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댕댕댕 - 제3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웅진 모두의 그림책 37
유미정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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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줄어들어 상상할 폭과 깊이가 더해진 그림책 [물고기가 댕댕댕].


그림책을 보는 시간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마음은 중첩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글밥이 많지 않아 쑥쑥- 페이지가 넘어가는 첫번째 독서.

눈과 마음에 꽉 차게 들어오는 그림에 잠시 멈춤을 즐기는 두번째 독서.

겉표지를 덮어두고 시간이 한 바람 흐른 뒤에 무심하게 집어 들어서

글과 그림, 그리고 내 속에 일어나는 감정과 감상을 즐기는 n차 독서.


그 날의 상황에 따라 다른 마음이 떠오르는 그림책의 매력을 한껏 담아낸

[물고기가 댕댕댕]은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까지 수상한 ^^

유미정 작가의 수묵화 같은 작품이다.


산사의 풍경에 매달려 바람이 부는대로 댕댕- 소리를 내는 작은 물고기.

절에 있는 화려하고 큰 불상이나 목어들도 있는데

작가는 이 자그마한 물고기를 주인공으로 삼았을까? 


바람이 불면, 잠든 물고기의 여행은 시작된다.


늘 그곳에 있기에 눈길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그 기회를 오히려 놓치지 않고

종에 연결된 줄에서 살포시 벗어나 바람을 타고 산등성이를 넘어


숲을 지나며 숲 속 동물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그러다가 생각지도 않은 만남에 독자를 놀라게 하기도 하고 ㅎㅎㅎ



공기 중에 머물던 물고기가 물 속에서 마음껏 유영하기도 하며.



만나는 존재마다 '안녕' 하고 인사하고 '안녕'하고 헤어지는 물고기.

세상을 구경하고 세상을 겪다 비가 그치고 바람이 잠잠해지자

여행을 끝내고 다시 돌아오는 그 여정이

담백하고 아름다우며 청량하며 농도를 달리하는 블루로 눈을 즐겁게 한다.




'댕댕댕'이라는 말이 아쉽지 않게 책 맨 앞장에는 QR코드가 새겨져

소리를 들으며 책장을 넘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정말 좋아!!!)


겨울에 읽었을 때의 느낌과, 여름에 읽었을 때의 느낌을 비교해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물고기가댕댕댕 #웅진모두의그림책 #유미정 #웅진주니어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서평이벤트 #담백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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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키스토크라시 - 잡놈들이 지배하는 세상, 무엇을 할 것인가
김명훈 지음 / 비아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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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놈들이 세계를 열심히 망칠 수 있도록, 그 손에 권력을 쥐어준 사람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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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키스토크라시 - 잡놈들이 지배하는 세상, 무엇을 할 것인가
김명훈 지음 / 비아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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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정말 시원시원하다.


카키스토크라시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의 풀이는 다음과 같다.

그리스어로 '나쁜, 못된, 악한'을 뜻하는 Kakos의 최상급

(영어가 괜히 최상급이 있는게 아니었구나...)인 kakistos(최악의)라는 말에

'권력' '통치'를 뜻하는 'cracy'를 조합한 단어라고 한다.

이런 말이 있는지도 몰랐던 무식한 나는

이 단어를 보자마자 바퀴벌레(cockroach)가 연상되었다.


철자는 다르지만 발음이 왠지 비슷하게 느껴져서,

책을 읽으며 설명을 통해 지식을 +1 쌓기 전까지 혼자만의 생각으로

'바퀴벌레같은 집단들이 권력을 잡아 행사하는 민주주의의 최악의 경우'

를 말하는걸까? 하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쳤고, 

그닥 틀리지 않았다고 혼자 만족하고 있는 중이다.

'잡놈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는 부제도 강렬하다.


이 책의 저자 김명훈은 서울 출생이지만 

초등학교 5학년때 부모님과 미국으로 가서 중학교에서 대학원을 뉴욕에서 다니고 여전히 뉴욕에서 45년째 살고 있는 사람이다.

대한민국 주요 일간지의 뉴욕 지사에 입사하여 

언론인으로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았고

미국 연방 공무원으로 9년간 일하며 미국 사회, 시스템도 파악했다.


