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플리 Suppli 6
오카자키 마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면 괜찮았다.  

하지만  한번 느껴버린  온기를 되찾기 위해 

뚫려버린 구멍을 메우기 위해 

"그것만을 위해서 살아도 좋아." 

 

+++ 

물속을 헤엄치는 후지이는 무엇이든 붙들려고 한다....섹스를 하면 안심이 된다.  

남자에게 전화를 해서 묻고싶은게 많지만 일에 파묻히는 걸 택한다. 

강아지를, 안아올리며 안도한다. 

남자, 사하라는 그런 그녀를 알아챈다. 자신과 같은 종류이므로.  

글쎄 만화처럼 쿨한 관계라면, 즉 일상에서 구질구질하게 엮이는 현실이 아니라면 

직장 동료와도 쉽게 빠져드는 여자들이 많겠지. 자신을 붙들 무언가를 위해. 

 

붙들 것을 찾아 헤매는 그녀를 이해하고, 애처롭다... 

 

 

 묘한 경쟁자 관계였음에도 술 친구가 되어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위하고 의지가 되는  

직장동료 세 여자, 타나카 미즈호, 와타나베, 유기 요우코도 재미 있는 관계이다. 

요즘은 후지이가 그 모임에 못 나가고 있지만 ^^& 

서플리 1~3권 리뷰를 쓴 줄 알았더니 안썼더라. 아쉬워라. 내용을 많이 잊었다. 

지금 6권에는 옛 상사가 나온다. 모든 것을 버리고 일을 택한 여자. 그러나 결국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고 한직으로 물러난 여자. 후지이가 "저렇게는 살지 않겠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렇게 살아가고 있고, 심지어 갓 입사한 파릇파릇한 신입 여사원은 언젠가 자신이 그랬던 것과 같은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 

 

/ 작가가 영민하며 등장인물들도 영민하다. 타인을 잘알아차린다. 안도한다. 편하다. 

비현실적이면서도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의 예민함을 보는 듯 하다.  

타인을 잘 알아차리는 사람은 배려를 잘한다.  

 

아아 사람들 앞에서 펑펑 울면 기분 좋을 것 같아. 

중요한 것일지도 몰라. 자기 자신을 위해 이렇게 제대로 울 수 있다는 건. 

 

아저씨화하는 게 일하는 여자의 진화형이라고 생각했는데  

생물학적으로는 퇴화야. 

울 수 있는 여자가 더 강해. 과거를 돌이켜보면 웃음밖에 안 나오는 여자보다. 

-후지이가 사하라를 쫒아다니던 나오라는 여자애의 눈물 앞에 하는 생각. 

칫. 젊다는 이유로 용서 되는 게 정도가 있지.  

좋아하는 감정만으로 사람 곤란하게 밀어붙이고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눈물 흘리고, 

이.기.적.인 "나오"라는 캐릭터 재수 없다. 

같은 여자라서 동정할 수는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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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리 Suppli 5
오카자키 마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신입이란 것만으로 아저씨들은 술렁술렁하게 되지. 아무래도 의욕이나 꿈이나 분노까지 적극적이고 반짝 거리니까."

"고마워, 일."

관계 후 말도 없이 미국으로 3주 출장을 떠난 사하라가 보낸 엽서. "깨끗하고 아름다운 하늘 사진.
편지라고 하는 건 며칠 전에 그 사람이 자신을 생각해주었다는 증거."

"그래도 난 그걸로 돈을 받고 있어. 그 돈으로 옷을 사고! 밥도 먹을 수 있규 책도 사고 CD도 사고 화장품도 사고 있어.
이 일이 내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있어!
날 완성해주고 있어! 한 여자를 만들고 있어! 사무직을 무시하지 마! 


난 신입인 아마노 씨보다 월급이 낮아. 회사의 평가액은. 분해.

이 남자의 핀트가 어긋난 위로는 조금 여자를 구원한다. 구원받고 싶어..." 

