〉 등이다. 1부와 2부에서는 저자가 생각하는, 버리거나 멀어져야 좋은 것들을 소개하고, 3부에서는 행복의 길잡이가 되어 현대 사회를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에 대해 '선'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안내하고 있다. 1부의 버릴 것을 각 장(章)의 제목을 기준으로 일부 열거해 본다. 「과도한 마음의 체지방」, 「자아」, 「모서리」, 「소속」, 「체면」, 「나태」, 「선악 판단」, 「고통」, 「당연함」 등을 들고 있다. 또 멀어져야 할 것들로는 「고립」, 「생각」, 「숫자」, 「상대의 모래판」, 「괴로움」, 「깨달음의 집착」 등을 꼽고 있다. 

자신의 손이 닿은 것들은 물건 하나 쉽게 버리지 못한다는 사람이 많다. 물건에 좋은 추억이 깃들어 있을수록 더욱 그렇다. 물건을 버리는 것이 자신의 일부를 버리는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다 보니 버릴 물건이 없고 어느새 자신은 물건들의 집에 세들어 사는 사람이 되고 만다. 이에 저자는 희사(喜捨)’란 단어를 생각해볼 것을 조언한다. 희사란 불교에서 말하는 '시주'의 다른 말로, 기쁘게 버린다는 뜻이다. 절에 가서 불전함에 불전을 넣는 것, 즉 시주를 하는 것은 돈을 기쁘게 버린다는 의미이다. 이때 기쁘게 버리라고 하는 이유는 집착을 끊어내기 위해서이다.



1부 14장(章)에 「삼독(三毒)을 버린다」라는 제목이 나온다. 삼독이란 불교에서 번뇌의 원인이 되는 세 가지 독소를 의미한다. 이른바 '탐(貪)·진(嗔)·치(痴)'이다. 불교에서 이는 열반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근원적인 세 가지 악이라 일컫는다. "탐은 탐내어 그칠 줄 모르는 욕심, 진은 타인에 대한 시기와 질투, 미움을 포함한 분노, 치는 현상이나 사물의 도리를 올바르게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뜻한다."(p.71) 불교에서는 이 삼독을 가능한 마음에 품지 말고 거리를 두고 살라고 가르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사람은 본래부터 '청정한 마음'을 갖고 있다. 서로에게 그 깨끗한 부분을 내어 주어야 좋은 관계가 된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이란 표현으로 대신했다. 

삼독의 반대가 '무심(無心)'이다. 사람들은 자주 저자에게 "무심이란 어떤 마음 상태인가?'를 묻는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빼앗기지 않는 마음'이라고 저자는 답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머리로 이해했다 해도 몸으로 체득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생명이 있는 한 인간은 이런저런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 번뇌에 둘러싸여 살 수밖에 없고, 평범한 사람에게는 자신을 얽어매고 있는 것을 모두 버린다는 것이 지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에 따르면 그 대답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마지막 설교를 훗날 제자들이 정리한 《유교경》에 기록되어 있다. 탐하는 마음이 강한 사람은 끊임없이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만큼 고뇌도 많고, 욕심이 적은 사람은 욕망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고통도 그만큼 적다. 만족을 아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마음이 부유하고, 만족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은혜로운 상황에 있더라도 마음이 가난하다. 아무리 교양이 있고 사회·경제적으로 단단하게 자리를 잡은 사람이라도 도리를 잊어버리게 되면 마음이 욕심에 휘둘려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고 만다. 어느 것에도 빼앗기지 않았던 마음이 참혹하게도 갉아 먹힌다고 저자는 풀이해준다.



특히 요즘은 '진', 즉 분노의 감정이 여기저기에서 불을 맹렬히 뿜어 대고 있는 듯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SNS도 현실 세계도 모두 비방천지이다. 어떤 논쟁이 일어나면 그 일과 상관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우르르 몰려 분노의 감정을 쏟아낸다고 지적한다. '진'은 뭔가에 거슬린 감정이 분노가 되어 분출하는 것이다. 나에 대한 험담이나 무례한 말, 내 존엄을 해치는 말을 들으면 반론하고 싶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난데없이 날아온 공에 얼굴을 맞고 그 충격에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내가 맞은 만큼 똑같이 최대한 세게 공을 던지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이에 저자는 '선'에서는 분노의 감정을 머리까지 끌어 올리지 말고 배에 머물게 두라고 가르친다고 귀띔한다. 여기서 말하는 배는 '제하단전' 혹은 '단전'을 뜻한다. 배꼽 중앙에서 아래로 손가락 네 개를 갖다 댄 만큼의 위치라고 설명한다. 분노의 감정은 대략 3초면 잠잠해진다고 한다. 이에 따라 분노를 단전에 잘 두는 방법을 저자는 조언한다. 마음에 거슬리는 말을 들었을 때를 대비해 미리 어떤 주문 같은 말을 생각해 두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고마워'나 '잠깐만' 같은 것이다. 그리고 상대에게서 공이 세게 날아왔을 때 이 주문을 3회에서 5회 마음속으로 외칠 것을 주문한다. 거짓말 같겠지만 한 번 해보면 신기하게도 100만큼 올라가리라 생각했던 분노의 감정이 절반이나 절반 이하가 된다고 한다. 꼭 해보기를 저자는 독자들에게 권유하고 있다. 분노에 휩쓸려 나온 말은 겨우 3초를 기다리지 못해 입을 뜷고 나온 것이다. 그런데도 한번 입에서 나온 말은 도로 물릴 수 없다. 그 한순간의 실수 때문에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그 사람을 영원히 잃기도 한다. 분노의 감정은 머리에 올리지 말라고 저자는 요청한다.

이와 함께 오늘을 충만하게 사는 데 방해가 되는 고립, 잠념, 숫자, 상대의 모래판, 고통, 집착에서 멀어지라고 저자는 충고한다. 고립 대신 혼자서 조용한 시간을 갖는 고독을 가까이하고,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잡념에서 떠나 이 순간에 집중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저자는 숫자로 비교할 것이 아니라 정도(程度)를 파악하고, 상대의 모래판에 설 것이 아니라 내 안의 평화를 좇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 고통에서 멀어질 것을 권유하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걱정하지 말고 버리라고 주문한다. 기쁜 마음으로 버린 것은 돌고 돌아 또 다른 기쁨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두려워하지 말고 멀어지십시오. 버리고 멀어지다 보면 진정으로 내가 바라는 것을 알게 되고, 진정으로 내가 바라는 것들과 가까워질 것입니다. 그리하여 본래의 ‘나’로 돌아갈 것입니다."

2부 3장은 「숫자에서 멀어진다」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멀어지라'는 말이다. 숫자는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숫자를 선호한다. 하지만 뭔가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것보다 오히려 '가진 것들을 얼마나 잘 사용하고 있는가, 올바르게 쓰고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요즘 미디어에 자주 나오는 것 중에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라 불렸던 부탄이 최근 몇 년 동안 행복도 순위에서 확 떨어졌다는 보도를 인용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설에 따르면 SNS로 다른 사람의 생활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서 비교를 하게 된 것이 큰 요인이라고 한다. 충분히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옆 사람은 더 많은 물건을 갖고 있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더 자주 먹고 있는 것이다. 이를 알게 된 부탄 사람들 마음에 '나는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구나'라는 생각이 싹튼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언급한다. 이는 '있는' 것이 아닌, '없는' 것을 세어 남과 비교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행복'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다.


저자 : 마스노 슌묘(ますの しゅんみょう, 升野 俊明)


1953년 일본 가나가와 현에서 태어났다. 겐코지(建功寺)의 주지 스님이자 다마미술대학교 명예교수이며, 다수의 책을 낸 작가이자 선(禪) 사상과 일본의 전통 문화를 바탕으로 ‘선의 정원’ 창작 활동을 하는 정원 디자이너이다. 정원 디자이너로서는 최초로 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활동을 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일본의 ‘예술선장 문부대신 신인상’을 받았으며, 주요 디자인 작품으로는 일본의 캐나다 대사관 정원, 세르리앙타워 도큐호텔의 일본 정원 등이 있다. 2006년 〈뉴스위크〉 일본판 ‘세계가 존경하는 일본인 100인’에 선정되었고, 대표작으로는 『열등감 버리기 기술』, 『심플하게 나이 드는 기쁨』, 『일상을 심플하게』 등이 있다.


