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를 읽는 시간 - 국내 최초 아이유 음악 평론
조성진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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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는 처음부터 솔로였다. 수많은 쟁쟁한 팀들 사이에서 솔로로 등장해 홀로서기에 성공한, 정말 대단한 아티스트다."(p.18)

"아이유는 음악 하는 순간, 자신을 그곳에 몰입시키는 집중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p.21)

"아이유는 언젠부턴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감정이입, 표현 등에서 텍스트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p.23)

"한글의 음절 하나를 이렇게 아이유처럼 해부하듯 다채롭게 접근하며 듣는 이에게 온갖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가수를 찾는다는 건 쉽지 않다."(p.25)

"노래할 때 자신의 소리를 어떻게 써야 한다는 걸 아는 가수는 드물다. 하지만 이미 아이유는 이 노래에선 이런 소리를 내야 하고 또 이런 곡에선 저런 소리를 내야 한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다."(p.26)

"아이유는 이미 그 자신이 높은 수준의 문장가, 문인이다. 아이유의 탁월한 가사 쓰기는 이미 많은 히트곡이 증명한다. 특히 「밤편지」 가사는 고등학교 국어 교사들이 수업 중에 예제로 사용할 만큼 명문으로 알려져 있다."(p.30)

"아이유의 가성은 통상적 가성 수준을 넘어서는, 무척 난도 높은 발성이다. 여러 보컬트레이너들은 아이유의 이러한 방식의 발성 스킬에 대해 일반인이 흉내 내기엔 어려운, 굉장한 내공이 필요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p.34)

"아이유는 안정적 발성의 전형이다. 초기엔 소리가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은 점도 보였지만 이후 체스트보이스-미들보이스-헤드보이스-팔세토 네 가지 소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음역대 제한 없는 차원까지 올랐다."(p.37)

"아이유는 어떠한 곡에[서건 그 쓰임에 맞게 창법이 유연하게 매칭되며 듣는 이를 즐겁게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인·아티스트로서 더욱 강력하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p.41)



앞선 문장들은 국내 최초 아이유 음악 평론집이라는 이 책 『아이유를 읽는 시간』 앞 부분 20페이지 정도에 나타난 아이유에 대한 저자 조성진의 찬사다. '찬사'나 '찬가'라기보다 오히려 '찬양'에 가깝다는 게 독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독자도 아이유를 좋아한다. 독자는 음악에 소질도 없고, 그래서인지 음악과 별로 가까이 하지 못했다. 대학 다닐 때 트로트 몇 곡과 포크송 몇 곡 따라부를 정도로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다. 따라서 좋아했던 가수는 '조용필' 이외에는 없었다. 물론 포크송 가수 대부분을 싫어할 이유도 없고, 실제 싫어해본 적도 없지만 누군가 "좋아하는 가수는?"이란 질문을 한다면 독자의 대답은 오로지 '조용필' 한 사람뿐이었다. 그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창밖의 여자」,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라는 노래를 독자가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노래를 누가 독자에게 시킨다면 입은 닫힌다. 독자처럼 중년 세대는 노래를 부르라고 마이크를 들이대면 도망다녔을 정도니 크게 못난 행동은 아니었다. 

독자가 학교 다닐 무렵 우리 한민족의 특성을 선생님들에게 배울 때 "음주가무를 즐기는 평화적 민족이었다. 평화를 상징하는 흰옷을 즐겨 입었고, 5,000년 역사 동안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전쟁을 일으킨 적도 한 번도 없다"고 배웠다. 그야말로 선량한 선남선녀의 나라라는 말이다. 그런데 농경 사회는 대체로 침략의 필요성이 별로 없다. 사회도 안정되고 먹을 것도 자신이 일해서 만들어 먹는 것, 자급자족이 가능하니 굳이 목숨 걸고 남의 나라의 것을 빼앗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논리는 아마 일본의 우리나라 강제 점령한 일에 대한 반일·항일 정신을 교육시킨 게 아닐까 지금 와 생각해본다. 그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했던 곡은 대부분 트로트라는 장르다. 한이 많아서일까? 민족의 한과 얼이 서려 있다는 가사와 곡이 「아리랑」과 비슷해서일까? 

