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T 5 - 라센편
안선영 / 자음과모음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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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knit는 매듭/실타래란 뜻으로, 제목처럼 실타래가 얽히고 꼬인 양상으로 사건과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다. 주인공인 이안이면서 또한 세실리아인 그녀가 이안일 때의 지인들과 세실이 되면서 함께 하게 된 사람들과 관계하며, 그저 자신의 소신껏 행하는 행동들은 마치 '나비날개이론'처럼 행성 라센에 폭풍을 일으킨다. 실타래의 한 가닥의 끝을 따라가면 결국 모두와 맞닿듯이, 그 한가닥을 잡아당김으로써 실뭉치 전체가 변화하듯이 말이다.

지구인들이 이주한 이행성 라센의 신분제도상 가장 최상급 계층이었던 세실, 그리고 가장 천시된 계층 로와세즈(만들어진 인간)의 이안. 상관을 감싸려다 폭탄사고로 죽은 이안의 심장이 세실에게로 이식되고, 이후 이안이자 세실이 된 그녀는 아냐스 대공의 딸로서 날개를 퍼덕일 준비를 한다. 사실, 그녀 입장에선 그저 처한 상황에 그 때 그 때 대처하고 행동했을 따름인데 그것의 여파는 정세를 변화시키고 라센을 통째로 뒤흔들만큼 거대한 바람을 일으킨다.

세실이자 이안인 그녀의 자아정체성 문제라거나, 과거의 연인과 현재의 연인 사이에서의 갈등, 그리고 정쟁과 전투 등이 정말 '꽉 짜여지고 맞물려서' 돌아가는 knit. 마치 최고로 정교한 거미집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면서도 혼란스럽지 않고 명확한 구성도 좋고, 깔끔한 문체도 흥미진진한 내용에 더해 무척 호감이 간다. 하지만 프롤로그와 내용 중간중간에 비극을 암시하는 요소가 너무 진해서, 결말로 치달을수록 심장이 조여든다. 세실리아&이안과 그녀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될까? 그리고 라센은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 궁금증으로 안달하게 되면서도 포기할 생각은 나지 않는 너무나 재밌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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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상 대원 애니메이션 아트북 1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최윤선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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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친화와 반전메시지를 담은, 약간은 삭막하지만 하야오 특유의 잔잔하고 따뜻한 자연과 인간끼리의 정이 흐르는 작품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라고 생각한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현재의 문명이 죄다 파괴되고 원시적인 생활형태로 돌아가 부족국가체제가 된 상황에서 그 중 한 국가의 공주인 나우시카를 내세워 환경친화와 반전을 노래하는 하야오 감독.

인간들이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오염된 숲의 오무가 실은 오염을 정화시키는 생물이었다는 것이 제일 큰 충격이었달까, 끔찍하고 징그럽던 오무들이 푸른 눈으로 변했을 때 그들이 너무도 아름답게 보였다. 거신병까지 동원해 간신히 정화되고 살아나는 중인 땅과 오무를 해치는 인간들의 탐욕에는 정말 눈쌀이 찌푸려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나우시카는 전쟁과 오염을 막아서는 의지 강한 인간으 대표자로서 자연을 상징하는 오무와 탐욕스런 인간들 사이를 중재한다.

오무들이 내뻗은 황금빛 촉소들이 마치 밀밭처럼 술렁거리고 그 위에 상처입은 나우시카가 올려져 치료받은 후 즐겁게 뛰어나니는 그 아름다운 광경을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름다움을 만들기위해, 작은 노력이나마 내가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고자 재삼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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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아이 - 소년문고 18
김학헌 옮김 / 교학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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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아이는 어찌보면 꽤 신파적인 내용이다. 주인공인 레미는 어느날 갑자기 멀리 일 나갔다 돌아온 아버지에 의해 자신이 주워온 애임을 알고 사랑하는 어머니와 헤어져 떠돌이 노인에게 팔린다. 그리고 개와 원숭이를 부려 재주를 보여주고 먹고 사는 노인과 함께 방랑하고, 친어머니와 동생과 잠깐 조우했다가 그 사실을 모른 채 헤어지고, 노인의 죽음 이후 함께 살던 가족의 몰락으로 다시 떠돌이 신세가 되지 않나..가만히 살펴보면 레미의 처지는 무척 안 됐다.

