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상 대원 애니메이션 아트북 1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최윤선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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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친화와 반전메시지를 담은, 약간은 삭막하지만 하야오 특유의 잔잔하고 따뜻한 자연과 인간끼리의 정이 흐르는 작품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라고 생각한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현재의 문명이 죄다 파괴되고 원시적인 생활형태로 돌아가 부족국가체제가 된 상황에서 그 중 한 국가의 공주인 나우시카를 내세워 환경친화와 반전을 노래하는 하야오 감독.

인간들이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오염된 숲의 오무가 실은 오염을 정화시키는 생물이었다는 것이 제일 큰 충격이었달까, 끔찍하고 징그럽던 오무들이 푸른 눈으로 변했을 때 그들이 너무도 아름답게 보였다. 거신병까지 동원해 간신히 정화되고 살아나는 중인 땅과 오무를 해치는 인간들의 탐욕에는 정말 눈쌀이 찌푸려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나우시카는 전쟁과 오염을 막아서는 의지 강한 인간으 대표자로서 자연을 상징하는 오무와 탐욕스런 인간들 사이를 중재한다.

오무들이 내뻗은 황금빛 촉소들이 마치 밀밭처럼 술렁거리고 그 위에 상처입은 나우시카가 올려져 치료받은 후 즐겁게 뛰어나니는 그 아름다운 광경을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름다움을 만들기위해, 작은 노력이나마 내가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고자 재삼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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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아이 - 소년문고 18
김학헌 옮김 / 교학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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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아이는 어찌보면 꽤 신파적인 내용이다. 주인공인 레미는 어느날 갑자기 멀리 일 나갔다 돌아온 아버지에 의해 자신이 주워온 애임을 알고 사랑하는 어머니와 헤어져 떠돌이 노인에게 팔린다. 그리고 개와 원숭이를 부려 재주를 보여주고 먹고 사는 노인과 함께 방랑하고, 친어머니와 동생과 잠깐 조우했다가 그 사실을 모른 채 헤어지고, 노인의 죽음 이후 함께 살던 가족의 몰락으로 다시 떠돌이 신세가 되지 않나..가만히 살펴보면 레미의 처지는 무척 안 됐다.

그렇지만 짜증이 치민다거나 보기힘들다거나 하지 않는 것은, 흥미와 재미를 떨어뜨리지 않는 이야기 구성에 있다. 평범하던 아이가 갑자기 세상으로 나가 소위 모험을 겪는다고도 볼 수 있는 이 이야기에는 스릴과 모험요소도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으며 잠깐잠깐 평온하고 행복한 때에서 깊은 만족감을 맛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귀여운 동물들과 정이 가는 많은 사람들과 마지막의 극적인 친가족과의 재회 및 양어머니와의 함께함은 어느덧 입가에 흐뭇한 웃음이 걸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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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 1
곤도 요시후미 지음, 미야자키 하야오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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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대개 애니메이션으로 스크린을 통해 봤지만, 이 작품 <귀를 기울이면>만은 애니메이션 북으로 먼저 접했다. 그리고 나서 애니메이션으로 봤는데, 애니메이션북으로 볼 때는 감상하지 못했던 음악과 주인공 소녀의 노래를 실제로 들으니 무척 좋았다. 그렇지만 애니메이션북에서는 내 취향에 맞게 장면장면을 재단해서 -보는 시간과 그에 따른 비중조절- 보았었는데 애니메이션으로는 오직 감독의 뜻대로 끌려가야했기에 그 점에선 애니메이션 북이 더 나았다고 생각한다. 이상한 골동품점같은 경우, 신기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 들어차있어서 책으로 볼 때는 하나하나 무척 자세히 보며 즐거워했는데 동영상으로는 휙휙 지나쳐가버리니 말이다.

고양이를 따라 골동품점에 발을 들인 소녀가, 그 곳에서 바이올린 만들기를 배우는 소년과 친해진다. 바이올린 장인을 꿈꾸는 소년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소녀의 만남, 알고보니 도서관에서 도서카드에 항상 소녀보다 먼저 이름이 적혀있던 소년은 소녀를 이미 좋아하고 있었던 것. 도서관과 학교, 골동품점을 오가며 점차 진행되는 소년과 소녀의 너무너무 보기좋은 러브스토리.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담백한 '좋아해'의 감정. 감독의 노령의 나이를 생각할 때 정말 감탄스러운 사춘기의 풋풋한 감정묘사다.

