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어 Rure 1
서문다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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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이동판타지연애물이 해보고 싶어서'라는 작가 서문다미님의 말씀에서 <루어>의 장르를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렇다! 요즘 통신판타지에서 붐을 이룬 '차원이동물' 그리고 서문다미님의 이루어지지 않는 열망(-ㅅ-;)인 '연애물', 이 두가지가 결합한 최강 흥미진진 판타지가 바로 루어다.

서문다미님 작품의 특징은 유쾌한 대사와 기발한 아이디어, 가느라랗지만 인상적인 눈을 가진 인물들, 무엇보다 강렬한 컷연출력이라 할 것이다. 이 중 개그컷과 대사가 두드러진 <이 소년이 사는 법>이나 <그들도 사랑을 한다>도 무척 재미있게 봤었다. 허나 컷연출력과 진지한 감정표현이 크게 돌출되어 있는 이번 작품 <루어>에서는 완전히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버리고 말았달까.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한 장면 장면, 대사 하나 하나가 머리 속에서 떨어지지 않는 게 아닌가.

하루의 친구에게 닥친 위험을 경고해주는 이상한 눈알뭉치귀신(?)이 학교교정에 덩그라니 떠있는 신비하고 으스스한 장면. 끝섬에 간 하루가 '효시'역할을 위해 전통차림으로 치장하고 있는 정적이면서도 매혹적인 장면. 절망한 미루를 따라나가는 하루의 뒤편으로 '신씨일가'의 재산들이 물고기들로 변해 쫓아가는 몽롱한 장면. 이세계로 떨어진 미루왕 하루 앞에 펼쳐진 붉은 사막의 광활함. <루어>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독자의 심장을 순간적으로 덜컥 내려앉게 만들만큼 적절하고도 강렬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만화가 영화보다 영상미가 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은 <루어>를 보시길. 다신 그런 소리 못할테니까).

끝섬의 역사를 시작한(그리고 하루의 조상이기도 한) '이국적인 차림새의 오누이', 그들은 '세 개의 달이 떠있는 이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분명하다. 원래 속한 세상으로 '돌아온' 하루는 과연 어떤 일들을 겪고 성장해나갈까. 넉살좋고 생활력 강하며 매력적이기까지 한 하루, 그녀에게 '남자복'이 쏟아지길 작가님과 더불어 간절히 기원한다. 하지만, 서문다미님의 특징은 '의도는 연애물, 갈수록 개그물(또는 액션물)'이 되니, 글쎄-하루의 앞날도 '핑크빛 구름 위를 걷게' 되지만은 않을 듯해 걱정이다.

보통 이세계차원이동물과 달리, '끝섬'이니 '만선기원축제'같은 굉장히 생생한 한국미가 넘치는 <루어>, 우리나라 판타지 만화계의 희망이 될 거라 점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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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4
사토 마코토 지음 / 세주문화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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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토라레]의 원작이 된 만화라기에 흥미로워서 읽기 시작한 <돌연변이>는 기대 이상이었다. 일찍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여러 만화에서 다양한 형태로 다루어져왔다. 그러나 '나의 마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져 버린다'는 것은 여태 아무도 손대지 않았던 소재! 그렇기에 이토록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참신하게 다가오는 것이라 본다.

만약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 주변으로 퍼져나간다면? 사람은 순간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부터 절대 남에게 알리지 못할 것까지 온갖 부끄럽고 추악한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사토라레'라는 이 책의 주인공들은 그런 내밀한 일을 남에게 100%공개당한다. '성욕', '배설욕구', '살의', '사랑', '질투' 등 온갖 것을! 인간이 당할 수 있는 정신적 고통 중에서 최악이다. 그냥 둔다면 거진 사회부적응자나 자살자가 될 것이지만, 다행히도 이들 사토라레는 국가적 업적을 남길 수 있을만큼의 '천재'이다. 국가는 국익을 위해 사토라레보호법과 경호체계를 완비한다. 사토라레는 '자기가 사토라레라는 사실'로부터 보호받게 된 것이다.

경호원들을 위시로 전국민이 '사토라레'를 보호하는 데 동참한다. 사토라레 곁을 지나가다가 '사념파'가 머리 속에 들려와도 그저 모르는 척 태연을 가장하는 것이다. 사토라레들 중에서 가장 덤벙대는 유키오를 예로 들어보자. 그가 케이블카에서 설사욕구로 고생할 때, 같이 케이블카를 타고있던 사람들은 경악하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느라 진땀뺀다. 그 사람들 전부가 유키오를 위해 참은 것은 아니다. 유키오의 사념에 반응했다가 감옥에 가는 게 무서워서 참은 사람도 있다. 허나 그 사람들 대개는 사토라레를 절망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애썼다.

