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하얀 포말이 뒤를 따르는 물 위의 남자.

이 남자가 표지에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에서 강력하게 추천했다는 것도 이 책에 흥미를 더하지만

추천사의 문구가 더욱 인상적이다.


"이 꿈 같은 소설을 다 읽고 '깨어난' 독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게네랄 안차이거


제목이 <꿈의 책>인 것이 위와 같은 추천사의 강력한 힌트가 될 것이다.

책은 목차없이 바로 1일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 지 독자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상태로 

모호하면서도 당황스러운 감정을 안고 작가 니나 게오르게가 만든 세계로

풍덩- 빠지게 된다.


마치, 소설의 첫문장 "나는 뛰어내린다." 처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헨리, 샘, 그리고 에디 이다. 

헨리는 아들 샘을 만나러 가던 길에 우연히 마주친 물에 빠진 소녀를 구하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된다.


사실 샘은 그 전에 아버지를 만나본 적이 없다.

종군기자로 활약하던 헨리가 코마에 빠져 침대에 누워있게 된 이후에나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어떤 사람이었을지 상상할 뿐이다.

엄마는 그런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당연히) 좋지 않고,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한다는 샘에게 버럭 화를 낸다.


엄마는 남편 스티브, 동생 맬컴과 함께 할 때가 더 행복할 것이고

좋아하지 않는 남자에게서 낳은 자신이, 때로는 없어지는 것이 엄마를 위해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샘은 맑은 영혼만큼 깊은 생각과 공감력이 있는 아이다.

그래서인지, 샘의 시각으로 헨리와 헨리'를' 사랑했던 옛 연인 에디, 

그리고 병원에 누워있는 샘의 또래 매디를 만나 나누는 이야기를 읽으면

깊어서 투명하고 맑은 슬픔을 느끼게 된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외로움과 아픔, 상처를 준 과거에서 자유롭기를 원하지만

툭- 털고 나오지 못하는 인간의 나약함이나 

미처 해결되지 않은 감정의 덩어리들을

책의 곳곳에서 만나고 곱씹고 어루만져보며 

독자들은 점차 이야기 속의 주인공 중 자신의 마음을 줄 캐릭터를 고르고

그들이 꾸고 있는 꿈과 피할 수 없는 현실에 발을 내딛게 된다.

 

저자가 일관되게 다루는 주제는 인간의 유효함, 죽음, 그리고 화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꿈의 책>은 그 모든 주제들을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해도, 

일반 보편의 감정을 특별하게 묘사하는 것은 어려울 텐데

니나 게오르게는 이것을 해낸다.


출판사의 소개를 읽고 알게 된 사실인데,

작가는 갑작스레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난 뒤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고

아버지의 부재라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끝에

이 소설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삶에서 고통과 아픔을 겪은 사람들은 그 전과는 결코 같을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 상처는 그 사람들의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46일 동안 펼쳐지는 헨리, 샘, 에디, 매디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사랑했던 기억, 사랑을 잃었던 기억, 

그리고 사랑을 놓아야 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 '사랑' 혹은 애정/애착의 대상이 연인이든 가족이든 아니면 반려동물이든

생명의 유한함과 시간의 무한함 속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조금이나마 줄이려면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지금 당장 '죽음'의 그림자가 나에게 찾아온다면 무엇이 가장 아쉬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로 나뉠 지언정 

그들을 끈끈하게 연결해주는 사랑, 용서, 화해같은

구원의 메세지가 은은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마음에 남는다.


추천사가 맞았다.

이 책을 읽고 '깨어난' 독자는 결코 같은 모습으로 살 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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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 - '셀프헬프 유튜버' 오마르의 아주 다양한 문제들
오마르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이 화려한 장미문양의 책을 보자마자 빵- 터진다.
우아한 장미 문양과 빛나는 금색 선으로 뙇! 선언하듯 제목이 튀어오른다.

(효과를 주어 3D처럼 입체감도 있다!)

"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

알지. 모두와 잘 지낼 필요는 없다는 거.

그런데 아는 만큼 실천한다면, 세상 어려운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아는대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질 못하니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가 쌓이는 거 아니겠어?

그래서, 인생 2회차를 산 거 아니냐는 평을 듣는 것 같은

유투버 오마르는 뼈를 때려준다.

