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세르크 23
미우라 켄타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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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얼핏 정돈되지 않은 듯한 펜선과 복잡한 화면구성, 주인공 가츠의 우락부락한 생김새가 꺼려졌었다. 알 수 없는 어둠의 괴물들을 묵묵히 해치워나가는 광기어린 가츠의 언행은 흔한 판타지전투물쯤으로 다가왔었다. 그러나, 이런 악몽같은 현재가 있게한 과거로 급선회하여 가츠의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드라마가 재전개되면서 나는 <베르세르크>라는 만화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용병단에서 검과 함께 자라난 소년 가츠가 매의 용병단과 만나고 그래서 그 단장 그리피스와 운명적인 연을 맺게 되면서 모든 일은 시작되었다. 현재 가츠를 옭아맨 모든 악몽같은 상황이!! 목덜미에 새겨진 제물의 표식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들'을 그 곁으로 불러들여 가츠는 휴식을 취할 겨를도 없이 전투 속에 살아가고 있다. 또한 연인도 동료도 모두 잃은 채 가장 의미있는 존재였던 그리피스를 향한 칼날을 세우고 있다.

초반부에 잔뜩 깔렸던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은 갑자기 과거로 회귀해 다시 현재로 진행해오면서 명쾌하게 이해된다. 그리고 가츠의 비운과 그리피스와의 악연에 가슴이 아파오게 되는 것이다. <베르세르크>에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드라마가 깔려있고 너무도 현실적이라 욕지기가 치밀어오르는 추악한 전투가 있다. 그리고 비현실적이면서도 한편으로 굉장히 리얼한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이른바 악마와 마물들의 개입이 있다. 중세의 화형이라든가 이단심문관 같은 것들도 나오는데 이것들은 가히 마물이 주는 끔찍함에 비견될 정도로 추악하다.

인간의 더러움과 마물의 섬뜩함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다크 판타지, 베르세르크. 한순간이라도 행복하고 웃음이 나오는 때는 과거의 어느 순간, 매의 용병단 시절 뿐이다. 그리고 그 행복함을 깨게 된 가츠와 그리피스 각각의 감정과 그것이 초래한 현재의 암흑이 극명히 대비되어 더욱 안타까워지고 만다. 행복한 판타지를 좋아하지만 베르세르크만은 비록 다크판타지일지언정 무척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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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년이 사는 법 4
서문다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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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찾아 한국에 온 유도훈군(15세)이 주인공으로, 한국에 오자마자 소매치기를 당해 거지가 된 그가 살아나가는 법이 수록된 만화가 바로 <이 소년이 사는 법>이다. 돈, 여권 다 날아간데다 설상가상 가방은 똑닮은 여동생 유도림의 것과 뒤바뀐 상태. 하하..여기서부터 그의 비운의 여장인생은 서막을 올리는 것이다. 모델 하비수(동갑내기)의 말동무 콘테스트(?)에서 추접스런 음식싸가기행동으로 단숨에 하비수의 마음을 사로잡은 도훈군. 이후 계획에도 없던 중학교를 하비수와 함께 다니게 되고 그 학교에 포진한 인물들을 만나 하루도 조용한 날 없이 살게 되는데..

암튼 여장상태인 유도림일 땐 아주아주 비굴한 분위기의 그가 간혹 유도훈으로 돌아올 때면 뭔가 아주 있어보이는 미소년으로 변신해 그 돌변함에 '오옷~'하는 탄성을 지르며 살포시 얼굴을 붉히게 된다. 아버지가 남의 집 담벼락에 벽화로 그려놓은 어머니 그림을 보고 울던 도훈군 모습은 정말이지..비수가 아니라 나도 한 번에 반해버릴만큼 이쁘고 멋졌다(-ㅅ-;). 소매치기 친구 재우와 무책임의 극치인 아버지, 얼음여왕 하비수 등등 만만찮은 사람들 속에 둘러싸인 도훈군이 부디 목적을 이루어 영국귀공자로 변신하길 바래본다. 서문다미님 특유의 개그컷이 남발되다시피 발휘된, 작가 스스로 허접을 줄창 외치는, 그러나 실상 너무너무 유쾌하고 재밌는 만화!! 도훈이같은 애가 남동생이면 얼마나 좋을까.ㅠ_ㅠ(쥘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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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Up? 1
김정은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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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님이 윙크에 단편들을 발표하실 때부터, 특유의 가늘가늘한 캐릭터나 할리퀸적 감성을 무척 좋아했더랬다. 그래서, 단편집 이후 내놓은 첫번째 장편연재작 what`s up?의 출간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잡지에 매회가 실릴 때마다 정말이지, 까무러칠만큼 웃어댔다. 이전 작품들이 이른바 할리퀸 패러디였다면 왓츠 업은 야오이 패러디다. 귀여운 얼굴의 두 소녀, 명품에 미친 공주와 야오이에 미친 반장을 내세워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데..아아, 이 반장 정말 존경한다!!!!