사토라레와 그를 지키는 사람들ㅡ 처음에는 사토라레라는 것에 끔찍함만을 느꼈지만 점점 생각이 바뀌어갔다. 우리는 거짓웃음과 거짓말이 필수인 세상을 살아나간다. 그렇기에 타인을 완벽하게 믿을 수 없다. 그러나 상대가 사토라레라면 어떤가? 유리같이 속이 들여다보이는 그 사람이라면 온전히 믿을 수가 있다. 그가 '구해줄게'라는 말, '사랑한다'는 말, '괴로워'라는 말 그 어떤 것이라도.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주변사람들이 사토라레에 대해 애정과 호의를 보여주는 것은.

<돌연변이>의 권수가 거듭할수록 많은 사토라레가 등장하고 더욱 강한 사념파를 퍼뜨리는 사토라레가 태어난다. 이런 사토라레의 탄생의미는 무엇일까? 인류에게 있어 사토라레가 성토하는 바는 어쩌면 조금만 더 서로를 믿고 의지해나가자는 것 아닐까. 세상이 각박하다, 무섭다 떠들며 서로 간에 벽을 쌓지만 말고 서로를 내보이며 믿을 때,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거기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돌연변이, 모처럼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고, 만화적인 재미와 흥미도 탄탄한 멋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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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빅토리안 10
모토 나오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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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빅토리안>의 표지를 봤을 때, 언젠가 본 듯한 낯익은 그림체에 저도 모르게 손이 갔다. 그리고 찬찬히 보기 시작했는데, 아아 이게 웬걸! 이 작가는 수 년전 내가 해적판으로 봤던 <아늑한 사랑로망>을 그린 작가가 아닌가! <레이디 빅토리안>의 그림이 훨씬 세련된 까닭에 한번에 깨닫지 못했지만, 특유의 아기자기한 인물들의 표정이나 감정, 전개방식은 그대로라 동일작가임을 알았다.

영국에는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귀족들이며 사교계 데뷔며 티타임과 발달한 언론-그것들은 어쩐지 눈길을 잡아끌고 묘하게 심금을 울린다(최소한 나에게는). 모토 나오코 또한 그 매력에 사로잡힌 작가인 모양으로, 그녀의 전작 <아늑한 사랑로망>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역시 배경은 영국이었다. 게다가 현대가 아닌 영국적 낭만의 향취가 가장 짙은 19세기!! 산업혁명과 제국주의라는 양 바퀴로 영국이 최고의 전성가도를 달리던 그 시기는, 극심한 빈부격차라는 비극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끔찍하게 매력적이다.

<레이디 빅토리안>을 보다 재밌게 보려면 19세기 영국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이다. 농촌에선 목양 붐으로 농부들이 땅을 잃고 도시로 쫓겨나고, 그 때문에 도시엔 값싼 노동력이 넘쳐나 산업자본가들이 횡포를 부리게 된다. 그로 인해 빚어지는 자본가(신사)와 노동자(근로자, 빈민) 간의 엄청난 생활수준 차이, 화려한 대영제국의 뒷면에 가려진 어둠. 주인공인 벨은 시골목사의 딸로 가난한 레이디다. 그녀가 당시 젊은 여성이 자립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인 가정교사로서 대도시 런던에 뛰어들고, 옛날부터 동경하던 잡지사의 사장과 작가를 만나며 본격적인 얘기가 전개된다.

작가인 아젠트 그레이는 은발의 화려한 미남이지만, 말투가 험하고 행동거지가 건달같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정체가 후작가 영양이자 사교계의 꽃 레이디 에셀이라는 것이다. 여장남자라는 매력적인 소재지만, 단지 '상업성'만을 고려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에셀'이 되기 전의 '아젠트'의 모습은 구빈원 출신의 고아소년으로 실로 비참하며, '에셀'이 되어 상류층에 진입한 후에도 구빈원 시절의 괴로움이 그의 행동이나 마음에 계속 영향을 끼친다. 이런 그(그녀?)의 모습을 통해 당시 런던의 사회상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한다. 귀엽고 예쁜 그림과 활기차고 모험 가득한 내용이지만, 역사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이 녹아있다.

뭐, 그렇다고 이 책을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 당시 유행하던 드레스와 신사복, 사교계에서 불리던 귀족들의 다양한 호칭, 흥미롭고 다채로웠던 언론플레이 등 흥미롭고 가벼운 소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한가로운 시간에 홍차와 함께 보기 좋은 만화~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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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니아 이야기 2
토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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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전개, 꽉 짜인 스토리, 정교하고 사실적이며 허를 찌르는 연출--!......이런 수식어와 정말로 동떨어진 만화, <칼바니아 이야기>.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유형은 유시진님의 쿨핫이나 김혜린님의 불의 검처럼 앞에서 열거한 수식어가 어울리는 류의 만화들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한들 한 가지 반찬만으론 쉽게 지치는 것이 사람의 입맛, 만화를 포함한 모든 읽을거리 또한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읽어대며, 심지어 <파타리로>, <이나중 탁구부>처럼 정말 '이건 나랑 넘 안 맞아!'라는 비명이 나오는 것까지 읽어댄다. <칼바니아 이야기>도 그런 차원에서 읽게 된 책인데, 허어 이것 참! 의외로 꽤나 재미있게 읽고 말았다. 딱히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아서일까? 글쎄ㅡ 그 때문만이라고 하기는 미안하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독자를 방심시켜놓고 갑자기 바늘로 푹-쑤셔대는 류의 충격과 웃음을 주는 데 상당히 능통하며 그건 상당히 감탄스러울 지경이기 때문이다.

