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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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아픔에도 나는 여전히 이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져 있다.” 이 책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를 편집해 출간한 폴커 미헬스는 〈서문〉의 첫 문장을 헤르만 헤세가 쓴 유명한 시 「가지치기를 한 떡갈나무」의 마지막 행을 인용했다. 이 시는 온몸 곳곳이 짧게 잘려 나갔음에도 계속 새로운 잎을 틔우는 나무의 예를 들어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이면을 지적하고, 그럼에도 우리에게 자연처럼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한 시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편집자 미헬스는 이 시를 통해 헤세가 추구한 모든 문학 작품의 단면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헤세는 나무의 가지치기가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음에도, 평생 살아 있는 모든 것과 사랑에 빠졌다고 헤세를 평하고 있다. "그러다 남들이 비통해하거나, 체념하거나, 냉소적으로 변할 때면 오히려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보면서 새로운 저항력을 키우라고 하며, 독자들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버티라고, 그런 상황을 더 나은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삶으라고 북돋았다."고 말한다. 

미헬스의 주장은 「가지치기를 한 떡갈나무」가 쓰인 시점을 생각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1919년 7월'. 제1차 세계대전이 독일의 항복으로 끝나고, 패전국 독일의 청춘들은 나라와 자신들의 앞날이 너무도 고통스러우리라고 매우 우울한 분위기였을 것이다. 헤세는 독일뿐만 아니라 전후 모든 나라의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날마다 야만의 고통을 견뎌 내며 또다시 저 빛 속으로 얼굴을 내민다. 세상은 죽도록 조롱했지만, 내 본질은 파괴될 수 없는 것. 나는 만족하고 화해하며 참을성 있게 새로운 잎을 틔워 내"듯이 나무에 비유적으로 오늘의 고통을 참고 견디고, 용기를 내라고 주문한다. 

이런 재생력은 헤세의 문학에서 여러 방식으로 형상화되어 있다고 미헬스는 강조한다. 심지어 그런 힘은 그의 정치적, 문화비평적인 글들과 독자 편지에 대한 무수한 답장들에서도 주된 모티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미헬스는 이 책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에서는 헤세의 성찰과 편지 중에서 특히 그런 세계관이 잘 표현되어 있는 것들을 뽑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이 책을 새롭게 엮어 선보인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미헬스에 따르면 국경과 세대를 초월해 헤세를 현재의 개인적 생활 방식의 선두 주자로 만들어 준 것도 바로 그런 글들이다. 왜냐하면 헤세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진지하고 중요하고 진기한 존재로 받아들이고, "세상의 현상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지 않고 오직 단 한 번만 그렇게 교차되는 점"(『데미안』)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사이 헤세의 전 세계적인 부흥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이 세상의 유일무이한 개인이 자기 속의 잠재력을 충분히 펼칠 수만 있다면 인간의 삶과 문화는 더욱 풍요롭고 다양해지리라는 생각이 큰 몫을 차지한다.

헤세가 죽고(1962) 몇 년 뒤 미국에서는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던 젊은 세대들이 헤세를 발견해 냈는데, 1970년대 이후 그것이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굳어진 것이다. 독일 문학사에서는 유례가 없던 일이었다. 지금까지 헤세의 책은 60여 개 언어로 번역되넝ㅆ고, 세계적으로 1억 부 이상이 팔렸다. 그런데 헤세 생전에 발표된 작품은 전체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고 미헬스는 지적한다. 방대한 유고는 1965년부터 단계적으로 발굴되었다. 색감이 다채롭고 표현력이 강한 3,000여 점의 수채화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다 오래지 않아, 총 20권에 1만4,000여 페이지 분량의 첫 번째 전집이 출간되었는데, 거기엔 그의 중요한 문화 비평 및 정치적 고찰, 자전적 저작, 칼럼, 일기까지 총망라되었다고 미헬스는 설명한다. 독일 문학을 새로운 차원에서 풍성하게 하는 사건이었다고 전하기도 한다.

미헬스는 헤세가 생전에 이미 나이를 떠나 기성세대의 경직된 생활 방식에 저항하는 젊은 작가였다고 평가한다. 그 자신도 부모 집으로 대변되는 세상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했듯이, 그의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자신의 내적 성향에 반하는 온갖 형태의 외적 강요에 저항한다는 것. "중요한 한 것은 개인적인 것이다!" 삶을 긍정하는 이 모토는 적극적이고 지혜롭고 책임감 있는 사회봉사를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미헬스는 언급한다.



이 책은 헤세의 이러한 힘과 세계관이 잘 표현되어 있는 글들을 모아 엮었다.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헤세의 사유의 정수가 담긴 명문장들을 엄선했다. 미헬스는 최초의 헤세 전집을 발간하고 평생 헤세의 수많은 저작들을 연구 및 편집한 이 분야의 권위자이다. 국경과 세대를 초월해 헤세를 오늘날의 상징적 위치에 있게 만든 것은 바로 이러한 글들이라고 〈서문〉에서 밝힌다. 번역은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등 헤세의 대표작을 비롯해 카프카, 무질, 프로이트, 뷔히너와 같은 수많은 독일 고전들을 유려하게 번역해 온 박종대가 맡았다.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싯다르타』 등 세 작품은 방황하는 청춘을 위한 헤르만 헤세의 내면 탐구 3부작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데미안』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유리알 유희』 등 세계문학의 기념비적 걸작을 남기며 독일 문학의 거장으로 우뚝 선 헤르만 헤세는 그의 사후 60년이 지나도 여전히 독일은 물론 세계 모든 지역에서 청소년들의 필독서로 지정받고 있을 정도다. 고통 속에서도 삶을 사랑하고,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보았던 헤세의 재생력은 그의 문학과 삶에서 잘 나타나 있다. 그는 개인의 개성을 말살하고 획일화하려는 사회의 모든 시도에 대해 격렬히 저항했고, 외부의 평준화 압력에 맞서 자기만의 개인적이고 고유한 영역을 지키라고 끊임없이 말했다. 이 일은 헤세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패전국이 된 어수선한 독일의 분위기에서 싹트는 전체주의에 맞서 스위스로 망명한 일도 그의 세계관과 맞물린 것이 아닌가 쉽게 짐작케 한다.

자신의 길을 확신하지 못하는 한 청년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한창 성장 중인 청년이 고유한 개인이 되려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고, 그래서 평균적이고 일상적인 삶에서 강하게 이탈할수록 남의 눈에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며, “내면에 깃든 이상과 꿈이 시들지 않도록 세계에 맞서 자신을 지키라”(p.22~23)고 조언한다.



또 다른 글에서는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방법”은, “자기 자신을 깨닫되 스스로에 대해 판단하거나 스스로를 바꾸려 하지 말고, 우리 속에 예감의 형태로 미리 그려져 있는 삶의 모습으로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는 것”(p.34)이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삶의 표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삶은 우리 각자에게 고유한 임무를 맡길 뿐”이기 때문이다. 그 임무를 따라가는 과정은 비록 쉽지 않지만, 그렇기에 “자신의 삶”이란 “언제나 고되면서도 아름다운 것”이라고 헤세는 말한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헤세 자신이 그렇게 살기 위해서 노력했다. 헤세의 작품들이 오늘날까지 많은 이들의 마음을 깊이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은, 그의 글 속에 그의 삶 자체가 신실하게 녹아 있기 때문이다. 미헬스는 작가로서 보기 드문 헤세의 미덕으로 무엇보다 그의 “인간적인 고결함”을 꼽으며 “그는 작가로서 말한 대로 살았다. 세상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삶의 마지막까지 상처받으며 살았다”고 말한다. “그의 삶과 작품은 마지막 순간까지 나머지 없이 딱 떨어지는 방정식과 비슷해 보인다.” 헤세는 삶과 글이 분리되지 않은 작가였다. 그의 삶이 고통스러웠던 것은 그가 세상 속에서 부단히 자신의 신념대로 살고자, 작가로서 자신의 고유성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노력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러한 삶을 사랑하며 나아가고자 투쟁했던 헤세의 생생한 육성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그 기록들이 안겨 주는 격려와 위로가 독자들에게도 생생히 가닿기를 바란다고 미헬스는 기대한다.

헤세의 견해에 따르면, 오늘날 "정치권력이 있는 곳"에서는 "정치적 이성"이 거의 작동하지 않기에 "재앙을 막거나 완화하려면 비공식적인 집단의 지성이 유입"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정신적 자극은 헤세의 전 작품에 스며들어 있다고 미헬스는 역설한다.



문명 비판적인 『페터 카멘친트』에서부터 학업에 치인 한 학생의 비극적 삶을 다룬 『수레바퀴 아래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토마스 만이 그 감동적 전율을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 슬픔』에 비교한 『데미안』, 부르주아지의 해체를 다룬 『황야의 이리』, 그리고 모든 학제의 통합적 유토피아를 꿈꾼 『유리알 유희』에 이르기까지 조목조목 작품과 해석을 곁들이며 증명하듯 작품의 성격을 정리해준다. 『유리알 유희』에서 주인공은 대안적 교육 이상향 역시 관료주의와 비사회적 자기 목적에 매몰되기 시작하자 그곳을 떠난다. 

