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화 DNA - 제자 삼는 제자가 되기 위한 실제적 지침서
로비 갤러티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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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쓰는 독자는 종교인이 아니다. 신앙을 가져본 적도 없다. 흔히 말하는 무신론자인가. 그러나 무신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은 계시되 인간을 간섭하지 않는다.

바르게 살도록 두뇌도, 손도 주신 이후 인간 삶에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간섭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신앙에 무지해서 그럴 거라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삶에 정직하고, 될수록 남에게 피해 입히지 않게 살려고 노력한다.

스스로 자화자찬하기 위해 꺼낸 말이 결코 아니다. 최소한 사람이 만든 종교, 그것도 수백~수천 년 이어온 종교는 모두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예수, 석가, 마호메트 등이 이에 속한다. 또 종교는 아니라지만 공자도 성인으로 존경한다. 모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수천 년간 지속돼온 명쾌한 답을 주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성경, 불경, 코란(일부)도 읽어봤다. 신자처럼은 아니지만 번역된 것 부분 부분씩. 그러나 모두 옳은 말씀을 적어놓은 책들이라 특정 종교, 특정 경전만 믿고 따른 것이 아니다. 그래서 신앙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약간 독특하다. 그리스도의 제자란 열두 제자만 아는 독자로는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모든 이들은 제자가 될 수 있다.

'제자화'란 말도 처음 들었다. 거기에 『제자화 DNA』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난감했다.

책을 읽은 동기다. 그리스도의 제자가 아닌 사람으로서 제자의 말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좀 힘들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저자의 이력이나 책에 써놓은 얘기들에 신뢰가 가면서 마지막까지 읽는 데 힘이 됐다.





책에 따르면 예수님의 첫 사역은 열두 명의 제자를 찾아 부르신 것에서 시작한다. 부활하신 후 지상에서의 마지막 순간까지 제자들을 찾아가 양육하심으로 복음이 세상에 흘러갈 수 있도록 사명을 주셨다.

예수님의 첫 제자들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까지 복음이 전해진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복음이 우리에게 온 것은 또 다른 이에게 전해지기 위함이다.

저자 로비 갤러티는 도둑질과 마약을 판매하고 온갖 세상의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녔다. 그 누구도 그가 변화되어 그리스도의 참 제자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가 변화된다면 기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이 같은 책을 쓸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삶을 그대로 내보인다.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는 바뀔 수 없었던 삶이 예수를 만나, 복음을 받아들여 완전히 새로워졌다. 그 인생의 변화를 도와준 것이 ‘제자 삼는 제자화’였다. 이 책에는 저자가 경험한 제자화가 모두 담겨 있다.



이 사진은 책에 있는 사진이 아니라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서평 작성자가 임의로 선택 게재한 것입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앞서 말한 저자의 기적과 같은 삶에 대한 이야기다. 그의 삶에 전해진 복음의 초대장. 그에게 전해졌던 제자가 되는 초대장이 이제 당신의 손에 들렸다.

2부는 제자 훈련의 정의, 필요성과 예수님이 보여 주신 제자화, 영적 훈련을 간과하기 쉬운 이들에게 경각심을 울리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3부는 제자화를 위한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C.L.O.S.E.R라는 방법을 사용해 제자 삼는 제자화를 실천 방법을 알려 준다.

3부를 읽고 잘 따라하는 것이 제자화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제자화를 돕는 여러 자료들을 포함하고 있다. 저자의 세심하고 사려 깊은 마음과 열정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많은 부록을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 몸속에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복음에 대한 열정과 사명 전파의 피가 흐르고 있다.(이 부분은 독자 생각과 약간 부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이 책을 읽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기적인 기독교, 나만의 기독교에 갇혀 있지 말고 세상을 향해 첫걸음을 떼어 볼 수 있길 기대한다. 크리스천으로서 제자로 성장하고 다른 제자들을 키우는 일에 사용되기 위해 창조되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 일은 그 어떤 일보다 귀하고 생명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스도가 주신 사명을 잘 완수하고 밝게 웃으며 예수님과 마주하는 그날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한 번 읽고서 책장에만 꽂아 둘 것이 아니다. 제자들을 키우기 위한 지침서로서 두고두고 활용해야 한다.

밑줄을 긋고, 여백에 메모를 하고, 수시로 꺼내서 보고 묵상하라. 이 책을 공부하는 것은 당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물론 당신에게도 유익이지만 나중에 당신이 제자로 훈련시킬 사람들에게도 유익이다.

훗날 당신을 통해 흘러나온 복음을 받아들일 사람들을 위해서 이 내용을 배워야 한다.

꼭 메모를 하면서 읽기 바란다. 사람은 들은 것을 20분 내에 40퍼센트를 잊어버리고, 일주일 뒤면 겨우 20퍼센트 정도밖에 머리에 남지 않는다고 한다. 적지 않으면 쉽게 잊어버린다. 그렇게 잊어버리면 어떻게 배운 것을 남들에게 전해 줄 수 있겠는가!

사도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적지 않았다면 지금 어떻게 우리가 그것을 읽을 수 있겠는가.

- 본문 중에서





저자 : 로비 갤러티


테네시 주 헨더슨빌에 있는 롱할로우침례교회(LONG HOLLOW BAPTIST CHURCH)의 담임목사이며, 제자 삼는 사역을 위한 ‘리플리케이트 미니스트리’(REPLICATE MINISTRIES)의 회장이다.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 교외의 섈멧(CHALMETTE)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도둑질과 마약 판매를 일삼으며 방황하던 그는 데이비드 플랫 목사를 비롯한 복음 전도자들 덕분에 예수의 제자가 되었다. 예수님과 함께하는 삶에 감격하며 다른 이들에게 복된 소식을 전하려는 열망을 품었다. 이런 열망으로 뉴올리언스침례신학교(NEW ORLEANS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M.DIV, TH.M, PH.D)에서 공부했고 졸업 후 자신이 섬기는 교회에서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제자 삼는 제자’로 이끌었다.

