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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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은 1987년 한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까지 살다가

미국으로 이주해서 미술사학을 공부하고, 친환경 생활과 생태문학을 다루는 잡지의

설립자이자 편집자인 저자 김주혜님의 작품이다.




책의 내용을 이야기 하기에 앞서 저자의 이력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으며 느꼈던 미묘한 감상과 느낌을

스스로에게 설명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한국게 미국인 소설가라는 저자의 뿌리와, 

미술과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고 일하는 정체성을 살리고 

글을 기고하고 (한글->영어)번역하며 드라마도 기획하는 등

글/문화/미디어 분야에서 꾸준히 일하는 경력이 

6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하여 집필한 이 책을 구성하는 

주인공, 배경, 시기, 등장하는 (한국 및 시대의)상징적인 것들이

낯익지만 어딘가 낯설게 언급/배열/활용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한국을 배경으로, 일제 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파친코>와 비교하여 마케팅이 되지만

이 작품은 자기만의 결과 세계를 다루고 있다.


호랑이 사냥을 하며 만난 두 사람의 인연이, 격동의 시간을 돌고 돌아

호랑이 모양을 한 한반도의 끝, 제주도에서 마무리가 되는 플롯 전개도 그러거니와

(물론 완벽한 호랑이가 되려면 통일까지 다루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여러 차례 들었던 김구 선생과 독립운동을 했던 

할아버지에 대한 자긍심과 상상력에서 시작되어 역사적 사실을 소설적 허용으로 접목한

일제 강점기의 생활/모습과 3.1운동을 연상시키는 독립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투쟁,

분단 이후의 세대는 잘 알지 못하는 평안도, 평양 같은 북한의 모습과 서울의 옛 모습 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곳곳에서 반짝인다.




책이 다루는 시대에 비해 상당히 현대적인(!) 등장인물들의 성격은 

오히려 신선함과 새로운 시각을 느끼게 한다.

(혹시 드라마화를 염두에 두고 '원작'으로서 미리 준비를 해 둔 것이 아닐까?)

누구 하나도 완벽한 선/악으로 나눌 수 없는 다층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인물들은

성별, 계층, 국적, 지역, 신념에 따라 정형화되어 있지 않는 점도 영리했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들이 내리는 선택과 그 결과에 이르는 여정을 충분히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




작은 면적의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부나 명예, 과시와 지배욕을 앞세워 탄압하는 힘에 의해 '사냥'을 당하기도 하지만

희생자나 먹이로 전락하여 눈물을 흘리는 대신,

누구에게도,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고 거침없이 자유롭게 누비는 야수, 호랑이처럼

격동의 세월과 시대에 휘말려도 스스로를 잃지 않으며 생존하는 꿋꿋함을 굵게 새긴 

스토리가 인상적이다. 



다양한 K컨텐츠를 접하며 한국의 근현대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외국인들은

더욱 이 작품을 좋아할 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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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이슈로 답하다 - 평론가와 변호사의 수다
이현민.김민정 지음 / 북코리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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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물 속에서 살 듯이 대중문화/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향유하고 살지만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는 대중문화와 이슈, 라는 말이 함께 나온다면 

사건사고라든지 잘 해봐야 '좋지는 않은 상황'이라는 인식이 든다.

 

평론가와 변호사의 수다, 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

<대중문화 이슈로 답하다>같은 경우도 

막상 표지를 열어 내용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저런 루머나 고소/고발같은 송사, 명예훼손의 케이스에 더해

일반 대중은 잘 모르는 숨겨진 이야기, 정도를 다루겠거니 싶었는데

그 예상을 완전히 기분좋게 깨버렸다.

 

엔터테인먼트, 대중문화 콘텐츠는 이제 돈이 되는 커다란 사업이다.

자유로운 창작물을 누구나 만들고 접할 수 있게 하는 유튜브 같은 경우만 봐도

창작자가 시청자들에게 좋/댓/구/알을 간청하게 만드는 간접/직접광고 수익이

어마어마하다.

공짜로 볼 수 있는 유튜브는 사실 공짜가 아니다.

새로운 광고 시장으로 기업들의 마케팅 비용이 상당히 지불되는 플랫폼이다.

