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 :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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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옆에 아주 조그맣게 쓰여져 있는 글자에 매료되었다.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SNS로 알고 싶지 않은 TMI를 보게 되고
각종 자기계발서의 떠들썩하고 요란한 외침 속에
수묵화처럼 검은 바탕에 한 줄이 스윽- 그어져 있는 표지와
밖이 얼마나 시끄럽던 오롯이 나에게 빠져드는 것 같은 제목
정적, 그리고 그것을 통해 들여다 볼 나의 내면이
벌써 기대되는 느낌이었다.

저자 배철현은 고전문헌학자다.
인류 최초 문자들의 언어인 셈족과 인도-이란어를 전공했다.
속세에 찌든(?!) 나로서는,
도대체가 쓰임새가 현격하게 낮아 보이는 그 언어를
전공하길 택한 저자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연구도,
위대한 개인이 획득해야할 가치를 탐구하기 위해
4권의 시리즈로 책을 기획하고 실천하고 있는 모습도
모두, 일종의 기도와 구원을 위한 묵묵한 발걸음같다.





그 구도의 와중에 덥썩 만나게 된 이 책<정적>은
마지막을 위해 막바지 언덕을 오르는 듯한 느낌의
3번째 책이다.

그래서인지 인간이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 인간의 삶은 어떤 것인가에
묻고 숙고하고 탐구하고 온 몸으로 부딪혀 보라고
곳곳에서 권하는 듯 하다.

아침 묵상용으로 읽고 하루동안 꼭꼭 화두를 곱씹기에 좋지만
매일의 번잡스럽고 정신없는 출근길에 설익게 읽기엔
너무 아까운 책이라 저녁에 읽는 것으로 바꾸었다.

더운 여름을 지나 이 책을 만나 다행이다.
날이 쌀쌀해질수록, 타오르는 향초와 따끈한 차와 함께
두고두고 읽으며 생각하기 좋은 <정적>

시리즈의 이전 책 <심연>과 <수련> 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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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게일 허니먼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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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게 보고 크게 보고 - 핑크색 뇌를 가진 라틴계 한국인, 그가 본 일본이라는 나라
박경하 지음 / 행복에너지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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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자기 소개가 무척 흥미로웠다.

핑크색의 뇌라니! 라틴계 한국인으로 한국에서 살았던 사람인가?

일본에서 어떤 경험을 했길래 책까지 냈을까?

이런 시국(?!)에 일본 관련 도서를 낸 타이밍이 안타깝다. ^^;;

하지만 우리가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를

무작정 미워하거나 증오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과 태도가 화를 부른다.

도대체 그들은 왜 그러는 것일까?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큰 소리로 그런 일은 없었다고 부정할 뿐 아니라

함께 아시아에 속해있지만, 묘하게 탈아시아급(!) 이라고 자국을 설정해두고

다른 아시아국가들을 내려다 보는 것 같은 (미국한테는 쩔쩔 매면서!)

일본의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고 납득도 안되어서

소위 '반일감정'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이공계의 쉬이 분기탱천하는 사람이었고,

회사에 들어가고 일본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뒤

결국 일본의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가깝지만, 심리적 거리는 안드로메다급인 일본의 문화, 역사, 삶의 방식을

20년이 훨씬 넘게 열정적으로 온 몸을 부딪혀 익힌 사람이다.

그런 경험과 '정보통'인 실력을 살려서 책을 냈다.

그래서 1장은 역사다.

역사를 알아야, 그 사람들이 살아온 지역, 문화, 풍습, 정신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는 면에서

역사를 처음에 넣은 작가의 의도는 굿초이스!

역사 뒤에는 문화와 사회생활로

현재 일본인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소개해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무라이, 고양이 인형,

그리고 가서 생활하지 않고는 잘 모르는

일본어/단어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에피소드로 다루며

알듯 말듯한 그네들의 정서에 대해 배경지식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삶과 취업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은

아마 4장과 5장의 내용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집요하고 치밀하다'라고 평가되는 일본의 전략들이나

장기간을 바라보며 포석을 까는 이유를 찬찬히 읽다보면

지금 무역분쟁, 역사갈등으로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우리가 어떤 생각과 각오를 가지고 이 사태에 임할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진지하게 읽다가 5장으로 진도가 나가면,

블로그의 글을 읽는 듯, 아무 생각없이 깔깔거리며 책을 읽게 된다.

하루하루 외국인으로 살아가며 경험하고 느끼고 좌충우돌하는 모습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몫을 다하며

우뚝 선 작가의 힘의 원천을 짐작할 수 있달까? ^^

상식적인 차원에서 기억해두면 좋을 소소한 정보들도 꿀팁처럼 담겨있었다.

제목 <일본! 작게 보고 크게 보고> 에 나온 것 처럼

미시적인 물건, 사건에서 보는 생활의 모습과

거시적인 상황에서 보는 정신의 문제까지

재미있게 읽으며 알아갈 수 있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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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머리 영어 독서법 - 영어가 만만해지고 좋아지는
최근주 지음 / 라온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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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영어교육을 비판하면서 늘상 하는 말이 있다.