그런 저자에게

'바이든이 뽑혔다고 세상이 달라질 줄 안다면 오산이다!' 를 소리치게 만든

이유와 근거를 5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글자를 읽는데, 글자가 큰 소리로 혹은 격앙되어 외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국가는 미국이라고 굳건하게 믿었던 미국인들에게,

그리고 민주주의를 대의로 내세우며

세계의 정치/경제/문화/산업/제도의 패권을 틀어쥔 미국에게

어느정도 동조하고 -혹은 밉보이지 않으려고- 

그들의 믿음과 슬로건을 용인해주었던 세계인들에게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무려 '선출' 되었다는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숨겨왔던 미국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그 잘난(!) 미국조차도 누가 운전대를 잡느냐에 따라

얼마나 단기간에 엉망으로 망가질 수 있는지

전세계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심지어 팬데믹으로 모든 나라의 각각의 '생존' 전략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요즘도

미국의 행보,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의 행보는

상상 그 이상을 보여줬다.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은 매우 거칠고 간략하게 묘사하자면

'못 배우고 가난하며 그로인한 울분에 쌓여 분노를 표출하고 싶어하는

(한때 주류라고 스스로 믿었던) 백인 남성'이고

트럼프와 싸잡아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는데,

과연 그 손가락질의 방향이 근본적인 곳을 가리키는가?


이 책은 그것을 묻고 대답하는 과정을

사회학, 심리학, 역사, 정치, 윤리/사상 등으로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가장 뜨끔하고 따끔했던 부분이자 속시원했던 부분은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것이었다.


권력의 가장자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작은 부스러기에 만족하고 카키스토크라시가 지속될 수 있도록 부역했던 우리 모두들.


자기가 하는 일이 어떤 결과로 되돌아올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우리,


눈 앞의 이익과 아주 한정적인 가족/회사/공동체의 틀 안에서 안정만을 추구하고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되건 말건 나만 아니면 된다는 '잡놈화' 된 모습을

두 눈을 똑똑히 뜨고 정면으로 바라보라고 가차없이 거울을 들이민다.


언제까지 그들이 득세하게 둘 것인가?


잡놈이라고 욕하면서도 그 잡놈의 등장에 환호하고 

'정상인'의 궤도에서 기꺼이 일탈하거나

무기력하게 휩쓸려가며 허덕허덕 살아가는 수동성으로 쉽게 낚이는 호구이자

이 극악한 시스템이 계속 돌아가도록 전력을 공급해주는 배터리 노릇을

얼마나 더 계속할 것인가?


질 나쁜 극소수 인간에게

(그것이 정치인이든, 갑질을 하는 재벌이든, 부도덕한 종교인이든간에) 

스스로 권력을 가져다가 바치는 행위를 분석하며

이런 부당함, 불공정, 불평등한 카키스토크라시가

'제도'와 '체계'와 '법/규칙'이 있는 곳이면 

더욱 뿌리깊게 내면화되어 있는 고질병인지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구체적인 사례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어이없는 일들이 풍부하게 제시된다. ㅎㅎㅎ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성을 촉구하는 시원스러운 일갈이 가득했고,

남에게 목줄을 맡기고 있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읽는 내내 맥주가 무척 생각났던 책이었다.




#카키스토크라시 #김명훈 #비아북 #리뷰어스클럽 #사회학 #서평이벤트 #잡놈들이지배하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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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1 - 의미로 읽는 인류사와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1
이도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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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주는 위압감이 크다.


 

4차 산업혁명은 여기저기서 사용된 지 꽤 되었고

현대 사회에 대한 강의를 들을라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지만

그것이 가져올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는 아주 단편적인 것만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n차 산업혁명마다, 생산방식이 완전히 바뀌었고

생산과 잉여물, 생산수단의 소유 및 자산과 권력에 따라 인간의 '지위'도 바뀌었으며

변화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류의 세계관과 가치관도 바뀌었다, 는 것은

학교에서도 익히 배우고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다만, 교과서에서 배웠던 'n차 혁명이 일어나던 시절의 사람들은-' 이라고 

남일 보듯 암기하고 이해했던 현상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특히 이번 코로나19 때문에라도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저자 이도흠은 동양과 서양,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를 통해서 

이 시대를 보는 새로운 이론을 모색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과연 이 책에는 4차 산업혁명에는 의아한 '화쟁기호학'을 방법론으로 취하기도 했다.

그래서 들어가며-를 읽을 때 꽤나 긴장이 많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가뜩이나 4차 혁명도 어려운데, 인문학적 지식과 이론이 가득 담겨 있으면 어쩌나- 싶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물론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본문만 388p에 참고문헌까지 더한다면 400p가 넘는 이 책을 읽는 속도가 더 느려졌겠으나)

여전히 술술- 읽힌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한 챕터, 한 챕터를 강의처럼 여기며

흥미롭고 신선한 마음으로 따라가기에 고단하지 않았다.

