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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별을 찾아서 - 어린 왕자와 생텍쥐페리에 관한 인문학 여행
윤혜진 지음,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그림 / 큐리어스(Qrious)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어린왕자>는 소위 '고전'과 '명작'으로 분류된 책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진짜로 (조금이라도) 읽어봤거나 완독한 책일 것이다.
<어린왕자>를 읽을 때마다, 조금씩 좋아하는 부분이 추가되는 팬으로서
'어린 왕자와 생텍쥐페리에 관한 인문학 여행'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처음 책을 읽었던 청소년기에는
속물처럼 보였던 어른들의 질문들 ('집이 몇 평이니'하는)과 대비되는
어린 왕자의 반짝이며 순수한 가치들에 마음을 뺐겼다.
모자와 보아뱀, 양과 상자같은, 알쏭달쏭한 수수께끼가 퍽 인상깊기도 했다.
어린 왕자를 좋아하면서도 냉정하고 매몰차며, 이기적으로 굴었던
'자뻑'의 절정인 장미가 '밉상'과 '진상'으로 보였다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모습도 이해가 가고 애잔하게 느껴질 무렵
'하루에 44번이나 노을을 보'기 위해 의자를 옮기던
어린 왕자의 마음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
이제나 저제나 마음에 가장 와닿는 부분은 어린왕자와 여우 부분이다.
친구와 인연, 관계 맺음과 유의미함, 책임감을 비롯하여
말의 덧없음과 행동의 중요함을 어떻게 그리 시적으로 나타낼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놀라울 따름이다.
<저 마다의 별을 찾아서>는 텍스트 너머의 자료와 사실을 제공하여
독자가 느낀 감동에 하나하나 이름표 및 각주를 붙여줄 수 있게 돕는다.
'어른이지만 아이인 자신의 별을 찾는 이들에게' 책을 헌사한
생텍쥐페리와 그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소개부터
팬에게는 너무 익숙한 <어린 왕자>의 속 오리지널 삽화로
다시 만나는 반가운 등장 인물들과 그에 관한 짤막한 소개는
아직 <어린 왕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들 것이다.
<어린 왕자>가 탄생한 시절, 전쟁 중이었던 유럽에 대한 설명을 비롯하여
냅킨과 편지지의 구석, 종이 조각에 그려진 <어린 왕자>의 삽화 초기 모습까지
'알쓸신잡'스럽게 모두 모아 수록한 작가의 노고가 고맙다.
그야말로 <어린 왕자> 박물관을 책으로 만난 기분이다.
특히 3장 '사막에서 샘 찾기'와 4장 '어린 왕자가 남긴 이야기'는
어른이 되어 다시 책을 (몇 번이고) 읽는 팬인 작가가
자신과 똑같이 <어린 왕자>를 좋아하는 독자들과 함께
소설의 구절을 인용하고 댓글을 달며 서로의 감상을 나눠보자는
초대같기도 하고, <어린 왕자>의 감동으로 지친 영혼을 달래보자는
위로의 말 같기도 하다.
어린 왕자를 만나기 전 비행사가 봤던 하늘의 별과
만난 이후의 별은 '녹슨 도르래가 있는 우물'로 보이는 마법같은 인연의 힘.
하나의 존재가 '길들임'을 거쳐 서로에게 의미를 가지게 되었을 때,
세상이 마치 '평행우주'처럼 영원히 달라지게 되는 사랑의 책임을
다시 한번 벅차오르게 느끼고픈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