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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유치원이 아니다 - 꼰대의 일격!
조관일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부터 감정이 느껴졌다. 왠지. ㅎ
나이 들어가고 있는 입장에서, 요즘 신세대들과 어울려 일하기 힘들었던 사람들은
책 제목과 표지의 부제만 봐도 자기 입장을 대변해주는 것 같을 수 있겠다 싶었다.
<회사는 유치원이 아니다> 라는 도발적인 제목 밑에 더더욱 빨간 맛으로
"누군가는 이 말을 해줘야 했다!" 라고 쓴 이 책의 저자 조관일은
스스로의 소개 첫마디가 "꼰대다." 이다.
꽤나 화려한 타이틀의 6개의 직장을 거치면서 부하였다가 상사의 위치까지 올라보았던 경험 밑
시장과 마케팅 차원의 문제까지 가게 된 '세대간의 문제'에 대한 나름의 고민과 공부를
책으로 펴냈다.

특히 이 책은 -작가에 따르면- 요즘의 세대론이 지나치게 신세대 중심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신세대의 입장에 치우쳐 신세대를 편들고 신세대의 주장을 옹호하며
기성세대를 일방ㅈ거으로 나무라는 겨양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라고 (밑줄까지 그어가며)
논리 전개의 중심 추를 신세대에서 기성세대로 옮겨 쓰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시작한다.
사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아, 괜히 스스로를 꼰대라고 소개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
책을 읽을 때 격앙되어 나오는 문장들이나, 간혹 억울함을 토로하는 기분을 느낄 때는
좀 답답하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책이 필요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소위, 신세대들과 갈등을 겪고 있거나 크게 겪어서 내상을 심히 입은 40, 50대들,
그래서 아예 입을 닫아버리거나 오히려 큰 목소리로 방어적으로 구는 그들의 마음과 처지를
조금이나마 달래주며 속상했던 마음을 풀어줄 수 있는 접근 방식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또한 스스로를 '젊다'고 생각하고 있는 30대들도 20대들의 눈에는 꼰대 1단계이며,
자신들이 혐오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저러진 않겠지' 싶은 40, 50대와
중간관리자로 업무를 진행할 때 유사하게 되어가는 지점을 발견할 때의 충격적인(!) 상황을
세대 갈등과 세대 혐오가 아닌,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로 이끌기 위한 자각의 계기로 삼기에도
이 책의 여러 에피소드들이나 작가의 (때로는 지나치게 강렬한) 말은 충분히 그 역할을 다한다.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지 않아 청년세대가 어려운 것만이 100% 사실은 아니다.
청년세대들이 개인적이고, 당위성이 앞서 "-충"이라는 말로 편가르기를 한다는 것도 실제와 다르다.
그러나 마치 색깔론처럼 특정한 세대들에게 프레임을 씌워두고 그 편견과 스테레오 타입성으로
서로에 대한 혐오, 차별, 감정을 조장하는 트렌드와 세력이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직접 만나고 겪어보면 그렇지 않아 "아, 다 그런 것은 아니구나-" 싶다가도
또한 꼰대짓이나 혐오발언을 듣고 나면 "그럼 그렇지" 하며 바로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 때문에
매년 공평하게 나이 먹어가면서도 서로에 대해 못마땅한 생각과 태도를 끊어내지 못하는 것은
지금도 큰 문제지만 앞으로는 더더욱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세대 문제 중에서 특히 '회사'라는 공간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회사'라는 조직의 특성과 그로 인한 '회사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하며
나이, 직급, 역할, 책임, 의무와 원칙에 대해 논의하며
세대가 아닌 '입장'의 차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어떠한 입장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더라도
이해가 가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지점이다.
당연하게도 기존의 조직이나 회사 문화라는 것이 좋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상사나 선배들이 모두 경험과 연륜으로 모범이 되어주는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신입들도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회사를 위해 몸과 마음을 갈아넣는 존재도 아니다.
이미, 세상이 변하고 시대가 바뀌고 있고 그에 따른 문화도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것을 '갈등'이나 '혐오'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서로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입장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해한 후,
잘못된 것은 고치고 좋은 점은 받아들이는 것.
글로 쓰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기성세대 편에서 그동안의 설움을 쏟아내는 것처럼 보이는 이 책도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기성세대들에 대한 팁을 주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말허리 자르지 말기
'진짜' 잘 들어주기
가르치지 말고 제안하기
꼰대식 말투 버리기
같은 제안과 방법은 스스로가 꼰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체크리스트처럼 평소의 자신을 돌아보는 데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단순한 숫자로 규정되지 말고, 그 나이를 살아가는 하나의 존재로
서로를 '존중'하는 회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다만, 상사가 먼저 읽고 부하직원에게 권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상사가 먼저 읽고 변화가 포착되고, 가장 중요하게도, 지속된다면
부하직원들은 '왠일이지?'하며 자연스레 호기심을 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