테네시 주 채터누가 브레이너드침례교회(BRAINERD BAPTIST CHURCH)에서 담임목사로 사역할 때(2008-2015) 전교인들에게 ‘제자 삼으라’는 예수님의 거룩한 부르심에 동참할 것을 독려했고, 이를 위한 전략을 계발하고 소그룹을 만드는 ‘그로잉업’(GROWING UP)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로 인해 2008년 100개였던 제자 그룹이 2015년에는 1,100개까지 늘어나는 부흥을 경험했고, 그 열매가 바로 이 책 《제자화 DNA》(GROWING UP)이다. 이 캠페인은 현재 담임하고 있는 롱할로우침례교회에도 이어지고 있다. 저서로는 《한눈에 읽는 본문이 이끄는 본문이 이끄는 설교》(아가페북스)와 REDISCOVERING DISCIPLESHIP(제자화 재발견)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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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실망시키는 기술 - 독립적인 인생을 위한 용기
미하엘 보르트 지음, 최대환 옮김 / 파람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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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멋진 부모, 좋은 자녀가 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어떻게 할까. 책을 찾아 읽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책을 읽고 좀 더 나은 부모, 좋은 자녀가 될 수 있도록 쓴 책이 나왔다.

『부모를 실망시키는 기술』은 독일의 예수외 신부이자 고대철학 윤리학의 거성인 미하엘 보르트갸 썼다.

도발적인 제목이 먼저 눈에 띈다. 제목 위에 '독립적인 인생을 위한 용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수년 전 국내에도 돌풍을 일으켰던 『미움받을 용기』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부모를 왜 실망시켜야 하며, 어떻게 건설적인 방식으로 실망시킬 수 있는지를 다룬다.

우리는 왜 부모를 실망시켜야 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부모에게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인격체로서 자신에게 어울리며,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이다. 일반적으로 부모는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자녀의 인생에 디딤돌이 아닌 걸림돌로 작용할 때가 많다. 자녀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기대와 주장은 부모 자신이 늘 분명하게 의식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자신의 요구와 갈망, 필요와 두려움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를 '잘 실망시키기' 위해 저자는 두 가지 개념어를 빌려 온다. 하나는 영국 시인 데이비드 화이트가 표현한 "씩씩하게 상처받을 수 있는 능력"이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대해 선을 그을 때 따라오는 갈등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내면의 태도를 말한다.

또 하나는 로제 슈츠 수사(修士)가 말한 "화해한 마음으로 싸운다"이다. 갈등에 뛰어들 때

화와 분노, 내 안의 폭력성을 주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러한 갈등을 감수하는 것이 옳다는 확신에 근거해야 한다는 뜻이다. 화해한 마음으로 싸운다는 것은 자신과 화해한 사람이되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입힌 상처들을 나의 내적 실재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다른 사람을 피해갈 필요가 없다.

저자는 총 11장에 걸쳐 어떻게 부모를 건설적으로 실망시키고 고유한 삶을 살 수 있을지에대해 철학자의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

실망이란 무엇이며, 우리 삶에 어떻게 작용하고, 타인과의 관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피력하고, 독자 스스로 자신에게 걸맞은 방법을 찾아 나가도록 이끌어 나간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평화를 발견하는 사람만이 내적으로 자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자유롭다는 것은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 있어 부모에게 종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로부터 독립적인 존재가 되면 부모의 생각에 구애받지 않으며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스스로 행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최상의 경우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고유한 인생을 사는 것은 언제나 경계를 긋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자신에게 더욱 잘 어울리는 인생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부모를 포함하여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삶이란, 사실 나 자신에겐 괜찮지 않은 삶일 수도 있다.

누군가를 실망시키는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향한 애정과 사랑을 거두어들일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안고 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 관계가 중요하면 중요할수록, 우리는 상대방을 실망시킬 위험을 감수하기를 주저한다.

특히 끈끈한 유대 관계로 맺어진 부모와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저자는 다른 사람을, 특히 자신의 부모를 건설적으로 실망시킬 수 있는 능력은 장인의 기예로 표현하며 ‘부모를 실망시키는 기술’을 익히고 어떻게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통찰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어려운 학술서나 난해한 철학책이 아니다. 제목이 알려주듯 일상과 삶의 태도에 관한 유익하고 실용적인 안내서이다. 치밀한 논증과 문헌적 전거, 혹은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서 독자에게 과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친절하게 초대하는 책이다.

저자 미하엘 보르트는 인생의 본질을 바라보려 애쓰고 삶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길을 차분히 생각하도록 초대한다.

일상을 관찰하는 눈을 밝게 하고 내면의 감정이 말하는 것을 더 잘 경청하며,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좀 더 깊이 숙고할 수 있기를 권하고 있다.





『부모를 실망시키는 기술』은 제목이 알려주듯 일상과 삶의 태도에 관한 유익하고 실용적인 안내서입니다. 치밀한 논증과 문헌적 전거, 혹은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서 독자에게 과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친절하게 초대하는 미덕을 가진 책입니다.

그렇다고 달달한 위로나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경구들을 모아놓은 책은 아닙니다.

자신의 주관적 경험을 달변으로 담아놓은 책도 아닙니다. 저자 미하엘 보르트 교수는 인생의 본질을 바라보려 애쓰고

삶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길을 차분히 생각하도록 초대합니다. 일상을 관찰하는 눈을 밝게 하고 내면의 감정이 말하는 것을 더 잘 경청하며,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좀 더 깊이 숙고할 수 있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옮긴이의 말 ― 자신만의 ‘삶의 기술’을 들여다보는 시작점」 중에서





부모와 화해하는 것은 실제로 부모와 무난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서로 의존적인 관계이므로, 자녀는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자신의 주체성은 매우 제한된 정도만 영향력을 미친다.