유투브를 통해 이미 수천만 뷰와 공감으로 증명한 그의 맞는말 대잔치가 책으로 나왔다.

적극적으로 SNS를 소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누구세요-?' 할 만한 이름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머리 속에 제대로 각인될 이름 '오마르'

(그리고 아마 유투브도 찾아보게 될 것이다)

본인의 시행착오를 녹여내었으니 책 내용의 진정성은 확보되었고

토크유투브 채널이니 말솜씨와 재치는 기대할 만 하다.

한 에피소드의 내용도 붐비는 지하철에 들고 읽어도 팔이 안 아플 분량이다.

(그러나 한 에피소드만 읽고 책을 덮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웃고 격공하느라 팔 아픈 줄 잠시 까먹을지도...)

제1장 나를 '불편'하게 하는 속 '편한' 사람들

제2장 연애도 '체력'이 필요해

제3장 안 만만해지기 연습

으로 구성되어 있다.

결국엔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인지라

회사, 친구, 가족, 연애 전반에 관한 고민을 담아놓았다.

특히 지금 연애를 하거나, 하고 싶거나, 쉬고 있거나, 지긋지긋한 사람들이거나

도대체가 저 사람의 마음은 무엇인지 알쏭달쏭해하며

답도 없는 상황에서 헤매는 사람들이라면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어, 이거 내 얘긴데" 싶은 것을

적어도 3개 이상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 모두와 잘 지내지 않지만 자기 자신과는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인생 좀 살아본 것 같은 지인과 편의점 벤치에 앉아

맥주캔과 먹태를 앞에 두고 얘기하는 기분이 든다.

큰 일이나 대단하진 않지만 삭제/종료가 안되고

계속 걸리적 거리는 '아주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깔끔하고 시원한 정리와 내가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인데

턱끝까지만 올리고 다시 씹어넘겼던 일갈을

유투버 오마르의 입을 통해 (아니 글자를 통해) 입안에서 굴리는 맛이

탁- 쏘는 맥주의 시원함 같다.

결국, 바꿀 수 없는 외부의 인간과의 문제에 고민하고 괴로워하다

정작 끝까지 나와 함께 하는 존재, 언제나 내 편이 되어야 할 존재인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하는 건 이미 알고 있지만.....

이라고 중얼중얼하고 있자니, 역시 토크 유투버 답다.

아주- 핵사이다 발언을 나(=독자)에게도 아끼지 않는다.

상대방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징징거리지만 말라는 따끔한 일침.

나도 누군가에겐 스트레스 유발자에 꼰대짓 마스터,

진상이 될 수 도 있는 걸 깨달으라는 돌려까기 ㅎㅎㅎ

인생이 그렇게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당연하고 누구도 (응, 나조차도) 피해갈 수 없는 진리 설파.

왜 그걸 알면서도 혼자 드라마나 영화를 현실로 못 만든다고 괴로워하냐는 등짝 스매시.

말맛이 느껴지는 글을 읽으며 깔깔 거리다, 빵- 터지다 보면

슬쩍 나도 어디가서 이러고 있는거 아니야? 하고 자기반성의 시간도 잠시 갖게 되는

유쾌한 '공공의 일기장' 같은 책이 <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 같다.

귀찮게 구는 벌레를 박멸하듯,

내 머리와 마음에 꼬물꼬물 불편감을 안겨주며

내 삶에 어둠을 드리우는 곰팡이 감정들에 시원한 사이다를 부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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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셈인생 - 지식공학자의 ‘조금은’ 다른 관점의 이야기
허병민 지음 / 쉼(도서출판)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책 표지랑 제목으로

읽기 전 그 책의 내용을 상상해보는 취미(?)가 있다.

앞으로 200여 페이지 동안 만날

작가의 이야기를 한 마디로 담는 제목은

모든 잔가지를 쳐내고, 지지한 것을 덜어낸 핵심 중의 핵심이자

작가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에

마지막으로 남겨둔 키워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표지같은 경우는

작가 혹은 출판사 혹은 일러스트레이터의 감각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지만

제목은 다르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표지도 눈에 들어왔지만

"곱셈인생"이라니...

얼마나 가열차게 혹은 생산적으로 살기를 말하려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저자 허병민은 화려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다.

