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 - 불평등에 분노하는 밀레니얼, 사회주의에 열광하다
헬렌 레이저 지음, 강은지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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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들어온 지 -그나마 운 좋은 90년생이다- 

십 년쯤 되었다.

밀레니얼 세대라고 명명된 그들이 이제 목소리를 내고 있고, 

그것이 유의미한 반향을 불러오나 보다.

요즘 특히 이들을 분석(?)하거나 해석(?!)해주는 책들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지금까지는 그들을 '젊고 어리고 경험이 없어서' 

혹은 '소비지향주의' '소확행' 'YOLO'로 묶어 

그들의 욕구와 요구조차 아직 미성숙한 것으로 

아니, 노오력-이 부족한 이들의  투정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이제 누구라도 아는 

'부모 세대보다 똑똑하지만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는

사회의 주축이 되는 기성세대들에게 해명과 해답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요구에 강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사람이 이 책을 출판했다.


책의 저자는 헬렌 레이저로, 호주 멜버른 출신의 라디오 진행자 겸 저술가이다.

책날개에 작가 소개에서 '거침없는 입담과 필치'라는 말을 괜히 쓴 것이 아니었다.

이 책은 읽기에 쉽진 않다. 

개념이나 아이디어 자체가 흔히 봐오던 것들과는 좀 다르고,

어쩌면 이제 퇴색한 '자본주의 vs 마르크스 주의' 를 끌고 온다는 것에 

편견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의 시원하게 내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필체는 

상당히 선연하게 선언한다.

부의 불평등은 그만해야 한다.

차별은 그만해야 한다.

지금, 당장. 



6개 장에 걸쳐, 

꽤나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궁금해 했던 사안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민주주의가 가장 잘 발달되었다고 믿었던 미국에서, 

누가봐도 우스꽝스러운 쇼맨쉽 덩어리인 트럼프가 

'그'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유.

이미 무덤 속에서 썩어가고 있는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는 실패한다'라고 했던 말을

정말 '자낳괴', '먹고사니즘', '4차 혁명' 등등 색깔과 얼굴만 달리한 자본의 시대에 

다시금 떠올려야 하는 이유.

정보의 시대, 누구나 배울 수 있고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 허구적 망상일 수도 있다는 것.

"나만 아니면~" "약하고 못났으니까 그렇지" 라는 말이 위험한 이유를 

어려운 학술용어만 범벅하지 않고 유행어와 '밈'을 써가며 

격앙된 어조로 ^^ 토로한다.



나의 일이 아니라고 강건너 불구경했던 남의 나라 정치와, 

불평등을 없애고 자본 독식을 없애버리겠다던 지구 반대편의 시위가

돌고돌아 왜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생각해, 

아니 생각만 해서는 안된다는 작가의 말이

행동을, 그것도 당장 촉구하고 있다. 

이것이 불온한가?

부스러기라도 조금씩 손에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불안감을 조장할 수도 있을까?

아무리 노력해도, 

안정적인 직장이나 편안한 휴식을 보장하는 집, 깨끗한 환경조차 가지지 못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분노와 절망감이 그 불안감보다 작을까?

불안감을 지니고 있는 중년 이상의 세대와 

분노를 지니고 있는 중년 이하의 세대가 격돌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시간은 젊은 세대의 편일진대, 이 불평등과 차별, 혐오가 만연한 세상이 지속된다면

나이 들어 늙고 병들어, 기존의 권력과 힘을 더 이상 발휘하지 못할 때가 왔을 때

기성세대들의 생존은 가능할까?


'부자세'를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미국의 부자들과 

(물론 일부이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각종 세금에 누구보다 격렬하게 저항하는 소위 '중산층'들,

부당한 시스템에 연대해 대항하자 하면서도, 그 안에서 등급과 차별을 두는 사람들,  

타고난 지역, 계층, 성별, 종교로 차별을 받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며

'싫으면 노력으로 탈출하라-'고 말하는 세대들에게 

밀레니얼들은 어떤 반격을 가할 것인가.


지금은 평등, 페미니즘, 환경, 채식, 새활용, 마음 챙김으로 

스스로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이

이 책의 1장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를 준다.

애초에 인간의 고상함은 배고픔과 몸의 불편함 앞에서 얼마든지 무더질 수 있음을,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렸던 나라에서 노골적인 차별과 박해의 깃발을 휘날리고도 

대통령에 당선시킨 그 수 많은 표들이 증명한다.

그 표를 행사한 사람들.

그 사람들의 절망 끝에 내린 선택으로 인해

언제 터질 지 모르는 미중무역갈등, 글로벌 경제위기, 지구온난화의 무시, 

전쟁의 위협이 하루하루 뉴스 상단에 수건 돌리기를 하며 상주하고 있다.

이런 불안정한 현실과 미래가 싫으면, 노력으로 탈출해야 한다.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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