역자 : 윤경희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 졸업하고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일 잘하는 사람은 왜 사우나를 좋아할까?』,『초등 아이가 공부에 푹 빠지는 법』,『초등학생을 위한 요리 과학실험365』,『일본식 집밥 레시피 100』,『남자아이의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방법』,『손정의처럼 일하라』,『뇌에 맡기는 공부법』,『나라 이름으로 여행하는 지구 한바퀴』,『프랑스 사람은 지우개를 쓰지 않는다』,『사회학 명저30』,『연애 사자성어』,『사자성어사전』,『상황별 사자성어』,『50대에 꼭 해야할 100가지』,『남편을 날씬하게 만드는 반찬』,『빡치는 순간 나를 지키는 법』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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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흔들릴 때 아들러 심리학 - 인생을 두 배로 살기 위한 마음공부 10가지
알프레드 아들러 지음, 유진상 옮김 / 스타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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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쯤 알프레드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의 한 부분을 주제로 한 『미움받을 용기』란 책이 우리나라 서점가에 열풍을 몰고 온 적이 있었던 것으로 독자는 기억한다. 『미움받을 용기』는 일본인 학자가 쓴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이란 부제를 달고 출판한 책이다. 고가 후미타케, 기시미 이치로 등 두 일본인 학자는 아들러 심리학 전공 학자들로서 아들러 심리학의 일부분을 바탕으로 썼다. '용기의 심리학'이란 별칭을 받을 정도로 대단한 열풍을 몰고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많은 독자들이 이때 아들러란 정신의학자이자 심리학자의 존재를 각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 심리학의 거장인 아들러의 학설, 이론에 대한 이해를 더 요구하는 현 시대다. 우리 현대인들은 편리하고 빠른 디지털 시대의 수많은 정보를 제때 인식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새로운 정보의 홍수 속에 매몰되어 간다. 인공 지능과 빅데이터로 요약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느새 깊숙이 들어온 지금 과연 우리는 충분히 소통하고 있는가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을 던진, 코로나 팬데믹의 강한 충격을 겪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느껴 감당하지 못함을 인식해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가다가 최종적으로 심리적 혼란이나 정신적 장애에 부닥치는 사례는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이 책 『삶이 흔들릴 때 아들러 심리학』도 역시 아들러의 심리학을 바탕으로 씌어졌다. 역자 유진상이 「인생을 두 배로 살기 위한 마음공부 10가지」란 부제를 사용해 번역하고 엮은 책이다. 역자 유진상은 「용기로부터 시작되는 마음의 행로」란 제목의 책 〈서문〉에서 "사람에게는 용기가 있고 없음에 따라 삶은 송두리째 바뀐다. 그렇지만 용기라는 것이 '난 오늘부터 용기 있는 사람이 될 거야'라고 다짐한다고 해서 쉽게 갖게 되는 힘이 아니다"고 말한다. 역자는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도록 해주는 용기,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살도록 하는 용기, 자유롭게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이끄는 용기는 어떻게 사람의 내면에 단단히 잡게 되는지"를 이 책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개인심리학자 아들러가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그것을 자기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까닭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대로 주체적이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탐구하는 것이 바로 아들러의 문제였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아들러는 그 문제를 '머리'로써가 아니라 '가슴'으로써 이해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아들러는 정상인과 비정상인 사이에 특별한 구분을 짓지 않는다고 역자는 말한다. 문제아나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대하며 그들에게서 일부러 결점을 찾아내거나 비난하려 들지도 않았다고 한다. 아들러는 그저 진실된 마음으로 '어떻게 이 사람을 이해할 것인가' '어떻게 그 사람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도록 도울 것인가'를 고민하고, 어려움을 겪는 모든 사람들이 그 문제를 극복하고 용기 있게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자 한 것이란 주장이다. 요즘 말로 보면 비정상인(정신장애인)이란 진단 결과의 구별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어쩌면 지극히 과학적인 태도였다고 볼 수 있다. 대상 자체를 아주 객관적인 시선으로 대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는 게 독자의 믿음이다. 

역자는 〈서문〉에서 개인이 어떤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 어려움을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거나 그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그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는 말을 꺼낸다. 또 어떤 사람들은 원망과 분노를 아무 상관없는 타인에게 돌리고 폭행이나 살인도 심심치 않게 벌인다는 점도 덧붙인다. 다소 극단적인 사실을 꺼내들었지만 아들러의 용기 심리학을 뒷받침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아들러는 당시 다른 치료자와 달랐다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아들러는 자기 삶의 어려움을 극복해 내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온전히 감당해 내야 하는 사람은 분명 그에 해당하는 개인이지만, 그 과정에서 주변의 도움이 없다면 개인적 문제는 결코 해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굉장히 일반적인 이야기 같지만 사실 당시 시대 상황이나 지금의 시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비춰볼 때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개인적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 일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 그 문제를 주변이나 자식에게 유전시키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아들러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연구했다는 사실을 부각하고 있다. 아들러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역자는 강조한다.



아들러의 생각은 인간의 삶은 개인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용기로부터 시작된다고 보았다는 게 역자의 주장이다. 자신을 믿는 용기, 자신을 믿고 한 발자국씩 떼어 가는 용기, 절대 포기하지 않는 용기. 그렇게 한 개인은 사회적 인간으로 확장되어 나간다고 아들러는 '용기'를 강조한 듯하다. 용기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주변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내면의 힘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 일의 성공에는 사회적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아들러는 주장했다. 아들러는 이들이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어떤 일을 하든 도움이 되어야 하는 사람으로서 교사나 의사의 역할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아들러는 그들이 자기 전공 분야 이외에도 관심을 갖고 다방면에 걸쳐 지식을 습득하여 추론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들러가 자신이 주장한 개인 심리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도 과학적 경험과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한 인간이 자기 자신을 비롯하여 타인을 돕는 일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아들러는 모든 인간이 보다 행복한 삶을 살도록 실제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평생에 걸쳐 연구하고 실천한 심리학자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는 고통과 혼란이 이어지는 불확실한 시대다. 오늘날 아들러 심리학이 주목받는 이유라고 역자는 말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마음 공부 10가지'를 부제로 달고 있다. 이 책은 10가지에 대해 각 한 장(章)씩 모두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경험은 인생을 만든다-삶과 경험」, 2장 「용기 있는 사람은 뇌마저 바꾼다-마음과 몸」, 3장 「열등감은 극적인 인생을 만들어 낸다-열등감의 이해」, 4장 「기억 속에 숨겨진 진짜를 찾아라-불완전한 기억」, 5장 「꿈은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꿈의 이해」, 6장 「사춘기의 욕망을 긍정으로 바꿔라-사춘기의 성」, 7장 「잘못된 환경이 범죄자를 만든다-범죄의 접근성」, 8장 「천재들의 어린 시절을 읽어라-협력과 공헌」, 9장 「이웃에 대한 관심이 세상을 이끈다-관심의 인류애」, 10장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편견과 사랑」 등이다. 각 장은 3~6개의 소항목으로 나누어 각 장의 주제로 수렴된다. 

3장의 경우 '열등감'에 관한 이야기다. 아들러는 열등감을 "개인이 어떤 일에 대해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혹은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그 일을 해결할 수 없다는 자기의 확신을 언행으로 표현하는 경우에 나타난다"고 정의한다. 따라서 세계적인 심리학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개인심리학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열등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역자는 말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많은 학파의 심리학자들이 이 열등감을 채용해 그들 자신의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아들러)는 그들이 열등감을 이해하고 있는지 혹은 올바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확신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어떤 환자에게 그가 열등감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알리는 일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해결 방법도 찾지 못한 채 열등감만을 더욱 심하게 증폭시킬 뿐이다. 우리는 그가 자신의 삶 속에서 특별히 실망감을 느꼈던 특정 사건에 대해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그가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바로 그 문제에 대해서 그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어야 하는 것이다.

모든 정신 질환 환자들은 열등감을 갖고 있다. 신경증 환자들 역시 모두 열등감을 갖고 있는지 아닌지 여부로 환자들을 구별할 필요는 없다. 한 환자가 다른 환자와 구별되는 것은 그가 인생을 유익하게 살아갈 수 없다고 느끼는 이유가 어떤 종류의 상황인가 하는 점이다. 또한 자기의 노력이나 활동에서 느꼈던 한계에 의해서 구별된다. 그에게 "당신은 열등감을 앓고 있다"라고 알려서 용기를 가지도록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머리가 아프다는 사람에게 "당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말씀드리지요, 당신은 머리가 아픈 겁니다"라고 말함으로써 그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똑같이 무익한 일이다.

