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우리의 특별함
이충걸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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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표지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소년미가 묻어나는 귀여운 헤어스타일에, 

깊은 생각이 담긴 눈동자와는 사뭇 다르게

단단히 채워진 단추와 넥타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우리의 특별함>은 

GQ KOREA의 초대 편집장으로 18년간 일한

이충걸 편집장의 에디터스 레터를 모아서 만든 책이다.


매달, 독자들에게 새로움과 호기심을 자극해야 하는 잡지를 만들어 내는 사람의

말과 사유에 대한 궁금증으로 책을 열었다.


다른 책과는 조금 다른 얇은 종이 질감과 제법 두툼한 책의 두께가 기대감을 더했고,

한 달 한 달, 잡지의 콘셉트와 주제의식을 축약해 놓은 것 같은 에디터스 레터는

18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읽을 때 

옛날의 '최신 최첨단'을 보여주는 낯뜨거운 추억팔이가 아닌

과거와 현재가 여전히 연결되어 있고, 

변화/쇠퇴/퇴보/탈피/혁신 되어 가는 과정을 더듬을 수 있는

섬세하고 감각적이면서도 묵직한 사유와 취향이 묻어있는 글의 모음이었다.



쨍-하게 밝지 않은 조명에서 책을 처음 열었을 때에는 미처 눈치채지 못한

챕터의 제목 옆 숫자들이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과잉, 반란, 피상성, 남자, 행인들, 외양, 혼자, 어제 라는

총 8개의 주제를 각 챕터로 묶어서 저자 이충걸의 관찰 및 관찰의 결과, 취향,

그리고 생각이 흘러가거나 진해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보통은 제목을 진하게 쓰고 시작하는데, 옅은 색감과 간략한 단어로 시작된 글이

다채롭게 사유를 더하며 색을 입어가는 과정이 

때로는 유화처럼, 어떤 것은 담백한 수묵화처럼

어느 하나 예사롭지 않게 선택한 단어를 정제하고 잘 배열하여 

읽는 맛을 살려 제공된다.


보통 '잡지'하면 빠르고 감각적이며 신경을 자극하는, 

그러면서도 어딘가 어색한 번역식 말투나 

다소 과장되고 단정적인 스타일의 글들로 채워져 있는데

 (그럴 수 밖에 없으려니, 한다마는)

에디터스 레터와 후기 부분 만큼은 그 잡지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진짜 느낌이 살아 있어서 오히려 더 꼼꼼하게 읽는 편이라 

이 책의 글은 마치 진한 풍미를 가진 메인 디쉬의 플래터스 같았다.


쉽게 넘어가는 페이지가 아닌, 독자를 생각하게 하고 잠시 머무르게 하는 글들을 만나,

그다지 춥지 않은 겨울이어도 스미는 스산함을 잊을 수 있는 시간을 보내 행복했다.


저자는 예민한 지각과 세밀한 묘사의 문학적 글쓰기 보다  

일본 단가처럼 축약된 글을 쓰고 싶었다고 하며 

편집장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INTRO에서 말하고 있지만

글을 읽는 내내, 18년 동안 변함없이 유지되어 온 작가의 고양이 같은(?) 특징을 

여기저기에서 탐정처럼 찾아낼 수 있었다.


호기심이 많은 만큼, 두려움도 있고

그러나 한 번은 찔러보지 않고서는 성에 차지 않는 용감함이 늘 작동하는 모습.

사물을 오래도록 관찰하면서 이쪽 저쪽에서 바라보는 즐거움을 

시간을 내어 향유하는 시선과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로 팩- 하니 곤두세웠다가도 

결국은 포용하고야 마는 약한 마음까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새로움에 대해 그저 느끼고 생각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알아보려고 하고 탐구하고 공부해나가는 성실한(!) 스탠스가 

이 글과 이 글을 쓴 작가를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이 오랜 세월을 거쳐 만들어 낸 

시그니처 매력이 있는 숙성된 와인같은 글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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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유치원이 아니다 - 꼰대의 일격!
조관일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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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부터 감정이 느껴졌다. 왠지. ㅎ

나이 들어가고 있는 입장에서, 요즘 신세대들과 어울려 일하기 힘들었던 사람들은

책 제목과 표지의 부제만 봐도 자기 입장을 대변해주는 것 같을 수 있겠다 싶었다.