광고를 스킵하기 귀찮고 편의를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에겐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여 수입원을 늘리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뒷광고로 물품을 홍보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해내는

셀럽이나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했기도 했다.


 

 

새로운 시대, 기술, 플랫폼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허물고

대중매체에 노출된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다는 착각에 빠져있지만

업계가 단계별로 내놓는 상품이나 트렌드, 여론에 휘말리기 쉽다.

교묘하게 진실을 편집하거나 아예 거짓을 사실로 만드는 가짜뉴스도 판친다.

예전에는 관련법이 없거나 있는지도 몰랐던 것들을 예전처럼 다루다가

재산권, 개인정보, 타인의 명예 등등을 침해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ott시장하면 떼어놓을 수 없는 <킹덤>과 <오징어 게임>부터

연예인과 연예인의 가족을 다룬 예능에 이어 비연예인까지 주인공이 되는 예능 시리즈,

비슷한 포맷의 재탕/삼탕을 이어 교묘한 포맷 표절을 해대는 종편 방송,

캐릭터화/밈화/부캐의 등장으로 혼란스러워진 패러디, 오마주, 저작권 침해,

악성 기사와 댓글, 표현의 자유와 혐오/차별 발언의 만연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비롯해

NFT라는 기술 혁신이 미술 시장에 가지고 온 새로운 물결, 

대중문화인의 순수예술분야 진출로 '작가'라는 타이틀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등

문화 예술 전반을 통해 언젠가 기사로 스치듯 흘려보낸 이야기들을

대중문화평론가 이현민님과 (음악을 전공한) 김민정 변호사가 전문가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어떤 부분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 지에 관해 풀어놓는다.


 

저자의 견해나 해석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고 (평론의 부분이라 그렇겠지만)

추천사와는 다르게 '단숨에' 읽기에는 어려운 법률 관계와 개념이 많았지만

대중에게 즐거움과 판타지를 선사하는 대중문화예술의 백스테이지의 모습과

'업계'와 '사업'에 얽힌 혼돈 속에서도 제도와 법으로 틀을 만들어가는 희망을

동시에 접한 기분이다.

 


 

미디어 콘텐츠에 대해 공부하고 싶거나

전문 분야를 다루는 법률/법조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다.

 


 

#대중문화이슈로답하다 #이현민 #김민정 #북코리아 #대중문화평론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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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사람 곁에서 무너지지 않게 도움 주는 법 - 가족이나 친구가 기분장애를 겪고 있을 때 해줄 수 있는 말, 피해야 할 말, 해야 할 행동
수전 J. 누난 지음, 문희경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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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몸의 건강도 위협받고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울증이나 기분장애로 

마음과 영혼에 고통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우울감이나 무기력감, 번아웃, 공황장애 등 다양한 증상에 따라 

붙는 이름은 다채롭지만 결국 자신의 기분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지 못할 때

기분장애를 겪는다고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저자 수전 J. 누난은 의사이자 상담가, 작가이며 오랫동안 우울증을 겪어온 당사자로

자신의 경험과 공감을 바탕으로 타인을 돕는 활동을 하는 피어 스페셜리스트이다.

이 책도 우울증, 양극성장애 같은 기분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상태를 살펴보고 병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처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려는 목적에서 낸 것이다.


메사추세츠 병원의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가 쓴 추천사에서도

우울증 환자의 가족과 친구들이 적절한 소통법, 개입 시기와 도움을 주는 방법같이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이고 유용한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서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물론 정신과 의학의 영역은 제대로 훈련받은 상담가나 의사조차도

다양한 사례와 환자의 특이성/개별성을 오랜 시간 관찰하며

진단 및 치료의 경과를 유심히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책의 정보는 일종의 지식 창고의 역할을 할 뿐이다.

실제 기분장애를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전문가에게 진단 및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삶의 여러 분야에 변화가 생기면서 

지금까지와는 달라진 마음과 상태에 일희일비하고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중이라

이 책에서 얻은 우울증의 징후와 진단 부분을 꼼꼼하게 읽었다.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하는 우울증이지만 푹 쉬며 주사. 약 정도로 나아질 수도 있고

면역력이 저하되거나 합병증이 생긴다면 병을 앓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가져야 할 습관을 하나씩 실천하면서도

우울감을 겪는 사람 혹은 자신에 대한 감정과 태도를 어떻게 가져야 할 지에 대해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얻게 되었다.