대부분의 신경증 환자에게 스스로를 열등하다고 느끼는지 물으면 그들은 "아니요"라고 대답한다. 다음과 같이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내가 주위 사람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단지 그 사람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자기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거듭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서 어떤 트릭을 사용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그의 행동을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오만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우리는 그러한 태도를 통해 그의 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나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드러내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를 할 때 제스처가 심한 사람은 '만약에 나의 말을 강조학지 않는다면 아무런 중요성도 갖지 못할 것이다'라고 느낀다고 추측할 수 있다. 자기가 타인에 대해서 우월한 듯이 행동하는 모든 사람의 배후에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서 숨겨야만 하는 열등감이 존재하고 있다. 그 노력은 마치 키가 너무 작아서 고민하는 사람이 자기를 커 보이게 하기 위해서 발끝을 세우고 걷는 일과 같다.(p.83~85)



7장 「잘못된 환경이 범죄자를 만든다-범죄의 접근성」에서는 장을 구성하는 세부 항목의 제목을 따라가다 보면, 왜 이 장에서 '범죄자'를 다루는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아들러는 범죄자들은 생각하고 말하고 듣는 방식이 보통 사람들과 매우 다르다고 밝힌다. 그들은 별도의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지성은 이 차이에 의해서 방해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들은 이야기할 때 모든 사람이 우리들을 이해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범죄자의 경우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그들은 물론 바보나 지적장애자는 아니지만 보편성을 띠지 않는 개인적인 논리와 지성을 갖고 있다고 아들러는 강조한다. 

이에 따라 7장은 '범죄자는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다-범죄자들의 사고방식-재능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협력을 배워 보지 못한 겁쟁이-문제아를 지도하는 가장 어리석은 행위-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오는 분노-교사는 사회 진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로 마친다. 두 번째 '범죄자들의 사고방식'에서 참조해야 할 사항이 강조된다. 이에 따르면 흔히 시대가 어수선하고 사람들이 심적 부담을 많이 지게 되면 범죄가 한층 늘어난다고 하는데 확실히 그 말이 맞다. 통계에 의하면 때에 따라 범죄의 수는 곡물값의 상승에 의해서도 증대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경제상태가 범죄를 야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상황은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행동에 있어서 제한받고 있다는 표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인간들의 협동 능력이 한계에 부딪치게 되며, 이러한 한계에 도달하면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게 공헌하지 못하게 된다. 협동의 마지막 잔재를 잃고 범죄에 끌리게 되는 것이다. 개인심리학에 있어서 많은 사례들을 연구한 끝에 우리는 마침내 단순한 사실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범죄자들이 거의 타인에게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그도 어느 정도까지는 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일정 선을 넘어 버리면 범죄에 직면하고 만다. 이처럼 한계를 넘는 일은 그가 매우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발생한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직면하게 되는 인생의 여러 문제들이 있는데, 범죄자들은 그 중 몇 가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개인심리학은 인생의 여러 문제를 세 가지 주요 영역으로 나누고 있다. 아들러는 세 가지 영역, ① 동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우정 ② 직업 ③ 사랑 등을 지적한다.



범죄자들도 때로 친구를 가지긴 하지만 그것은 동료일 때뿐이다. 그들은 지하 조직을 형성하여 서로 간의 충성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들은 지하 조직을 형성하여 서로 간의 충성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들은 바로 그들이 활동 영역을 어떻게 축소시켰는가를 보게 된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과 평화롭게 잘 지내는 방법을 모르며, 따라서 다른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없다. 그들은 자신들을 일단 도망자로 보는 것이다. 또 직업의 영역에 있어서도, 범죄자들은 대부분 직업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대답한다. "당신네들은 노동이라는 두려운 상태를 모르는 것입니다." 그들은 일이 두렵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처럼 직업에 몰두하려고 하지 않는다. 유익한 직업은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다른 사람들의 복리에 공헌하는 것인데, 범죄자들에게서는 특히 그러한 사고방식을 찾아볼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범죄자 대부분은 훈련되지 않고 미숙한 노동자라는 주장이다. 마지막 영역에는 사랑이 포함되어 있다. 좋은 애정 생활도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협동을 요구한다. 감화원에 보내지는 범죄자들의 반 정도가 입소할 때에 성병에 걸려 있다고 하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당시 유럽의 통계 기준) 이것은 그들이 애정 문제로부터 값싼 도피를 해왔음을 가리킨다는 게 아들러의 주장이다. 이로 인해 이들은 상대방을 단순히 하나의 소유물로 간주하며 돈이면 사랑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있어서 성생활이란 다만 정복과 획득의 문제일 뿐이라고 아들러는 역설하고 있다. 아들러의 이 장에서의 주장은 정신질환에 대한 진단을 내릴 때 의사들이 개개인의 원인이나 심리 상황에 주목하지 않고 이미 발견된 행동이나 말 따위에서 진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정신병원에 수용하고 약물을 투여해도 원인 치료로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내포하고 있다고 독자에게는 읽힌다.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의 요체이자 기본 바탕을 중심으로 개인질환자들에 대한 맞춤형 심리 치료가 먼저라는 주장을 제기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독자는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오늘날 프로파일러의 심리 분석의 요체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저자 :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년 헝가리계 유대인으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빈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1895년 의사가 되었다. 1902년 프로이트를 중심으로 한 수요 모임인 〈빈 정신분석학회〉에 참여해 활동하다가 견해를 달리한 회원들과 1912년 탈퇴해 〈개인심리학회〉를 결성했다. 사회 감정에 중점을 두는 견해를 통해 열등감의 연구와 치료에 힘을 쏟았으며 ‘개인심리학회’ 연구 활동 결과물로 『신경증 기질(The Neurotic Constitution)』을 발표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빈을 중심으로 아동 정신병원 22곳을 열었으나 아들러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1932년 강제 폐쇄되었다. 1927년 이후부터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의 초빙교수를 역임하고 유럽과 미국에서 여러 차례 대중 강연을 했으며, 이 경력을 인정받아 미국 롱아일랜드 의과대학 교수직에 임명되었다. 각국을 누비며 강연 여행을 계속하던 중 1937년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주요 저서로 『신경쇠약의 특색에 관하여(Uber den nervo sen Charakter)』 『개인심리학의 이론과 실제(The Practice and Theory of Individual Psychology)』 『삶의 과학(The Science of Living)』 『인간 본성의 이해(Understanding Human Nature)』 등이 있다.


역자 : 유진상

서울에서 태어나 대일외국어고등학교, 경희대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메로스어학원을 수료하고 일본외국어전문대학에서 한·일 동시통역을 전공했다.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어학연수를 마치고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에서 언어학을 전공한 다음 대학원에서는 철학과 심리학에 심취했다. 또한 잡지에 미국 문화를 소개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귀국하여 전문 번역과 출판 기획자로 나서게 되었으며, 지금은 글쓰기에도 열정을 다하고 있다. 편저로 『심리학의 더 즐거움: 인간관계의 최종 병기』가 있으며, 번역서로는 『조직의 바이블: 조직을 관리하는 2대 원칙』 『부자 엄마 강의록』 『100년의 교제술』 『내 아들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생각의 논쟁』 『손에 잡히는 심리학』 『철학의 즐거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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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말 지식 - 29년 교열전문기자의 지적인 생활을 위한 우리말 바로잡기
노경아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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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대한민국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온갖 이미지와 영상이 범람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글을 쓰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글을 소통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SNS, 메신저, 이메일 등으로 오히려 글을 쓰는 도구는 훨씬 늘어났다고 할 수도 있다.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가 바뀐 것이다. 특히 '어르신 세대'로 지칭되는 중년층 이상은 문맹률 0% 세대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고유의 문자도 갖고 있다. '한글'이다. 그러나 한글 반포 60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문법은 아직 완전한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글을 반포한 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맞춤법, 띄어쓰기는 물론 우리 고유어는 오히려 줄어드는 상태다. 세계 최고의 문자라고도 불리워질 만큼 우수성을 인정받았지만 역사만큼 완전히 정리되지 못한 느낌이다. 

이는 한글 반포 이후 정부나 글을 아는 사람들은 한자를 사용한 데 따른 것이다. 한글은 외부 활동에 제약이 있는 여성, 한자를 모르는 일반 양민이나 천민 등에서만 썼기 때문이다. 반포 시점부터 우리 문자를 사용했다면 고유어 확대는 물론 우리말 문법은 확립되었을 것이다. 한글은 24자의 자모음으로 이루어져 서양의 26자에 비해서도 적다. 쉽게 익힐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대학을 마쳐도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은 아직도 틀리는 사람이 많다. 사실 우리말을 제대로 배운 것은 100년도 안 되었다. 일제 강점기 때 우리의 말과 글을 말살하려는 일제의 박해를 피해 〈1933년의 한글맞춤법통일안〉이 처음으로 공표됐으며, 〈1988년 한글맞춤법〉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달라진 표기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분철을 하며 기본 형태를 밝혀 적는다는 대원칙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글학회나 한글학자들의 말이다. 다만 사문화된 규정이라든가 미비한 규정, 언어 변화를 따르지 못한 규정, 일관되지 못한 처리 등에 대해서는 정비를 하였고 이에 따라 표기가 달라진 예가 일부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전면 개정이라기보다 보완의 성격을 띤다. 이를 테면 종결형 어미 '-오'는 '요'로 소리나더라도 '오'로 적고 연결형에서 사용되는 '-이오'는 '이요'로 적기로 하여 구별하는 정도다. 또한 '새로와, 가까와'와 같이 적던 것을 발음의 변화를 인정해 '새로워, 가까워'로 적도록 했다. 부사에 '-이'가 붙어서 다시 부사가 되는 경우 그 원형을 밝혀 적기로 하여 '더우기, 일찌기'로 적던 것을 '더욱이, 일찍이'로 적도록 했다.