<회사는 유치원이 아니다> 라는 도발적인 제목 밑에 더더욱 빨간 맛으로

"누군가는 이 말을 해줘야 했다!" 라고 쓴 이 책의 저자 조관일은

스스로의 소개 첫마디가 "꼰대다." 이다.

꽤나 화려한 타이틀의 6개의 직장을 거치면서 부하였다가 상사의 위치까지 올라보았던 경험 밑

시장과 마케팅 차원의 문제까지 가게 된 '세대간의 문제'에 대한 나름의 고민과 공부를

책으로 펴냈다.



특히 이 책은 -작가에 따르면- 요즘의 세대론이 지나치게 신세대 중심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신세대의 입장에 치우쳐 신세대를 편들고 신세대의 주장을 옹호하며 

 기성세대를 일방ㅈ거으로 나무라는 겨양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라고 (밑줄까지 그어가며)

논리 전개의 중심 추를 신세대에서 기성세대로 옮겨 쓰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시작한다.


사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아, 괜히 스스로를 꼰대라고 소개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

책을 읽을 때 격앙되어 나오는 문장들이나, 간혹 억울함을 토로하는 기분을 느낄 때는

좀 답답하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책이 필요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소위, 신세대들과 갈등을 겪고 있거나 크게 겪어서 내상을 심히 입은 40, 50대들,

그래서 아예 입을 닫아버리거나 오히려 큰 목소리로 방어적으로 구는 그들의 마음과 처지를

조금이나마 달래주며 속상했던 마음을 풀어줄 수 있는 접근 방식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또한 스스로를 '젊다'고 생각하고 있는 30대들도 20대들의 눈에는 꼰대 1단계이며,

자신들이 혐오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저러진 않겠지' 싶은 40, 50대와 

중간관리자로 업무를 진행할 때 유사하게 되어가는 지점을 발견할 때의 충격적인(!) 상황을 

세대 갈등과 세대 혐오가 아닌,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로 이끌기 위한 자각의 계기로 삼기에도

이 책의 여러 에피소드들이나 작가의 (때로는 지나치게 강렬한) 말은 충분히 그 역할을 다한다.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지 않아 청년세대가 어려운 것만이 100% 사실은 아니다.

청년세대들이 개인적이고, 당위성이 앞서 "-충"이라는 말로 편가르기를 한다는 것도 실제와 다르다.

그러나 마치 색깔론처럼 특정한 세대들에게 프레임을 씌워두고 그 편견과 스테레오 타입성으로

서로에 대한 혐오, 차별, 감정을 조장하는 트렌드와 세력이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직접 만나고 겪어보면 그렇지 않아 "아, 다 그런 것은 아니구나-" 싶다가도

또한 꼰대짓이나 혐오발언을 듣고 나면 "그럼 그렇지" 하며 바로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 때문에

매년 공평하게 나이 먹어가면서도 서로에 대해 못마땅한 생각과 태도를 끊어내지 못하는 것은

지금도 큰 문제지만 앞으로는 더더욱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세대 문제 중에서 특히 '회사'라는 공간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회사'라는 조직의 특성과 그로 인한 '회사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하며

나이, 직급, 역할, 책임, 의무와 원칙에 대해 논의하며 

세대가 아닌 '입장'의 차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어떠한 입장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더라도

이해가 가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지점이다. 


당연하게도 기존의 조직이나 회사 문화라는 것이 좋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상사나 선배들이 모두 경험과 연륜으로 모범이 되어주는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신입들도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회사를 위해 몸과 마음을 갈아넣는 존재도 아니다.

이미, 세상이 변하고 시대가 바뀌고 있고 그에 따른 문화도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것을 '갈등'이나 '혐오'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서로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입장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해한 후,

잘못된 것은 고치고 좋은 점은 받아들이는 것.

