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나에게 - 고흐와 셰익스피어 사이에서 인생을 만나다
안경숙 지음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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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좋아하고, 그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사랑스러울 책 <사랑이 나에게>


저자 안경숙은 그림과 문장 속에 머물기 좋아한다며 자신을 소개한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그림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마음을 물들이는 순간과 마주하면 

노트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

정말 부럽고도 낭만적인 취향을 갖고 있는 저자가 

독자들과 나누고픈 그림과 글은 어떤 것일까?


문구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필통 속을 궁금해하고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책장 리스트 (혹은 구입 리스트라도)에 호기심을 보이고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이 상황별, 시기별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는 것처럼

책과 그림을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은 목차를 펼치는 것이 두근두근 했다.


순간의 행복을 놓치지 않고 살고픈 저자의 취향과 이야기를 담아 

저자만의 도서관과 미술관에서 골라 낸 글과 그림에 얹어

친절한 도슨트처럼 그것들의 메세지를 

글과 그림의 창조자인 예술가의 삶과 연결한 내용은

크게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 나로 살아가는 기쁨

2. 사랑 우리를 살게 하는 것

3. 작지만 단단한 삶을 위해


출퇴근길에 운좋게 앉게 되면 두세꼭지쯤은 황홀하게 몰입하며 읽을 수 있는 

적은 글밥과 ^^ 미색의 종이를 액자 삼아 담긴 그림들은

문학 작품의 멋진 글귀를 시작으로 펼쳐진다.




마치, 예고편처럼 앞으로 어떤 글과 그림이 나올지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문학과

작가의 이야기와 유려하게 맞닿은 화가의 이야기, 예술 이야기

그리고 모서리를 돌아 마주하게 되는 것처럼 딱! 등장하는 그림의 구성은

담백하게 구성된 라디오 코너처럼 정겹고 흥미롭다.


익숙한 그림, 

사진처럼 그 순간의 날씨, 감정,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한 그림,

처음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다가 

글을 읽고 나서 괜시리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그림들이

글자를 보고 그림을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인스타그램의 조금 더 긴 버전이라고나 할까? ^^


감정과 상황, 메세지를 한 문장으로 담아내고 그림을 덧붙여

독자의 감성과 상상력을 마구마구 자극하다가

결국엔 독자 스스로 이와 비슷한 포맷의

 '00가 나에게' 같은 책을 만들고픈 욕망도 불어넣는다.





더운 여름날, 밖에 나가는 것도 무시무시하단 생각이 들때,

선풍기가 탈탈거리며 돌아가고 

얼음이 달깍- 소리를 내며 녹아드는 청량한 음료수와 함께

편안하게 옷 입고 내 방을 미술관 삼아 한가로움을 즐기며 읽기에도 딱 좋았다.

출퇴근길에 읽었을 때의 느낌과 

여유를 부리며 읽었을 때의 감상이 퍽 다르다. ^^


휴가지에 책 싸들고 가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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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2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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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은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기자의 동분서주 겸 이야기가 진행되기 위한 포석을 여러 겹 정교하게 겹치는 과정이라 다소 진행의 호흡이 느렸다면, 사건의 실마리를 잡게 된 2권은 거침없는 속도감을 자랑한다.

라틴어를 연구하던 노교수의 참혹한 죽음에서 시작된 추적은
우리나라 최고의 발명품이자 현재까지 강렬한 힘을 발휘하는
한글창제에 다다른다.

권력의 기반이었던 지식을 ‘애민사상’을 바탕으로 만든 글자로
모든 백성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사실상 신분제의 한 기둥을
과감하게 무너뜨린 세종대왕의 파격적 행보와
성경을 감히 그 이름대로 부르지 못하고 ‘책중의 책’이라고
돌려 말하던 유럽을 대비하며 단지 ‘직지’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강대국 사이에서 강대국만한 힘이 없는 나라.
안으로도 기득권 혹은 강대국의 힘으로 호가호위하는 세력으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어 위대한 발명과 세상을 바꿀 사상이 고난과 업신여김 혹은 목숨의 위협까지 받는 나라.

이리저리 치이면서 굴종을 강요받는 나라였던 조선에서
직지와 금속활자, 한글이 나오기까지 지혜와 재주, 용기를 더하다가 이름없이 스러져 간 사람들을 대표하는 캐릭터 유겸 그리고 그의 딸 은수가 더 큰 세상인 중국과 유럽으로 흘러 들어가
그곳에서도 글자와 관련된 여러 사건에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마침내 어마어마한 결말을 맞게 되는 과정을 읽다보면

글자를 읽는 행위, 내 손에 쥐어진 책 자체가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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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1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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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장르소설이지!!