꿈과 장래의 진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풋사랑에 눈을 뜬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푸른 하늘같은 이야기가 '귀를 기울이면'이 아닐까? 골동품점에서 할아버지들과 소년은 악기를 연주하고, 소녀는 노래를 부르는 작은 음악회는 소리가 없는 책임에도 소리를 들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소녀의 '컨트리 로드'를 부르는 약간 머뭇대다가 나중엔 신이 나서 불러제끼는 맑은 노래소리가 말이다. 나중에 실제로 애니메이션으로 봤을 때, 정말 책을 보며 내가 상상하던 만큼이나 듣기 좋았더랬다. 귀를 기울이면은, 애니메이션만큼이나 생생한 장면장면이 녹아든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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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토토로 1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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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북으로 나온 이웃의 토토로. 애니메이션만큼의 생동감이나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할 수 없는 점은 아쉽지만, 대신 휙휙 스쳐지나가버리는 한 장면 한 장면을 자신이 보고 싶은 만큼 뚫어져라 오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요컨대 읽는 시간을 통해 장면의 '비중'을 보는 이가 장악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장점이라 할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중에서 가장 이렇다할만한 스토리가 없는 '이웃의 토토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신기한 작품이다. 철저히 일본적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이었던 다른 작품들보다도 친근하게 다가서는 것은, 자연에 대한 비중을 그 어느 때보다 늘렸기 때문이 아닐까? 자연은 철저히 무국적이니까 말이다.

시골 농촌으로 이사온 자매가 숲의 정령 토토로(토토로들?)를 만나고 여러 가지 재밌는 경험을 한다. '우어어'같은 이상한 괴성을 내지르는 커다란 입과 이빨을 가진 푹신푹신한 토토로! 토토로가 우산을 쓰고 우산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재밌어하는 모습에 나까지 덩달아 어찌나 즐겁던지! 날 수도 있는 토토로이건만 그는 전용 자가용(?)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네 발로 껑충껑충 뛰는 고양이버스다. 천연 모피시트(?)가 일품인 이 고양이 버스에 탄 두 자매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일본에서 캐릭터상품으로 가장 성공한 토토로와 고양이버스, 정말 인형으로 가지고 싶을만큼 귀엽다.

엔딩에서 요양소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러 갈 때 고양이 버스를 빌려주는(?) 토토로의 우정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토토로같은 친구를 사귄다면 얼마나 신날까? 아무튼 시골농촌의 정경이나 순박한 마을 사람들, 자매 중 어린 쪽인 떼쟁이 메이도 토토로나 고양이버스 못지 않게 정겨운 웃음을 주는 존재다. 이웃의 토토로는 유명한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정말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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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베르 씨의 신분 상승
장 자끄 상뻬 지음, 윤정임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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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유명한 책의 제목이 문득 생각났다. 제목과 달리 슬픔이 여전히 곁에 머무는 반어적인 그것처럼, 신분이 상승한 랑베르씨도 피카르 식당을 떠나지만 사실은 피카르 식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현대식으로 바뀐데다 예전같은 단골손님들의 가족적 관심이 더는 없는 피카르 식당, 랑베르는 그런 피카르 식당 대신 새로운 식당을 찾게 된다. 모습도 풋내나는 청년에서 꼭 중년신사처럼 탈바꿈된 채 말이다.

그러나, 새로운 사람들이 있는 새로운 식당에서 랑베르가 함께 앉은 자기보다 젊은 청년에게 해주는 말은 피카르 식당에서의 3명이 랑베르에게 해준 말과 동일하다. 즉, 랑베르의 몸이 피카르 식당을 떠났을지언정 그가 피카르 식당에서 얻었던 것들은 여전히 그에게 머물러 있다. 피카르 식당의 4인 그룹에서 주로 얘기를 듣던 랑베르가 새로운 식당에서는 얘기를 해주는 입장이 된 것은, 세월의 흐름과 세대 교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이렇게 청년은 중년이 되고 자신이 젊은 시절 겪었던 어른들의 모습을 답습해가고, 그렇게 그렇게..

전작 '랑베르씨'에서는 무척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가 흘러넘친 데 반해, 후속작인 이 '랑베르씨의 신분상승'에서는 무언가 심장을 콕콕 찌르는 어떤 종류의 애수가 흐른다. 볼 때는 정신사납게 휘몰아치는 폭풍같은 전개에 알아챌 수 없었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고나서 인생살이란 이런 것인가하는 일종의 허무와 젊은 날에 대한 아련한 애수를 느꼈다. 아무튼 작가인 장 자끄 상뻬는 작품 스타일이 두 부류로 극명하게 나뉘는 것 같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나 '랑베르씨'류의 서정적이고 따뜻한 그것과 '랑베르씨의 신분상승', '작은 차이', '어설픈 경쟁', '거창한 꿈'류의 그것으로 말이다. 전자가 보다 취향에 부합하긴 하지만 상뻬 특유의 기지와 날카로움이 녹아난 후자의 부류도 썩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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