이 책 『어른을 위한 말 지식』에도 언급되지만 한자어에도 사이시옷을 적던 것을 곳간·셋방·숫자·찻간·툇간·횟수(p.161) 등 6개의 한자어에만 사이시옷을 붙이고 그밖의 한자어는 사이시옷을 적지 않도록 했다. 준말에 있어 '-지-않'을 '-잖-', '-하지-않-'을 '-찮-'으로 적도록 했고 '가하다, 흔하다, 생각하건대'의 준말을 '가ㅎ다, 흔ㅎ다, 생각ㅎ건대'로 표기하던 것을 '가타, 흔타, 생각컨대'처럼 적도록 바로 잡았다. 의문을 나타내는 어미 외에는 된소리를 사용하지 않기로 하여 -껄, -ㄹ쑤록'과 같이 적던 것을 '-ㄹ걸, -ㄹ수록'으로 적도록 했으며 '-ㄹ께'도 '-ㄹ게'로 바꾸었다. 띄어쓰기에서는 성과 이름을 띄어쓰던 것을 붙여 쓰도록 바꾸었다.

맞춤법은 그렇다 치더라도 잃어버린 고유어가 너무나 많다는 게 안타깝다. 뒤늦게 깨닫고 다시 모아 표기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언어란 시간이 흐를수록 변하기 마련이다. 즉 발전한다는 의미다. 자주 쓰이는 말은 살아남지만 쓰이지 않는 말은 사장된다. 언어의 특성이 그렇기에 우리가 써오던 말을 잊지 않으려면 모아 사전 등으로 남겨야 하는데 이미 잃어버린 우리말이 너무 많아 이젠 그 작업을 하기에는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안타깝지만 한글학자 등의 고달픈 노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문제는 우리말 우리글 쓰기는 가능하지만 우리 말과 글의 70% 이상이 한자의 독음을 통일한 것일 뿐 원래 우리가 사용하는 고유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점이다. 한자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말 쓰기, 우리글 쓰기는 구두선에 그칠 뿐이다. 

이 책 『어른을 위한 말 지식』은 문자보다 대략 그만큼 쉽게 쓰고 쉽게 틀리는 우리말을, 29년간 언론사 교열기자를 지내며 기사 속 오류를 잡아내 온 노경아 저자가 생활 속 이야기와 함께 편안하게 바로잡기 위해 집필했다. 저자는 어문 규칙이나 문법적 설명으로는 도통 익히기 어려웠던 우리말을 재미있는 어원과 생생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여 쉽게 이해되고, 고운 우리말을 만나는 기쁨도 함께하도록 집필했다고 말한다. 늘 쓰는 말 중에 헷갈리는 단어들의 구분, 잘못 쓰는 한자어의 예, 고운 우리말 소개, 사이시옷과 띄어쓰기에 대한 생각까지, 막연하고 모호했던 우리말 지식이 보다 분명해지는 즐거운 경험이 펼쳐진다.



각 장의 도입부에 마련된 쉬운 듯 어려운 맞춤법 퀴즈는 독서의 즐거움을 더한다. 우리말의 최전선에서 29년의 시간을 쏟아온 저자의 지식과 통찰을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써내려간 이 책은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어른’들을 깊고 넓은 교양의 세계로 이끌어줄 것이다. 디지털 문화가 발전하면서 읽고 쓰는 양은 오히려 많아졌고, 정보의 편의성과 접근성은 높아졌다. 예전에 영어 공부하듯 사전을 뒤적이며 한글 사전을 찾는 일은 이제 직접 할 필요도 없다. 한글 맞춤법에 어긋날 경우 컴퓨터가 자동으로 인식하여 빨간 밑줄로 표식해 줘 더 주의를 기울이면 오탈자를 훨씬 쉽게 줄일 수 있도록 된 시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역설적이게도 깊이 있게 사유하고 자신만의 고유한 감정을 찾는 일에 멀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최근 언론에서 청소년이 '심심한 사과'. '사흘' 등의 단어를 모르는 심각성에 대해 수차례 보도한 사실도 있었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일찍이 학생의 어휘력 저하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는 반응이라는 말을 꺼낸다. 교과서의 등장하는 어휘의 상당수를 이해하지 못하여 교과서를 읽지 못하고 학업 실패를 겪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안타까운 교실 모습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생들의 어휘력 저하 문제는 더 이상 촌극으로 넘길 수 없는 사태가 되었다는 주장이다. 학생의 어휘력 부족은 학생들의 기초 학력 부진과 직결되며, 유감스럽게도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학생의 어휘력 문제를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서는 안 되며, 이제 교육적인 개입과 노력을 보여야 할 때라고 주장하는 한 한글학자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요즘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보도 탓인지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문해력이 뒤떨어지면 사실 공부 노력의 결과가 늘 미흡하다. 문해력이 떨어지면 소통도 쉽지 않다.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언어의 한계가 곧 세계의 한계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독자가 몰라서 하는 말인지 모르지만 우리는 문해력이 부족하다면 어휘력이 부족함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어휘력은 앞서 언급한 대로 한자어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않는다면 어휘력 신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모두 4개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어원을 알면 더 재미있는 우리말〉, 2부 〈무엇이 맞을까? 아리송한 우리말〉, 3부 〈올바르게 쓰고 싶은 우리말〉, 4부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우리말〉 등이다. 책의 앞 부분 〈프롤로그(들어가며)〉에서 저자는 "공기처럼 익숙한 우리말, 그 익숙함에 소중함을 잊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 역시 동영상 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독서 문화가 사라진 탓이라고 말한다. 말과 글은 편안한 만큼 바르고 품위 있게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낱말의 뜻을 바르게 알고,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머릿속에 단어가 풍부해 '말밭'이 기름지면 소통하고 공감하는 힘도 커진다. 적절하고 풍부한 말로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드러내면 품격은 절로 높아진다. 반대로 사용하는 언어가 비루하고 경박하다면 가방끈이 아무리 길어도 지성인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이 책은 고운 우리말을 소개하는 데 주력한다. 말의 바른 사용을 위해 어원도 살피고 있다. 말에는 역사와 문화뿐 아니라 쓰는 이의 마음이 담겨 있다. 우리가 어떤 말을 쓰고 있는지 늘 살펴야 하는 이유이다. 무심코 한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잘못 높인 말은 없는지 찾아보고, 올바른 표현도 정리한다. 저자는 표제어의 '어른'은 나이를 떠나 늘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이들을 뜻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1995년 경향신문 교열기자로 언론 생활을 시작, 현재 한국일보 교열팀장을 지내며, 10년 이상 우리말 칼럼을 써왔다. 교열기자는 기자와 논설위원의 글을 분석하고 맞춤법, 일본어 잔재, 부적절하거나 맥락에 안 맞는 단어, 띄어쓰기, 사실과 다른 내용 등을 바로잡는 일을 한다. “신문사에서 가장 예민하고 철저하게 우리말을 감시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베테랑 교열전문기자의 내공을 담은 이 책 『어른을 위한 말 지식』은 어문 규칙이나 문법적 설명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우리말을 어원과 생생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여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다. 각 장의 도입부에는 몸풀기 훈련으로 마련한 맞춤법 퀴즈가 있다. ‘추스르다’-‘추스리다’, ‘애시당초’-‘애당초’처럼 쉬운 듯 어려운 맞춤법 퀴즈는 우리말의 섬세한 감각을 일깨운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주제별로 고운 우리말을 모아 놓은 단어장도 수록했다. 이 책이 맞춤법, 어휘력, 문해력을 모두 아우르는 우리말 지식 백과로도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하고 추천한다.



책에 따르면 우리말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뜻은 다른데 발음이 같거나 비슷해 헷갈리는 단어들이 꽤 있다는 점이다. “감기 얼른 낳으세요”, “한약 다려 드립니다” 같은 오류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 책은 ‘졸이다-조리다’, ‘낳다-낫다’, ‘매다-메다’처럼 늘 쓰는 말인데 발음이 같아 헷갈리는 단어들의 차이를 생활 속 이야기로 알기 쉽게 구분해준다. “운동화 끈은 매고, 배낭은 메라”는 저자의 한 마디면 복잡한 맞춤법이 단숨에 정리되듯이 말이다.

