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개업 23
츠치야마 시게루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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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티비에서 한참 신동엽의 <신장개업>이 인기를 끌었더랬다. 그런데 이 만화를 보고 난 그 공통점에 놀라버렸다. 가게를 일으켜세우는 방법이나 주인들의 정신상태 재무장 밥법이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린 결론, 티비 프로그램이 이 만화를 베꼈다고 단언한다.

1. 질 나쁜 가게 신장개업 전문가인 기타가타 토시죠에게 메일이나 편지로 의뢰가 가면, 그는 의뢰지로 찾아가 가게와 주인의 상태를 점검한다. 그리고 여러가지를 고려해 업그레이드를 시켜준다. 신동엽의 프로그램 또한 의뢰편지를 받아 그 곳을 찾아가서--라는 동일한 과정을 밟지 않았던가.

2. 신동엽이 몰락해가던 가게의 주인들을 다시 정신무장시키던 갖가지 괴상한 방법들이 이 만화책에 고스란히 나와있다. 사실 티비를 보면서 요리사 수행이나 하지 왜 저런 이상한 일-호텔보이, 계곡물 얼음깨고 들어앉기, 행글라이더 등-을 시키나 이해가 안 갔었다. 그런데 기타가타 토시죠의 만화 기행에서는 필연적 인과가 잘 연결되어 납득할 수 있었다. 우동가게를 창업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호텔보이를 시켜 짐들고 나르기로 손과 팔힘을 단련시킨다. 나중에 우동반죽을 할 때 그것은 큰 도움이 되어준다..이런 식이다. 신동엽의 경우엔 인과가 전혀라고 해도 좋을만큼 없었기에 보면서도 뭔가 어정쩡한 기분에 사로잡혀버렸었지만.

모방보단 원작이 좋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리고 이왕 모방할 바엔 원작의 탄탄함을 보다 살리지 그랬나 하는 아쉬움이 치민다.

기타가타 토시죠의 천재적인 요리솜씨, 그러나 중간중간 나오는 장애물과 좌절, 최후로 <오릉곽정>을 둘러싼 동생과의 힘겨루기는 계속 반복되던 신장개업의 지루함을 상쇄시켜 흥미를 지속시킨다. 배가 고픈데 동네에 맛난 음식점이 없다, 허름하고 맛도 없는 음식점만 보인다, 그럼 이 책을 집어들기 바란다. 책 속엔 꿈이 있느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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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크리에이터 열전 2
히라사와 타카유키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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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라곤 초등학교 때 <슈퍼마리오>나 <테트리스>를 해 본 게 고작이며 플레이 스테이션이 정확히 뭐에 쓰는 기계인지도 잘 모르는 나였다. 그러나 주위에서 게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는 소릴 듣고있자니 흥미가 솟아났고, 그러던 차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와 읽게 되었다.

<게임 크리에이터 열전>은 말 그대로 게임 제작자들이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내기 위해 불철주야 매달린 다큐멘터리를 만화화한 것이다(배경은 일본). 작가는 게임 제작자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그를 토대로 이 만화를 그렸다고 한다. 나처럼 게임에 일자무식인 사람에게는 정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고나 할까, 아무튼 티비프로그램 <인생역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만화책 또한 취향에 맞을 것이다.

오락실의 대형오락기기에 삽입되는 소프트 중 한 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스트리트 파이터>, 그것을 능가하는 격투대전게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첫 번째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당시의 뻣뻣하던 동작을, 인체 그래픽을 몇백 개의 입체상자로 전화함으로써 실제동작과 흡사하게 만든다. 실감이 상승한 덕에 인기도 최고가 된 이 게임이 바로 '버츄어 파이터'다. 흠..내 짧은 오락실 경력에도 확실히 이 두 게임은 본 적이 있는 것들이다. 아무 생각없이 '시끄럽다..치고박으면 뭐가 재밌지..'라는 생각으로 보던 그 게임에 이런 뒷사정이 있었을 줄이야. 내 생활과 직접 관련되어 있어서인지 읽는 동안 내동 흥미로웠다.

이 이에도 뻔한 게임을 벗어난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경주마 육성 게임'이라든가, '바이오 하자드'등 주위사람들이 모두 '안 팔릴거다'고 단언함에도 끝내 소신을 밀고나간 사례가 인상깊었다. 내가 별 것 아니라 여기는 게임에 인생과 꿈을 건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화면 위의 현란한 색채흐름일 뿐이라 여긴 게임들의 이면에 몰랐던 기술들이 숨쉰다. 아무래도 앞으로 나는 게임에 손을 댈지도 모르겠다. 흠, 중독되면 발 빼기 몹시 힘들다는 풍문인데 괜찮을까.