-대략 경리 일을 보는 와타나베의 대사


"깎여나간다. 일이라고 하는 건 "100% 좋아하는 일"이 가능할 리 없다.
젊을 때는 일이란 것은 하면 할수록 경험이 축적된느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에는 두 가지가 있다. 경험이 축적되어가는 것과 자신이 마모 되어 가는 것.
천천히 자신의 몸을 마찰하듯이. 급료는 성과가 아니라 이런 소모에 대한 대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와 만났을 때의 대응
1. 아무 말 없이 사라진 것을 비난한다.
2. 집에 있던 여자에 대해 추궁한다.
3. 끌어안는다.

가장 좋지 않은 선택입니다.

-공항에서 곧장 와버린 사하라와 만난 후지이...

5권, 음미의 맛. 

골방에 처박혀 만화만 그리는 만화가들이 담아내지 못하던 이야기. 

세상에 섞이지 못한채 사랑 타령이나 하던 만화가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만화가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내가 생각했던 것과 같은 말을 함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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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리 Suppli 4
오카자키 마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만화 서플리는 표지가 참 감각적이다. 색깔도 그렇고 그림도 그렇고 

차분하고도 슬픔을 머금은듯 사람을 끈다. 

 4권은 내용이 전반적으로 좋다. 1권은 좋았으나 2~3권에서 좀 실망을 해서 계속 읽는 게 꺼려졌는데. 

 우유부단한 남자 오기와라 사토시가 드디어 떠난다. 후지이와 사귀면서도 늘 타나카 미즈호에게 휘둘리는 그 남자 참 싫었다. 미즈호는 오기와라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악몽을 꾸면 머리맡에 와서 먹어 치우는 "맥"(상상속의 동물)을 닮은 것이 사토시라고. 직장 생활을 할 수록 나쁜 것이 쌓여간다. 그것을 먹어치워주는 존재 사토시. 

 사토시가 떠난 후, 물에 잠겨 기둥 하나 붙들고 있는 후지이. 무언이든 붙들고 싶어 잡지 같은 데서 점을 보고 행운의 아이템을 사 모은다. 베이지색이란 이유로 샤방샤방한 원피스를 사고, 그 담엔 스포츠 백이 행운의 아이템이라고 산다.  

그 아가씨에게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남자 "사하라 토오루"가 접근한다.  

사하라는 엄지 손을 치켜들고 자신을 가리키며, "행운의 아이템으로 어때?"라고 묻는다.

인생 살만큼 살아본 유부녀 타나카 미즈호는 이런 말을 한다.  

"사냥은 초식동물을 상대로 하는 거야. 같은 육식 동물끼리는 싸움 밖에 안되거든. 여자를 낚는 낚시 바늘은 잔뜩 갖고 있으면서 여자를 편하게 하는 타입은 아니야. 그 남자. 한 발 내딛었다간 가시밭길이지." 

후훗. 후지이는 이런 타나카가 자신과 같은 처지, 무엇이든 붙들고파 안간힘을 쓰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고 안심하고 위안을 삼는다. 그러면서 쉴 곳, 안식처, 섬을-사하라 토오루라는 남자를- 바라보지만, 그 섬이란 게 섬인 거지.  

사하라는 미안하다는 말보다 고맙다는 말이 좋다고 한다. 자신에게는 사과할 필요가 없다, 고 말한다. 아끼는 사이일수록 사과가 필요하지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그 마음은...

 

가슴에 진흙과 돌을 잔뜩 넣은 동화속 늑대 같은 자신, 날카로운 가위를 들고 있는 자신. 하지만 사랑 하나로 그의 곁에 머무는 그녀, 유기.

  

역시나 20대 후반 즈음의 여자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만화책. 사랑과 직장에 대한 이야기가 버무리, 버무리 된 책. 묘사와 그에 해당하는 그림, 설명. 이해.  

여자들이 똘똘뭉쳐 서로의 힘이 되는 모습, 좋더라.  

 여튼 후지이의 진짜 남자는 어디 있는 건지. 내심 이시다와 잘 되기를 기대했는데.. 돌고돌아 올 것인지. 이제 외곽으로 밀려난 이시다. 새로운 남자가 자꾸 등장하고.  