 

인류사를 훑으며 기술과 진리에 관한 인식의 변화에 따른 제도의 발전 과정에서 보이는

일종의 거대한 패턴을 익숙하게 알고리즘처럼 머리 속에 구조를 짜 넣고,

변화 속에서 인간이 서로를 대하는 사회학적 차이/차별지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과

그것을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완화하려 노력하는 윤리적 사상 및 대안들을

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문학자이며 국어국문학과 교수, 계간 <불교평론>의 편집위원, 한국기호학회 회장 등등 

경력과 연륜이 화려한 저자는, 작가 소개에서 짐작할 수 있듯

윤리와 사상, 종교적인 부분에서는 불교의 '업'과 '선'에 대한 비중이 제법 높다.

그래서 인공지능에 '선함'을 부여하는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프로그래밍되고 데이터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에 인격을 부여하는 그 대안이 

처음에는 다소 황당하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리고 왜 인류사부터 이 책을 시작했는지 미뤄 짐작해보자니,

인류가 만들어 낸 많은 제도와 문물로 인해 주종의 관계가 바뀌어 

인간이 종속되고 억압받는 피해와 어려움을 겪었지만

늘, 그것을 보완하고 수정하여 더 나은 공동체로 향하려는 움직임과

그 움직임을 가능하게 했던 '선한 마음', '공감', '측은지심'이 인류에게는 존재했었다.

과학기술의 총체인 인공지능, AI도 결국은 인간이 만들어 내었고

인간의 판단과 조정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또 하나의 n차 도전인 것이다.

 

이 '개벽'에 가까운 시대에 살고 있는 동시대의 지구인들은 

과거와 역사를 통해 인류가 쌓아온 오류, 불평등, 차별과 반동적 저항, 테러와 전쟁으로

인류가 비참함에 떨어지는 악몽을 결코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와 결심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선'과 '공동체'로 귀결되는 저자의 견해와 주장에 동의하는 한편,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약한 것(환경, 기후, 동물, 사람, 단체, 국가)을 소외시키며

예외없이 빠져드는 인간의 욕심과 욕망이 '선함'의 실천이나 '도리' 이외의

학자로서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제안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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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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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라는 이름만으로도 뭉클해지는 마음이 있다.

한글의 말 맛이 오래오래 느껴지고,

글 속에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의 사연과 감정까지 곱씹게 되며

거칠어진 마음과 부루퉁하게 좁아진 속이 유순하게 몰랑해지는 기분.


아마도 작가님이 사랑한 소박하고 단순한 것들을 보듬고 도닥이며

그 안에 깃들인 진실함과 아름다움을 반들반들 윤이 나도록 아끼며 잘 닦아

흘긋- 지나쳤던 세상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따뜻함과


아닌 척 하면서도 누구에게나 있는 이기적이고 성급하며 이기적인 구석,

남에게는 잘 보이려고 '척'하면서도 결국엔 별다를 것 없는 인간의 허위의식,

평화롭고 안온하게 차별하고 부당한 것을 눈감고 지나가는 문제적 사회에 대해

얽히되 섞이지 않고 삐걱거리되 무너지지 않으며

자기 자신마저도 신랄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되돌아보는 서늘한 날카로움이


얇은 층을 켜켜이 쌓아가며 결국엔 다양한 맛과 색과 향을 가진 작품으로

독자들을 만나게 되어 그런 기분과 마음이 드는 것 같다.



이번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어렵지 않지만 쉽게 끝나지 않는,

그리고 인간 박완서의 모습이 곳곳에서 은근하고 강렬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에세이들이 35편 담겨있다.


1. 마음이 낸 길

2. 꿈을 꿀 희망

3. 무심한 듯 명랑한 속삭임

4. 사랑의 행로

5. 환하고도 슬픈 얼굴

6. 이왕이면 해피엔드


총 6장으로 만나는 작가님의 일상은 재미있고 잔잔하며

책을 덮고 일어나서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매력이 가득하다.


이 책이 1970년부터 2010년까지 쓴 660여편의 에세이 중에 추린 글 답게

20-30대들은 경험해보지 못했을 대한민국의, 들어는 봤지만 여전히 낯선

과거를 살았던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와 부모 세대의 젊었던 시절의 모습과

동시대를 함께 살아갔지만 세상살이에 바빠 미처 감지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을

연륜과 보통의/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의 깊이로 새삼 어여쁘게 발견하고

편안한 말로 자분자분 그려낸 것들이 골고루 담겨있다.


무조건적인 예찬도 없고, ~해야 한다는 설교도 없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왠지 읽기 전의 나와는 좀 달라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좀 더 어른스러워지고 싶고 좀 더 어린아이 같아지고 싶다. ㅎㅎ



"다이아몬드에는 중고라는 것이 없지.

천년을 가도 만년을 가도 영원히 청춘인 돌." 이란 말은

박완서님에게 다시 돌아갈 말 같다.




**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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