아, 그리고 또 하나 얻은 지식은 게임기에 관한 것! 솔직히 나는 슈퍼 마리오 팩을 꽂아넣던 기계의 이름이 <패밀리 컴퓨터>라는 것도 몰랐고, <플레이 스테이션>이 3D입체영상그래픽을 가능하게 만드는 소니사의 회심 게임기라는 것도 몰랐다. 플레이 스테이션에는 게임 CD를 넣는다는 사실에 놀라버렸다면, 설명 끝났을 것이다.

불필요한 영어의 남용이 거슬리긴 해도, 일본 실제의 현장감을 살리려고 그랬음을 안다(일본사람들이 영어를 변형해서 일상적으로 잔뜩 사용한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니까). 그림체가 뻣뻣하고 흔하지만 주된 것은 스토리니까 이 또한 넘어간다. 여하튼, 게임에 흥미가 있다면 이런 게임개발의 뒷얘기를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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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의 미궁 - 현자의 돌 1
아키노 마츠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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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숍 오브 호러즈>의 참신함은 나를 단번에 이 작가의 팬으로 만들었다. 이상한 동물가게라는 소재는 이전에도 많았으나, 펫숍오브호러즈만큼 기괴하고 무섭고 애틋한 동물가게가 또 있을까. 한 번 팬이 되니 이 작가 이름이 달렸으면 무작정 보게 되었다. 티벳 라마교와 비슷한 환생종교가 주가 되는 <환수의 성좌>도 그래서 덜컥 선택했었고, 중세 이탈리아가 배경인 이 <석류의 미궁>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약간 실망하고 말았다. 펫숍만큼의 이색성, 펫숍만큼의 캐릭터 매력이 없지 뭔가.  그렇지만 실망에도 불구하고 계속 보게 되는 것은 내가 반한 작가의 매력 중 원천적인 것은 공통적으로 흐르고 있어서다. 볼수록 끌리는 특이한 그림체, 사물에 대한 차가울만큼의 공정한 시선,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모호한 분위기...

현자의 돌을 찾아나선 흑발의 똑똑하고 신비스러운 미남자, 이 남자는 돌을 찾기 위해 이탈리아 여러 지방을 여행하고 또 그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난다.     에피소드식으로 이어지는 이 여행의 끝에서 그는 과연 현자의 돌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그리고 석류의 미궁이란 뜻은 과연 무엇일까..이것저것 짐작하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에피소드 1에서 만난 금발 쌍둥이 중 한명과 어째 썸씽이 있을 듯도 한데, 흐음.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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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 2
코우가 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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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에서 주인공은 천사들이다. 그들의 모성에서 엘리트란 사관학교에 입학해 그 후 군 장교의 길을 걷는 자인데, 지구인의 두 주인공이 그에 속한다. 천사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검은 머리와 검은 날개를 지녀 '굉장히 못생겼다'는 평판을 받는 고아소년이, 우연히 치르게 된 사관학교 시험에서 최고점을 기록한다. 그리하여 입학한 사관학교에서 누구보다 눈부신 백색날개를 가진 명문가의 선배를 만나게 되는데, 서로가 첫 눈에 강한 인상을 받는다. 자, 이렇게 범상치 않은 첫만남 이후 많은 생략된 사건을 거쳐 그들은 파트너가 되어 지구인의 점수를 체크하는 임무를 지니고 지구로 파견된다.

<지구인>의 초반은 대개 다양한 지구인들과 그들과의 에피소드로 이어지는데, 그 만남의 결과가 플러스냐 마이너스냐에 따라 지구의 존망이 결정될 판국이다. 서로 플러스나 마이너스를 주기 위해 티격태격하는 와중에도 굉장히 귀엽게 우정 이상의 사랑을 쌓아가는 두 천사의 모습이 정말 귀엽다. 그러나 흥미진진하고 가슴두근거리기로는, 언뜻언뜻 언급되는 모성 시절 사관학교에서의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단연코 최고다. 어린날의 내게 야오이가 이리도 설레일 수 있음을 알게 한 만화, 지구인. 감성에 호소하는 연출력이 뒤로 갈수록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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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있는 풍경 4
네코야마 미야오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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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영화적 연출기법과 가닥가닥 끊긴 듯한 순간정지화면같은 장면들을 무척 좋아한다. <오늘도 파워업!>이나 <에덴으로 오라>에서는 정말이지 감탄하고 푹 빠져버렸더랬다. 그런데 <우리가 있는 풍경>은 초기작이라서인지 아직 작가의 장점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고 있다. 나비배경이라든가, 흰 시트가 펄럭인다든가, 고백의 장면 정지된 듯한 클로즈업 등 '흔적'은 군데군데 보이지만.

밝고 유쾌한 풍의 후기작관 달리 <우리가 있는 풍경>에서는 다소 심각한 주제-이지메 및 교사의 성희롱문제가 다루어진다. 뒷권으로 갈수록 작가특유의 유쾌한 학원물의 면모로 바뀌고는 있지만 말이다. 작가의 진지한 초반탐구정신을 접할 수 있었기에, 팬으로서 볼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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