일본 소설이든 만화든 요즘, 불륜이란 단어가 넘쳐서 싫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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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기담집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난 하루키를 싫어한다. 취향이 그러하다. 

상실의 시대를 읽고 그러했다. 책을 읽고 나니 사람들이 왜 그 책을 읽은 후 자살을 많이 했는지 알겠더라.  

그것은 매력적이지도 않고 아름답거나 슬픔의 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허무에 가까웠고, 어딘지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반면에 한 단편집은 좋아했다. "치즈 케이크 모양을 한 나의 가난"이었던가? 

 

그런 단편이 실려 있던. 사람 냄새 나고 아련함이 있는 다정한, 옛 시간의 아름다움. 타인의 삶이지만 나 역시 훈훈한 마음으로 미소짓게 되는. 그 책은 좋았다. 

 

그 단편집이 좋았음에도 하루키는 내가 안좋아 하는 작가로 분류 되어 굳이 그의 책을 집어들진 않는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이 책을 들게  되었다. 

 

소감. 얻을 게 없잖아? 어쩌라구? 이것도 활자공해 아닐까. 필요 없는 책이 왜 세상에 나와 있는 걸까? 이런 생각  ㅡㅡ;; 

내가 막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읽었더라면 조금은 얻는 게 있을까? 이미 자라버린 나에겐 무의미한 것들. 

 물론 어느 부분들은 새겨 들은만도 하나 동전을 줍겠다고 연못 바닥을 훑고 다닐 수는 없는 일이다. (소모적이다)

  

기담이라 하지만 별로 기이하지도 않고... 이건 내가 괴담이나 더 많은 기이한 이야기에 익숙해서는 아니다. 하루키가 내 놓는 기담들은 별로 기이하지도 않고 생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거나 느끼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하루키가 겪었다는 이야기가 기이했다. 

좋아하는 연주자의 연주를 직접 듣는데 그 연주가 그날 따라 별로였고, 하루키는 속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곡이 연주됐으면... 하고 바라는데, 연주자가 마지막으로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곡 두 개를 연주했다는 것. 유명하지도 않은 곡이었는데! 

10시 4분전이라는 음반을 사서 나오다가 어떤 청년이 시간을 묻기에 무심코 시계를 보며 답했는데, 그때가 "10시 4분 전"이었다 던가. 

 

이런 이야기는 우리가 운명의 선 위에 서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피아노 조율사가 만난 여자의 귓불에 점이 있어서 오래 전에 다투고 연락이 끊긴 누나를 생각했는데, 누나에게 연락을 해보니 누나 역시, 귓불에 점이 있던 그 여자처럼 유방암이라던 이야기.

이건 기이하긴 하지만 교차하는 우주의 질서 속에 있다는 느낌은 덜하다. 

누나처럼 귓불에 점이 있는 여자가 나타난 것은, 다시 동생과 연락하고 싶어 하던 누나의 마음이 보낸 존재라는 것인가, 하늘의 도움이라는 것인가? 그냥 우연 같고, 일반인이 겪기에 약간 기이한 정도.    

 

'날마다 움직이는 신장석'과 '시나가와 원숭이' 편이 조금 눈에 들어오는 정도다. 

시나가와 원숭이는 어린아이 보다는 크고 어른 보다는 작은 몸집에 잿빛 털이 나있고,  

사람처럼 말을 한다. 

그리고 그 원숭이의 못된 습관은 이름을 훔치는 것. 마음에 드는 이름을 발견하면 견디기 어렵고,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만이라도 갖고싶어 하고. 

이름을 훔칠 때 그는, 이름 뿐 아니라 그 이름에 깃든 나쁜 점도 함께 가져간다!  

 

하지만 원숭이가 이름을 훔쳐서 자신의 이름을 잊는다니 ㅡㅡ;; 

말이 되면서도 어불성설이다. 차라리 본인이 본인의 아픔을 외면하기 위해서 이름을 자꾸 잊는다면 모를까. 이 이야기가 재미 있으려면 뭔가가 달라야 한다. 

 

실제 들은 이야기들을 옮기면서도 주인공이 드러나면 안되니 각색을 하였다 했다. 

