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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 희망을 찾는 법
캐서린 메이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1월
평점 :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낭만적인 계절, 겨울이 왔다.
추운 것을 싫어하고 물놀이를 좋아해서,
겨울이 오면 따뜻하고 이국적인 곳으로 날아가 하릴없이 놀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호사를 누리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운 때.
지구에서 사는 인간 대부분에게는 길고 긴 윈터링같은 팬데믹이
언제 끝나려나...
끝나긴 하려나... 싶어 조금 우울해지다가도
인간이 위기의 지경까지 내몬 기후라 할지언정
더위가 가면 추위가 왔고, 추위가 가면 더위가 왔다는 것을 떠올리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해본다.
겨울. 12월.
바빠지는 사정과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 해와 계절이 마지막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한가롭게 여행 따위를 얘기했지만 발 등에 떨어진 불이 어깨까지 타오르고 있다.
일도, 건강도, 마음도 메마르고 앙상한 가지처럼 피곤함을 더할 뿐이다.
나의 노력이나 마음 챙김도 끊임없이 몰려오는 외부의 칼바람 앞에는
점점 움츠러들 뿐이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의 저자 캐서린 메이도
웅크리고 버텨내야 했던 시간을 보낸 사람이다.
9월 인디어 서머 시즌부터 다음 해 3월까지 '겨울철'을 보내는 동안
저자에게 일어난 일을 회고록처럼 담담하게 기술한다.
남편의 맹장염, 자신의 건강 이상, 실직, 아들의 등교 거부 같은,
딱히 이유 없는 시련의 연속은 평범한 사람에게 언제고 들이닥칠 수 있는 일이다.
무시해 왔던 작은 신호가 눈처럼 쌓이다가 그 무게를 못 이기고
몸과 마음이 털썩 주저앉고야 마는 인생의 그런 시기들을 '윈터링'라 했다.
겨울나기, 월동은 동물이나 식물 등이 겨울을 견디고 나는 일이다.
인간처럼 보일러, 냉장고, 에어프라이기, 인덕션, 패딩이 없는 그들이
춥고 먹을 것도 없는 혹독한 겨울이라는 계절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방법은,
겨울이 오기 전에 마련해 두었던 식량이나 체지방을 조금씩 꺼내어 먹으며
온기를 아껴가며 봄이 올 때까지 둥지에서 버티고 살아남는 것이다.
인간은 계절의 한계를 기술로 정복하였지만 인생의 혹한기는 다양한 형태로 온다.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거부당하거나, 대열에서 벗어나거나,
발전하는 데 실패하거나, 아웃사이더가 된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 그것이다.
감정이나 건강의 문제는 정말이지 치명적인데,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해결되지 않고
자신이 만든 생활의 습관, 생각의 패턴을 꾸준하고 오랫동안 고치지 않으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인생의 윈터링을 맞이 한 저자는 한탄하고 절망하기보다는
겨울을 이해하기 위해 온몸으로 겨울을 체득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를 선택했다.
'8월부터 월동 준비를 하는 핀란드 사람들,
11월부터 1월 사이에 햇빛을 보지 못하고 사는 노르웨이 트롬시 지역 사람들,
병과 실패, 고립과 절망을 겪으며 스스로를 쇄신한 사람들,
자연계의 무자비한 섭리에 가장 긴밀히 맞닿아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
겨울을 준비하는 법, 겨울을 견디는 법, 봄을 향해 도약하는 법을 알아본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감정이 깊어지며, 조용히 용기가 차오르는 기분이 든다.
나만 맞는 비, 나에게만 몰아치는 눈보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고 시야가 넓어지며 다른 사람의 겨울에도 응원의 마음이 들어온다.
굳어있던 마음과 뻣뻣하던 몸에 봄기운이 감돈다.
겨울을 서둘러 몰아내려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충실히 겪어 잘 보내고,
다시 닥칠 겨울도 무서워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싹을 틔운다.
북유럽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도 함께 든다.
역시 겨울은 책과 여행이다.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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