그리고 조용필이 갑자기 우리에게 다가왔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광폭풍이랄 만큼 인기를 끌었다. 한 맺힌 울분을 풀어내는 듯한 가창력이 가장 돋보였을 것이다. 포크송 가수 송창식처럼... 아무튼 80년대에는 애창곡이 트로트에서 조용필 식 가창, 송창식의 발성 등 밴드나 록이 꽤 힘을 얻는 시대였다. 어쩌면 사회 분위기 탓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90년 대에 들어서며 대중 음악의 흐름을 바꾼 이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우상이었다. 가사에서 뿜어낸 강력한 메시지는 그들의 음악과 춤과 잘 어울렸다고 한다. 이때의 이야기는 모두 친구나 TV에 나와서 평가하는 음악하는 사람들이 평가한 내용이다. 독자는 그런 수준에 못 미치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인정할 뿐이다. 이 책 『아이유를 읽는 시간』은 우리 대중 가요 흐름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문제점이 있어 변화를 모색하는 비평서도 아니다. '아이유'란 천재적 가수에 대한 최초의 평론집이다. 평론에는 으레 문제점도 지적하게 마련이지만 이 책은 찬사 일색이다. 앞서 독자가 언급한 대로 '찬양' 수준이다. 독자도 아이유란 가수를 좋아하지만 이 정도의 평가를 받으리라고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다. 

걸 그룹이 장악했고, 아이돌이 장악한 대중 가요를 아이유는 홀로서기 해서 누구보다 뒤지지 않게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쌓아온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거기에 〈국민 가수〉란 호칭이 붙을 정도가 되어서야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른가? 인지하게 됐다. 독자의 낮은 음악성과 낮은 애호도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곧 아이유를 좋아하게 됐다. 그가 공연하는 곳에는 직접 가지 못했지만 영상을 통해 몇 번 본 적이 있다. 그의 노래가 압도적이란 사실을 슬슬 느껴지기 시작했다. 단 한 번의 기회로 쉽게 친하기 어려운 중년이 아이유를 좋아한다면 '주책'이란 말을 들을까 걱정돼 가끔씩 이어폰을 끼고 들은 적이 있지만 누구에게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기부 천사'란 소식과 함께 그를 이야기하는 시간이 TV에 비쳤다. 물론 '기부 천사'가 주제가 아니고 그의 노래와 인기에 대한 프로그램이었다. 이후 〈국민 가수〉, 〈국민 여동생〉이라는 호칭도 별스럽지 않았다. 그의 음악은 더욱 발전해 가고 있었다. 

이 책은 아이유의 발성·가창과 음악 전반을 집중 분석한 평론에서부터 데뷔 때부터 현재까지 아이유와 관련한 A부터 Z까지 모든 사항을 담아낸 말 그대로 아티스트 아이유에 대한 완벽한 바이블이라고 출판사 소개글은 말한다. 저자 조성진은 80여 명이 넘는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했으며 평론가, 실용음악(보컬) 교수, 보컬트레이너, 작곡·편곡자 등을 통한 전문적 깊이와 다양한 시각으로 아이유의 음악을 분석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처음 공개되는 아이유의 비하인드스토리는 그의 팬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저자는 「아이유, 비교하기 어려운 몰입의 미학」이란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몰입'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낸다. 저자에게 몰입은 집중과 비교한다. 집중은 시간만큼 피로도 동반하지만 몰입은 그 순간부터 몇 시간이 찰나처럼 짧게 느껴진다는 차이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예전부터 아이유가 부른 노래와 출연한 드라마를 접할 때마다 집중과 몰입이란 단어가 자연스럽게 오버랩됐다고 털어놓는다. 아이유는 '이번에는 이걸 해야지' 하는 순간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한다고 밝힌다. 이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목적한 대상에 몰입해 무아의 경지로 치닫는다고 강조한다. 아이유가 목적한 대상이고 목격한 대상이 아이유가 되는 것이란 설명이다. 

