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장르소설이지!!
무더운 여름, 긴박한 전개와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만큼
좋은 피서법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름만으로도 독자들을 설레게 하는
김진명작가의 신작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김진명 작가의 힘은 사실과 허구의 미묘한 경계를 넘나들며
지금 어디엔가 있을 법한 주인공들이,
언젠가 들어봤던 테마를 가지고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영화같은 스토리를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멱살잡고)
끌고 가는 데에 있는 것 같다.
신작 <직지>는 금속활자를 다룬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직지, 한글과 저멀리 독일의 구텐베르크를 엮는데
중/고등학교때 익히 들어 알만한 소재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엮어내는 솜씨가 끝내준다.
현대의 서울, 평범한 주택가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송곳니 자국이 깊숙히 목에 난 시신은 전직 서울대 교수.
그는 참혹하게도 중세시대의 철창으로
등을 관통당하고 발견된다.
듣도보도 못한 기괴한 살인 현장에
미제로 남지 않을까 하는 반장의 말이 전초처럼 붙고,
이제 여기에 얽힌 미스터리를 푸는 캐릭터로 등장한
기자 김기연이 우리가 감정을 이입하여
사건을 함께 풀어갈 존재다.
라틴어를 가르친 은퇴한 노교수의 살인을 조사하다
교황의 편지를 해독했다는 것을 단초로
직지심체요절이 등장하고
(직지심경이란 명칭은 쓰면 안된다는 걸 처음 알았다;)
교황의 편지 사본과, <직지코드> 다큐멘터리를 연결하면서
그 옛날 고려와 독일에 연관점이 생기고
살인의 이유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책의 내용보다 금속 활자로 인쇄된 최초의 책이 직지라는 점과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가지고 온 문화적인 의미를 갖지 못하고
그저 초라한 세계 최초의 타이틀만 가지고 있었던 사실이
왜 살인이라는 결과를 낳았는지,
살인을 저지르면서까지 감추고 싶었던 진실은 무엇인지
문화재와 박물관, 대학교, 수도원, 교황청 등을 배경으로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재치있게 섞어 놓았다.
<다빈치 코드>가 연상될 독자들도 많을 것 같다.
책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유럽 곳곳의 지명들이 자막으로 깔리며 ^^
활약하는 김기자의 영화처럼 머리 속에 펼쳐진다.
1권은 사건의 실마리를 잡은 김기연 기자와 최교수가
바티칸 수장고 관리신부의 이름을 내뱉으며 끝난다.
(정말이지!!! 밀당을 아는 작가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