또한, 말의 어원이나 우리말을 둘러싼 역사와 문화를 통해 교양과 지식을 자연스럽게 쌓을 수 있다. ‘닭개장’을 ‘닭계장’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복달임의 역사를 짚으면 자연스레 바로잡게 된다. 또, ‘한 끗 차이’가 화투 놀이에서 온 말임을 안다면 ‘한 끝 차이’로 쓰는 일은 없을 거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무척 심한 더위’의 줄임말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무더위’ 역시 ‘물과 더위’가 어울린 말이며 습기 없는 마른 더위와는 다르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처럼 이 책은 단순히 맞춤법 안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을 둘러싼 지식의 범위가 확장되는 즐거운 경험의 장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말에는 쓰는 이의 마음, 한 사회의 시대정신이 깃든다. 우리가 좀더 신중하게 말을 고르고, 올바른 표현에 정성과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다. 이 책은 저질 드라마, 드잡이판 정치와 토론에 ‘막장’을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나 ‘장애인’을 친근하게 표현하기 위해 통용되었던 ‘장애우’가 잘못된 표현인 이유, ‘희귀질환관리법’이라는 명칭의 불편함과 같이 무심코 쓰는 말 중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표현들을 짚어본다. 반대로, 직위와 호칭을 표현할 때 잘못 높인 예를 찾아보고, 올바른 표현으로 바로잡는다.

이밖에도 ‘묘령의 할머니’, ‘유명세를 타다’, ‘자문을 구하다’처럼 기자들도 헷갈려 잘못 쓰는 한자어를 소개하고, 말과 글을 다루는 이들의 영원한 난제인 띄어쓰기, 사이시옷, 신조어, 사투리에 대해 지혜롭고 따뜻한 해법을 제시한다. 이 책 『어른을 위한 말 지식』은 국어 문법 시간에 배웠던 어렵고 딱딱했던 우리말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기후 관련해 잘못 쓰이는 말로 ‘악천우’도 빼놓을 수 없어요. 악천후를 ‘비 우雨’가 들어간 ‘악천우’로 알고 쓰는 이가 많기 때문입니다. 악천후는 비뿐만이 아니라 눈이 올 수도, 우박이 쏟아질 수도, 바람이 매섭게 불어올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몹시 요란하고 나쁜 날씨를 표현한 말이죠. 나쁘다는 뜻의 ‘악惡’에 날씨를 의미하는 ‘천후天候’가 더해졌어요. 악천후보다 우리말 ‘거친 날씨’로 쉽게 말하는 게 좋겠습니다.(P.54)


머드러기는 과일, 채소, 생선 중에서 굵은 것을 뜻해요. 상품 가치가 제일 좋은 것이죠. 과수원 하는 친구네 가면 늘 듣는 소리가 있어요. “머드러기만 따! 굵고 실한 놈만!” 머드러기는 사투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표준어랍니다. 사람 중에도 머드러기가 있어요. 여럿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이를 일컬어요. 군계일학群鷄一鶴, 백미白眉 등의 한자어를 대신할 수 있는 아름다운 우리말이에요.(P.265)


질문 하나 할게요. “오늘은 짬뽕이 땡기네”와 “요즘 물을 안 마셨더니 얼굴이 땡겨”는 바른 문장일까요? 둘 다 “땡”이에요. 우리말에 ‘땡기다’는 없거든요. 짬뽕은 ‘당긴다’로, 얼굴은 ‘땅긴다’로 써야 해요. ‘땅기다’는 몹시 단단하고 팽팽하게 된다는 뜻으로 상처나 수술 부위 등 신체 부위와 어울려요. 내친김에 ‘댕기다’도 알아볼게요. ‘댕기다’는 불火과 관련이 있어요. 불이 옮아 붙는다는 뜻으로 “담배에 불을 댕기다”처럼 쓸 수 있어요. 논란의 불을 댕기기도 하고, 갈등의 불을 댕기기도 하죠.(P.277)


저자 : 노경아


현 한국일보 교열팀장. 1995년 경향신문에서 교열기자로 언론 생활을 시작해 29년째 기사 속 오류와 전쟁 중이다. 경제전문지 이투데이에서 우리말 칼럼 200여 편을 썼다. 지금은 한국일보에서 우리말 칼럼 ‘달곰한 우리말’을 연재하고 있다. 맞춤법 등 ‘법’ 중심의 딱딱한 글이 아닌, 살아가는 이야기에 우리말을 담아 편안하게 우리말을 익힐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어른을 위한 말 지식』은 그런 마음으로 쓴 첫 책이다. 늘 쓰는 말 중 헷갈리는 단어들의 차이를 알기 쉽게 풀이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올바른 표현을 살피며, 예쁘고 고운 우리말을 소개한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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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부분 '몽골' 하면 '칭기즈칸'을 떠올린다. 칭키즈칸은 세계 제국 사상 가장 큰 지역을 지배했다. 어렸을 때 읽었던 세계위인전집에도 '칭키즈칸'이나 '테무친'이 빠지지 않았다. 몽골의 유목민으로 시작해 중국은 물론 유럽의 일부까지 지배할 정도로 위대한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그는 정복자이지만 자신이 황제로 앉은 중국에서 정치도 비교적 잘 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중국은 농경을 중심으로 하는 나라여서 진시황이 최초로 중국을 통일 한 이후 북방의 유목민을 오랑캐(야만족)이라 칭하고 침략을 대비해 만리장성을 쌓았던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만큼 경계했단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중국인들은 당시 그들을 흉노(匈奴-'시끄러운 종놈'이란 뜻)로 불렀다니 적잖이 침략했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아마 먹을 것(식량)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농경문화도 마찬가지지만 유목민도 기후에 따라 수확이 엄청난 차이가 날 터이니 말을 잘 타는 유목민으로서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소수 게릴라 식으로 중국의 북방 변경에 자주 들락거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책 『센 베노 몽골』은 칭키즈칸의 후예들이 사는 현재 몽골의 여행기다. 저자 유영봉은 몽골을 열이틀 간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점은 물론 몽골의 과거 역사와 우리나라와의 관계 등 많은 역사적 사실을 추가해 몽골 여행자들에게 좋은 지침서 역할을 하도록 이 책을 썼다. 인구 350만 명 안팎의 작은 국가지만 국토 면적은 대한민국(남한)의 15배 가까이 된다고 한다. 독자도 아직 못 가본 나라여서 이 책을 통해 부족한 지식도 챙기고 꼭 한 번 가볼 곳이라는 생각을 굳히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

저자는 몽골을 가없이 펼쳐진 녹색의 정원, 무수히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의 나라라고 간단한 소개로부터 시작한다. 양·소·말·낙타·야크(5가지 가축)를 방목하며 떠도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유목민은 원래 한 곳에 정착하지 않은 사람들이라 '떠도는 사람들'이라 표현했지만 그들은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지 않을까 싶다. 나라가 없어 떠돈다는 의미가 아니라 생활 풍습이나 삶 자체가 가축을 길러 의·식·주 모든 것을 해결하기 때문에 초원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여 다니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거지인 게르는 일종의 천막집으로 수시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간이식이다. 그것도 저자가 보기에는 푸른 초원의 하얀 점으로 박힌 보석처럼 빛난다고 표현한다.



사실 몽골의 대부분의 땅은 황량한 고비 사막이 차지하고 있다. 식량 재배를 할 곳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것은 중동 지역의 베두인들도 마찬가지라서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저자가 보기에는 오히려 신비스러운 고비 사막이란 표현이 가능할 것 같다. 저자는 이곳을 여행하며 몽골은 초원과 별과 사막을 찾는 이 땅의 '어린 왕자'들이 일찌감치 최고의 여행지로 꼽았던 나라라고도 말한다. 그렇지만 몽골이 풍광만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돌아보면 몽골은 한때 우리와 불가분의 나라였다. 몽골의 역사를 되짚어 올라가다 보면 필수적으로 칭기즈칸과 원(元)나라와 맞닥뜨린다. 우리에게는 아픈 기억도 있다. 원의 부마국으로서의 격하된 고려 왕조의 역사를 들춰야 하기 때문에 좋은 기억은 아닐지라도 무관한 나라라고 잡아 뗄 필요는 없다. 현재의 상태에 이른 여러 가지 국제적 급물살에 휘둘린 몽골은 한때 사회주의 체제에 있기도 했고, 구 소련의 지배에 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면 나오지만 중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 인근 강국인 러시아와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던 상태였다. 몽골에 관한 이해가 전제된다면 몽골은 우리와 비슷한 약소국의 설움을 뼛속까지 겪은 나라다. 