무더운 여름, 긴박한 전개와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만큼

좋은 피서법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름만으로도 독자들을 설레게 하는

김진명작가의 신작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김진명 작가의 힘은 사실과 허구의 미묘한 경계를 넘나들며

지금 어디엔가 있을 법한 주인공들이,

언젠가 들어봤던 테마를 가지고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영화같은 스토리를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멱살잡고)

끌고 가는 데에 있는 것 같다.

신작 <직지>는 금속활자를 다룬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직지, 한글과 저멀리 독일의 구텐베르크를 엮는데

중/고등학교때 익히 들어 알만한 소재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엮어내는 솜씨가 끝내준다.

현대의 서울, 평범한 주택가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송곳니 자국이 깊숙히 목에 난 시신은 전직 서울대 교수.

그는 참혹하게도 중세시대의 철창으로

등을 관통당하고 발견된다.

듣도보도 못한 기괴한 살인 현장에

미제로 남지 않을까 하는 반장의 말이 전초처럼 붙고,

이제 여기에 얽힌 미스터리를 푸는 캐릭터로 등장한

기자 김기연이 우리가 감정을 이입하여

사건을 함께 풀어갈 존재다.

라틴어를 가르친 은퇴한 노교수의 살인을 조사하다

교황의 편지를 해독했다는 것을 단초로

직지심체요절이 등장하고

(직지심경이란 명칭은 쓰면 안된다는 걸 처음 알았다;)

교황의 편지 사본과, <직지코드> 다큐멘터리를 연결하면서

그 옛날 고려와 독일에 연관점이 생기고

살인의 이유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책의 내용보다 금속 활자로 인쇄된 최초의 책이 직지라는 점과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가지고 온 문화적인 의미를 갖지 못하고

그저 초라한 세계 최초의 타이틀만 가지고 있었던 사실이

왜 살인이라는 결과를 낳았는지,

살인을 저지르면서까지 감추고 싶었던 진실은 무엇인지

문화재와 박물관, 대학교, 수도원, 교황청 등을 배경으로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재치있게 섞어 놓았다.

<다빈치 코드>가 연상될 독자들도 많을 것 같다.

책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유럽 곳곳의 지명들이 자막으로 깔리며 ^^

활약하는 김기자의 영화처럼 머리 속에 펼쳐진다.

1권은 사건의 실마리를 잡은 김기연 기자와 최교수가

바티칸 수장고 관리신부의 이름을 내뱉으며 끝난다.

(정말이지!!! 밀당을 아는 작가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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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파도에 몸을 실어, 서핑! - 허우적거릴지언정 잘 살아 갑니다 Small Hobby Good Life 1
김민주 지음 / 팜파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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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남을 매우매우 배려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기분과 감정에 대한 촉이 남달라, 본인은 괴로움에 사무치면서도

자신의 성격을 어찌할 줄 몰라

남의 시선과 기분, 사회적 상황을 먼저 신경쓰는 사람이다.


이런 성격의 소유자가 겪는 당연한 수순처럼, 

사회와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은 그녀가 택한 것은 특이하지만 서핑이다.


물과 스피드를 좋아했기 때문에 택한 서핑.(여기서 남다름을 느낀다)

도시에서 자라고 직장이 있는 사람이, 서핑을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을까? 

게다가 남들의 시선을 그렇게 신경쓰는 사람이, 

탁 트인 해변에서 물위를 가르는 서핑? 이라는

누구도 할 법한 질문에 그녀가 대답한 것은 

"충격요법이 필요했기에" 이다.


그렇게, 도시에서 자란 그녀가 바다로 간다.



도시인이 그렇듯, 낭만적인 자연은 그리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다.

메뉴얼대로 진행되지도 않고, 

어제 잘 되었다고 오늘도 잘 될 거라는 보장이 없다.

내가 노력한 만큼 고스란히 돌려주지도 않은 다소, 불합리한 자연.

그리고 매일 시시각각 달라지는 파도를 타며 작가도 인생을 배워간다.


남들을 부러워만 했던 그녀가 적극적으로 자료를 찾아보며 준비하고

사람들의 서핑후기를 찾아 읽으며 대리 만족하다가 서핑 스폿 웹캠을 보며

파도를 골라 타기 위해 집에서 요가 매트 위에 테이크 오프 연습을 했다.