미헬스는 지금껏 거의 다섯 세대 전부터 헤세를 읽는 독자층은 주로 14~35세 사이의 젊은이들이다. 아직 이상을 꿈꾸고, 사회에서 되도록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 말이다. 이들은 헤세의 작품에서 격려와 응원을 느낀다. 그의 작품들은 외부의 평준화 압력에 맞서 자기만의 개인적이고 고유한 영역을지키라고 끊임없이 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시기를 지나 양보와 굴복 없이는 버틸 수 없눈 생업 전선에 뛰어들면 많은 사람이 헤세를 불편하게 여긴다. 그의 책을 읽으면 자신이 예전의 이상을 배신하고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러다 가식적 삶을 살았던 생업 전선에서 은퇴하면 헤세와 청춘의 선한 의지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것이 헤세의 독자 통계에서 청년층과 노년층이 최상위를 차지하고, 반면에 소의 사회에서 기득권을 형성하는 연령대는 거의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헤세 저술의 테마는 정치, 문학, 음악, 회화, 종교, 정신분석, 교육, 행복, 유머, 사랑, 청춘, 노년, 죽음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다채롭다. 게다가 그의 인상적인 자연 및 풍경 묘사와 여행기는 무척 간명하고 사실적이어서 따로 해석에 의지하지 않고도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그의 책 속에 꾸며 낸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건 헤세가 우선적으로 대중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글을 쓰기 때문이라고 미헬스는 분석한다. 헤세는 이런 식으로 삶과 시대가 개인에게 부여한 여러 문제들, 그러니까 재능 있고 양심적인 사람이라면 더더욱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는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한다. 그는 모든 걸 직접 체험했고, 엄청난 고통 속에서 글을 쓸 때가 많았기에, 복잡한 이슈도 지극히 단순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풀이한다.



한창 성장 중인 청년이 고유한 개인이 되려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고, 그래서 평균적이고 일상적인 삶에서 강하게 이탈할수록 남의 눈에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나는 당신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당신이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게 당신의 ‘광기’를 세계에 강요하거나 세계를 혁명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건 당신의 내면에 깃든 이상과 꿈이 시들지 않도록 세계에 맞서 자신을 지키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꿈의 아성인 우리의 어두운 내면세계는 끊임없이 위협받고, 동료들에게 조롱받고, 교육자들에게 기피되고 있습니다. 그건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입니다.(p.22~23)


저자 :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년 독일 남부 뷔르템베르크의 칼프에서 태어나 목사인 아버지와 신학계 집안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890년 신학교 시험 준비를 위해 괴핑엔의 라틴어 학교에 다니며 뷔르템베르크 국가시험에 합격했다. 1892년 마울브론 수도원 학교에 입학했으나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인이 되기 위해 도망쳐 나왔다. 1899년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하여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와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을 출간했다.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인정을 받았고 문단에서도 헤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후 1904년 장편 소설 《페터 카멘친트》를 통해 유명세를 떨치면서 문학적 지위도 확고해졌다. 같은 해 아홉 살 연상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했으나 1923년 이혼하고 스위스 국적을 취득했다. 1906년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를 출간했고, 1919년에는 자기 인식 과정을 고찰한 《데미안》과 《동화》, 《차라투스트라의 귀환》을 출간했다. 인도 여행을 통한 체험은 1922년 출간된 《싯다르타》에 투영되었으며, 1946년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1962년 8월 9일 뇌출혈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기실현을 위해 한시도 쉬지 않고 꾸준히 노력했다.


엮은이 : 폴커 미헬스


1943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프라이부르크 대학과 마인츠 대학에서 의학과 심리하긍ㄹ 공부한 후 독일의 주어캄프 출판사와 인젤 출판사에서 독일 문학 전문 편집자로 일했다. 특히 헤르만 헤세의 유고집을 출판하는 일에 헌신했으며, 20권으로 된 최초의 헤세 전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1990년에는 헤세의 고향 칼프에 헤세 박물관을 건립하는 일을 담당했ㅎ으며, 출판사를 퇴직한 후에도 계속 헤세의 작품을 연구하고 편집하는 일에 몰두했다. 


역자 : 박종대


성균관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쾰른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사람이건 사건이건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이면에 관심이 많고, 환경을 위해 어디까지 현실적인 욕망을 포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자신을 위하는 길인지 고민하는 제대로 된 이기주의자가 꿈이다.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의 『세상을 알라』, 『너 자신을 알라』, 『사냥꾼, 목동, 비평가』 , 『의무란 무엇인가』, 『인공 지능의 시대, 인생의 의미』를 포함하여 『1일無식』, 『콘트라바스』, 『승부』, 『어느 독일인의 삶』 ,『9990개의 치즈』,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등 1백 권이 넘는 책을 번역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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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 스트리트
제니 잭슨 지음,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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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은 21세기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정치적 체제는 민주주의이다.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체제이다. 즉 시장에서의 자유 경쟁, 사유재산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왕과 귀족 중심의 정치제도에서 실시된 자본주의는 지나친 부의 편중으로 많은 폐단이 드러나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시민 계급이 등장해 국민이 통치자를 직접 선거로 뽑고, 국민의 뜻을 대신할 의원을 뽑아 통치자를 감시 견제하는 역할을 맡겼다. 이것이 현대 자본주의 민주주의 체제다. 그러나 이것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민 계급의 혁명으로 공화정으로 바뀌었으나 공화정 통치자들의 권력은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숙청하는 과정에서 안정된 사회를 이끌지 못했다. 결국 왕정 복귀 세력이 다시 세력을 잡으면 반대로 숙청을 단행했다. 안정된 사회로 유지되기까지는 많은 기간이 소요됐다. 이런 사회에서는 새로운 시민 계급에게나 혜택이 돌아갈 뿐 일반 피지배 계급이었던 무산 계급은 핍박 받고 부를 쌓기는 어렵기만 했다. 더욱이 러시아는 서양에서 사라진 봉건 시대의 유물인 농노 제도를 20세기 들어설 때까지 유지하고 있었다. 

카를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19세기 등장했다. 이들은 이른바 프롤레타리아 계급(무산 계급)의 혁명으로 공산주의에 의한 정부를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공산주의란 함께 일하고 똑같이 나눈다는 원칙을 말한다. 토지는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이론을 앞세웠다. 서양 각 나라의 무산 계급은 환영할 만한 일이었지만 이들이 혁명을 주도하고 정부를 수립하도록 방치할 귀족들은 없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농노뿐만 아니라 노동자 대부분이 환영했다. 일은 죽도록 했지만 늘 굶주리고 교육을 받는 것은 생각도 못할 정도였으니 어쩌면 공산주의 자양분이 되기에 충분히 준비된 셈이다. 러시아 로마노프 가문의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2세는 레닌을 앞세운 '노동자 계급 해방투쟁동맹'의 지도자들에 의해 축출되고 가족과 함께 처형됐다. 러시아는 공산주의가 지배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서양 문명은 20세기 초 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의 나라와 공산주의 체제로 양분된다. 실험적으로 들어선 공산주의 러시아는 채 한 세기도 넘기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패권을 차지한 미국과 소비에트 연방(소련)은 결국 세계의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냉전' 체제로 돌입했다.



미·소의 냉전은 미국의 승리로 끝났지만 러시아는 완전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직도 러시아는 러시아의 패권 부활을 위해 여전히 독재 체제에 별 다른 거부 의사가 없는 듯하다. 스탈린 시대처럼 냉혹한 정치를 펼치지는 않지만 러시아는 20년이 지나도록 푸틴의 권력 아래에서 러시아 부활을 여전히 꿈꾸고 있는 듯하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도 과거 러시아 입장에서 생각하면 소련의 속국이었지만 소련 붕괴 후 독립했다가 이젠 서방 문명과 함께하고자 했다.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인정할 수 없다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불법 침략한 후 지금 3년째 전쟁 중이다. 

명실상부한 세계의 패권국이 된 미국은 또다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외부의 러시아의 팽창 의욕과 G2로 떠오른 중국의 급부상으로 패권 다툼을 벌여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고 세계 분쟁에 관여하고 끊임없이 영향력을 늘려가던 미국의 앞날이 탄탄대로를 벗어나 있다는 것은 세계 곳곳에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 전쟁 미군 철수 때는 소련이 건재한 데다 중국이 아직 힘을 갖추지 못해 견제가 비교적 쉬웠으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더욱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을 뺀 것도 이익이 없이 자국내 문제로 등장하기 전에 스스로 퇴각을 결정하는 바람에 위신도 깎였다. 뒤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오랜 분쟁 지역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도 터졌다. 이래저래 사면초가 형국이다. 특히 미국은 인종차별과 빈부의 극심한 차이에 의한 사회 정의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세계의 경찰국으로서 군림했던 미국의 자칫 자국의 문제마저 해결하지 못한다면 세계에서 패권국의 위치는 흔들릴 수 있다. 막강한 군사력도 내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힘을 쓸 수 없다. 

이 책 『파인애플 스트리트』는 미국의 거부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소설 작품이다. 이는 읽는 독자들 입장에 따라서 '빈부격차'의 심각성을 부각시킬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이 소설 작품은 부동산으로 막강한 부를 쌓은 '스톡턴 가'의 세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집안의 맏딸인 달리는 두 아이의 엄마로, 출산과 함께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한다. 그리고 둘째 딸 조지애나는 유쾌하고 때로 철부지같이 구는 밀레니얼 세대로,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면서 한 남자를 짝사랑한다. 마지막으로, 스톡턴 가의 아들과 결혼하면서 뜻하지 않게 파인애플 스트리트의 대저택에서 살게 된 사샤는 가족 모임에서 외부인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소설의 주요 무대인 뉴욕에서 스톡턴 가는 부동산 투자로 막대한 재산을 축적해 '파인애플 스트리트'에 자리 잡은 하나의 특권이자 차별적 지위를 형성한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일상적인 모습에는 다양한 욕망과 편견, 그리고 차별이 꿈틀댄다. 그것은 곧 독자들의 마음속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저자 제니 잭슨은 케빈 콴, 코맥 매카시 같은 유명 작가들을 담당했던 베테랑 편집자 출신이라고 한다. 소설의 배경이 된 곳은 뉴욕 브루클린 하이츠에 있는 과일 이름의 거리 중 하나인 파인애플 스트리트다. 표제어로도 쓰였다. 뿐만 아니라 저자인 제니 잭슨이 현재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뉴욕의 거리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다단한 일상생활이 생동감 넘치면서도 세밀하게 그려진다. 책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 소설은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실린 자본주의와 세대 간 자산 이동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인식을 다룬 기사가 그 출발점이 되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소설의 중심에는 세 명의 여성이 있다. 한 집안 사람인 이들은 서로 다른 입장과 시선으로 가족, 사랑, 돈, 그리고 관계의 문제 등을 바라보면서 고민하고 갈등하고 화해한다. 그 이야기는 곧 많은 이들이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일상으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시시때때로 느끼는 감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해준다. 부동산 투자로 엄청난 부를 쌓은 스톡턴 가의 아들과 결혼한 사샤가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물론 스톡턴 가에는 세 여인이 함께 산다. 파인애플 스트리트의 대저택이다. 모두가 부러워할 만하지만 그녀는 남편의 식구들이 사용한 온갖 물건이 여전히 남아 있는 집 안에서 타임캡슐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무엇 하나 자기 마음대로 바꿀 수가 없다. 시댁 사람들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남편의 여형제들에게 꽃뱀’이라 불리며 자신이 외부인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다. 그들은 왜 사샤를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할까? 상대적으로 소박한 집안 때문에? 아니면 부자들끼리만 결속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그 답은 결국 사샤 자신의 이야기에 있었다. 그녀 또한 누군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밀어내기만 했음을 인지하게 된다.