주체적 삶을 살지 못하면 부모와 바람직하지 못한 방식으로 연결되고, 스스로 결정하는 삶을 살아가기 힘들게 하는 내적 역동성이 생기는 것이다. 별 탈 없이 부모와 무난하게 지내고 있다고 해서 이러한 역동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p.18)

「부모를 실망시키고 자유로 가는 길」 중에서


이상향을 추구하는 것은 언제나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을 간과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좋은 결심들이 데려가는 ‘지옥’은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할 때 스스로에 대해 내리게 되는 판단, 자기 자신 안에서 만나는 부정적 자아상 등을 의미한다. 결국에는 이제 좋아지기는 결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기분만 쌓여갈 뿐이고, 자신은 결심한 바를 해낼 수 없는 사람이라는 자괴감만 커진다. (p.37)

「자기 자신 알아가기」 중에서





“화해한 마음으로 싸운다.” 정말 그렇다. 인생에 있어 싸울 줄 아는 것은 중요하다. 달리 말하자면, 갈등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압박과 화와 분노, 또는 내 안의 폭력성을 주체하지 못해서, 갈등을 통해 이러한 부정적 에너지를 표출하고 후련해지고 싶어서 갈등 상황에 발을 들이는 것이 아니다. 갈등에 뛰어드는 것은 사실에 근거해볼 때 이러한 갈등을 감수하는 것이 옳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에게 중요한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갈등을 화해한 마음으로 견지해간다. (p.91)

「씩씩하게 상처받을 수 있는 힘」 중에서


나는 자신이 자녀들의 좋은 친구라고 자부심에 차서 말하는 부모들을 종종 보았지만, 부모가 좋은 친구 역할을 하는 것을 편안해하는 자녀들은 본 적이 없다. 이러한 역할 부여는 사실 자녀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심지어 자녀를 통제하고 관계의 안정성을 지키기를 원하는 부모의 필요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자녀와 부모 사이의 관계가 좋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좋은 친구 같은 관계는 아니다. (p.110)

「사과는 너무에서 먼 곳에 떨어지지 않는다」 중에서





“사과는 나무에서 먼 곳에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자녀들이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긴 하지만, 그들은 때때로 자신에게서 결코 좋아할 수 없었던 부모의 특징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한 번쯤은 부모의 걱정과 약점을 거울로 삼아 자신이 거절하고 심지어 싸우기까지 했던 부모들의 특징들이 자신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또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 꼭 필요하다. (p.112~113)

「사과는 너무에서 먼 곳에 떨어지지 않는다」 중에서


진정 어린 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우리의 힘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있는 것을 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 자신과 고유하고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을 자신의 잠재력과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아마도 여러분은 자신과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들에서 화해를 이루어낸 사람들을 알 것이다. (p.141)

「새로운 관계의 시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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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칵, 보고 싶은 네가 쏟아지는 시간
정예원 지음 / SISO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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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의 첫 머리부터 마지막까지 관통하는 단어는 '사랑 이별 삶'이다.

누구든 살아 있는 동안 경험하는 것들이다. 편의상 3개 부분으로 나뉘었을 뿐 모두 살면서 겪는 일이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살아가고'를 경험하는 동안 느끼는 감정을 그때그때 적었다.

저자의 시선은 시종일관 '그'를 향해 있다. 혼잣말 같기도 하고, 차분한 감정으로 쓴 것 같기도 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감정 표현이 굉장히 솔직하다는 점이다. 독자도 쉽게 공감했다. 같은 경험이 있어서가 아니라 진솔한 표현 때문이다.

늦은 밤 여기에 있는 글을 읽다 보면 제목처럼 『왈칵, 보고 싶은 네가 쏟아지는 시간』으로 수렴된다.





“보고 싶어...”

때로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진심으로 와 닿는 말이다.

제목만 봐도 무슨 감정인지 괜히 울컥하며 뭔가가 올라오는 느낌이다. 『왈칵, 보고 싶은 네가 쏟아지는 시간』.

SNS를 통해 매일 한두 편씩 인연과의 사랑, 이별, 삶을 주제로 글을 써온 정예원 작가의 첫 에세이다.

누군가 내 마음에 쏟아져 내리는 그때, 사람과 사랑에게 상처받았을 때, 문득 내일이 오는 게 두려워질 만큼 좌절감이 밀려올 때 한 편 한 편 적어 내려간 글이 모여 『왈칵, 보고 싶은 네가 쏟아지는 시간』으로 엮였다.




표지 안쪽에 작가는 프로필란에 다음 글을 적었다.


여름보단 겨울을 좋아하고,

봄 가을의 한강을 연모합니다.

세상 모든 것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게 취미이며

인연과 운명을 믿지 않을 자신이 없습니다.

이성보단 감성과 아주 친밀하고 취향이 강합니다.

누군가 한 사람을 이다지도 좋아하고 사랑했으며

그들로 인해 적고 또 적었습니다.

또, 앞으로도 그러한 삶을 살아갈 것 같습니다.

제 세상의 한 귀퉁이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누군가의 일상이 그득히 담긴 글을 읽다 보면 ‘결국 다른 이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 하며 자신의 세상을 적어 내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또 나와는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듯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게 되는 순간에는 그들과 다른 나의 머릿속을 끄적이고 싶게 된다.

그런 모든 순간에 적힌 글들이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과 함께 『왈칵, 보고 싶은 네가 쏟아지는 시간』에 담겨 있다.

무수히 쏟아지는 단어들 사이에서 ‘나도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또는 ‘이 사람은 이런 감정을 느끼며 사는구나.’ 하는

마음이 함께 일렁여 넘쳤으면 하는 마음으로 펴낸 작가의 첫 에세이다. 두고두고 꺼내 읽어도 좋을, 누군가가 유난히 그리워지는 날 함께하면 좋을 그런 책이다.





사랑의 다양한 감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감성이 넘치는 에세이다.