글로 쓰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기성세대 편에서 그동안의 설움을 쏟아내는 것처럼 보이는 이 책도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기성세대들에 대한 팁을 주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말허리 자르지 말기

'진짜' 잘 들어주기

가르치지 말고 제안하기

꼰대식 말투 버리기 

같은 제안과 방법은 스스로가 꼰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체크리스트처럼 평소의 자신을 돌아보는 데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단순한 숫자로 규정되지 말고, 그 나이를 살아가는 하나의 존재로 

서로를 '존중'하는 회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다만, 상사가 먼저 읽고 부하직원에게 권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상사가 먼저 읽고 변화가 포착되고, 가장 중요하게도, 지속된다면

부하직원들은 '왠일이지?'하며 자연스레 호기심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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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고영 지음, 허안나 그림 / 카시오페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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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직관적인 제목이라니!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 책에 시선을 붙잡기 위해서라도 

요즘 작가들은 다들 제목학원을 다니는건가?

지금보다 좀 어렸을/젊었을 때는 저런 말이 그냥 우스개 소리인 줄 알았다ㅏ.

다크서클은 남의 일이고, 

회식으로 신나게 술 마시고 달려도 죽을 것 같지 않았던 시절.

직장 선임들의 책상에 "저걸 다 먹으면 배부르겠다" 싶을 정도로

총 천연색의 영양제가 열과 오를 맞춰서 있는 걸 보고, 남의 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하루하루가 다를 줄이야.

"운동해~ 잘 챙겨 먹고. 몸에 나쁜 거 먹지 말고" 하는 애정어린 잔소리를  

"네~" 하고 들었을 뿐 귀담아 듣지 않았던 그 시절이 후회된다.

20대에 만든 근육으로 40대 이후를 버티는 거라는 얘기를 듣고도 

땀 흘리는 거 싫고, 직장에서 돌아오면 영화 틀어놓고 야식 먹거나 

컴퓨터 앞에서 노는 것이 매일의 소확행이였던 

(사실 지금도 그 행복은 버리지 못하고 있다) 때.

주말이면 실컷 늦잠을 자고, 

침대에서 손을 뻗으면 모든 것을 잡을 수 있도록 세팅하고

하루 종일 뒹굴뒹굴거렸던 때는,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내려올 산에 왜 올라가는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멀리까지 -짐이 될 것 같은- 자전거를 타고 가는 걸 

왜 좋아하는지,

한번 사는 인생인데, 먹고 싶은 거 좀 먹으며 살지 

뭐 그리 몸매를 가꾸겠다고 애쓰는지를....


그래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과는 상종하지 않고 지냈었다.


학창시절부터 땡볕아래 운동장을 뛰는 일은 벌 받을 때 말고는 없었기에 

추호도 무인도에 저런 것들을 가져갈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원래부터 운동을 좋아하는 스포츠맨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사람이 한번 확- 꺾여서 엄청난 병원비를 내고 누워 있어 보거나

지금까지 잘 움직이고 기능하던 신체의 각 조직과 기관들이 삐그덕 거리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슬프게 드러낼 때 (주로, 뭐가 잘 안되어 고통을 주는 방법으로...)

그제서야 뭐라도 좀 해봐야지- 싶다가도 작심삼일로 끝나기 일쑤였다.

그래서 궁금했다. 이 책의 저자 고영은 어떻게 운동러로 거듭났는지를 알고 싶었고

멋진 몸매가 아닌, 생존하기 위한 체력을 키우는 팁을 얻고 싶어 책을 읽었다. 


목차만 읽어봐도 공감 100배.

다 어디서 들어본 말이다. 내가 직접이든, 친구를 통해서든. 

그래서 낄낄 거리며 읽게 된다. ㅎ

운동을 하면서 내 몸의 허접함을 절감할 때, 

더욱 엄격하게 열정을 불태우며 '극복' 하는 것 대신에 

길게 지속하는 운동을 위해 '타협'을 해야할 때도 있다고 권하는 작가님. (사랑합니다)

내가 왜 이 돈을 내고 이  벌을 받으며 먹는 것도 감시 받나-_- 

서러운 생각이 드는 PT시간을

다른 사람의 성과나 

몸에 안 좋은 음식들을 하나하나 사진까지 찍어가며 기록하는 집착보다는

자신의 목적에 맞는 -특히 근육 늘리기과 건강 지키기라면- 운동법을 선택해서

포기할 수 없는 먹는 것 대신 운동량을 조금 더 늘리는 방법으로 돌파하는 모습에

공감갔다.