저자에 따르면 2024년 7월 아이유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971만 명을 넘어섰다. 솔로 가수로서 이만큼 적극적인 팬덤을 지니고 있는 아티스트는 없다. 말 그대로 독보적이다. 그는 무려 5장의 정규앨범과 6장의 미니앨범을 보유한 음악가다. 나이는 31세지만 디스코그래피의 양과 질로 본다면 이미 ‘중견’ 가수다. 여기에 싱글 및 각종 콜라보 음원, OST까지 합치면 200여 곡에 달한다. 비슷한 또래의 가수들이 정규앨범 1?2장 또는 미니 앨범 몇 장 정도 발표한 게 대부분인 점을 감안하면 아이유가 음악적으로 얼마나 치열한 행보를 걸어왔나 짐작할 수 있다. 아이유는 한국 음악이 보여주는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그는 수많은 아이돌이 탄생하고 명멸해간 시간 속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오롯이 빛내며 지금보다 앞으로의 행보에 더욱 기대를 갖게 하는 몇 안 되는 아티스트이다. 때문에 아이유가 만들어 온 시간을 살펴보고 앞으로 만들어 갈 시간을 생각해보는 것은 대한민국 음악의 미래를 한발 앞서 엿보는 것과도 같다.

이 책은 5장의 정규앨범과 6장의 미니앨범 및 디지털 싱글과 듀엣/콜라보 음원들, 그리고 2장의 리메이크 앨범에 이르기까지 총 124곡을 모두 리뷰했다. 또 평론가 및 실용음악(보컬) 교수, 보컬트레이너, 작곡-편곡자 등의 인터뷰를 통해 최대한 전문적 깊이와 다양한 시각을 반영했다. 곡마다 아이유가 사용한 발성 방식, 그리고 창법 스타일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고 그 곡에선 왜 그런 발성으로 노래했는지, 곡 가사와 딕션 연출의 특장점, 사용한 코드 보이싱의 의미 등등 다양한 각도에서 심도 높은 분석을 시도했다. 관심도가 높은 몇몇 유명 곡은 전문가들의 평을 더 많이 담으려고 했다.



이 책은 4개의 파트로 구성돼 있다. 1부 〈아이유의 의미: 깊이를 알 수 없는 몰입의 미학〉, 2부 〈아이유의 시간: 앨범을 통해 본 아이유의 발성 · 가창 변화와 특징〉, 3부 〈우리가 만난 아이유-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아이유〉, 4부 〈올어바웃 아이유: 아이유의 모든 것〉 등이다. 1부에는 14개 장(章)으로 나누어 아이유의 대중 음악사적 의미를 다진다. 14개 장에 담긴 많은 이야기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으니 제목 몇 개로서 내용을 짐작하자면 「소리로 하는 ‘연기’, 곡에 자신을 캐릭터화시키는 극한의 몰입력」, 「곡 쓰기와 딕션, 대중음악사의 이정표」, 「탁월한 리듬감」, 「개성과 깊이, 독창적인 ‘작가주의’ 근성」, 「최고 수준의 마이크 활용술」, 「콜라보의 의미를 가장 잘 아는 아티스트」 등이다. 제목만 보아도 그가 어떤 가수인지, 아이유란 가수는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에 대해 짐작할 수 있다. 저자가 아이유를 탁월한 아티스트로 표현하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최고 수준의 마이크 활용술」에서 저자는 아이유만의 음악적 매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탁월한 마이크 활용이라고 말한다. 마이크는 음파를 전기적인 에너지 변환기나 센서로 전달해 소리를 같은 파형의 전기신호로 변환해주는 장치다. 귀가 감지할 수 있는 음압·주파수의 범위는 넓은데, 마이크의 출력은 음성 톤과 범위뿐 아니라 귀의 감도와 일치하도록 필터링될 수 있다는 것. 마이크의 특장점을 잘 활용할 줄 안다면 장르마다 그에 어울리는 감정선을 연출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아이유의 마이크 테크닉이 예사롭지 않다는 뜻이다. 노래하는 방식에 따라 소리도 다양하게 연출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를 테면 상반신을 많이 움직이는 가수도 있고, 미동도 없이 노래하는 가수도 있으며, 온몸을 떨어대며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가수도 있다. 마이크를 입에서 멀리 떨어지게 해 사용하거나 입 바로 앞에 또는 아예 대고 노래하는 가수도 있다. 이 같은 마이크 공학적, 기술적 발전으로 마이크는 이제 정확하고 안정된 최적의 소리를 전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맞춰 세계적 가수 비욘세, 머라이어 캐리 등이 각종 공연과 녹음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는 것. 아이유 또한 수십 개가 넘는 마이크를 사용하며 자신이 원하는 색상으로 커스텀한 마이크도 애용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아이유는 데뷔 10주년 투어 콘서트 〈이 지금dlwlrma〉에선 보라색부터 은빛, 파스텔 톤 등 다양한 커스텀 마이크로 노래한 바 있다고 알려준다. 또 데뷔 11주년을 맞아 마이크를 신상으로 바꿨다고 팬들에게 알리기도 했다고 전한다.