12년을 (교육기관에서 수학한 햇수만 따져봐도) 영어 공부를 했는데

외국인을 만나면 입도 떼지 못한다.

유럽의 거지들이 우리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

영어유치원을 다녀야 (즉 어렸을 때 영어에 노출되어야) 

발음이 원어민 발음이 입에 붙는다.


애초에 전제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수학도 12년을 했는데 (그리고 영어만큼 많이 사교육에 돈을 쏟아붓는데) 

왜 은행에서 이자 계산할 때는 그렇게 어려운가?

수학적 논리력을 왜 실생활에 사용할 수 없는가?

국어도 12년을 했는데 

(그리고 요즘에는 논술 교육, 독서교육도 횡행하고 있는데)

왜 책 한권을 뚝딱 써내지 못하는가?

발표하거나 토론하거나 어딘가에서 말할 때 

왜 서론-본론-결론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가?

어렸을 때 배운 미술과 음악, 체육은 우리에게 예체능의 혼을 불어넣는가?


왜 우리는 이런 '탓'에 쉽게 넘어가는가?




부모님도 영어와 친하지 않으면서, 

그런 부모님의 유전자(!)나 생활을 공유하고 있는 아이에게

영어를 좋아하고 만만하게 여기라고 등 떠미는 것이야말로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집안 식구가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거나

밤참이라고 치킨이나 피자, 족발을 시킨다면 과연 그 다이어트는 성공할까?


저자 최근주는 미국 어학연수 후 

숙명여대 YL-TESOL을 수료하고 영어를 가르친 경력있는 사람이다.

본인도 고등학교 때 영어 울렁증이 심했으나, 

이후의 삶을 보면 영어를 익히고 배우기 위해

자기만의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던 사람인 것이다.


자신도 영어에 곤란을 겪었기 때문에, 

학습자가 겪게 될 어려움을 잘 알 수 있었고

세상에서 가장 가르치기 어렵다는 가족과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영어 동화책을 함께 읽으며 영어에 익숙하고 친숙해지게 하고자 했다.


스스로 "내가 먼저 영어책의 매력에 빠진 덕이 크다"고 고백할 정도로

영어책을 좋아하고 널리널리 퍼뜨리려고 노력하는 

일종의 '덕후'가 아닌가 하다.


혹시,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이 영어책을 술술 읽도록 만들어야지! 

라고 생각한다면 한번 더 책을 정독하시길 바란다.


이 책은 영어를 '억지로' 학습시키려고 독서를 끌어온 것이 아니다.

영어책을 접하게 하고, 영어책을 읽고 싶게 하고, 

계속해서 영어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이끌어가는

즐거운 배움의 과정의 주인공으로 '영어책'을 소개한 것이다.



일단, 책을 좋아하지 않는 부모님은 이 책을 읽기에도 힘들 것 같다.

계속 강조하는 것은 엄마(혹은 아빠)와 영어 선생님이 영어를 좋아하고 

즐겁게 생각하는 것이 전제이다.


영어책을 읽어서

다음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영어 성적이 훌쩍 오르기를 기대한다면

이 책은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영어를 시험과목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의사소통의 도구로 정의내리고

영어책을 통해서 실제 원어민들이 쓰는 말과 글을 익히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 언어권의 문화와 사고방식에 익숙해지자는 

작가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한다.


우리나라 말의 한 단어 '걸다' 만 예를 들어도 

외국인이 그 뜻과 쓰임새를 다 외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맥에 따라 "전화를 걸다", "내기를 걸다", "귀걸이를 걸다" ,

 "입이 걸다" 로 사용되는 것을

사전과 단어집만 가지고는 절대 암기하고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책이나 영화, 노래나 드라마를 보고 대사를 익힌다면 

쉽게 잊지 않고 실생활에서도 때와 장소에 맞추어 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영어를 책으로, 드라마나 영화 DVD로, 노래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익혀야 한다.

영어를 책으로 익힌다면 좋은 점은, 

그 책을 읽은 원어민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날씨나-_-, 취미, 좋아하는 음식, 가게의 위치, 물건의 가격,

단순한 스케줄 얘기만 나눈다면 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서로 좋아하는 책, 영화, 노래에 대해 

느낌과 생각을 나누고 관련 정보를 주고 받는다면

누가 말리지 않아도 계속 영어로 검색하고, 말하고, 쓰게 될 것이다.


영어독서법은 생각머리도 키우고, 

영어를 좋아하고 잘 사용하려고 하는 아이가 되도록 하는

징검다리이며 길을 찾는 빵조각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장 <영어 독서 시작하기>는 

영어교육을 고민하게 되는 부모님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대로 풀어놓는 꿀정보 가득이다.


파닉스 교육, 영어책을 발달 시기별로 고르는 방법, 모르는 영어 단어 해결법,

영어책과 한글책을 함께 읽어야 하는 이유, 

칭찬과 격려로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의 중요성은

책을 몇 번이고 꼼꼼하게 읽으며 필기하게 만들었다.




