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 여행에서 찾은 외식의 미래
이동진 외 지음 / 트래블코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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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모아싫> 이 책 제목으로 딱-이다.

그리고 요즘 뭐가 뭔지 몰라 답답한 사람들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자꾸 무언가를 하라고 등을 떠미는 사회와 사람들의 요구에 밀려 절박하지만

그래도 내 인생, 내 도전, 내 성공, 내 실패인데 아무렇게나 아무거나 하고 싶진 않은.

그런데 이 책이 소구하는 대상은 이 지점에서 선명성을 발휘한다.

'하고 싶진 않아'라고 주저앉는 사람들이 아니라

아래 작은 소제목으로 있는 '여행에서 찾은 외식의 미래'처럼

무언가를 자꾸 찾기를 원하고 '뭘 할지'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예쁜 맛집, 디저트 가게를 찾아다니는 여행서 같기도 하고

인상적인 가게를 내고 유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창업/경영서 같기도 하며

맛집 기행을 멋진 사진과 함께 알려주는 에세이같기도 한 이 책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트래블코드' 라는 여행 콘텐츠 기획사 소속이다.


여행의 목적지만큼이나 여행의 목적을 고민하며,

흩어지는 여행이 아닌 축적되는 여행을 기획한다는 '트래블코드'의 모토가

이 책 구석구석에 녹아나 있다.


여행자의 마음으로, 익숙한 콘텐츠를 새롭게 다루고 있는 것들을 찾아나가며

4개의 요소로 그것들을 분류해두었다.


1. 우선 과거를 재해석해 보자.

2. 고객 경험을 바꿔보면 어떨까?

3. 고정관념은 부수라고 있는거야

4. 미래 기술을 도입해 본다면?


추억의 맛을 소환하거나, 별자리를 도입해서 

그 공간에서 머무는 사람들이 공통의 주제로 얘기하는 경험을 제공해보거나

오리지널 레시피 없이 카피를 하는데도 독창성을 인정받는 레스토랑이나

디저트, 차를 공짜로 제공하는데도 수익을 내는 디저트 가게같은 파격을 보다보면

어찌보면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경제 정체/침체와 지루함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여기에 소개된 모든 곳들은 한번쯤 꼭 가보고 싶은 워너비 플레이스가 되었다.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콘셉트나, 공감이 가고 지지를 보내고 싶은 기획의도가

이처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그 공간/가게가 지속되게 하는 힘이 되나보다.


휴식으로 떠나는 여행에서도 생각을 얻어오는 사람들의 관찰과 조사가

세심하고 재미있게 모여서 한 권의 책으로 세상밖에 나왔다.


다른 도시의 색다른 문화가 우리나라로 스며드는 것은 금방이다.

가성비보다 가심비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는 트렌드를 읽고 있다면,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다면,

새로운 바람과 생각과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향유할 수 있는 이 책을 권한다.

또한 '트래블코드'의 이와같은 기획이 시리즈로 연결되길 기대하며 기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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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이상 마트로 간다 - 엑셀만 하던 대기업 김 사원, 왜 마트를 창업했을까?
김경욱 지음 / 왓어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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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기개라고 해야할 지, 용기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되어 있고, 취업이 너무나도 어려운 요즘

남들은 들어가고 싶어 몇 년씩이나 고생하다 병이 날 판에, 

잘 다니던 직장을 "대기업병"을 얘기하며 내려놓고 나온 사람을 두고.


저자 김경욱이 그런 사람이다.


정유회사를 그만두고, 서울도 아닌 곳에 다른 것도 아니고 마트를 열다니...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가 생각날 판이다.

이게 된다고? 왠 마트? 장사가 된다고? 하고 남 일인데도 걱정이 앞서는데

저자의 도전에 그를 아끼는 사람들의 얼마나 많은 염려와 걱정이 

겹겹이 쌓였을까?


그래서 더 이 책이 궁금했다.

당연히 성공했으니 책까지 냈겠지, 싶다가도

도대체 어떻게 성공이 가능하지? 하는 호기심이 이겼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도 이 회사가 목숨줄인냥 힘주어 부여잡지 않아도,

혹은 원치 않은 시점에 타의에 의해 그만두게 되더라도

마냥 죽지만은 않을 수 있을 방법을 배워보고 싶었을 수도 있겠다.


내 맘을 읽은 듯한 차례의 제목들은 사람들이 했음직한 질문에 대해

하나씩 답을 풀어 설명해주는 명강사의 한줄 요약같은 것들이었다.