도대체 국어교과서의 '삼대'를 보면서 덕기와 그 친구간의 대화를 므흣하게 해석하는 그 솜씨! 전생에 크산티페로서 남편 소크라테스를 미워한 이유가 그리스미소년들을 독점하고 있어서! 비밀의 화원을 가장 재밌게 읽은 이유는 콜린과 디컨의 러브러브모드 때문에..!! 등등등. 아아, 반장 나도 공주처럼 니 옆에서 너의 참신한 사고체계에 맞장구치고 싶어~ㅠ_ㅠ 나중에 나온 반장의 방송작가 언니 또한 대단했다. 암행어사와 그의 산도(양경일, 윤인완의 신암행어사에서 설정된 것으로, 암행어사의 호위역을 일컬음)를 그런 관계로 만들어 방송에 내보내다닛~~~!!! 그 대담함에 박수를..아, 그리고 그 드라마를 보다가 돌이 되어버린 공주의 아버님..크흐흣..그것이 이른바 최신경향(?)이란 것입지요; 야오이를 싫어하는 내 동생도 이 만화는 엄청 좋아하고 있다.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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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로미오 & 줄리엣 3
이미라 지음 / 시공사(만화)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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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를 무대로 한 이국적인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 그 이야기를 동양버전으로 바꾸어 판타지를 가미하면 <신로미오와 줄리엣>이 탄생한다. 단봉가와 금황가, 원수지간인 양대가문과 그 가문 각각의 노미오와 주리예를 내세워 세익스피어의 희곡을 멋들어지게 패러디하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아마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달리 노미오와 주리예는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서 그 누님, 오빠에 의해 강제로 결혼하게 된다는 것! 사랑없이 결혼해서 어쩐지 서로 잘 맞춰 살아나가는 둘을 보고 있자면 재밌다.

신라시대 화랑과 원화제도를 도입한 것과, 나라이름이 '쥬신(조선)'인 것, 환경은 현대인 것이 다 제각각이라 무척 흥미롭고, 노미오의 누나인 황진이와 주리예의 오빠인 벽계수의 사랑이야기도 고사를 멋지게 인용했다고 본다. 이미라님의 작품 중 <은비가 내리는 나라>의 대마왕님과 이슬비, 시리우스 등의 인물도 깜짝출연해 그 작품을 좋아했던 나를 기쁘게 했다. 선랑인 노미오가 쥬신제국을 위협해오는 검은 것에 맞서 부디 퍼펙트하게 승리하기를, 그리고 주리예의 거침 뒤에 감춰진 맘을 알아채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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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를 위하여 9 - 완결
이미라 지음 / 시공사(만화)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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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라님의 초기작이자 최대걸작인 <인어공주를 위하여>는 현재 20대가 되어있는 이들이라면 중고교시절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슬비, 백장미, 서지원(푸르매), 조종인..그 이름만 들어도 입가에 아련히 웃음이 떠오르게 되는 푸르른 만화. 80년대의 촌스러운 옷들과 세련되지 못한 유머가 오히려 푸웃-하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고, 스파르타식 만화가집 딸내미 이슬비를 히로인으로 내세워 당시만 해도 미지의 영역이었던 만화가의 일상을 보여준 만화.

그러나 역시 인어공주를 위하여의 가장 큰 가닥은 서지원과 이슬비, 그리고 백장미 3인의 얽히고 설킨 사랑이야기일 것이다. 서지원이란 인물이 가정사로 인해 어린 시절의 해맑은 푸르매와 성장해서의 불량소년 서지원으로 나누어짐으로 해서, 어린 시절의 약혼자 이슬비와 성장해서의 계약애인 백장미 두 소녀가 경합(?)하게 되는 것이다. 부잣집 딸내미에다 병약미소녀인 백장미와 그에 상반되는 명랑소녀 이슬비, 이 두 소녀는 너무 다르지만 또한 너무 똑같이 서지원을 사랑한다. 마치 안데르센 인어공주에서 인어공주와 쓰러진 왕자를 발견한 이웃나라 공주 둘이 왕자를 똑같이 사랑한 것처럼. 그러면 여기서 인어공주는 누구일까?

초반에는, 이슬비가 인어공주처럼 된다. 어린시절부터의 약혼자인 슬비 대신 나중에 끼어든 백장미와 서지원이 사귀니까 말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슬비와 지원이 맺어짐으로써 지원이 방황하던 시절 옆에서 바른 길로 이끌려고 애쓰던 장미가 인어공주역이 된다. 그러니까 결국 인어공주란 안타까운 사랑을 하는 모든 소녀들을 가리킨다고 본다. 십대의 감수성을 몹시도 자극했던 인어공주를 위하여, 20대가 된 지금에 와서 다시 봐도 역시 재미있었다. 명작은 영원하다는 말은 고금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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