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벤허 (1900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 그리스도 이야기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루 월리스 지음, 공경희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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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0여 페이지의 어마어마한 두께에 놀랐다. 소설책이니 읽기야 곧 읽겠지만 스케일이 굉장히 방대한 책을 잘 읽어낼 수 있을까.

좋은 책을 따지기 전부터 두께에 압도당한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푹 빠져 읽기 좋은 책이다는 생각도 든다.

역대 아카데미상 최다수상작 〈벤허〉의 원작 소설 완역본 『벤허(초판본)』이라니 호기심과 함께 독서의욕도 불탄다.

이 책을 읽고 있는 걸 보면 무슨 대단한 연구나 하나보다 하는 지적 허영심도 채워준다. 사실 이 책은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심지어는 원작 소설이 따로 있는지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다. 영화를 여러 버전으로 여러 차례 봤지만 실제 원작을 손에 들어본 것은 처음이라. 800페이지 달하는 소설의 스토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인간에게 과연 신은 어떤 존재인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소설 『벤허(초판본)』가 140년 동안이나 변함없이 회자되는 또다른 이유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이 묵직한 질문 때문이기도 하다.

벤허는 ‘선민의식’으로 무장한 유대인으로서,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 배신자(로마인 메살라)에 대한 복수심을 자연스럽게 ‘유대민족을 짓밟은 로마민족’에 대한 복수로 확장시킨다. 그런데 하필이면 당대 로마민족은 지중해 전역을 지배하는 최강제국의 주인이고, 유대민족의 현실은 극심한 내분으로 작은 땅덩이마저 갈갈이 찢긴 지경이었다.

그러니 벤허는 ‘(유대민족 예언서에 따라 오실) 구원자는 저들을 모조리 때려눕혀줄 정복자일 것’이라고 기대했고, 초라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나타나 온갖 조롱과 비난을 뒤집어쓰고 무기력하게 십자가에 매달리며 ‘나는 영혼을 구원하리니, 너희는 저 너머의 왕국을 바라라’고 말한 자를 인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 그리스도가 죽어야만 하는 이유를 깨닫고 무릎을 꿇는다.

벤허처럼 믿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독자 개인의 선택이다. 다만 ‘믿음의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심도 있는 종교 사상(그리스, 인도, 이집트, 페르시아 등) 및 예루살렘과 중동 지역의 복잡한 정세까지 과감하게 소개되기 때문에, 독자들 개개인이 함께 사색해 보도록 유도한다.

“복수가 신의 것이라니! 그 세월 내내 나는 복수를 꿈꿔 왔는데…….”

“이제 그가 왔으니, 그는 정복자 왕인가 영혼의 구원자인가?”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을 모르니.”



예루살렘 허 가문의 외아들 벤허, 평탄했던 그의 인생은 로마 총독 그라투스의 암살범으로 누명을 쓰면서 큰 돌풍에 휘말린다.

어릴 적부터 절친했던 친구 메살라는 오히려 벤허를 모함하고, 결국 그는 갤리선의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하루아침에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그는 죄인으로 전락하는데......

주인공은 역시 주인공, 로마 총사령관 아리우스의 목숨을 구한 공으로 그의 양자가 되어 화려하게 부활한다.

죄인에서 로마의 부유한 귀족이 되었지만 벤허는 공허함을 느낀다. 죽을 만큼 힘들었던 시절도, 안락한 삶이 보장되는 삶도, 그가 자발적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생이별한 어머니와 누이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영화 벤허를 본 적은 없지만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을 꼽자면 벤허와 메살라의 전차 경기 장면이라 한다.

책에서도 역시 이 장면이 가장 백미다. 메살라의 모함으로 나락으로 떨어진 벤허의 관계는 로마인에게 탄압받는 유대인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유대인 벤허는 온갖 역경에도 굴복하지 않고, 결국 자신을 파괴한 로마인 메살라에게 복수한다. 메살라의 방해공작에도 그는 굴복하지 않는다.

소설 『벤허』의 작가 루 월리스는 이 이야기를 단순히 유대인과 로마인의 대립으로만 풀지 않는다.





복수심으로 가득했던 벤허, 그가 기마대에 끌려갔을 때 물을 건넸던 한 사내가 있었다.

서로 말 한마디 주고받지 않았던 너무도 짧은 장면이라 그저 누군가 억울하고 힘겨운 청년에게 물 한 모금 전해준거라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유다와 마리아의 아들이 처음으로 만나고 헤어진(p183) 의미심장한 순간이다.

