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어공주를 위하여 9 - 완결
이미라 지음 / 시공사(만화)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이미라님의 초기작이자 최대걸작인 <인어공주를 위하여>는 현재 20대가 되어있는 이들이라면 중고교시절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슬비, 백장미, 서지원(푸르매), 조종인..그 이름만 들어도 입가에 아련히 웃음이 떠오르게 되는 푸르른 만화. 80년대의 촌스러운 옷들과 세련되지 못한 유머가 오히려 푸웃-하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고, 스파르타식 만화가집 딸내미 이슬비를 히로인으로 내세워 당시만 해도 미지의 영역이었던 만화가의 일상을 보여준 만화.
그러나 역시 인어공주를 위하여의 가장 큰 가닥은 서지원과 이슬비, 그리고 백장미 3인의 얽히고 설킨 사랑이야기일 것이다. 서지원이란 인물이 가정사로 인해 어린 시절의 해맑은 푸르매와 성장해서의 불량소년 서지원으로 나누어짐으로 해서, 어린 시절의 약혼자 이슬비와 성장해서의 계약애인 백장미 두 소녀가 경합(?)하게 되는 것이다. 부잣집 딸내미에다 병약미소녀인 백장미와 그에 상반되는 명랑소녀 이슬비, 이 두 소녀는 너무 다르지만 또한 너무 똑같이 서지원을 사랑한다. 마치 안데르센 인어공주에서 인어공주와 쓰러진 왕자를 발견한 이웃나라 공주 둘이 왕자를 똑같이 사랑한 것처럼. 그러면 여기서 인어공주는 누구일까?
초반에는, 이슬비가 인어공주처럼 된다. 어린시절부터의 약혼자인 슬비 대신 나중에 끼어든 백장미와 서지원이 사귀니까 말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슬비와 지원이 맺어짐으로써 지원이 방황하던 시절 옆에서 바른 길로 이끌려고 애쓰던 장미가 인어공주역이 된다. 그러니까 결국 인어공주란 안타까운 사랑을 하는 모든 소녀들을 가리킨다고 본다. 십대의 감수성을 몹시도 자극했던 인어공주를 위하여, 20대가 된 지금에 와서 다시 봐도 역시 재미있었다. 명작은 영원하다는 말은 고금의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