스톡턴 가의 막내딸인 조지애나는 비영리 단체에서 일한다. 밀레니얼 세대인 그녀는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고, 파티에 입고 갈 옷을 신중하게 고르고, 가끔 어머니와 테니스도 친다. 그런데 그녀는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다. 프로젝트 매니저와의 불륜, 그리고 갑작스런 비행기 추락 사고. 조지애나는 슬픔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물려받은 신탁재산 전액을 기부하기로 결심한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재단을 설립하고 새로운 출발점에 선 그녀의 행보는 향후 10년간 수십 조 달러가 세대 간에 이동할 것이라는 〈뉴욕 타임스〉의 기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이러한 조지애나의 이야기는 개인의 행복이 자신에게 주어진 맹목적인 조건이 아닌 타인과의 나눔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스톡턴 가의 맏딸이자 두 아이를 키우는 달리는 한국계 이민자 2세인 남편이 실직하자 후회가 밀려든다. 막대한 유산을 포기하고 사랑에 모든 것을 걸기로 한 것부터 인종차별적이고 족벌주의적인 시스템에 휘둘려 결국 자신의 경력이 끝나버린 것까지. 한국계 이민자 2세라고 해서 사실 관심이 컸으나 그 문제는 집중적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사실 주제와는 관련 없는 인물 설정이 아닐까 하는 게 독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전에는 몰랐던 돈의 위력이 현실로 다가오고 가족에게도 남편의 실직 사실을 말하지 못한 채 깊은 고민에 휩싸인다. 그러면서 화려하고 흥미진진한 인생을 꿈꾸었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남편을 원망하지만 그 역시 많은 것을 희생했음을 깨닫는다. 그녀가 돈을 벌어야만 스톡턴 가 사람으로 환영받을 수 있다고 은연중에 말해온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본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 『파인애플 스트리트』의 기저에는 차별 또는 불평등이라는 현대 미국 사회가 풀지 못한 숙제가 광범위하게 깔려 있다. 속물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뉴욕의 근성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으면서 각각의 캐릭터가 은밀하게 속삭이는, 때론 내면에서 강렬하게 폭발하는 감정의 선율이 소설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언뜻 무게감이 느껴질지도 모르는 메시지는 경쾌하고 유쾌하게 전해진다. 저자의 역량일 것이다.



소설 속 스톡턴 가가 흔히 졸부로 지칭되는 이들처럼 속물적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부를 상속받은 뉴욕 상위 1퍼센트 가문이지만 부정한 이득에 신중한 편인데다 장거리 비행이 아니면 이코노미석을 이용하고, 철커덕거리는 소리를 참을 수 없을 때까지 직접 차를 몰고, 절대 집을 개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은 매일 엄청난 생활비를 쓰고 있다. 대저택과 별장에 드는 관리비와 세금, 각종 클럽의 회원비, 아이들의 학비, 가정부의 급료 등등. 부자들은 이를 알고나 있을까? 이러한 특권이 자신들에게 원래부터(대를 이어) 당연하게 주어진다고 여기는 건 아닐까? 어쩌면 그들은 이제껏 한 번도 가난한 생활을 해본 적이 없기에 자신이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사회적 차별 또는 불평등은 분명 누군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세 여성은 나이도, 상황도 다르지만 가족을 매개로 이어지면서 각자가 생각하고 느끼는 돈, 사랑, 그리고 관계의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짚어낸다. 이 소설은 가족의 의미를 한 번쯤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어줄 뿐만 아니라 뉴욕의 상류사회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슬그머니 들춰보는 흥미진진한 읽기가 될 것이다. 빈부의 차를 지적하는 데에만 치중해서는 소설의 유쾌함을 느끼기 힘들다. 다만 차별이나 빈부의 문제를 티내지 않지만 슬그머니 흘리는 듯 독자들이 의식해서 읽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미국 사회는 이미 부에 대해 '환상'을 가진 자들이 넘져나고 있다. 이를 지적한다는 것은 미국 사회에 부적응자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다. 독자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보는 듯한 안타까움이 있다. 


사샤는 결혼 후 몇 달 동안 파인애플 스트리트의 새집에 적응하려 애썼다. 남편의 식구들이라는 고대 문명을 연구하는 고고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녀가 발견한 것은 투탕카멘의 무덤이 아니라 달리가 6학년 때 만들었다는 기형 버섯을 닮은 재떨이였다. 사해문서가 아니라 코드가 초등학교 때 솔방울의 종류에 관해 쓴 과학 에세이였다. 병마용이 아니라 애틀랜틱 애비뉴의 한 치과에서 받아온 공짜 칫솔이 한가득 들어 있는 서랍이었다.(p.25)



이 소설을 번역한 번역가 이영아는 책의 뒷 부분 〈옮긴이의 말〉에서 스톡턴 가의 실세라 할 수 있는 '틸다'에 주목하고 몇 가지를 밝힌다. "그녀는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극단적인 성격의 부잣집 마님이다. 그야말로 온실 속 화초 같은 그녀는 뻔뻔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순진하고, 순진함이 지나쳐 가끔은 천박해 보이기까지 한다. 갈등을 일으킬 만한 문제는 고의로 피하고, 그저 그녀의 세상이 영원한 꽃다발이기를 고집한다. 그녀가 자녀를 대하는 태도는 돈을 대하는 태도와 닮았다."고 지적한다. 어떤 문제를 깊이 파고들어 분석하는 법이 없는 성격을 지적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그녀를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다. 그 뻔뻔스러운 속물근성과 별난 성격은 소설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소이기도 하다. 저자 제니 잭슨은 얄밉게 비칠 수 있는 상류층 인물들의 인간적 허점이나 약점을 드러내어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축한다."고 말한다. 미국 거부인 스톡턴가 사람들에 대해 비판의 말보다는 '그렇게 살아가도록 된 사람들'이라는 면죄부를 주는 것 같아 독자로서는 다소 씁쓸하다. 하지만 그것도 한국적 시선이라는 되치기를 당할까 우려된다. 그냥 독자의 혼잣말임을 양해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부자들끼리 결속이 잘되는 또 다른 이유는, 입에 올리기 싫은 사실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당할지 모른다는 은밀한 걱정 때문이었다. 그들의 주말 별장, 좋은 술, 큰 아파트, 파티, 인턴직, 벽장, 그리고 돈을 이용해먹으려는 인간들이 두려운 것이다. 달리는 이런 행태를 다양하게 목격했다. 여자친구에게 보석과 노트북을 사주고 거액의 휴가비를 대주는 남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여자들은 이 남자들이 연애를 하려고 뇌물을 먹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뿐이다. 또 어떤 남자들은 보틀 서비스 비용을 대주거나 햄튼스에 있는 저택을 사주면서 식객을 그러모았다. 큰 재산을 나눠 쓰는 것과 이용당하는 것은 다르고, 그 차이를 알아차리는 것이 가끔은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나를 좋아하지만 내 신용카드로 재미를 볼 마음은 없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 편이 어떤 면에서는 더 편했다.(p.330)


저자 : 제니 잭슨(Jenny Jackson)


앨프레드 A 크노프의 부회장 겸 편집장. 윌리엄스 칼리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 출판 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가족과 함께 브루클린 하이츠에서 살고 있다. 2023년에 발표되어 화제를 불러일으킨 ??파인애플 스트리트??는 세계적인 도시 뉴욕의 상위 1퍼센트에 속하는 집안의 세 여성이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과 현대 사회의 가족, 돈, 사랑, 상실에 대한 재기발랄한 탐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역자 : 이영아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사회교육원 전문 번역가 양성 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걸 온 더 트레인』, 『몹쓸 기억력』,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 『쌤통의 심리학』, 『민주주의는 여성에게 실패했는가』, 『익명의 소녀』, 『라이프 프로젝트』, 『행복은 어떻게 설계되는가』, 『도둑맞은 인생』, 『마음의 문을 닫고 숨어버린 나에게』, 『쌤통의 심리학』 등 다수가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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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를 읽는 시간 - 국내 최초 아이유 음악 평론
조성진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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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는 처음부터 솔로였다. 수많은 쟁쟁한 팀들 사이에서 솔로로 등장해 홀로서기에 성공한, 정말 대단한 아티스트다."(p.18)

"아이유는 음악 하는 순간, 자신을 그곳에 몰입시키는 집중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p.21)

"아이유는 언젠부턴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감정이입, 표현 등에서 텍스트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p.23)

"한글의 음절 하나를 이렇게 아이유처럼 해부하듯 다채롭게 접근하며 듣는 이에게 온갖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가수를 찾는다는 건 쉽지 않다."(p.25)