예루살렘의 왕자 ‘벤허’와 유대인의 왕이 처음 조우했을 때, 그들의 인연은 그저 바람에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벤허가 예수를 다시 찾아 헤맬 때, 그는 큰 꿈이 있었다. 유대인을 핍박한 로마를 무릎 꿇게 하는 것, 하지만 유대인의 왕 나사렛사람은 너무도 보잘 것 없었다. 십자가형에 처한 그가 진정 구원자인가.

어째서 그 낙원은 이승에 없는 것인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여전히 불신 가득했지만 벤허는 다행히 깊은 감명을 받은 것 같다.





복수극으로 끝낼 수 있는 소설에 종교적 의미까지 더하다니, 엄청난 스케일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을 떠나고 여전히 신실하고 부유한 벤허는 저만의 방식으로 그리스도를 섬기며 살아간다.

이 내용을 이렇게 연결하다니, 작가의 작품 구상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무려 800페이지에 육박하는 대작이지만 짜릿한 복수극은 모두를 열광하게 하지 않는가,

중동 지역의 해묵은 원한의 기원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세계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소설을 다 읽고 다니 3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 벤허가 궁금해진다.

책에서의 감동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종교와 상관없이 한번쯤은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정말 강렬하고, 스펙타클하다.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과 고단한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명작이다.

이 책이 처음 출판된 이후 근 140년이 가까운 세월동안 전 세계 다양한 독자층의 관심과 주목을 받으며 꾸준히 애독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벤허하면 떠오는 장면이 있을 것이다. 맞다. 바로 멋진 전차 경주 장면이다. 이 장면은 영화를 봤건, 보지 않았건 이 작품이 벤허임을 대번에 알게 해 주는 벤허의 대표적인 명장면이다. 우레와 같은 함성, 흙먼지를 뚫고 질주하는 경주마들 뒤로 튀어 오르는 전차 바퀴와 나뒹구는 기수, 콜로세움을 꽉 채운 열기.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오래 전에 이 영화를 봤었다. 벤허는 1959년 영화로 제작되어 상영된 이후 우리나라에는 1962년에 비로소 상영되었다. 최초 상영 이후 이 작품은 거의 10년 주기로 매년 재개봉되어 상영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년 전(2016년)에는 근 50여 년 만에 새롭게 리메이크 되어 개봉되기도 했었다. 역사상 걸작,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 잊을 수 없는 탁월한 수작으로 평가 받고 있는 벤허, 영화가 아닌 책으로 만나는 벤허는 어떤 느낌일까? 시간의 제약 상 영화에서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부분을 책을 통해 고스란히 그리고 온전하게 알 수 있다.





“6배!”

메살라가 외쳤다. 큰 함성이 터졌다. 메살라가 반복해서 말했다.

“6배로 합시다. 6대 1. 로마인과 유대인의 차이가 그 정도는 되지.”

거액의 내기 소식이 밤거리로, 도시 전체로 퍼졌다. 말 네 필과 누워 있던 벤허도 소식을 들었다.

메살라의 전 재산이 아슬아슬해졌다. 그는 잠들었다. 처음으로 단잠을 잤다.(p. 507)

전차들이 코스를 돌자 함성이 커졌다. 흰색이 주류를 이룬 반환점 부근 관중석에서 사람들이 꽃을 던지고 열렬히 환호했다.

“메살라! 메살라!”

“벤허! 벤허!”

동방의 눈들이 그와 메살라의 경주를 지켜보고 있었다.(pp. 512~513)





이 작품은 저자인 월리스가 그리스도교에 조사하고 연구하며 이해한 내용을 소설의 형식으로 빌어 쓴 작품이라고 한다. 허구 인물인 유대인 귀족 벤허를 내세워 그의 상세한 모험을 다루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예수님의 이야기가 깔려 있다.

친구 메살라의 음모로 갤리선의 노예 신세로 전락한 벤허는 우여곡절 끝에 로마 사령관의 양자가 되어 높은 신분을 회복하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되고 마침내 오랜 숙적인 메살라와 전차경주를 벌여 복수를 한 후, 나병에 걸린 어머니와 여동생 때문에 마음에서 증오를 몰아내지 못하지만 예수님에 대해 알아가며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난다.(p. 780)




소설 벤허는 같은 유대인이며 연령이 비슷한 예수의 이야기와 나란히 전개되는데, 벤허의 삶과 예수의 삶을 병행하여 보여주면서 지극히 세상에 속한 벤허라는 한 인물이 영적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루 월리스는 부지런하면서도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그의 직업은 작가, 군인, 법률가, 정치가 등으로 화려하다.

