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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머리 영어 독서법 - 영어가 만만해지고 좋아지는
최근주 지음 / 라온북 / 2019년 8월
평점 :
한국의 영어교육을 비판하면서 늘상 하는 말이 있다.
12년을 (교육기관에서 수학한 햇수만 따져봐도) 영어 공부를 했는데
외국인을 만나면 입도 떼지 못한다.
유럽의 거지들이 우리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
영어유치원을 다녀야 (즉 어렸을 때 영어에 노출되어야)
발음이 원어민 발음이 입에 붙는다.
애초에 전제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수학도 12년을 했는데 (그리고 영어만큼 많이 사교육에 돈을 쏟아붓는데)
왜 은행에서 이자 계산할 때는 그렇게 어려운가?
수학적 논리력을 왜 실생활에 사용할 수 없는가?
국어도 12년을 했는데
(그리고 요즘에는 논술 교육, 독서교육도 횡행하고 있는데)
왜 책 한권을 뚝딱 써내지 못하는가?
발표하거나 토론하거나 어딘가에서 말할 때
왜 서론-본론-결론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가?
어렸을 때 배운 미술과 음악, 체육은 우리에게 예체능의 혼을 불어넣는가?
왜 우리는 이런 '탓'에 쉽게 넘어가는가?
부모님도 영어와 친하지 않으면서,
그런 부모님의 유전자(!)나 생활을 공유하고 있는 아이에게
영어를 좋아하고 만만하게 여기라고 등 떠미는 것이야말로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집안 식구가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거나
밤참이라고 치킨이나 피자, 족발을 시킨다면 과연 그 다이어트는 성공할까?
저자 최근주는 미국 어학연수 후
숙명여대 YL-TESOL을 수료하고 영어를 가르친 경력있는 사람이다.
본인도 고등학교 때 영어 울렁증이 심했으나,
이후의 삶을 보면 영어를 익히고 배우기 위해
자기만의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던 사람인 것이다.
자신도 영어에 곤란을 겪었기 때문에,
학습자가 겪게 될 어려움을 잘 알 수 있었고
세상에서 가장 가르치기 어렵다는 가족과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영어 동화책을 함께 읽으며 영어에 익숙하고 친숙해지게 하고자 했다.
스스로 "내가 먼저 영어책의 매력에 빠진 덕이 크다"고 고백할 정도로
영어책을 좋아하고 널리널리 퍼뜨리려고 노력하는
일종의 '덕후'가 아닌가 하다.
혹시,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이 영어책을 술술 읽도록 만들어야지!
라고 생각한다면 한번 더 책을 정독하시길 바란다.
이 책은 영어를 '억지로' 학습시키려고 독서를 끌어온 것이 아니다.
영어책을 접하게 하고, 영어책을 읽고 싶게 하고,
계속해서 영어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이끌어가는
즐거운 배움의 과정의 주인공으로 '영어책'을 소개한 것이다.
일단, 책을 좋아하지 않는 부모님은 이 책을 읽기에도 힘들 것 같다.
계속 강조하는 것은 엄마(혹은 아빠)와 영어 선생님이 영어를 좋아하고
즐겁게 생각하는 것이 전제이다.
영어책을 읽어서
다음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영어 성적이 훌쩍 오르기를 기대한다면
이 책은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영어를 시험과목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의사소통의 도구로 정의내리고
영어책을 통해서 실제 원어민들이 쓰는 말과 글을 익히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 언어권의 문화와 사고방식에 익숙해지자는
작가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한다.
우리나라 말의 한 단어 '걸다' 만 예를 들어도
외국인이 그 뜻과 쓰임새를 다 외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맥에 따라 "전화를 걸다", "내기를 걸다", "귀걸이를 걸다" ,
"입이 걸다" 로 사용되는 것을
사전과 단어집만 가지고는 절대 암기하고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책이나 영화, 노래나 드라마를 보고 대사를 익힌다면
쉽게 잊지 않고 실생활에서도 때와 장소에 맞추어 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영어를 책으로, 드라마나 영화 DVD로, 노래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익혀야 한다.
영어를 책으로 익힌다면 좋은 점은,
그 책을 읽은 원어민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날씨나-_-, 취미, 좋아하는 음식, 가게의 위치, 물건의 가격,
단순한 스케줄 얘기만 나눈다면 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서로 좋아하는 책, 영화, 노래에 대해
느낌과 생각을 나누고 관련 정보를 주고 받는다면
누가 말리지 않아도 계속 영어로 검색하고, 말하고, 쓰게 될 것이다.
영어독서법은 생각머리도 키우고,
영어를 좋아하고 잘 사용하려고 하는 아이가 되도록 하는
징검다리이며 길을 찾는 빵조각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장 <영어 독서 시작하기>는
영어교육을 고민하게 되는 부모님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대로 풀어놓는 꿀정보 가득이다.
파닉스 교육, 영어책을 발달 시기별로 고르는 방법, 모르는 영어 단어 해결법,
영어책과 한글책을 함께 읽어야 하는 이유,
칭찬과 격려로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의 중요성은
책을 몇 번이고 꼼꼼하게 읽으며 필기하게 만들었다.
영어책을 읽는 방법과 영어책으로 공부하는 법을 넘어
DVD를 활용하는 방법, 아이를 위한 영어자료 추천 리스트는,
정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실 인터넷 검색 몇 번이면 바로 업데이트 되는 정보이다)
'어떻게 활용'하는냐, 즉 교수법을 알려준다는 면에서 유용했다.
마지막으로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
인정받는다는 감정,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작가님.
(서천석 박사님도 소환되시고! ㅎㅎ)
자기 아이가 영어를 잘하는 아이가 되기를 꿈꾸는 부모님들이라면
이 책의 방법론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왜'의 부분에 더 신경써서 정독하시길 권한다. ^^
그리고 영어책을 아이에게만 읽으라고 강요하지 말고,
부모님도 옆에서 읽어보면 어떨까?
나도 하기 어려운 것을 '사랑'이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도 느껴볼 수 있고, 부모님의 영어실력도 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