유명 법대를 나와 제일기획 제작본부 PD로 입사했고

두산동아, 오티스 엘레베이터, LG생활건강에서 경력을 쌓았는데도 젊다.

발라드 그룹의 보컬 겸 작사가로 활동했고,

문학/문화 평론가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책을 읽다보면 각 분야의 이름 난 회사들에 지원했고,

최종 면접에서 고배를 계속 마신 경험도 나온다.

(그것을 굳이 담은 이유는 자랑이 아니라 이 책의 주제와도 관련있다.)


지금은 콘텐츠 큐레이터, 인사이트 큐레이터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으며

6년간 500명이 넘는 해외의 세계적인 석학/리더들과의 협업을 통해 도서와 교육 프로그램 등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해왔고

이 책도 그 일환 중 하나같다.

이 책에 나온 키워드를 3가지로 좁히면

'나' '왜' '지금/현재' 라고 할 수 있겠다.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원하며

(결과는 거두지 못하더라도) 노력 천재가 되어가게 만드는

사회의 그리고 내면의 끊임없는 압박에서 잠시 고개를 들어

스스로를 바라보자고 작가는 말한다.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왜 그 일을 하고 있는가?

지금의 나는 행복한가?


책은 여타의 자기계발서와는 조금 다르다.

독자가 수동적으로 책을 읽는 존재로 머무르게 하지 않고

계속 생각하게 한다.


빈 칸을 채우라고 하고, 질문에 대답해보라고 하며,

1분 혹은 1초 동안 자기를 생각해보라고 한다.

왜 '나'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고 연구하는 것이 중요한가를 물으며

궁극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남에게 보여지는 나, 남이 기대하는 나,

남보다 잘 되고 싶은 나. 의 존재가 아니라

진짜 내면의 나라는 사람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고,

원하며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줄기차게 묻는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나 다운 인생을 찾아가라는 것이

이기적으로 내 행복만을 추구하라는 얘기도 아니고,

세상과 연을 끊고 살아가라는 것도 아니다.


성공과 성취를 위해 마지막 퍼즐처럼 채워져야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음은

그 타인이 나를 인정하거나 평가하고 대우해주는 존재로 인식된다면 언제나 나와 타인과의 관계는 경쟁-낙오, 성공-실패로 타자화 되지만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잘 들여다 보며

어떤 길을 가야하는 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역시 다른 사람의 상황과 처지를

(나에게 도움이 될 지 같이) 계산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공감하게 된다.

여기에 이 책의 마지막 방점과 제목의 이유가 나오는 것 같다.

아무리 큰 숫자라 할지라도,

0을 곱해버리는 순간 모든 수는 0이 된다.


세상이 나에게 요구하는 학벌, 지식, 지위, 재산, 능력을

다 갖(출 수도 없지만 혹여라도)춘다고 해도

나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거나 존재의 이유를 찾지 못하면

그것은 0의 인생이다.

나 혼자 원하는 것을 다 이루고 그것으로 행복하다며

다른 사람을 돌아보지 않거나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면 그것은 0의 인생이다.


곱셈인생. 생각해보니 무서운 말이다.

아둥바둥 발버둥치며 살다가

인생의 말미에 다달아 갑자기 0을 곱해버리며

지금까지의 수고로움을 한순간에 '무'의 상태로 만들 것인가?

나는 과연 지금 어떻게 살고 있으며

왜 그런 선택을 하였는가? 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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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동그라미
일이 지음 / 봄름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안녕, 동그라미>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수없이 만나고 또 흘려보냈던 "동그라미"들에 대한 단상입니다.

언뜻 마티스를 떠올리게 하는 표지의 주인공은 작가의 아내입니다.
아내를 책 표지에 담고, 처음으로 담는 동그라미에 대한 에피소드도 
아내의 '눈동자'에 관한 것이라니.

이런 로맨티스트가 어디 있을까? 싶어 책을 열기도 전에 훈훈합니다. ㅎㅎㅎ

저자 일이(김대일)은 부산에서 태어나(!) 글을 쓰며 
자신을 알아가는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부인은 (저 그림의 주인공이자 저 그림의 주인공 ㅎ) 그림을 그리며 저자와 함께
햇살, 바람, 바다를 동경하며 부산에서 삶의 유랑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요.