에세이의 표지가 새벽이 오기 직전의 밤 느낌, 그리고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오롯이 사랑에 빠져 있을 때의 다양한 감정을 여러 글에서 아낌없이 표현한다.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예술가가 된다고 하지만, 비유가 참 개성 넘치고 신비롭다. 작가의 글솜씨겠지만 타고난 감성 표현이 탁월한 것 같다.

이 책은 1부가 ‘사랑하고’ 이고 2부는 ‘헤어지고’이다. 달콤하고 설레던 사랑의 순간과 함께 가는 이별에 대한 다양한 감정의 슬픈 글들이 많다. 그냥 써 내려간 것이 아닌 저자의 실제 체험과 느낌이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보인다.





삶은 곧 사랑이고 사랑은 곧 우리 삶이라고 생각한다. 단 하나도 양보할 수 없이 사랑으로 가득 찬 삶을 산다는 것은

그만큼 푹 젖어 삶을 진정 누리고 산다는 말이 될 것 같다. 오래 전부터 무심하게 지나갈 수 없을 만큼 절절하고 삶으로 그리고 사랑으로 가득찬 이야기를 전하던 작가다.

당연하게 인스타에서 많이 읽는 글이지만, 더욱 깊게 읽고 느끼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이 이야기는 사랑만이 전부가 아닌 내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슬픔, 삶 등에 관한 이야기니까.

무엇을 시작하고 나아간다는 것은 그 두근거림이 이미 삶에 충만하고 보상이 되는 이야기 같다. 책을 읽으며 그 두근거림을 멈출 수가 없다.

아무렇지도 않던 단어가 설렘이 되고 행복이 되는 시간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더욱 사랑에 빠지고 혼자인 사람이 읽는다면 다음 사랑에 얼마나 많이 설레고 행복할지 기대하게 만드는 시간이 될 것이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이, 그리고 그런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또 얼마나 인생을 깊게 만드는지 저절로 느껴진다.





사랑이란 게 이런 걸까? 고민하고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느껴지는 "나도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가 솔직한 마음이다.

햇살 좋은 곳에서 두고두고 시간을 천천히 보내며 아껴 읽고 싶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사랑은 항상 밝은 것 같지만

그런 사랑을 하며 느끼게 되는 진실되 다양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리워하고 보고싶어하는 마음부터 힘들고 외로운 마음까지...

언제 이렇게 사랑이 그리움으로 가득했던가, 지난날을 생각해보게 되고, 추억이 떠오른다. 그땐 나도 이랬나. 그 사람의 마음도 이랬을까. 문득 아득히 멀어졌던 감정들이 떠오르며 그때의 생각에 빠져들게도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지난 사랑을 추억하며 사랑으로 가득했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감정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이토록 기분 좋은 일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또한 누군가와의 사랑이 전부가 아닌 나 자신을 사랑하고 더욱 생각하는 시간이 된 것 같아 좋다. 따뜻하고 다정한 시간이어서 참 좋다.





이미 제멋대로 너와 나를 함께 상상하고 그 피어오르는 애틋함에 그게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는데요.( p. 41)

매일 너에게 뒤척이게 만들면 어쩌나요. (p. 73)

딱히 잠에 오지 않는 밤엔 난데없이 너에게 봉변을 당한다. (p. 158)

있잖아,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 다르기도 하면서 또 그만큼 똑같기도 해. (p. 191)

“그래요. 저리 먼 곳에서 빛나는 것도 희미하게나마 내게로 도달하고 내가 완벽한 타이밍에 그곳을 올려다봐 내 눈에 들어온 이 찰나도 허락되는데, 그것보다 훨씬 가까운 당신이 나와 닿지 않을 법은 없습니다. 열심히 달려가는 중입니다. 내 글이 당신의 눈에 닿을 때까지. 그때 당신은 완벽한 타이밍에 이 글을 보러 눈을 들어줘요. 희미하게나마 우리가 닿을 그 순간을 위해, 난 지금도 당신을 떠올리는걸요.”

-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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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벤허 (1900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 그리스도 이야기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루 월리스 지음, 공경희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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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0여 페이지의 어마어마한 두께에 놀랐다. 소설책이니 읽기야 곧 읽겠지만 스케일이 굉장히 방대한 책을 잘 읽어낼 수 있을까.

좋은 책을 따지기 전부터 두께에 압도당한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푹 빠져 읽기 좋은 책이다는 생각도 든다.

역대 아카데미상 최다수상작 〈벤허〉의 원작 소설 완역본 『벤허(초판본)』이라니 호기심과 함께 독서의욕도 불탄다.

이 책을 읽고 있는 걸 보면 무슨 대단한 연구나 하나보다 하는 지적 허영심도 채워준다. 사실 이 책은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심지어는 원작 소설이 따로 있는지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다. 영화를 여러 버전으로 여러 차례 봤지만 실제 원작을 손에 들어본 것은 처음이라. 800페이지 달하는 소설의 스토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인간에게 과연 신은 어떤 존재인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소설 『벤허(초판본)』가 140년 동안이나 변함없이 회자되는 또다른 이유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이 묵직한 질문 때문이기도 하다.

벤허는 ‘선민의식’으로 무장한 유대인으로서,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 배신자(로마인 메살라)에 대한 복수심을 자연스럽게 ‘유대민족을 짓밟은 로마민족’에 대한 복수로 확장시킨다. 그런데 하필이면 당대 로마민족은 지중해 전역을 지배하는 최강제국의 주인이고, 유대민족의 현실은 극심한 내분으로 작은 땅덩이마저 갈갈이 찢긴 지경이었다.

그러니 벤허는 ‘(유대민족 예언서에 따라 오실) 구원자는 저들을 모조리 때려눕혀줄 정복자일 것’이라고 기대했고, 초라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나타나 온갖 조롱과 비난을 뒤집어쓰고 무기력하게 십자가에 매달리며 ‘나는 영혼을 구원하리니, 너희는 저 너머의 왕국을 바라라’고 말한 자를 인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 그리스도가 죽어야만 하는 이유를 깨닫고 무릎을 꿇는다.