"노래할 때 자신의 소리를 어떻게 써야 한다는 걸 아는 가수는 드물다. 하지만 이미 아이유는 이 노래에선 이런 소리를 내야 하고 또 이런 곡에선 저런 소리를 내야 한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다."(p.26)

"아이유는 이미 그 자신이 높은 수준의 문장가, 문인이다. 아이유의 탁월한 가사 쓰기는 이미 많은 히트곡이 증명한다. 특히 「밤편지」 가사는 고등학교 국어 교사들이 수업 중에 예제로 사용할 만큼 명문으로 알려져 있다."(p.30)

"아이유의 가성은 통상적 가성 수준을 넘어서는, 무척 난도 높은 발성이다. 여러 보컬트레이너들은 아이유의 이러한 방식의 발성 스킬에 대해 일반인이 흉내 내기엔 어려운, 굉장한 내공이 필요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p.34)

"아이유는 안정적 발성의 전형이다. 초기엔 소리가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은 점도 보였지만 이후 체스트보이스-미들보이스-헤드보이스-팔세토 네 가지 소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음역대 제한 없는 차원까지 올랐다."(p.37)

"아이유는 어떠한 곡에[서건 그 쓰임에 맞게 창법이 유연하게 매칭되며 듣는 이를 즐겁게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인·아티스트로서 더욱 강력하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p.41)



앞선 문장들은 국내 최초 아이유 음악 평론집이라는 이 책 『아이유를 읽는 시간』 앞 부분 20페이지 정도에 나타난 아이유에 대한 저자 조성진의 찬사다. '찬사'나 '찬가'라기보다 오히려 '찬양'에 가깝다는 게 독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독자도 아이유를 좋아한다. 독자는 음악에 소질도 없고, 그래서인지 음악과 별로 가까이 하지 못했다. 대학 다닐 때 트로트 몇 곡과 포크송 몇 곡 따라부를 정도로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다. 따라서 좋아했던 가수는 '조용필' 이외에는 없었다. 물론 포크송 가수 대부분을 싫어할 이유도 없고, 실제 싫어해본 적도 없지만 누군가 "좋아하는 가수는?"이란 질문을 한다면 독자의 대답은 오로지 '조용필' 한 사람뿐이었다. 그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창밖의 여자」,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라는 노래를 독자가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노래를 누가 독자에게 시킨다면 입은 닫힌다. 독자처럼 중년 세대는 노래를 부르라고 마이크를 들이대면 도망다녔을 정도니 크게 못난 행동은 아니었다. 

독자가 학교 다닐 무렵 우리 한민족의 특성을 선생님들에게 배울 때 "음주가무를 즐기는 평화적 민족이었다. 평화를 상징하는 흰옷을 즐겨 입었고, 5,000년 역사 동안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전쟁을 일으킨 적도 한 번도 없다"고 배웠다. 그야말로 선량한 선남선녀의 나라라는 말이다. 그런데 농경 사회는 대체로 침략의 필요성이 별로 없다. 사회도 안정되고 먹을 것도 자신이 일해서 만들어 먹는 것, 자급자족이 가능하니 굳이 목숨 걸고 남의 나라의 것을 빼앗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논리는 아마 일본의 우리나라 강제 점령한 일에 대한 반일·항일 정신을 교육시킨 게 아닐까 지금 와 생각해본다. 그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했던 곡은 대부분 트로트라는 장르다. 한이 많아서일까? 민족의 한과 얼이 서려 있다는 가사와 곡이 「아리랑」과 비슷해서일까? 

그리고 조용필이 갑자기 우리에게 다가왔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광폭풍이랄 만큼 인기를 끌었다. 한 맺힌 울분을 풀어내는 듯한 가창력이 가장 돋보였을 것이다. 포크송 가수 송창식처럼... 아무튼 80년대에는 애창곡이 트로트에서 조용필 식 가창, 송창식의 발성 등 밴드나 록이 꽤 힘을 얻는 시대였다. 어쩌면 사회 분위기 탓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90년 대에 들어서며 대중 음악의 흐름을 바꾼 이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우상이었다. 가사에서 뿜어낸 강력한 메시지는 그들의 음악과 춤과 잘 어울렸다고 한다. 이때의 이야기는 모두 친구나 TV에 나와서 평가하는 음악하는 사람들이 평가한 내용이다. 독자는 그런 수준에 못 미치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인정할 뿐이다. 이 책 『아이유를 읽는 시간』은 우리 대중 가요 흐름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문제점이 있어 변화를 모색하는 비평서도 아니다. '아이유'란 천재적 가수에 대한 최초의 평론집이다. 평론에는 으레 문제점도 지적하게 마련이지만 이 책은 찬사 일색이다. 앞서 독자가 언급한 대로 '찬양' 수준이다. 독자도 아이유란 가수를 좋아하지만 이 정도의 평가를 받으리라고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다. 

걸 그룹이 장악했고, 아이돌이 장악한 대중 가요를 아이유는 홀로서기 해서 누구보다 뒤지지 않게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쌓아온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거기에 〈국민 가수〉란 호칭이 붙을 정도가 되어서야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른가? 인지하게 됐다. 독자의 낮은 음악성과 낮은 애호도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곧 아이유를 좋아하게 됐다. 그가 공연하는 곳에는 직접 가지 못했지만 영상을 통해 몇 번 본 적이 있다. 그의 노래가 압도적이란 사실을 슬슬 느껴지기 시작했다. 단 한 번의 기회로 쉽게 친하기 어려운 중년이 아이유를 좋아한다면 '주책'이란 말을 들을까 걱정돼 가끔씩 이어폰을 끼고 들은 적이 있지만 누구에게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기부 천사'란 소식과 함께 그를 이야기하는 시간이 TV에 비쳤다. 물론 '기부 천사'가 주제가 아니고 그의 노래와 인기에 대한 프로그램이었다. 이후 〈국민 가수〉, 〈국민 여동생〉이라는 호칭도 별스럽지 않았다. 그의 음악은 더욱 발전해 가고 있었다. 

이 책은 아이유의 발성·가창과 음악 전반을 집중 분석한 평론에서부터 데뷔 때부터 현재까지 아이유와 관련한 A부터 Z까지 모든 사항을 담아낸 말 그대로 아티스트 아이유에 대한 완벽한 바이블이라고 출판사 소개글은 말한다. 저자 조성진은 80여 명이 넘는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했으며 평론가, 실용음악(보컬) 교수, 보컬트레이너, 작곡·편곡자 등을 통한 전문적 깊이와 다양한 시각으로 아이유의 음악을 분석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처음 공개되는 아이유의 비하인드스토리는 그의 팬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저자는 「아이유, 비교하기 어려운 몰입의 미학」이란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몰입'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낸다. 저자에게 몰입은 집중과 비교한다. 집중은 시간만큼 피로도 동반하지만 몰입은 그 순간부터 몇 시간이 찰나처럼 짧게 느껴진다는 차이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예전부터 아이유가 부른 노래와 출연한 드라마를 접할 때마다 집중과 몰입이란 단어가 자연스럽게 오버랩됐다고 털어놓는다. 아이유는 '이번에는 이걸 해야지' 하는 순간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한다고 밝힌다. 이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목적한 대상에 몰입해 무아의 경지로 치닫는다고 강조한다. 아이유가 목적한 대상이고 목격한 대상이 아이유가 되는 것이란 설명이다. 

저자에 따르면 2024년 7월 아이유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971만 명을 넘어섰다. 솔로 가수로서 이만큼 적극적인 팬덤을 지니고 있는 아티스트는 없다. 말 그대로 독보적이다. 그는 무려 5장의 정규앨범과 6장의 미니앨범을 보유한 음악가다. 나이는 31세지만 디스코그래피의 양과 질로 본다면 이미 ‘중견’ 가수다. 여기에 싱글 및 각종 콜라보 음원, OST까지 합치면 200여 곡에 달한다. 비슷한 또래의 가수들이 정규앨범 1?2장 또는 미니 앨범 몇 장 정도 발표한 게 대부분인 점을 감안하면 아이유가 음악적으로 얼마나 치열한 행보를 걸어왔나 짐작할 수 있다. 아이유는 한국 음악이 보여주는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그는 수많은 아이돌이 탄생하고 명멸해간 시간 속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오롯이 빛내며 지금보다 앞으로의 행보에 더욱 기대를 갖게 하는 몇 안 되는 아티스트이다. 때문에 아이유가 만들어 온 시간을 살펴보고 앞으로 만들어 갈 시간을 생각해보는 것은 대한민국 음악의 미래를 한발 앞서 엿보는 것과도 같다.

이 책은 5장의 정규앨범과 6장의 미니앨범 및 디지털 싱글과 듀엣/콜라보 음원들, 그리고 2장의 리메이크 앨범에 이르기까지 총 124곡을 모두 리뷰했다. 또 평론가 및 실용음악(보컬) 교수, 보컬트레이너, 작곡-편곡자 등의 인터뷰를 통해 최대한 전문적 깊이와 다양한 시각을 반영했다. 곡마다 아이유가 사용한 발성 방식, 그리고 창법 스타일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고 그 곡에선 왜 그런 발성으로 노래했는지, 곡 가사와 딕션 연출의 특장점, 사용한 코드 보이싱의 의미 등등 다양한 각도에서 심도 높은 분석을 시도했다. 관심도가 높은 몇몇 유명 곡은 전문가들의 평을 더 많이 담으려고 했다.



