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앤 프론티어 3 - 운명과 삶
이은파 지음 / 대현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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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솔직히 1권을 얼마나 짜증나하며 봤는지 모른다. 용병인 알렌 주위에 주르륵 따라붙는 여인네들의 하렘. 알렌은 여자 밝히고 돈 밝히고 강함이 두드러지지 않는데 주변 여인네들은 마법천재, 절대강자 신관전사, 한나라 왕녀 등등 잘나고 미모 빠방하다. 그야말로 남자들의 망상적 꿈을 한껏 부풀린 유치한 소설이다라고 단정지었었다. 아버지가 진 빚을 갚으러 여동생 애프터와 몬스터를 사냥한다는 설정도 식상하다고 느꼈고.

그러나! 알렌의 진면목이 서서히 드러나면서-즉 그가 원래 가볍고 돈밝히는 게 아니라 여동생과 둘이 살기 위해서 여자들의 기술을 배우고 돈을 벌기 위해 그렇게 바뀌었다는 것, 그리고 실제로는 진지한 성품이라는 것-조금씩 흥미로워지더니 나중에 알렌의 머리 속에 기생하는 마왕 두 명과 알렌의 욕망의 분신 '금화군'이 나오자 완전히 폭소-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여동생 애프터는 마족이라고 하고, 알렌의 아버지는 유명한 초전사 알스였다고 한다~!! 점점 초전사라는 것과 마족이 연결되며 나중엔 신과 이 세계의 문제에 대해서까지 확대된다.

그리고 압권은 알렌과 똑같은 엑스리온의 출현이다. 이 사람은 정말 알렌이 제대로 성장했을 때의 멋짐을 보여주는 인물인데 미래에서 왔으며 그 정체는 현재 알렌의 머리 속 마왕들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이 판타지 세계와 교차되며 sf적인 우주선과 행성전쟁이 나오는데 거기서 알렌은 전투기조종사이다. 그리고 주변 동료들과 적도 지금의 판타지세계의 인물들과 동일. 그것은 과연 전생인가? 아니면 미래? 아니면 꼬여서 교차된 딴 차원?

하아, 정말이지 론 앤 프론티어는 대단한 소설이다, 일본 만화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에 그 설정을 비유할 만 하다. 그 덕에 끝도 안 보인다. 적극 추천이다. 여자가 이렇게 한 남자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데도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소설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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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5 극악서생 시리즈 5
유기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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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1부는 총 4권으로, 첫 권에는 군바리의 여자밝힘과 말년병장의 욕빨이 살아나서 약간 거슬리기도 했다. 그러나! 1권의 뒷부분부터 점점 흥미진진한 극악서생만의 무협세계가 빛을 발하고 난 2,3권을 엄청 재밌게 봤다. 4권은 뭔가 있을 듯한것에 비해 결말을 뒤로 미루고 흐지부지 혈승과의 긴장을 처리했다는 점에서..조금 점수를 깎겠다.

이상한 미래여자 진 덕에 과거 중국으로 가고, 그녀가 준 만능기계 몽몽에 기대서 그녀가 올 때까지 버티기로 하는 진유준. 근데 그만 영혼이 비화곡의 극악한 곡주 진하운의 몸으로 들어가버린다. 그리고, 진하운 노릇을 하며 비화곡과 강호를 한바탕 뒤집어놓게 된다. 자신을 지키는 비연대 대장 대교와의 귀여운 러브모드, 대교의 동생자매들과도 알콩달콩 잘 지내고..나중엔 대교 아버지 사영과도. 비화곡의 무공 막강하고 성질 더럽고 개성 다양한 수하들 얘기도 재미있다.

그러나 문젠 2부다. 휴..정말이지 '만화곡'이라 하여 일본만화 몇 개 패러디한 거하며 총기제조해서 무공처럼 써먹는 설정이 너무 맘에 안 들었다. 1부는 현실성과 무협성이 거슬리지 않게 조화를 이루었다면 2부에선 억지스런 현실성이 부각된달까. 여튼 1부만이라면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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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 정화재단 1
유기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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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으로 유명한 유기선님의 호러소설이다. 작가이름을 믿고 한 번 들어본 건데, 썩 재밌게 읽었다. 세계정화재단이라는 다른세계의 존재와 싸우는 회사가 있고, 그 곳에 소속된 사원들이나 외부사원들이 에피소드식 사건들의 해결주체가 된다.