벤허처럼 믿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독자 개인의 선택이다. 다만 ‘믿음의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심도 있는 종교 사상(그리스, 인도, 이집트, 페르시아 등) 및 예루살렘과 중동 지역의 복잡한 정세까지 과감하게 소개되기 때문에, 독자들 개개인이 함께 사색해 보도록 유도한다.

“복수가 신의 것이라니! 그 세월 내내 나는 복수를 꿈꿔 왔는데…….”

“이제 그가 왔으니, 그는 정복자 왕인가 영혼의 구원자인가?”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을 모르니.”



예루살렘 허 가문의 외아들 벤허, 평탄했던 그의 인생은 로마 총독 그라투스의 암살범으로 누명을 쓰면서 큰 돌풍에 휘말린다.

어릴 적부터 절친했던 친구 메살라는 오히려 벤허를 모함하고, 결국 그는 갤리선의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하루아침에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그는 죄인으로 전락하는데......

주인공은 역시 주인공, 로마 총사령관 아리우스의 목숨을 구한 공으로 그의 양자가 되어 화려하게 부활한다.

죄인에서 로마의 부유한 귀족이 되었지만 벤허는 공허함을 느낀다. 죽을 만큼 힘들었던 시절도, 안락한 삶이 보장되는 삶도, 그가 자발적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생이별한 어머니와 누이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영화 벤허를 본 적은 없지만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을 꼽자면 벤허와 메살라의 전차 경기 장면이라 한다.

책에서도 역시 이 장면이 가장 백미다. 메살라의 모함으로 나락으로 떨어진 벤허의 관계는 로마인에게 탄압받는 유대인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유대인 벤허는 온갖 역경에도 굴복하지 않고, 결국 자신을 파괴한 로마인 메살라에게 복수한다. 메살라의 방해공작에도 그는 굴복하지 않는다.

소설 『벤허』의 작가 루 월리스는 이 이야기를 단순히 유대인과 로마인의 대립으로만 풀지 않는다.





복수심으로 가득했던 벤허, 그가 기마대에 끌려갔을 때 물을 건넸던 한 사내가 있었다.

서로 말 한마디 주고받지 않았던 너무도 짧은 장면이라 그저 누군가 억울하고 힘겨운 청년에게 물 한 모금 전해준거라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유다와 마리아의 아들이 처음으로 만나고 헤어진(p183) 의미심장한 순간이다.

예루살렘의 왕자 ‘벤허’와 유대인의 왕이 처음 조우했을 때, 그들의 인연은 그저 바람에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벤허가 예수를 다시 찾아 헤맬 때, 그는 큰 꿈이 있었다. 유대인을 핍박한 로마를 무릎 꿇게 하는 것, 하지만 유대인의 왕 나사렛사람은 너무도 보잘 것 없었다. 십자가형에 처한 그가 진정 구원자인가.

어째서 그 낙원은 이승에 없는 것인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여전히 불신 가득했지만 벤허는 다행히 깊은 감명을 받은 것 같다.





복수극으로 끝낼 수 있는 소설에 종교적 의미까지 더하다니, 엄청난 스케일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을 떠나고 여전히 신실하고 부유한 벤허는 저만의 방식으로 그리스도를 섬기며 살아간다.

이 내용을 이렇게 연결하다니, 작가의 작품 구상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무려 800페이지에 육박하는 대작이지만 짜릿한 복수극은 모두를 열광하게 하지 않는가,

중동 지역의 해묵은 원한의 기원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세계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소설을 다 읽고 다니 3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 벤허가 궁금해진다.

책에서의 감동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종교와 상관없이 한번쯤은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정말 강렬하고, 스펙타클하다.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과 고단한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명작이다.

이 책이 처음 출판된 이후 근 140년이 가까운 세월동안 전 세계 다양한 독자층의 관심과 주목을 받으며 꾸준히 애독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벤허하면 떠오는 장면이 있을 것이다. 맞다. 바로 멋진 전차 경주 장면이다. 이 장면은 영화를 봤건, 보지 않았건 이 작품이 벤허임을 대번에 알게 해 주는 벤허의 대표적인 명장면이다. 우레와 같은 함성, 흙먼지를 뚫고 질주하는 경주마들 뒤로 튀어 오르는 전차 바퀴와 나뒹구는 기수, 콜로세움을 꽉 채운 열기.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오래 전에 이 영화를 봤었다. 벤허는 1959년 영화로 제작되어 상영된 이후 우리나라에는 1962년에 비로소 상영되었다. 최초 상영 이후 이 작품은 거의 10년 주기로 매년 재개봉되어 상영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년 전(2016년)에는 근 50여 년 만에 새롭게 리메이크 되어 개봉되기도 했었다. 역사상 걸작,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 잊을 수 없는 탁월한 수작으로 평가 받고 있는 벤허, 영화가 아닌 책으로 만나는 벤허는 어떤 느낌일까? 시간의 제약 상 영화에서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부분을 책을 통해 고스란히 그리고 온전하게 알 수 있다.





“6배!”

메살라가 외쳤다. 큰 함성이 터졌다. 메살라가 반복해서 말했다.

“6배로 합시다. 6대 1. 로마인과 유대인의 차이가 그 정도는 되지.”

거액의 내기 소식이 밤거리로, 도시 전체로 퍼졌다. 말 네 필과 누워 있던 벤허도 소식을 들었다.

메살라의 전 재산이 아슬아슬해졌다. 그는 잠들었다. 처음으로 단잠을 잤다.(p. 507)

전차들이 코스를 돌자 함성이 커졌다. 흰색이 주류를 이룬 반환점 부근 관중석에서 사람들이 꽃을 던지고 열렬히 환호했다.