도대체 디자이너의 눈으로 본 세상은 얼마나 다를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일상 속의 평범함 속에서도 특별함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일종의 뮤턴트(초능력자) 같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룰 '동그라미'들이 궁금하고 만나보고 싶었답니다.

이건 저같은 독자만의 생각도 아닌가봅니다.
책 뒷 표지를 장식한 김하나 작가님의 추천사에서도 볼 수 있듯
무언가를 좋아하고 수집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꼭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안에 숨겨져 있는 (혹은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가능한 일임을 책을 읽으면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 책 가격을 표시하는 칸에 있는 동그란 사과/혹은 오렌지/혹은 유자같기도 한 과일과
새초롬한 초승달도 너무 예쁘지 않나요? 
 



처음과 끝이 맞닿는 동그라미에 대한 철학적인 단상으로 책이 시작됩니다.
결국, 새로운 것을 온 몸과 마음으로 영접하고 느낌과 기억을 기록해 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오고 있는 각자의 삶을 조금 더 우리답게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지금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 모든 순간을 추억으로 바꾸는 기쁨의 더듬이를 조금 더 높이 세워야겠다는 다짐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다시 '들어가며'를 읽은 뒤 더욱 강해졌습니다.




오늘과 어제, 내일의 동그라미들을 뽑아놓은 목차.
이것만 읽어도 소제목 아래 어떤 에피소드가 펼쳐질 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


기념일을 따로 챙기지 않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딱 꼬집어 요청하는 아내에게
스노 글로브 (스노우 볼이 더 익숙해서 소제목만 봤을 땐 겨울 장갑인가? 했답니다. ㅎㅎㅎ) 를 대령하며
프리랜서 4년차로 겪는 불안감과 현실감으로 120년을 스노 글로브를 일관되게 만들어 온 회사의 정신에
'버틴다'의 고됨을 다르게 표현해 보고 싶어 '미준시'라는 사랑스러운 말로 바꿔버리는 에피소드는
정신승리라고 비웃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왠지 따뜻하고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누가 뭐라고 하든, 힘든 시간을 지나가야 하는 것이 정해져 있다면
아득바득- 힘겨운 느낌보다는 기대와 희망이 차오르는 기분이 더 좋지 않을까요? 
 




작가의 유머러스함은 다른 에피소드 곳곳에서 느껴지는데요.
아... 정말, 이 대목은 퇴근길에 읽다가 빵- 터져버렸어요.
마침 아침에 먹으려고 싸온 사과를 못 먹고 내내 가방 속에 넣고 있다가
"이걸 먹어야 해, 말아야 해" 라고 망설이던 차에 읽은 페이지라서 
생활감이 확실히 느껴졌달까요? ㅎㅎㅎ




또, 묘한 동질감을 느꼈던 '모기향' 에피소드.
무의미하고 낭비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내 손과 욕망을 어찌할 수 없이 무료한 행위에 집착했던 기억.
특히 살짝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돌돌말린 색연필 심 종이를 후루룩- 풀어내던 어렸을 때의 기억이
다른 여러가지 기억들을 연이어 불러내서, 읽으면서 행복했던 에피소드입니다. ^^




이 책에는 무려 60가지의 동그라미에 얽힌 에피소드가 담겨 있어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아, 맞아! 나도 이거 기억 나!' 할 만한 오브제도 나오고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스스로에게 면박을 줬던 요상스런 취미나 상상이 
의외로 다른 사람들도 즐기고 있던 무용하며 기분좋은 여가/일탈/즐거움이라는 것을 알면서
점점 자기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하는 책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에세이를 읽으며 글쓰기를 시도하고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들 때가 있지 않나요?
이 책을 읽으면 분명, 뭘 주제로 잡을까? 하고 궁리하기 시작할 거에요. 
장난꾸러기같은 킥킥거림을 입가에 매달고 말이죠. >ㅁ<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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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날, 가정식 - 5인의 아틀리에에서 만나는 5색 일본 가정식 레시피
미쓰하시 아야코 외 지음, 지영 옮김 / 라온북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요리를 하는 것 자체가 사치라고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일터에서 풀려나-_- 휘적휘적 집으로 들어와서 

허물벗듯 간신히 옷이나 갈아입고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누워서 자다가 끼니를 놓치지 십상이고,

회식으로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에 혹사된 위와, 무뎌진 입은

msg가 듬뿍 들어간 음식에서 허기만 달래면 되는 걸로 굳어지기도 했구요.


