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은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기자의 동분서주 겸 이야기가 진행되기 위한 포석을 여러 겹 정교하게 겹치는 과정이라 다소 진행의 호흡이 느렸다면, 사건의 실마리를 잡게 된 2권은 거침없는 속도감을 자랑한다. 라틴어를 연구하던 노교수의 참혹한 죽음에서 시작된 추적은우리나라 최고의 발명품이자 현재까지 강렬한 힘을 발휘하는한글창제에 다다른다. 권력의 기반이었던 지식을 ‘애민사상’을 바탕으로 만든 글자로모든 백성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사실상 신분제의 한 기둥을과감하게 무너뜨린 세종대왕의 파격적 행보와성경을 감히 그 이름대로 부르지 못하고 ‘책중의 책’이라고돌려 말하던 유럽을 대비하며 단지 ‘직지’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강대국 사이에서 강대국만한 힘이 없는 나라. 안으로도 기득권 혹은 강대국의 힘으로 호가호위하는 세력으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어 위대한 발명과 세상을 바꿀 사상이 고난과 업신여김 혹은 목숨의 위협까지 받는 나라. 이리저리 치이면서 굴종을 강요받는 나라였던 조선에서직지와 금속활자, 한글이 나오기까지 지혜와 재주, 용기를 더하다가 이름없이 스러져 간 사람들을 대표하는 캐릭터 유겸 그리고 그의 딸 은수가 더 큰 세상인 중국과 유럽으로 흘러 들어가그곳에서도 글자와 관련된 여러 사건에 능동적으로 개입하고마침내 어마어마한 결말을 맞게 되는 과정을 읽다보면글자를 읽는 행위, 내 손에 쥐어진 책 자체가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