제목인 마물정화재단은, 상업성을 고려해서 세계정화재단 명칭을 바꾼 것인 듯하디. 확실히 더 자극적이긴 해도 내용적으로 보면 세계정화재단이 어울리는데...약간 씁쓸하다. 왕따와 마니또게임, 야간자율학습, 학원폭력, 조폭문제, 살인자문제 등 사회적 문제현상과 영적현상을 결부시켜 호러소설이자 사회비판적 소설의 성격을 함께 띄고있다.

마물소환사인 냉정한 남자 옥환, 엄마아빠를 수호령으로 둔 차가운 미녀 주혜원 등의 막강한 외부사원과 모델같은 다정다감한 남자 배정훈, 한국지부장 비서 마신일, 인턴사원 유인호와 유소희 남매같은 사원들이 각기 다양한 개성을 띄고 매력을 뿜는다. 이우혁님의 퇴마록이 연상되는-나쁜 뜻이 아니라 난 그 분위기를 무척 좋아했으므로-한국적 호러판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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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사 Dr. 스쿠르 1 - 애장판
노리코 사사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닥터 스쿠르, 매니아층이 무척 두터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절판된 채 재판이 안 된 책이었다. 먼지내 풀풀 나는 구판을 붙들고 눈물짓고 있었는데 이번에 반질반질한 애장판이 나와줘서 무척 기쁘다. 시베리안 허스키라는 품종에 대한 환상(?)을 키우게 한 '꼬마', 닭의 무서운 저력을 알게 해 준 '병달이', 고양이의 얍삽함을 알게해준 '미케'와 기타 H대 수의학과에서 키우는 소,말,돼지의 개성적인 동물성(유사어:인간성)과 다시 만난 것이다! 아, 그리고 부가적으로 괴짜 수의학도 마사키와 니카이도, 인간같지 않은 인간 세이코선배, 이해불가의 우루시하라 교수님도 반갑다고 해두지요. (바야흐로 동물상위시대가 도래하였다! 아니, 그렇다기보단 이 만화가 동물위주니까 당연한 노릇이다)

니시네 마사키, 통칭 '스쿠르(괴짜)'인 그의 집 가족구성은 무척 독특하다. 마사키의 말을 빌리면 공룡시대부터 살아온 할머니, H대를 가로질러 지하철역을 가다가 수의학과 교수에게 얻어온 시베리안허스키 꼬마, 역시 교수가 떠넘긴 들쥐 열 마리, 할머니가 주운 고양이 미케, 마사키가 어릴 때 60엔 주고 사 온 흰 수탉 병달이와 마지막으로 마사키로 구성된 가족. 이들은 엄청나게 크고 낡아빠져서 부분적으로만 청소하는 저택에서 살고있는데, 가장 힘이 센 자는 의외로 '병달이'다. 병달이의 날라차기와 쪼아대기는 정말이지 예술이다. 난 닭이 그렇게 난폭하고 최대권력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병달이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가장 귀여운 것은 꼬마다. 무섭게 생긴 얼굴 답잖게 누구보다 상냥하고 순하고 예의바른 꼬마. 정말이지 시베리안 허스키는 다 이렇다는 보장만 있다면 어마어마한 식비를 감내하고서라도 사고 싶다. 아, 그렇지만 암 쓸모없는 들쥐라든가 전형적 고양이인 미케도 보고 있자면 넘 귀엽다는 생각이 뭉클뭉클 피어오른다. 이런 가족을 가진 마사키가 정말 부럽다.

H대 수의학과에는 콧물을 흘리는 심술쟁이 세리카란 말과 신경이 날카로우면 딴 돼지 꼬리를 끊는 돈상 나쁜 돼지가 산다. 그리고 직장검사를 당하는 소들도 말이다. 그들 모두가 짧은 대사를 읊조리는데, 그렇게 사랑스럽고 웃음이 터져나올 수가 없다. 이상야릇한 각자 독특한 개성을 가진 교수님들이나 수의학과의 15개 전공별 학부 사람들도 재밌고 정말이지 닥터 스쿠르는 인간과 동물이 어우러진 특별한 만화이다. 깨끗하고 빳빳한 애장판으로 나온 닥터 스쿠르, 예전의 재미와 감동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 만화를 보다보면 절로 수의학과에 대한 동경이 생겨버린다. 닥터 스쿠르, 마사키의 집과 H대 수의학과에 놀러가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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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 1 사계절 1318 문고 21
리처드 애덤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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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풀밭에서 토끼들이 지극히 토끼답게 뛰어노는 표지를 보고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제목처럼 정말로 '토끼'이야기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난 그다지 토끼란 동물을 좋아하지도 않으며, 어쩐지 토끼가 주인공인 책이라면 유치할 것 같았다. 그러나 서점에 갈 때마다 자꾸 눈에 확 들어오길래, 어쩐지 궁금해져버려서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다. 결과는, '토끼 이야기가 이렇게 재밌다니..!!'라는 경악과 감탄이다.