이 책은 4개의 파트로 구성돼 있다. 1부 〈아이유의 의미: 깊이를 알 수 없는 몰입의 미학〉, 2부 〈아이유의 시간: 앨범을 통해 본 아이유의 발성 · 가창 변화와 특징〉, 3부 〈우리가 만난 아이유-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아이유〉, 4부 〈올어바웃 아이유: 아이유의 모든 것〉 등이다. 1부에는 14개 장(章)으로 나누어 아이유의 대중 음악사적 의미를 다진다. 14개 장에 담긴 많은 이야기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으니 제목 몇 개로서 내용을 짐작하자면 「소리로 하는 ‘연기’, 곡에 자신을 캐릭터화시키는 극한의 몰입력」, 「곡 쓰기와 딕션, 대중음악사의 이정표」, 「탁월한 리듬감」, 「개성과 깊이, 독창적인 ‘작가주의’ 근성」, 「최고 수준의 마이크 활용술」, 「콜라보의 의미를 가장 잘 아는 아티스트」 등이다. 제목만 보아도 그가 어떤 가수인지, 아이유란 가수는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에 대해 짐작할 수 있다. 저자가 아이유를 탁월한 아티스트로 표현하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최고 수준의 마이크 활용술」에서 저자는 아이유만의 음악적 매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탁월한 마이크 활용이라고 말한다. 마이크는 음파를 전기적인 에너지 변환기나 센서로 전달해 소리를 같은 파형의 전기신호로 변환해주는 장치다. 귀가 감지할 수 있는 음압·주파수의 범위는 넓은데, 마이크의 출력은 음성 톤과 범위뿐 아니라 귀의 감도와 일치하도록 필터링될 수 있다는 것. 마이크의 특장점을 잘 활용할 줄 안다면 장르마다 그에 어울리는 감정선을 연출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아이유의 마이크 테크닉이 예사롭지 않다는 뜻이다. 노래하는 방식에 따라 소리도 다양하게 연출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를 테면 상반신을 많이 움직이는 가수도 있고, 미동도 없이 노래하는 가수도 있으며, 온몸을 떨어대며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가수도 있다. 마이크를 입에서 멀리 떨어지게 해 사용하거나 입 바로 앞에 또는 아예 대고 노래하는 가수도 있다. 이 같은 마이크 공학적, 기술적 발전으로 마이크는 이제 정확하고 안정된 최적의 소리를 전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맞춰 세계적 가수 비욘세, 머라이어 캐리 등이 각종 공연과 녹음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는 것. 아이유 또한 수십 개가 넘는 마이크를 사용하며 자신이 원하는 색상으로 커스텀한 마이크도 애용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아이유는 데뷔 10주년 투어 콘서트 〈이 지금dlwlrma〉에선 보라색부터 은빛, 파스텔 톤 등 다양한 커스텀 마이크로 노래한 바 있다고 알려준다. 또 데뷔 11주년을 맞아 마이크를 신상으로 바꿨다고 팬들에게 알리기도 했다고 전한다.



음악 문외한인 독자에게는 아이유 찬사보다 저자의 음악 해설 수준의 각종 부분적 디테일한 설명에 적지 않은 음악 지식을 챙길 수 있었다. 아이유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것들을 저자가 미리 짐작하듯 차근차근 말해준다. 음악 상식이 크게 업그레이드됐을 것으로 믿는다. 아이유 밴드를 따로 소개하는 화면을 본 적이 없어 아이유 밴드가 따로 있다는 말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책의 4부 '카테고리 2'에서 아이유 밴드가 소개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아이유의 공연 등 각종 활동을 서포트하기 위해 결성된 밴드로 홍소진(건반·밴드 마스터), 김승호(드럼), 최인성(베이스), 김동민(기타), 조재범(퍼커션), 김현(세컨드 건반) 등 각 분야 실력파 연주자 6인으로 구성됐다. 오랫동안 함께 연주 생활을 해온 사람들끼리 뭉친 팀인 만큼 남다른 호흡이 강점이다. 사정이 생겨 공연을 함께하지 못한 최인성 대신 구본암이 2~3차례 객원 베이스 연주를 하기도 했다. 최인성은 아이유 밴드의 특장점을 이렇게 말했다. “오랫동안 함께 연주해온 멤버끼리 함께하다 보니 호흡이 남다르다는 게 아이유밴드의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멤버별 뮤지션으로서도 월등한 연주력을 갖추고 있어 어떠한 연주도 가능하다. 함께 연주하는 가운데 서로를 고무하고 발전시켜준다.”(p.294)


정규 4집 〈Palette〉로 아이유는 음악적 깊이와 감성 표현, 그리고 이젠 발성 스킬을 초월했다고 할 만큼 노래를 ‘부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완벽하게 ‘연기’하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아티스트로 자리했다. 〈Palette〉는 20대 아이유의 예술적 감수성이 가장 높게 구현되고 있는, 한국 대중음악사에 빛나는 명반 중의 하나다. 「밤편지」, 「잼 잼」, 「이 지금」, 「사랑이 잘」, 그리고 타이틀곡인 「팔레트」와 「이름에 게」까지 어느 것 하나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진정한 ‘웰메이드’ 명품의 보고다.(p.146)


저자 : 조성진


언론인 겸 음악평론가 조성진은 1,000여 장이 넘는 음반 해설 및 월간 〈뮤직랜드〉와 〈핫뮤직〉 편집장, ‘벅스뮤직’ 미디어/콘텐츠 팀장, 서울재즈아카데미(SJA) 학과장, 아주경제 문화연예부장을 거쳐 스포츠한국 연예부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시계에도 조예가 깊어 럭셔리 시계 전문기자로도 활동 중이다. 2006년 일간지 최초로 중앙일보에 가수 발성을 분석 시도한 〈조성진의 음치불가〉 칼럼을 8개월 연재하기도 했다. 《우리가 몰랐던 임영웅 이야기》, 《록 음악에 열광하는 당연한 이유들》, 《헤비메틀 대사전》, 《재즈 음반 가이드 300》, 《모던록 음반 가이드 319선》, 《초보 그룹 사운드 길들이기》, 《HOT GUITAR PLAYERS 515-세계의 기타 영웅 515인의 연주세계》, 《문답식 기타 수리법》 등 다수 저작물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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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과 김종성
김종성.정성갑 지음 / 브.레드(b.read)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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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김우중 회장' 하면 우리 산업화 시대 재벌 그룹으로 도약하고, 서울역 앞 대우빌딩 사옥이 대표적 이미지로 떠오른다. 5성급 호텔인 밀레니엄 힐튼 서울(이하 힐튼 호텔)도 대우 김우중 회장과 관련이 깊다. 당시 대우의 사장이던 김우중과 건축가 김종성의 합작품이다. 이 호텔은 우리 힘으로 지은 최초의 대형 호텔이라는 의미가 깊다. 1983년 12월 문을 열고 2022년 12월 31일 폐장까지 40년 동안 남산 자락의 랜드마크였다. 힐튼 호텔은 약 40년간 수출 한국의 비즈니스를 뒷받침한 장소이자 역사적으로 주요한 대형 이벤트가 열린 공간이었다. 개관 첫해 국제의원연맹회의(IPU)가 열렸고,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 방송사인 NBC방송 본부가 차려졌다. 1992년에는 당시 영국 찰스 왕세자 내외의 공식 방한을 기념하는 관련 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이 책 『힐튼과 김종성』은 힐튼 호텔이 만들어진 시대적, 정치적 배경과 건축적, 문화적 가치를 당시 현장의 사람들과 설계자인 김종성 건축가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중심으로 저자 정성갑과 건축가 김종성이 함께 집필했다. 힐튼 호텔 로비에 자연광이 드는 아트리움이 있었던 이유, 연말이면 그곳에서 자선 기차가 달리게 된 사연 등 그동안 힐튼 호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당시 건축가와 함께 일하던 사람들의 애정을 담아 전한다.

책에 따르면 1980년까지 서울의 특급호텔은 대부분 일본인 건축가의 설계로 지어졌지만 힐튼 호텔은 20세기 대표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제자인 한국인 1세대 건축가 김종성의 설계로 만들어졌다. 이 호텔은 1986년 서울시 건축상 금상을 받았다. 김종성 건축가는 힐튼 호텔 상징이던 로비(아트리움)에 대해 "메인 로비에 들어와 낙차를 이용해 서쪽으로 파고 내려가면서 거대하고 우아한 공간을 만나도록 디자인했다"고 회고했다. 또 "호텔에 들어왔을 때 모든 사람이 우아하고 세련된 공간에서 환대를 받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IMF 금융위기로 대우그룹이 와해되면서 대우개발 소속이던 힐튼 호텔은 1999년 싱가포르계 CDL호텔코리아에 팔리며 2004년 밀레니엄 힐튼 서울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후 CDL이 20여년간 운영한 호텔은 2021년 이지스자산운용에 다시 매각되며 철거될 운명에 놓였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힐튼 호텔을 허물고 주변 건물을 추가 매입해 오피스·호텔 등으로 구성된 복합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2023년) 11월 수정된 힐튼 재개발사업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호텔 로비의 계단과 기둥 등 일부만 보존될 것으로 알려졌다.



힐튼 호텔이 문을 닫은 후 가장 최근 출간된 이 책 『힐튼과 김종성』은 건설 당시 현장 소장, 시카고에서 설계 준비를 도운 담당자, 호텔 개관 당시의 매니저, 32년간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셰프, 동시대의 건축가, 국립현대미술관의 아키비스트(기록 보관 담당자) 등이 전하는 힐튼 호텔에 관한 입체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공동 저자(이하 저자) 중 한 분인 22년차 에디터 정성갑이 만난 7명의 관계자들과 힐튼 호텔의 건축가 김종성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며 지식과 지혜를 펼쳐낸다.

특히 이 책에는 1983년 개장 당시 사진 자료를 비롯해 2022년 폐장 때의 무드를 담은 사진 자료, 설계 도면, 건축 스케치, 서신까지 다양한 이미지를 수록해 힐튼 호텔의 40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건축가 김종성 :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조화〉 전시가 열린 바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 아키비스트에 따르면 김종성 건축가가 기증한 자료는 양도 많고 보존 상태가 좋았다. 덕분에 미술관의 아카이브를 뒤져 의미 있는 이미지 자료들을 책에 풍성하게 담을 수 있었다고 전한다.