그렇지만 짜증이 치민다거나 보기힘들다거나 하지 않는 것은, 흥미와 재미를 떨어뜨리지 않는 이야기 구성에 있다. 평범하던 아이가 갑자기 세상으로 나가 소위 모험을 겪는다고도 볼 수 있는 이 이야기에는 스릴과 모험요소도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으며 잠깐잠깐 평온하고 행복한 때에서 깊은 만족감을 맛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귀여운 동물들과 정이 가는 많은 사람들과 마지막의 극적인 친가족과의 재회 및 양어머니와의 함께함은 어느덧 입가에 흐뭇한 웃음이 걸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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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 1
곤도 요시후미 지음, 미야자키 하야오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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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대개 애니메이션으로 스크린을 통해 봤지만, 이 작품 <귀를 기울이면>만은 애니메이션 북으로 먼저 접했다. 그리고 나서 애니메이션으로 봤는데, 애니메이션북으로 볼 때는 감상하지 못했던 음악과 주인공 소녀의 노래를 실제로 들으니 무척 좋았다. 그렇지만 애니메이션북에서는 내 취향에 맞게 장면장면을 재단해서 -보는 시간과 그에 따른 비중조절- 보았었는데 애니메이션으로는 오직 감독의 뜻대로 끌려가야했기에 그 점에선 애니메이션 북이 더 나았다고 생각한다. 이상한 골동품점같은 경우, 신기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 들어차있어서 책으로 볼 때는 하나하나 무척 자세히 보며 즐거워했는데 동영상으로는 휙휙 지나쳐가버리니 말이다.

고양이를 따라 골동품점에 발을 들인 소녀가, 그 곳에서 바이올린 만들기를 배우는 소년과 친해진다. 바이올린 장인을 꿈꾸는 소년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소녀의 만남, 알고보니 도서관에서 도서카드에 항상 소녀보다 먼저 이름이 적혀있던 소년은 소녀를 이미 좋아하고 있었던 것. 도서관과 학교, 골동품점을 오가며 점차 진행되는 소년과 소녀의 너무너무 보기좋은 러브스토리.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담백한 '좋아해'의 감정. 감독의 노령의 나이를 생각할 때 정말 감탄스러운 사춘기의 풋풋한 감정묘사다.

꿈과 장래의 진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풋사랑에 눈을 뜬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푸른 하늘같은 이야기가 '귀를 기울이면'이 아닐까? 골동품점에서 할아버지들과 소년은 악기를 연주하고, 소녀는 노래를 부르는 작은 음악회는 소리가 없는 책임에도 소리를 들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소녀의 '컨트리 로드'를 부르는 약간 머뭇대다가 나중엔 신이 나서 불러제끼는 맑은 노래소리가 말이다. 나중에 실제로 애니메이션으로 봤을 때, 정말 책을 보며 내가 상상하던 만큼이나 듣기 좋았더랬다. 귀를 기울이면은, 애니메이션만큼이나 생생한 장면장면이 녹아든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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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토토로 1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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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북으로 나온 이웃의 토토로. 애니메이션만큼의 생동감이나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할 수 없는 점은 아쉽지만, 대신 휙휙 스쳐지나가버리는 한 장면 한 장면을 자신이 보고 싶은 만큼 뚫어져라 오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요컨대 읽는 시간을 통해 장면의 '비중'을 보는 이가 장악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장점이라 할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중에서 가장 이렇다할만한 스토리가 없는 '이웃의 토토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신기한 작품이다. 철저히 일본적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이었던 다른 작품들보다도 친근하게 다가서는 것은, 자연에 대한 비중을 그 어느 때보다 늘렸기 때문이 아닐까? 자연은 철저히 무국적이니까 말이다.

시골 농촌으로 이사온 자매가 숲의 정령 토토로(토토로들?)를 만나고 여러 가지 재밌는 경험을 한다. '우어어'같은 이상한 괴성을 내지르는 커다란 입과 이빨을 가진 푹신푹신한 토토로! 토토로가 우산을 쓰고 우산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재밌어하는 모습에 나까지 덩달아 어찌나 즐겁던지! 날 수도 있는 토토로이건만 그는 전용 자가용(?)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네 발로 껑충껑충 뛰는 고양이버스다. 천연 모피시트(?)가 일품인 이 고양이 버스에 탄 두 자매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일본에서 캐릭터상품으로 가장 성공한 토토로와 고양이버스, 정말 인형으로 가지고 싶을만큼 귀엽다.

엔딩에서 요양소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러 갈 때 고양이 버스를 빌려주는(?) 토토로의 우정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토토로같은 친구를 사귄다면 얼마나 신날까? 아무튼 시골농촌의 정경이나 순박한 마을 사람들, 자매 중 어린 쪽인 떼쟁이 메이도 토토로나 고양이버스 못지 않게 정겨운 웃음을 주는 존재다. 이웃의 토토로는 유명한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정말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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