서문에서 작가는 자신의 딸들에게 '아무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느라 이 <워터십다운의 11마리 토끼>를 구상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의도는 정말 성공한 것이다. 일찍이 이렇게 토끼의 생태와 습성 등 현실성을 살린 위에서 기막힌 의인화를 이루어낸 소설은 달리 없으니까. 정말로 토끼라는 게 팍팍 느껴지긴 하는데, 또 토끼치곤 굉장히 인간답게 구는 탓에 일찍이 없었던 '새로운 종족'이 탄생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흰 토끼와도, 홍당무에 나오는 토끼와도 다른 토끼종족. 이들과 만나서 대화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뭉클뭉클 피어오르지만, 나는 그들에겐 토끼어로 '엘릴(적)'이니까 불가능하다.

'엘릴'이니, '엘리어드'니, '루-'같은 토끼들만의 언어 [토끼어]가 간혹 등장하는데 이로인해 정말 '다른 세계'라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토끼가 쓰는 언어여서인지 굉장히 부드러운 느낌의 단어들인데, 외우기가 어렵다면 책과 분리된 [토끼어 사전]을 옆에 두고 참고하면 된다. 열 한 마리 토끼의 여정을 그린 터라 지도도 있는데, 토끼어사전과 지도는 책과 별도로 만들어두어 책을 읽으면서 편하게 단어나 지명을 찾아볼 수 있어 좋았다.

토끼 얘기 중에서 제일 웃긴 것은 그들 중에서도 '힘세고 몸집큰'토끼가 전사대를 구성하고 있으며 특권을 누린다는 것이다. 그래봤자 여우나 늑대, 인간같은 엘릴과 제대로 싸우지도 못 할 거면서 말이다. 인간인 내 눈으로 보기엔 오십보 백보, 도토리 키재기지만 막상 토끼들 사이에선 그렇지가 않으니 이 아니 재밌을쏘냐!^^ 밤이 되면 굴 속에 들어가 몇 마리씩 붙어서 서로 체온을 나누며 자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점이라든지, '앵초풀'이 제일 맛있다며 그 풀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점에서 정말 토끼답다~라는 생각이 들어 후후 웃고 말았다.

어째 동화같기도 하지만, 그렇게 볼 수만도 없는 것이 일단 각 챕터의 처음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나 서양고전의 유명한 귀절이 인용되어 있다. 예를 들면 제 1챕터에서는 '카산드라'가 나오는데 그녀의 불길한 예언이 그리스 사람들에게 무시되었던 것처럼, '파이버'의 예언도 샌들포드의 다른 토끼들에게 무시당한다. 이처럼 내용과 관련된 고전인문을 끼워넣어 보다 깊은 생각을 해보게 하는데다, 토끼들이 서로 간에 겪는 인간적(?) 알력이라거나 친교는 일반소설과 비교해 깊이면에서 하등 뒤처지지 않는다. 작가서문에 따르면 처음에 여러 출판사에서 이 소설이 거부당한 이유가 '토끼얘기라서 어른이 보기엔 유치하고, 애들이 보기엔 어렵다'는 거였다고 한다. 참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견해다. 내가 보기엔 오히려 그 반대인데 말이다. 아기자기하고 스릴 만점인 토끼대장정이라 아이들에게도 어필하고, 토끼들이 복잡다단한 여러 일을 겪으며 개체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부분은 어른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나는 한가로운 오후에 곧잘 서점에 가곤 하는데, 쌀쌀한 초겨울 오후를 <워터십다운의 열 한마리 토끼>덕에 무척 훈훈하게 보냈다. '열이 올라서' 말이다. 어쩐지 토끼가 무척 키워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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