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정돈되지 않은 듯한 펜선과 복잡한 화면구성, 주인공 가츠의 우락부락한 생김새가 꺼려졌었다. 알 수 없는 어둠의 괴물들을 묵묵히 해치워나가는 광기어린 가츠의 언행은 흔한 판타지전투물쯤으로 다가왔었다. 그러나, 이런 악몽같은 현재가 있게한 과거로 급선회하여 가츠의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드라마가 재전개되면서 나는 <베르세르크>라는 만화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용병단에서 검과 함께 자라난 소년 가츠가 매의 용병단과 만나고 그래서 그 단장 그리피스와 운명적인 연을 맺게 되면서 모든 일은 시작되었다. 현재 가츠를 옭아맨 모든 악몽같은 상황이!! 목덜미에 새겨진 제물의 표식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들'을 그 곁으로 불러들여 가츠는 휴식을 취할 겨를도 없이 전투 속에 살아가고 있다. 또한 연인도 동료도 모두 잃은 채 가장 의미있는 존재였던 그리피스를 향한 칼날을 세우고 있다. 초반부에 잔뜩 깔렸던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은 갑자기 과거로 회귀해 다시 현재로 진행해오면서 명쾌하게 이해된다. 그리고 가츠의 비운과 그리피스와의 악연에 가슴이 아파오게 되는 것이다. <베르세르크>에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드라마가 깔려있고 너무도 현실적이라 욕지기가 치밀어오르는 추악한 전투가 있다. 그리고 비현실적이면서도 한편으로 굉장히 리얼한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이른바 악마와 마물들의 개입이 있다. 중세의 화형이라든가 이단심문관 같은 것들도 나오는데 이것들은 가히 마물이 주는 끔찍함에 비견될 정도로 추악하다. 인간의 더러움과 마물의 섬뜩함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다크 판타지, 베르세르크. 한순간이라도 행복하고 웃음이 나오는 때는 과거의 어느 순간, 매의 용병단 시절 뿐이다. 그리고 그 행복함을 깨게 된 가츠와 그리피스 각각의 감정과 그것이 초래한 현재의 암흑이 극명히 대비되어 더욱 안타까워지고 만다. 행복한 판타지를 좋아하지만 베르세르크만은 비록 다크판타지일지언정 무척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