꿈을 꾸라고 강요에 가깝게 요구하면서 

정작 꿈을 말하면 '그게 꿈이냐'고 하거나 

그래서 구체적인 달성방안을 내놓으라는 

진짜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는 사람들과 사회의 요구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가짐,

스타트업의 수많은 항목 중에서 마트를 선택한 이유와 

착착- 진행시킨 방법의 안내,

창업만큼 어렵다는 모객과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전략, 고비, 실패, 배움,

(군산이라는) 지역의 특색을 최대한 이용하는 법, 

자영업자로서 가져야 하는 인사이트,

그리고 사람(고객 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인력 -게다가 그들이 가족일 때;;-)과의 관계.


공산품의 저렴함과 다양함은 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을 이길 수 없고

오로지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보이는 곳은 신선식품이지만 

새벽배송업체가 늘어나는데 우리들마트는 대체 살아남기나 하려는지, 

하는 걱정어린 애틋한 마음이

책을 읽을 수록 확신과 응원으로 바뀌는 이유는 저자의 긍정적인 도전정신이다.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고 이윤을 내는 것이 장사의 핵심이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와 존중, 이웃에 대한 따스한 관심과 적극적 개입,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몸과 영혼을 '일'에 빼앗기지 않아도 

지속적이고 예측가능한 이윤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동력을 마련해두는 전략이'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을 '제대로' 해내며 

1등이 부럽지 않은 2등, 동네에서 최고를 자부하는 우리들마트를 

만들어낸 전 대기업 김사원, 김경욱씨의 힘이었다.


퇴사자들의 등대가 되고 싶진 않다고 했지만

남들이 보든 안보든 불빛으로 존재감을 보여주는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어낸 저자.

우뚝 발을 디딘 그 곳에서 빛을 멀리멀리 펼쳐내는 성공한 창업자로 남아

직장인/예비직장인/예비퇴사인/예비창업인에게 

희망과 비전을 나눠주길 희망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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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 읽어주는 공대생 - 요즘 공대생이 탐한 과학 고전들
조승연 지음 / 뜨인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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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읽는다고 이해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문자를 해독할 뿐,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 모른다면 하수.

무슨 말인지 이해하고 있다면 중수.

왜 그 이야기를 그렇게 했는지 파악했다면 고수가 아닐까? ^^


그래서 <과학책 읽어주는 공대생>은 예전에 시를 읽는 공대생만큼이나 흥미롭다.

시를 읽고 감동하는 공대생은 어떤 포인트에 왜 감동했는지 

나의 그것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면

과학책을 읽어주는 공대생은 내가 어떤 포인트를 이해하고 감동했는지

숙제 검사를 받거나 답안을 맞춰 보는 것같은 두근거림이 있다.


제목에 흥미를 다 빼앗겨 작가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가

작가 소개를 보고 아하! 했다.

<소녀, 적정기술을 탐하다>를 쓴 저자 조승연씨였다.

그저 기술과 과학을 얘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상과 그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눈길을 가장 덜 받는 사람들에게도

진보와 발전의 따뜻함과 편안함이 미치기를 바라며 적정기술에 대해 말하던 저자.


그가 읽어내는 과학책은 어떨지, 시작부터 아주 기대 만발이다. 

 


목차를 읽으며 의외로 책들이 낯설지 않음에 반갑다.

저자는 과학자들의 육성이 살아있는 과학고전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책의 내용을 설명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과학자들의 세계에 담긴 매력을 보여준다.


과학자들이 과학에 빠져들어 삶을 온통 바쳐서 알아내고자 하는 발견과 법칙들.

그리고 그것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들을 마치 역사책처럼 이야기 한다.


과학자들의 발견 하나하나가 마치 징검다리의 돌 처럼

과거에서 현재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이어왔고, 또 미래로 안내한다는 것을

과학고전을 읽으며 함께 감탄해보고 그 예측의 나의 견해도 보태어 볼 생각도 든다.



사실 마냥 말랑말랑하기만 한 책은 아니다. 

아무래도 (문과여서 그런지) 개념정리와 유제까지는 해결해야 

글자를 손으로 더듬어가며 읽는 것이 아닌, 의미를 이해하며 읽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곳곳에 핫핑크로 과학적 지식이나 관련 이야기를 달아준 

작가의 수고로움에 고마움을 느낀다. ^-^

(그리고 덕분에 박학다식해보일수 있는 스킬 혹은 있어빌러티가 +1 만큼 늘어난 기분!)


