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하얀 포말이 뒤를 따르는 물 위의 남자.

이 남자가 표지에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에서 강력하게 추천했다는 것도 이 책에 흥미를 더하지만

추천사의 문구가 더욱 인상적이다.


"이 꿈 같은 소설을 다 읽고 '깨어난' 독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게네랄 안차이거


제목이 <꿈의 책>인 것이 위와 같은 추천사의 강력한 힌트가 될 것이다.

책은 목차없이 바로 1일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 지 독자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상태로 

모호하면서도 당황스러운 감정을 안고 작가 니나 게오르게가 만든 세계로

풍덩- 빠지게 된다.


마치, 소설의 첫문장 "나는 뛰어내린다." 처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헨리, 샘, 그리고 에디 이다. 

헨리는 아들 샘을 만나러 가던 길에 우연히 마주친 물에 빠진 소녀를 구하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된다.


사실 샘은 그 전에 아버지를 만나본 적이 없다.

종군기자로 활약하던 헨리가 코마에 빠져 침대에 누워있게 된 이후에나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어떤 사람이었을지 상상할 뿐이다.

엄마는 그런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당연히) 좋지 않고,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한다는 샘에게 버럭 화를 낸다.


엄마는 남편 스티브, 동생 맬컴과 함께 할 때가 더 행복할 것이고

좋아하지 않는 남자에게서 낳은 자신이, 때로는 없어지는 것이 엄마를 위해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샘은 맑은 영혼만큼 깊은 생각과 공감력이 있는 아이다.

그래서인지, 샘의 시각으로 헨리와 헨리'를' 사랑했던 옛 연인 에디, 

그리고 병원에 누워있는 샘의 또래 매디를 만나 나누는 이야기를 읽으면

깊어서 투명하고 맑은 슬픔을 느끼게 된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외로움과 아픔, 상처를 준 과거에서 자유롭기를 원하지만

툭- 털고 나오지 못하는 인간의 나약함이나 

미처 해결되지 않은 감정의 덩어리들을

책의 곳곳에서 만나고 곱씹고 어루만져보며 

독자들은 점차 이야기 속의 주인공 중 자신의 마음을 줄 캐릭터를 고르고

그들이 꾸고 있는 꿈과 피할 수 없는 현실에 발을 내딛게 된다.

 

저자가 일관되게 다루는 주제는 인간의 유효함, 죽음, 그리고 화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꿈의 책>은 그 모든 주제들을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해도, 

일반 보편의 감정을 특별하게 묘사하는 것은 어려울 텐데

니나 게오르게는 이것을 해낸다.


출판사의 소개를 읽고 알게 된 사실인데,

작가는 갑작스레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난 뒤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고

아버지의 부재라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끝에

이 소설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삶에서 고통과 아픔을 겪은 사람들은 그 전과는 결코 같을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 상처는 그 사람들의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46일 동안 펼쳐지는 헨리, 샘, 에디, 매디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사랑했던 기억, 사랑을 잃었던 기억, 

그리고 사랑을 놓아야 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 '사랑' 혹은 애정/애착의 대상이 연인이든 가족이든 아니면 반려동물이든

생명의 유한함과 시간의 무한함 속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조금이나마 줄이려면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지금 당장 '죽음'의 그림자가 나에게 찾아온다면 무엇이 가장 아쉬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로 나뉠 지언정 

그들을 끈끈하게 연결해주는 사랑, 용서, 화해같은

구원의 메세지가 은은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마음에 남는다.


추천사가 맞았다.

이 책을 읽고 '깨어난' 독자는 결코 같은 모습으로 살 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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