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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웬디 미첼 지음, 조진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0월
평점 :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은 한글 제목이다.
원래의 제목은 <What I wish people knew about dementia>.
번역하면 "사람들이 치매에 대해 알았으면 하는 것" 으로 한글 제목과는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
왜 굳이 '거의'라는 말을 넣었을까? 제목부터 궁금해지며 책을 펼쳤다.
수명이 길어지고 과학과 의술이 발달하지만 여전히 암은 정복하지 못하고 있고
치매와 노화에 따른 질환은 누구나 대비, 혹은 감내해야 하는 것이 되고 있다.
치매나 치매 환자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그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나
치료하는 의료진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저자 웬디 미첼은 영국국민의료보험에서 20년 동안 비임상팀 팀장으로 일했고
그러던 와중에 58세에 조기 발병 치매를 진단받은 치매 환자가 되었다.
스스로 치매환자가 되고 난 다음, 사회나 병원, 가정/가족들 중
치매 환자의 삶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저자는 2014년 7월에 치매를 진단받고,
2019년에 치매 연구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브래드포드대학교에서 건강학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현재에도 알츠하이머병협회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하루하루 자신을 잃어가는 병, 혹은 가장 기본적인 본능만이 남는 병,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지 못하며 현재보다 과거에 사는 병.
치매나 알츠하이머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대개 이렇다.
건강을 잃고 고통스럽게 하는 모든 질환이 무섭지만,
스스로의 마음과 몸, 정신을 제어할 수 없게 되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마저 기억하지 못하거나 그들에게 짐이 되는 병은 두렵다.
웬디 미첼은 2021년 3월,
<내가 알던 그 사람>이라는 -베스트셀러가 된- 회고록에 이어 두번째 책인 이 책을 썼다.
2022년에 출간될 예정이라는 말에 '그때쯤이면 여기에 있을 것 같지 않아"라고
말을 했다는 저자에게 공동 저자는 2018년 첫 번째 책을 낼 때도 그 말을 했다는 것을
'부드럽게 일깨워주었'고, 저자는 상상했던 치매와 자신이 살아내고 있는 치매 환자의 삶이
상당히 다르다는 경험을 사람들에게 공유하겠다는 점을 확실히 한다.
진행설 질환이지만 치매도 인생의 한 조각이다.
인생을 살면서 멍하거나, 기분이 좋거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할 때가 있는 것과 같이 치매도 그러하다.
진단을 받는 그 순간부터 절망과 비탄에 빠져 있기에는 이후의 삶이 아깝다.
기억력 뿐만 아니라 감각, 감정, 의사소통의 변화가 일어나는 치매의 특성에 맞추어
외부와 내부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치매 환자가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총 6장에 걸쳐 자신의 경험과 다른 치매 환자의 케이스를 들어
상세하게 묘사하고 정보를 제공한다.
간병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 치매 환자이지만 혼자 생활이 가능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리고 치매에 친화적은 환경을 만들어 변화하는 자신을 잘 돌보고
그에 맞추어 삶의 스타일과 타이밍을 바꾸는 실질적인 팁이 있는 2,3,4장은
비단 '치매'라는 질환에 국한되지 않고 고령화와 노인 질환을 필연적으로 맞이할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드리워져있는 불안과 공포를 덜어주는데 무척 도움이 된다.
흔히 감정이나 감각이 무뎌진다고 단정짓고
치매를 앓는 '사람'이 아니라 치매를 앓아 돌봐야 할 '환자'(혹은 장애인)으로
대우하거나 다루게 되는 간병 가족들의 힘들고 답답한 마음에는
5장과 6장에서 다루는 '지금 이 순간'에 몰두하는 감정과 태도 부분이
환자를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여유를 갖게 해 줄 것이다.
간병가족이 안타까워하고 신경을 쓰는 만큼이나
환자들도 가족들의 반응과 말,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받고 신경을 쓰고 있으며
그럼으로 환자와 간병인 모두 각자 고요히 있을 휴식의 시간이 필수적이라는 점은
치매는 한 사람이나 가정의 몫으로 떨어진 불행이 아니라
사회와 의료체계, 국가가 시스템적으로 지원해야하는 공동체의 질환이라는 것을
더욱 분명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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