“메살라! 메살라!”

“벤허! 벤허!”

동방의 눈들이 그와 메살라의 경주를 지켜보고 있었다.(pp. 512~513)





이 작품은 저자인 월리스가 그리스도교에 조사하고 연구하며 이해한 내용을 소설의 형식으로 빌어 쓴 작품이라고 한다. 허구 인물인 유대인 귀족 벤허를 내세워 그의 상세한 모험을 다루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예수님의 이야기가 깔려 있다.

친구 메살라의 음모로 갤리선의 노예 신세로 전락한 벤허는 우여곡절 끝에 로마 사령관의 양자가 되어 높은 신분을 회복하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되고 마침내 오랜 숙적인 메살라와 전차경주를 벌여 복수를 한 후, 나병에 걸린 어머니와 여동생 때문에 마음에서 증오를 몰아내지 못하지만 예수님에 대해 알아가며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난다.(p. 780)




소설 벤허는 같은 유대인이며 연령이 비슷한 예수의 이야기와 나란히 전개되는데, 벤허의 삶과 예수의 삶을 병행하여 보여주면서 지극히 세상에 속한 벤허라는 한 인물이 영적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루 월리스는 부지런하면서도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그의 직업은 작가, 군인, 법률가, 정치가 등으로 화려하다.

사실 이 중에 한 가지만 하기에도 버겁고 힘들텐데, 그는 이 어려운 걸 다 해 내었다. 월리스는 1878년 뉴멕시코 주지사로 임명되어 그곳에서 행정을 돌보면서, 이 작품을 탈고하였다고 한다.

벤허는 1880년 출간되었는데 처음에는 비평가들로부터 냉대를 받고 대중들에게도 외면을 받은 책이었다. 하여 출간 초반에는 판매량이 부진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판매량이 점차 증가했고, 서서히 대중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으면서

도서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더니, 종내에는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벤허는 1936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출판될 때까지 무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국 소설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작품이다. 780페이지, 페이지마다 글자들이 빼곡히 가득한 책, 근 8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벤허, 인고를 세월을 견디며 이 작품을 쓴 사람도 있는데, 스토리를 구상하면서 쓰는 거에 비하면, 800페이지 정도 읽는 건 그저 누리는 호사가 아니겠는가?





벤허는 출간된 지 이미 100년이 넘었고, 몇 차례 영화로 제작된 베스트셀러 중의 베스트셀러 작품이다.

명작 영화와 함께 비교하며 읽는 재미, 이게 책으로 만나는 벤허의 또 다른 재미이자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된다.

대작 벤허와 함께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독서의 즐거움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성서에 단편적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모티프로 하여 방대한 이야기로 엮어낸 이 작품은, 장면마다 등장하는 세부 묘사가 너무도 세밀하여 마치 눈앞에 그려질 듯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저택의 모습, 갤리선, 전차경기장, 사막의 풍경, 예루살렘 거리의 모습 등 마치 독자가 장면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입체적이고 생동감이 넘친다. 그런데 놀랍게도 월리스는 예루살렘은커녕 로마나 중동에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자료에 의거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소설이 발표되고 난 후 터키 공사로 재직하며 작품의 배경이 된 곳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자기가 묘사한 부분들을 하나도 고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정확했다는 것을 알고 기뻐했다고 한다.





19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역사소설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성서를 배경으로 하는 다른 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미쳤으며, 연극으로 각색되어 브로드웨이에서 20년 이상 장기 상연되었다.

1959년 MGM 영화사에서 제작한 영화는 수천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1960년 아카데미 11개 상 이라는 역사상 최다 수상을 이룸에 따라 책 판매량도 다시금 증가하였다. 또한 소설로서는 교황 레오 13세의 축성을 받는 최초의 영예를 얻기도 했다. 소설 원작과 연극, 영화의 성공으로 벤허는 수많은 상품을 만들어내는데 활용되는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 아이콘이 되었다.


저자 : 루 월리스


미국의 작가, 군인, 법률가, 정치가. 1827년 인디애나 주 브룩빌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부터 시와 짧은 소설들을 쓰기 시작했다. 사냥과 낚시를 즐기는 숲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대담한 행동력과 낭만적 기질과 혈기왕성한 행동력의 소유자로, 1845년 멕시코와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자 아직 학생임에도 스스로 의용군을 모집해 출정하려 했고, 이에 반대한 아버지가 학비 지원을 중단하자 열여섯의 나이에 자립하여 지방신문 기자로 취직하는 등 사회참여 의식이 활발한 청년이었다.

서른 살 때 주의회 의원으로 선출되었으며, 1861년 남북전쟁 시에는 인디애나 주 연대장으로 출정해 도넬슨 전투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같은 해 샤일로 전투에서 많은 희생자를 내어 격렬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후 변호사로 일하며 글을 쓰기 시작해, 1873년 역사소설 『아름다운 신(The Fair God)』을 출간했다. 이 작품은 2년 동안 15만 부가 팔릴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5년간의 광범위한 자료 조사와 집필 과정을 거쳐, 1880년 『벤허』를 세상에 내보냈다. 출간 직후 비평가들의 반응은 미미했으나 점점 대중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판매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6)가 출판될 때까지 50년 동안 미국 소설사상 최대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다. 또한 소설로는 처음으로 교황의 축성을 받은 기념비적 작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벤허』에 감명받은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으로부터 터키 주재 공사를 임명받아 4년 동안 임무를 수행했고, 귀국하여 강연과 저술 활동에 힘썼다. 1893년 또 다른 역사소설 『인도의 왕자(The Prince of India)』를 출간했으며, 1905년 자서전을 집필하던 중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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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것들의 세계사 - 자본주의에 숨겨진 위험한 역사, 자본세 600년
라즈 파텔 외 지음, 백우진 외 옮김 / 북돋움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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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것들의 세계사』에서 말하는 '저렴'이란 무엇인가. '저렴하다'는 사전적으로 '물건 따위의 값이 싸다'는 의미다.