음악 문외한인 독자에게는 아이유 찬사보다 저자의 음악 해설 수준의 각종 부분적 디테일한 설명에 적지 않은 음악 지식을 챙길 수 있었다. 아이유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것들을 저자가 미리 짐작하듯 차근차근 말해준다. 음악 상식이 크게 업그레이드됐을 것으로 믿는다. 아이유 밴드를 따로 소개하는 화면을 본 적이 없어 아이유 밴드가 따로 있다는 말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책의 4부 '카테고리 2'에서 아이유 밴드가 소개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아이유의 공연 등 각종 활동을 서포트하기 위해 결성된 밴드로 홍소진(건반·밴드 마스터), 김승호(드럼), 최인성(베이스), 김동민(기타), 조재범(퍼커션), 김현(세컨드 건반) 등 각 분야 실력파 연주자 6인으로 구성됐다. 오랫동안 함께 연주 생활을 해온 사람들끼리 뭉친 팀인 만큼 남다른 호흡이 강점이다. 사정이 생겨 공연을 함께하지 못한 최인성 대신 구본암이 2~3차례 객원 베이스 연주를 하기도 했다. 최인성은 아이유 밴드의 특장점을 이렇게 말했다. “오랫동안 함께 연주해온 멤버끼리 함께하다 보니 호흡이 남다르다는 게 아이유밴드의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멤버별 뮤지션으로서도 월등한 연주력을 갖추고 있어 어떠한 연주도 가능하다. 함께 연주하는 가운데 서로를 고무하고 발전시켜준다.”(p.294)


정규 4집 〈Palette〉로 아이유는 음악적 깊이와 감성 표현, 그리고 이젠 발성 스킬을 초월했다고 할 만큼 노래를 ‘부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완벽하게 ‘연기’하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아티스트로 자리했다. 〈Palette〉는 20대 아이유의 예술적 감수성이 가장 높게 구현되고 있는, 한국 대중음악사에 빛나는 명반 중의 하나다. 「밤편지」, 「잼 잼」, 「이 지금」, 「사랑이 잘」, 그리고 타이틀곡인 「팔레트」와 「이름에 게」까지 어느 것 하나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진정한 ‘웰메이드’ 명품의 보고다.(p.146)


저자 : 조성진


언론인 겸 음악평론가 조성진은 1,000여 장이 넘는 음반 해설 및 월간 〈뮤직랜드〉와 〈핫뮤직〉 편집장, ‘벅스뮤직’ 미디어/콘텐츠 팀장, 서울재즈아카데미(SJA) 학과장, 아주경제 문화연예부장을 거쳐 스포츠한국 연예부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시계에도 조예가 깊어 럭셔리 시계 전문기자로도 활동 중이다. 2006년 일간지 최초로 중앙일보에 가수 발성을 분석 시도한 〈조성진의 음치불가〉 칼럼을 8개월 연재하기도 했다. 《우리가 몰랐던 임영웅 이야기》, 《록 음악에 열광하는 당연한 이유들》, 《헤비메틀 대사전》, 《재즈 음반 가이드 300》, 《모던록 음반 가이드 319선》, 《초보 그룹 사운드 길들이기》, 《HOT GUITAR PLAYERS 515-세계의 기타 영웅 515인의 연주세계》, 《문답식 기타 수리법》 등 다수 저작물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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