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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4
사토 마코토 지음 / 세주문화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영화 [사토라레]의 원작이 된 만화라기에 흥미로워서 읽기 시작한 <돌연변이>는 기대 이상이었다. 일찍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여러 만화에서 다양한 형태로 다루어져왔다. 그러나 '나의 마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져 버린다'는 것은 여태 아무도 손대지 않았던 소재! 그렇기에 이토록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참신하게 다가오는 것이라 본다.
만약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 주변으로 퍼져나간다면? 사람은 순간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부터 절대 남에게 알리지 못할 것까지 온갖 부끄럽고 추악한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사토라레'라는 이 책의 주인공들은 그런 내밀한 일을 남에게 100%공개당한다. '성욕', '배설욕구', '살의', '사랑', '질투' 등 온갖 것을! 인간이 당할 수 있는 정신적 고통 중에서 최악이다. 그냥 둔다면 거진 사회부적응자나 자살자가 될 것이지만, 다행히도 이들 사토라레는 국가적 업적을 남길 수 있을만큼의 '천재'이다. 국가는 국익을 위해 사토라레보호법과 경호체계를 완비한다. 사토라레는 '자기가 사토라레라는 사실'로부터 보호받게 된 것이다.
경호원들을 위시로 전국민이 '사토라레'를 보호하는 데 동참한다. 사토라레 곁을 지나가다가 '사념파'가 머리 속에 들려와도 그저 모르는 척 태연을 가장하는 것이다. 사토라레들 중에서 가장 덤벙대는 유키오를 예로 들어보자. 그가 케이블카에서 설사욕구로 고생할 때, 같이 케이블카를 타고있던 사람들은 경악하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느라 진땀뺀다. 그 사람들 전부가 유키오를 위해 참은 것은 아니다. 유키오의 사념에 반응했다가 감옥에 가는 게 무서워서 참은 사람도 있다. 허나 그 사람들 대개는 사토라레를 절망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애썼다.
사토라레와 그를 지키는 사람들ㅡ 처음에는 사토라레라는 것에 끔찍함만을 느꼈지만 점점 생각이 바뀌어갔다. 우리는 거짓웃음과 거짓말이 필수인 세상을 살아나간다. 그렇기에 타인을 완벽하게 믿을 수 없다. 그러나 상대가 사토라레라면 어떤가? 유리같이 속이 들여다보이는 그 사람이라면 온전히 믿을 수가 있다. 그가 '구해줄게'라는 말, '사랑한다'는 말, '괴로워'라는 말 그 어떤 것이라도.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주변사람들이 사토라레에 대해 애정과 호의를 보여주는 것은.
<돌연변이>의 권수가 거듭할수록 많은 사토라레가 등장하고 더욱 강한 사념파를 퍼뜨리는 사토라레가 태어난다. 이런 사토라레의 탄생의미는 무엇일까? 인류에게 있어 사토라레가 성토하는 바는 어쩌면 조금만 더 서로를 믿고 의지해나가자는 것 아닐까. 세상이 각박하다, 무섭다 떠들며 서로 간에 벽을 쌓지만 말고 서로를 내보이며 믿을 때,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거기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돌연변이, 모처럼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고, 만화적인 재미와 흥미도 탄탄한 멋진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