무엇보다, 

음식을 하기까지 재료를 사오고 준비하고 다듬고 끓이고 뒷정리를 하는

그 모든 시간과 과정 및 수고로움이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 가장 컸어요.


그런데도, 슴슴하고 간단하지만 

배가 든든히 차는 집밥에 대한 로망은 항상 있었나봅니다.

문제는, 요알못이 덥썩 달려들기엔 음식의 세계가 만만치 않았다는 거죠.

요리책을 사서 읽으면 분명 우리나라 말인데 

그 정도를 알 수 없는 애매한 말들을

(자작자작하게-, 한꼬집, 적당히-, 숨이 죽으면- 같은.... ) 

해석하듯 실험하듯 저질러 보다가


다시 "아-, 그냥 사먹고 말지" 로 회귀한 분들이라면 

이 책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말 그대로 일상이 달라지는 행복한 식탁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특별한 날, 가정식>


일본 가정식이어서 우리나라 밥상처럼 푸짐한 느낌은 없는 반면

정갈하고 깔끔하게 차려진 음식을 대접받는 기분이 들고요, 

한 그릇 음식만 만들면 되니 부담이 한결 덜한 것도 사실입니다.


맛있는 요리도 좋아하지만 

예쁜 요리에 대한 로망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나를 위해 시간과 노력, 공을 들여 열심히 만들어낸 음식을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다면,

평소 자주 접할 수 없는 요리나, 독특한 재료를 사용해서 

이국적인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면,

<특별한 날, 가정식>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책은 5명의 요리 연구가의 레시피가 실려 있습니다.

각각 여러가지 삶을 살다 각자만의 이유로 요리와 플레이팅, 

자기를 위하는 방법을 터득한 멋진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의 새로운 일터인 아틀리에가 소개되어

요리 뿐 아니라 요리를 통해 달라진 삶과 요리로 맺어진 인연도 

함께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일본 가정식이어서 '밥'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입니다.

요리를 먹다가도 왠지 '밥'이 없으면 서운한 밥순이인 저에겐 

각 요리 연구가의 레시피 구성이 마치 코스 요리 같았어요. 


샐러드와 간단한 에피타이저로 입맛을 돋워주고

한 그릇 밥을 조금 더 색다르게 즐길 수 있게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우리나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 혹은 직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재료

아니면 조금 응용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 재료들을 소개하여 

보기만 해도 예쁘고 귀한 대접을 받는 것 같은 요리들에 도전하고 싶도록 자극합니다. 

 




단, 아틀리에 음식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요리에 걸리는 시간이 마냥 간단치는 않습니다. 

'두부테린'은 보기에는 정말 뚝딱- 차려낼 것 같은 비주얼인데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

물론 응용하거나 재료를 대체하면 줄일 수 있겠지요? ㅎ



너무너무너무 좋았던 디저트들!!!

물론 오븐이라든지, 베이킹 재료를 갖추어야 하지만

주말에 브런치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다채로운 디저트를 만들어보면 정말 좋겠지요?

다른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고 나서도 이런 아름답고 맛있는 디저트를 대접하면

그 시간과 맛있는 경험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이 책의 장점은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나 못하는 사람도

각자의 단계에 맞는 요리를 골라서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물론 사진만큼 예쁜 요리가 나올지는 의문이지만 저는 ;; 요리 모험가라서...) 

나를 위하는 첫번째 단계로 삶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음식과 요리에

정성을 기울이는 그 마음 하나로 이미 충분히 위로받는 기분이 들 것이구요,

만약에 내 손으로 만든 음식이 맛까지 있다면 

그 충족감과 포근포근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겠죠.


그 기분과 자신감으로 점점 다른 음식에도 도전해보고 싶을 것 같고

요리부터 시작한 '나를 챙김'이 

생활의 구석구석에 온기와 에너지를 줄 것 같아요.





간편식과 외식의 지분을 좀 줄이고

특별한 가정식으로 

평범한 주말이나 일상을 조금 스페셜하게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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