칼바니아 왕국에 갑자기 소녀여왕이 탄생한다.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여성이 된 덕에 덩달아 여성의 작위계승도 가능해져, 여왕의 친구인 여공녀 또한 공작 후계자가 된다. 여왕 타니아, 그리고 여공작 후보 에큐, 지극히 여자답고 지극히 보이쉬한 대조적인 두 소녀를 중심으로 좌충우돌 왕국스토리가 탄생한다. 작가 본인이 고백했듯 '단지 드레스와 미소녀를 그리고 싶어서' 그리기 시작한 것 같은 만화-라는 것이 이 만화에 대한 내 첫인상이었다. 여고시절 교과서나 연습장 귀퉁이의 지면을 빌어 정성들여 낙서한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캐릭터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어째 정이 가고 또 보고 싶다. ㅡ_ㅡ; 그것이 무수한 고교생 아마추어들과 프로인 작가와의 차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사실 정말 날린 듯한 1권을 보고, '이 작가- 대단하다.@_@;;'라는 인간적인 감탄이 절로 나왔다. 타니아와 에큐와 기타 조연들로 대강대강 1권완성이라니! 이것 참. ㅡ.ㅡ; 그러던 것이 2권 들어 뭔가 사건다운 사건들이 터지기 시작했고, 그래서 1권에 익숙해있던 독자(나)는 그만 '우와!'라는 감탄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윽;) 작가의 말이 '2권 말쯤 되어서야 내가 그리고 싶은 게 어떤 건지 알았다'라는데, 으음, 독자 또한 2권 말쯤 되어서야 칼바이아의 진정한 매력에 빠졌소이다-라고 대꾸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리고 현재...(지금 몇 년 후에 위 리뷰에 덧붙이고 있는 중~) 칼바니아 10권이 나왔고 10권까지 책장에 다 꽂아놓고 닳을만큼 읽는 중입니다, 그려...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갈수록 굉장한!!!!!!!!!!!!! 칼바니아. 1권 나오는 속도가 느려터진 것만이 이 작가의 유일한 단점입니다..라고 평가하게 된 지금..얼마나 칼바니아에 빠져버렸는지...1,2권을 읽을 적의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참 격세지감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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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16 - 완결
마리 오자와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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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눈물 많은 한 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내게 추천했을 때, 나는 청승맞은 이야기는 질색이라며 읽지 않았더랬다. 고아에다 졸지에 미혼모까지 되는 소녀와 그녀가 낳은 딸이 엮어가는 이야기라니, 왠지 꾸리꾸리한 분위기가 팍팍 풍기지 않는가.

그러나, 얼마전 너무나 다종다양하게 만화를 섭렵한 결과 마침내 읽을 거리가 바닥을 보였고, 그 때문에 우연히 이 책에 손을 뻗게 되었다. 결과? 허허허...나 자신의 섣부른 판단을 땅을 치고 후회했다. 대충 그린 듯 보이던 가는 선의 그림체는 볼수록 섬세하고 깨끗했으며, 미혼모 수우와 그 딸 노조미가 생활하는 모습은 재미있고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노조미의 아이답고도 천역덕스러운 행동들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수우에게는 끝없이 감탄할 뿐으로, 나라면 과연 저 상황에서 저만큼 당당할까 싶게 언제나 멋진 모습을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의 매력은 뭐니해도 수우와 노조미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다라고는 절대로 할 수 없다. 수우와 노조미를 남겨두고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키라, 생전 모습은 얼마 안 나오지만 죽은 이후 '추억'의 형태로 계속 등장하는 그는 알수록 멋지다. 냉소적인 청년에서 굳건한 남자로 변신하는 아키라ㅡ 그가 예전 가정교사였던 토요가미씨에게 보낸 편지를 보고 완전히 팬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아키라의 빈 자리를 대신하는 토요가미씨 또한 엘리트에 능력있고 심성 따뜻한 남자로 도저히 아키라와 둘 중 누가 나은지 판가름할 수가 없다. 이 두 남정네 외에 수우와 노조미에게 가족같은 친구가 되어주는 모리내외, 시즈할머니, 노조미의 친조부와 친조모 등 예쁜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이 사람들이 모두 한데 어우러져 들어도 들어도 계속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음악 속에 잠겨 나는 너무나 행복해지고 만다. 한창 감성 풍부할 고교 시절에 왜 친구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 책을 읽지 않았던가! 지금와서 후회해도 늦은 일이지만 정말 통탄스럽다. 아무튼, 사회생활의 각박함에 찌들어있던 내게 이 책은 정신의 휴식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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