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옆에 아주 조그맣게 쓰여져 있는 글자에 매료되었다.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SNS로 알고 싶지 않은 TMI를 보게 되고각종 자기계발서의 떠들썩하고 요란한 외침 속에수묵화처럼 검은 바탕에 한 줄이 스윽- 그어져 있는 표지와밖이 얼마나 시끄럽던 오롯이 나에게 빠져드는 것 같은 제목정적, 그리고 그것을 통해 들여다 볼 나의 내면이벌써 기대되는 느낌이었다. 저자 배철현은 고전문헌학자다. 인류 최초 문자들의 언어인 셈족과 인도-이란어를 전공했다. 속세에 찌든(?!) 나로서는, 도대체가 쓰임새가 현격하게 낮아 보이는 그 언어를전공하길 택한 저자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연구도, 위대한 개인이 획득해야할 가치를 탐구하기 위해4권의 시리즈로 책을 기획하고 실천하고 있는 모습도모두, 일종의 기도와 구원을 위한 묵묵한 발걸음같다. 그 구도의 와중에 덥썩 만나게 된 이 책<정적>은마지막을 위해 막바지 언덕을 오르는 듯한 느낌의3번째 책이다. 그래서인지 인간이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 인간의 삶은 어떤 것인가에 묻고 숙고하고 탐구하고 온 몸으로 부딪혀 보라고 곳곳에서 권하는 듯 하다. 아침 묵상용으로 읽고 하루동안 꼭꼭 화두를 곱씹기에 좋지만매일의 번잡스럽고 정신없는 출근길에 설익게 읽기엔너무 아까운 책이라 저녁에 읽는 것으로 바꾸었다. 더운 여름을 지나 이 책을 만나 다행이다. 날이 쌀쌀해질수록, 타오르는 향초와 따끈한 차와 함께두고두고 읽으며 생각하기 좋은 <정적>시리즈의 이전 책 <심연>과 <수련> 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