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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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라는 이름만으로도 뭉클해지는 마음이 있다.

한글의 말 맛이 오래오래 느껴지고,

글 속에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의 사연과 감정까지 곱씹게 되며

거칠어진 마음과 부루퉁하게 좁아진 속이 유순하게 몰랑해지는 기분.


아마도 작가님이 사랑한 소박하고 단순한 것들을 보듬고 도닥이며

그 안에 깃들인 진실함과 아름다움을 반들반들 윤이 나도록 아끼며 잘 닦아

흘긋- 지나쳤던 세상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따뜻함과


아닌 척 하면서도 누구에게나 있는 이기적이고 성급하며 이기적인 구석,

남에게는 잘 보이려고 '척'하면서도 결국엔 별다를 것 없는 인간의 허위의식,

평화롭고 안온하게 차별하고 부당한 것을 눈감고 지나가는 문제적 사회에 대해

얽히되 섞이지 않고 삐걱거리되 무너지지 않으며

자기 자신마저도 신랄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되돌아보는 서늘한 날카로움이


얇은 층을 켜켜이 쌓아가며 결국엔 다양한 맛과 색과 향을 가진 작품으로

독자들을 만나게 되어 그런 기분과 마음이 드는 것 같다.



이번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어렵지 않지만 쉽게 끝나지 않는,

그리고 인간 박완서의 모습이 곳곳에서 은근하고 강렬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에세이들이 35편 담겨있다.


1. 마음이 낸 길

2. 꿈을 꿀 희망

3. 무심한 듯 명랑한 속삭임

4. 사랑의 행로

5. 환하고도 슬픈 얼굴

6. 이왕이면 해피엔드


총 6장으로 만나는 작가님의 일상은 재미있고 잔잔하며

책을 덮고 일어나서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매력이 가득하다.


이 책이 1970년부터 2010년까지 쓴 660여편의 에세이 중에 추린 글 답게

20-30대들은 경험해보지 못했을 대한민국의, 들어는 봤지만 여전히 낯선

과거를 살았던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와 부모 세대의 젊었던 시절의 모습과

동시대를 함께 살아갔지만 세상살이에 바빠 미처 감지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을

연륜과 보통의/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의 깊이로 새삼 어여쁘게 발견하고

편안한 말로 자분자분 그려낸 것들이 골고루 담겨있다.


무조건적인 예찬도 없고, ~해야 한다는 설교도 없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왠지 읽기 전의 나와는 좀 달라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좀 더 어른스러워지고 싶고 좀 더 어린아이 같아지고 싶다. ㅎㅎ



"다이아몬드에는 중고라는 것이 없지.

천년을 가도 만년을 가도 영원히 청춘인 돌." 이란 말은

박완서님에게 다시 돌아갈 말 같다.




**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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