김포공항도 없던 시절 여의도를 활주로 삼아 미국으로 건너 가 미스 반데어로에라는 거장을 사사한 김종성은 힐튼 호텔에 왜 자연광이 들어오는 거대한 아트리움을 만들었을까? 힐튼 호텔 하면 떠오르는 녹색 대리석과 연말이면 크리스마스 자선 열차가 등장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그가 남긴100여 점의 설계 중 힐튼 호텔을 손꼽는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해 남김없이 이야기해 준다. 노장의 건축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레 일의 태도, 삶과 인생관도 엿보인다.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힐튼 호텔의 장면들〉, 2장 〈김종성 건축가에게 듣다〉, 3장 〈현장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야기〉, 4장 〈힐튼 호텔을 바라보며〉 등이다. 1장에는 힐튼 호텔의 독창성과 힐튼 호텔만의 디자인, 힐튼 호텔만이 할 수 있었던 여러 가지 행사 등이 담겼다. 2장은 김종성 건축가의 인터뷰 내용이 주로 실렸으며 그의 '건축관'을 알 수 있다. 3장은 당시 건축에 참여했던 많은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의 「서문(책을 내며)」에는 김종성 건축가의 힐튼 호텔에 대한 강한 애착과 아릿한 추억을 느끼게 하는 짧은 글이 실렸다. "2023년 봄 힐튼 호텔의 운명이 대단히 비관적으로 예견될 때에 나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가동해서 힐튼 호텔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여러 가지 대안을 홍보하면서 힐튼 호텔의 보존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중략) 이 책이 독자의 손에 놓일 때에는 힐튼 호텔의 향방이 정해졌겠지만,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힐튼 호텔은 하나의 건축이고, 부동산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 독자 개개인의 뇌리에 각인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고 썼다.

힐튼 호텔에 또 다른 애정을 보낸 사람은 건축 잡지 에디터이자 이 책의 저자 정성갑이다. 출판사 대표의 힐튼 호텔 책 프로젝트 제안에 저자는 조금은 머뭇거렸다고 털어놓는다. 이미 영업 종료 결정이 난 데다 건물 자체를 허문다고 하는데 무슨 기록물이나 문화재도 아닌 건물을 책으로 낸다는 것은 경영상의 이익은 없을 거란 계산이 있었을까. 그러나 저자도 결국 마음을 바꾼다. 저자는 '존중과 애정'을 이유로 들었다. "호텔 매각 소식을 처음 들었던 2021년부터 호텔을 자주 찾았다.(아마 백화점 바겐 세일하듯 영업과 행사 등을 종료일까지 계속 했던 것 같다) 아내와 데이트도 그곳에서 했고, 수영장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바캉스를 갈 때도 기쁜 마음으로 힐튼을 선택했다." 

저자 정성갑은 「서문」에 이 때도 힐튼 호텔은 아름다웠고 풍요로웠다고 말한다. 지하부터 2층까지 8m 높이로 뻥 뚫린 아트리움이 특히 눈부셨다고 이용 소감을 말한다. 천장을 향해 웅장하게 뻗어 있는 황동 기둥, 양쪽으로 갈라지며 지하까지 길게 이어지는 크림색 대리석 계단, 그 아래 조명을 받으며 반짝이는 원형 분수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느끼고 있으면 더없이 고급스럽고 아늑하며 평화로운 공간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만약 한국에도 벨 에포크 같은 시절이 있다면 힐튼이 개관한 지 얼마 안 돼 곳곳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던 시절이 아닐까 생각했다."(p.6~7)



앞서 언급한 대로 힐튼 호텔은 우리나라 우리 힘으로 지은 최초의 호텔이다. 건축가도 한국인, 건물주(동우개발 51%, 도요멘카 49%)도 국내 기업이다. 일부 수입 건축 재료를 제외하고는 우리 기술과 힘으로 세운 최초의 5성급 호텔이라는 점이 이 호텔의 보이지 않는 특장점이기도 하다. 당시 서울 시내에 있던 대형 호텔인 신라 호텔, 롯데 호텔, 프라자 호텔은 일본 건축가가, 하얏트 호텔은 미국에서 설계했다고 한다. 힐튼 호텔은 건축의 완성도가 높았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건축 기술은 세계 수준과 견줄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는 것이다. 

김종성 건축가는 다소 놀랄 만한 호텔 건축 비하인드 스토리를 언급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그러니까 3공화국 때죠. 김우중 회장 아버지가 박 대통령 은사였는데 6.25전쟁 때 납치됐어요. 그래서 박통이 김우중을 도와주려고 했어요. 처음에는 스승의 아들이라 도움을 줬는데, 보니까 잘하거든. 그래서 중공업도 해라, 조선도 해라, 계속 시켰단 말이야. 당시에 지금의 서울스퀘어, 그 전 대우빌딩 자리에 교통센터를 짓다가 중단했어요. 누군가 도쿄역 같은 걸 상상하며 계획했지 싶어요. 콘크리트 뼈대만 흉물스럽게 남아 있었는데, 박통이 김 사장(당시 직함)에게 그걸 완공해 사옥으로 쓰되 뒤쪽 부지는 호텔을 하라고 했던 모양이야. 내가 19778년 5월 한국에 와서 보니 대우빌딩이 완공된 상태였어요. 모르긴 몰라도 어디 관에 들어갈 때마다 호텔 건설의 압박을 받았겠지. 호텔이 경제성이 있는 사업은 아니니 아마 울며 겨자 먹기로 했을 거라 생각해요."(p.15)

100년 후에도 질리지 않을 클래식, 김종성 건축가가 힐튼 호텔을 지으면서 세운 목표라고 한다. 김종성은 그런 의지로 수명이 긴 재료, 세월의 흔적으로 오히려 깊이감이 생기는 재료를 선택했다고 회고한다. 힐튼 호텔에는 브론즈, 트래버틴, 녹색 대리석, 오크 패널을 선택해 우아함과 풍요로움을 더할 수 있었다고 당시 계획을 되짚어 말한다. 

김종성 건축가에 따르면 나무 패널은 인테리어에 흔하게 쓰는 재료다. 힐튼에서는 오크 패널을 썼다. 나무 패널만 쓰면 단조로운데, 꼭 녹색 대리석이 아니어도 나무 소재와 짙은 대리석을 같이 쓰면 서로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노출된 층의 두께, 즉 수평선의 띠와 기둥을 브론즈로 했다. 번쩍번쩍 광이 나게 마무리하지 않고 은은한 빛이 돌게 했다. 난간 손잡이 등도 자연스럽게 같은 재료를 썼다. 트레버틴은 로마 교외 지역인 티볼리에서 나는 돌로, 로마 시대부터 대부분의 건물을 트래버틴으로 감쌌다고 독자의 건축 상식에 하나의 지식을 얹어준다.



힐튼 호텔 건축이 우리 건축 기술 발전에 기여한 것 중의 하나는 '알루미늄 커튼 월'이다. 김종성 건축가는 구식 건물은 돌이나 벽돌이 내력벽 역할을 해 건물 무게를 받는 구조인데, 철근으로 기둥을 만들어 힘을 받게 하고 외벽은 마치 힘을 받지 않는 커튼처럼 이어져 있는 것을 재료와 상관없이 커튼 월이라고 알려준다. 당시 서울에서 영업하던 호텔은 전부 PC 패널을 사각형으로 오려내 알루미늄 유리창을 끼운 형태였다고 한다. 김종성은 힐튼 호텔 건축을 맡으면서, 20세기 말엽에 세계적으로 선호하던 금속으로 외피를 마감하는 것이 처음부터 세운 목표였다고 회고한다. 국제적 수준의 기술이 필요한 재료를 씀으로써 기술 발전도 이루고, 사람들이 한눈에 봐도 구식 건물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도록 커튼 월을 선택했다고 밝힌다. 

힐튼 호텔이 다른 호텔과 차별화한 것은 이것들만 아니다. 호텔의 길목 역할을 하는 기능적인 로비를, 지하 2층에서 1층에 이르는 공간을 개방해 18m 높이의 층고를 확보하고 자연광이 드는 천창과 함께 분수를 설치해 마치 유럽의 정원처럼 설계했다. 이는 다분히 공용면적에 공공성을 부여하려는 건축가의 의도였다고 알려져 있다. 로비는 어느 호텔이나 있지만 롯데 호텔의 경우 객실 1,000개짜리 호텔인데 아트리움 같은 것은 없었다고 한다. 이에 김종성 건축가는 통로가 되는 로비 공간에 아트리움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고 싶었다고 당시를 돌이켜 생각한다. 마침 지형이 경사가 졌기 때문에 지금 모습처럼 만들 수 있었지만, 만약 평지에 호텔을 지었더라도 건축적으로 아트리움 같은, 가슴이 탁 트이는 공간을 틀림없이 조성했을 것이라고 김종성은 밝히고 있다. 독자는 잘 몰랐지만, '아트리움'의 사전상 의미는 로마네스크 건축이 생기기 전, 그러니까 비잔틴 건축과 초기 기독교 건축양식에서 예배 공간으로 들어가기 전 실외의 안마당을 뜻한다고 귀띔한다. 지난 50년 사이 모던 건축에서는 그것이 실내가 되거나 아래에서 위로 오라가는 형태가 되기도 하고, 같은 층이되 천창을 설치해 자연광이 들게 만들기도 했다고 김종성 건축가는 말한다. 우리 기술이 세계 수준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는 자부심을 내비치기도 한다. 

김종성 건축가는 1977년 김우중 사장을 만났다고 이 책에서 밝힌다. "이거 하시겠소?" 묻길래 "하겠습니다" 했다고 한다. 이후 설계안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나왔는데 당시 정부의 공식 건축 담론은 어떻게든 한국의 전통을 반영하는 거였다고 한다. 김종성 건축가는 "힐튼이 독립기념관도 아니고, 호텔이고 숙박시설인데 무슨 전통이냐"는 김종성 건축가의 반발로 결과적으로 전통과는 무관한 현대식 호텔 건축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증언한다.