생각과 기분이 섞이다보면 별로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할 때도 많기에

기분기록지를 작성하면서 좁은 틀에 갇혀버리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권장할 만 하다.

식생활, 운동, 수면 등 생활 전반에 걸친 훈련자료 목록은 하나씩 늘려가며 실천하기에 좋다.




기분장애를 겪는 환자 뿐만 아니라 그 환자를 도와주고 돌보는 

보호자들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

우울한 사람들에게 무슨 말과 행동으로 다가가야 할 지 조심스럽다면

유용하게 참고할 만한 예시를 제공하는 챕터 15는 읽는 이에게 

위안과 안심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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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나는 갑으로 삽니다 - 사회생활이 만만해지는 갑력 충전 처방전
염혜진 지음 / 넥서스BOOKS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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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나는 갑으로 삽니다>라는 제목부터 시작해서

'사회생활이 만만해지는 갑력 충전 처방전'이라는 부제에

표지에 등장한 여유있는 웃음으로 약을 조제하고 있는 약사의 모습까지,

이 책의 어느 하나 허투루 쓰인 말이 없다. 




저자 엄혜진님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18년차 직장인으로

식품영양학과 학사, 석사를 마치고 식품회사 마케터로 근무하다가

다시 공부해서 약학대학을 졸업 한 뒤 취직한 능력자(!)임에도 불구하고

결혼, 임신, 출산, 육아라는 바람직한(!) 코스를 밟으며 다양한 맛의 직장생활을 한 분이다.


남들은 선망하는 학력, 경력,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비정규/계약직의 서러움도 겪고

팀 내에서 혹은 윗선과의 갈등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경험했고

'또라이 보존의 법칙'에 따라 본인도 또라이가 된 적이 있지 않을까?- 까지도 

생각해 본 갑을병정을 다 거쳐 스스로 '갑'으로 살길 결정한 저자의 에피소드들은

사회 초년생부터 경력직, 중간직을 지나 책임자(이지만 권한은 별로 없는)로

성장과 후퇴를 파도처럼 반복하는 직장생활을 고스란히 담아두어

독자와 많은 부분에서 접점을 만들어낸다.

몸도 상하고 마음도 상하고 인간관계에서도 회의감을 느꼈던 회사 생활.

이미 가본 길에 대한 안내서를 쓴 저자의 공유 글쓰기 덕분에

독자는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예시와 전략을 얻게 된다.




내가 열심히 하면 결과를 분기마다 확인할 수 있는 학교 생활과는 달리

-그리고 나를 도와줄 어른들이 존재했던 청소년기와는 당연히 다르게-

상냥하게 웃으면서 언제 어디서 날아올 지 모르는 뒷통수 치기의 얼얼함을

맵게 맛볼 수 있는 직장생활은 한국인의 삶에서 물리적이나 정신적으로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각자의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을 

'갑'으로 살기 위해 마음과 몸을 다질 필요가 있다.


나만 이런 억울한 경우를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아는 것만으로도 자기비하가 줄어들며 위로가 되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어디선가는 목소리를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작지만 소중한 용기를 내어볼 수도 있게 된다.

내 문제에 빠져 있다보면 살피기 어려운 주변의 모습들을 

이 책을 통해서 접해보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도 

나를 조금 더 어른스럽게 만들고 '갑력'을 증진하는데 도움이 된다.


영양제를 먹었을 때와 먹지 않았을 때의 차이점을 

이제야 제대로 느끼게 된 -흑... 청춘은 모르겠지.... 그럴거야...- 연차에

약사로서 전문성을 살린 '인생약사의 올바른 약정보'는 

이 책의 사이사이에 끼어있는 비타민같은 존재다.




주말동안 마음을 먹고 추슬러도 당장 월요일부터 다시 마주하게 될

일과 사람, 관계와 상황들에 슬퍼지고 조금 한숨도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만의 갑력은 따로 없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야할 일을 차근차근 해내며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마음을 내려놓고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는 것.

회사에서 갑으로 살 수 없어도 내 인생에서는 갑으로 살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

그것이 바로 '오늘부터 갑'으로 사는 방법일 것이다.