그래도 중간중간 "과학자가 직관이라고?" 하며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그리고 제목만 봐서는 절대로 내 손으로 골라 읽었을리 없는) 책들을 만나다보면

이 책을 기획한 작가의 혜안과 ^^ 초대장이 널리널리 알려졌으면~ 싶기도 하다.



과학책들의 트레일러라고나 할까, 맛보기라고 할까.

칸칸이 나뉘어져있는 부페 접시에 손대고 싶게 놓여있는 색색깔의 음식처럼

과학책의 맛난 부분, 특이한 맛의 부분, 조금 질기지만 오래도록 씹는 맛이 있는 부분을

솜씨 좋게 부려놓았다.


<참고도서>는 이 초대장이자 도전장을 받은 사람들에게 건네는 선물세트같은 것.

선물세트에는 내가 즐겨쓰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받지 않았다면 결코 사지 않았을 것이

이래저래 담겨있어 선택하는 맛이 있다.


더운 기가 가시고 조금 더 차분하게 한 자리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요즘

이 책을 만나서 다행이다.

어떤 보물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곳곳에 눈길끄는 표시가 있어

한번 가봐? 여긴 그냥 넘겨버릴까? 궁리하게 하는 보물지도를 만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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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힘들지? 취직했는데 - 죽을 만큼 원했던 이곳에서 나는 왜 죽을 것 같을까?
원지수 지음 / 인디고(글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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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작가가 아니더라도 자기의 이야기를 책으로 낼 기회가 많아진 요즘이다.

그래서 전문직장인 혹은 생업인들이 경험한 생활 밀착형 에세이가 

독자들의 공감과 호응을 사는 것 같다.


이래도 저래도 직장인이라지만, 

남들은 다 갖고 싶어 안달난 직장을 가졌으면서 

(그리고 취준생이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스스로도)

자아실현이나 '이게 맞나? 내가 원하던 삶이 이런 모습일까?' 라는

의문을 품는 것이 불경스럽게(!) 혹은 사치스럽게 여겨지는 것이 

과연 정상적일까?


우리는 '직장인'이 되기 위해 초중고 12년의 의무교육을 받고

그 힘든 대입 혹은 취업의 길을 통과해 온 것일까?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해봤음직한 직장인들에게는 공감을,

그리고 이도저도 다 필요없고 

빨리 취준생에서 탈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현실을

생생하게 안겨다주는 책이 <왜 힘들지? 취직했는데> 이다.



저자 원지수씨는 스스로를 "언제나 고민이 많아 고민"이라고 소개한다.

외국계 소비재 영업사원을 3년 하면서, 회사의 잘 짜여진 시스템 속에서

자기의 색깔을 잃고 숫자만 세는 모습을 문득 깨닫고 

정체성의 대혼란을 겪었다.


결국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고, 각각의 이야기에 의미를 찾는 

본인의 성향을 살릴 광고회사 신입 카피라이터가 되었다.

창의성과 자유로움을 꿈꾸며 어중간한 신입으로 새롭게 연 

두번째 직장인 생활은

그러나, 

이전 직장의 잘 짜여진 시스템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음을 깨닫게 하는

그래서, 

사람은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갈망을 할 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씁쓸한 배움을 얻고 유학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직장인 10년 차, 선택과 후회로 범벅이 된 나날들과

그 시간의 기록과 경험, 성장의 글들을 하나로 엮어 책을 만들어 냈다.


원지수 작가의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제목은 이것이었다.

"그만두고 싶은가, 시작하고 싶은가" 

지금 하는 일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만족을 얻지 못해 그만두고 싶어 

이직이나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해야겠다는 다짐과 

그에 상응하는 것을 감수할 용기로

더 나은 나(그것이 직장인이든, 프리랜서이든)를 모색하는 것인가.


이직/퇴직/유학/휴직 등 보이는 결과는 같을지언정

익숙했던 트랙에서 내려와 

새로움과 낯섬 속에 적응하고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려는

마음가짐과 여유를 유지하는 멘탈은 달라질 것 같다.


책의 상당부분을 할애해서,

직장일의 (내가 아니어도 되고 나란 존재가 가루처럼 바스라지는) 허무함

직장에서의 (상황에 따라 아군과 적군이 시시각각 바뀌는) 인간관계의 어려움과

이직/퇴직을 결심했을 때 주변의 만류/걱정/불편한 시선들에 대해 이야기 하며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독자에게 다채로운 고민의 과정을 공유하는 작가는

직장에 잡아먹히지 말자고, 망해도 괜찮다고, 변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요즘처럼 직장인 되기 어려운 때 배부른 소리 한다고

지금 있는 곳이 꽃길이고, 이 밖을 나서는 순간 생지옥을 맛볼 것이라고 

걱정의 가면을 쓰고 나의 용기와 모험에 깊은 태클을 가하는 사람들의 말을

적당히 무시해도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해준다.


