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키스토크라시 - 잡놈들이 지배하는 세상, 무엇을 할 것인가
김명훈 지음 / 비아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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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정말 시원시원하다.


카키스토크라시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의 풀이는 다음과 같다.

그리스어로 '나쁜, 못된, 악한'을 뜻하는 Kakos의 최상급

(영어가 괜히 최상급이 있는게 아니었구나...)인 kakistos(최악의)라는 말에

'권력' '통치'를 뜻하는 'cracy'를 조합한 단어라고 한다.

이런 말이 있는지도 몰랐던 무식한 나는

이 단어를 보자마자 바퀴벌레(cockroach)가 연상되었다.


철자는 다르지만 발음이 왠지 비슷하게 느껴져서,

책을 읽으며 설명을 통해 지식을 +1 쌓기 전까지 혼자만의 생각으로

'바퀴벌레같은 집단들이 권력을 잡아 행사하는 민주주의의 최악의 경우'

를 말하는걸까? 하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쳤고, 

그닥 틀리지 않았다고 혼자 만족하고 있는 중이다.

'잡놈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는 부제도 강렬하다.


이 책의 저자 김명훈은 서울 출생이지만 

초등학교 5학년때 부모님과 미국으로 가서 중학교에서 대학원을 뉴욕에서 다니고 여전히 뉴욕에서 45년째 살고 있는 사람이다.

대한민국 주요 일간지의 뉴욕 지사에 입사하여 

언론인으로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았고

미국 연방 공무원으로 9년간 일하며 미국 사회, 시스템도 파악했다.


그런 저자에게

'바이든이 뽑혔다고 세상이 달라질 줄 안다면 오산이다!' 를 소리치게 만든

이유와 근거를 5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글자를 읽는데, 글자가 큰 소리로 혹은 격앙되어 외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국가는 미국이라고 굳건하게 믿었던 미국인들에게,

그리고 민주주의를 대의로 내세우며

세계의 정치/경제/문화/산업/제도의 패권을 틀어쥔 미국에게

어느정도 동조하고 -혹은 밉보이지 않으려고- 

그들의 믿음과 슬로건을 용인해주었던 세계인들에게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무려 '선출' 되었다는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숨겨왔던 미국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그 잘난(!) 미국조차도 누가 운전대를 잡느냐에 따라

얼마나 단기간에 엉망으로 망가질 수 있는지

전세계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심지어 팬데믹으로 모든 나라의 각각의 '생존' 전략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요즘도

미국의 행보,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의 행보는

상상 그 이상을 보여줬다.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은 매우 거칠고 간략하게 묘사하자면

'못 배우고 가난하며 그로인한 울분에 쌓여 분노를 표출하고 싶어하는

(한때 주류라고 스스로 믿었던) 백인 남성'이고

트럼프와 싸잡아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는데,

과연 그 손가락질의 방향이 근본적인 곳을 가리키는가?


이 책은 그것을 묻고 대답하는 과정을

사회학, 심리학, 역사, 정치, 윤리/사상 등으로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가장 뜨끔하고 따끔했던 부분이자 속시원했던 부분은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것이었다.


권력의 가장자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작은 부스러기에 만족하고 카키스토크라시가 지속될 수 있도록 부역했던 우리 모두들.


자기가 하는 일이 어떤 결과로 되돌아올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우리,


눈 앞의 이익과 아주 한정적인 가족/회사/공동체의 틀 안에서 안정만을 추구하고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되건 말건 나만 아니면 된다는 '잡놈화' 된 모습을

두 눈을 똑똑히 뜨고 정면으로 바라보라고 가차없이 거울을 들이민다.


언제까지 그들이 득세하게 둘 것인가?


잡놈이라고 욕하면서도 그 잡놈의 등장에 환호하고 

'정상인'의 궤도에서 기꺼이 일탈하거나

무기력하게 휩쓸려가며 허덕허덕 살아가는 수동성으로 쉽게 낚이는 호구이자

이 극악한 시스템이 계속 돌아가도록 전력을 공급해주는 배터리 노릇을

얼마나 더 계속할 것인가?


질 나쁜 극소수 인간에게

(그것이 정치인이든, 갑질을 하는 재벌이든, 부도덕한 종교인이든간에) 

스스로 권력을 가져다가 바치는 행위를 분석하며

이런 부당함, 불공정, 불평등한 카키스토크라시가

'제도'와 '체계'와 '법/규칙'이 있는 곳이면 

더욱 뿌리깊게 내면화되어 있는 고질병인지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구체적인 사례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어이없는 일들이 풍부하게 제시된다. ㅎㅎㅎ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성을 촉구하는 시원스러운 일갈이 가득했고,

남에게 목줄을 맡기고 있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읽는 내내 맥주가 무척 생각났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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