김종성 건축가와의 인터뷰가 즐거웠던 이유에 대해 정성갑 에디터는 "그에게 인간적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적 매력'이라는 실체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인 느낌을 독자로서는 모르겠지만 정성갑 에디터는 외모적 말끔함, 막힘 없는 대화, 깔끔한 일 처리 등을 꼽고 있다. 몸에 밴 신사적인 태도도 멋졌다고 말한다. 마지막 미팅은 선생의 일정이 많아 조식을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뉴욕에서 온 사모님(아내)도 함께했는데 김종성 선생이 아내를 바라보며 "시작하실까요?"라고 묻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느낌을 책에 적고 있다. 인터뷰가 여러 차례 호텔에서 이뤄졌는데 단 한 번도 대충 걸치고 나온 적이 없다고 강조한다. 셔츠는 주름 하나 없이 빳빳하고, 신발은 일주일 전에 산 것처럼 깨끗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고급스럽고 우아함이 몸에 밴 신사라고 김종성 건축가의 품격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힐튼 호텔 외관은 비례에 집중한 미니멀한 모습이지만 로비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 대리석 계단이 아래층을 향해 미끄러지듯 이어지고, 브론즈로 만든 난간 손잡이 라인도 무척 아름답지요. 천창으로는 자연광이 쏟아져 들어오고요. 정인하 교수님의 연구에 따르면, 채광은 미스 반데어로에의 건축과 차별화되는 요소 중 하나였어요. 미스 반데어로에는 천창을 별로 안 썼는데 김종성 선생의 작업에는 넓고 환한 천창이 자주 보이지요. 경주의 우양미술관도 그렇고 육군사관학교 도서관도 그래요.(p.276)


저자 : 김종성


1935년 서울 태생. 경기고를 나와 1954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공학과에 입학했다. 재학중 미국유학을 결심하고 1956년 미국 일리노이공과대학교(IIT)에 입학해 1961년 건축학사를, 1964년 건축학 석사를 취득했다. 학부 졸업 후 미스반데어로에 사무실에 입사해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1966년 IIT 건축대학 교수로 임용되어 1972년 부학장, 1978년 학장 서리를 역임했다. 힐튼호텔 설계를 계기로 1978년 귀국해 서울건축종합사무소를 만들고 이끌었다. 대표작으로 서울힐튼호텔 외에 육군사관학교 도서관, 서울올림픽 역도경기장, 경주 선재미술관(현 우양미술관), 아트선재센터, 서울역사박물관, SK서린빌딩 등이 있다.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건축가 김종성: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조화’전을 개최했다. 문화훈장(2014년), 동탑산업훈장(2023년)을 수훈했다. 2019~23년 ‘건축가 김종성의 로마네스크 건축 포토에세이(Architect Jong-Soung Kimm's ROMANESQUE ARCHITECTURE Photo Essay)’ 5권을 출간했다.


저자 : 정성갑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는, 넉넉하고 아름다운 집 한 채를 갖는 것이 일생의 꿈. 10년간 잡지 〈럭셔리〉에서 에디터로 일하며 국내외 유명 건축가를 인터뷰했고, 그런 경험을 토대로 건축가가 지은 집에도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됐다. 내게 꼭 맞는 집을 만나고 싶다는 염원으로 아파트, 빌라, 한옥 등 다양한 주거 형태를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의 좌충우돌 소동과 애환은 책 〈집을 쫓는 모험〉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 서울 서촌과 양평에 작은 삼층집과 오두막을 지으면서 집과 건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그런 경험치를 동력 삼아 갤러리로얄과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 〈건축가의 집〉을 4년째 기획, 진행하고 있다. 토크 무대에는 신진부터 거장까지 많은 집 짓는 마음과 철학에 관해 들려주었다. 집을 채우는 사물과 작품에도 관심이 많아 지난 3년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발행한 잡지 〈공예+디자인〉을 만들었으며 갤러리 클립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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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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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해독 - 하버드대 심리학자가 전하는 명상의 이유
다니엘 골먼.촉니 린포체 지음, 신동숙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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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내면 해독』의 표제어에 쓰인 '내면(內面)'은 사전적으로는 '물건의 안쪽'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인간에게 쓰일 때는 밖으로 드러나지 아니하는 사람의 '속마음'을 말한다. 사람의 정신적·심리적 측면을 이르는 단어다. 주로 문학 작품이나 심리학적 용어로 많이 쓰인다. '내면세계', '내면 묘사' 등을 들 수 있다. '해독(解毒)'은 몸 안에 들어간 독성 물질의 작용을 없앤다는 뜻이다. 두 단어를 합쳐 쓸 때 마음의 독이 끼어 있어 이 독을 없앤다는 뜻의 문구가 된다. 이 문구가 일상에서 자주 쓰이지는 않지만 명상, 치유의 책에는 자주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이자 오랫동안 인간의 내면에 대해 연구해온 대니얼 골먼은 이 책에서 대부분의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이 만성적인 증상을 방치한 대가로 불행한 삶을 살아간다고 말한다. 번 아웃, 불면, 과잉된 감정, 우울과 무기력, 편협해진 사고 등은 그 결과물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다른 공동 저자인 촉니 린포체는 모든 것이 과잉된 현대인들에게는 채움보다는 비움이 필요하며, 가장 좋은 방법이 명상을 통한 ‘내면 해독’이라고 말한다. 비워진 자리에는 새로운 생각과 에너지가 샘솟기 시작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세계적인 심리학자와 명상 대가의 만남으로 출간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고 한다. 이 책은 “자신을 깊이 아는데 도움을 주는 내면의 안내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한 필독서” “누구나 읽어야 할 책” 등 수많은 독자들의 극찬과 각종 매체의 서평과 추천사를 통해 베스트셀러로 각광받았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극한의 공포감과 불안을 느낀 데다 소통의 부재로 우울감을 호소한 일이 많아진 최근 더욱 '내면 해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명상가들과 심리학자, 그리고 정신의학자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 책은 그 어느 때보다 ‘내면 해독’이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명상을 통해 우리가 본디 타고난 평안감과 따뜻함, 삶의 통찰력을 되찾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이 책은 린포체가 명상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면, 골먼이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매일의 일상에서 잠시 동안 실천으로 소란했던 마음이 비워지고, 비워진 자리에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기운이 차오르며, 나를 바꿀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태어난 촉니 린포체(린포체; 고귀한 사람, 위대한 스승이라는 뜻)는 티베트 밖에서 교육받은 불교 지도자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티베트 불교의 수련과 이론에 두루 밝은 그는 쉬운 가르침과 관대하고 겸손한 유머,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심오하고 연민에 찬 통찰로 가르침을 구하는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12살에 타시종 불교 사원에서 수행생활을 시작하여 스무 살에 다시 사회로 되돌아와 재가수행자로서 명상지도자가 됐다. 그의 삶과 수행, 사원에 입문하여 학생으로 살았던 경험과, 스승이 되어 세계 곳곳에서 명상 수련의 가르침을 편 내용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촉니 린포체는 어린 시절 자연과 친구를 좋아해서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성장했지만 12살에 사원으로부터 다시 독촉을 받고 사원에서 수행자의 길을 걸어왔다.

티벳인들은 환생을 믿으며 히말라야의 고준한 산맥의 기상 속에서 자신의 삶에 만족할 줄 아는 지혜롭고 편안한 성품을 지닌 민족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책에서도 티벳의 성스러운 분위기와 그들이 삶에서 실천하는 명상법이나, 또 붓다라는 존재의 불꽃이 주는 참된 빛을 내면에서 발견해가는 린포체의 삶을 알 수 있었다. 

대니얼 골먼은 린포체의 제자이자 세계적인 심리학자이고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골먼은 감성지능(EQ : Emotion Intelligent)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IQ보다 EQ가 중요하며, EQ는 학습을 통해 계발할 수 있다.”라는 주장을 펼쳐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감성지능의 개념을 통해 인류가 감성능력을 재인식하게 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지혜와 자신감을 북돋아주었다. 골먼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SQ(SOCIAL INTELLIGINT) 분야의 연구에 매달렸으며, 그 개념은 리더쉽과 부드러운 상호연관에 관련이 있다. 현재 그는 럿거스대 응용심리학 대학원에 있는 '조직 내 감성지능에 관한 연구 컨소시엄'의 공동 회장이다. 그는 감성 지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위한 행동들을 권하고, 일터 효과에 감성 지수의 기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내려놓기: 생각의 꼬리를 자르는 법〉, 2장 〈나의 속도 찾기: 내면세계의 균형을 찾는 법〉, 3장 〈나와 악수하기: 마음속 아름다운 괴물과 친구가 되는 법〉, 4장 〈본질적 사랑과 연결되기: 다 괜찮아지는 법〉, 5장 〈연민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내 안의 분노를 잠재우는 법〉, 6장 〈평온하게 깨어 있기: 평온함 속에 머무는 법〉, 7장 〈내면 깊이 머물기: 삶의 통찰력을 얻는 법〉 등이다. 