영어책을 읽는 방법과 영어책으로 공부하는 법을 넘어

DVD를 활용하는 방법, 아이를 위한 영어자료 추천 리스트는,

정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실 인터넷 검색 몇 번이면 바로 업데이트 되는 정보이다)

'어떻게 활용'하는냐, 즉 교수법을 알려준다는 면에서 유용했다.


마지막으로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

인정받는다는 감정,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작가님. 

(서천석 박사님도 소환되시고! ㅎㅎ)

 

 

자기 아이가 영어를 잘하는 아이가 되기를 꿈꾸는 부모님들이라면

이 책의 방법론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왜'의 부분에 더 신경써서 정독하시길 권한다. ^^


그리고 영어책을 아이에게만 읽으라고 강요하지 말고, 

부모님도 옆에서 읽어보면 어떨까?

나도 하기 어려운 것을 '사랑'이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도 느껴볼 수 있고, 부모님의 영어실력도 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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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감춰진 얼굴 - 지혜로운 삶의 안내
나병주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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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통 협상과 거래에 관련된 책은 미국인이 쓴 책이 많았는데

<협상의 감춰진 얼굴>은

한국 대기업에 입사해 해외 마케팅을 담당하며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외 현장에서 직접 협상에 임한

저자가 쓴 책이라 더욱 관심이 갔다.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아쉬운 소리를 하기 꺼려하고

허세라고 해야할까 과도한 호연지기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한국인의 '정'문화 때문일까

디테일을 챙겨야 하는 부분에서는 "인지상정"을 외치다

"어떻게 사람이! "하며 욱-하는

한국인의 점잖음과 불같음의 혼재가

소위 여우같음이 필요한 협상의 테이블에서

종종 손해의 요소로 작용할 것 같은 편견 같은 선입견이 있었다.

저자도 책의 뒷면에

왜 한국인은 협상에 약한 것인지에 대해 궁금했고,

웃으면서 칼 꺼내는 전쟁같은 비지니스 현장에서

쌓아왔던 경험을 사장시키기 아까운 마음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특히, 역사를 통해 사람들이 협상에서 하는 행동을 결정짓는

문화를 짚어내어 설명한 점은 돋보인다.

역사를 좋아하고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흥미롭게 자기계발서를 읽을 수 있는 특이점이다. ^^

인간의 속성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그 사람이 속한 지역이나 문화권에 따라 협상의 스타일을

현명하게 골라 써야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15개의 파트에서 풍부한 예와 숫자(그리고 그래프까지...)를

동원하여 설득력을 갖춰간다.


흔히 '유교맨'이라고 코믹화 되는

성리학의 영향권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인의 특징을

유구한 역사 동안(그리고 현재까지) 강대국 사이에 끼어서

생존을 위협받았던 역사에서 찾고

그것이 사회를 지금까지 이끌어 왔던 남자들의 군대문화,

그리고 군대문화의 소프트 버전인

교육제도를 통해 강력하게 전달되어

우리를 "협상의 지진아"로 만들었다는

저자의 분석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부터 시작해서

"싸가지가 없다", "모난 돌이 정 맞지" 로 끝나는

어떠한 "하지만-" 으로 시작되는 이의 제기를 틀어막는

언어와 사회 분위기에 대해

현재를 살아가는 어른들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는 부분에는 완전 동의한다.

이미 기성세대가 되어버려 둥글게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복잡한 세상 편히 사는 길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스스로를 무디게 만들고

비뚤어진 공동체성을 바꾸려는 노력을 그만둔 것을 후회한다.

프랑스와 미국, 독일과 유대인들은 서양인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중국인들의 실용주의, 상술, 상업주의와 황금 만능주의는

같은 동양권이지만 온도차와 색깔이 확연히 구분되는

'협상력'의 근본을 본 것 같아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특히 "Why의 마법"과

마지막 파트인 15장의 "설득하지 마라" 부분은

실제 생활에서도 명심하고 실천해야할

신선한 생각들이 소개되어 있어 좋았다.

어찌보면 이 책이 협상력을 다루고 있음에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부분일 것이다.

설득이라는 핑계로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주입하고 강요하려고 하거나

궁금증과 호기심, 탐구정신의 싹을 잘라버리는

'why'를 막는 '빨리빨리 스타일'은

결국 누르는 압력만큼 거대한 반발력을 가져올 뿐일 것이다.

협상은 상대방을 나의 말을 잘 듣고 따르게 만드는

굴복의 과정이 아니다.

서로 다른 입장과 차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성숙한 인간의 행위이다.

절대 지지 않는 협상의 길잡이를 주겠다고 책 표지에 쓰여있지만

사실, 작가가 더 독자가 take하기 원하는 것은

<협상의 감춰진 얼굴>이라는 큰 제목 밑에 자리잡고 있는

"지혜로운 삶의 안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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