『센 베노 몽골』은 12일간의 여정 속에서 몽골의 역사와 문화를 훑는 여행 에세이이자, 인문기행이다. 수도 울란바토르를 벗어나 테를지 국립공원·차강 소브라가·욜링암·고비 사막·옹기 사원·카라코롬·쳉헤르 온천·테르힐 차강 호수·홉스골·제2의 도시 에르떼네트까지 길 없는 길을 달리며 느낀 감상과 사유를 쉽게 풀어쓴 책이다. 이 책은 여행 중에 마주한 몽골인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관찰하면서, 의식주를 중심으로 그네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풍습은 물론 속담과 관습 그리고 건국 신화를 비롯하여, 다양한 설화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여행 때 필요한 작은 백과사전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몽골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보다는 직접 보고 느낀 현실적인 체험의 결과를 바탕으로 쓴 여행기여서 읽고 즐기는 데 충분한 가치를 품고 있는 책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몽골은 사실 칭기즈칸을 빼놓고 말할 수 없는 나라다. 이 책 곳곳에서 몽골제국의 성립과 칭기즈칸의 일생을 다루는 한편, 몽골인이 우리나라에 남긴 자취를 돌아보고 있다. 1206년 몽골 부족 출신의 테무친은 몽골 초원의 여러 부족들을 통합하여 예케 몽골 울루스(Yeke Mongol Ulus)라고 하고, 칭기즈칸에 추대되었다. 이후 칭기즈칸은 탕구트, 오이라트 등 중앙아시아·서아시아 방면과 여진(금) 방면으로 원정을 단행하다가 1227년에 탕구트 원정 도중 사망했다. 칭기즈칸을 계승하여 1229년에 칸 자리에 오른 오고타이는 1331년부터 동·서 양 방면으로 원정을 단행했다. 몽골제국의 영토 확장은 이후 5대 칸 쿠빌라이 대에 남송을 정벌할 때까지 계속되어 그 영역은 유라시아를 아우르는 범위까지 확장됐다.

유목 국가로서의 성격을 갖는 몽골제국은 피지배국과 사람들을 황실 구성원들에게 분봉(分封)하는 형태로 제국을 구성하고 운영했다. 국호인 '예케 몽골 울루스'에서 ‘울루스’는 민(民)을 가리키는 용어로, 점차 그 민들이 생활하는 땅의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다. 즉, 예케 몽골 울루스 아래에는 분봉을 받은 황실 구성원들이 하위 울루스로 층차를 이루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러시아 방면의 주치 울루스, 중앙아시아 방면의 차가다이 울루스, 페르시아 방면의 훌레구 울루스가 있었고, 대칸이 직접 다스리는 칸 울루스가 있었다. 그 아래에는 다시 그 자제들에게 분봉된 하위 울루스들이 분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나라 간섭기에 고려에 퍼졌던 몽골의 영향인 몽고풍, 몽골에 시집간 고려의 여인들이 몽골에 퍼뜨린 고려양이 그것이다. 나아가 제주의 역사에 남은 목호(牧胡)의 난과 돌하르방 그리고 조랑말이 몽골의 유산이라는 점, 고려와 몽골의 연합군인 여몽연합군이 두 차례에 걸쳐 일본 정벌에 나섰다가 일본에 ‘카미카제’라는 단어를 낳도록 하였다는 사실 등 우리가 이제껏 몰랐던 이야기들을 소개함으로써, 몽골에 관한 이해를 한층 높일 수 있어서 더욱 흥미를 끈다.



저자에 따르면 몽골은 어디를 둘러봐도 고요하고 한가한 나라다. 도심을 벗어난 몽골 사람들은 광활한 초원 위에서 눈 뜨면 일어나고, 졸리면 잠을 잔다. 한낮에는 풀어놓은 가축을 위해 묵묵히 그 뒤치다꺼리로 하루해를 보낸다. 마두금 소리가 잔잔하게 풀밭을 덮고, 해금 소리가 밤하늘에 울리는 그 적막하고도 느긋한 풍경에 홀린 저자는 “어느 곳에서 어느 쪽을 돌아봐도 멋들어진 수채화요, 파스텔화”라고 감탄할 뿐이다.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대자연에 묻히고 싶은 사람이라면 몽골로 떠날 일이다. 적막에 묻혀 자신을 돌아보고, 신이 내린 거대한 정원을 거닐고 싶은 사람들에게 바로 이 책이 사막의 단비 같은 안내서이자, 선물로 남길 바란다.

이 책은 12일간의 일정을 쪼개 각 한 장(章)씩 차지해 모두 12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당 너른 집」이라는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한없이 너른 마당이라 울타리는 애당초 포기했으니, 가슴은 절로 훈훈해진다. 이곳에 깃들어 사는 식구들은 언제나 바쁠 일이 없다. 그저 느릿느릿 염소와 양 떼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어디 이들뿐이랴? 야크를 키우는 집에서는 야크를, 소를 키우는 집에서는 소 떼를 하릴없이 따라가면 된다. 어쩌다 사막을 만나면 낙타에 오르고, 바쁠 일이 생길 적엔 말을 타면 그만이다."고 썼다.

저자가 마당 좁은 집(대한민국) 사람이란 그런지 몽골 초원을 '너른 마당'으로 표현한 것일까, 재밌고도 적절한 표현이란 느낌이다. 인구는 적고 소리 크게 날 기계음도 들리지 않을 곳이니 어쩌면 '적막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마당 너른 몽골의 집들을 감싸고 있는 건 오로지 적막뿐이다"고 마치 우리의 옛날 농촌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 허전함이 외롭다 싶을 때면 마두금을 타야 옳고, 외로운 밤이 지겨울 때면 해금 연주로 밤하늘을 찢어야 마땅하다. 그리하면 뭇별들이 깜빡이며 발장단 맞춰 신명 돋우고, 소쇄한 바람 한 줄기가 언뜻언뜻 불어와 눅눅해진 마음을 뽀송뽀송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p.4~5)

저자의 몽골 풍경 찬가는 그치지 않는다. "한낮에는 푸른 풀밭이 펄럭이는 융단 되어 드넓은 하늘로 날아가고, 한밤에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빛을 곱다시 내려받는 보자기로 변하지 않던가?"



사막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더운 나라일 것 같지만 몽골은 추운 나라라고 저자는 첫날 느낀다. 수도 울란바토르 공항에서 테를지국립공원까지 120km 이동하는 여정이다. "센 베노(안녕하세요)? 표제어로 쓰인 말이 인삿말인지 비로소 안다. 몽골은 일년 동안의 평군 온도는 섭씨 -3도이니 추운 곳이다. 뚜렷한 대륙성 기후로 강수량이 매우 적고, 기온 변화가 잦다. 일교차가 큰 것도 특징이다. 겨울은 맑지만 크게 추운데, 건조해서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다. 여름은 따뜻하고 짧다. 한마디로 풍광은 좋지만 사람 살기에는 적당치 않은 기후와 기온의 나라인 듯싶다. 여행 첫날 여정에서 2시간 20분 간의 버스길에서 아마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도로 끝으로 야트막한 구릉과 지평선이 보였던 것 같다. 연두와 하늘빛으로만 꾸민 세상이 어쩌면 이토록 아름다울까?란 저자의 표현이 우리나라에서 쉽게 보기 힘든 광경이었을 듯싶다.

몽골에서의 첫 식사를 여기에 적었다. 메뉴는 튀김만두와 양고기 수프였다. 책에 따르면 수프는 입에 맞았고, '호쇼르'라고 불리는 몽골식 튀김만두는 한국의 군만두와 크게 다름없었다. 크고 납작하게 반달 모양으로 빚은 다음, 튀겨낸 만두였다. 속을 가득 채운 양고기가 오히려 고소했는데, 한 사람당 두 개씩이면 넉넉했다. 몽골 맥주가 사이사이 오갔으니, 이 또한 우리네 입맛에 맞았다. 기분까지 상큼해졌다고 저자는 즐거운 식사를 기억한다. 참고로, 몽골식 찐만두에 대한 설명도 덧붙인다. 몽골식 찐만두는 '보쯔'라고 달리 부른다. 이 또한 우리네 찐만두와 아주 흡사한 모양과 크기를 지녔다. 재료는 호쇼르와 다르지 않다고 한다. 몽골에서는 새해 풍습으로 집집마다 이 보쯔를 만드는데, 이때 많이 만들면 만들수록 복을 더 받는다고 여긴다. 물론 이 많은 보쯔는 나중까지 모두 먹어 치워야 한단다. 