 

나 혼자만 지진이 난 듯, 플랭크 몇 초에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내 몸에 어딘가에도 근육이 있구나-를 실감하게 만드는 뻐근한 근육통 때문에 

운동하러 갔다 병 얻는 거 아냐? 하며 

슬쩍 그만 두고 싶은 초보자의 마음을 확- 낚아채는 글도

'이미 해 본 사람'의 경험과 연륜(!)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잘 표현해낼 순 없을 것이다.


연예인들이나 시간 많은 사람들만 관리받고 

하루에도 몇 시간씩 운동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작가도 나와 다를 것 없는 바쁜 직장인의 삶 속에서 

꾸준히 그리고 성실히 운동을 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노력했고, 


PT, 헬스, 요가, 스트레칭, 홈트 (드러누워 파닥거리기 ㅎㅎㅎ) 를 루틴으로 돌리면서

자기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운동을 하면서 술과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끊고, 

다치지 않고 오래 운동하려고 공부까지 하는

작가의 모습이 살짝- ㅎㅎ 괴리감도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운동 좋아하는 사람은 변태라는 말에 공감 100000%!)

이제 동양인들에게 진정 감사한 음력 설이 다가오고 있으니

한번 더 결심해도 좋을 것 같다.


같은 돈. 병원비로 쓸 것인가, PT(혹은 다른 운동) 비로 쓸 것인가?

나날이 빠져가는 근육과 그것을 감춰주려 불어가는 지방을

'멋'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그냥 두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작가님처럼 무려 '마동석'을 꿈꾸는 게 아니라면

이 책에 나온 것을 다 따라하려는 욕심은 내려두고, 

유병장수를 막기 위해 뭐라도 지금 바로 시작해보자! 

간단한 스트레칭과 계단 오르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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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0-01-23 0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이런 제목에 손이 어찌 안 갈 수 있을까요?
제목학원에 다니신게 분명합니다^^ 공감 누르고 갑니다
 
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 - 식물 보듯 나를 돌보는 일에 관하여
정재경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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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라는 제목만 읽어도 숨이 트이는 기분이다.

북유럽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미니멀리즘이 그 다음 파도를 타고 한국에 도착한 뒤

이제는 그린 인테리어다.


아파트에서 살며 도시적인 혜택은 누리고 싶지만 

자연의 숨결 또한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을 

'그린 인테리어'는 정확하게 건드렸던걸까?


요즘은 숲세권이니, park세권이니 하면서 

초록색을 집 근처에 두는 것도 집의 가치를 올려준다.


초록색을 보면 평온한 마음이 든다.

이제 막 새순이 돋아나는, 여리디여린 연녹색의 뾰쪽한 잎사귀 끝을 보면

추운 겨울 동안 어떻게 버텨줬는지, 뭉클하여 눈물까지 살짝 나기도 했다. 

겨울 동안 (그래오 올해는 포근한 겨울이다; 춥지 않다) 삭막하고 날카로운 가지가

알고보면 저 초록색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 경이롭게도 느껴진다.

그런 마음에 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서울 근교의 화원들에 괜히 나가보며

다육이, 선인장 등 키우기 쉬운 식물을 기분껏 사오기도 여러 번이다.

전자파를 막아준다, 미세먼지를 정화시켜준다, 화원의 사장님은 여러 개를 추천하다

무언가 자신없어 보이는 태도를 금새 파악하시곤, 

"이거, 한 달에 한 번씩만 물 주면 죽이기도 어려운 거에요" 하고 권하시는 식물들도

고백하자면, 나는 꽤나 많이 죽였다.

그래서 정재경 작가의 <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를 읽기 시작했고,

'식물 킬러 탈출 작전' 을 읽으며 격한 공감의 끄덕임을 여러 차례 했다.


마냥 해만 잘 드는 곳에 두고, 때에 맞춰 물을 주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겠거니- 했는데

식물도 -당연하지만- 생물이다.