자본주의는 생명 생성 관계에 값을 매겨 생산과 소비의 회로 속으로 집어넣고, 그 회로 속에서 이들 관계는 가능한 한 낮은 비용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저렴화는 셈해지지 않던 생명 생성 관계가 가능한 한 적은 화폐 가치로 바뀜을 뜻한다. 간략하게 말해 자본주의가 위기를 일시적으로 벗어날 수 있게 하고 생명력을 지속시킬 수 있게 하는 전략이라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저렴화'다.

자본은 계속해서 교환되고 순환되어야 자본의 역할을 하는 것이고 일이 잘되면 이윤이 발생하고 더 많은 노동력과 기계, 원자재에 투자한다.

노동력의 저렴화는 노예 제도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현대에도 노예 제도와 비슷한 대량 생산 농장들이 있다. 노예는 사회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 취급받으며 투자자들에겐 더 많은 일손을 찾아야 했고, 그래서 가능한 한 값싸게 노동자를 가르치고 유지해야 했다. 게다가 노예들뿐만 아니라 군인, 사무원, 선원의 임금은 값이 매겨지고 현금으로 몫이 치러진다. 현금에 의존한 이러한 고용은 자본가의 힘을 크게 했다.





자본주의가 생각하는 생명은 어떤 것일까?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에서는 콜럼버스가 있었던 시대의 신세계 탐험에서부터 시작한다. 당시 탐험가들은 식민지를 찾았고 식민지에 살고 있던 토착민 여성을 유린하거나 살해했다.

이렇게 무력을 사용하기도 하면서 저항도 받았다. 그 뒤에도 여성이나 임금노동자, 토착민, 심지어 지배 계급의 일원까지도 복종하라는 압력에 맞서 싸웠고 자본가들도 이런 저항에 대응해 새로운 프런티어를 개발했다.

그리고 스페인이나 영국은 식민지의 노동력이나 토지에 관심을 두었다. 당시 농장의 지주들은 대규모 토지 소유, 소작농과 그에 딸린 장인 등을 통해 운영하여 토지와 노동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는 생각하지 못했던 자본주의의 전략과 저렴화에 대해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는 담대한 역사서인 동시에 도발적인 사회과학서다. 자본주의는 18세기 산업혁명의 영국이 아니라 15세기 대서양의 섬에서 시작되었다는 관점에서 유럽과 신대륙의 역사를 다룬다.

자연, 돈, 노동, 돌봄, 식량, 에너지, 생명, 이 일곱 가지를 저렴하게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거래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자본주의의 오랜 전략이었음을, 그 작동의 원리를 각 장에서 파헤친다.

‘자본주의는 세계를 싸구려로 만듦으로써 작동해왔다’는 저자들의 메시지는 기후 위기, 극단적 불평등, 금융 불안 같은 현재의 위기가 자본주의가 감춰온 비용이 비로소 우리에게 청구서로 날아들었음을 서늘하게 지적한다.

이들 위기는 별개의 해법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라는 총체를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재구성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세계의 역사를 하나의 시선으로 꿰뚫는 지적인 충만함을 넘어 현재의 세계를 관통하는 문제의 근원을 직시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이 한 권으로 탁 트인 시선을 갖출 수 있다.





지구의 미래, 인류의 앞날에 적신호가 켜졌다. 기후 변화, 기후 위기를 넘어 기후 비상사태라 부르기 시작했고, 불평등이 극단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해결의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전 세계적인 새로운 위기 요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 세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가. 문제는 절박하고 해답은 미약하다.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것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런 면에서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는 이 '시계 제로'의 시대를 담대하게 진단하고 처방하는 책이다.

약 1만 2천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시기를 지질학적으로 홀로세라고 부른다. 그중 최근 2천 년을 따로 떼어 인류세(Anthropocene)라고 부르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구 환경의 변화에 인류가 크게(그리고 나쁘게) 영향을 끼쳐왔기 때문이다.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의 저자 라즈 파텔과 제이슨 무어는 여기서 더 나아가 현재를 인류세가 아니라 자본세(Capitalocene)라고 명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지상주의에 중독된 사회에 통렬한 비판을 가하며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던 《경제학의 배신》의 저자 라즈 파텔, 생태학과 자본주의를 결합한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제이슨 무어는

이 책에서 “1400년대 이후의 역사를 자본세로 부름으로써 자본주의를 경제 시스템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나머지 지구 생명망의 관계를 엮는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자본세 600년의 역사가 어떻게 구축되었는지, 그 자본주의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파고든다.

원제 ‘A History of the World in Seven Cheap Things-A Guide to Capitalism, Nature, and the Future of the Planet’이 가리키듯 일곱 가지 저렴한 것들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바로 자본주의와 자연을 제대로 이해하고 지구의 미래를 가늠하도록 안내한다.

이 지적 여정의 목적지는 명확하다. “세계 생태계(world-ecology)라는 개념 속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의 기원과 진화,

불평등의 재생산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명호,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함으로써 “21세기 들어 절체절명의 위기에 맞닥뜨린 인류의 처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홍기빈,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하고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를 자문”(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하는 힘을 담았다.





이 책에서 주로 쓰이는 개념들을 먼저 짚어보자. 저자들은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를 세계 생태계, 저렴함, 프런티어라는 개념을 도구로 설명한다. 세계 생태계는 세계 체제라는 익숙한 개념에서 나아가 “자본주의가 무한 축적이라는 힘에 추동되어 프런티어를 지구 전역으로 확장한 생태계”라고 정의한다. 세계의 폭력적이고 착취적인 관계가 다섯 세기 전 자본주의에 뿌리를 두고 현재까지도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다.

이 책은 자연, 돈, 노동, 돌봄, 식량, 에너지, 생명 등 일곱 가지 저렴한(cheap) 것들의 역사에 주목한다.