바다에서 파도를 올라탔을 때의 그 짜릿한 경험을 잊지 않기 위해

바다를 놓지 않고 꿈을 진행시킨 그녀의 선택과 실천이

결국에는 서울의 직장을 그만두고 

제주도로 가서 서핑을 하며 살게 만든 힘이 아닐까 싶다.







떠나려던 사람을 제주도에 잡아 놓은 것이 

텃밭에 무심코 심어놓은 상추와 잘 익은 방울토마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자꾸 나의 행복을 미루게 된다.

그것도 '나를 위해'라는 명목으로.

혹은 사회에서의 역할 수행을 위해서. 

(물론 돈이 뒤따르기 때문에 때려치질 못한다.)

나에게 묻게 된다. 

"당신은 언제 행복하려고 지금 그러고 있는가?"


지금 나에게 다가오는 파도를 사무실의 스크린으로 보며

'부러워, 부러워'만 주문처럼 외며 지나보낼 것인가?




 

 

한 번 지나간 그 파도는 다시 만날 수 없다.

그러나, 파도는 바람이 있는 한 다시 생기고 넘실대며 다가온다.

무심한듯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나를 행복과 기쁨으로 이끄는 파도위에 언제 올라탈까? ^^


내 삶을 좋게 만드는 작은 취미의 파도처럼 

small hobby good life의 다음 시리즈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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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어록 - 찰나의 기록
주택문화사 편집부 지음 / 주택문화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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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버리면 아쉬운 순간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순간에 영원성을 부여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남기고

글을 쓰며 기록을 하지요.


휴대폰의 기능이 향상된 다음, 습관적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떠오르는 단상들을 메모패드에 타이핑하지만

아무래도, 오프라인으로 남는 것이 없다면

그것은 클라우드나 하드 어딘가에 남아있는 디지털 파일로 남겠지요?


아이와의 모든 순간이 경이롭고 신나며 눈물나고 뭉클한 부모님들이

반겨하며 꼭 갖고 싶을 책 <아이의 어록>은 그래서 특별합니다.





이 책은 아이가 말이 트일 때부터 시작해서 유년시절을 거쳐 

언제 집필이 끝날 지 모르는 열린 결말의 책입니다.


모두가 똑같은 표지를 가질 수 있겠지만, 그 내용은 다양할 거구요.

어떤 책은 페이지를 다 채울 수도

어떤 책은 몇 장 채우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부모와의 갈등이 잦아질 청소년기 

혹은 다 큰 청년이 되어 자기의 인생으로 뚜벅뚜벅 걸어갈 때

그 모든 순간과 함께 한 부모님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될 책이라는 겁니다.


아이는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아주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과

그 속에 녹아있는 부모의 감동과 기쁨, 슬픔과 좌절감, 기대와 기도가 

아이가 여러 상황으로 마음이 힘들 때, 

분명 그 수퍼파워를 발휘할 잠언록이 될 겁니다.




혹은, 다 커버린 아이를 보고 뿌듯하고 기특하다가도

어느새 품에서 벗어나 문득 멀어진 아이에 대한 그리움이 크게 파도칠 때

부모님의 마음을 잔잔하게 달래줄 책이기도 합니다.


아이의 성장은 곧 부모님의 성장이고

아이의 시간은 부모님의 젊음의 시간이었을테니까요.



매일 빠지지 말고 써야 하는 숙제도 아니고

누군가가 검사하고 점수를 매기는 과제물도 아닙니다.

(물론, 나중에 아이의 두 손에 들어간다는 생각이 

항상 검열관 노릇을 하겠지만요)


함께한 사람, 기록한 장소, 이 날의 감정을 쓰는 것 만으로도

숫자만을 기록하는 육아일기의 가치를 훨씬 넘어선

하루를 충만하게 (그리고 조금은 낭만적으로 ^^) 기억하는 

좋은 여정이 될 겁니다.



"엄마/아빠가 어렸을 땐~ " 이란 말을 

두 귀를 막고 듣기 싫어하는 아이조차도 ^^

어른이 되어가는 사춘기에, 혹은 어른이 되고나서는 더더욱

엄마와 아빠의 삶의 비법을 슬쩍 꺼내보고 싶지 않을까요? 

때론 말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글이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하니까요.



 

 

 적다보면 아이의 어록일지, 부모님의 공감록일지 모르겠을 책.

그러나 분명히 이 책은, 펼치면 모두 사르르- 기분이 풀릴 

솜사탕이자 가족의 보물이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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