차라리, 소설가 답게 기본 줄기 이외에 많은 부분을 창작해냈으면 훨씬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부유하고 여유롭고 돈이 있으니 사람들로 부터 멀찍이 떨어져서 차가운 태도로 우아함을 지키는 작가, 그 작품 속 인물들이 나는 싫다.  

하루키는 어떤 곡들의 이름이라던가 하는 것을 작품 속에 많이 적는 사람이다. 꼭 옛날 외국 작가들이 그러했듯. 

하지만 그가 적어내는 곡명에 그 곡을 떠올리고 작품속에 그 곡의 느낌을 받는 사람이 아닌지라, 난 싫다. 그의 작품을 향유할 사람은 따로 있다. 그래서 난 그게 싫다. 내가 모르는 곡들, 그 분위기를 이해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작가가 우아한 몸짓으로 일부의 사람들과만 소통하겠다는 태도가 싫다.  

게다가 하루키는 쓸데 없이 세세하기도 하다. 여자 작가도 아니면서, 그렇게 세밀하게 묘사한다고 이해가 잘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집중을 해친다. 

이를 테면 자동차에 대한 설명. 글 속 여자가 차를 끄는데 그에 대한 설명으로 정확한 자동차 이름을 적고, 색상을 적고, 오토인지 아닌지, 그리고 그외는 어떤지 뭐 이런 것까지 적는다. 강박증 환자처럼. 그 세세한 설명이 차 주인에 대한 묘사의 일부라면 공감하지만 그게 아니라서. 그의 그런 설명법은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 

책 마지막에 어떤 교수라는 사람의 추천사가 있다. 실소한다. 추천사에도 어떤 감명을 받았다는 것은 없다. 다만 줄거리 요약이 있을 뿐. 얼마나 할 말이 없으면 추천사에 줄거리 요약만 하고 있겠는가?  추천사라는 것들이 별 볼일 없기 일쑤이면서 내용 정리 일색인 경우도 있지만, 시집도 아니고, 소설에서 이렇게 줄거리 요약만 한 추천사는 처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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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홀릭 2 - 변호사 사만타, 가정부가 되다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그의 차분한 시선을 마주보고 있자니 갑자기 가슴에 낚시 바늘이 걸린 듯하다. 이 끌림...... 그에게 말하고 싶다. 모든 짐을 내려놓고 싶다.  내가 누군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지.

-나다니엘을 보면서


"제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제 목표가 뭔지 ...... 제 인생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무것도."

"상관 없어. 모든 답을 다 알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닦달하지 마.
항상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어. 비전을 갖고 있을 필요도 없고,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 필요도 없어. 때로는 자신이 다음 순간에 무엇을 할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아이리스와의 대화

내 머리는 나다니엘의 가슴에 얹혀 있고 그의 심장 뛰는 소리가 은은한 시계 소리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햇살은 내 살갗 위에서 뜨겁다. 지금이 몇 시인지 전혀 모르겠다. 시간 감각을 모조리 잃어버렸다.

"제 말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변호사님은 유일하게 제 말을 귀담아들어 주신 분입니다."

인생을 망치는 일이라는 건 없다. 알고보면 인생은 회복력이 무척 뛰어나다. 
 

 

/// 

 

마음에 닿기도 하고 추리물 비슷하게 약간 흥미진진해지기도 하고 

로맨스란 단어가 어울리게 연인의 모습을 잘 담아내기도 하고. 

휴가철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좋겠고. 

 

(그런데 1권은 정말 비추다. 2권과 너무 대비 되는 삭막함. 의미 없는 내용. 줄거리만 안다면 1권은 건너뛰어도 좋다. 뭐 그 삭막함 등에 심하게 공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녀가 변호사를 그만 둔 것은 축하한다. 

나다니엘과 함께인 것도 축하한다. 

가정부 일을 계속 하기로 한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본다. 

 평생 집안일에서 만족감을 얻을 수 없잖아. 

 

그녀가 다른 일을 찾고 조금 덜 바쁘고, 조금 더 자신을 위해 살며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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