저렴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가능한 한 적은 보상을 주고 동원하는 폭력”이다. 이전에는 셈해지지 않았던 것까지 화폐가치로 환산해 가능한 한 적게 값을 매기는 전략이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의 역사는 이 모든 것을 더 저렴하게 만든 역사다.




그러나 노동이건 돌봄이건 에너지건, 모든 것에는 돈이 들고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이 든다. 여기서 프런티어가 등장한다. 프런티어는 바로 그 “새로운 저렴한 것들을 확보할 수 있고 인간과 다른 자연의 저렴한 노동을 강제할 수 있는 장소”다. 즉 권력이 작동하면서 이윤을 창출하는,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장소다.

자본주의는 이 프런티어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더 많은 곳으로 확장하면서 이윤을 창출한다.

이 책은 이러한 개념 도구들을 사용해 일곱 가지 저렴한 것들의 역사를 들춰 자본주의 600년 역사를 낱낱이 살핀다.

이 지적이고 담대한 여정은 결국 자본주의라는 세계 생태계가 현재의 우리 삶을 어떻게 옥죄고 있는지 날카롭게 포착한다.





저자들은 미래의 지적인 생명체들은 인류의 흔적으로 플라스틱과 함께 닭 뼈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닭을 꼽은 이유가 있다. 닭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육류다. 그런데 이 닭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유전자를 조합해 가슴 근육을 부풀린 결과물이다. 육계 농장과 사료용 토지에는 공공 자금이 투입된다. 또 막대한 에너지도 싸게 공급된다.

계육 공장은 시급 25센트를 받는 노동자들로 굴러간다. 이 노동자의 86%는 질병을 앓고 있고 대개 가족의 돌봄에 의존한다. 또 이런 시스템 덕분에 닭은 저렴한 식량으로서 다시 노동자들에게 공급된다. 치킨 한 박스에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가 그대로 담겨 있음을 저자들은 날렵하게 포착해 보여준다.

과연 치킨만 그럴까. 저자들은 소빙하기와 흑사병이 봉건제를 무너뜨린 14세기 유럽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서양의 마데이라섬이 설탕 농장으로 만들어진 건 국가, 자본가, 지배 계급이 새로운 이윤의 원천을 찾아나서면서부터였다. 여기서 잉여를 만들 수 있음을 확인한 지배 계급은 ‘신대륙’ 전체로 프런티어를 확장한다. 그 과정에서 모든 것은 저렴해졌다.





이 책은 특히 ‘신대륙의 발견자’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궤적을 좇는다. 그의 흔적을 통해서 자본주의가 구축한 인식 세계의 허상을 보여준다. 사회와 자연, 식민지 개척의 주체와 객체, 남성과 여성, 서구와 나머지, 백인과 비백인,

자본가와 노동자 같은 이분법이야말로 대부분의 인간과 나머지 자연의 생명이 저렴한 것으로서 지배의 대상이 되는 데 기여했음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저자들은 이제 프런티어는 전에 없이 작은 반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는 자본의 규모는 어느 때보다 크다고 진단한다. 그간 세계를 저렴하게 만들며 유지되어온 세계가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생태적인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자연이 결코 저렴한 것이 아님을 깨닫고 있다. 문제를 해결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저자들은 그러므로 이분법의 세계에 갇힌 인식의 틀을 부수는 담대한 상상을 제안한다.

그리고 인식, 보상, 재분배, 재상상, 재창조라는 답을 내놓는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제대로 된 보상이 필요하다. 이는 보상을 받는 사람만이 아니라 누가 지불할지를 따지는 일이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의 이분법과 저렴화 전략이 없는 세계를 담대하게 상상하고 창조할 때 가능하다.





저렴한 자연과 저렴한 노동이 창조되려면 다른 노동이 아무 보수 없이 이뤄져야 했다. 노동을 수행할 신체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이 그 노동의 대부분이었다. 이번 장에서는 이른바 번식 노동, 즉 돌보고 영양을 공급하고 인간 공동체를 양육하는 노동을 살펴본다. 그런 노동은 대부분 무보수다. 그래야 임금노동 시스템 전체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불노동이 없다면, 특히 돌봄 노동이 없다면 임금노동은 몹시 비쌀 것이다.

- p.158

저렴한 식량 모델은 이런 식으로 작동했다. 자본주의 농업 혁명은 저렴한 식량을 제공했다. 노동자들은 더 적은 임금을 받고도 굶어 죽지 않을 수 있었기에 저렴한 식량은 최저임금의 기준을 낮췄다. 프롤레타리아화 규모가 커지면서 결과적으로 고용주들이 받는 임금 청구서는 줄어들었고 착취 비율은 높아졌다. 저렴한’ 노동자들을 보증하는 식량 잉여가 증가하는 한, 축적 자본은 늘어날 수 있었다.

- p.191





저렴한 석유가 왜 그렇게 중요할까? 화석연료 없이는 자본주의를 할 수 없어서가 아니다. 소매업자, 제조업자는 전기가 고대 화석에서 나오든 풍차나 태양 전지판에서 나오든 신경 쓰지 않는다.

저렴한 석유가 그렇게 중요한 것은 태양에너지 체제로 이행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오늘날 자본가들이 여기에 지원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다양한 재생에너지 계획에 분명 돈을 걸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 모든 기업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대규모 전환하는 데 필요한 45조 달러를 내놓을 것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 p.235

인종, 국가, 인쇄 자본주의는 긴밀하게 이어졌다. 저렴한 돌봄과 저렴한 노동을 필요로 한 전략은 인종 서열을 만들고 재생산했고, 그럼으로써 인체는 파악되고 범주에 따라 분류되고 사회와 자연의 경계에서 감시되었다. 국내 질서를 고정해놓고 미래의 민족적인 위대함을 보상으로 제시하는 인쇄물과 이야기는 이런 질서를 유통시켰고 공고화했다.

- p.26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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