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 - 식물 보듯 나를 돌보는 일에 관하여
정재경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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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라는 제목만 읽어도 숨이 트이는 기분이다.

북유럽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미니멀리즘이 그 다음 파도를 타고 한국에 도착한 뒤

이제는 그린 인테리어다.


아파트에서 살며 도시적인 혜택은 누리고 싶지만 

자연의 숨결 또한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을 

'그린 인테리어'는 정확하게 건드렸던걸까?


요즘은 숲세권이니, park세권이니 하면서 

초록색을 집 근처에 두는 것도 집의 가치를 올려준다.


초록색을 보면 평온한 마음이 든다.

이제 막 새순이 돋아나는, 여리디여린 연녹색의 뾰쪽한 잎사귀 끝을 보면

추운 겨울 동안 어떻게 버텨줬는지, 뭉클하여 눈물까지 살짝 나기도 했다. 

겨울 동안 (그래오 올해는 포근한 겨울이다; 춥지 않다) 삭막하고 날카로운 가지가

알고보면 저 초록색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 경이롭게도 느껴진다.

그런 마음에 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서울 근교의 화원들에 괜히 나가보며

다육이, 선인장 등 키우기 쉬운 식물을 기분껏 사오기도 여러 번이다.

전자파를 막아준다, 미세먼지를 정화시켜준다, 화원의 사장님은 여러 개를 추천하다

무언가 자신없어 보이는 태도를 금새 파악하시곤, 

"이거, 한 달에 한 번씩만 물 주면 죽이기도 어려운 거에요" 하고 권하시는 식물들도

고백하자면, 나는 꽤나 많이 죽였다.

그래서 정재경 작가의 <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를 읽기 시작했고,

'식물 킬러 탈출 작전' 을 읽으며 격한 공감의 끄덕임을 여러 차례 했다.


마냥 해만 잘 드는 곳에 두고, 때에 맞춰 물을 주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겠거니- 했는데

식물도 -당연하지만- 생물이다.

함께 어울려 자라야 쑥쑥 잘 크고, 적당히 서로의 거리를 유지해야 건강을 유지하며

빛, 바람, 물, 흙의 조화를 맞추는 자연에서 자라는 식물이 아니라면

식물을 관리하는 사람이 그걸 맞춰줘야 한다.



이미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이라는 전작에서 실내 공기정화식물을 키우다가

남편, 아들, 반려식물 200 그루와 함께 살게 된 이야기를 하며 마음과 생각의 건강에

식물이 기여하는 바를 카카오 브런치를 통해 연재하고 있는 작가 정재경은

실내의 쓰이지 않는 공간에서 충분히 키울 수 있는 나무류,

향으로 행복감을 더해주는 허브, 공기정화식물, 

예뻐서 포인트가 되는 식물을 소개하며

식물과 떼어놓을 수 없는 화분, 재배법까지 성실하게 정리해 놓아 

이제 막 식물을 키워볼까? 하는 초보자 들이나

죄책감 때문에 더 이상 식물을 키우기 조차 두려워하는 

초보자와 다를바 없는 식물킬러들에게

"야 너두- 할 수 있어" 정신을 심어준다.


식물에서 시작된 작가의 그린 라이프는 

곧 환경과 라이프 스타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1+1, 가성비, 저렴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잡을 수 있는 물건들로

소비하고, 쌓아놓고, 방치하다가 쉽사리 버리고, 다시 새로운 것을 사는 패턴이

쓰레기를 만들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애초에 식물을 200그루씩이나 집안에 들였던

미세먼지를 만들어 왔다는 것을 자각하는 과정은 

함께 페이지를 넘기는 독자의 마음에도 따끔한 죽비소리를 느끼게 한다.

식물을 돌보듯 나의 삶을 돌보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실천하며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식물처럼 

삶의 모습을 바꾸는 작가의 모습이 그야말로 '초록이 가득한 하루'이다.


자연스럽게, 적당하게. 식물이 주는 편안함처럼, 

무엇인가를 득달같이- 완벽하게- 끝을 얼른 보려다 쉽게 지치지 않고

하루에 서랍 하나, 선반 한 칸을 비우고 정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앞으로의 한 해를 가꾸어 나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오래되어 추억이 서린 물건들을 다시금 꺼내보고

나에게 소용이 다한 물건은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주고,

무엇보다 쉽게 사서 쓰다 버리거나, 왕창 사서 다 쓰지도 못하고 버리는

어리석은 소비행위를 반복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이 잊혀지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초록 식물을 데려오긴 어려워서, 

초록색으로 컬러링한 식물 그림을 책상 앞에 붙여 두었다. ㅎㅎ


요가, 소식, 수분 섭취 등으로 꾸준히 몸관리 루틴을 하는 작가님의 팁도 

무척 도움이 되었다. 

전기 사용을 줄이고,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다소의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

크고 많고 빨라 우리 자신의 에너지마저 소진시키는 삶의 궤도를 수정하여

몸과 마음, 정신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패턴을 정리하는 것.


책에서 배우고 느낀 것을 한꺼번에 모두 시작하지 않으련다.

뾰족한 어린 잎이 그늘을 만들어내는 큰 잎사귀로 자라나는 것처럼

천천히, 시간을 들여 그러나 확실하게 조금씩 실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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