#오늘부터나는갑으로삽니다 #엄혜진 #넥서스 #사회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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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웬디 미첼 지음, 조진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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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은 한글 제목이다.

원래의 제목은 <What I wish people knew about dementia>.

번역하면 "사람들이 치매에 대해 알았으면 하는 것" 으로 한글 제목과는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

왜 굳이 '거의'라는 말을 넣었을까? 제목부터 궁금해지며 책을 펼쳤다.


수명이 길어지고 과학과 의술이 발달하지만 여전히 암은 정복하지 못하고 있고

치매와 노화에 따른 질환은 누구나 대비, 혹은 감내해야 하는 것이 되고 있다.

치매나 치매 환자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그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나 

치료하는 의료진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저자 웬디 미첼은 영국국민의료보험에서 20년 동안 비임상팀 팀장으로 일했고

그러던 와중에 58세에 조기 발병 치매를 진단받은 치매 환자가 되었다.

스스로 치매환자가 되고 난 다음, 사회나 병원, 가정/가족들 중

치매 환자의 삶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저자는 2014년 7월에 치매를 진단받고, 

2019년에 치매 연구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브래드포드대학교에서 건강학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현재에도 알츠하이머병협회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하루하루 자신을 잃어가는 병, 혹은 가장 기본적인 본능만이 남는 병,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지 못하며 현재보다 과거에 사는 병.

치매나 알츠하이머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대개 이렇다.


건강을 잃고 고통스럽게 하는 모든 질환이 무섭지만, 

스스로의 마음과 몸, 정신을 제어할 수 없게 되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마저 기억하지 못하거나 그들에게 짐이 되는 병은 두렵다.


웬디 미첼은 2021년 3월, 

<내가 알던 그 사람>이라는 -베스트셀러가 된- 회고록에 이어 두번째 책인 이 책을 썼다. 

2022년에 출간될 예정이라는 말에 '그때쯤이면 여기에 있을 것 같지 않아"라고

말을 했다는 저자에게 공동 저자는 2018년 첫 번째 책을 낼 때도 그 말을 했다는 것을

'부드럽게 일깨워주었'고, 저자는 상상했던 치매와 자신이 살아내고 있는 치매 환자의 삶이

상당히 다르다는 경험을 사람들에게 공유하겠다는 점을 확실히 한다.





진행설 질환이지만 치매도 인생의 한 조각이다.

인생을 살면서 멍하거나, 기분이 좋거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할 때가 있는 것과 같이 치매도 그러하다.

진단을 받는 그 순간부터 절망과 비탄에 빠져 있기에는 이후의 삶이 아깝다.


기억력 뿐만 아니라 감각, 감정, 의사소통의 변화가 일어나는 치매의 특성에 맞추어

외부와 내부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치매 환자가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총 6장에 걸쳐 자신의 경험과 다른 치매 환자의 케이스를 들어

상세하게 묘사하고 정보를 제공한다.




간병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 치매 환자이지만 혼자 생활이 가능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리고 치매에 친화적은 환경을 만들어 변화하는 자신을 잘 돌보고 

그에 맞추어 삶의 스타일과 타이밍을 바꾸는 실질적인 팁이 있는 2,3,4장은

비단 '치매'라는 질환에 국한되지 않고 고령화와 노인 질환을 필연적으로 맞이할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드리워져있는 불안과 공포를 덜어주는데 무척 도움이 된다.





흔히 감정이나 감각이 무뎌진다고 단정짓고

치매를 앓는 '사람'이 아니라 치매를 앓아 돌봐야 할 '환자'(혹은 장애인)으로 

대우하거나 다루게 되는 간병 가족들의 힘들고 답답한 마음에는

5장과 6장에서 다루는 '지금 이 순간'에 몰두하는 감정과 태도 부분이 

환자를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여유를 갖게 해 줄 것이다.





간병가족이 안타까워하고 신경을 쓰는 만큼이나

환자들도 가족들의 반응과 말,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받고 신경을 쓰고 있으며

그럼으로 환자와 간병인 모두 각자 고요히 있을 휴식의 시간이 필수적이라는 점은

치매는 한 사람이나 가정의 몫으로 떨어진 불행이 아니라

사회와 의료체계, 국가가 시스템적으로 지원해야하는 공동체의 질환이라는 것을

더욱 분명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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