동화책의 끝이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지만 과연 그럴까?

직장만 잡으면, 승진만 하면, 연봉이 오르면, 복지혜택이 늘어나면, 이라고 

조건을 붙이고 원하는 것이 마법처럼 이루어지면 그 다음은 꽃길만 펼쳐질까?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지금 이 직장에서 내가 계속 있어야 할까? 로 갈등하지만

먹고사니즘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갈팡질팡 고민만 거듭하는 사람들에게

그 고민의 과정이 결코 잘못되지 않았음과 

고민끝에 내린 결정이 (퇴사든 아니든)

모두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존중받기 충분한 각자의 인생을 건 선택인 것이며

내 인생을 살고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은

'나'라는 자각을 확실히 시켜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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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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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얀 포말이 뒤를 따르는 물 위의 남자.

이 남자가 표지에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에서 강력하게 추천했다는 것도 이 책에 흥미를 더하지만

추천사의 문구가 더욱 인상적이다.


"이 꿈 같은 소설을 다 읽고 '깨어난' 독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게네랄 안차이거


제목이 <꿈의 책>인 것이 위와 같은 추천사의 강력한 힌트가 될 것이다.

책은 목차없이 바로 1일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 지 독자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상태로 

모호하면서도 당황스러운 감정을 안고 작가 니나 게오르게가 만든 세계로

풍덩- 빠지게 된다.


마치, 소설의 첫문장 "나는 뛰어내린다." 처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헨리, 샘, 그리고 에디 이다. 

헨리는 아들 샘을 만나러 가던 길에 우연히 마주친 물에 빠진 소녀를 구하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된다.


사실 샘은 그 전에 아버지를 만나본 적이 없다.

종군기자로 활약하던 헨리가 코마에 빠져 침대에 누워있게 된 이후에나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어떤 사람이었을지 상상할 뿐이다.

엄마는 그런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당연히) 좋지 않고,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한다는 샘에게 버럭 화를 낸다.


엄마는 남편 스티브, 동생 맬컴과 함께 할 때가 더 행복할 것이고

좋아하지 않는 남자에게서 낳은 자신이, 때로는 없어지는 것이 엄마를 위해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샘은 맑은 영혼만큼 깊은 생각과 공감력이 있는 아이다.

그래서인지, 샘의 시각으로 헨리와 헨리'를' 사랑했던 옛 연인 에디, 

그리고 병원에 누워있는 샘의 또래 매디를 만나 나누는 이야기를 읽으면

깊어서 투명하고 맑은 슬픔을 느끼게 된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외로움과 아픔, 상처를 준 과거에서 자유롭기를 원하지만

툭- 털고 나오지 못하는 인간의 나약함이나 

미처 해결되지 않은 감정의 덩어리들을

책의 곳곳에서 만나고 곱씹고 어루만져보며 

독자들은 점차 이야기 속의 주인공 중 자신의 마음을 줄 캐릭터를 고르고

그들이 꾸고 있는 꿈과 피할 수 없는 현실에 발을 내딛게 된다.

 

저자가 일관되게 다루는 주제는 인간의 유효함, 죽음, 그리고 화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꿈의 책>은 그 모든 주제들을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해도, 

일반 보편의 감정을 특별하게 묘사하는 것은 어려울 텐데

니나 게오르게는 이것을 해낸다.


출판사의 소개를 읽고 알게 된 사실인데,

작가는 갑작스레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난 뒤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고

아버지의 부재라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끝에

이 소설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삶에서 고통과 아픔을 겪은 사람들은 그 전과는 결코 같을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 상처는 그 사람들의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46일 동안 펼쳐지는 헨리, 샘, 에디, 매디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사랑했던 기억, 사랑을 잃었던 기억, 

그리고 사랑을 놓아야 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 '사랑' 혹은 애정/애착의 대상이 연인이든 가족이든 아니면 반려동물이든

생명의 유한함과 시간의 무한함 속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조금이나마 줄이려면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지금 당장 '죽음'의 그림자가 나에게 찾아온다면 무엇이 가장 아쉬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로 나뉠 지언정 

그들을 끈끈하게 연결해주는 사랑, 용서, 화해같은

구원의 메세지가 은은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마음에 남는다.


추천사가 맞았다.

이 책을 읽고 '깨어난' 독자는 결코 같은 모습으로 살 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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