함께 어울려 자라야 쑥쑥 잘 크고, 적당히 서로의 거리를 유지해야 건강을 유지하며

빛, 바람, 물, 흙의 조화를 맞추는 자연에서 자라는 식물이 아니라면

식물을 관리하는 사람이 그걸 맞춰줘야 한다.



이미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이라는 전작에서 실내 공기정화식물을 키우다가

남편, 아들, 반려식물 200 그루와 함께 살게 된 이야기를 하며 마음과 생각의 건강에

식물이 기여하는 바를 카카오 브런치를 통해 연재하고 있는 작가 정재경은

실내의 쓰이지 않는 공간에서 충분히 키울 수 있는 나무류,

향으로 행복감을 더해주는 허브, 공기정화식물, 

예뻐서 포인트가 되는 식물을 소개하며

식물과 떼어놓을 수 없는 화분, 재배법까지 성실하게 정리해 놓아 

이제 막 식물을 키워볼까? 하는 초보자 들이나

죄책감 때문에 더 이상 식물을 키우기 조차 두려워하는 

초보자와 다를바 없는 식물킬러들에게

"야 너두- 할 수 있어" 정신을 심어준다.


식물에서 시작된 작가의 그린 라이프는 

곧 환경과 라이프 스타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1+1, 가성비, 저렴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잡을 수 있는 물건들로

소비하고, 쌓아놓고, 방치하다가 쉽사리 버리고, 다시 새로운 것을 사는 패턴이

쓰레기를 만들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애초에 식물을 200그루씩이나 집안에 들였던

미세먼지를 만들어 왔다는 것을 자각하는 과정은 

함께 페이지를 넘기는 독자의 마음에도 따끔한 죽비소리를 느끼게 한다.

식물을 돌보듯 나의 삶을 돌보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실천하며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식물처럼 

삶의 모습을 바꾸는 작가의 모습이 그야말로 '초록이 가득한 하루'이다.


자연스럽게, 적당하게. 식물이 주는 편안함처럼, 

무엇인가를 득달같이- 완벽하게- 끝을 얼른 보려다 쉽게 지치지 않고

하루에 서랍 하나, 선반 한 칸을 비우고 정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앞으로의 한 해를 가꾸어 나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오래되어 추억이 서린 물건들을 다시금 꺼내보고

나에게 소용이 다한 물건은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주고,

무엇보다 쉽게 사서 쓰다 버리거나, 왕창 사서 다 쓰지도 못하고 버리는

어리석은 소비행위를 반복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이 잊혀지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초록 식물을 데려오긴 어려워서, 

초록색으로 컬러링한 식물 그림을 책상 앞에 붙여 두었다. ㅎㅎ


요가, 소식, 수분 섭취 등으로 꾸준히 몸관리 루틴을 하는 작가님의 팁도 

무척 도움이 되었다. 

전기 사용을 줄이고,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다소의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

크고 많고 빨라 우리 자신의 에너지마저 소진시키는 삶의 궤도를 수정하여

몸과 마음, 정신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패턴을 정리하는 것.


책에서 배우고 느낀 것을 한꺼번에 모두 시작하지 않으련다.

뾰족한 어린 잎이 그늘을 만들어내는 큰 잎사귀로 자라나는 것처럼

천천히, 시간을 들여 그러나 확실하게 조금씩 실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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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 - 불평등에 분노하는 밀레니얼, 사회주의에 열광하다
헬렌 레이저 지음, 강은지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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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90년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들어온 지 -그나마 운 좋은 90년생이다- 

십 년쯤 되었다.

밀레니얼 세대라고 명명된 그들이 이제 목소리를 내고 있고, 

그것이 유의미한 반향을 불러오나 보다.

요즘 특히 이들을 분석(?)하거나 해석(?!)해주는 책들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지금까지는 그들을 '젊고 어리고 경험이 없어서' 

혹은 '소비지향주의' '소확행' 'YOLO'로 묶어 

그들의 욕구와 요구조차 아직 미성숙한 것으로 

아니, 노오력-이 부족한 이들의  투정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이제 누구라도 아는 

'부모 세대보다 똑똑하지만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는

사회의 주축이 되는 기성세대들에게 해명과 해답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요구에 강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사람이 이 책을 출판했다.


