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셈인생 - 지식공학자의 ‘조금은’ 다른 관점의 이야기
허병민 지음 / 쉼(도서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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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랑 제목으로

읽기 전 그 책의 내용을 상상해보는 취미(?)가 있다.

앞으로 200여 페이지 동안 만날

작가의 이야기를 한 마디로 담는 제목은

모든 잔가지를 쳐내고, 지지한 것을 덜어낸 핵심 중의 핵심이자

작가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에

마지막으로 남겨둔 키워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표지같은 경우는

작가 혹은 출판사 혹은 일러스트레이터의 감각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지만

제목은 다르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표지도 눈에 들어왔지만

"곱셈인생"이라니...

얼마나 가열차게 혹은 생산적으로 살기를 말하려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저자 허병민은 화려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다.

유명 법대를 나와 제일기획 제작본부 PD로 입사했고

두산동아, 오티스 엘레베이터, LG생활건강에서 경력을 쌓았는데도 젊다.

발라드 그룹의 보컬 겸 작사가로 활동했고,

문학/문화 평론가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책을 읽다보면 각 분야의 이름 난 회사들에 지원했고,

최종 면접에서 고배를 계속 마신 경험도 나온다.

(그것을 굳이 담은 이유는 자랑이 아니라 이 책의 주제와도 관련있다.)


지금은 콘텐츠 큐레이터, 인사이트 큐레이터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으며

6년간 500명이 넘는 해외의 세계적인 석학/리더들과의 협업을 통해 도서와 교육 프로그램 등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해왔고

이 책도 그 일환 중 하나같다.

이 책에 나온 키워드를 3가지로 좁히면

'나' '왜' '지금/현재' 라고 할 수 있겠다.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원하며

(결과는 거두지 못하더라도) 노력 천재가 되어가게 만드는

사회의 그리고 내면의 끊임없는 압박에서 잠시 고개를 들어

스스로를 바라보자고 작가는 말한다.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왜 그 일을 하고 있는가?

지금의 나는 행복한가?


책은 여타의 자기계발서와는 조금 다르다.

독자가 수동적으로 책을 읽는 존재로 머무르게 하지 않고

계속 생각하게 한다.


빈 칸을 채우라고 하고, 질문에 대답해보라고 하며,

1분 혹은 1초 동안 자기를 생각해보라고 한다.

왜 '나'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고 연구하는 것이 중요한가를 물으며

궁극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남에게 보여지는 나, 남이 기대하는 나,

남보다 잘 되고 싶은 나. 의 존재가 아니라

진짜 내면의 나라는 사람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고,

원하며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줄기차게 묻는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나 다운 인생을 찾아가라는 것이

이기적으로 내 행복만을 추구하라는 얘기도 아니고,

세상과 연을 끊고 살아가라는 것도 아니다.


성공과 성취를 위해 마지막 퍼즐처럼 채워져야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음은

그 타인이 나를 인정하거나 평가하고 대우해주는 존재로 인식된다면 언제나 나와 타인과의 관계는 경쟁-낙오, 성공-실패로 타자화 되지만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잘 들여다 보며

어떤 길을 가야하는 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역시 다른 사람의 상황과 처지를

(나에게 도움이 될 지 같이) 계산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공감하게 된다.

여기에 이 책의 마지막 방점과 제목의 이유가 나오는 것 같다.

아무리 큰 숫자라 할지라도,

0을 곱해버리는 순간 모든 수는 0이 된다.


세상이 나에게 요구하는 학벌, 지식, 지위, 재산, 능력을

다 갖(출 수도 없지만 혹여라도)춘다고 해도

나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거나 존재의 이유를 찾지 못하면

그것은 0의 인생이다.

나 혼자 원하는 것을 다 이루고 그것으로 행복하다며

다른 사람을 돌아보지 않거나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면 그것은 0의 인생이다.


곱셈인생. 생각해보니 무서운 말이다.

아둥바둥 발버둥치며 살다가

인생의 말미에 다달아 갑자기 0을 곱해버리며

지금까지의 수고로움을 한순간에 '무'의 상태로 만들 것인가?

나는 과연 지금 어떻게 살고 있으며

왜 그런 선택을 하였는가? 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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