사실 이 중에 한 가지만 하기에도 버겁고 힘들텐데, 그는 이 어려운 걸 다 해 내었다. 월리스는 1878년 뉴멕시코 주지사로 임명되어 그곳에서 행정을 돌보면서, 이 작품을 탈고하였다고 한다.

벤허는 1880년 출간되었는데 처음에는 비평가들로부터 냉대를 받고 대중들에게도 외면을 받은 책이었다. 하여 출간 초반에는 판매량이 부진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판매량이 점차 증가했고, 서서히 대중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으면서

도서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더니, 종내에는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벤허는 1936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출판될 때까지 무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국 소설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작품이다. 780페이지, 페이지마다 글자들이 빼곡히 가득한 책, 근 8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벤허, 인고를 세월을 견디며 이 작품을 쓴 사람도 있는데, 스토리를 구상하면서 쓰는 거에 비하면, 800페이지 정도 읽는 건 그저 누리는 호사가 아니겠는가?





벤허는 출간된 지 이미 100년이 넘었고, 몇 차례 영화로 제작된 베스트셀러 중의 베스트셀러 작품이다.

명작 영화와 함께 비교하며 읽는 재미, 이게 책으로 만나는 벤허의 또 다른 재미이자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된다.

대작 벤허와 함께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독서의 즐거움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성서에 단편적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모티프로 하여 방대한 이야기로 엮어낸 이 작품은, 장면마다 등장하는 세부 묘사가 너무도 세밀하여 마치 눈앞에 그려질 듯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저택의 모습, 갤리선, 전차경기장, 사막의 풍경, 예루살렘 거리의 모습 등 마치 독자가 장면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입체적이고 생동감이 넘친다. 그런데 놀랍게도 월리스는 예루살렘은커녕 로마나 중동에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자료에 의거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소설이 발표되고 난 후 터키 공사로 재직하며 작품의 배경이 된 곳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자기가 묘사한 부분들을 하나도 고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정확했다는 것을 알고 기뻐했다고 한다.





19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역사소설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성서를 배경으로 하는 다른 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미쳤으며, 연극으로 각색되어 브로드웨이에서 20년 이상 장기 상연되었다.

1959년 MGM 영화사에서 제작한 영화는 수천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1960년 아카데미 11개 상 이라는 역사상 최다 수상을 이룸에 따라 책 판매량도 다시금 증가하였다. 또한 소설로서는 교황 레오 13세의 축성을 받는 최초의 영예를 얻기도 했다. 소설 원작과 연극, 영화의 성공으로 벤허는 수많은 상품을 만들어내는데 활용되는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 아이콘이 되었다.


저자 : 루 월리스


미국의 작가, 군인, 법률가, 정치가. 1827년 인디애나 주 브룩빌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부터 시와 짧은 소설들을 쓰기 시작했다. 사냥과 낚시를 즐기는 숲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대담한 행동력과 낭만적 기질과 혈기왕성한 행동력의 소유자로, 1845년 멕시코와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자 아직 학생임에도 스스로 의용군을 모집해 출정하려 했고, 이에 반대한 아버지가 학비 지원을 중단하자 열여섯의 나이에 자립하여 지방신문 기자로 취직하는 등 사회참여 의식이 활발한 청년이었다.

서른 살 때 주의회 의원으로 선출되었으며, 1861년 남북전쟁 시에는 인디애나 주 연대장으로 출정해 도넬슨 전투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같은 해 샤일로 전투에서 많은 희생자를 내어 격렬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후 변호사로 일하며 글을 쓰기 시작해, 1873년 역사소설 『아름다운 신(The Fair God)』을 출간했다. 이 작품은 2년 동안 15만 부가 팔릴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5년간의 광범위한 자료 조사와 집필 과정을 거쳐, 1880년 『벤허』를 세상에 내보냈다. 출간 직후 비평가들의 반응은 미미했으나 점점 대중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판매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6)가 출판될 때까지 50년 동안 미국 소설사상 최대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다. 또한 소설로는 처음으로 교황의 축성을 받은 기념비적 작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벤허』에 감명받은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으로부터 터키 주재 공사를 임명받아 4년 동안 임무를 수행했고, 귀국하여 강연과 저술 활동에 힘썼다. 1893년 또 다른 역사소설 『인도의 왕자(The Prince of India)』를 출간했으며, 1905년 자서전을 집필하던 중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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