책의 저자는 헬렌 레이저로, 호주 멜버른 출신의 라디오 진행자 겸 저술가이다.

책날개에 작가 소개에서 '거침없는 입담과 필치'라는 말을 괜히 쓴 것이 아니었다.

이 책은 읽기에 쉽진 않다. 

개념이나 아이디어 자체가 흔히 봐오던 것들과는 좀 다르고,

어쩌면 이제 퇴색한 '자본주의 vs 마르크스 주의' 를 끌고 온다는 것에 

편견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의 시원하게 내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필체는 

상당히 선연하게 선언한다.

부의 불평등은 그만해야 한다.

차별은 그만해야 한다.

지금, 당장. 



6개 장에 걸쳐, 

꽤나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궁금해 했던 사안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민주주의가 가장 잘 발달되었다고 믿었던 미국에서, 

누가봐도 우스꽝스러운 쇼맨쉽 덩어리인 트럼프가 

'그'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유.

이미 무덤 속에서 썩어가고 있는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는 실패한다'라고 했던 말을

정말 '자낳괴', '먹고사니즘', '4차 혁명' 등등 색깔과 얼굴만 달리한 자본의 시대에 

다시금 떠올려야 하는 이유.

정보의 시대, 누구나 배울 수 있고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 허구적 망상일 수도 있다는 것.

"나만 아니면~" "약하고 못났으니까 그렇지" 라는 말이 위험한 이유를 

어려운 학술용어만 범벅하지 않고 유행어와 '밈'을 써가며 

격앙된 어조로 ^^ 토로한다.



나의 일이 아니라고 강건너 불구경했던 남의 나라 정치와, 

불평등을 없애고 자본 독식을 없애버리겠다던 지구 반대편의 시위가

돌고돌아 왜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생각해, 

아니 생각만 해서는 안된다는 작가의 말이

행동을, 그것도 당장 촉구하고 있다. 

이것이 불온한가?

부스러기라도 조금씩 손에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불안감을 조장할 수도 있을까?

아무리 노력해도, 

안정적인 직장이나 편안한 휴식을 보장하는 집, 깨끗한 환경조차 가지지 못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분노와 절망감이 그 불안감보다 작을까?

불안감을 지니고 있는 중년 이상의 세대와 

분노를 지니고 있는 중년 이하의 세대가 격돌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시간은 젊은 세대의 편일진대, 이 불평등과 차별, 혐오가 만연한 세상이 지속된다면

나이 들어 늙고 병들어, 기존의 권력과 힘을 더 이상 발휘하지 못할 때가 왔을 때

기성세대들의 생존은 가능할까?


'부자세'를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미국의 부자들과 

(물론 일부이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각종 세금에 누구보다 격렬하게 저항하는 소위 '중산층'들,

부당한 시스템에 연대해 대항하자 하면서도, 그 안에서 등급과 차별을 두는 사람들,  

타고난 지역, 계층, 성별, 종교로 차별을 받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며

'싫으면 노력으로 탈출하라-'고 말하는 세대들에게 

밀레니얼들은 어떤 반격을 가할 것인가.


지금은 평등, 페미니즘, 환경, 채식, 새활용, 마음 챙김으로 

스스로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이

이 책의 1장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를 준다.

애초에 인간의 고상함은 배고픔과 몸의 불편함 앞에서 얼마든지 무더질 수 있음을,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렸던 나라에서 노골적인 차별과 박해의 깃발을 휘날리고도 

대통령에 당선시킨 그 수 많은 표들이 증명한다.

그 표를 행사한 사람들.

그 사람들의 절망 끝에 내린 선택으로 인해

언제 터질 지 모르는 미중무역갈등, 글로벌 경제위기, 지구온난화의 무시, 

전쟁의 위협이 하루하루 뉴스 상단에 수건 돌리기를 하며 상주하고 있다.

이런 불안정한 현실과 미래가 싫으면, 노력으로 탈출해야 한다.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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