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감춰진 얼굴 - 지혜로운 삶의 안내
나병주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통 협상과 거래에 관련된 책은 미국인이 쓴 책이 많았는데

<협상의 감춰진 얼굴>은

한국 대기업에 입사해 해외 마케팅을 담당하며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외 현장에서 직접 협상에 임한

저자가 쓴 책이라 더욱 관심이 갔다.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아쉬운 소리를 하기 꺼려하고

허세라고 해야할까 과도한 호연지기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한국인의 '정'문화 때문일까

디테일을 챙겨야 하는 부분에서는 "인지상정"을 외치다

"어떻게 사람이! "하며 욱-하는

한국인의 점잖음과 불같음의 혼재가

소위 여우같음이 필요한 협상의 테이블에서

종종 손해의 요소로 작용할 것 같은 편견 같은 선입견이 있었다.

저자도 책의 뒷면에

왜 한국인은 협상에 약한 것인지에 대해 궁금했고,

웃으면서 칼 꺼내는 전쟁같은 비지니스 현장에서

쌓아왔던 경험을 사장시키기 아까운 마음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특히, 역사를 통해 사람들이 협상에서 하는 행동을 결정짓는

문화를 짚어내어 설명한 점은 돋보인다.

역사를 좋아하고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흥미롭게 자기계발서를 읽을 수 있는 특이점이다. ^^

인간의 속성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그 사람이 속한 지역이나 문화권에 따라 협상의 스타일을

현명하게 골라 써야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15개의 파트에서 풍부한 예와 숫자(그리고 그래프까지...)를

동원하여 설득력을 갖춰간다.


흔히 '유교맨'이라고 코믹화 되는

성리학의 영향권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인의 특징을

유구한 역사 동안(그리고 현재까지) 강대국 사이에 끼어서

생존을 위협받았던 역사에서 찾고

그것이 사회를 지금까지 이끌어 왔던 남자들의 군대문화,

그리고 군대문화의 소프트 버전인

교육제도를 통해 강력하게 전달되어

우리를 "협상의 지진아"로 만들었다는

저자의 분석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부터 시작해서

"싸가지가 없다", "모난 돌이 정 맞지" 로 끝나는

어떠한 "하지만-" 으로 시작되는 이의 제기를 틀어막는

언어와 사회 분위기에 대해

현재를 살아가는 어른들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는 부분에는 완전 동의한다.

이미 기성세대가 되어버려 둥글게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복잡한 세상 편히 사는 길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스스로를 무디게 만들고

비뚤어진 공동체성을 바꾸려는 노력을 그만둔 것을 후회한다.

프랑스와 미국, 독일과 유대인들은 서양인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중국인들의 실용주의, 상술, 상업주의와 황금 만능주의는

같은 동양권이지만 온도차와 색깔이 확연히 구분되는

'협상력'의 근본을 본 것 같아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특히 "Why의 마법"과

마지막 파트인 15장의 "설득하지 마라" 부분은

실제 생활에서도 명심하고 실천해야할

신선한 생각들이 소개되어 있어 좋았다.

어찌보면 이 책이 협상력을 다루고 있음에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부분일 것이다.

설득이라는 핑계로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주입하고 강요하려고 하거나

궁금증과 호기심, 탐구정신의 싹을 잘라버리는

'why'를 막는 '빨리빨리 스타일'은

결국 누르는 압력만큼 거대한 반발력을 가져올 뿐일 것이다.

협상은 상대방을 나의 말을 잘 듣고 따르게 만드는

굴복의 과정이 아니다.

서로 다른 입장과 차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성숙한 인간의 행위이다.

절대 지지 않는 협상의 길잡이를 주겠다고 책 표지에 쓰여있지만

사실, 작가가 더 독자가 take하기 원하는 것은

<협상의 감춰진 얼굴>이라는 큰 제목 밑에 자리잡고 있는

"지혜로운 삶의 안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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