첫날 일행이 묵기로 한 게르는 6동이었으니, 게르마다 3명씩 배정되었다. 게르를 직접 눈으로 본 일행이 신기해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계속 쏟아지는 비로 드디어 사달이 났다. 기온이 쑤욱 내려간 것은 그렇다 쳐도 두 동의 게르에서 비가 줄줄 새는 바람에 다른 게르로 옮기는 소동이 일어났다. 난로를 피우고 저녁 식사를 해야 하는데 게르와 조금 떨어진 식당에 예약해 놓은 '허르헉'을 가져와야 하는데 빗길이 워낙 미끄러워 갔던 차가 도중에 돌아왔다. 결국 지프를 한 대 따로 빌리는 등 허르헉을 가져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허르헉은 몽골의 전통 음식 가운데 하나다. 냄지를 채운 양고기에다 채소와 양파·감자 등을 넣은 다음, 간장·소금·식초 등을 첨가해서 만든 일종의 볶음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책을 저자는 '유람기(遊覽記)'라고 표현하고 있다. 유람이란 말은 '돌아다니며 구경함'이라는 뜻이다. 열이틀 간의 여정이라 짧지 않지만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데 그쳤기에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만일 어떤 목적이 있는 여행기라면 일부를 보기에도 일정이 짧았을 것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는 말일 것이다. 몽골은 내륙국가이다. 바다와 인접한 곳이 없는 나라다. 대신 이곳에도 큰 호수가 많이 있는 것 같다. 여정의 마지막날 저자는 새벽 네 시경에 눈을 떴다. 게르 밖에서 동녘 하늘이 터지려고 하는 중이었다. 태양은 검게 늘어선 능선 뒤에 숨어서 아직 꾸물거리고 있었다. 오싹할 만큼 차가운 바람이 호수를 건너왔다. 그러나 졸음을 주체할 수 없기에 다시 침대 속으로 파고들었다. 

한 시간쯤 자다 일어났을까? 그 사이 먼동이 터졌다. 둥근 해가 황금빛으로 먹구름을 비집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세상을 밝히며 떠올랐다. 덩달아 수면 위에 한 폭의 거대한 수채화가 어렸다. 단조로워서 더욱 광휘를 발하는 그 반추상을 어찌 필설로 다할까? 그래서 선잠 깬 물새들이 꾸욱, 꾹 거렸나 보다. 발길이 절로 수면에 다다랐다. 자신도 모르게 호수를 위한 세례가 필요했던가? 그 맑은 푸른 물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얼굴을 씻었다. 온몸이 짜르르했다. 섭씨 17도의 기온 때문인가? 물안개는 거의 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신성하고도 산뜻한 새 아침의 기운이 절로 느껴졌다. 물살은 먼 먼 옛 기억처럼 아른거렸다. 호수에 홀린 사람들 마음처럼 쉼 없이 흔들렸다. 몇 마리 갈매기가 아침 하늘을 갈랐다. 밝은 미소가 하늘을 넘치도록 채웠다. 

홉스골은 에메랄드의 물빛이 지겨워지는 날까지 실컷 살아보고픈 곳이다. 그 둘레를 찾아 하염없이 걷고 싶은 곳이다. 푸른 수면에 비친 또 다른 자아를 마주하고픈 곳이다. 물안개 자욱한 날이면 이 땅에서 만났다가 사라진 사람들의 이름을 목 놓아 크게, 크게 차례로 불러 보고픈 곳이다. 보름밤이면 달님의 그림자를 하나씩 줍고, 그믐이면 삼등성들의 궤적을 좇고픈 곳이다.(p.240~241)


저자 : 유영봉(劉永奉)


중동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한문교육과를 졸업했다.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한문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한국한문학 전공)를 취득하고, 현재 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고려 문학의 탐색』, 『하늘이 내신 땅(상·하)』, 『당나라 시인을 만나다』, 『너도 내가 그립더냐』. 『천년 암자에 오르다』 등이 있다. 역서로는 『국역 무의자 시집』, 『완역 청구풍아(상·하)』, 『집현전 학자 여섯 사람이 안평대군에게 바친 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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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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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무 낯선 나 - 정신건강의학이 포착하지 못한 복잡한 인간성에 대하여
레이첼 아비브 지음, 김유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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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내게 너무 낯선 나』는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거식증,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산후우울증, 경계선 인격 장애 등 정신질환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뉴요커〉 전속 기자이자 의료윤리, 정신의학, 사법 및 교육 등을 주제로 다양한 글을 기고하고 있는 저자 레이첼 아비브의 출판 데뷔작이다. 이 책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재능 있는 신인을 발굴하는 화이팅어워드 논픽션 그랜트상을 수상한 바 있다. 거식증, 우울증에서부터 조현병, 경계선 인격 장애까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정신의학적 해석 방식의 한계에 부딪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현대 정신의학이 정신질환의 증상을 구분하는 방식과 평범한 공동체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 증상을 경험하는 방식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전제한다. 한 중년 남성이 경험한 만성적 외로움은 ‘우울증’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기도, 가정불화로 압박감을 느끼는 소녀의 식사 거부는 ‘거식증’으로 명명되기도 한다는 점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외로움과 우울증, 식사 거부와 거식증이 과연 우리의 생각만큼 직선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개념일까? 저자가 의문을 제시하고 있는 대목이다. 

먼저 이 책 『내게 너무 낯선 나』는 이처럼 인간의 고유한 경험과 의학적 진단 사이에서 납작해지다 못해 ‘지워진’ 이야기들을 추적해 그 이야기들이 가능했던 본래의 모습들을 펼쳐 놓는다. 저자 레이첼 아비브가 직접 인터뷰하고 탐구, 복원한 이야기들은 평범하디 평범한 우리, 그리고 우리의 삶 속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레이첼 이야기」라는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거식증'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의 어렸을 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찬찬히 적어가는 이야기는 자신의 주제를 진단으로서가 아닌, 철저히 인물-저마다 열망, 자아 성찰, 상심, 기지 그리고 희망을 갖고 있는-의 차원에서 탐구한다. 『공감 연습』의 저자 레슬리 제이미슨은 "부조리와 불평등으로 얼룩진 사회적 풍경 속에서도, 환자들의 내면에 귀기울이며 그들이 설명하는 이야기와 맞아떨어지지 않는 순간을 레이첼은 잡아낸다"는 지적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설득력을 갖는다.



외롭고 무관심하고 쓸쓸한 이 세계를 살아가다 보면 때때로 자기 자신과 평화롭게 살 수 없는 시기가 찾아오곤 한다. 마흔한 살의 백인 남성 레이도 그러했다. 신장학 전문의이자 잘나가는 투석 회사의 CEO였던 그는 자신의 경영 과실로 회사가 위기에 빠지자 우울과 강박에 사로잡힌다. 부모님이 이혼한 지 1년 정도가 지난 여섯 살짜리 소녀는 3일간 식음을 전폐한 끝에 의사로부터 식이 장애를 진단받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다름 아닌 저자 본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여섯 살의 레이첼은 음식과 몸에 대한 허무맹랑한 생각들을 키우며 거식증에 ‘채용’된 듯 보인다.

책에 따르면 거식증이라는 단어는 너무 강력해서 나는 이를 입에 담는 것조차 두려웠다. 그 당시 발음 규칙을 익히고 있던 중이었으므로, 내게 모든 단어는 의미를 체화하고 있는 구체적인 실체처럼 느껴졌다. 나는 음식의 이름을 말하려 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내게 그 이름을 말하는 것은 그것을 먹는 것과 똑같이 느껴졌지 때문이었다. "그런 단어들이 자기 앞에서 사용되면 레이첼은 귀를 막곤 했다"라고 심리학자는 기록했다. 나는 8(eight)이라는 숫자를 말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그 발음이 '먹었다(ate)'와 같았기 때문이다. 내 고집에 지친 간호사 하나는 나를 "이빨도 안 들어가는 쿠키" 같다고 했고, 당연하게도 그 말은 나를 속상하게 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이 여섯 살 소녀 때 거식증 환자로 입원까지 하고, 그 과정에서 환자인 자신의 이야기가 얼마나 반영되지 않은 채 무시되었는지 매우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후 학교로 돌아온 소녀 레이첼은 여섯 살인데도 순수한 의지만으로도 다른 누군가가 되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고 쓰고 있다. 만약 자신이 병원에 더 오래 있었거나 학교에 돌아왔는데 아이들이 차갑게 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다행히 6주만에 퇴원한 레이첼은 거식증에 관한 많은 책을 읽고 나름대로 탐구한다.

거식증을 가까스로 피했다는 생각 때문에 저자는 정신질환의 초기 상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밝힌다. 정신질환의 초기 상태란, 뭔가 강렬하게 자신을 망가뜨리는 것 같지만 아직은 자신의 정체성과 사회적 세상을 재구성할 정도까지는 가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고 친절한 설명도 덧붙인다.