각 장의 제목에서 보이듯 이 책에 사용된 단어들은 모두 '인간의 내면'과 관련되어 있다. '내면 해독'을 위한 용어 해설이자 치유 과정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다. 실천 도구인 '명상'에 대해 자세한 활용으로 채워져 있다. 아직 명상을 해보지 않은 독자일 경우 잘 알지 못하는 용어가 나와도 걱정할 일이 전혀 없다. 용어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 있기 때문이다. 명상을 해본 사람이라도 이 책은 읽어둘 가치가 크다. 명상의 방법과 실천 과정에서의 어려운 문제점 등에 대해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 저자는 「당신이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란 제목의 〈서문(시작하는 글)〉을 통해 각각의 견해를 밝힌다. 명상가, 명상 지도자로서 린포체는 명상을 지도하면서 자신의 관심은 서구의 심리학, 오늘날의 삶, 현대인이 겪는 독특한 정신적 문제로 향했다고 밝힌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심리학과 과학 분야 전문가들, 세계 곳곳에 거주하는 친구들, 제자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사고방식과 갈등, 문화적 압박을 이해하려고 애썼다고 말한다. 타라 베넷 골먼(저자 대니얼 골먼의 아내)과 존 웰우드를 비롯한 저명한 심리학자에게 일대일 지도를 받기도 했다고 밝힌다. 이 경험을 통해 자신뿐만 아니라 제자들의 신경증, 습관적인 패턴, 감정을 배울 수 있었다는 것. 촉니 린포체에 따르면 머리로는 개념을 '이해'했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똑같은 감정적 에너지적 습관 패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마음, 감정, 신체가 소통하는 경로가 막혔거나 경직됐으리라 추측케 했다. 이로써 몸과 마음을 포함한 존재 전체가 준비되도록, 마음과 감정 영역 사이의 통로를 열고 치유하는 데 무엇보다도 주안점을 둔다고 밝히고 있다. 이 명상법을 독자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싶어 책을 내게 됐다고 취지를 전한다.



대니얼 골먼은 미국 동부에 있는 대학교 학부생 때 명상을 시작했고 인도에 있을 때는 열흘간 진행되는 일련의 명상 수련회를 열성적으로 이끌기도 했다고 되새긴다. 수련회에서 내면의 평화를 경험하고 미국에 돌아온 뒤 수행을 이어갔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명상가로서 훌륭한 스승을 만났으며, 현재는 촉니 린포체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 『내면 해독』에서는 명상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풀어내는 동시에 린포체가 각 장에서 제시하는 수행법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고 강조한다. 즉 린포체가 명상법을 먼저 말하면 골먼은 과학적 뒷받침을 한다는 말로 독자에게는 이해된다. 골먼은 현재 '마음챙김 명상법'은 단연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마음챙김은 명상 수련에서 활용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임을 밝힌다. 이 책에서는 훨씬 많은 명상법을 다룬다는 이야기다. 이 다양한 명상법을 세부적으로 나누어 설명해 나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테면 '마음이 제멋대로 날뛰어 도무지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다'와 '가장 괴로운 생각이 계속해서 떠오른다'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되풀이해서 떠오르는 생각을 잘라내는 '내려놓기' 그리고 가장 괴로운 생각 패턴과 친구가 되는 방법을 배우는 '악수하기'가 그것이다. 이것들은 이 책의 출발점이 된다. 골먼은 세 가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유하고 있다.

① '명상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은 해봤지만 명상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② 명상을 하고는 있지만 왜 해야 하는지, 명상을 더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③ 현재 명상을 열심히 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도 명상을 권하고 싶은데 명상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

"중요한 것은 마음, 감정, 신체가 소통하는 경로가 막힘없이 연결되어 흐는 것이다. 머리로는 이해한 것을, 몸이 체득하지 못하거나, 이미 체득한 것을 감정 수준에서 소화하지 못하여 경직되기 시작하면 경직된 곳에 독이 쌓이기 시작한다. 그럴 때는 천천히 눈을 감고, 의식을 내려놓은 채 내면의 어떤 부분이 그러한 긴장을 유발하는지 천천히 탐색해 보세요. '내면 해독'은 그곳에서부터 시작된다."(p.21)



가장 먼저 소개되는 명상법은 「내려놓기」다. 앞서 언급한 대로 촉니 린포체의 「내려놓기」 명상의 기반과 방법을 설명한다. 이어 골먼의 '증명'으로 한 장이 이루어진다. 책에 따르면 명상의 원자재는 몸, 마음, 감정이며 우리는 행복과 슬픔, 도전과 투쟁 같은 감정과 생각으로 공사를 한다. 명상에서 굳건한 기반이란 마음이 안정되고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며 명상에서 굳건한 기반이란 마음이 안정되고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며 연결돼 있음을 뜻한다. 요즘에는 여러 이유로 이런 상태가 되기가 상당히 힘들 수 있다. 이로 인해 린포체는 명상할 때나 제자들의 명상을 지도할 때 기반을 다지는 연습에서 출발하길 좋아한다. 몸을 확인하고, 몸에 집중하고, 몸과 연결되는 방법이다. 쉴 새 없이 들고 나는 상념은 도무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우리를 불안하고 피곤하고 어수선하게 만든다. 그럴 때 이 방법을 활용하면 소용돌이치는 생각을 헤치고 나와 다시 몸에 의식을 두고 한동안 그대로 머물 수 있다. 마음과 몸을 다시 연결하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p.29)

린포체는 「내려놓기」 명상이 상념에 사로잡혀 몸과 연결이 단절되는 습관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고 말한다. 「내려놓기」는 명상이라기보다는 몸과 마음에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끊임없는 생각, 걱정, 빠른 일상의 흐름을 일시적으로 헤쳐 지나가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내려놓기」에서는 세 가지를 동시에 시행한다고 밝힌다.

① 두 팔을 위로 들었다가 양손을 허벅지 위로 떨어뜨린다. ② 숨을 깊이, 소리 내며 내쉰다. ③ 의식을 생각에서 몸이 느끼는 것으로 내려놓는다.

골먼은 '걱정'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더하며 린포체의 「내려놓기」 명상의 필요성과 효과를 증명한다. "걱정은 인간이 선조에게 물려받은 유산이다. 선사시대의 많은 부분에서 인간의 뇌는 생존에 꼭 필요한 주요 기관으로 쉼 없이 위험을 살피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뇌의 편도체가 이 역을 수행하는데 위협을 감지하는 레이더 역할이다. 위험의 조짐이 보이면 편도체는 뇌의 집행 센터인 전전두피질을 장악하고 공포나 분노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골먼은 옛날에 비해 신체적 위험이 덜한 현대에는 훨씬 복잡하고 상징적인 현실, 예컨대 '나는 지금 공정한 대우를 못 받고 있어' 같은 생각이 위협적으로 다가온다고 말한다. 위협으로 감지한 대상에 편도체는 집중 회로를 장악하고 위험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즉, 걱정에 빠지는 것이라고 한다. 「나의 속도 찾기」「나와 악수하기」「본질적 사랑과 연결되기」「연민으로 세상을 바라보기」「평온하게 깨어 있기」「내면 깊이 머물기」 등도 같은 방식으로 설명하고 해결해 나가고 있다.



마음을 진정하면 내면이 더 평온하고 명료해지는 것을 포함한 여러 이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순수한 알아차림 상태에 머물 때의 특성은 이런 내면의 고요함을 초월합니다. 순수한 알아차림에 도달한 뛰어난 요가 수행자의 뇌를 연구한 데이비드슨은 이렇게 현재 순간에 집중하고 기쁨에 넘치고 온정 많은 사람은 지금껏 그 어디서도 만나보지 못했다고 말합니다.(p.275)


저자 : 대니얼 골먼(Daniel Goleman)


세계적인 심리학자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 중 한 사람이다.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12년 동안 「뉴욕 타임스」에 뇌와 행동과학에 관한 글을 기고했으며, 「타임」에 기고한 글로 퓰리처상 후보로 2회 선정되었다. 현재 미국과학진흥회의 특별회원으로 있고 미국심리학회의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08년 「월스트리트 저널」의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특히 감성지수(EQ : EMOTION INTELLIGENT)라는 개념을 만들어 IQ보다 EQ가 중요하며, EQ는 학습을 통해 계발할 수 있다”라는 주장을 함으로써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버렸다. 그는 감성지능의 개념을 통해 인류가 그동안 자신들 속에 묻혀 있던 소중한 감성능력을 재인식하고,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지혜와 자신감을 북돋아주었다. 그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SQ(SOCIAL INTELLIGINT)분야의 연구에 매달렸으며,그 개념은 리더쉽과 부드러운 상호연관에 관련이 있다. 현재 그는 럿거스대 응용심리학 대학원에 있는 '조직 내 감성지능에 관한 연구 컨소시엄'의 공동 회장이다. 그는 감성 지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위한 행동들을 권하고, 일터 효과에 감성 지수의 기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EQ 감성지능』,『SQ 사회지능』, 『마음의 리더십』, 『감성의 리더십』,『리더십의 딜레마』『에코 지능』 등이 있다. 현재 버크셔에 거주하고 있다.


저자 : 촉니 린포체(Tsokny Rinpoche)


1966년 네팔 카트만두에서 태어난 촉니 린포체는 티베트 밖에서 교육받은 불교 지도자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티베트 불교의 수련과 이론에 두루 밝은 그는 쉬운 가르침과 관대하고 겸손한 유머,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심오하고 연민에 찬 통찰로 가르침을 구하는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청년 시절 수도원에서 나와 재가승으로 가정을 꾸렸으며 두 딸을 두었다. 그리고 세계를 돌며 가르침을 펴는 힘든 스케줄과 가정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네팔의 비구니 사원과 티베트에서 가장 큰 비구니 사원, 티베트 동부 지역의 50개가 넘는 수행 센터와 은둔처를 관리하는 일도 맡고 있다. 촉니 린포체는 동양 철학과 서양 학문, 그중에서도 신경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삶의 조화를 찾는 데 있어서도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준다.

저서로는 『하심』이 있다.


역자 : 신동숙


끊임없이 배우고 탐구하는 삶이 좋아서 번역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옥같은 글에 어울리는 우리말 옷을 입히는 과정에 큰 재미를 느끼며, 의식 성장에 도움이 될 좋은 책을 발굴해 소개하겠다는 꿈을 품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영문과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번역해왔다. 주요 역서로는 『맥스웰 몰츠 성공의 법칙』, 『지금부터 다르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메모리 코드』, 『제리 카플란-인공지능의 미래』, 『인간은 과소평가 되었다』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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