흔히들 정신질환은 만성적이고 고치기 힘들며 삶을 송두리째 삼켜 버리는 힘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렇다면 정신질환의 초기 상태에서 우리가 그 질환에 대해 이야기하는 많은 부분이 과연 그것의 진행 과정을 얼마나 많이 결정하게 될까? 자기 자신에 대한 이러한 이야기들은 스스로를 자유롭게 해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그 이야기에 스스로를 가둬 버리기도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p.41)

저자는 또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들의 정신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관련해 그 진실성을 평가하기 위해 '병식(病識)'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정신의학 분야에서 이 개념은 매우 중요하며 거의 마법적인 힘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1934년 〈영국 의료 심리학 저널〉에 실린 중요한 논문에서 정신과 의사인 오브리 루이스는 병식을 "자신에게 발생하고 있는 병리적 변화에 대한 환자의 올바른 태도"라고 정의했다고 안내한다. 이를 테면 '올바른 태도'를 가진 환자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자신에게 갑자기 말을 걸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금 약을 복용하면 더 이상 듣지 않을 수 있는 어떤 목소리를 듣고 있음을, 그러한 병적 증상에 시달리고 있음을 식별한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자가 입원할 때마다 병식이 평가되는데, 이는 환자의 의지에 관계없이 계속해서 치료를 진행해야 하는지를 결정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개념은 '올바른 태도'라는 것이 어떻게 문화나 인종, 민족성, 신앙에 의해 좌우되는지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저자의 합리적 주장이다. 연구에 따르면 유색인종의 경우 '병식이 부족하다'고 평ㄱ랍맏는 사례가 백인에 비해 더 많다.' 아마도 의사들이 유색인종의 표현 방식에 익숙하지 않거나, 아니면 이들이 의사의 말을 잘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병식이란 환자가 의사의 해석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는지를 측정하는 개념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이에 한 가지 사실을 덧붙인다. 50년 전 정신분석학이 정점을 찍은 시기에 병식은 일종의 '계시(epiphany)'와도 같은 것으로 설명되었다는 것이다. 즉 무의식적 욕망과 갈등이 환하게 의식되는 것을 의미했다. 예를 들어 한 환자가 아버지에 대해 가지고 있던 억압된 증오를 스스로 인식하고 그 금지된 감정이 자신의 인격을 형성해 왔음을 인정할 때, 그 환자는 '병식을 가진 것'으로 간주되었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1980년와 1990년대에 들어서 지배적 이론으로 부상한 생물의학적 질환 설명은 이러한 종류의 병식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올바른 태도'는 이제 새로운 인식에 좌우되었다는 것. 이때부터는 환자가 자신의 뇌에 생긴 문제 때문에 정신질환을 갖게 되었다고 이해할 때 비로소 병을 식별한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생물의학적 접근 방법은 환자와 가족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의 도덕적 문제를 해결했고, 따라서 사회적 낙인으로부터 환자를 어느 정도 자유롭게 해 주리라는 기대를 받게 되었다. 1999년 미국 공중 보건부 장관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데카르트가 처음 제시한 정신과 육체라는 잘못된 이분법"에 근거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정신질환과 다른 질환 사이를 구별하는 과학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았다"라고 단언했다.

물론 그렇게 이야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그러한 생물의학적 프레임이 사회적 낙인 자체를 풀어 준 것 같지는 않다. 연구에 따르면 정신질환이 생물학적이거나 유전적 원인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질환이 환자의 나약한 성격 때문이라는 식으로 가혹하게 반응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또한 정신질환을 환자의 통제를 벗어나 있고 그들 사회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위험방편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의학이라는 사고의 틀이 특히 질환이 진행되고 있는 시기나 위기가 닥친 시기에 지속적인 자아감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해석과 이해를 되려 막아 버릴 수도 있음을 나는 이 책의 제목 『내게 너무 낯선 나』(이 문구는 하바의 일기에서 가져왔다)를 통해 상기시키고자 한다. 「숨어 있는 자아」라는 논문에서 윌리엄 제임스는 "모든 과학의 이상은 자기 완결적이고 닫혀 있는 진리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학자들은 "분류되지 않은 잔여물"을 무시함으로써 그러한 목표를 이루게 된다. 이 잔여물이란 "이상적인 체계에 맞지 않는" 증상들과 경험들을 말한다. 

이 책은 그가 말한 '자기 완결적이고 닫혀 있는 진리의 체계' 그 '바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의 삶은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에서 펼쳐지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 언어로 묘사할 수 없는 인간 경험의 바깥 가장자리, 다시 말해 '정신의 오지'라고 불릴 만한 곳에서 펼쳐진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러한 소통 불가능성을 극복하려고 했던 환자들의 이야긱와 그 세계를 번역하고자 한 것이라고 역설한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모두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과연 그것이 나인가? 내가 아닌가? 나는 대체 무엇인가?〉, 2장 〈내게 닥친 고난은 나를 완전히 버리라는 신의 계시인가?〉, 3장 〈내 말을 좀 들어 주세요〉, 4장 〈의사는 내 마음을 읽었다. 나는 아무것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등이다. 1장은 우울증의 이야기이고, 2장은 조현병에 대한 사례 탐구로 설명되고 있다. 또 3장은 산후우울증, 그리고 4장은 조울증과 경계선 인격 장애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프롤로그〉는 자신의 거식증 진단과 치료 과정, 이후 정신질환이라 일컬어지는 병에 대한 접근 등을 대체적으로 다루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조차 완벽한 타인이다'는 제목의 〈에필로그〉에서는 앞서 언급한 '하바의 거식증'에 관한 이야기로 마무리짓는다.

각 장에서 발췌된 문장들은 별도로 맨 앞에 따로 배치함으로써 병증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1장(레이의 이야기)의 경우 '우울증'에 대해 이야기한다. 맨 앞으로 끌어낸 문장은 다음과 같다. "이건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 그의 강박적 후회는 어떤 '상실'에 다가가려는 방편이었다. 그 상실이란 바로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삶을 상실한 것을 의미했다. 레이는 자신이 실패했던 상황과 이유를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도 끝없이 반추하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도달했고, 도달할 수 있었던 이상적 모습에 사로잡혀서 자신이 실패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있었다.

2장(바푸의 이야기) '조현병'에는 "저는 종교적 열정을 버릴 수가 없어요. 저 때문에 모든 가족이 혼란스러워합니다." 엄마가 조현병 진단을 받았음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었지만 가족들 중 그 누구도 이러한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조현병'이라는 낯선 진단명은 엄마의 경험을 이해하기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었다."

3장(나오미의 이야기)은 '산후우울증' 이야기다. "자신이 좋은 엄마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인생이 달라져요." 나오미는 자신이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이 모든 일은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흑인 여성이 처한 은폐된 현실에 다름 아니며, 그 현실이 비로소 자신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들 문장은 장의 성격뿐만 아니라 병에 대한 인식의 범주나 의학적 분류 등이 아직도 많은 과제를 남기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들이다.



로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술된 4장은 '조울증 그리고 경계선 인격 장애'에 대한 기록이다. "나는 낯선 사람의 삶에 갇혀 있었던 거예요." 한때 로라는 자신에게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로부터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의식적이든 아니든 로라는 자신의 질환에 맞게 스스로의 삶을 바꿨다. 하지만 자기 삶을 설명해 주고 인식적 명료함과 의학ㄹ적 치유를 동시에 제공해 주리라 약속했던 그 이야기가 실상은 텅 빈 강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배신감을 느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하바의 거식증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나는 나 자신에게조차 완벽한 타인이다"는 문장이 주는 섬뜩함에 하바는 살을 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으로 가는 방법이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하지만 "완전하고도 완벽한 행복의 상태"인 비쩍 마른 상태에 가까이 다가간 순간, 하바는 다시 자신이 대체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써 왔는지를 생각한다. "내 인생은 이렇게 흘러가 버리고, 내게 의미 있는 모든 것은 다 희생당하는구나."


레이와 바푸, 나오미와 로라는 모두 제각각 자신의 질병에 대해 글을 쓰려고 했다. 그들이 쓰려는 언어가 그들을 설명하기에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그들은 깊은 자의식을 가지고 자신들의 심리적 경험을 서술했다. 또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감각이 진짜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보여 주고 싶어 했다. 자신이 신과 결혼했다고 믿든, 인종차별주의로부터 세상을 구원하겠다고 믿든 관계없이 말이다. 그들은 자신이 어떻게 그리고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를 권위자들에게 (바푸의 경우에는 영적 스승들에게, 나머지 경우에는 의사들에게) 알려 주려고 애썼다. 그들의 고통은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구체화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이 경험한 고통의 경로와 정체성은 모두 바뀌어 갔다.(p.327)


저자 : 레이첼 아비브(Rachel Aviv)


미시간주에서 나고 자랐다. 2004년 브라운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3년부터 《뉴요커》의 전속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의료윤리, 정신의학, 사법 및 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와 관련해 글을 기고하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정신의학적 설명의 한계에 부딪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내게 너무 낯선 나』. 데뷔작인 이 책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뿐 아니라 《워싱턴 포스트》 《뉴요커》 《커커스》 《북포럼》 《NPR》 등 유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비평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화이팅어워드 논픽션 그랜트상을 수상했다. 이 책이 낯선 사람으로 환영받기를 바라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문처럼 상상되길 희망한다.


역자 : 김유경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M.C. 에셔 : 무한의 공간』 『그는 지도 밖에 산다』 『강조해야 할 것』 『성 정치학』 『별에서 온 아이』 『그렌델』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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